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작자미상 고시조

源堂 徐昌植 2025. 2. 27. 13:37

 

1

나비야 靑山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던 잎에서나 자고가자

 

2

산중에 冊曆없어 철가는 줄 모르도다

꽃피면 봄이요 잎 지면 가을이라

아이들 헌옷 찾으면 겨울인가 하노라

 

3

去年에 보던 꽃을 今年에 다시 보니

반갑다 花香이여 너도 또한 반기느냐

그 꽃이 무어하니 그를 답답하여라

 

4

꽃은 밤비에 피고 빚은 술은 다 익거다

거문고 가진 벗이 달과 함께 오더마는

아이야 달 오른다 벗 오시나 보아라

 

5

산중에 閉戶하고 한가하게 앉아있어

萬卷書로 生涯하니 즐거움이 그지없다

행여나 날 볼님 오시거든 나없다고 살와라

 

6

綠楊芳草안에 소 먹이는 저 아이야

비 맞은 行客이 묻노라 술 파는 데

저 건너 杏花 날리니 게 가 물어보소

 

7

가만히 웃자하니 소인의 행실이요

허허허 웃자하니 남 요란히 여길세라

웃음도 시비 많으니 잠간 참아 보리라

 

8

말은 가자 울고 임은 잡고 울고

夕陽은 재를 넘고 갈 길은 千里로다

저 임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9

사립에 되중이 입고 한 손에 호미들고

山田골 매다가 夕陽에 누웠으니

목동이 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운다

 

10

死生이 차례없이 老少로 아니 가되

年華世界에 속절없이 늙었구나

두어아 남은 해를 아니 놀고 어이리

 

11

달 밝고 바람은 찬데 밤 길고 잠 없어라

북녘 땅으로 울어 예는 저 기덕아

짝 잃고 우는 정이야 네오 내오 다르랴

 

12

각시네 손목을 쥐니 당싯당싯 웃는구나

어깨 너머 등긁으니 점점 나서 나를 안네

저 임아 나시듯이 마소 가슴 답답하여라

 

13

간밤에 울던 그 새 여와 울고 게가 또 쇠나니

자네 걸어 죽어지라 하였더니

전하길 잘못 전하여 주걱 주걱 하도다

 

14

가더니 잊은양하여 꿈에도 아니 뵈네

설마 임이야 그 덧에 잊었으랴

내 생각 아쉬운 전차로 임의 탓을 삼노라

 

15

간밤의 꿈도 좋고 아침에 까치 울더니

반가운 자네를 보려고 그런 탓에

반갑다 반갑다 밖에 하올 말이 없어라

 

16

간다고 설워마라 두고 가는 나도 있다

가며는 아주 가고 아주 간들 잊을 손가

가다가 임 생각나면 오던 길로....

 

17

가더라소 가더라소 날왔다가 가더라소

빈 방 찬차리에 혼자 못자 가더라소

밤동안 지는 잎 소리에 애끓는 듯 하여라

 

18

간다고 설워마오 두고 가는 나도 있소

山疊疊 水重重한데 부디부디 평안히 가오

가다가 좋은 임 만나면 갈지말지...

 

19

노래를 못 부르는 나를 부르라고 하시니

부르나 못 부르나 부르는 나를 보려니와

좌중에 웃기고 웃길 손 나뿐인가 하노라

 

20

너추리 너추리여 얼운쟈 박 너추리야

어인 너추리인데 손을 주어 담을 넘나

우리도 새 님 걸어두고 손을 줄까 하노라

 

21

가마귀 깍깍 아무리 운들 님이 가며 내가 가랴

밭가는 아들 가며 베틀에 앉은 아기 딸이 가랴

쟤 너머 물길러 간 며늘아기 네나 갈까 하노라

 

22

가마귀 검으나 따나 해오리 희나 따나

황새다리 기나 따나 오리다리 짧으나 따나

세상에 흑백장단은 나는 몰라 하노라

 

23

산마다 玉 있으며 玉마다 眞品이라

蓬萊山 제일봉에 玉塵이라하는 玉이

아마도 옥중 眞品은 너뿐인가 하노라

 

24

山影樓 비 갠후에 白雲峯이 새로워라

桃花 뜬 맑은 물은 골골이 솟아난다

아이야 武陵이 어디메오 나는 옌가 하노라

 

25

山外에 有山하니 넘도록 뫼이로다

路中 多路하니 녜도록 길이로다

山不盡 路無窮하니 갈 길 몰라 하노라

 

