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梨花月白하고 銀漢三更인제

一枝春心子規야 알랴마난

多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李兆年

語句

梨花 : 배꽃. 月白 : 닭이 밝음. 銀漢 : 은하수 三更 : 11시부터 새벽1시 사이

一枝春心 : 나뭇가지에 어려 있는 봄날의 애상감. 보통 春情을 두고 하는 말. 子規 : 소쩍새 도는 접동새

 

이 몸이 죽어 죽어 一白番 고쳐 죽어

白骨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鄭夢周

語句

塵土 : 띠끌과 흙. 一片丹心 : 한 조각의 충심.

 

五百年 都邑地匹馬로 돌아드니

山川依舊하되 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吉再

語句

都邑地 : 國都를 세운 곳. 匹馬 : 한필의 말. 依舊 : 옛날과 같음. 太平烟月 : 태평한 세월.

 

興亡有數하니 滿月臺秋草로다

五百年 王業牧笛에 부쳤으니

夕陽에 지나는 이 눈물겨워 하다라. 元天錫

語句

興亡 : 흥하고 망함. 有數 : 운수가 있음. 滿月臺 : 고려의 궁전이었던 연경궁(延慶宮)의 앞 섬돌.

秋草 : 가을의 풀이라는 뜻으로 잡초가 우거져있음을 비유한 말. 王業 : 왕조의 업적.

牧笛 : 목동의 피리 소리.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蓬萊山 第一峯落落長松 되얏다가

白雪滿乾坤할 제 獨也靑靑하리라. 成三問

語句

蓬萊山 : 발해(渤海)에 있다고 전해지는 삼신산(三神山) 중의 하나. 여름철의 금강산을 일컫는 말이기도 함.

落落長松 : 높이 자란 큰 소나무. 滿乾坤 : 하늘과 땅에 가득 참. 獨也靑靑 : 홀로 푸르고 푸름.

 

綠耳霜蹄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어타고

龍泉雪鍔을 들게 갈아 둘러메고

丈夫爲國忠節을 세워 볼까 하노라. 崔塋

語句

綠耳霜蹄 : 녹이와 상제. 모두 명마의 이름이다. (말발굽 제)

龍泉雪鍔 : 용천과 설악. 모두 명검의 이름이다. (칼날 악) 爲國忠節 : 나라를 위한 충절.

 

頭流山 兩端水를 예 듣고 이제보니,

桃花뜬 맑은 물에 山影조차 잠겼에라.

아희야 武陵이 어디요 나는 옌가 하노라. 曺植

語句

頭流山 : 지리산의 다른 이름. 兩端水 : 물이름 : 그림자 영.

武陵 : 나라의 한 어부가 가 보았다는 仙境(선경). 武陵桃源(무릉도원).

 

首陽山 바라보며 夷齊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採薇도 하난 것가,

아모리 푸새엣것인들 긔 뉘 따헤 났다니. 成三門

語句

首陽山 : 伯夷叔齊(백이숙제)가 굶어 죽었다는 중국 山西省(산서성) 永濟縣(영제현) 남쪽의 雷首山(뇌수산). 黃海道에 있는 首陽山을 가리킨다고도 함. : 한할 한. 採薇 : 고비나물을 캠. (: 캘 채, : 고비 미)

 

風霜이 섯거친 날에 갓 피온 黃菊花,

金盆에 가득 담아 玉堂에 보내오니,

桃李야 꽃이온 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宋純

語句

風霜 : 바람과 서리. 黃菊花 : 누런 빛의 국화, 金盆 : 좋은 그릇. (: 동이 분)

玉堂 : 弘文館 혹은 홍문관 副提學(부제학) 이하의 館員을 가리킴. 桃李 : 복숭아와 자두

 

二曲은 어디메오 花巖春晩커다.

碧波에 꽃을 띄워 野外로 보내노라.

사람이 勝地를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리. 李珥

語句

二曲 : 두 번째 곡. 이 시조는 황해도 海州(해주)에 있는 산 속의 절경 아홉 곳을 노래한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의 세 번 째 시조다. 花巖 : 꽃이 핀 바위 春晩 : 봄이 저뭄. (: 늦을 만)

碧波 : 푸른 파도. (: 푸를 벽) 勝地 : 경치가 뛰어난 곳.

