6월 한시

源堂 徐昌植

詩題 : 綠陰如海

押韻 : 洪. 同. 風. 豊. 窮

 

 綠陰如海(녹음이 바다 같이)

樹林碧浪海如洪 (수림벽랑해여홍) : 푸른 파도와 같은 수림은 바다 같이 넓으니

濃厚淸陰處處同 (농후청음처처동) : 짙고 맑은 그늘은 어느곳이나 같네

 

暮雨園中生爽氣 (모우원중생상기) : 늦은비 내린 원중에는 상쾌한 기운이 생기고

朝陽谷口起凉風 (조양곡구기량풍) : 아침 햇볕드는 골짜기 입구에는 서늘한 바람 일어나네

 

山光鬱密靑羅繞 (산광울밀청라요) : 산빛은 울밀해서 청라를 둘렀고

野色娟姸翠錦豊 (야색영연취금풍) : 들색은 아름다워 푸른 비단이 풍성하네

 

探景歡情詩賦詠 (탐경환정시부영) : 좋은 경치를 찾고 기쁜 마음으로 시와부를 읊으니

騷人相樂興無窮 (소인상락흥무궁) : 시인들은 서로 즐거워하며 흥이 무궁하게 이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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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1. 개요
2. 기원
3. 고체시(古體詩)
4. 근체시(近體詩)
4.1. 대원칙
4.1.1. 압운(押韻)
4.1.2. 평측(平仄)
4.1.3. 대우(對偶)
4.1.4. 그외의 규칙
4.2. 요구(拗救)
4.3. 팔병(八病)

1. 개요

한시()는 한문으로 쓰인 정형시이다. 한자문화권에서 고대부터 창작한 운문 문학을 통칭한다. 이미 중국 춘추시대 이전부터 한시가 나타났지만, 위진남북조 이후 절운(切韻)계 운서가 발간되고 중국어의 음운학이 발달하여 한자의 '평상거입'(平上去入) 사성(四聲)이 확립되자, 이에 기반한 운율을 이용한 운문문학이 발전했다. 이것이 정형화되면서 한시의 기반이 완성되었다. 그 기본은 사성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운율감으로 기본적으로 한자를 평성(평)과 측성(상거입)을 기준으로 나누었다.

한시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향유되었다. 가령 한시문집 계원필경 신라 최치원이 썼지만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 당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이후 한시는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이 동아시아 문화의 주류에서 밀려나는, 비교적 최근인 19세기~20세기 초까지 널리 지어졌다. 현대 중국 가요는 운모가 같은 글자들로 각운을 통일시키는 것이 많은데, 한시 중에 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연의에는 조조 단가행이나 조식 칠보시 같은 당대의 인물이 지은 한시[1] 두보 소동파 같은 후대의 인물들이 작중의 일화를 바탕으로 쓴 한시[2]가 여러 편 들어간다.

2. 기원

현대 한시의 기원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시경체 문학으로 사언 절구를 기반으로 한 시이다. 시경에 수록된 시는 주로 2/2의 구조 4글자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확장되어 5언체로 확장되어 5언체와 절구가 되었다. 이 시경체는 황하지역을 근방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한문학 중에서 북방문학으로 분류된다.

또 하나는 초사체 문학인데, 3/1(兮)/3구조 7글자로 이루어진 시이다. 이 초사는 한나라 시대에 한부(漢賦)로 발전하고 정형화되어 율시가 되었다. 초사체의 근간인 초나라가 장강유역이었기 때문에 한문학 중에서 남방문학으로 분류된다.

3. 고체시(古體詩)

음운학이 형성되기 전에는 단순한 글자와 뜻만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시들을 고체시 줄여서 고시(古詩)라고 한다. 사실 수나라 이전 시기에 36자모-206운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많은 시들이 고시로 지어졌으나, 후대로 갈수록 점점 정형화되어 마침내 고정된 틀을 지닌 근체시가 탄생했다. 특히 고체시는 성당 이전[3]까지 매우 융성하였다. 비록 만당 이후부터 근체시가 확립되긴 하였으나, 근체시가 생긴 이후에도 고시는 여전히 많이 지어졌다.

고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언고시, 오언고시, 육언고시, 칠언고시, 잡언고시, 악부시 등으로 나눈다. 잡언고시에도 삼칠잡언(3·7·3·7), 오칠잡언(5·7·5·7), 착종잡언(구의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은 고시) 등이 있다. 사언고시는 흔히 말하는 시경체이고, 육언고시는 오언고시의 마지막 절을 운자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짜리 절로 짓는 시이다. 고체시는 근체시에 비해 압운이나 장구에 비교적 제한을 받지 않고, 일운도저가 기본인 근체시와 달리 환운도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4. 근체시(近體詩)

수나라 이후, 평수운이 확립되면서 시는 더더욱 정형화되었다. 한시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은 4구로 된 절구(絶句)[4], 6구로 이루어진 소율(小律)[5], 8구로 이루어진 율시(律詩)[6] 그리고 12구 이상으로 된 배율(排律)이 있다.[7] 여기서 큰 원칙이 확립되었는데, 이런 원칙을 지키는 시를 근체시라고 부른다.

한시를 짓는다고 할 때 흔히 '자수와 각운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근체시의 형식 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성(四聲), 그러니까 중국어의 성조이다. 성조가 고르게 분포되어야 음절의 고저와 장단에 따라 흐름이 생기고 거기서 리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성조라는 것이 현대 한국 한자음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는 점. 중국 쪽도 사정이 그렇게 다르지는 않은데, 표준중국어를 포함한 많은 중국어 방언에서 사성 체계가 거의 박살났기 때문. 그래서 한시를 짓는 사람한테 꼭 필요한 것이 한자의 중고음 시절 사성을 표기한 운서(韻書)이다.

