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大韓新韻)〉 구성의 실제
~24절기를 중심으로~
목차
Ⅰ. 시작하며
Ⅱ. 〈대한신운〉 분류
Ⅲ. 〈대한신운〉을 활용한 구성의 실제
1. 가(家)운: 입춘 2. 각(各)운: 우수
3. 간(間)운: 경칩 4. 갈(葛)운: 춘분
5. 감(感)운: 청명 6. 갑(甲)운: 곡우
7. 강(姜)운: 입하 8. 거(居)운: 소만
9. 걱(巪)운: 망종 10. 건(建)운: 하지
11. 걸(傑)운: 소서 12. 검(檢)운: 대서
13. 겁(怯)운: 입추 14. 경(經)운: 처서
15. 고(高)운: 백로 16. 곡(谷)운: 추분
17. 곤(困)운: 한로 18. 골(骨)운: 상강
19. 공(工)운: 입동 20. 구(九)운: 소설
21. 국(國)운: 대설 22. 군(軍)운: 동지
23. 굴(屈)운: 소한 24. 궁(宮)운: 대한
Ⅳ. 맺으며
Ⅰ. 시작하며
한시(漢詩)는 일정한 글자 수와 구성을 갖추는 정형시로서, 한 구를 다섯 글자로 이루는 오언(五言)과 일곱 글자로 이루는 칠언(七言)이 대표적이며, 네 구로 이루어진 절구와 여덟 구로 이루어진 율시가 가장 널리 쓰인다. 이러한 형식 속에서 계절, 감정과 사유, 역사와 현실을 압축된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 양식이다. 이러한 정형을 표현하는 방법은 압운(押韻)과 대장(對仗)이 근간이다.
압운은 짝수 구의 끝 글자를 같거나 비슷한 발음이 나는 글자의 통일성을 갖추는 방법으로 압운하지 않으면 한시로 인정받기 어렵다. 압운(押韻)의 체계를 정리한 목록 사전을 〈운서(韻書)〉라고 하며 운서(韻書)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압운의 체계는 억지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고대 중국인의 일상언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당(唐)나라 왕지환(王之渙 688~742)의 〈등관작루(登鵲雀樓)〉를 예로 들어 살펴보기로 한다.
白日依山盡 해는 서산을 의지해서 지고
黃河入海流 황하는 바다로 흘러들어 계속 흐르네.
欲窮千里目 천리의 무궁함을 보고자 하여
更上一層樓 더한층 누각을 오르네.
제2구의 유(流 liú)와 제4구의 누(樓 lóu)로 운미(韻尾)는 ú이다. 제2구에 ú를 쓴 이상 제4구에는 반드시 이와 같은 운미 계열의 운자를 안배해야 한다. 제4구에 각(閣 gé)을 쓰고 싶을지라도 쓸 수 없다. 운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짝수 구마다 통일성을 갖는 운미를 안배하면 자연적으로 일정한 리듬이 생기므로 노랫말 형식이 되어 이를 시가(詩歌)라고 부른다. 한 수의 작사 작곡인 셈이다.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므로 이러한 운미 계열의 운자를 굳이 외워야 할 필요가 없지만 굳이 외울 필요가 없지만 한국인은 쓸모없이 외워야 한시를 지을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의 언어와는 거리가 멀어 한시 쓰기를 꺼리는 가장 큰 병폐를 낳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글 자모를 활용하여 외울 필요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압운체계가 바로 〈대한신운〉이며 누구라도 쉽게 활용하여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
대장(對仗)은 율시(律詩)에서 운자를 활용한 쌍기둥과 같다. 대우(對偶) 또는 대구(對句)라고도 하지만 원래의 명칭은 대장(對仗)으로 대련(對聯)을 이룬다. 3·4구와 5·6구에서 문장 구조와 의미를 정밀하게 대응시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대련을 기둥에 붙이면 주련(柱聯) 또는 영련(楹聯)이라 부르는데, 정교한 대장일수록 기둥을 바로 세우는 역할과 같다. 대장의 정밀 여부는 율시의 풍격(風格)에 큰 영향을 끼치며 시중유화(詩中有畵) 즉, 시 속에 그림이 있다는 말로써 나타내기도 한다.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과고인장(過故人莊)〉 3/4구를 통해 대장 구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綠樹村邊合 녹수는 마을 가에서 어울리고
녹수촌변합
青山郭外斜 청산은 성곽 밖에 비켜있네.
청산곽외사
綠(lǜ)과 青(qīng)은 색깔, 樹(shù)와 山(shān)은 자연, 村(cūn)과 郭(guō)은 인위, 邊(biān)과 外(wài)는 위치, 合(hé)과 斜(xié)는 상태로 위아래 운자끼리 정교하게 대장 되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綠(lǜ), 青(qīng)과 같이 평측(平仄)이 다른 운자로 대장해야 하며 중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평측이 구분되므로 외울 필요 없이 쉽게 대장(對仗)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전혀 쓸모없이 외워서 대장해야 한다. 村(평성)과 郭(측성)의 대장에서 郭보다는 성(城)이 더욱 알맞지만, 쓸 수 없다. 郭(guō)은 평성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고대에는 측성(仄聲)으로 분류했다. 한국인은 느낄 수 없는 평측의 분류로써 대장해야 하므로 아무리 좋은 표현을 하고 싶어도 큰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제약이 따르더라도 필요하면 해야 하겠지만 무용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 역시 〈대한신운〉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으며, 정교한 대장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아름다운 표현을 의도한 대로 나타낼 수 있다.
Ⅱ. 〈대한신운〉 분류
중국 고대의 운의 체계를 대표하는 〈평수운(平水韻)〉은 평성(平聲) 30, 상성(上聲) 29, 거성(去聲) 30, 입성(入聲) 17 운으로 모두 106 운이며, 이는 중국인의 발음과 소리의 높낮이에 맞춘 것이어서 우리의 실정에는 맞지 않다. 〈대한신운〉은 한글 자모의 순서에 따라 재분류하여 31 운으로 총괄한다. 대표 압운 자는 컴퓨터 아래 한글의 한자 변환에서 제일 첫 자를 기준 삼았으며 변환할 수 없는 자는 다음 자를 기준 삼았다. 즉 ‘겅’은 한자가 없으므로 다음 자인 경(經)을 대표 운자로 삼은 경우이다. 나열한 압운순서는 컴퓨터 아래 한글 F9 한자 변환의 상용하는 한자 순서에 따랐다. 상용하는 한자에 나오지 않는 압운이라도 같은 발음을 직접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사전이나 컴퓨터 한글 코드에서 한글 자모는 다음 순으로 배열한다.
· 자음(19자):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 모음(21자):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위의 모음 순서에서 오른쪽 모음(21자)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면, 광(光)은 ㅗ 모음을 기준 삼으면, 공(工)운에 속해야 하지만 오른쪽 ㅏ 모음을 기준 삼았으므로, 강(姜) 운으로 분류하고, ㅙ는 ㅗ, ㅝ와 ㅞ는 ㅜ 모음에 속할 수도 있지만, 오른쪽 모음을 기준 삼았으므로, 거(居) 운에 포함했다. 귀(歸) 또한 ㅜ 모음을 기준 삼으면 구(九) 운에 속해야 하지만 오른쪽 모음이 ㅣ므로 기(基)운으로 분류한다. 모음 기준의 31운의 첫 운자는 다음과 같다. 첫 운자는 대표 운자가 아니라 컴퓨터 한글 변환에서 찾기 쉽도록 첫 운자를 내세운 것이다.