 

江湖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小艇에 그물 실어 흘리 띄워 던져 두고,

이 몸이 消日하옴도 亦君恩이샷다. 孟思誠

語句

: 거룻배 정. : 녹일 소. 亦君恩 : 또한 임금의 은혜임.

 

方席 내지 마라 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濁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韓護

語句

: 자리 석. 濁酒山菜 (탁주산채) : 막걸리와 산나물. (: 흐릴 탁)

 

閑山섬 달 밝은 밤에 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李舜臣

語句

: 한가할 한. 戍樓(수루) : 파수보는 누대. (: 수자리 수, : 다락 루)

一聲胡笳 : 풀잎피리 소리. (: 오랑캐 오, : 호드기 가)

 

鐵嶺 높은 에 쉬어 넘난 저 구름아,

孤臣寃淚랄 비삼아 띄워다가,

님 계신 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 李恒福

語句

鐵嶺 : 淮陽(회양)에서 함경도 安邊(안변)으로 가는 높은 고개. (: 쇠 철, : 고개 령.)

孤臣寃淚 : 외로운 신하의 원통한 눈물. (: 외로울 고, : 원통할 원, : 눈물 루)

九重深處 : 아홉 겹 담으로 둘러싸인 깊은 곳. 곧 궁궐을 가리킴.

 

力拔山 蓋世氣楚覇王의 버금이요,

秋霜節 烈日忠伍子胥의 우이로다.

千古凜凜丈夫壽亭後인가 하노라. 林慶業

語句

: 뽑을 발. : 덮을 개. 力拔山 蓋世氣 : 산을 뽑을 만한 힘과 세상을 덮을 만한 기운. ()나라 覇王(패왕)垓下(해하)의 싸움에서 敗死(패사)하기 직전에 지은 시의 첫구절이다.

楚覇王 : 項羽(항우)를 가리킴. (: 초나라 초, : 으뜸갈 패)

春霜節 烈日忠 : 가을 서리 같은 절개와 뜨거운 해와 같은 충성.

伍子胥 :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명재상 (: 다섯사람 오, : 서로 서) : 늠름할 름.

壽亭候 : 중국 삼국시대 蜀漢(촉한)의 장수 關羽(관우)를 가리킴.

 

長劍을 빼어 들고 白頭山에 올라보니,

一葉鯷岑胡越에 잠겼애라.

언제나 南北風塵을 헤쳐 볼고 하노라. 南怡

語句

鯷岑 : 옛날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 (: 메기제, : 멧부리잠) 胡越 : 오랑캐라는 뜻. (北胡南越)

南北風塵 : 남북의 어지러운 세상 일. 구체적으로는 남쪽과 북쪽의 오랑캐가 일으키는 어지러운 兵亂(병란)을 가리킨다. (: 티끌 진)

 

굽어는 千尋綠水 돌아보니 萬疊靑山,

十丈紅塵이 엇매나 가렸는고,

江湖月白하거든 더욱 無心하여라. 李賢輔

語句

千尋綠水 : 매우 깊은 푸른 물. (: 여덟자 심) 萬疊靑山 : 겹겹이 싸인 푸른 산. (: 겹쳐질 첩)

十丈紅塵 : 열 길이냐 쌓인 붉은 티끌. 곧 속세. (: 한길 장)

 

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明月은 눈 속에 찬데,

萬里邊城一長劍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애라. 金宗瑞

語句

朔風 : 북풍. (: 북녘 삭) 邊城 : 국경에 있는 성으로 김종서가 설치해 지키던 六鎭을 가리킴. (: 변방 변)

 

菊花야 너는 어이 삼월 東風 다 보내고,

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李鼎輔

語句

三月 東風 : 봄바람. 落木寒天 : 나뭇잎이 떨어지는 차가운 날. 곧 늦가을.

傲霜孤節 : 서리를 이겨 내는 외롭고 높은 절개. (: 업신여길 오, : 서리 상, : 절개 절)

 

靑石領 지나거냐 草河溝 어디메오.

