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는 송년 시모음<5> [송년 시] [년말 시]

 

한해의 끝자락에서 / 박외도

 

제법 쌀쌀해진 겨울밤

마음 아프고 쓰린

사람들의 쏟아놓는

고달픈 이야기들로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겨울 긴긴밤을 하얗게 새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일들은 가슴 깊이 묻고

새로운 아침의 창을 열면

목련 나뭇가지에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남은 시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에 잠기는 나에게

짧은 인생 촌음을 아껴

그들에게 나의 어깨를 내주어

기대게 하고 가슴을 열어

토닥거려 주라고 일깨워준다.

 

작은 새의 짹짹거리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한해의 마지막을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해 간다.

 

 

한 해의 끝에 / 서현숙

 

황혼은

곱게 물들어

노을 만들고

 

저무는 하루

어둠이 사방에

내려앉길 시작하는데

 

총총한 걸음

달려온 많은 날

한 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는 때

 

무엇이 그토록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하며

숨 가쁘게 살게 했는가

 

때로는

여유로운 마음

느릿한 걸음으로

아름다운 삶을

노래해야지.

 

 

한해를 보내는 기도 / 공재룡

 

삼일 남겨진

낡은 달력 앞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의 길목을 서성입니다.

 

뒤돌아 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그림자도 낮설고

내 발자국조차 없더군요.

 

작은 친절은

오래 기억하면서

남에게 준 상처는

쉽게 잊으며 살았습니다.

 

기도드립니다.

밝아 오는 갑오년에

한 마리 비둘기도

상하지 않도록 하옵소서.

 

 

송구영신 (送舊迎新) / 홍사윤

살아 있기에 주어진
일 년의 열두 고개를 넘어
노을이 지고 있는
고개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기원하던 삶을 위해 살아왔나!
한 해를 회상해 보지만
후회가 밀려오는 삶

고개를 무탈하게 넘어온
일 년에 감사하며
삶의 힘든 고갯마루에서
손을 내어준 당신을 기억합니다

저물어 가는 일 년
수평선 너머로 기울며
눈시울 붉어지는 종착의 시간
아쉬움에 떠나보내고

안갯속에 가려진
새해 넘어야 할 열두 고개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작은 그릇에 꿈을 담아 가렵니다.

 

 

한 해를 보내며 / 김순태

 

한해 갈무리하니

잊을 수 없는 대기만성

고운 꽃길로 걸었던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봄이 오지 않을 것 처럼

삭풍이 불어오던 긴 겨울도

포근한 봄볕에

눈 녹듯 사그라지고

무지갯빛 인생을 펼쳐 주었습니다

 

짙푸른 하늘을 잿빛같이

검게 물들이며 쏟아지던 소낙비로

때론 심한 풍랑으로

밀려오는 해일에 부딪히듯

휘청거리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때론 기다리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질 때

벅차오르는 감정에

뜨겁게 심장을 달군 적도 있었습니다

 

간혹 지칠때도 있었는데

해소제처럼 술술 풀어지는

선물 같은 나날의

채움으로 행복했습니다

 

다가오는 경자년도

고이고이 포개놓은

연두색 새싹 위에 노란 민들레처럼

고운 꽃길이길 소망해봅니다.

 

 

한 해의 끝자락 / 이정순

 

세차게 달려온

바람이 아늑한 품으로 스미고

어느새 한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왜 쓸쓸해 보이는지

 

살을 에는 세찬 바람에

봄의 싱그러움을 기다려

이곳까지 왔는데 어느새 또 한 해

 

지난 한 해 정말

많은 일이 모두의 마음의

멍울이 되어 있었고 아팠는데

 

아픔 뒤에

비워진 마음 이제는 새해의 희망

기다리며 더 이상의 아픔은 없길

서로를 보듬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말정산 / 목필균

 

얼마나 벌었는지 고정값에
대략 낸 세금에 플러스, 마이너스
한 해를 정산한다
보험, 개인연금, 카드사용내역
병원비, 교육비, 부양가족
매달 조금씩 내던 기부금까지
알뜰하게 챙겨도
세금이 넘친다
우리는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고정값 없는 사랑의 부피에서
주고받은 마음이 플러스였는지
받고주는 생각이 마이너스였는지
넘치는 세금처럼
미처 주지 못한 사랑이나
넘치는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닌지
한 번에 치루지 말고
두고두고 갚아야할 빚처럼
마음에 꽃 가꾸듯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정산해야겠다