1. 가(家) 2. 각(各) 3.간(間) 4. 갈(葛) 5. 감(感) 6. 갑(甲) 7. 강(姜) 8. 거(居) 9. 걱(巪) 10. 건(建) 11. 걸(傑) 12. 검(檢) 13. 겁(怯) 14. 경(經) 15. 고(高) 16. 곡(谷) 17. 곤(困) 18. 골(骨) 19. 공(工) 20. 구(九) 21. 국(國) 22. 군(軍) 23. 굴(屈) 24. 궁(宮) 25. 기(基) 26. 극(極) 27. 긴(緊) 28. 길(吉) 29. 김(金) 30. 급(給) 31. 긍(兢)
Ⅲ. 〈대한신운〉을 활용한 구성의 실제
당대(唐代) 원진(元稹 779~831)의 오언율시 24절기를 시제로 31 운을 실험해 보기로 한다. 시제에 따른 압운의 선정은 알맞은 표현을 나타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본 실험의 지향은 절기에 맞는 압운의 선정이 아니라 적합, 부적합에 상관없이 순서대로 31편을 구성했다. 첫 구에는 압운하지 않으며, 홀수 구의 끝 운자는 압운 이외의 발음을 모두 활용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범위가 매우 다양해진다. 문법을 준수하며 정밀한 대장(對仗)을 구사하면서 시는 뜻을 말한다는 ‘시언지(詩言志)’의 구현과 한국인의 감성에 알맞은 표현이 중국식 표현에 비해 최대의 장점이다. 그러나 표현은 개인 역량에 따른 것이어서 또 다른 문제이다.
1. 立春 입춘
寒中微溫知入春 (한중미온지입춘)
추위 속 미세한 온기가 입춘을 알리며
陰陽交替土氣和 (음양교체토기화)
음양의 교체로 흙 기운 부드럽네.
淡綠一枝含梅苞 (담록일지함매포)
옅은 녹색 한가지는 매화 봉우리를 품었고
濃黃長堤促柳芽 (농황장제촉류아)
짙은 황색 긴 둑은 버들 싹을 재촉하네.
竹鵲雙飛傳新意 (죽작쌍비전신의)
대나무 까치 쌍으로 날며 새 뜻을 전하고
池鯉微動起纖波 (지리미동기섬파)
연못 잉어 미동하며 섬세한 물결을 일으키네.
靑松拂雪發淸光 (청송불설발청광)
청송이 잔설 털고 푸른 빛을 발하니
冬衣半脫旋山家 (동의반탈선산가)
겨울옷 반쯤 벗고 산 집을 맴도네.
· 가(家)운: 가(價), 과(果), 나(南), 다(多), 라(羅), 마(馬), 사(四), 아(雅), 야(野), 와(瓦), 자(子), 차(車), 타(駝), 파(波), 하(下), 화(花)
· 가(家)운은 상용 압운으로 활용 범위가 넓다. 홀수 구에는 압운 계열 이외의 운자를 선택해야 한다. 즉 짝수 구에 家 계열의 압운인 화(和), 아(芽), 파(波), 가(家)로 압운하였으므로 홀수 구에는 압운 계열 이외의 춘(春), 포(苞), 의(意), 광(光)으로 안배했다. 율시에서 압운은 중복하여 사용할 수 없다. 1/2구와 7/8구는 대장(對仗) 할 수도 있고 안 해도 된다.
3/4구와 5/6구는 반드시 대장해야 한다. 대장은 율시 구성의 근간이다. 淡과 濃은 반대(反對)이다. 반대는 뚜렷한 대비 효과를 나타낸다. 綠과 黃은 색깔의 대장이다. 一과 長은 숫자의 대장으로 長은 숫자 개념에 속한다. 枝와 堤는 명사, 含/梅苞와 促/柳芽는 동사/목적어 대장이다. 그러면서도 운자마다 최소한 품사가 같아야 한다. 竹(형용사형 명사)/鵲(명사)과 池(형용사형 명사)/鯉(명사)는 鵲과 鯉가 중점이다. 雙飛와 微動에서 雙은 숫자 개념 微는 정도의 개념으로 대장을 이룬다. 傳/新意와 起/纖波는 동사/목적어 대장이다.
2. 立春祝 입춘 축
立春大吉棲晨光 (입춘대길서신광)
입춘대길 아침 햇살에 깃들고
建陽多慶盈梅閣 (건양다경영매각)
건양다경 매화 누각에 가득하네.
掃地黃金出成夢 (소지황금출성몽)
땅 쓸면 황금 나오는 꿈을 이루고
開門百福來積珏 (개문백복래적각)
문 열면 백 복이 도래하여 옥을 축적하네.
父母千年壽如松 (부모천년수여송)
부모의 천년 장수 청송과 같고
子孫萬代榮凌嶽 (자손만대영능악)
자손의 만 대 영화 큰 산을 능가하네.
飛龍飛心步步添 (비룡비심보보첨)
비룡의 나는 마음 걸음걸음 더해지고
喜鵲喜報家家樂 (희작희보가가락)
까치의 기쁜 소식 집마다 즐겁네.
· 각(各): 각(角), 낙(樂), 락(洛), 략(略), 막(莫), 박(博), 삭(朔), 악(岳), 작(作), 착(錯), 탁(卓), 학(學), 확(擴)
· 각(各)운은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ㄱ 받침이 압운으로 쓰이면 억센 소리가 나므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압운을 활용하여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다면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여 자주 활용되는 입춘 축에 압운만 달아서 단지 활용의 참고 자료로만 제시한다. 7/8구를 제외하고는 뒷부분의 두 글자만 제외하면 모두 널리 쓰이는 입춘 축이다.
3. 雨水 우수 1
萬物生장滋潤水 (만물생장자윤수)
만물의 생장을 불려 윤택하게 하는 물
雨水甘雨如油灌 (우수감우여유관)
우수의 단비 윤활유처럼 관개하네.
鴻雁思北始飛翔 (홍안사북시비상)
기러기는 북쪽 그리며 비상을 시작하고
草木得氣備爛漫 (초목득기비난만)
초목은 기운 얻어 난만을 준비하네.
雲色輕重隨時改 (운색경중수시개)
구름 빛 경중은 수시로 바뀌고
風光濃淡得陽煥 (풍광농담득양환)
풍광의 농담은 양기 얻어 빛나네.
朝夕春寒猜開花 (조석춘한시개화)
조석의 봄추위가 개화를 시기하지만
天意盎然豈畏寒 (천의앙연기외한)
하늘 뜻 가득하니 어찌 추위를 두려워하리오.