胡風도 참도찰사 궂은 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行色 그려내어 님 계신 데 드릴고. 孝宗

語句

靑石領, 草下溝 : 효종이 심양(瀋陽)으로 붙잡혀 갈 때 그 도중에 있었던 지명.

胡風 : 오랑캐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 (병자호란을 비유한 말) 行色 : 차리고 나선 모양.

 

가노라 三角山, 다시 보자 漢江水.

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時節이 하 殊常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金尙憲

語句

三角山 : 지금의 북한산을 가리킴. 殊常 : 의심스러움. (: 다를 수)

 

삿갓에 도롱이 입고 細雨中에 호미 메고,

山田을 흩매다가 綠陰에 누웠으니,

牧童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라. 金宏弼

語句

細雨 : 가는 비. : 그늘 음. : 아이 동.

 

덮고 을 여니 江湖白鷗떳다.

往來白鷗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功名도 말고 너를 좇아 놀리라. 鄭蘊

語句

: 책 책. : 창 창. 來往白鷗 : 오고 가는 흰 갈매기. (: 갈매기 구)

功名 :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림.

 

雪嶽山 가는 길에 皆骨山 중을 만나,

중다려 묻는 말이 楓岳이 어떻더니,

이 사이 하여 서리치니 때 맞았다 하더라. 趙明履

語句

皆骨山 : 금강산의 겨울 이름. (: 모두 개)

楓岳 : 금강산의 가을 이름. (: 단풍나무 풍,

: 큰산 악)

 

江湖에 버린 몸이 백구와 벗이 되야,

漁艇을 흘리 놓고 玉簫를 높이 부니,

아마도 世上 興味는 이뿐인가 하노라. 金聖器

語句

漁艇 : 고깃 배. (: 거룻배 정) 玉簫 : 옥으로 만든 퉁소. (: 퉁소 소)

 

大鵬을 손으로 잡아 번갯불에 구워먹고,

崑崙山 옆에 끼고 北海를 건너 뛰니,

泰山이 발 끝에 차이어 왜깍데깍 하더라. 作者未詳

語句

: 붕새 붕. 崑崙山 : 전설 속의 큰 산. (: 산이름 곤, : 산이름 륜)

泰山 : 중국의 명산. (: 클 태)

 

功名을 즐겨 마라 榮辱이로다.

富貴치 마라 危機를 밟나니라.

우리는 一身閑暇커니 두려운 일 없에라. 金三賢

語句

榮辱 : 명예와 치욕. (: 영화로울 영, : 욕보일 욕) : 탐할 탐.

危機 : 위험한 고비. (: 위태할 위, : 기틀 기)

 

言忠臣 行篤敬하고 그른 일 아니 하면,

내 몸에 없고 남 아니 무이나니.

하고 餘力이 있거든 學問조차 하리라. 成石璘

語句

言忠信 : 말이 믿음직함. 行篤敬 : 행동이 성실하고 조심스러움. (: 두터울 독, : 공경할 경)

餘力 : 남은 힘. (: 남을 여)

 

이리도 太平聖代 저리도 聖代太平,

堯之日月이요 舜之乾坤이로다.

우리도 太平聖代에 놀고가려 하노라. 成守琛

語句

堯之日月 : 요임금이 다스리던 세월. (: 요임금 요)

舜之乾坤 : 순임금이 다스리던 세상. (: 순임금 순, : 하늘 건, : 하늘 곤)

 

닫는 말 서서 늙고 드는 칼 보의꼇다.

無情歲月白髮을 재촉하니,

聖主累世鴻恩을 못 갚을까 하노라. 柳赫然

語句

보의 : . : 해 세. : 머리카락 발. 聖主 : 聖君을 가리킴.

累世鴻恩 : 여러 대 동안 입은 커다란 은혜. (: 여러 루, : 클 홍)

 

天地帳幕 삼고 日月燈燭 삼아,

北海를 휘어다가 酒樽에 대어 두고,

南極老人星 대하여 늙을 뉘를 모르리라. 李安訥

語句

帳幕 : 장막. (: 휘장 장, : 장막 막) 燈燭 : 등불과 촛불 (: 등잔 등, : 초 촉)

: 술그릇 준. 老人星 : 사람의 수명을 관장한다는 남쪽 하늘의 별.

