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시 모음 50편

《1》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2》8월의 소망

오광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8월엔 꿈이어도 좋다.
아리온의 하프소리를 듣고

찾아온 돌고래같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고픈 그 님이 백조를 타고
먼먼 밤하늘을 가로질러
찾아왔으면,

《3》8월의 연가(戀歌)

오광수

8월에
그대는 빨간 장미가 되세요
나는 그대의 꽃잎에 머무르는 햇살이 되렵니다

그대는 초록세상에 아름다움이 되고
힘겨운 대지에는 꿈이 되리니
나는 그대를 위해 정열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푸른 파도의 손짓도 외면하렵니다
오로지 그대를 향해
뜨거운 사랑의 눈길을 쉬임없이 보내며
빨갛게 빨갛게 그대의 색깔을 품으렵니다

매미들의 향연이 막을 내리고
저 들판 너머로 꽃가마가 나타나면은
나는 믿음직한 그대의 신랑이 되고
그대는 노란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낸 신부가 되리니

아!
두근거리는 땅의 울림에
한줄기 소나기까지 단비가 되어
지금 그대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8월에
그대는 빨간 장미가 되세요
나는 하늘의 푸른 물 한 줌씩 집어다가
두 손으로 돌돌 말아 이슬 진주 만들어
그대의 가슴에 달아드리는
아침 햇살이 되렵니다.

《4》9월의 약속

오광수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 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손 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함들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어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우리

《5》가을에는

오광수

가을에는 나이 듬이 곱고도 서러워
초저녁 햇살을 등뒤에 숨기고
갈대 사이로 돌아보는지 나온 먼 길
놓아야 하는 아쉬운 가슴
그 빈자리 마다 추하지 않게 점을 찍으며
나만 아는 단풍으로 꽃을 피운다

《6》가을의 러브레터

오광수

연분홍 편지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여름의 꽃밭에서
까만 분꽃 씨를 받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타는 가슴이지만
연분홍 꽃을 피운 분꽃이랍니다

《7》가을햇살

오광수

등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 신가요?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 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8》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

오광수

은은한 화장에 밝은 미소를 가진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내면의 모습은 더 아름다워서
조용한 미소만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하얀 프림같은 그런 사람의 미소가 좋습니다

마음도 넉넉한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따스한 마음은 더 정스러워서
푸근한 말 한 마디로도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커피 향기 같은 그런 사람의 모습이 좋습니다.

창조적 생각에 멋진 감각을 가진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몰랐던 세상은 더 흥미로워서
신기한 발상만으로도 모두를 즐겁게 하는
노란 설탕 같은 그런 사람의 세계가 좋습니다.

《9》겨울로 가는 바닷가에서

오광수

꿈같은 사랑의 미련 때문에
하얗게 진이
다하도록
파도가 발버둥을 치며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까맣게 흔적이 없는 늪에 앉아
푸념조차 퇴색해버린
몽돌을 붙잡고
묻고 또 물으며
지난 계절의 흔적을 뒤져봐도

당신이 내게 한 황홀한 고백이,
내가 당신에게 속삭이던
밀어가
까만 젖꼭지 같은 잔돌이 되어
이제는 좌르르 다른 소리를 내는데

아침에 보이던 환한 얼굴은 어디 가고

머리칼로 물기 가득 뿌리면서
잔뜩 몰려온 바다 안개들이
날름 날름 그 소리마저도 삼켜버린다.

《10》겨울에 그리는 수채화

오광수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면
당신의 곱고 하얀 마음을
눈 속에서 찾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
온 세상이 더 하얗게 되면
당신의 그 고운 마음씨들이
하얀 꽃가루처럼 날아가서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숨어 버릴 테지요.

개울물이 꽁꽁 얼어 버리면
당신의 맑은 노래 소리를
겨울 내내 듣지 못할까봐 걱정됩니다.

세상이 더 반짝거리면
당신의 그 맑은 노랫소리는
퐁당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물고기들의 자장가로 변해 버릴 테지요.

찬바람이 씽씽 불어버리면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늘에서 볼 수 없을까봐 걱정됩니다.
온 세상이 너무
추우면
당신이 베푸는 따스함들이
살금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어린이들의 말동무가 되어 있을 테지요.

《11》겨울에 읽는 하얀 편지

오광수

당신을 향해 기도하고 잠이 든 시간
밤새도록 당신이 써 보낸
하얀 편지가 하늘에서 왔습니다.