· 간(間) 운: 간(幹), 관(館), 난(難), 단(丹), 만(萬), 반(反), 산(山), 안(安), 완(完), 잔(殘), 찬(讚), 탄(炭), 판(板), 한(漢), 환(寰)
· 간(間) 운은 상용하여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4. 雨水 우수 2
東風連日醒枯梢 (동풍련일성고초)
동풍이 연일 메마른 가지 끝을 깨우니
柳色含春二月末 (유색함춘이월말)
버들 색이 봄을 품는 이월 말
金谷殘雪已消融 (금곡잔설이소융)
금곡의 잔설은 이미 녹았고
玉溪早旱亦解渴 (옥계조한역해갈)
옥계의 이른 가뭄 또한 해갈 되었네.
竹上雙羽好音連 (죽상상우호음련)
대위의 두 마리 새 좋은 소리 이어지고
池邊細草微香發 (지변세초미향발)
연못의 가는 풀에 미세한 향 일어나네.
旋田數畦忖春耕 (선전수계촌춘경)
전원 돌며 두둑 세어 봄갈이를 헤아리며
播種菜蔬八分割 (파종채소팔분할)
파종할 채소를 8분할 하네.
· 갈(葛) 운: 갈(喝), 괄(括), 날(捺), 달(達), 말(末), 발(發), 살(撒), 알(謁), 왈(曰), 찰(擦), 촬(撮), 탈(奪), 할(割), 활(活)
· 갈(葛) 운은 형식상의 배열에 불과하다. 특수한 경우의 표현을 제외하고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이 구성 역시 뜻을 실은 것이 아니라 압운의 실험이다.
5. 驚蟄 경칩 1
春雷乍動驚萬象 (춘뢰사동경만상)
봄 우레 갑자기 진동하며 만상을 깨우니
酣夢青蛙躍起坎 (함몽청와약기감)
단꿈의 개구리가 구덩이를 박차네.
好薺過長不登卓 (호제과장부등탁)
좋아하는 냉이는 지나치게 자라 상에 오르지 못하지만
嫩艾初生充滿籃 (눈애초생충만람)
여린 쑥 갓 생겨나 바구니를 채우네.
東風柔和告花信 (동풍유화고화신)
동풍은 부드러워 꽃소식을 알리고
南溪潺湲抱天鑑 (남계잔원포천감)
남계는 잔잔히 하늘 거울을 품었네.
新菜甘味正此時 (신채감미정차시)
새 채소 단맛은 바로 이때이니
滿漢全席豈強貪 (만한전석기강탐)
만한전석 어찌 굳이 탐하리오.
· 감(感)운: 감(監), 남(南), 담(淡), 삼(三), 암(巖), 잠(潛), 참(參), 탐(探), 함(含)
· 감(感) 운은 압운 숫자가 적지만 잘 활용하면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다.
· 만한전석(滿漢全席)은 청나라 궁정에서 발전한 최고급 연회 상으로, 만주족(滿)과 한족(漢)의 정식 요리를 모두 갖춘 호화로운 진수성찬을 말한다. 보통 수십에서 백여 가지의 요리가 한 상에 오르며, 육류·해산물·탕·냉채·후식 등 모든 조리법과 식재를 총망라한 황실 급 연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오늘날에는 극진한 상차림, 성대한 만찬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6. 驚蟄 경칩 2
百虫蟄醒食豊足 (백충칩성식풍족)
온갖 벌레 잠에서 깨어 먹이 풍부해지니
饑鷹暴性化爲鴿 (기응폭성화위합)
굶주린 매 난폭한 성질은 비둘기처럼 변하네.
時候爭先促春耕 (시후쟁선촉춘경)
절기는 다투어 봄갈이를 재촉하니
鋤頭不停理田畓 (서두부정리전답)
호미질 쉬지 않고 전답을 정리하네.
靑麥抱陽蓋阡陌 (청맥포양개천맥)
청보리는 양기 품어 이랑을 덮었고
黃鶯知時響和答 (황앵지시향화답)
꾀꼬리는 때를 알아 화답을 울리네.
芳草冉冉欲出芽 (방초염염욕출아)
향기로운 풀 은근히 싹 틔우려 하니
步步緩緩悄悄踏 (보보완완초초답)
걸음걸음 느릿느릿 조심스레 밟네.
· 갑(甲): 갑(岬), 납(納), 답(答), 랍(拉), 삽(揷), 압(押), 잡(執), 탑(塔), 합(合)
· 갑(甲) 운은 압운의 숫자가 매우 적어 형식상의 압운 배열에 불과하다. 뜻을 들일 수 없어 압운의 참고로 구성해 둔다. 설령 압운의 숫자가 많을지라도 각(角), 갑(甲) ㄱ, ㅂ의 압운은 억센 느낌을 준다.
7. 春分 춘분 1
夜來春雨萬象新 (야래춘우만상신)
밤새온 봄비에 만상 새롭고
春分天氣染風光 (춘분천기염풍광)
춘분의 천기가 풍광을 물들이네.
茱萸梅花已顯果 (수유매화이현과)
산수유 매화는 이미 열매를 드러내고
連翹杜鵑又明崗 (연교두견우명강)
개나리 진달래가 다시 언덕을 밝히네.
黃鸝好音起舊情 (황리호음기구정)
꾀꼬리 좋은 소리 옛정을 일으키니
靑絲幻影漾長浪 (청사환영양장랑)
푸른 실 환영이 긴 물결에 일렁이네.
與君幾度步此岸 (여군기도보차안)
그대와 몇 번이나 이 언덕을 걸었던가!
煙景愈深愈哀傷 (연경유심유애상)
봄 경치 깊어질수록 애상을 더하네.
· 강(姜) 운: 강(江), 광(光), 낭(浪), 당(唐), 랑(郞), 량(良), 망(望), 방(邦), 상(桑), 쌍(雙), 앙(仰), 양(陽), 왕(王), 장(章), 창(昌), 탕(湯), 팡(芳), 항(航), 향(香), 황(黃)
· 강(姜) 운은 활용 빈도가 매우 높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8. 春分 춘분 2
靑麥起身呼靑鳥 (청맥기신호청조)
푸른 보리 몸 일으키며 파랑새를 부르고
東風載雲向南海 (동풍재운향남해)
동풍은 구름 실어 남해로 향하네.
百花齊放誘黃蝶 (백화제방유황접)
온갖 꽃 일제히 피며 노랑나비를 유혹하고
千鳥同鳴尋碧溪 (천조동명심벽계)
온갖 새 함께 울며 푸른 시내를 찾네.
執鋤整壟樂韶光 (집서정롱락소광)
호미 들고 이랑 정리하며 아름다운 봄빛을 즐기고
臨池賞鯉對蒼靄 (임지상리대창애)
연못 임해 잉어 감상하며 푸른 아지랑이를 대하네.
佳節金樽豈可缺 (가절금준기가결)
좋은 시절 금 술잔 어찌 빠질 수 있으리오.
玉盤佳肴伴藍菜 (옥반가효반람채)
옥쟁반 좋은 안주 푸른 채소를 동반하네.