 

淸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紅顔을 어디 두고 白骨만 묻혔나니,

잡아 할 이 없으니 그를 슬어하노라. 林悌

語句

紅顔 : 젊고 고운 얼굴. (: 붉을 홍, : 얼굴 안) : 잔 잔. : 권할 권.

 

雪月滿窓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曳履聲 아닌 줄을 判然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긔가 하노라. 作者未詳

語句

雪月 : 눈 위에 비친 달. 滿窓 : 창에 가득함.

曳履聲 : 신발 끄는 소리, 여기서는 님을 말함. (: 끌 예, : 신 리) 判然 : 뚜렷이. (: 가를 판)

 

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明月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黃眞伊

語句

: 속 리. : 시내 계. 一到滄海 : 한번 푸른 바다에 이름. 滿空山 : 빈 산에 가득함.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草堂에 꽃피거든 나도 자넬 하옵네

百年間 시름 없을 일을 議論코자 하노다 金 堉

語句

草堂 : 들에 지은 집 議論 : 논의

 

구름이 無心탄 말이 아마도 虛浪하다

中天에 떠 있어 任意로 떠다니며

구태여 光明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李存吾

語句

無心(무심):사심없이 虛浪 : 헛되다 光明 : 광명

 

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離別한 님

秋風 落葉에 저도 날 생각난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梅 窓

語句

梨花雨 : 배꽃잎이 비처럼 떨어짐. 離別 : 헤어짐. 秋風 : 가을 바람. 落葉 : 떨어지는 잎

 

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柴扉를 여지마라 날 찾으리 위 있으랴

밤중만 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申 欽

語句

山村 : 산 마을 柴扉 : 사립문 一片明月 : 한조각 밝은 달

 

盤中 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柚子 아니라도 품언즉도 하다마난

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朴仁老

語句

盤中 : 쟁반 가운데 早紅 : 일찍 익었다. 柚子 : 유자

 

歲月如流하니 白髮이 절로난다

뽑고 또 뽑아서 젊고져 하는 뜻은

北堂親在하시니 그를 두려워하노라 金振

語句

歲月 : 세월 如流 : 흐르는 것과 같이 白髮 : 흰 머리 北堂 : 별당 親在 : 어버이가 계시다

 

어리고 성긴 柯枝 너를 믿지 아녔더니

期約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暗香조차 浮動터라 安玟英

語句

柯枝 : 나뭇가지 期約 : 약속 : 촛불 暗香 : 그윽한 향기 浮動 : 떠돌다

 

綠楊千萬絲인들 가는 春風 매어두며

探花 蜂蝶인들 지는 꽃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한들 가는 임을 어이 하리. 李元翼

語句

綠楊 : 푸른 버들가지 千萬絲 : 천만가지 줄기 春風 : 봄바람 探花 : 꽃을 찾아 다님 蜂蝶 : 나비와 벌

 

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月山大君

語句

秋江 : 가을 강 無心 : 아무 사심없는

 

100인의 고시조 모음  (가나다 순)

 

1

청춘에 곱던 모습 님으로해 다 늙었다

이제 님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아모나 내 형용 그려다가 님의 손대 드리고저

ㅡ 강백년 (1603-1681)

 

 

2

이화우 흩뿌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할까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

ㅡ 계 랑 (1573-1610)

 

 

3

춘산에 불이나니 못다핀 꽃 다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의 내 없는 불이나니 끌물 없어 하노라

ㅡ 김 덕령 (1568-1596)

 

 

4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라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ㅡ 김 인후 (1510-1596)

 

 

5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ㅡ 길 재 (1353-1419 고려)

 

 

6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에 호미 메고

산전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라

ㅡ 김 굉필 (1454-1504)

 

 

7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

항복무강하사 억만 세를 누리소서

ㅡ 김 구 (1493-1458 조선)

 

 

8

공명을 즐겨 마라 영욕이 반이로다

부귀를 탐치 마라 위기를 밟나니라

우리는 일신이 한가커니 두려운 일 없에라

ㅡ 김 삼현 (?-숙종)

 

 