혹 근체시를 짓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이상한 기교 부릴 생각하지 말고 대원칙부터 제대로 숙지하자. 물론 '형식을 갖춘 근체시만 제대로 된 한시'라는 말은 없으니, 초심자들은 스스로 기준을 너무 높일 필요 없이 최소한의 자수와 각운만 맞춰도 괜찮을 것이다. 한시를 지음에 있어서 형식도 중요하지만 시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가 역시 중요하다. 오히려 형식을 맞추느라 옥편 한 구석에 똬리 튼 이상한 글자를 갖다 붙인다든지,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의 어순을 뒤바꾼다든지, 의미가 통하지 않는 글자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도 한시에서는 보기 안 좋다고 여겼다.

저렴한 자전들은 보통 한 한자에 한 가지 운만 기재하거나, 그냥 쭉 뜻을 나열한 후 복수의 운을 한꺼번에 싣기에 독자를 혼동케 한다. 하지만 한자에는 실제로는 뜻이나 음에 따라 운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中자가 저가 자전에는 평성 東운 하나만 기재되었다. 그러나 '맞히다, 맞추다'란 의미일 땐 거성 送운으로 측성이다. 爲는 '되다, 하다'일 때는 평성 支운이지만 '위하다, 돕다'일 때는 거성 寘운으로 측성이다. 降 또한 '항복할 항'은 평성 江운이지만 '내릴 강'은 거성 絳운으로 측성이다.

평측이 완벽하게 호환되어 마음대로 넣어도 무방한 경우도 있다. 聽, 醒, 看 등이 그러한데, 이런 글자들은 한시 어디에 위치하든 평측이 틀릴 염려가 없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는 평측 호환이 되지만 일부 뜻은 호환되지 않는 글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過 다는 '지날 과'일 경우에는 평측이 호환되지만 '허물 과'일 때는 거성으로만 읽히므로 측성으로만 쓸 수 있다.

그 외에 漫처럼 단독으로 쓸 때는 측성으로만 쓰지만, 漫漫이라는 숙어로 쓰일 때 한정으로 평성으로만 쓰는 예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는 외워야 한다. 그 외에도 원칙적으로는 평성이지만 피동사나 사동사로 쓰일 경우 거성이 되어 측성이 되는 글자도 있다. '되다'의 爲는 원칙적으로는 평성이지만 피동사로 쓰인다면 寘운으로 측성이 되며, 王도 기본적으로는 평성 陽운이지만 '왕 노릇 하다'는 의미일 경우에는 거성 漾운이 된다.

4.1. 대원칙

근체시의 대원칙은 압운, 평측, 대우가 있다. 이하 등장하는 ○는 평성을 ●는 측성 ◑는 평측통용을 약칭한다.

4.1.1. 압운(押韻)

짝수구의 마지막 글자는 무조건 평성으로 평수운 106운 가운데 같은 운을 써야 한다. 이를 일운도저(一韻到底)라고 한다. 단 첫째 구(절구의 기구, 율시의 수련의 출구)에도 쓸 수 있다.[8] 그리고 운자가 들어가지 않는 홀수구의 마지막은 무조건 측성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5언은 수구불용운이, 7언은 수구용운이 기본이다. 아래는 한시에서 사용되는 운이다. 당송시대의 광운 및 집운에서는 206운으로 나누었는데, 이후 평수운에서 일부 인운들을 통합하여 106개로 합쳤다. 이 중에 평성에 해당하는 운은 30가지이다.
사성
[9]
평성
東, 冬(鍾), 江, 支(脂, 之), 微, 魚, 虞(模), 齊, 佳(皆), 灰(咍), 眞(諄/臻), 文(欣), 元(魂/痕), 寒(桓), 刪(山), 先(仙), 蕭(宵), 肴, 豪, 歌(戈), 麻, 陽(唐), 庚(耕, 淸), 靑, 蒸(登), 尤(侯/幽), 侵, 覃(談), 鹽(添), 咸(銜/嚴/凡)
상성
董, 腫, 講, 紙(旨/止), 尾, 語, 麌(姥), 薺, 蟹(駭), 賄(海), 軫(準), 吻(隱), 阮(混/很), 旱(緩), 潸(産), 銑(獮), 篠(小), 巧, 皓, 哿(果), 馬, 養(蕩), 梗(耿/靜), 逈(拯/等[10]), 有(厚/黝), 寑, 感(敢), 琰(忝), 豏(檻/儼/范)
거성
送, 宋(用), 絳, 寘(至/志), 未, 御, 遇(暮), 霽(祭/泰), 卦(怪/夬[11]), 隊(代/廢), 震(稕), 問(焮), 願(慁/恨), 翰(換), 諌(襉), 霰(線), 嘯(笑), 效, 號, 箇(過), 禡, 漾(宕), 敬(諍/勁), 徑(證/嶝[12]), 宥(候/幼), 沁, 勘(鬫), 豔(㮇), 陥(鑑/釅/梵)
입성[13]
屋, 沃(燭), 覺, 質(術, 櫛), 物(迄), 月(沒), 曷(末), 黠(鎋), 屑(薛), 薬(鐸), 陌(麥/昔), 錫, 職(德), 緝, 合(盍), 葉(帖), 洽(狎/業/乏)
30가지 운자마다 소속한 글자의 수가 다르므로 시를 짓는 난이도도 달랐는데, 이에 따라 글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운의 난이도를 나누었다. 일반적으로 글자가 많고 뜻이 보편적인 것들이 많은 운을 관운(寬韻)이라고 하는데 東, 支, 虞, 眞, 先, 陽, 庚, 尤 등 8가지 운을 이른다. 다음으로 글자 수는 많지만 뜻이 편협하거나, 뜻은 많지만 글자수가 적은 운을 중운(中韻)이라고 불렀는데 冬, 魚, 齊, 灰, 元, 寒, 蕭, 豪, 歌, 麻, 侵 등 11가지 운을 이른다. 다음으로 글자 수가 적고 뜻이 편협한 것들을 착운(窄韻)이라고 하는데 微, 文, 刪, 靑, 蒸, 覃, 鹽 등 7가지 운을 이른다.[14] 마지막으로, 속한 글자가 지극히 적어 시를 짓기 어려운 글자를 험운(險韻)이라고 하는데 江, 咸, 肴,佳 등 4가지 운을 이른다.