· 거(居) 운: 거(擧), 게(界), 계(界), 녀(女), 개(開), 괘(掛), 쾌(快), 내(乃), 대(大), 몌(乜), 매(梅), 서(西), 세(世), 새(灑), 쇄(刷), 어(魚), 여(如), 예(禮), 왜(歪), 저(低), 제(帝), 재(才), 처(處), 체(體), 채(采), 터(土), 태(太), 폐(閉), 패(敗), 허(虛), 혜(惠), 훼(毁), 해(海)
· 거(居) 운 역시 상용 압운으로 숫자도 많아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9. 淸明 청명 1
天氣朗清好時節 (천기낭청호시절)
하늘 기운 밝고 맑은 호시절
惠風和暢旋古宅 (혜풍화창선고택)
은혜 바람 화창하여 고택을 선회하네.
暮霞浸潤海棠紅 (모하침윤해당화)
저녁놀 침윤한 해당화 붉고
明月滲透梨花白 (명월삼투이화백)
명월이 삼투한 배꽃 희네.
染黃愛蝶樂春光 (염황애접악춘광)
황에 물든 나비 사랑하며 춘광을 즐기고
踏靑臨溪醉柳色 (답청임계취유색)
푸름 밟고 시내 임해 버들 색에 취하네.
玩賞騁懷千里目 (완상빙회천리목)
완상으로 회포 내달리는 천리의 눈
逍遙自適牽魂魄 (소요자적견혼백)
소요로 자적함에 혼백을 견인하네.
· 걱(巪) 운: 격(格), 객(客), 녁(力), 덕(德), 멱(覓), 벽(壁), 석(石), 색(色), 억(億), 액(厄), 역(逆), 적(積), 척(尺), 책(策), 혁(革), 핵(核)
· 걱(巪) 운은 억센 소리이기는 하지만 활용할 운자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을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
10. 淸明 청명 2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시절 비 분분하니
萬點落花織素絹 (만점낙화직소견)
만점의 낙화가 흰 비단을 짜네.
長堤芳草日漸深 (장제방초일점심)
긴 제방 향기풀은 나날이 깊어지고
四方幽香夜來連 (사방유향야래련)
사방의 그윽한 향기 밤새도록 이어지네.
皓蝶疲羽依柔蕊 (호접피우의유예)
흰 나비 지친 날개 부드러운 꽃술에 의지하고
紅霞倒影繡清川 (홍하도영수청천)
붉은 노을 거꾸로 비친 그림자 청천을 수놓네.
月照池邊夜鳥聲 (월조지변야조성)
달 비친 연못가에 밤새 울음
三更不眠擧觴旋 (삼경불면거상선)
삼경에 잠 못 들고 술잔 들어 맴도네.
· 건(建) 운: 건(乾), 견(堅), 권(權), 년(年), 면(面), 번(藩), 변(邊), 선(善), 언(言), 연(延), 원(原), 전(田), 천(天), 편(便), 헌(憲), 현(賢), 훤(萱)
· 건(建) 운은 상용 압운이며 숫자도 많아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11. 穀雨 곡우 1
春雨綿綿養百穀 (춘우면면양백곡)
봄비 면면히 내려 백곡을 기르고
此時終霜寒完結 (차시종상한완결)
이때는 서리 끝나고 추위는 완결되었네.
布穀好音約豊年 (포곡호음약풍년)
포곡조의 좋은 울음 풍년을 약속하고
玉支滿山染明月 (옥지만산염명월)
철쭉의 만산은 오히려 명월을 물들이네.
巨濟特效取樹液 (거제특효취수액)
거제수 특효 있어 수액을 받고
亭子暫休味雀舌 (정자잠휴미작설)
정자에서 잠시 쉬며 작설차를 음미하네.
秀麥秀風成靑波 (수맥수풍성청파)
이삭팬 보리 바람 따라 푸른 파도를 이루고
杏화載香飾佳節 (행화재향식가절)
살구꽃이 향기 실어 좋은 시절을 장식하네.
· 걸(傑) 운: 걸(杰), 결(潔), 궐(闕), 렬(烈), 멸(滅), 벌(伐), 별(別), 설(雪), 얼(孽), 열(悅), 월(月), 절(節), 철(哲), 헐(歇), 혈(血)
· 걸(傑) 운은 압운 숫자는 적지만 때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12. 穀雨 곡우 2
大地津液躍動時 (대지진액약동시)
대지의 진액이 약동하는 때
初生浮萍柔又纖 (초생부평유우섬)
처음 나타난 부평은 부드럽고도 섬세하네.
絶頂木蓮何優雅 (절정목련하우아)
절정의 목련 얼마나 우아한가!
初綻花王尤濃艶 (초탄화왕우농염)
막 피어난 모란 특히 농염하네.
園前耕田促播種 (원전경전촉파종)
정원 앞 밭을 갈아 서둘러 파종하고
籬邊採茶疊揉捻 (리변채다첩유념)
울타리 변 차를 따서 거듭 유념하네.
春風誘惑欲行樂 (춘풍유혹욕행락)
춘풍이 유혹하여 행락하려 해도
一刻千금豈可兼 (일각천금기가겸)
일각이 천금이니 어찌 겸할 수 있으리오.
· 검(檢) 운: 검(劍), 겸(兼), 념(念), 범(凡), 섬(贍), 엄(嚴), 염(炎), 점(漸), 첨(尖), 폄(貶), 험(險), 혐(嫌)
· 검(檢) 운은 압운할 숫자가 적고 의외로 활용하기에 까다롭다. 豈可兼은 검(檢) 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3. 立夏 입하 1
何惜落花春盡日 (하석낙화춘진일)
무엇이 아쉬우랴! 꽃지고 봄 다한 날이
草木更盛發香燁 (초목경성발향엽)
초목은 더욱 무성해지며 향기 발하며 빛나네.
籬上薔微連紅帶 (리상장미련홍대)
울타리 위 장미는 붉은 띠를 잇고
園前丹楓展綠葉 (원전단풍전록엽)
정원 앞 단풍은 녹색 잎을 펼치네.
幼苗生長日日殊 (유묘생장일일수)
어린 묘 생장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淸露浸潤朝朝浹 (청로침윤조조섭)
맑은 이슬 침윤하여 아침마다 두루 미치네.
風光傳語共流轉 (풍광전어공류전)
풍광이 전하는 말에 함께 유전하며
此節幽情問蛺蝶 (차절유정문협접)
이 계절 그윽한 정을 나비에게 묻네.
· 겁(怯): 겁(劫), 렵(獵), 법(法), 섭(涉), 업(業), 엽(葉), 접(接), 첩(貼)
· 자모의 순서에 다른 형식상의 압운이다. 또한 ㅂ 받침은 억센 소리로 끝나므로 압운보다는 홀수 구 끝 자로 안배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風光傳語共流轉는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에서 차용(借용)했다. 원 구는 傳語风光共流轉이다. 평측 안배 때문에 傳語風光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대한신운〉에서는 평측 안배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바로잡을 수 있다.
14. 立夏 입하 2
立是始作夏是赢 (입시시작하시잉)
‘입’은 시작이며 ‘하’는 넘침이니
萬物噴氣日漸盛 (만물분기일점성)
만물은 기를 분출하며 나날이 왕성해지네.
異變旱魃不想像 (이변한발불상상)
이변의 한발은 상상할 수 없으니
適期甘雨更可慶 (적기간우경가경)
적기의 단비가 더욱 경사스러우리!
