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소 시 모음 30편
《1》
★5월을 드립니다
ㅡ김민소ㅡ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하늘을 보며 웃을 일 보다
땅을 보며 울 일이 많다 하여도
마음이란 밭에 꽃씨를 뿌려야 해요
그리고 정성이란 물을 주어요
삭풍을 홀로 이겨낸
숲 속의 제비꽃과 자작나무
바위섬의 등대와 조가비
저 강가의 가로등
그리고 빈 의자
그들의 사랑을
5월과 함께 드립니다
당신을 위해 빛을 뿜어내는
삶의 눈물겨운 조연들,
당신이 지켜주세요
《2》
★그대 만한 선물은 없습니다
ㅡ김민소ㅡ
자작나무가 빼곡한 하얀 숲이
영화 속의 풍경 같다 해도
그대의 해맑은 모습만 하겠습니까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레식이
영혼을 적신다 해도
그대의 풋풋한 음성만 하겠습니까
저녁놀과 아침해가
찬연한 빗살로 야윈 몸을 휘감는다 해도
그대의 따뜻한 품속만 하겠습니까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감동은
내 삶을 끝없이 타오르게 하는 이 전율은
그대가 만들어 주는 걸요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그대 만한 선물은 없습니다
《3》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
ㅡ김민소ㅡ
사람들은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요
하지만 나는 사랑이라 할래요
꽃은 충분한 조건이 필요하지만
사랑은 그대와 나의 진실,
그 하나만으로 감동이 되잖아요
사람들은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요
하지만 나는 사랑이라 말할래요
꽃은 시간 뒤에 존재를 잃지만
사랑은 그대와 나의 믿음,
그 하나만으로 영원을 말하잖아요
사람들은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요
하지만 나는 사랑이라 말할래요
그대와 내가 마주보는 한
그대와 내가 함께 걷는 한
온 누리에 향기가 물씬하잖아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
마음과 마음이 녹아 흐르는
영혼이 그려나가는 약속이에요
《4》
★내가 생각하는 너는
ㅡ김민소ㅡ
내가 생각하는 너는
봄날 살랑거리는 꽃잎이기 보다
여름날 땡볕을 막아주는 숲이었음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너는
여름날 몰아치는 장대비이기 보다
가을을 영글게 하는 단비였음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너는
가을 날 떨어지는 낙엽이기 보다
겨울을 지탱케 하는 햇살 이였음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너는
겨울을 울게 만드는 살얼음이기 보다
봄날 꽃씨를 퍼뜨리는 훈풍이었음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행복이란 제목의 퍼즐이 되는
그런 사람이 너였음 정말 좋겠다.
《5》
★내가 진정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ㅡ김민소ㅡ
내가 진정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신도시 평수 넓은 아파트나 빌라나
패션잡지나 TV에서 볼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지붕위로 쪽창이 두어 개 있는 오래된 통나무집과
치자열매로 물들인 옷이면 족해요
종달새와 함께 정갈한 조반을 준비하고
아름드리 갈참나무 빽빽한 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구르몽의 시 구절과 낙엽을 버무리고
겨울이면, 눈밭에 하얀 발자국이 남아있는
도심에서 벗어난 작은 마을이어요
빈 텃밭을 싼에 빌려
상추와 오이, 감자와 고구마를 튼실하게 키워
가끔씩 찾아오는 우체부와 이웃들에게
한 무더기씩 손에 들려줄 때
박꽃 닮은 미소를 보는 것이어요
내가 진정 그대에게 바라보는 것은
달콤한 사랑의 맹세가 아니라
신문지에 둘둘 말아 내민 쑥부쟁이 한 다발과
바리톤 움색의 노래를 들으며
그대의 팔 베개에에 꿈을 꾸는 것이어요
《6》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ㅡ김민소ㅡ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갈라진 대지가 샘을 파는 일이다
저 땅 속 깊이 숨어있는 순수의 물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가득 펴 담아 뿌려 주는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늘이 청록비를 몰고 오는 말이다
새털구름을 모았다가 이내 먹구름 모아서
그것을 지상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일이다
땅속의 물과
하늘의 물이 그렇게 만나서
빈약한 가슴을 적셔가며 서로가 녹아드는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땅이 되었다가
그대가 하늘이 되었다가
천지가 육신과 정신을 오가는 일이다
《7》
★당신은 꽃처럼
ㅡ김민소ㅡ
아름다운 것들에
깊이 감동할 줄 알고
일상의 작은 것들에도
깊이 감사할 줄 알고
아픈 사람
슬픈 사람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울 줄도 알고
그렇게 순하게 아름답게
흔들리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보세요.