특히 江운은 한시 난이도의 최고봉으로 한 시대를 뒤져서 몇구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짓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江운에 속하는 글자 중에 그나마 쓰이는 글자는 江, 窓, 雙, 邦, 降('항'으로 읽을 때), 缸(항아리), 幢(휘장) 정도이고, 나머지는 정말 평생 볼 일 없는 벽자밖에 없다. 그래서 '강운'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로 관용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험운을 사용하면 글자의 폭 자체가 좁기 때문에 한시를 짓기 어려워 벽자나 난자를 피하기 힘들다. 원칙을 어겼을 경우 낙운(落韻)했다고 한다.

일부 수구용운의 한시에서 수구의 압운에 다른 운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통운(通韻)이라고 한다. 이러한 통운은 모든 운이 다 호환되지는 않는다. 계열이 비슷한 운(인운/隣韻)끼리만 통운되었는데(東/冬/江,蕭/肴/豪등), 후대로 갈수록 통운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원래 시의 수구에는 운을 달 필요가 없었으므로 수구에 운을 닮은 사족이었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율시를 사운시(四韻詩)라고 칭했고, 10운이나 20운, 100운 등 배율은 수구에 운을 달았어도 그것을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시인들은 이 여분의 운각에 얼마간 자유를 허용하여 인운을 통운하는 방법을 구사하였다. 성당 이전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중당과 만당 이후부터 점차 많아졌으며 송나라 때에는 한 가지 기풍이 되었다.
인운(隣韻)
東, 冬, 江[15]
江, 陽[16]
支, 微, 齊, 佳, 灰
魚, 虞
眞, 文, 元, 寒, 刪, 先[17]
蕭, 肴, 豪
歌, 麻
佳, 麻[18]
庚, 靑, 蒸
[19], 覃, 鹽, 咸

○○●●○○●
●●○○●●○
(7언 수구불용운, 평기식의 예)

●●○○●●○
○○●●●○○
(7언 수구용운, 측기식의 예)

4.1.2. 평측(平仄)

  • 이사부동이륙동(二四不同二六同), 일삼오불론(一三五不論)
이사부동이륙대(二四不同二六對)라고도 한다. 각 구의 둘째자와 넷째자는 평측이 겹쳐서는 안 된다. 즉, 두 번째 글자가 평성이면 네 번째 글자는 측성, 두 번째 글자가 측성이면 네 번째 글자는 평성이어야 한다. 또한, 두 번째 글자가 평성일 경우 무조건 여섯 번째 글자는 평성이어야 한다. 두 번째 글자가 측성일 경우 여섯 번째 글자는 무조건 측성이어야 한다. 그리고 첫째, 셋째, 다섯째 구의 평측은 기본적으로 다른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한 자유로 둔다.[20]

여기서 첫 구의 두 번째 글자가 측성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측기식, 평성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평기식이라 부른다. 굳이 첫 구의 두 번째 글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사부동이륙대와 반염법 때문에 두 번째 글자의 평측에 따라 한시 전체의 구도가 절반 이상 고정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언절구의 경우, 평측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글자는 3~4글자밖에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실대(失對)했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 고평은 금하고, 고측은 피한다.
고평이란 측성 사이에 외롭게 낀 평성을 말하는데, 근체시에서는 이를 절대 금구로 삼는다. 그리고 고측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되도록이면 피하도록 했다. 일부에서 고성(孤聲) 자체를 금한다고 하는 말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고평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지만 고측은 꽤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오언절구 측기식에서 승구에서 보이는 ●○○●○의 형태는 문선이나 동문선에 찾아보면 넘치도록 많다. 즉 고측은 가능하면 피함이 좋긴 하지만, 사용한다고 해도 근체시의 완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고평을 금한다는 법칙은 있지만, 고측을 피한다는 법칙은 없다.

●○●●○○●(X)/○●○○●●○(△)/●●○○●●○(O)

  • 하삼련(下三連)은 금한다.
각구에서 맨 처음 3글자(123)나 가운데 3글자(7언 345)는 평측이 같아도 무방하나, 각구의 맨 마지막의 3글자(5언 345, 7언 567)는 평측이 같아서는 안 된다. 하삼평은 완전 금기이다. 정말 불가피하다만 하삼측을 사용할 순 있으나, 고측이 단순히 보기 안 좋은 수준이라면 하삼측은 거의 요를 범한 수준이라 요구가 필요하다. 아무리 불가피하더라도 상성, 거성, 입성이 섞여야 하고, 거성이나 상성이나 입성만으로 이루어진 하삼측은 하삼평과 마찬가지로 근체시 자체가 아니게 된다.

○○●●○○○(X)/●●○○去去去(X)/●●○○上去入(▲)/●●○○●●○(O)/

  • 반염법(反黏法)
염(黏/簾)[21]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염법은 말 그대로 反과 黏으로 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反은 簾이라고도 불러서, 한국에서는 反보다는 簾이라는 글자를 쓰는 가새렴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簾과 黏이 각각 렴/념이지만 한국에서는 두음법칙으로 둘 다 "염"으로 부르므로, 일반적으로 이 둘을 묶어서 염이라 한다.