잠 든 나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걸음 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조용히 그렇게 왔습니다.

그러나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큰지 온 세상을 덮으며
˝사랑해!˝ 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당신도 내가 그립답니다.
당신도 내가 보고 싶답니다.
당신도 내가 너무 너무 기다려 진답니다.

새 날을 맞이하며 창을 여는 순간부터
한참을 일하는 분주한 낮시간에도
당신은 언제나 나를 생각한답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워 눈물 방울져 떨어지면
닿는 곳 점 점이 쉼표가 되어
쉬어가면서 읽고 또 읽습니다.

넘어져 하얀 편지속에 폭 안기면
당신은 나를 더욱 꼬옥 안고
˝많이 사랑해!˝ 하는 느낌이 옵니다.

하얀 편지를 읽는 이 행복한 시간.
내 마음속에서 피어난 하얀 입김으로
˝나도 당신을 많이 사랑합니다.˝

《12》그냥 좋기만 한 사람

오광수

가만히 생각만 해도
당신이 그냥 좋은 건
하늘 아래 누구보다도
당신을 많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내 좁은 가슴이 눈을 떠서
나로 인한 당신의 아픔을 알았고
나로 인한 당신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나의 정다운 말 한마디가
당신에겐 보석보다 값지며
내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당신에겐 하늘이 됨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아프게 안할께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하늘이 당신과 함께하라 심은
당신을 많이 사랑하라 하심입니다

이제는 가만히 생각만 해도
당신이 그냥 좋은 건
하늘아래 무엇보다도
당신이 소중한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13》그대는 누구 신가요

오광수

그대는 파란 하늘바다에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들을 띄워놓고
흰 구름섬 가운데를
지나가는 동화의
나라 주인인가요

그대는 모르는 곳에서
불어와,코스오스 같은 내
가슴을 부플려 놓고
해바라기 같이 바라만
보게하는 바람의 나라
요정인가요?

그대는 이세상의
눈물들을 은하수에다
수천 번을 씻고 또 씻어서
영롱한 이슬진주로
만들어 놓은 달님의 나라
마술사 인가요?

눈부신 해님이 깨우는
아침에 희망의 나팔을
불며 창을 열고 들어오는
금빛 찬란한 생명들에게
보석같은 오늘 하루를
선물하는 그대는 정녕
천사인가요?

그대가 뿌려놓은
고움들이 가득 내려앉은
삶을 시작하는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한 만큼
서로 용서하는 마음들로
가득한 이 계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나와 함께 하는 그대는
누구 신가요?

《14》그대라는 이름

오광수

그대 이름을
언제 불러봤을까요?
이젠 서먹하기까지 합니다
눈뜨면 꼭 만나는 얼굴이었고
만나면 즐거웠던 그대였는데.

하얀 목련을 유난히 좋아해서
배경 삼아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그대와의 유일한 해후(邂逅)
이젠 불러보려 해도
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잘 계시지요?
잘 사셔야할 텐데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러나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간직하렵니다

밖에선 겨울바람이 나를 부르는데
내가 불렸던 그대 이름은
지금 누가 부를까요?
사진첩을 덮는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 가만히 접어두렵니다.

《15》그립고 그리우면

오광수

그리워 눈물이 나면
뒤돌아 서서 울렵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내 얼굴을 보곤
혹시 님께서 내 모습 물으신다면
흉한 모습만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보고파 눈물이 나면
고개 숙이고 울렵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내 얼굴을 보곤
혹시 님께서 내 형편 물으신다면
딱한 모습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눈물이 나면
하늘을 보고 울렵니다.
흘러가는 구름이 내 얼굴을 보고
혹시 님께서 내 소식 물으신다면
이렇게 서서 기다린다고 말할 겁니다.

소리쳐 울고 싶으면
강가에 앉아 울렵니다.
흘러가는 강물이 눈물 동무되고
혹시 님에게 서운함 있었어도
흐르는 물에 세월과 같이 띄울 겁니다.