 


찔레꽃의 송년 / 이원문
 
어느 해부터 찔레꽃이
가는 해에 묻어 갔나
여름도 있었고
가을도 있었다
 
그 여름 가을이 있다면
찔레꽃은 그림 아닌
기억 한 곳에 남아
첫 꽃으로 그렇게
연줄에 매달린다
 
기억의 찔레꽃
처음의 찔레꽃
그곳에 하얗게
아련히 피어난다



노을의 송년 / 이원문
 
끝이라는 한 글자에 주눅드는 마음
이것이 끝이고 마지막인가
보내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 같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남는 것 같다
 
나만이 남아 있는 이 자리의 나
무엇을 보내고 떠났다 하겠나
거울 다시 문질러 나에게 묻는 마음
이 나의 모습이 그 대답인 것을

 

 

한해를 보내면서 / 하영순

무자년 첫날 양 팔에 작대기 하나씩을 짚고

남해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동해 정동진으로

그네를 찾아 갔으나 무정한 그녀는

구름을 핑계 삼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헛다리짚고 돌아오는 길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 춘삼월

진눈개비 속에

황사바람 뚫고 나타난

눈 봄바람에 정분난 가시네가 있었다.

이름 하여 설중매

철부지 백목련 

겨우내 찬바람에 추워 떨다 임 만나기도 전에 떠나간 그네

그녀는 떠나가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 출렁이는 동해 바다를 끼고

하자 세월 안강읍을 지나 불국사를 경유하는 동안

삼사월 다 지나고 오뉴월 염천

모내기는 해야 하는데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찌는 듯한 삼복더위

가로수 잎은 목이 말라 비를 기다리다 못해

땅으로 내려 안고 말았다     

거리에 때 아닌 갈잎으로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못살겠다. 데모대로 변신 삼보 일 배

발바닥에 물집이 터져 절룩이며 가는 길

칠팔월도 미끄러지듯 가버리고

불타는 가을 산

그 찬란함도 잠시잠깐 

팔공산 정상엔 손 꽁꽁 얼어 입시철 나무관세음보살

염불소리 허공에 퍼지는 가운데

오매불망 가슴 죄이던 부모마음

당 낙이 끝나버린 쓸쓸한 거리엔 흰 눈이 쌓인다.

캐럴송 찬란한 불빛도

모닥불 피워 일거리기다리던 인력시장 고단함도

해가 저문다.

언제나 내일에 속고 오늘에 사는 인생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이 온 누리에

신의 은총 충만하길 양초에 불 밝혀 두 손 모아본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한 해의 마지막 날 / 김영길

 

부푼 새 희망과 새 소망의 꿈을 품고 2015년 을미년을

출발했던 한 해가 마지막 날을 맞아 해가 서산에 저물어 간다.

 

계획했던 남은 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세월은 일 분 일 초도

분과 초를 어기기 아니하고 냉정한 결론을 내리듯 개의치 않고

자기 갈 길을 향해 달려간다.

 

가는 세월 따라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순응 순종하는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는 한 길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같은 주어진 환경의 여건 속에서 어떤 이는 보람찬 무한한

영광의 광명에 축복이 넘치는 기쁨도 있지만,

 

반대로 슬픔과 시련과 고통의 멍에 속에서 허덕이며 헤어나지 못 하니

한숨짓는 환경에서 자기 잘못은 망각한 채 죄 없는 하늘을 향해

원망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내 탓이요, 뒤를 돌아보며 새로운 새 날을 기약하며

다시 재기하는 용기와 지혜가 이때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한 해를 갈무리하며 / 홍대복

 

서리 내린 황혼 들녘에서

바람처럼 머물렀던 지나온 삶을

가만히 눈 감고 아슴아슴 더듬어봅니다

 

하얀 계절 내려앉는 거리의 캐럴과

뽀얀 입김 서린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주위의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게 합니다

 

돌아다 보면 우리는

주린 배 움켜쥐고 힘든 보릿고개 넘던

무명옷에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인생의 가파른 여정도 잘 견디어왔습니다

 

