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시인의 짧은 시 모음 * 무늬 나뭇잎들이 포도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 저 잎새 그늘을 따라 가겠다는 사람이 옛날에 있었다 * 어느 석양 동백꽃 꽃숲에 참새들이 떼지어 앉아 무어라 무어라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동백꽃 송이들이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고 하면서 무더기로 져내리고 있었습니다 * 빛 내 마음의 초록 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아슬히 바다는 있어라 뜀뛰는 가슴의 너는 있어라 * 봄눈 마른논에 우쭐우쭐 아직 찬 봇물 들어가는 소리 앗 뜨거라! 실은 논이 진저리치며 제 은빛 등 타닥타닥 뒤집는 소리 * 가을 우주의 어떤 빛이 창앞에 충만하니 뜨락의 시린 귀또리들 흙빛에 몸을대고 기뻐 날뛰겠다 * 노래 깊은 산 골짜기에 막 얼어붙은 폭포의 숨결 내년 봄이 올 때까지 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