《16》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오광수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고운 글은 고운 마음씨에서 나옵니다
고운 마음으로 글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고운 마음이 그대로 옮겨가서 읽는 사람도 고운 마음이되고
하나 둘 고운 마음들이 모이면
우리 주위가 고운 마음의 사람들로 가득 찰 겁니다

글에도 얼굴이 있습니다
예쁜 글은 웃는 얼굴에서 나옵니다
즐거운 얼굴로 글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정겨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읽는 사람도 웃는 얼굴이 되고
하나 둘 미소 짓는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 주위가 활짝 웃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겁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비록 한 줄의 짧은 답글이라도
고운 글로 마음을 전하며
읽는 사람에겐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17》기다림도 사랑입니다

오광수

철교를 건가는 기차가
창마다 불빛을 쏟아내며
새벽 찬바람에
출렁 출렁 흔들리며 갑니다.

기다림에 내려다보는
개울 물 속엔
달빛 사라진 까만 하늘의
별들만이 조용히 찰랑거립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이 없다면
새벽 찬바람의 모진 시련도
까만 하늘의 방황도
모두 견디지 못할 겁니다

기다림에 이렇게 얼어붙어도
기다림에 이렇게 혼이 나기도
당신이 내게 베푼 그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첫 시간 드린다는 서원대로
당신의 눈길을 기다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오늘도 하늘 문이 열리며
빛나고 찬란한 햇빛이 내리면
약속의 확신에 더 목말라가도
그 기다림마저도 나의 사랑입니다.

《18》낙엽 한 장

오광수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19》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

오광수

내가 당신에게
웃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손짓과 우스운 표정보다
내 마음속에 흐르는 당신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당신의 생활 속에 즐거움이 되어
당신의 삶의 미소가 되길 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믿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백 마디 맹세와 말뿐인 다짐보다
내 가슴속에 흐르는
당신을 향한 진실한 사랑이

당신의 생각 속에 미더운 이 되어
당신의 삶의 동반자가 되길 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소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구름 같은 신기루보다
내 생활 속에 흐르는
당신을 향한 진솔한 사랑이

당신의 신앙 속에 닮아감이 되어
당신의 삶의 이정표가 되길 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 원합니다.

나와 함께 웃을 수 있고
나와 함께 믿음을 키우며 나와 함께 소망을 가꾸어

우리 서로 마주보며 살아가는 세상
당신의 삶이 행복이길 원합니다.

《20》눈 오는 밤의 이별

오광수

우리!
이 밤 슬픈 이별의 길을 걷자.
초가지붕 가득히 겨울을 싣고
너의 옷자락을 매만지며
눈물을
가득 익혀 떨구어보자.

눈송이 하나에 추억 하나 쌓여지고
가로등의 불빛도 지쳐가는데
날이 밝으면 모두가 지난 일이
되고
너의 일기장엔
내 이름마저도 지워질 텐데......

우리!
이 밤, 너와의 걷는 이 밤이
하늘에서 가득히
흰 눈이 내려
깨끗한 추억으로
내 가슴에 묻히기를 원하는구나.

벌써 뿌옇게 새벽이 일어나고
쌓이는 눈따라 아쉬움만
더 하는데
너를 싣고갈 기차는 하얀 숨을 고르고
밤새 걸었던 길에는
우리가 걸어왔던 흔적마저 지워 버린다.

이제는

서로의 미래를 위해 헤어질 시간
눈속에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는
너의 눈에서, 내 가슴에서
이렇게 눈이 되어
녹아내린다.

《21》당신은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오광수

우리에게
당신의 미소는 소중합니다.
입가에 환하게 피어오른 미소는
짜증난 생각을 멀리 쫓아버립니다.
그 미소가 시원한 산소가 되어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 마음들을
새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손길은 소중합니다.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는 손길은
어려운 시련들을 멀리 쫓아버립니다.
그 손길이 일어나는 새 힘이 되어
지쳐있는 우리의 마음 마음들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목소리는 소중합니다.
따뜻하게 위로하는 말 한마디는
불평과 원망을 멀리 쫓아버립니다.
그 한마디가 상대방을 이해하며
미워하는 우리의 마음 마음들을
용서케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발걸음은 소중합니다.
올바로 내디딘 그 믿음의 걸음은
실패와 좌절을 멀리 쫓아버립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어
믿고 사는 우리의 마음들을 모아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22》만남에 어찌 우연이 있겠습니까

오광수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도
그냥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닐진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어찌 우연이 있겠습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그저 아무런 의미 없이 대하기보다는
따뜻한 미소에 정겹게 말 한마디라도 나누는 일은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는 게 아무리 제 잘난 멋에 산다고는 하지만
그 잘난 멋도 보아주는 이가 있어야 하질 않겠습니까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과 인연으로 서로 더불어 사는 것이기에
소홀히 대한 인연으로 후일 아쉬운 때가 온다면
그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의미 없는 만남과 소홀히 대할 인연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그것은 어떠한 삶이든 첫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23》보고픈 사람이 있거든

오광수

보고픈
사람이 있거든
눈감고 노래를 불러보세요.