26

꼭대기 오르나하고 낮은 데를 웃지 마라

네 앞에 있는 것은 내려가는 일 뿐이니

평지에 오를 일 있는 우리 아니 더 크랴

 

27

꽃은 밤에 피고 술 익은지 어제 그제

이보오 벗님네야 草堂으로 모이소서

山中에 안주는 없으나 멸 고사리 足하여라

 

28

今年花가 去年花같고 今夜月이 昨夜같아

無情 歲月 백발을 재촉한다

두어라 花前月下 놀고갈까 하노라

 

29

굼뱅이 매암이 되어 나래 돋혀 날아올라

높으나 높은 나무에 소리는 좋거니와

그 위에 거미줄 있으니 그를 조심하여라

 

30

귀 이미 막혔으니 밝힌들 무엇하며

평생의 다문 입을 다시 열어 무엇하리

만일 그른 일 뵈거든 감아둘까 하노라

 

31

기러기 다 날아가니 소식을 뉘 전하리

꿈이나 꾸자하니 잠이 와야 꿈 아니꾸랴

잠 조차 가져간 님을 생각하여 무엇하리

 

32

그러하거니 어이 아니 그러하리

이리도 그러그러 져리도 그러그러

아마도 그러그러하니 한숨겨워 하노라

 

33

그리며 살지 말고 차라리 사라져서

月明空山에 두견새 넋이 되어

밤중만 사라져 울어 님의 귀에 들려라

 

34

구름은 가건마는 너는 어이 못 가는고

비는 오건마는 임은 어이 못 오는고

우리도 구름비 같아 오락가락 하리라

 

35

개야 검둥개야 축쳐진 이 망할 개야

나 먹든 수파머리를 내 아니먹고 너를 주니

밤중만 정든 님 오시거든 보고 잠잠...

 

36

누고 뉘 이르기를 고운 님 離別後에

날과 달이 가면 잊으라 하던 게고

나달이 하고 갈수록 더욱 설워하노라

 

37

겨울날 따스한 볕을 임 계신데 비취고자

봄미나리 살찐 맛을 임에게 드리고자

임이야 무엇이 없으랴마는 내 못잊어 하노라

 

38

누구셔 壯士라던고 이별에도 장사 있나.

明皇도 눈물지고 項羽도 울었거든

하물며 匹夫單身이야 일러 무엇하리오.

 

39

누운들 잠이 오며 기다린들 님이 오랴

이제 누웠은들 어느 잠이 하마 오리.

차라리 앉은 곳에서 긴 밤이나 새우리라.

 

40

눈물이 眞珠라면 흐르지 않게 싸두었다가

십년 후 오신 님을 구슬 城에 앉히련만

痕迹이 이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41

孔子왈 孔子왈 하면 모두 다 성현인가

觀世音菩薩 하면 모두 도승인가

인생이 一場春夢이라 아니 놀까...

 

42

개야 짖지마라 밤 사람이 다 도적일까

두목지 豪傑이 임 추심 다니노라

그 개도 호걸의 집 갠지 듣고 잠잠하더라

 

43

객리에 시름하니 검던 머리 세노매라

엊그제 푸르던 잎 너는 어이 누르거니

白髮이 黃葉을 대하여 못내 슬허하노라

 

44

갈 길이 멀다하나 저 재너머 님 집이라

세로 松林에 달이 좇아 돋아온다

가뜩에 굶은 나귀를 몰아 무엇하리

 

45

달아달아 밝은 달아 李太白이 놀던 달아

태백이 騎鯨飛上天후이니 누구와 놀려 밝았느냐

내 역시 風月之豪士라 날과 놂이 어떠리

 

46

늙은 줄 모르더니 兒孩가 자랐구나

이 아해 다 늙어서 어드러로 가려하노

두어라 天命이 有限하니 갈데 알아 무엇하리

 

47

功名을 하직하고 鄕山으로 내려와서

밭 갈고 모심어 한 세상 농부되오이다

때맞춰 비가 내리어 五穀이 豊年든다

 

48

값 없는 江山이요 말 없는 綠水로다

일없는 淸風이요 시름없는 明月이라

아마도 病 없는 이몸이 놀고 갈까 하노라

 

49

술 먹지말자 하고 盟誓 하였더니

盞 잡고 굽어보니 선웃음 절로 난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맹서 풀이 하리라

 

50

설령 죽을지라도 명당이 빈 데 없네

三神山 不死藥을 다 캐어 먹을망정

海中에 새 뫼 나거든 게가 들까 하노라

 

51

임그린 相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秋夜長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52