板上育苗將揷秧 (판상육묘장삽앙)
판 상의 육묘는 곧 이앙할 것이고
岸邊柔筍皆歡迎 (안변유순개환영)
언덕 변의 죽순은 모두가 환영하네.
夜來蛙聲妨睡眠 (야래와성방수면)
밤새 개구리 소리 수면을 방해해도
生殖有時斟本情 (생식유시짐본정)
생식에 때 있어 본 정을 짐작하네.
· 경(經)운: 경(慶), 갱(更), 녕, 령(令), 랭(冷), 명(明), 맹(盟), 병(兵), 성(成), 생(生), 영(永), 앵(鶯), 정(正), 쟁(爭), 청(清), 평(平), 팽(膨), 탱(撑), 형(형), 행(行)
· 경(經)운은 강(姜)과 더불어 상용 압운이다. 압운의 범위가 넓으므로 잘 활용하면 명구의 표현을 기대할 수 있다.
15. 小滿 소만
滿而不盈猶能待 (만이불영유능대)
차면서도 가득하지 않아 오히려 기대할 수 있고
麥秋이자여낭보 (맥추이자여낭보)
‘보릿가을’ 두 글자 낭보와 같네.
往昔飢餓將解時 (왕석기아장해시)
옛날의 기아가 곧 해결되는 때
今日田園更瑞兆 (금일전원경서조)
금일의 전원은 더욱 상서로운 조짐
馬鈴已肥引新味 (마령이비인신미)
감자 이미 굵어져 새로운 맛을 이끌고
玉葱又圓催頻步 (옥총우원최빈보)
양파 또한 둥글어져 잦은걸음을 재촉하네.
溫暑交叉分岐點 (온서교차분기점)
따뜻함과 더위가 교차하는 분기점이니
小滿猶滿情滔滔 (소만유만정도도)
소만에 오히려 가득한 정 도도하구나!
· 고(高) 운: 고(古), 교(敎), 노(老), 뇨(僚), 로(路), 료(料), 도(道), 모(母), 묘(妙), 보(寶), 소(所), 오(五), 요(要), 조(祖), 초(草), 토(土), 포(浦), 표(標), 호(湖), 효(孝)
· 고(高) 운은 상용 압운으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16. 芒種 망종
芒種別稱同忘種 (망종별칭동망종)
망종의 별칭은 망종과 같으니
猫手야借對習俗 (묘수야차지습속)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습속을 대하네.
壓菜茂盛耘雜草 (압채무성운잡초)
채소를 억누르는 무성한 잡초를 매고
纏籬難澀理蔓木 (전리난삽리만목)
울타리 얽어 난삽한 덩굴나무를 정리하네.
黃梅待主將欲落 (황매대주장욕락)
황매실은 주인 기다리며 곧 떨어지려 하고
靑苗知時如催促 (청묘지시여최촉)
푸른 묘는 때를 알아 재촉하는 듯하네.
失期食事茶飯事 (실기식사다반사)
때 놓친 식사 다반사지만
滿倉享福夢秋穀 (만창향복몽추곡)
창고 채워 복을 누릴 가을 곡식을 꿈꾸네.
· 곡(谷) 운: 곡(哭), 녹(錄), 독(獨), 목(木), 복(福), 옥(玉), 욕(欲), 속(俗), 족(族), 촉(觸), 폭(暴), 혹(酷)
· 곡(谷) 운은 압운 숫자도 적고 ㄱ 받침이어서 억센 소리지만 때로는 활용할 만하다.
17. 夏至 하지
立竿無影至夏至 (립간무영지하지)
장대 세워도 그림자 없는 하지에 이르니
三伏未遠早暑困 (삼복미원조서곤)
삼복 아직 멀었는데 이른 더위 곤란하네.
理蔓速長超一仗 (리만속장초일장)
덩굴을 정리해도 속히 자라 1장을 넘고
刈草未久凌九寸 (예초미구능구촌)
풀 벤 지 오래지 않아 9촌을 능가하네.
荒畦執鋤測天乾 (황휴집서측천건)
거친 이랑에 호미 들고 하늘을 헤아리고
流汗尋蔭待風巽 (유한심음대풍손)
흐르는 땀에 그늘 찾으며 바람을 기대하네.
千金雨點難望日 (천금우점난망일)
천금의 비 한 방울 기대하기 어려운 날
水菊爛漫倒弄魂 (수국난만도롱혼)
수국은 난만하여 도리어 혼을 조롱하네.
· 곤(困): 곤(坤), 논(論), 돈(頓), 본(本), 손(孫), 온(溫), 존(尊), 촌(村), 톤(豚), 혼(魂)
· 곤(困) 운은 압운 숫자도 적고 활용하기에 까다롭다. 주로 홀수 구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天乾과 風巽은 억지 표현에 가깝다.
18. 小暑 소서
일사미풍하난망 (일사미풍하난망)
한줄기 미풍 얼마나 난망한가!
小暑暴雨倒不啒 (소서폭우도불골)
소서의 폭우가 오히려 근심스럽지 않네.
納涼水邊閑暇鷺 (납량수변한가로)
납량하며 물가에서 한가한 해오라기
避熱空中旋回鶻 (피열공중선회골)
열기 피해 공중에서 선회하는 매
三更濕氣浸全身 (삼경습기침전신)
삼경의 습기는 전신에 배어들어
連日不眠逼弱骨 (연일불면핍약골)
연일의 불면은 약골을 핍박하네.
忽聞細聲暫慰安 (홀문세성잠위안)
홀연 미세한 소리 듣고 잠시의 위안
軒下初來迎蟋蟀 (헌하초래영실솔)
처마 아래 처음 찾아든 실솔을 맞네.
· 골(骨)운: 골(汩), 놀(㐐), 돌(突), 몰(沒), 볼(乶), 올(兀), 졸(卒), 홀(忽)
· 골(骨)운은 압운 숫자가 매우 적으며 모음 순서에 따른 형식상의 배열에 불과하다. 홀수 구의 끝 자로 안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9. 大暑 대서
土潤溽暑融羊角 (토윤숙서융양각)
땅 젖고 찌는 더위 염소 뿔을 녹이니
樹蔭無用自朦朧 (수음무용자몽롱)
나무 그늘 소용없이 절로 몽롱해지네.
黃狗垂舌吐喘息 (황구수설토천식)
황구는 혀 내밀어 거친 숨을 토하고
綠草失氣臥長壟 (녹초실기와장룡)
녹초는 기운 잃어 긴 이랑에 누웠네.
一陣驟雨何懇切 (일진취우하간절)
한바탕 소나기 얼마나 간절한가!
群集閑雲여조롱 (군집한운여조롱)
군집한 한가한 구름이 조롱하는 듯
以熱治熱蔘鷄湯 (이열치열삼계탕)
이열치열 삼계탕
燒麥飛觴載暑送 (소맥비상재서송)
소맥으로 나는 잔 더위 실어 보내네.