그리워 못 잊어
부르는 노래마다

한절 한절 길게
다리가 놓여져

내 노래 듣고
찾아오시는 보고픈 이가
살며시 밟고 오려니

보고픈
사람이 있거든
밤하늘 별들을 세어보세요.

그리워 눈물이 고이며
볼 때마다 한별 한별
환한 빛들이 모아져

내 모습보고
찾아오시는 보고픈 이가
어둔 길 쉽게 오려니

보고픈
사람이 있거든
바람에 가슴을 열어보세요.

그리워 애타게
기다린 마음 알고

살랑살랑 고운
바람을 타고서

내 가슴 꼬옥 안아주시는
보고픈 이가
눈뜨면 와 있으려니

《24》봄볕

오광수

꽃가루 날림에 방문을 닫았더니
환한데도 더 환하게 한 줄 빛이 들어오네
앉거라 권하지도 않았지만은
동그마니 자리 잡음이 너무 익숙해
손가락으로 살짝 밀쳐내 보니
눈웃음 따뜻하게 손등을 쓰다듬네!

《25》비 오는 밤

오광수

기다린 님의 발걸음 소리런가
멀리도 아닌 곳에서 이리 오시는데
밖은 더 캄캄하여 모습 모이지 않고
불나간 방에 켜둔 촛불 하나만
살랑살랑 고개를 내젓고 있다

《26》사람이 만난다는 것이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
안개를 타고
바다를 항해는 것과
같아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집채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

우리네 사는 일들이
이렇게 비 오듯 슬픈날이 있고,
바람불 듯 불안한 날들이 있으며
파도 치듯 어려운 날도 있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견디지 못할 일도 없고
참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다른 집은 다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사는게 이렇게 어려운가 생각하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집집이 가슴 아픈 사연 없는 집이 없고

가정마다
아픈 눈물 없는 집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웃으며 사는 것은
서로서로 힘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27》사람이 사는 일에

오광수

사람이 사는 일에
어떻게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크든 작든 가슴 쓰라린 일도 있고
견디기 어려운 실패도 있지만
세월은 내가 다시 살아가도록
한장 한장 사는 방법을 그려줍니다.

사람이 사는 일에
어떻게 늘 웃는 일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생각지도 않게 눈물 흘릴 일도 있고
속마음 깊숙이 한숨쉴 일도 있지만
세월은 내가 다시 시작하도록
하루하루 소중한 가치로 보태줍니다

사람이 사는 일에
늘 어려움만 있고 한숨쉴 일만 있다면
희망과 소망이라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견디노라면
쓰라림을 통하여 사는 방법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림으로 사는 가치를 알게 됩니다.

《28》사람이 산다는 것이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집채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여
금방이라도 배를 삼킬듯하지만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 오듯 슬픈 날이 있고
바람불듯 불안한 날도 있으며
파도 치듯 어려운 날도 있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견디지 못할 일도 없고
참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다른 집은 다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가 생각하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집집이 가슴 아픈 사연 없는 집이 없고
가정마다 아픈 눈물 없는 집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웃으며 사는 것은
서로서로 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29》사랑이 남겨준 그리움

오광수

그대가 따스한 눈길로
내 마음에 싹을 틔우던 날
그대의 사랑은
언제나 함께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대의 봄이 되어 내 가슴에서
사랑의 꽃을 피울 때에
그대의 그 꽃은
언제나 피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대는 푸른 나무가 되고
나는 그대의 품에 안긴 새가 되어
노래를 부를 때
언제나 부르는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낙엽이 떨어질 때
그대의 사랑도 떨어지고
그대는 그렇게 빈 가슴만 남겼지만

앙상한 가지를 쓰다듬는 바람 따라
이렇게 매달려 흔들리는 남은 잎같이
말라 있는 내 가슴 속에서는
그대는 언제나 그리움입니다.

《30》사랑할 땐

오광수

사랑할 땐 높은 하늘도 낮게만 보입니다.
별이든 달이든 원하면 따 줄 수 있으니까요.