黏을 현대 한자음으로 일반적으로 점이라 읽기 때문에 각각 가새렴과 점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반염법은 이사부동이륙대의 평측을 맞출 때 각구마다 反과 黏을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反(簾)이란 두 구의 평측을 반대로 해야한다는 것으로, 평성이 쓰인 다음 구에는 측성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黏은 두 구의 평측이 같아야 한다는 것으로 둘째 구에서 평성이 사용된 다음 구에도 평성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첫째구와 그 다음구에는 簾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평측을 넣고, 그 다음구에서는 黏을 사용하여 같은 평측을 사용하고, 다시 그 다음 구에서는 簾을 사용하여, 다른 평측을 사용한다. 簾이 틀린 것을 위렴(違簾)이라고 하며, 黏이 틀린 것을 실염(失黏)이라고 한다.

○○●●○○●
●●○○●●○
●●●○○●●
○○●●●○○
○○●●○○●
●●○○●●○
●●○○○●●
○○●●●○○[22]

여기서 첫째 구의 평성과 둘째 구의 측성이 쓰인 것이 簾이며, 둘째 구와 셋째 구 모두에 측성이 쓰인 것이 黏이다.

4.1.3. 대우(對偶)

대장(對仗), 대구(對句), 우구(偶句), 우대(偶對)라고도 하나 대구나 우구의 표현은 출구와 대구의 대구와 혼동될 수 있기에 대우나 대장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율시의 경우, 함련과 경련은 출구(각 련의 제1구)와 대구(각 련의 제2구)가 짝을 이뤄야한다. 형식상으로는 대응되는 단어의 품사, 문장성분, 두 구의 문장구조가 일치해야 되고, 내용상으로는 (당연하지만) 서로 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도 제한이 있는데, 의미가 비슷한 단어를 써서(예를 들어 海와 浪, 朝와 早) 대구를 만들면 에세이를 쓸 때 비슷한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취급을 당한다.

수련, 미련은 대우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23] 절구의 경우 대우를 기구와 승구가 대우를 이루거나 전구와 결구가 대우를 이룸이 원칙이나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수대라고 하여 두 구가 하나의 문장처럼 이루어지는 경우 대우를 한 것으로 치기도 한다.

4.1.4. 그외의 규칙

  • 문자부동(文字不同)
한 시안에서 같은 글자가 2번 이상 사용되면 안 된다. 단, 5언에서 첩어인 경우는 어느 정도 용납되는 편이지만, 7언에선 첩어도 되도록 써서는 안 된다.

4.2. 요구(拗救)

한시의 원칙을 벗어난 글자를 요(拗)라고 한다. 요구란 이러한 요를 구해서 근체시로 만드는 것으로, 한시 창작의 최고난도 기교다. 문선이나 동문선에 아무리봐도 근체시가 아닌 고시인데, 절구나 율시편에 들어가 있는 시들이 이러한 요구가 이루어진 시들이다. 근체시는 그 엄격한 원칙으로 시의 생명을 잃을 수 있는데, 이러한 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요구를 위해 평측을 일부로 어긋나게 만드는 것은 평측이 어긋났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요구는 주로 고문운동이 활발해서 서정적이고 낭만적이었던 당시풍에서 많이 보이며, 이후 엄격하고 논리적이었던 송시풍에서는 배격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요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인은 맹호연, 이백 등이고, 이 시기의 시들을 묶은 문집이 당시삼백수이다.

조선에서는 고려부터 이어져 조선중기까지 송시풍이 주류였다. 특히, 고려 후기에 과거를 급제한 사람들이 과거에 급제하고 소동파의 시를 즐겨 짓는 것을 일컬어 '삼십동파출'이라고 하였으며, 시체와 용사는 모름지기 소식과 황정견을 따름을 숭상했다. 그렇다보니 한국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잘 찾을 수가 없다. 여초의 정지상은 요체로 이름이 높았고 여말의 이규보[24], 유난히 당시풍을 잘 구사한 조선의 삼당시인 백광훈, 최경창, 이달이 있다.

요구를 할 경우 일삼오불론에까지 영향을 미쳐 시구 전체가 평측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요를 구하지 못하고 그대로 요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한시를 짓는 것에 매우 능숙해지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된다. 따라서, 요구를 정확히 할 자신이 없다면 함부로 쓸 기교가 아니다. 같은 구 내에서 구하는 자구와 출구와 대구를 맞추는 상구가 있다.

  • 측운시(仄韻詩)
말그대로 측성이 운자인 시다. 이 경우는 평측을 정반대로 뒤집어야한다.

●●●○○
○○○●●
○○●●○
●●○○●

  • 자구(自救)
같은 구 내의 글자의 요를 잡는 것이다.

오언절구 평기식의 기구에서 수구용운을 하게될 경우 ○○○●○의 형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고측이 되어 시의 형태가 보기 좋지 않게 되는데 여기서 첫째 자를 측성으로 하여 ●○○●○로 하여 평측을 맞춰준다. [25]

○○●●○(정격)/○○○●○(요체)/ ●○○●○(요구)[26]

또한 오언절구 평기식 수구불용운의 경우 셋쨰 글자를 쓰면 하삼측이 되어 형태가 망가지는데, 이 경우 대신 넷째 글자를 평성으로 두어 요구한다.

○○○●●(정격)/○○●●●(요체)/○○●○●(요구)[27]

  • 상구(相救)
출구에 요가 있을 경우 대구를 그에 맞추어 요구하는 방식이다.

기구에서 ○●●○● 형태로 요구를 한 경우 반대로 승구에서 ●○○●○로 짝을 맞춰서 운율을 맞출 수 있는데[28] 이런 것을 상구라고 한다.