비록

어려운 경제와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우리에게는 내일이라는 밝은 희망이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용기 잃지 말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배려하는 마음가짐은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이제 우리는

또 한 해 곱게 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저 동해의 붉은 태양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소외된 계층의 우리 이웃과

사랑하는 부모 형제

 

그리고

멀리 헤어져 있어 가슴으로만 그리던 벗님도 만나며

서로 서로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나눌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한 해가 또 가네 / 백원기

 

북풍한설 몰아치나 했더니

서산마루에 걸린 하현달처럼

저물어가고 있네

 

花無十日紅이라 하더니

治粧하던 아름다운 한 해도

고작 365일 버티다 넘어가고

 

가는지도 갔는지도 모르게

기도자의 마음으로 365일 썼지만

견디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겨주네

 

어린아이가 첫 세상을 보듯

새해를 마지 했었는데

시든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구나

 

해 돋는데서 해 지는데 까지 걸었으니

이젠 캄캄한 밤길에 쉬었다가

오는 해를 마중 나가야 하겠다

 

그동안 밀린 숙제들을 모았다가

새얼굴 앞에 내놓으려니 쑥스러운데

 

묵은해가 넘어가고 잠이 든 간이역에

아련한 기적소리 울려오면

기다리던 새해가 밝아오는 기척

 

따뜻한 차 한 잔에

또 한 해가 가는구려

 

 

한 해가 가는 길목에서 / 김영주

 

한 해를 보내며

남아있는 아쉬움을 돌아보니

지난날 소중했던 많은 시간이

자꾸 생각이 떠오르며 스쳐 갑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19로

힘든 날로 이어진 한 해로 여겨집니다

거리 두기와 마스크를 쓰고

마음은 가까이 가도록 노력은 하였지만

 

세월의 무상함에 어쩔 수 없이

만남마저 자유롭지 않으니

다수의 모습 사무치는 그리움을 남기고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마음 한편에 남겨지지만

힘든 날에서도 고운 정 주시던 분들에게

마음에 새기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쉬움 남아있는 12월 마무리 잘하시며

서로 좋은 인연으로

새 해에도 함께 이어졌으면 합니다

건강과 함께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송구영신 / 하영순

 

오는 님 말없이 안으며

가는 님 말없이 보내리라

기쁨도 슬픔도 이름 짖지 않으리

 

있는 그대로

보는 그대로

 

하늘은 사시사철 푸르른데

빨간색만 변할 뿐이다

떠도는 구름도 스치는 바람도

 

어찌 제자리를 고집하겠는가

오늘 저 하늘이 어제의 하늘이 아니듯

내일 저 하늘도 오늘의 하늘이 아닌 것을

 

순리는 순리대로

강물이 어제 것이 아닐지언정

흐르는 물위에

한 척의 배를 띄우리라

 

 

한해의 끝에서 / 김민지

 

간혹 빈 가지 사이로

가늘게 새어 나온 햇살마저

따스함으로 다가오던 봄

 

부푼 꿈을 안고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설계했었고

 

무더운 여름 눈 안으로 스미던

쓰라린 땀방울을 씻어내며

한껏 달아오른 열기도 견뎌 내었죠

 

나뭇가지가 휘도록 빽빽이 들어찬

실과를 수확할 때는 비로소

농부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를 머금었고

 

때마침 온 세상은 오색병풍으로 수 놓였었죠

 

어느새 찬 서리 내려앉은

논바닥에서부터 냉기가 스며들어

겨울 한복판에 와 있습니다

 

새벽이 왔음에도 어둠을 걷어내지 못하고

살갗을 애는 듯한 찬바람과

달력 마지막 장에 남은 하루에서

 

새로 받은 달력의 첫날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설렘이

한해의 끝에 와있음을 실감 나게 합니다

 

 

송년의 시 / 김현희

 

바람 따라 구름처럼

살다 가는 먼지 같은 인생을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욕망에 눈이 먼다

 

짧은 소풍이란 것을 망각하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피 흘리고 상처 주며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르고

고장 난 브레이크가 된다

 

높은 곳을 향해 몸부림치는

고단한 삶들이 한없이 가엾고

동공이 풀린 충혈 된 눈동자는

허공을 가르고 있다

 

왜 이리 슬퍼 보이는 걸까

영혼을 판 들짐승처럼

앞만 보고 달려드는 과오는 돌이 킬 수 없는

피 페한 얼룩만을 그려 놓을 뿐 이란 걸

알면서도 또 달린다.