사랑할 땐 시간도 요술을 부립니다.
기다릴 땐 지루하고 만나면 너무 짧으니까요.

사랑할 땐 모두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내 가슴이 아름다운 생각으로만 가득하니까요.

사랑할 땐 상대방의 흠도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내 눈높이를 상대방에게 맞췄으니까요.

사랑할 땐 모든 것이 좋게만 보입니다.
사랑할 땐 모든 것이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랑할 땐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31》산에서 본 꽃

오광수

산에 오르다
꽃 한 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보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

《32》산처럼 물처럼

오광수

산은
산이어서 좋다
이곳저곳 기웃거려 옮겨다니지 않고
세상의 지킴이 되고
살아가는 기본이 되어
보듬고 다독이며 함께 더불어 사는 가운데
철 따라 가꾸는 어울림이 있어 더 좋다

물은
물이어서 좋다
순리대로 길을 가니 볼썽사납지 않고
이 세상 이치가 되고
생명에겐 가치가 되어
싹 틔고 꽃피우며 함께 가꾸어 가는 가운데
물빛이 하늘의 얼굴을 닮으니 더 좋다

우리네 사는 게 어디 별난 모습이 있으랴
그 산에 내가 있고
그 물에 내가 있으니
그래서 더 좋다.
사랑은 이별보다 훨씬 더 크다
사랑했었다는 것에 대해 너무 아파하지 마라 

《33》삶에 가장 소중한 때

오광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힘들 때가 있으면 편안할 때도 있고
울고 싶은 날이 있으면 웃을 날도 있고
궁핍할 때가 있으면 넉넉할 때도 있어 그렇게 삽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식을 키우느라 많이 힘이 들었어도
자식들이 다 커서 각자 제 몫을 하는 지금에는
힘들었던 그때가 왠지 좋은 때같고

한창 일할 때에는 몇 달 푹 쉬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부르는 이 없고 찾는 이 없는 날이 오면
그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답니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 중에서
힘들 때와 궁핍할 때가 어려운 시절 같지만
그래도 참고 삶을 더 사노라면
그때의 힘듦과 눈물이 오늘의 편안함이고
그때의 열심과 아낌이 오늘의 넉넉함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힘들고 어렵다고 다 버리고 살 수 없고
편안하고 넉넉하다고 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은
우리네 사는 것이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고
나를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서로 소중한 시절을 가꾸며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34》소중한 오늘 하루

오광수

고운 햇살을 가득히 창에 담아
아침을 여는 당신의 오늘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시작합니다

당신의 영혼 가득히
하늘의 축복으로 눈을 뜨고
새 날,
오늘을 보며 선물로 받음은
당신이 복 있는 사람입니다

어제의 고단함은 오늘에 맡겨보세요.
당신이 맞이한 오늘은
당신의 용기만큼 힘이 있어
넘지 못할 슬픔도 없으며
이기지못할 어려움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가 길다고 생각하면
벌써 해가 중천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늘 하루가 짧다고 생각하면
아직 서쪽까진 멀다고 생각하세요
오늘을 내게 맞추는 지혜입니다

오늘을 사랑해 보세요
사랑한 만큼
오늘을 믿고 일어설 용기가 생깁니다
오늘에 대해 자신이 있는 만큼
내일에는 더욱 희망이 보입니다

나 자신은 소중합니다
나와 함께하는 가족은 더 소중합니다
나의 이웃도 많이 소중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소중함 들은
내가 맞이한 오늘을 소중히 여길 때 가능합니다

고운 햇살 가득히 가슴에 안으면서
천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늘을 맞이한 당신은
복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런 당신의 오늘은 정말 소중합니다.

《35》아름다운 중년

오광수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분홍 추억이 생각나고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에도 회색의 고독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

중년은 많은 눈물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어느 가슴 아픈 사연이라도 모두 내 사연이 되어버리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감동 어린 현장엔 함께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

중년은 새로운 꿈들을 꾸고 사는 나이이다
나 자신의 소중했던 꿈들은 뿌연 안개처럼 사라져가고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꿈들로 가득해진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꿈을 꾸고 가슴으로 잊어가며 산다

중년은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이다
마주보며 살아온 사이 상대방의 성격은 내 성격이 되었고
서로 자리를 비우면 불편하고 불안한 또 다른 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흘기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며 산다

중년은 진정한 사랑을 가꾸어갈 줄 안다.
중년은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안다.
중년은 자기주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그래서 중년은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가는 나이이다.

