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일곱살 먹은 동자승 두 명을 데리고 산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길을 걷던 중 스님이 커다란 구렁이 뼈를 발견하고는 앞서 가던 동자에게 묻어주고 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동자는 못들은 척 하고 그냥 길을 갔습니다.
뒤따라 오던 동자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구덩이를 파고 두 손으로 그 구렁이 뼈를 거두어 정성껏 묻어주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산을 벗어나자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커다란 기와집 앞에 이르러서는 구렁이 뼈를 묻어주지 않은 동자에게 시주를 얻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집에 들어간 동자는 풀이 죽은 채 그냥 나왔습니다. 시주도 얻지 못하고 말입니다.
이번엔 구렁이 뼈를 묻어준 동자를 들여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쌀 세 가마니를 시주로 받아 나왔습니다.
스님께서는 두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먼저 들어간 동자는 주인이 밉게 보아서 시주를 하지 않은 것이고
나중에 들어간 동자는 고맙게 보았기 때문에 시주를 했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그 집 주인은 전생에 구렁이였고 아까 산에서 본 구렁이 뼈가 바로 그 구렁이라는 것입니다.
50년 전에 죽은 구렁이가 바로 그 집 주인으로 환생을 했다는 겁니다.
세상 일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생의 인연이나 지금 지어가는 일들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아무 이해관계도 없이 그냥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왠지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전생에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고
싫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나쁜 인연을 맺은 사람일 수가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동냥은 못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이왕이면 좋은 인연을 맺고 살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