《8》
★당신은 내 생의 마지막 연인입니다
ㅡ김민소 ㅡ
강물이 아름다운 것은
도도히 제 자리를 흐르기 때문이고
청산이 눈부신 것은
언제나 푸른빛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 나는……
켜켜이 스며든 상흔 속에 자연을 등지고
운명의 덫에 허우적거린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계절이 시작되어도
철지난 억새풀로 가득한 가슴
어둠이 줄달음치는 새벽녘에도
혼미한 정신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다가온 당신 때문에
하루는 눈부신 선물이 되었고
자연이 들려주는 모든 소리는
나를 언제나 프리마돈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사랑했던 나의 연인이여!
사랑이란 온전한 이름으로
온누리에 퍼트릴 수 없는 운명이지만
당신과 내 영혼속에 침잠된 씨앗은
천상의 꽃으로 피어나
불멸의 사랑을 노래할것입니다
살아있음은 언제나 소멸하는 것
함께 못하는 인연을 힘들어하기엔
너무나 찰나 같은 생입니다
삶의 모퉁이 한 부분에서 이렇게 만나
당신의 체온에 기쁨을 잉태하고
당신의 눈빛 속에 깨어난다는 것은
사랑 그대로의 이름으로 영원한 것입니다
하늘이 문을 닫을 때는
별빛으로 다가와 속삭이고
새벽이 빛을 부를 때는
풀벌레 소리로 벅차게 하는 당신은
내 생의 마지막 연인입니다.
《9》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ㅡ김민소ㅡ
마지막 버스를 놓쳐버렸습니다
어쩌면 집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삶의 시간도 잃어버릴 거라고
제동장치가 파열돼버린 생각은
이미 통제구역을 벗어나 버리고
이국 땅 해거름을 헤매고 있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발자국 소리마다
폭풍이 지나간 풀잎의 상처마다
빛살머리 풀어헤친 가로등 풀빛마다
타인이었다가, 그대가 되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희망이 되었다가
삶의 절반을 도려낸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10》
★당신이 봄이십니다
ㅡ김민소ㅡ
꽃처럼 예쁘다는 말
별처럼 눈부시다는 말새처럼
비상한다는 그 말들이
당신 앞에선 무기력한 걸 아시나요.
향기가 진하기로서야
어둠 속에서 빛나기로서야
창공을 높이 날기로서야
당신의 마음만큼 하겠습니까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고
밤과 낮을 구별할 수 없고
천지의 높낮이를 잴 수 없이
밀려드는 사랑의 파고를 말입니다.
산수유, 종다리, 시냇물이
봄을 달콤하게 알리기로서야
당신의 향기만큼 하겠습니까
복사꽃보다 고혹한 당신인데
물푸레나무보다 푸른 당신인데
새벽 별보다 부지런한 당신인데
어머니! 아시나요
이 봄이 당신을 닮은 것을요
당신이 봄이십니다.
《11》
★당신이 아닐까요
ㅡ김민소ㅡ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노을이 내리는 거리를 걷다보면
뒷모습이 풍경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눈 골목길
고독이란 놈에 취해 휘청거릴 때면
등불이 되어 집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봄날이면 유채 꽃이 되고
여름날이면 소나기가 되었다가
가을날이면 단풍 빛이 되고
겨울날 눈꽃으로 피는
일년을 한결같이
캔버스에 내리는 시처럼
희망나무를 가슴에 자라게 하는
그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당신이 아닐까요.
《12》
★미안해하지 말아요
ㅡ김민소ㅡ
제비꽃이 봄을 알리고
장마예보가 여름을 알리듯
사랑은 그대가 존재함을
알리는 것입니다
청잣빛 높은 하늘이 가을을 알리고
거리의 나목이 겨울을 알리듯
그대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대여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미안해 하지 말아요
사랑은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그대를 생각하면
나는 갈참나무 숲이 되었어요
내 안에 이기적인 생각을 여과시키니
종다리, 휘파람새가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있네요
《13》
★사람이 선물입니다
ㅡ김민소ㅡ
하늘이 빛나는 것은 은하수 때문이고
들판이 빛나는 것은 원시림 때문이고
세상이 빛나는 것은 사람 때문입니다.