수박같이 두렸한 임아 참외같이 단 말씀마오

가지가지 하시는 말이 말마다 왼 말이로다

구시월 씨동아 같이 속 성긴 말 말으소서

 

53

잊자하니 情 아니요 못 잊으니 病이로다

長歎息 한소리에 속 썩은 물 눈에 가득

정녕이 나 혼자 이럴진대 썩여 무엇하리요

 

54

임은 죽어가서 靑山이 되어 있소

나는 죽어가서 접동새 되었음 새

청산에 접동이 울거든 나인 줄을 생각하소

 

55

임이 가오실 제 노고 넷을 주고 가니

오노고 가노고 보내노고 그러노고

그 중에 가노고 보내노고 그러고 노란다

몸 속 깨어버리고 오노고만 두리라

 

56

離別 서러운 줄을 織女야 아느니라

烏鵲橋 변에 여의노라 우는 눈물

인간에 궂은 비되어 일 못가게 하노라

 

57

이별이 불이되니 肝腸이 타노매라

눈물이 비되니 끌 듯도 하건마는

한 숨이 바람이 되니 끌동말동 하여라

 

58

아니헤어 알 길 없고 저리헤어 알 길 없네

헤어 모를 일을 다시 헨다 알랴마는

아쉽고 그리는 감에 행여 알까...

 

59

이 몸이 사라져서 임의 잔에 술이되어

흘러 속에 들어 임의 안을 알고런자

맵고도 박정한 뜻이 어느 굼게 들었느고

 

60

偶然히 知面한 情이 深入骨髓에 病이 들어

日未深月未幾에 分手相別이 웬말이냐

아이야 꾀꼬리 날려라 물결같게

 

61

가나이다 가나이다 소신 돌아가나이다

忠君도 하려니와 養親인들 마오리까

구태여 오라하시면 다시 돌아 오오리라

 

62

내 나이를 풀어내여 열다섯만 하얏고져

센 헬 검게내어 아이 양자 맹글고져

이 벼슬 다 드릴망정 도령님이 되고져

 

63

닭 한 홰 운다하고 하마 일어나 가려느냐

지근 덧 지정여 또 한 홰 들어 보소

그 닭이 시골서온 닭이라 제 어미 그려 우느니

 

64

네 이름이 절이라니 내 이름은 중이로다

산고해심한데 절을 본 중이 어디 가랴

상좌야 장삼 받아 법당에 걸어나 쉬고 갈까

 

65

가로지나 세지나 중에 죽은 후의 내 아니더냐

나 죽은 무덤위에 논을 갈고 밭을 갈고

나 죽은 후의 내 아니더냐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살아신 제 놀리라

 

66

넘고 넘는 고개 길에 쉬지 않는 나의 걸음

육십의 고개 넘고 나니 하염없이 해저무네

묻노라 앞에 사람아 몇 고개나 남았나

 

67

松下에 앉은 중아 너 앉은 지 몇百年고

山路 險하더냐 갈 길을 잊었느냐

앉고도 못 일어나는 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68

술먹고 취한 후에 얼음 구멍의 찬 숭늉과

새벽에 임 가려거든 고쳐 안고 잠든 맛과

세간의 이 두 자미는 남이 알까 하노라

 

69

천하 비수검을 한데모아 비를 메어

南蠻北狄을 다 쓸어버린 후에

그 쇠로 호미를 맹그러 강상전을 매리라

 

70

천하에 쌓인 곡식 일시에 흩어내어

억만만 蒼生을 다 살겨 내고라자

그제야 含哺鼓腹하여 同樂太平 하리라

 

71

가시리 못가시리 날을 두고 못 가시리

가다가 올지라도 오다가란 가지마소

아마도 이 임의 이별은 살똥말똥 하여라

 

72

가노라 슬퍼마소 보내는 나도 있네

백사장 천리 길에 몸이나 좋이 가소

가다가 세 한숨 지거든 날인가 돌아보소

 

73

가더니 잊은 양하여 꿈에도 아니 뵈네

내 아니 저를 잊었거든 젠들 설마 잊은 소냐

얼마나 眞藏할 님인데 살뜬 애를 끊는고

 

74

꽃이면 다 고우랴 草香이면 꽃 아니요

벗이면 다 벗이냐 無情이면 벗 아니라

아마도 有香 有情키는 님 뿐인가

 

75

내라 내라하니 내라하니 내 뉘던고

내 내면 낸 줄을 내 모르랴

내라셔 낸 줄을 내모르니 낸동만동하여라

 