 

어둠을 행해……

 

 

아름다운 손들을 위하여 / 신경림

 

어지러운 눈보라 속을 비틀대며 달려온 것 같다

긴긴 진창길을 도망치듯 빠져 나온 것 같다

얼마나 답답한 한 해였던가

속 터지는, 가슴에서 불이 나는 한 해였던가

일년 내내 그치지 않는 배신의 소식

높은 데서 벌어지는 몰염치하고 뻔뻔스러운 발길질에

드러나는 그들 무능과 부패에

더러운 탐욕과 위선에

분노하고 탄식하고 규탄하기에도 지쳐

이제 그만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싶었으나

우리가 탄 이 거대한 열차가

그들의 난동에 달리기를 멈추면 어쩌나

철교가 무너지고 철길이 끊겨

어느 산허리를 돌다가 산산조각나면 어쩌나

불안하고 초조해서 너무도 초조해서

그런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남북 사이에 낀 짙은 먹구름에

멀리 밖에서는 쉴 새 없는 전쟁과 폭력의 울부짖음

창 너머 먼 하늘의 별을 보며

잠 못 이룬 밤이 또 얼마였던가

이제 지는 해를 향해 서서 가슴을 쓸어내릴 때다

그래도 우리는 무사했으니

혼돈 속에서도 많은 것을 이룩하고

많은 것을 쌓았으니

지는 해를 향해 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할 때다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 끌고 가는 것은

큰 몸짓과 잘난 큰 소리가 아니라는 걸

추운 골목의 쓰레기를 치우는 늙은 미화원의

상처투성이 손을 보아라

허름한 공장에서 녹슨 기계를 돌리는

어린 노동자의 투박한 손을 보아라

새벽 장거리에서 생선을 파는

머리 허연 할머니의 언 손을 보아라

비닐하우스 속에서 채소를 손질하는

중년 부부의 부르튼 손을 보아라

열사의 천막 속에서

병사의 다리에 붕대를 감는 하얀 손을 보아라

해가 지고 있다

내일의 더 밝은 햇살을 위하여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손들을 위하여

 

 

한해를 보내며 / 나상국

 

한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또 한해를 갈무리 해야 하네

시작이 반이라던데 또 한 살을 먹겠네

 

가는 게 세월인데

그 누가 막겠는가

 

한 해를 보내면서

생각에 잠겨보네

 

살아온 인생이야기

살아나갈 힘 되네

 

 

망년6회(忘年會)가자 / 최홍윤

 

늙은 아이들아
우리 망년회 가자
잘난 권세도, 덧칠한 학문도 버리고
철학이 닿지 않은 곳으로 망년회나 가자

움직이는
세월의 느낌처럼
철 지난 역사를 뒤편으로 밀어내고
심심산골로 우리 망년회나 가자

그 산골짝엔
망령들기 직전의 주모(酒母)가
누룩 냄새 퀴퀴한 아랫목에서
술 단지 끌어안고 우리를 그리워 하리라

늙은 아이들아
우리도 망령들기 전에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망년회나 하자.

 

 

가는 해 오는 해 / 권미영

 

가는 년 오는 년

욕지기 가득한 말투엔

끊어 낼 수 없는

미련 남아 싫다

 

나는 너를

가는 해 오는 해

해처럼 따뜻한 눈길로

보내고 맞이하련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하게 모으던 손,

고난에 처해

어둠 내린 마음,

환하게 불 밝히던 손

 

오직

그 손길만을 기억하며

그 체온만을

주머니에 넣어두련다

 

가는 해 오는 해

더 건네주지 못한 아쉬움으로,

잘 가라 흔들어 주고

반갑다 맞아주는

아름다운 작별과 만남이네

 

 

일 년의 마지막 날 / 김연식

 

한 계단씩 오르고 올라

또 한 번의 연극이 종료된다

 