· 공(工) 운: 공(共), 농(農), 동(東), 롱(弄), 몽(夢), 봉(奉), 송(松), 옹(翁), 용(龍), 종(宗), 총(聰), 통(通), 홍(洪)
· 공(工) 운은 압운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활용할 만한 압운이다. 綠草는 녹초가 되다는 중의를 가지므로 푸른 풀로 풀이하지 않는다.
20. 立秋 입추
此時香稻驚犬吠 (차시향도경견폐)
이때의 향기로운 벼가 개가 놀라 짖으니
出聲速長以緣由 (출성속장이연유)
소리 나는 쾌속 성장에서 연유한다네.
炎熱猶深凌大暑 (염열유심능대서)
불타는 열기 오히려 심해 대서를 능가하지만
熟氣周浸知豊秋 (숙기주침지풍추)
익는 기운 두루 배이며 풍년 가을을 알리네.
滋潤露陽更保穀 (자윤로양경보곡)
불어나며 윤택한 이슬과 해가 더욱 곡식을 보장하고
順調風雨應無憂 (순조풍우응무우)
순조로운 바람과 비가 응당 근심을 없애리!
烏鵲將飛至銀河 (오작장비지은하)
오작이 곧바로 날아 은하에 이르면
織女渡橋抱牽牛 (직녀도교포견우)
직녀는 다리 건너 견우를 안으리!
· 구(九)운: 구(究), 규(奎), 누(樓), 뉴(柳), 두(斗), 무(武), 부(富), 수(水), 우(雨), 유(有), 주(主), 추(秋), 투(投), 후(後), 휴(休)
· 구(九) 운은 상용 압운이며 운자 수도 많아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21. 處暑 처서
十里區間損千石 (십리구간손천석)
십 리 구간에 천 석을 덜어내니
處暑害雨難成熟 (처서해우난성숙)
처서의 나쁜 비에는 성숙하기 어렵네.
晴天多幸和白雲 (청천다행화백운)
맑은 날씨 다행히도 백운과 조화하고
喜鵲頻繁入翠竹 (희작빈번입취죽)
까치는 빈번히 푸른 대에 드네.
岸上千年松不變 (안상천년송불변)
언덕의 천년송 변함이 없고
路邊百日紅更煜 (로변백일홍갱욱)
노변의 백일홍 더욱 빛나네.
朝夕商風抗伏暑 (조석상풍항복서)
조석의 가을바람 복더위에 맞서니
時令轉移測九六 (시령전이측구륙)
시령의 전이에서 음양의 도를 헤아리네.
· 국(國)운: 국(菊), 뉵(陸), 묵(默), 북(北), 숙(肅), 욱(旭), 육(育), 죽(竹), 축(祝)
· 국(國)운은 압운할 운자도 적으며 활용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홀수 구의 끝 자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 九六: 음양(陰陽)이 어우러져 만물이 생기는 도.
22. 白露 백로
此時甘雨增千石 (차시감우증천석)
이때의 단비는 천 석을 더하고
神工揮筆欲畵春 (신공휘필욕화춘)
신공은 붓 휘둘러 봄을 그리려 하네.
廣野彩色用黃稻 (광야채색용황도)
광야의 채색은 누런 벼를 활용하고
晴天淸光添白雲 (청천청광첨백운)
청천의 맑은 빛은 백운을 더했네.
草上結露串水晶 (초상결로관수정)
풀 위에 맺힌 이슬 수정을 꿰었고
枝間鳴蟬吟詩文 (지간명선음시문)
가지 사이 우는 매미 시문을 읊네.
秋田再耕盡播種 (추전재경진파종)
가을밭 다시 갈아 파종 마치니
夕露不覺步步潤 (석로불각보보윤)
저녁 이슬 어느새 걸음걸음 적시네.
· 군(軍)운: 군(郡), 균(均), 눈(倫), 둔(鈍), 문(文), 분(分), 순(順), 운(雲), 윤(潤), 준(俊), 춘(春), 훈(訓)
· 군(軍) 운의 운자는 많지 않으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23. 秋分 추분
晝夜平分至秋分 (주야평분지추분)
주야가 고르게 분배된 추분을 맞으니
月漸漸明天更沕 (월점점명천경물)
달 점점 밝아지고 하늘 더욱 아득하네.
石蒜絶頂凌丹楓 (석산절정능단풍)
꽃무릇은 절정으로 단풍을 능가하고
野山瘠薄結黃栗 (야산적박결황률)
야산은 척박해도 황율을 맺었네.
蟋蟀遇時如唧唧 (슬솔우시여즉즉)
귀뚜라미는 때를 만나 소곤소곤하는 듯
螗蜩知命似慄慄 (당조지명사율율)
매미는 명을 알아 벌벌벌벌거리는 듯
陰陽交叉喜悲異 (음양교차희비이)
음양이 교차하면 희비 다르지만
天道及時復蘇物 (천도급시복소물)
천도는 때가 되면 다시 물을 소생한다네.
· 굴(屈) 운: 굴(窟), 귤(橘), 눌(訥), 률(律), 물(物), 불(佛), 술(述), 울(鬱), 율(聿), 줄(卒), 출(出), 휼(恤)
· 굴(屈) 운은 운자의 수가 적으며 활용이 어렵다. 홀수 구의 끝 자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24. 寒露 한로
寒氣漸生至寒露 (한기점생지한로)
찬 기운 점차 생겨나며 한로에 이르니
五穀百果確然充 (오곡백과확연충)
오곡백과 확연히 충실해지네.
彩菊潤露欲結苞 (채국윤로욕결포)
채색 국화 이슬에 젖어 꽃망울 맺으려는데
黃雀嫌寒疊縮躬 (황작혐한첩축궁)
참새는 추위 싫어 거듭 몸을 움츠리네.
鰌魚肥肥益陽氣 (추어비비익양기)
미꾸라지 포동포동 살쪄 양기를 북돋우고
秋英飄飄乘商風 (추영표표승상풍)
코스모스 한들한들 가을바람을 타네.
淸酒三杯樂樓上 (청주삼배락누상)
청주 석 잔 누상에서 즐기고
茱萸一枝抱胸中 (수유일지포흉중)
수유 한 가지 가슴속에 품네.
· 궁(宮) 운: 궁(弓), 륭(隆), 붕(鵬), 숭(崇), 웅(雄), 융(融), 중(中), 충(忠), 풍(風), 훙(興), 흉(凶)
· 궁(宮) 운은 〈대한신운〉에서 궁(宮) 운으로 재편하여 한국인이 일상 언어습관에서 체득하도록 하였다.
25. 霜降 상강
霜降無霜唯玉露 (상강무상유옥로)
상강에는 서리 없이 오직 옥 이슬이지만
朝夕向冬凝陰氣 (조석향동응음기)
조석으로 겨울 향하며 음기를 응결하네.
今年收穫已終忙 (금년수획이종망)
금년의 수확 이미 끝나도 바쁘니
來春耕作復新始 (내춘경작부신시)
내년 봄 경작 다시 새롭게 시작하네.
葫蒜施肥決定質 (호산시비결정질)
마늘의 시비는 품질을 결정하고
玉葱移植不失期 (옥총이식불실기)
양파의 이식은 실기할 수 없네.