아픔이 소중한 것은
기쁨과 함께 하기 때문이고
실패가 소중한 것은
성장과 함께 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소중한 것은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을 배우게 하고
세상은 나누는 아름다움을 배우게 하고
사람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해줍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가슴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사람이 선물입니다.
《14》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
ㅡ김민소ㅡ
사랑이 아름답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투명한 마음 때문이지요
원목보다 순백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려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이 눈부시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깨끗한 눈빛 때문이지요
새벽이슬 닮은 눈빛으로
사랑을 말하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이 행복이라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애틋한 고백 때문이지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사랑을 울리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은
스스로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사랑이 오직
그 이름으로 눈부신 것은
영혼을 적시는
그대의 눈물 때문이지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오직 사랑을 위하여 애쓰는 당신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이래요
《15》
★사랑보다 아름다운 이름
ㅡ김민소ㅡ
사랑이 아름답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투명한 마음 때문이지요
원목보다 순백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려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이 눈부시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깨끗한 눈빛 때문이지요
새벽이슬 닮은 눈빛으로
사랑을 말하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이 행복이라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애틋한 고백 때문이지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사랑을 울리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은 스스로
아무 것도 못하잖아요
사랑이 오직
그 이름으로 눈부신 것은
영혼을 적시는
그대의 눈물 때문이지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오직,
사랑을 위하여 애쓰는 당신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16》
★사랑은 보여줄 수 없기에 아름답습니다
ㅡ김민소ㅡ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것들은
눈을 감으면 볼 수 없게 됩니다.
사랑이란,
눈을 뜨면 보이지 않다가도
눈을 감으면 더욱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
자연을 신비로 물들게 하는 쪽빛 하늘도
대지에 풋풋함을 새겨 주는 나무들도
볼 수 있을 때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보여주려 애쓰면 애쓸수록
단청같은 은은한 향은 어느새 독해지고
순백했던 모습은 짙푸른 이끼로 탈색되지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자연은 폐허로 남겠지만
사랑이란 숨어 있을 수록 더욱 간절하게 합니다.
자연이란 성질은 볼 수 있을 때 눈부시다면
사랑이란 성질은 느끼고 있을 때 빛이 나듯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혁명 같은 것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마음과 마음이 녹아 흐를 때 비로소
하나란 이름이 되는 눈물 같은 결실입니다.
《17》
★사랑은 정답 없음
ㅡ김민소ㅡ
누구는 사랑을 돛단배 노니는
하얀 바다라 말하고
누구는 사랑을 빠져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이라 말하고
누구는 사랑을 눈부신 햇살 같은
언제나 맑음이라 하고
누구는 사랑을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미로라 하고
누구는 사랑을 아이의 마음처럼
철부지가 되는 거라 하고
누구는 사랑을 노승의 깊은 철학처럼
자신을 비우는 거라 하지만
그러나……
사랑은
사랑은
정답 없음……
《18》
★사랑을 담아내는 편지처럼
ㅡ김민소ㅡ
나 다시 태어난다면
사랑을 담아내는 편지처럼 살리라.
폭포수같은 서린 그리움에
쉬이 얼룩져버리는
백색의 편지가 아니라
오염될 수록
싱그런 연두빛 이었으면 좋겠다.
나 다시 태어난다면
사랑을 담아내는 편지처럼 살리라.
가슴에 커져버린 암울한 상처에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이별의 편지가 아니라
상흔 속에서도 뿜어내는
시작의 편지였으면 좋겠다.
미움은
온유함으로 지워버리고
집착은 넉넉함으로 포용하면서
한 장에는 사랑이란
순결한 이름을 새기고
또 한 장에는
삶이란 소중한 이름을 써 넣으면서
풀 향보다 은은한 내음으로
내 삶을 채웠으면 좋겠다.