4.3. 팔병(八病)

일단은 위의 규칙만 지킨다면 근체시로써 인정은 받았으나, 양나라 심약은 한시에서 꺼려야 할 8가지 문체를 지적하였다. 이를 팔병(八病)이라고 한다. 팔병을 엄격하게 지키는 문체를 영명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유미주의를 추구하기는 어려웠으므로 전부 지키지는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나머지 여섯 가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상미와 학슬은 가능하면 기피했다.

  • 평두(平頭)
오언시에서 연의 모든 첫째 글자를 평성으로 하거나, 첫째 글자와 여섯째 글자가 사성이 동일하거나 둘째 글자와 일곱째 글자가 사성이 같음을 꺼렸다. 다만, 근체시에선 둘째 글자와 일곱째 글자는 반염법에 따라 평측이 당연히 갈리게 되므로, 사실상 첫째 글자에 걸린 제약이 된다.

○○○●●
○●●○○
○●○○●
○○●●○
○○○●●
○●●○○
○●○○●
○○●●○

이런 형태가 되면 평두를 범한 것이 된다.

  • 상미(上尾)
오언시에서 첫째 구와 둘째 구의 다섯째 글자의 사성이 동일함을 꺼렸다. 이에 따라 근체시에서 오언시는 수구불용운을 정격으로 삼았다.[29]

●●●○○
○○●●○

즉 오언절구 수구용운은 상미를 범한 것이 된다.

  • 봉요(蜂腰)
오언시에서 둘째 자가 측성인 경우 둘째 글자와 다섯째 글자의 사성이 동일함을 꺼렸다. 칠언시의 경우 넷째 글자와 일곱자 글자를 따졌다.

上去平平去

이런 형태를 꺼렸다. 둘째 글자와 다섯째 글자가 모두 거성이기 때문이다.

  • 학슬(鶴膝)
오언시에서 첫째 구와 셋째 구에 같은 운을 쓰는 것을 꺼렸다.

○○○●質
●●●○江
●●○○質
○○●●江

이런 형태가 되는 것을 꺼렸다. 첫째 구와 셋째 구의 다섯째 글짜가 모두 質韻이기 때문이다.

  • 대운(大韻)
율시에서 한 연 안에 운자와 같은 운에 속하는 글자를 쓰는 것을 꺼렸다. 예컨대, 운자가 江인 경우 한 연에 窓이나, 降[30] 이 같이 있는 것을 꺼렸다.

質寘江魚問
尤侵物屋江

이런 형태가 되는 것을 꺼렸다. 운자인 江韻과 같은 운을 셋째 글자에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소운(小韻)
율시에서 한 연 안에 같은 운에 속하는 글자를 쓰는 것을 꺼렸다. 예컨데, 한 연 안에 罷와 解가 같이 있음을 꺼렸다. 이 둘은 모두 상성 蟹운이기 때문이다.

文東靑願曷
銑篠禡靑豪

이런 형태를 꺼렸다. 연의 셋째 글자와 아홉 번째 글자에 모두 靑韻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 방뉴(傍紐)
한 구에 성모(聲母)가 같은 글자를 쓰는 것을 꺼렸다. 예컨데, 柳와 陸은 둘 다 來母이므로, 이 글자가 한 연에 들어가는 걸 꺼렸다.

知審娘明知
이런 형태를 꺼렸다. 知母가 2번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정뉴(正紐)
한 구에 같은 꿰미(紐)에 속하는 글자를 쓰는 것을 꺼렸다. 예컨대, 東운, 董운, 送운, 屋운을 한 구 안에 같이 쓰는 것을 꺼렸다. 예컨대, 中과 諷이 한 구에 같이 있는 것을 꺼렸다. 中운 東운이고 諷은 送운으로 같은 꿰미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箇養陽肴屑