秋末頻雨成洿濘 (추말빈우성오녕)
가을 말 빈번한 비가 웅덩이 진창을 이루니
天意九分判喜悲 (천의구분판희비)
하늘 뜻의 9할이 희비를 가르네.
· 기(基): 기(氣), 괴(槐), 귀(貴), 니(里), 미(美), 비(飛), 시(詩), 씨(氏), 이(李), 외(外), 의(義), 지(志), 치(治), 취(取), 피(皮), 희(喜), 회(會), 휘(輝)
· 기(基)운은 압운 숫자뿐만 아니라 일상의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운자가 많아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26. 立冬 입동
北斗杓柄指西北 (북두초병지서북)
북두칠성 국자 자루 서북을 가리키면
萬物收藏自然則 (만물수장자연칙)
만물은 생장 거두어 저장하는 자연의 법칙
群雁及時天邊列 (군안급시천변렬)
무리 지은 기러기 때가 되어 천변에 줄짓고
蟄蟲止鳴穴中匿 (칩충지명혈중닉)
동면할 벌레는 울음 그치고 굴속에 숨네.
只今寒霜猶微弱 (지금한상유미약)
지금의 찬 서리는 아직 미약하지만
此後暴風豈豫測 (차후폭풍기의측)
차후의 폭풍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滿山紅葉若干落 (만산홍엽약간락)
만산홍엽 약간 떨어졌는데
松柏氣像何正直 (송백기상하정직)
송백의 기상은 얼마나 정직한가!
· 극(極)운: 극(劇), 닉(力), 늑(勒), 식(食), 익(翼), 직(直), 즉(卽), 칙(則), 측(側), 특(特), 흑(黑)
· 극(極) 운은 운자의 수가 적으며 특수한 표현에 활용할 수 있지만 대체로 형식상의 배열이다.
27. 小雪 소설
작일광풍권전원 (작일광풍권전원)
어제의 광풍이 전원을 휩쓸더니
急寒結氷小雪晨 (급한결빙소설신)
급격한 추위로 결빙한 소설의 아침
嚴霜壓着靑菜荒 (엄상압착청채황)
된서리에 짓눌린 푸른 채소 황량하고
無風不吠黃狗憫 (무풍불폐황구민)
바람 없어도 짖지 않는 황구 가련하네.
太古靜寂疊感時 (태고정적첩감시)
태고의 고요와 적막에 거듭 때를 느끼며
今朝淸冷更縮身 (금조청랭갱축신)
오늘 아침 맑고 찬 기운에 더욱 몸을 웅크리네.
忽然車聲橫虛空 (홀연거성횡허공)
홀연 차 소리가 허공을 가르니
家長宿命豈休勤 (가장숙명기휴근)
가장의 숙명 어찌 출근을 쉬리오.
· 긴(緊)운: 긴(菣), 근(根), 린(隣), 민(民), 빈(貧), 신(信), 인(人), 은(恩), 진(眞), 친(親), 츤(層), 흔(痕)
· 긴(緊) 운은 운자 수가 많지는 않으나 상용할 수 있다.
28. 大雪 대설
昨夜狂風搖竹林 (작야광풍요죽림)
어젯밤 광풍이 죽림을 흔들더니
今朝四圍淸冷謐 (금조사위청랭밀)
오늘 아침 사위는 맑고 차고 고요하네.
金山高峰積曉雪 (금산고봉적효설)
금산의 고봉은 새벽 눈을 쌓았고
玉溪寒柳待春日 (옥계한류대춘일)
옥계의 찬 버들은 봄날을 기다리네.
踏雪尋梅顧高士 (답설심매고고사)
눈 밟으며 매화 찾는 고사를 돌아보며
汲泉烹茶執拙筆 (급천팽다집졸필)
샘물 떠서 차 끓이며 졸필을 쥐네.
大雪紛紛兆豊年 (대설분분조풍년)
대설이 분분하면 풍년을 점치니
覆麥棉衾柔柔密 (복맥면금유유밀)
보리 덮은 면 이불 부드럽고 조밀하네.
· 길(吉)운: 길(桔), 밀(密), 실(實), 슬(瑟), 일(日), 을(乙), 질(質), 즐(櫛), 칠(七), 필(筆), 힐(詰), 흘(屹)
· 길(吉)운은 운자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현이 어렵다.
29. 冬至 동지
風急歲暮長長夜 (풍급세모장장야)
바람 급한 세모의 긴긴밤
輾轉反側散枕衾 (전전반측산침금)
전전반측 베개와 이불을 흩트리네.
紅豆粥裏數鶉卵 (홍두죽리수순란)
팥죽 속의 메추라기알을 세고
靑銅爐邊顧童心 (청동로변고동심)
청동 화롯가의 동심을 돌아보네.
添齒喜笑不眠連 (첨치희소불면련)
한 살 더 먹은 기쁜 웃음 불면으로 이어졌는데
照鏡疏髮失意沈 (조경소발실의침)
거울에 비친 성긴 머리 뜻 잃어 침잠하네.
流水歲月回幾次 (유수세월회기차)
유수의 세월은 몇 번을 돌았던가!
會者定離吐苦音 (회자정리토고음)
회자정리에 고음을 토하네.
· 김(金) 운: 김(琻), 금(金), 늠(凜), 림(林), 심(心), 임(任), 음(音), 짐(斟), 침(針), 흠(欠)
· 김(金) 운은 운자 수는 적지만 활용할 운자가 많다.
30. 小寒 소한
正初寒波連日甚 (정초한파연일심)
정초의 한파 연일 심하지만
起身敢出欲廢蟄 (기신감출욕폐칩)
몸 일으켜 과감히 나서 칩을 폐하려네.
猛風散置理物忙 (맹풍산치리물망)
맹풍이 흩어놓은 물건 정리에 바쁘고
寒氣掩襲伸胸吸 (한기엄습신흉흡)
한기가 엄습하면 가슴 펴고 호흡하네.
薺菜入霜絶頂味 (제채입상절정미)
냉이는 서리 들여 절정의 맛이요
菠薐含雪最上級 (파릉함설최상급)
시금치는 눈을 품어서 최상급이네.
苦盡甘來豈虛言 (고진감래기허언)
고진감래 어찌 허언이리오.
高峰松柏更屹立 (고봉송백경흘립)
고봉의 송백 더욱 우뚝 솟았네.
· 급(給) 운: 급(級), 립(立), 입(入), 읍(邑), 십(十), 습(習), 집(集), 즙(汁), 칩(緝), 핍(乏), 흡(吸)
· 급(給) 운은 운자 수가 적어 활용하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ㅂ 받침의 압운은 가능한 피하면 좋을 것이다.
31. 大寒 대한
逆境脫出必意堅 (역경탈출필의견)
역경의 탈출에는 의지가 굳어야 하니
大寒本義能立證 (대한본의능입증)
대한의 본의가 능히 입증하네.
登頂泰山望平地 (등정태산망평지)
태산을 등정하여 평지를 보고
臨觀滄海覺準繩 (임관창해각준승)
창해에 임해야 법식을 깨닫네.