《19》
★사랑을 위하여
ㅡ김민소ㅡ
어느 날
내게 온 당신이
들꽃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기에
꽃다지, 괭이밥, 별꽃,
봄맞이, 솜방망이, 얘기 똥풀, 앵초 등등
식물도감을 찾아가며 머리 속에 담으려고 했어요
어느 날은, 신록을 보면서
"세상이 초록빛이었으면 좋겠다" 하기에
휴일이면, 수목원을 찾아
호랑가시나무, 사철나무, 꽝꽝나무, 회양목과
노닥거리다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네요
사랑을 위하여
내 살과 내 피와 내 영혼 속에
이식하고싶었어요
저 들꽃을
저 늘푸른나무를
《20》
★사랑을 전송 중입니다
ㅡ김민소ㅡ
당신은 아시나요
짧은 문자 하나에도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요
당신이 봄 비였다고 쓸까
자작나무 숲길을 닳았다고 할까
꽃씨 같은 그대라고 쓸까
그리움을 몬닥몬닥 잘라내며
밤새 눈시울을 붉히며 썼던 메일을
보관함으로 이동 시켜 놓고
사랑을 전송 중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쁨보다
영혼에 스며드는 행복을 위해
긴 시간을 아파했습니다
당신은 스팸 메일을
깨끗하게 삭제해 주십시오
《21》
★사랑이 나를 다시 찾는다면
ㅡ김민소ㅡ
사랑이 나를 다시 찾는다면
땅거미 지는 낙조의 하늘이기 보다
하루를 여는 새벽의 하늘이었음 좋겠다.
해질녘 어스름 서성거리는 그리움이기 보다
한 점 빛으로 태어나 꿈을 그리는 사랑이고 싶다.
사랑이 나를 다시 찾는다면
천둥과 번개를 몰고 오는 여름날 장대비이기 보다
소리없이 스며들어 사계절 촉촉한 단비였음 좋겠다.
타오르는 열정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서글픔 보다
조금씩 주어도 멈추지 않는 한결같은 사랑이고 싶다.
사랑이 나를 다시 찾는다면
어루만져야 제 빛을 내는 화분으로 남기 보다
손길을 주지 않아도 퍼뜨리는 야생화였음 좋겠다.
사랑도 사람의 기술인지라
샛바람 한 조각에도 폐점을 부를 수 있는 것
사랑이 나를 다시 찾는다면
몸과 마음이 하나로 묶어져야 한다는
네 안에서 웃고 상심하는 어리석은 집착 보다
내가 적셔준 사랑이 너의 행복이 되었다면
내가 심어준 사랑이 너의 꿈 밭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이별 또한 아름다운 사랑이고 싶다.
《22》
★사랑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ㅡ김민소ㅡ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새벽닭이 울면
태양보다 일찍 일어났다는 것과
어둠이 침잠한 시간이면
바람과 별과 시(詩)와 함께 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것
옥상에서 졸고 있는 화분과 빨래들
공원의 식당버스와 낡은 파라솔,
쭈그리고 앉아 곰방대를 빨고 있는 노인조차
잔잔한 감동으로다가 온다는 것
백만 송이 장미보다 더
가슴을 뭉쿨 하게 하는 선물이
바로 너라는 것
《23》
★사랑이라는 선물을 바칩니다
ㅡ김민소ㅡ
내가 비라면
그대의 지친 마음을 적셔주고
내가 햇살이라면
그대의 창에 보석같은 빛을 줄텐데
나는 언제나 미약하여
사랑이라는 선물을 바칩니다.
내가 꽃이라면
그대의 차가운 마음에 향기를 주고
내가 나무라면
그대의 고단한 육신을 쉬게 할텐데
나는 언제나 미약하여
사랑이라는 선물을 바칩니다.
내가 주는 선물은 형태가 없어
시간이 늘 뺏어가고
내가 주는 선물은 향기가 없어
기억의 저편에 물러나 있겠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받고자 속박하는 것보다는
아낌없이 사랑했던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4》
★살아가는 동안
ㅡ김민소ㅡ
흔들린다 해도
마구 흔들린다 해도
꺾어지지 않는 억새였음 좋겠어
흙탕물이 전신을 덮어도
마당 예쁜 집에 살지 못해도
지상에 태어난 것으로 감사한
뜨거웠다 해도
미치도록 뜨거웠다 해도
집착하지 않는 촛불 같았음 좋겠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온기를 주었기에
살아있던 순간이 행복한
못내 머물고 싶어도
고혹한 저 석양처럼
가야 할 때 당당하게 갔으면 좋겠어
《25》
★선물 같은 당신
ㅡ김민소ㅡ
미안해 하지 말아요
늘 부족하다 하지 말아요
당신의 존재로 꿈을 빚는 나는
마음의 보석 상자를 간직했는데요
힘들어 하지 말아요
늘 안타까와 하지 말아요
당신의 마음 하나로 깨어나는 나는
또 하나의 선물로 채우는 걸요
빛을 삼켜먹은 어둠이
어제를 유린했던 시간이었지만
다시 그려나가는 내 안의 아름다움은
당신이란 이름의 선물 때문인걸요
한 세상
키 작은 잎새가 된다해도
바람이 할퀴고 간 들녘으로 남는다 해도
당신이 함께 하는 하루는 눈부신 선물인걸요
사랑이라는 선물은
손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받는 것입니다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 하나 되어버릴 때
사랑은 안개처럼 스며듭니다.