《36》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오광수

어제는 망울만 맺혀 안쓰럽던 저 꽃이
아침햇살 사랑으로 저리도 활짝 웃고 있음은
오늘이 어제보다는 더 아름다운 날인가 보다

수많은 아픈 가슴들이 모두 어제가 되고
맺혔던 눈물 방울일랑 이슬동네에다 맡기고는
하늘보고 무릎치며 오늘은 활짝 웃는 날이길

아이야!
어제의 미움이 아직 남았니?
시린 마음 꺼내어 따스한 빛깔을 묻혀서
노란 개나리 숨소리같이 후- 후- 불어보자

하늘은 우리를 사랑한단다
어제보다 견디지 못할 오늘은 없고
어제는 못 피웠던 꽃송이지만
오늘은 아름답게 피어나니까

《37》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오광수

오늘은 왠지
좋은 일들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열리는 아침이
더욱 깨끗하여 새롭고

오늘 찾아온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빛남은

오늘이 참으로
좋은 날인가 봅니다.

오늘은
슬기롭게 어려움을 풀고

오늘은
지혜롭게 닫힌 것을 열어서

마음 마음들이 더 푸근한
날이었음 좋겠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는 인사에 정을 더하고

서운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참된 용기를 가져서
오늘을 더 소중하게 만드렵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두고두고 기억해도 좋은
그런 날일 것 같습니다.

《38》우리 5월에는 웃자

오광수

우리 5월에는 웃자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자

봄 햇살이 우리들 두 볼에서
우리들 두 손 등에서

사랑하는 이의 입맞춤이 되어
함께 하자는데 어찌 그 마음들을 외면하겠는가

지난 날 이런저런 사연으로 쓰리고
아픈 가슴이 생기고 어둡고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가야 할 먼 길이 앞에 있을 지라도
5월에는 힘내자.

두 볼에 앉은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함께함을 생각하며
힘내고 사랑하고 따습게 살자.

우리 5월에는 웃자
그것도 아주 큰 소리 내며 웃자.

《39》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오광수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 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40》좋은 말을 하고 살면

오광수

말 한 마디가 당신입니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아름다운 말을 하면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말 한 마디가 당신의 생활입니다
험한 말을 하는 생활은 험할 수밖에 없고
고운 말을 하는 생활은 고와집니다

말 한 마디가 당신의 이웃입니다
친절한 말을 하면 모두 친절한 이웃이 되고
거친 말을 하면 거북한 관계가 됩니다

말 한 마디가 당신의 미래입니다
긍정적인 말을 하면 아름다운 소망을 이루지만
부정적인 말을 하면 실패만 되풀이됩니다

말 한 마디에 이제 당신이 달라집니다
예의바르며 겸손한 말은 존경을 받습니다
진실하며 자신 있는 말은 신뢰를 받습니다

좋은 말을 하고 살면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41》지금 하늘을 보세요

오광수

당신이 힘들고 어려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파란 하늘에서 뿌려주는
파란 희망들이
당신의 가슴속에
한 겹 또 한 겹 쌓여서
넉넉히 이길 힘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슬프고 괴로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수많은 별들이 힘을 모아
은하수 물가지고
당신의 슬픔들을
한 장 또 한 장 씻어서
즐겁게 웃을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외롭고 허전하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둥실 흘러가는 구름들이
어깨동무하며
당신의 친구 되어
힘껏 또 힘껏 손잡고
도우며 사는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용기가 필요하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새날의 태양이
당신의 길이 되어
환히 더 환히 비추며
소망을 이룰 날을 만들고 있습니다.

《42》첫눈

오광수

누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순백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저리도 조용히
기도하는가

당신이
가져다준 설레임으로
뽀얀 미소의 창을 열고
우리는 소망의 가닥 가닥들을
여미고 펼치기를 얼마나 했으며

만나고픔에
무작정 달리고
보고픔에 거저 소리치고
사랑하고픔에
두 팔을 한껏 벌렸는데

오!
내 품에 달려와
안기운이는
하늘 마음 가득담고온
사랑이어라

《43》친구야 술 한잔하자

오광수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못해
마음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 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44》코스모스