12월의 눈보라 꽃처럼 아름답다

흰 눈이 머리에 쌓여도 이제는 털지 않는다

눈송이 하나 하루인 양 털기 싫다

 

어깨에 쌓이는 눈도 새롭고

온 산야에 쌓이며 내리는 송이 송이가

새롭고 신기하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손바닥에 내린 눈송이

내생에 열두 달 마지막 계단에서

이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새롭게 시작하는 개막 연극에서

한 계단 두 계단 버거워도 또다시

오르고 올라 12월의 눈을 볼 수 있을까

 

내 손을 잡고 마지막까지 동행할 사람은

누구일까

비틀거릴 때마다 따듯하게 꼭 일으켜줄

그 사람은 누구일까 꿈일까 바램일까

 

 

송구영신 / 손병흥

 

늘 바쁘게만 달려 나왔던 한해의 끝자락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 맞이하는 시기

 

신년의 운수대통 기원해보는 음력 섣달그믐밤

옛것을 물린 채 새로운 것을 받는다는 새해맞이

 

어려운 일들로 점철된 서민들의 주름살 펴고서

다시금 희망찬 새해 맞이하기를 축원해보는 마음

 

수많은 정보로 상식 넘쳐나 불통 먹통 되는 세상

자고 일어나면 바뀔 정도의 정보화에 밀려난 낭만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소통하고픈 변화의 물결로

힘들게 스쳐간 나날 되새겨 오뚝이같이 일어날 의미

 

 

경자년을 보내며 / 남원자

 

경자년과 이별을 해야겠다

넘 힘들게 한 경자년 미련없이

올 한해는 코로나 19로 힘든 한해였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거리두기로

사랑하는 사람들 만남도 하지 못 한채

이별을 해야겠다

아쉬운 경자년과 이별을 하려니

회한의 여운이 남는다

 

신축년에도 희망의 꿈을

반가운 소식만 들리는 한해

초등달아 활짝 웃어보자

 

 

아쉬운 庚子年 / 류동열

 

아이고

겨울이 자꾸 깊어가네요

12월이 아직 쬄 남았다고

맘 푹 놓고 세월이 가든 말든

여유가 넘치고 포근했는데

오도 가지도 못하고 오동나무에 덩그렁 걸린

하얀 연이 되어 가슴만 칩니다

 

달력에

庚子年이 한 홉 큼 딱 몇일 남았습니다

어제의 11월 달력을 뗄까 말까 하다가 그냥

그냥 두었는데 옆 짝꿍이 인정사정없이 떼고는

아이고, 한숨을 쉼니다

마무리 잘해야겠습니다

 

아쉬움도

슬픔도

미련도

많은 것이 섭섭하지만

庚子年 12월에 모두실었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 곽종철

 

조용히 한 해를 뒤돌아봅니다.

때로는 성난 파도처럼 분노하고

때로는 아픔을 함께하기도 하며

가끔은 쇠귀에 경 읽는 짓도 하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답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세월이라지만

많은 흔적 남겨둔 채 흘러갑니다.

묵은 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이하는

이 순간이 바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새해랍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칼바람에 떨지 않게 따뜻한 정을 나누고

삶에 지쳐 처진 어깨에 날개를 주소서.

갈등으로 찢어진 상처도 아물게 하는

우리 소원 다 이룰 새해를 맞이하소서.

 

우리 소원 들어주소서.

우리에게 지혜를 베푸소서.

더 밝은 새해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할 일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새해가 되소서.

 

 

한 해를 보내며 / 김금자

 

반갑지 않은 떨떠름한 겨울비가

매운바람의 동장군을 업고와

털썩 내려놓은 기해년 마지막 날

 

바람을 이겨낼 외투를 꺼내어

목에 걸린 가시 같던 말 못 할 사연을

조곤조곤 털어낸다

 

칼바람에 시달리는 헐벗은 고목

털목도리 걸어주면 춥지는 않을까

아팠던 가슴이 시려온다

 

돼지 꼬리에 불행 매달아 도살장으로

하얀 쥐에 행복 태워 실랑이하는 한

설레는 희망을 여미련다

 

다사다난했던 기해년

제야의 종소리가 가슴속에 우렁하면

세월을 가르는 붉은 해를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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