사랑이라는 선물은
손으로 풀어보는 것이 아니며
마음으로 바라보면 스스로 풀리는 선물입니다
마음에
사랑이 서로를 향해 당기고 있다면
그 사랑은 향기가 진동합니다
사랑이라는 선물은
한없이 퍼 주고 나눠주어도
깊은 산골 샘물처럼 마르지 않습니다
《2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ㅡ김민소ㅡ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과 나누는 속삭임이라 말할래요
길섶에 흐트러진 풀잎조차
배시시 웃음 짓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에도 향이 묻어나
마음은 노래하는 방울새가 되었거든요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향한 내 그림이라 말할래요
버리고 또 버려도
다시 샘솟는 열정에
가슴은 쫓빛 하늘로 채색되고
뇌리에는 유성들로 가득 차 버렸네요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위해 써 내려간
나의 고백이라 말할래요
보고 싶어
수 없이 토닥거린 가슴에도
행여 그대 마음 흐려질까 봐
천상으로 띄우는 시가 되었으니까요
《27》
★아름다운 동행
ㅡ김민소ㅡ
마주보는 눈빛을 녹여
지치고 헐벗은 영혼에
온기를 적셔주는 사랑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버무려서
비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사랑입니다
꿈은 노을 속에 묻혀지고
삶은 어두운 뒷골목을 말하지만
존재로 등불이 되고 있는 사랑입니다
기쁨보다 슬픔에 하나가 되고
희망보다 절망에 하나가 되는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사랑입니다
아승의 끝자락에 서서도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사랑
그 순백의 길을 흡수하는
참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28》
★아름다운 약속
ㅡ김민소ㅡ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온 종일 웃어야지
누구에게든 따뜻한 말로 건네야지
몇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약속을 하나, 둘 흘리더니
인색한 모습과 냉랭한 말로 상처만 남겼네요
웃음보따리 하나 풀지 못하고
그 흔한 "사랑해요"라는 말도 못하고
주섬 주섬 챙겨 나가는 귀가 길
발걸음이 천근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
노을이 서둘러 비껴갈 때
선채로 빛살을 뿜어대는 가로등
저 불빛조차도 제 몸을 사리지 않고 있는데
오만과 이기로 하루를 잃어버렸으니
내일은 쓴 소리에도 웃음으로 화답해야지
내일은 "사랑해요"라고 내가 먼저 건네야지
내 핸드백에 사랑을 가득 담고 돌아와야지
《29》
★지금 그대를 만나러갑니다
ㅡ김민소ㅡ
눈발이 휘파람새처럼 속살거리는 해거름 녘
후미진 골목길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머무는 시선마다 오선지를 그려놓은 작곡가가 된바람이
서린 그리움조차 높은음자리표로 만들 때면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키 작은 나무에 앉아 윙크를 해대던 눈꽃들은
오가는 연인들의 하루를 선물로 만들고
어느 집 담벼락에 버려진 나무풍금의 건반 속으로 들어가
러브스토리의 사운드처럼 오감을 깨울 때면
연극은 끝 난지 오래건만
눈물이 응고되어 만든 마음의 유리성
그 안에서 빈 술병소리를 내며 달그락거려야 했던
슬픈 자화상(自畵像)이 한 편의 푸른 시(詩)가 되는 날
지금, 그대를 만나러 갑시다
《30》
★지금 말하세요
ㅡ김민소ㅡ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가 보고 싶다며 그래서
미칠 것 같다면 지금 말하세요.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를 원한다면 그래서 터질 것
같다면 지금 말하세요.
기다림이 항상 미덕일수는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말 할 때는 지났습니다.
오늘이 이 세상에 한번뿐인 삶입니다.
정녕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세요.
혹여 상처받을 일이 두려우시나요.
똑 같이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시나요.
사랑하는 일에 계산은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 사랑은 꽃망울을 터트릴 터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상대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이제 사랑의 텃밭을 다시 꾸며야 할 터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하얀 밤이 계속된다면
지금 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