이런 형태를 꺼렸다. 養과 陽은 둘 다 宕攝에 속하고, 평성과 상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1] 단, 칠보시를 진짜 조식이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2] 보통 '후대 사람이 책을 읽다 이 부분을 읽고 시를 썼다.', '후대 사람이 이 인물을 기리며 시를 썼다.'는 식으로 주석이 들어간다.
[3] 당현종 이전 시대
[5] 小律은 본래 절구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명, 청 이래로 6구로 이루어진 율시를 가리키는 명칭이 되었다. 이를 엄격한 의미의 율시로 볼 수 있는가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6] 2구를 한 연(聯)으로 하며, 4연을 각각 수련(首聯), 함련(頷聯), 경련(頸聯), 미련(尾聯)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 연의 1구를 출구, 2구를 대구라고 부른다.
[7] 말 그대로 일반 율시의 몇배 이상의 율시라는 의미. (하지만 倍와 排로 글자가 다르기 때문에 확장한다는 의미로 봄이 좋을 듯하다.) 배율은 원칙상으로 수련과 미련을 그대로 두고 함련과 경련을 무한히 늘린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율의 경우 수련, 미련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우법을 써야 한다.
[8] 이 첫째 구에 운을 쓰는 것을 수구용운, 운을 하지 않는 것을 수구불용운이라고 한다.
[9] 괄호 안의 운목은 광운 206운 중 평수운에서 합쳐진 운임
[10] 108운에서는 拯, 等운을 묶어 拯운으로 따로 분류한다.
[11] 한국 한자음에서는 이 夬운에 속하는 한자만 溪母가 유지되었다.
[12] 108운에서는 證, 嶝을 묶어 證운으로 따로 분류한다.
[13]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입성 한자들은 한국 한자음으로 모두 종성이 ㅂ, ㄹ, ㄱ 셋 중 하나이다. 실제로 ㅂ, ㄹ, ㄱ 받침인 한자들은 전부 입성이다.
[14] 다만 微운은 글자수는 적지만 한시로 쓸 글자들이 많아 운자로는 적지 않게 사용되었다. 飛, 輝, 非, 威, 祈 등 자주 쓰이는 글자가 적지 않기 때문.
[15] 현대의 한자음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江운의 중고한음은 ɔŋ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초당시기까지만 해도 江운은 오히려 東, 冬운과 가까웠고 唐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 한국한자음에서 ㅏㅇ 소리가 나는 한자들은 거의 唐운에 속했다.
[16] 단 江운과 陽운은 원래 엄격하게 구별되어 초당~성당시기까지만 해도 이 둘이 통운되는 일은 없었다. 이 둘의 통운은 중당 이후에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17] 이 여섯 운의 통운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眞/文), (文/元), (寒/刪), (刪/先), (先/元)은 자주 통운되었고 (眞/寒), (寒/先), (元/刪)은 드물게 통운되었으며 (眞/寒), (寒/元), (文/寒), (文/先), (先/文), (先/眞)은 서로 통운되지 않았다.
[18] 당나라 시에서 佳와 麻운을 통운하는 경우가 있는데, 佳 이외의 다른 佳운 글자들을 麻운과 통운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
[19] 일반적으로 나머지 셋과 잘 통운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蒸운과 통운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20] 그러나 사실상 이는 허언이다. 다른 원칙을 모두 지킬 경우 5언은 3번째가, 7언은 5번째는 평측이 고정되어 사실상 자유로운 건 첫 번째 정도이다.
[21] 한자가 틀린 게 아니다. 粘의 '정체자'가 바로 黏이고, 반절은 尼占切(ㅣ+ㅈㅕㅁ)이므로 이 된다. 즉 粘(黏)의 원음이 이라는 소리.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서 세월이 지나면서 음이 바뀐 한자로는 구(歐, 원음 우), 만(灣, 원음 완) 등이 있다.[22] 수구불용운 칠언율시
[23] 이는 전술했다시피 배율에도 적용
[24] 비전공자들에게는 슬견설이나 국선생전 정도만 알려진 인물이지만 국문학계나 한국 한문학계에서는 이규보만큼 특이한 사람이 없다. 현재 한국에서 국문학과나 한문학과에서 언터처블급 지위인 조동일 교수의 한국문학통사에서는 따로 한 장에서 다룰 정도로 문제인물이다. 송시 일변도인 고려-조선 한문학사에서 용사가 아닌 신어를 주장하고 한국 고유의 표현을 중시하는 등, 여말 국문/한문학계에서는 반드시 한 번은 다루고 넘어간다. 신어를 주장했기 때문에 백이면 백 이인로와 대비해서 교수들이 침이 마르게 강조한다.
[25] 다만 이 경우 일반적으로 셋째 글자를 측성으로 하는 ○○●●○ 형태가 훨씬 더 일반적이다.
[26] 단 이 경우, 후술할 상구로 승구도 이에 맞게 요구 해야 한다.
[27] 이 경우는 요구를 위한 의도적인 셋째 글자와 넷째 글자의 평측 교환이기 때문에 실대하지 않았다고 친다.
[28] 다만, 이 형태로 요구할 수 있는 건 통상적으로 오언시의 넷째 글자와 칠언시의 여섯째 글자이다. 오언시의 둘째 글자와 칠언시의 넷째 글자의 고평 요구로 구할 수 없다.
[29] 이 오언시에서 수구용운체가 유난히 자주 사용된 시기가 있는데 바로 만당시다. 초당~중당 시기의 한시나, 엄격하기 짝이 없는 송시와 비교되는 만당시의 한 가지 특징이다.
[30] 항복할 항 한정. 내릴 강은 거성 絳운이다. 降(내릴 강)과 江이 같이 쓰이는 것은 대운이 아닌 정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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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酌/ 白居易
            대작/백거이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굉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痴人
불개구소시치인

작디 작은 달팽이 좁고 주변은 천인절벽 낭떠러지인 소뿔 꼭대기에서 그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한 순간의 삶이 아니던가

때로는 풍족한 대로, 때로는 부족한 대로 즐기며 살아가게나

아웅다웅 다투는 세상사에 입 벌려 웃어 넘기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어리석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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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관한 시모음



봄의 유혹      /신진식



내 어릴적에는 겨울이 좋았다

눈 밭을 뒹굴고

소나무 다듬어 철사줄 얽어맨

스케이트를 타고 깔깔대며 놀았다

이젠 싫다

마음도 시린데 너까지 추우니



30대 초반에는 여름이 좋았다

이글대는 태양이 좋았고

달 그늘 아래

밤 새는줄 모르고 한없이 나누며

부딪치는 우정이 좋았다

이젠 싫다

끈적거려 싫고

쭉쭉 빠진 여인네의

관능미를 보노라면

시샘이 나서 싫다



50대초반에는 가을이 좋았다

현란한 다풍이 좋았고

몽실몽실한 열매 들이 좋았다

이젠 싫다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을수 없으니

늦가을 앙상한 가지들은 더욱 싫다



희끗희끗한 반백이 되니 봄이 좋다

비집고 용트림하는 새싹이 좋고

딱딱한 껍질을 박차고 나오는

숨 막히게 다가오는

잎새의 향기 때문에



뛰어가 나누고 싶은

봄의 유혹



그래서 봄이 좋다





봄의 소리        /(宵火)고은영



흰 눈이 듬성듬성 얼어 있던

유년의 산자락에

삶을 위해 사랑을 위해

환희와 행복을 위해

고고하게 피어있던 노오란 수선화

그 짙은 향기로 여울지던 기억도

추억의 한 장으로 남은

빛바랜 조각이다



이 어둠의 꼬치에서

빛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면

겨울은 세월의 바깥으로 소멸하고

냉기를 앓던 내 가슴에도

부어오른 심장에도 설렘의 밀물로

야금야금 물오르는 소리 소리





봄 따라온 님     /김종덕



말없이 가을 등에 업혀

기약 없이 가신님



노란 손수건 보면 올 새라

산수유 언덕에 올라 봅니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토라진 님의 얼굴과 닮아 있었는데

산수유 꽃술 속에 님 모습 아련합니다



말없이 떠남은

돌아온다는 뜻이었겠지요



산동에는

모두 님 잃은 님들이

님 찾으러 온 것 같습니다



모두

꽃잎에 입 맞추는 눈물 빛이

너무도 고와 보입니다



눈에도 세월이 흘러

님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님께서

내 곁에 와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가 있어 행복합니다



* 산동 :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수유 마을.