76

藍色도 아닌 나요 草綠色도 아닌 나요

당대홍 진분홍에 연반물도 아닌 나요

각씨에 物色을 모르셔도 나는 眞藍인가 하노라

 

77

네도 이러하면 이 얼굴을 그렸으랴

愁心이 실이 되어 굽이굽이 맺혀있어

아무리 돌려고 하되 끝간 데를 몰래라

 

78

달은 반달이로되 온 천하에 다 비추고

눈은 둘이로되 먼데 임 못보나니

보거나 못 보거나 중에 소식조차 그쳤나

 

79

달이 낮같이 밝은 밤에 싱거울 손 기러기 소리

눈 속을 무릎 쓰고 기룩 두루룩 나라드니

소식을 물으렸더니 임이 벌써...

 

80

달이 있을 때는 저 본 듯 사랑하더니

사랑하는 달조차 무정히 어디간고

두어라 有信한 달이니 임 데리러 간가 하노라

 

81

千山에 눈이오니 산 빛이 玉이로다

저 뫼 푸른 빛은 봄비에나 나려니와

희그시 검기지 못한 손 白髮인가 하노라

 

82

전원에 봄이 드니 할 일이 분분하다

약포도 매려니와 花草모종 늦어간다

아이야 竹田에 대 베어라 사립 걸게

 

83

젓(笛)소리 반겨들고 고소성을 올라가니

한산사 찬바람에 취한 술 다 깨거다

아이야 酒家가 何處오 典衣沽酒 하리라

 

84

저 가는 저 사람아 네 집이 어드 메오

나는 정처 없이 간 데마다 집이로다

옷 벗어 받은 집이 다 내 집인가 하노라

 

85

長短은 자로 알고 輕重은 저울로 아네

아침에 얻은 金을 저녁 저자에 값을 뵈니

어디서 눈 어두운 장사가 주놓을 줄 몰라 하더라

 

86

일생에 얄미울 손 거미 밖에 또 있는가

제 배를 들어내어 망녕그물 맺어두고

꽃보고 임 노는 나비를 잡으려 하는구나

 

87

梨花雨 흩뿌리고 杏花雪 날릴 적에

당나귀 술을 싣고 어드러로 향하느냐

武陵에 봄 간다하니 傳送코져 하노라

 

88

人生은 절로 가네 世事는 날로 가네

古今의 사람도 이 뜻 알 리 없도다

이 뜻 곳 알으시거든 長醉不醒하세

 

89

이러니 저러니 말고 술만 먹고 노세그려

먹다가 취하거든 먹은 채 잠이 들어

취하고 잠든 덧이나 시름 잊자 하노라

 

90

柚子는 근원이 중하여 한 꼭지에 둘씩 셋씩

狂風大雨라도 떨어질 줄 모르는고

우리도 저 柚子같이 떨어질 줄 모르리라

 

91

넓으나 넓은 들에 흐르느니 물이로다

인생이 저렇도다 어드러로 가는게오

아마도 돌아올 길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도다

 

92

홀로 긴한 생각 언약이 至重키로

아니 不 잊을 忘 폐부에 새겼더니

지금에 말 같고 정 다른 일 난들 어이 하리오

 

93

삼나무에 그네 메어 임과 둘이 어울려 뛰니

사랑이 줄로 올라 가지마다 맺혔어라

저 임아 구르지 마라 떨어질까 하노라

 

94

사랑이 웬 것인지 잠들기 전에는 못잊겠네

잠시나 잊자하고 向壁하여 누웠더니

그 벽이 거울이 되어 눈에 암암

 

95

사랑인들 임마다 하며 이별인들 다 서러우랴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 볼 님이로다

이후에 다시 만나면 연분인가 하노라

 

96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 사람하나 病들겠네

病든 사람 살릴 사람 사람하나 있겄마는

사람이 사람을 못 살리면 모진 사람

 

97

사람이 죽어지면 어드러로 보내는고

저 生도 이 生같이 임한테 보내는가

진실로 그러곳 할작시면 이제 죽어 가리라

 

98

사랑모여 불이되어 가슴에 피어나고

肝腸 썩은 물이 되어 두 눈으로 솟아난다

一身이 水火相侵하니 살동말동하여라

 

99

사랑 사랑 긴긴 사랑 개천같이 내내 사랑

九萬里 長空에 넌즈러지고 남는 사랑

아마도 이 임의 사랑은 가없는가 하노라

 

100

思郞을 사자하니 思郞팔 이 뉘 있으며

離別을 팔자하니 離別살 이 뉘 있으리

사랑 이별을 팔고 살이 없으니

長思郞 長離別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