오광수

저 길로 오실게야
분명 저 길로 오실게야
길섶에 함초롬한 기다림입니다

보고픔으로 달빛을 하얗게 태우고
그리움은 하늘 가득 물빛이 되어도
바램을 이룰 수 만 있다면,

가냘픔엔 이슬 한 방울도 짐이 되는데,
밤새워 기다림도 부족하신지
찾아온 아침 햇살에 등 기대어 서 있습니다

《45》하늘 소리

오광수

뽀얗게 눈오는 길에 서서
사락 사락 하늘 소리를
담는다

시린 손끝이 색깔을 내고
부딪치는 연약함은
한 방울의 물도 못되는데
호 호 내뿜는 따스함엔
그마져 그냥
돌아눕는다

묻히기 싫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든
노란 단풍 하나는
발끝까지 와서는
지치고
포기했나보다

손을 귀에 대고 듣는 하늘 소리는
그냥 보기만 했던 저 세계의
신비한 소리보다
내 어머니가 날 부르는
소리
차가 기어가는 소리

하늘에는
우리들의 소리들로 가득차있다.

《46》하늘빛 고운 날

오광수

하늘빛이 파랗게 고운 날
가슴에서 보고픈 이를 불러내어
눈이 아프도록 보고 또 봅니다.

아직 하늘에 매달려 있는 감 하나
하얀 구름으로 빨갛게 꽃을 만들고

부르다
부르다
손이 야위어진 갈대의 사랑도
품에 꼬옥 안겨 드립니다.

내 마음을 아시지요?
하늘빛으로 곱게 물이 들어서
언제나 그 모습 변치 않았으면

잊지 않으려고
잊지 않으려고
내 마음에서 이는 작은 바람에도
두 손을 꼭 쥡니다.

하늘빛이 파랗게 고운 날
설레임으로 문을 두드려서
그렇게 보고픈 이를 불러내렵니다.

《47》하늘을 보고 산다면

오광수

우리네 사는 모습 속에
아껴주는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기하기보다 인정하고
배우려는 마음과 더불어
삶을 이루려는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운 마음 때문에
거북한 모습보다는
이해와 사랑이 가득한
마음들로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네 있는 모습 속에
다독이는 가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차가운 똑똑함보다는
눈물을 아는 따뜻함과
정겹게 손잡을 수 있는
고움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샘과 욕심으로
서로 흠을 찾기보다는
보듬고 위하여 베풀고
나누면서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네 사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의 것을 탐할 때는
내 손을 펴야 하고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내 마음도 아픈 게 이치인데
좋은 것은 내가 하고

험한 것은 남의 몫이길 원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어찌 하늘을 보고 산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48》하얀 겨울의 노래

오광수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어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조용히 내리면
매섭게 설치던 찬바람도
아침에 보이던 산새들도
덩달아 가만히 숲으로 와서
사락 사락 노래를 들으며 쉬다
갑니다.

겨울에는 하얀 노래가 더 좋습니다.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고
가만히 혼자서 부르면은
하얀 입김으로
피어올라
처마끝 고드름 녹는 소리와
살랑 살랑 박자를 맞추며 날아갑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목련이 마당에 필 때면
조용히 잠자던 봄바람도
숨었던 화사한 꽃 노래도
은근히 우리네 곁으로 와서
두근 두근
사랑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겨울에는 내 님 마중가기 좋습니다.
강물이 추워서 서로 안으면
님이 부르시는
노래라도
멀리서 희미한 모습이라도
들리든 보이든 그날이라면
걸음 걸음 날으듯 저 강을
건너렵니다.

《49》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오광수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아는척해서 무얼 합니까?
이제 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까?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일들도
오묘한 세월의 설득 앞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저 웃는 모습
한번 보고플 뿐입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얼굴 하나가
여느 아낙네보다 더 곱게 나이 들어가도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는
그때 그대로
그렇게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혹시나 고단하시면
당신의 모습에서
그 미소가 사라졌다면
나는 가슴이 아파서 어찌합니까?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50》하얀 계절의 기다림

오광수

하얀 눈으로 쓰신 편지에
아직은 아니라
시니
강가 돌 틈 사이로
아쉬움 걸어놓고 기다리렵니다.

하얀 목련이 활짝 웃을 때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물소리가 신나게 노래할 때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릴까요.

기다림으로 쌓인 하얀 밭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손대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건
당신의 숨결이 가까이 있음입니다.

오늘은 창문을 활짝 열고
서운한 맘
모두 쓸어내고
방안 가득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로만 채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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