봄이 오면        /김기원



십이 열차 과함 소리 시끄러운 부산쇠마당

해 뜨기 전에 자갈치 아지매는

게기 사라고 달 잡는 목소리 깨깨 지르고

꼬부내이 골목집을 이리 저리 너무시 본다



그마 늦잠이 깬다 이 이 그 년 이년아

쇠이기 아퍼 아침 나잘에 잠 좀 자뻐잘라 했는데

미천 년아 네년은 잠도 자뻐저 아니자나

새벽 나잘부터 죽는 지상을 하고 개부알 앓는 소리

내 좀 근디리지 마라

입이 꼴려 모독티리 잡아 먹고 싶다



부산 영도 갯가 메려치 뱃고동만 불면

가시나 년은 얼굴 판때기에 분칠 좀하고

궁대만 짤랑거리고

머슴아 새끼는 기가 빠져 말라져 지리 죽겠다

오새 봄날에 머슴아 놈 간 다 녹히고 빼인다



자갈치 아재매야 게기 판때기 몽땅 내다 버리라

누구 먹이 살릴라고 날도 안샌는데 패악을 치노

야, 이년아 가레이 꼬장주 벌릉거리면 호양년 되에

별놈이 인나 쫓방아 잘 징우면 붙어 사는 거라





봄날은 간다      /김행숙



오른손에 있는 것을 왼손에 옮길 수 있지

우리는 그렇게 흔들흔들 바구니를 손에 들고 산책을 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어

오늘은 4월의 금빛 햇살이 넘실거리네

달걀 껍질 같은 것

막 구운 빵 냄새 같은 것

실오라기가 남아 있는 단추 같은 것, 눈동자 같은 것,

그것은 누구의 가슴을 여미다가 터졌을까

누구의 가슴이든 실금 같은 진동이 있지

오늘 저녁에는 네 가슴에 머리를 얹어봐야지

신기해, 왼손에 있는 것을 오른손에 옮길 수 있다는 것

내 손에 있는 것을 네 손에 옮길 수 있다는 것

바구니는 넘치는데 우리는 점점 더 가벼워지네

바구니가 우리를 들고 둥둥 떠가는 것 같네





봄의 연가        /박선옥



햇살 가득 품고

연초록빛으로 담쟁이 꽃

하늘 끝까지 간다아닙니꺼



꽃바람에 화르르

떨고 있는 가냘픈 새순

길 가는 나그네 발길 잡으며



수줍은 새악시 마냥

낭군을 애타게 기다리며

아픈 사연 고운 사연



그리움으로 물들어

여울처럼 번지는 봄볕

지나치는 가슴마다

각시처럼 고운 미소

아름드리 피어났다 아입니꺼





봄날의 그리움      /세영 박광호



지난밤엔 비바람 몰아치더니

눈부신 한낮,

밉던 먹구름도

창공에 목화송이를 피우고

연초록 살아나는 머~언 산엔

봄꽃들로 얼룩이 더욱 지네...



목련꽃 벚꽃이 펼쳐놓은

꽃잎의 카펫위로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는 정원,

긴 삼동의 풍상에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피어낸 꽃들과 새싹들



그러기에

품겨나는 향기도 짙은 봄날이

아련한 그리움 보듬는가?



오늘은 그 임이 더욱 그립다.





더디게 오는 봄      /박인걸



당신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지 않고

여러 번 망설이다.

아주 더디게 다가왔지.



어떤 때는 토라지고

차갑게 냉소 짓다

어느 날은 환한 미소로

내 마음을 흔들었지.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일부러 차갑게 대할 때

한 없이 야속했지만



천천히 마음 문을 열고

애태우며 다가온 당신이

결코 얄밉지 않은 건

너무나 아름다워서입니다.





그리운 봄     /정태중



누가 그러더라 봄엔 물푸레 가지 흔들거리면

떠난 기억들 다시 온다고



꽃이 피는 이유를 묻거든

어떤 나절의 고통을 나누려는 것이라는데

그러게 말이야

광대나물꽃에 날아든 벌이며 나비며

저들의 날갯짓 조곤히 보면

한평생 광대로 산 내 모습 같아야



솔개 한 마리 높이 날고

종달새 쪼로롱 청보리밭 기웃기웃

그러게 말이야

그리운 봄은 그리움에 갇혀

다시 오지 않아야



누가 그러더라 봄엔 물푸레 가지 흔들거리면

떠난 기억들 봄비로 돌아온다고.