秋菊歷霜顯彩色 (추국역상현채색)
가을 국화 서리 겪어야 채색을 드러내고
春梅迎雪發暗馫 (춘매영설발암흥)
봄 매화는 눈을 맞아 암향을 발한다네.
大寒不寒豈大寒 (대한불한기대한)
대한이 춥지 않으면 어찌 대한이겠는가!
東風暗暗知解氷 (동풍암암지해빙)
동풍은 암암리에 해빙을 알리네.
· 긍(兢) 운: 긍(矜), 굉(宏), 능(陵), 등(登), 릉(稜), 빙(氷), 승(勝), 잉(仍), 응(應), 징(徵), 증(證), 칭(稱), 층(層), 흥(興), 횡(橫)
· 긍(兢) 운의 운자는 많지 않으나 활용할 수 있다.
Ⅲ. 맺으며
이상과 같이 24절기를 시제로 삼아 〈대한신운〉 31운을 실제 작품 속에 안배해 본 작업은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한국어 환경에서 한시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전통적인 〈평수운(平水韻)〉 체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한글 자모와 한국인의 발음 감각을 기준으로 압운을 재편함으로써, 일상언어와 유리된 채 외워서 흉내 내는 한시가 아니라, 생활 언어와 맞닿아 있는 한시를 지향해 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결론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글 자모를 기준으로 〈대한신운〉을 분류한 까닭은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정서에 알맞은 표현에 있다. 중국에서 〈평수운〉은 중국인의 일상 발음과 성조 고저의 차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한국인에게는 그 자체가 이미 이역(異域)의 음성 체계다. 평측이나 사성(四聲)을 억지로 외워야만 시를 쓸 수 있다는 전제는, 시를 쓰기 위한 공부라기보다 ‘중국어의 오래된 발음 체계를 외우는 공부’에 불과하다. 〈대한신운〉은 이 지점을 과감히 잘라 내고, 한글 자모와 현대 한국어의 운율 감각에 맞춰 압운을 재편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가 저절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운을 외우는 부담을 덜어 주었을 뿐, 한시든 산문이든 글쓰기는 결국 국어 표현 능력의 문제이며, 이는 긴 시간의 수련을 요구한다. 다만 그 수련의 방향이 ‘쓸모없는 평측 외우기’가 아니라, ‘자신의 사유와 정서를 한국어와 한자의 어휘 속에서 어떻게 응축할 것인가’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한신운〉은 한시만의 체계가 아니라, 함축과 운율을 요구하는 모든 한국어 글쓰기—광고 문구, 표어, 짧은 기도문, 기념비 문 등—에서도 응용이 가능한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24절기 전편을 구성해 본 결과, 실제로 상용하기 좋은 압운과 활용이 까다로운 압운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었다. 가(家), 간(間), 강(姜), 거(居), 건(建), 경(經), 고(高), 공(工), 구(九), 군(軍), 기(基)와 같은 운은 운자 수가 넉넉하고 의미 범위도 넓어, 절기의 정서와 실제 생활의 장면을 표현하는 데 자주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각(各), 갈(葛), 갑(甲), 걱(巪), 곡(谷), 곤(困), 골(骨), 국(國), 굴(屈), 극(極), 급(給), 길(吉) 등은 운자 수가 적거나, 받침의 음가가 거칠어 실제 시제와 어울리는 표현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잦았다.
물론 활용이 어렵다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창작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운을 능숙하게 활용해 뛰어난 구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탁월한 능력의 증거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대한신운〉은 특정 운을 배제하는 체계가 아니라, 각 운의 성격과 난이도를 분명히 인식한 뒤, 시제와 작가의 역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지침에 가깝다. 앞으로 누군가 갈(葛)·곡(谷)·극(極) 운 등, 여기서 실험적이라 적어 둔 운들을 가지고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명구를 만들어 낸다면, 〈대한신운〉 자체도 그만큼 더 풍부해질 것이다.
셋째, 대장(對仗)의 측면에서 볼 때, 24편 전체는 전통적인 평측 안배를 버린 대신, 의미·문법·구조의 정밀한 대응을 최대한 추구했다. 우수(雨水)의 3·4구, 경칩(驚蟄)의 5·6구, 망종(芒種)의 여러 연 등에서는, 전통 평측 규범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도저히 쓰기 어려웠을 만한 표현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대장 되었다. 색깔, 위치, 자연/인위, 상태, 동사/목적어 등 세부 요소 하나하나가 위·아래 구에서 정연하게 대응되면서도, 억지스러운 도치나 부자연스러운 어휘 선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평측의 부담을 덜어낸 덕이다.
물론 모든 연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소서(小暑)의 3·4구, 대설(大雪)의 5·6구, 일부 난용 운을 쓴 작품들에서는, 압운과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다 보니 어휘 선택이 다소 제한되거나, 번안자가 봐도 ‘이 정도면 실험적이다’라고 고백해야 할 만한 구절도 남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한신운〉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본 과정에서 나타난 흔적일 뿐, 체계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다듬어야 할 여지를 보여 주는 지점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평측을 외우지 않아도 한국어 감각 안에서 충분히 정밀한 대장을 구성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 덕분에 시 속에 그림이 한층 또렷하게 그려진다는 경험이 여러 작품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넷째, 오늘날은 더 이상 ‘한자 세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자가 우리와 무관한 문자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자는 한글 이전에 우리의 언어를 기록하던 문자이며, 지금도 한글 어휘 속에 깊이 잠재해 있다. 한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교육 현실과 세대 구성이 바뀐 이상 한자를 많이 외워야 한다는 식의 주장만으로는 큰 호응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한시의 대중화를 통해, 한글 속에 숨어 있는 한자어의 층위와 그로 인해 가능해지는 함축과 은유의 맛을 조금씩 경험하게 할 수 있다면, 한시는 오히려 제2의 부흥기를 맞을 수도 있다.
짧은 구절 속에 압축된 이미지와 의미를 실어 보내는 능력은, 고전 시사뿐만 아니라 현대의 광고 문구, 표어, 브랜드 슬로건, 행사 표지 등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예전처럼 10년 이상 운서와 평측을 외우고서야 겨우 한 수를 짓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사유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곧바로 창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대한신운〉은 그 새로운 환경 속에서, 한국어 사용자 누구나 한시를 “외워서 흉내 내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언어와 감정을 정교하게 다듬는 도구로 쓸 수 있게 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특히 챗GPT와의 대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경로를 통해 〈대한신운〉의 기본 개념과 운자 목록, 대장 구성의 원리, 시제별 구성 방법 등을 하나하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강의·문집 편찬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대개 고령층이 많고, 기존 방식에 익숙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 자체를 거슬러 설 수는 없다.
〈대한신운〉은 한국어 화자가 자기 언어의 뼈대 위에서 한시를 다시 세워 보자는 제안이다. 전통의 형식을 존중하되 그 형식이 더 이상 우리 언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재구성하는 것, 그리고 그 재구성 위에서 다시 정교한 대장과 압운, 함축과 은유의 미학을 되살려 보는 것, 이것이 24절기 작품을 통해 드러난 〈대한신운〉 실험의 실제이자 앞으로 이어가야 할 방향이라 하겠다. 〈대한신운〉의 표현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 문학박사 성기옥 謹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