봄이 오는 길    /임숙현

따사로운 햇살에
시련을 견디며
피워내는 꽃망울

고통스러웠기에
느낌으로 만나는
사랑하는 마음에

이슬처럼 맑은
사랑의 속삭임
그리움 품고

기쁨이고저
세월의 다리를 건너
한마음 닿으려 하니

마음에서 오는 생각
기쁨으로 이어져
사랑으로 아름다울 수 있기에

초록빛 싹 틔우는 가슴
마음 적셔오는 따뜻함에
조용히 미소 집니다





봄의 위치           /박유동



개울가 언덕 밑으로 걸어가니

어제같이 눈이 두텁게 덮이었었는데

오늘은 가뭇없이 흔적도 없네

눈석임물 기름진 풀밭에

언제 풀잎이 파랗게 올라왔을까

더러는 한 뼘이나 쑥쑥 자랗네



봄은 훈훈한 남풍에 밀려오고

먼 산비탈에 아지랑이 아물아물

봄 아가시 진달래꽃 들고 온다는데

어찌 눈석임물 금방 녹은 얼었던 땅에

봄의 새싹이 저렇게 두둑이 돋았느냐

봄의 싱그러운 향기가 물씬 풍기네



누가 봄은 아직 남도 끝에 머문 다더냐

겨우내 대지를 덮었던 눈 이불 재끼고

바로 땅 속에서 봄이 떠들고 나왔잖으냐

원래 봄도 눈 덮인 땅 속에 품고 있었나보네

바라보면 비바람 설한풍 모진 세월 속에서도

사랑하는 님은 언제자 내 가슴 속에 있었듯.....





봄처녀        /장진순



해산의 진통이

숲으로 번져가고

어둠을 사르는

취기 오른 진달래

창가 아가씨의 가슴에 불 지른다

-

어느새 그녀는

화사한 차림으로

꽃비 맞으며 공원을 맴돌고

따라오는 이도 없는데

자꾸만 뒤 돌아본다

-

도심에 불 켜지고

제과점, 커피 잔 마주앉아

음악에 젖어드는 아가씨

-

허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핸드백을 침대에 던져놓고

옆에 쓰러져 눕는다.

초점 없이 한곳을 바라보다가

누가 부른 것처럼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본다.

-

TV를 켰다가

셀 폰을 들었다가

베개를 끌어안고

이유 없이 흐느끼다가

어느새 꿈속을 거니는 ...





봄빛 창가에서     /김인숙



따스한 봄빛 내린

창가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싹틔우고 꽃피운

고운 자리마다

어제 내린 비로

그리움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겨울부터

설레는 봄빛을

품으신 그대

내 가슴속 봄 길로

걸어오시는지



숨 쉴 때마다

그대의 향기 나는 온기가

쓸쓸한 심장 속에

붉은 꽃망울을

톡 톡 터트립니다





봄감기     /이외수

겨울에 얼어 죽은 가래나무 빈 가지에
겨울에 얼어 죽은 가래나무 새 한 마리
날아와 울 때까지
봄밤에도 몇 번이나 눈이 내리고
더러는 언 빨래들 살을 부비며
새도록 잠을 설치는 소리

황사바람이 불고 흐린 산들이 떠내려가고
다음 날 이마 가득 금줄무늬로 햇빛 어리어
문득 그리운 이름 하나 떠올리면
살아 죄없을 사람들은 이미 죽어서 풀잎이 되고
봄감기 어지러운 머리맡
어느 빈 터에선가
사람들 집짓는 소리
집짓는 소리





봄을 듣는다      /윤무중

지난 밤 만났던 연인이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매서운 적막을 날리더니
마음 활짝 열어 미소를 던진다

대지는 촉촉한 기운을 품고
온기가 나무에 스며들며
서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얼굴 마주하며 눈빛 건넨다

오늘도 산새 한 마리 봄 찾아
둥지 속에 햇살을 가두고
여기저기 움트는 초록빛으로
내 곁에 다소곳한 봄을 듣는다





추운 봄      /나호열  

소리없이 진군한 소문은
곳곳에 봄을 퍼뜨려놓고
철없는 아이들처럼
개나리로 피어 있다
소문을 믿고
내의를 벗은 우민들은
무더기로 모여 떨고
정부는 서둘러 독감주의보를 발표했다
수상한 공기를 조심하시오
군중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시오
덧난 상처들이 부스럼꽃으로
피어 있는 동안
사람들은 몸 속에 머리를 처박고
거북이처럼
터널을 지나갔다
추운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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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나호열


알몸으로 오는 이여

맨발로 달려오는 이여

굳게 닫힌 문고리를 가만 만져보고 돌아가는 이여

돌아가기 아쉬워

영영 돌아가지 않는 이여

발자국 소리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면

문득

뒤돌아 초록 웃음을 보여주는 이여



♡토마스가 토마스에게 / 나호열


사랑해

이 짧은 시를 쓰기 위해

너무 많은 말을 배웠다


♡사랑의 온도 / 나호열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데울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

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

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그대여

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

온혈동물의 신비한 체온일 뿐이다


♡달팽이의 꿈 / 나호열

오늘도 느릿느릿 걸었다

느릿느릿 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성급하게 인생을 내걸었던 사랑은

온몸을 부벼댈 수밖에 없었던

세월 앞에 무릎을 꺾었고

나에게는 어차피

도달해야 할 집이 없다

나는 요가수행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잠을 구겨 넣는다

언제나 노숙인 채로

나는 꿈꾼다

내 집이 이인용 슬리핑백이었으면 좋겠다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나호열

출렁거리는

억 만 톤의 그리움

푸른 하늘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혼자 차오르고

혼자 비워지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리움의 저수지

머리에 이고

물길을 찾아갈 때

먹장구름은 후두둑

길을 지워버린다

어디에서 오시는가

저 푸른 저수지

한 장의 편지지에

물총새 날아가고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오늘은 조각달이 물위에 떠서

노 저어 가보는데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주소가 없다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용서해다오
흘러가는 강물에 함부로 발 담근 일
흘러가는 마음에 뿌리내리려 한 일
이슬 한 방울 두 손에 받쳐드니
어디론가 스며들어가는
아득한 바퀴 소리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들을 위하여
은밀히 보석상자를 마련한 일

용서해다오
연기처럼 몸 부딪쳐
힘들게 우주 하나를 밀어올리는
무더기로 피어나는 개망초들
꽃이 아니라고
함부로 꺾어 짓밟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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