9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 후야 잎 넓은 나무야 심을 줄이 있으랴

ㅡ 김 상용 (1561-1637)

 

 

10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ㅡ 김 상헌 (1570-1652)

 

 

11

강호에 버린 몸이 백구와 벗이 되야

어정을 흘리 놓고 옥소를 높이 부니

아마도 세상 흥미는 이뿐인가 하노라

ㅡ 김 성기 (?-영조)

 

 

12

술 깨어 일어 앉아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 밖에 섰는 학이 즐겨서 넘노는다

아해야 남은 술 부어라 흥이 다시 오노매라

ㅡ 김 성최 (1645-1713)

 

 

13

적설이 다 녹도록 봄 소식을 모르더니

귀홍은 득의천공 활이요 와류는 심생수동요라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

ㅡ 김 수장 (1690-?)

 

 

14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초당에 꽃피거든 나도 자넬 청하옵네

백년간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다

ㅡ 김 육 (1580-1658)

 

 

15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가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ㅡ 김 정구 (?-연산군)

 

 

16

삭풍은 나무끝에 불고 명월은 눈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애라

ㅡ 김 종서 (1390-1453)

 

 

17

세월이 여류하니 백발이 절로난다

뽑고 또 뽑아서 젊고져 하는 뜻은

북당에 친재하시니 그를 두려워하노라

ㅡ 김 진태 (영조-정조)

 

 

18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 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ㅡ 김 창업 (1568-1722)

 

 

19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긴 수풀 찬이슬에 베잠뱅이 다 젖는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가려 하느냐

 

엊그제 덜 괸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설 데친 무우 나물 청국장 끼쳐 내니

세상에 육식자들이 이 맛을 어이 알리요

ㅡ 김 천택 (1680-숙,영조 청구영언)

 

 

20

청산(靑山)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명월(明月)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욕심(慾心)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ㅡ 나옹 선사 (1262-1342 고려)

 

 

21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들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갈려 하나니

ㅡ 남 구만 (1629-1711)

 

 

22

장검을 빼어 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일엽제잠이 호월에 잠겼애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고 하노라

ㅡ 남 이 (1441-1468)

 

 

23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ㅡ 매 화 (조선후기)

 

 

24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ㅡ 매 창 (1573-1610)

 

 

25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 삼고

이 몸이 한가하옴도 역군은이샷다

강호에 여름드니 초당에 일이 없다

유신한 강파는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해옴도 역군은이샷다

ㅡ 맹 사성 (1360-1438)

 

 

26

꿈에 뵈는 님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

탐탐이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 보리

저 님아 꿈이라말고 자주자주 뵈시소

ㅡ 명 옥 (조선후기)

 

 

27

반중 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언즉도 하다마난

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ㅡ 박 인로 (1561-1642)

 

 

28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ㅡ 박 팽년 (1417-1456)

 

 

29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짖는다

너도 날과 같이 무슨 이별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있더냐

ㅡ 박 효관 (1800-1880)

 

 

30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귄가 하노라

ㅡ 서 경덕 (1489-1546)

 

 

31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으오

ㅡ 서산대사 (1520-1604)

 

 

32

녹초 청강상에 굴레벗은 몸이되어

때때로 머리들어 북향하야 우는 뜻은

석양이 재 넘어 감에 님자 그리워 우노라

ㅡ 서 익 (1542-1587)

 

 

33

오면 가려하고 가면 아니오네

오노라 가노라니 볼날이 전혀 없네

오늘도 가노라하니 그를 슬퍼하노라

ㅡ 선 조 (1567-1608)

 

 

34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정 채미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땅에 났더니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ㅡ 성 삼문 (1418-1456 사육신)

 

 

35

이리도 태평성대 저리도 성대태평

요지일월이요 순지건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에 놀고가려 하노라

ㅡ 성 수침 (1519-1564)

 

 

36

전원에 봄이오니 이 몸이 일이많다

꽃나무 뉘옮기며 약밭은 언제갈리

아희야 대 베여오너라 삿갓 먼저 걸을이라

ㅡ 성 운 (1497-1579)

 

 

37

있으렴 꼭 가겠느냐 아니 가진 못할쏘냐

까닭없이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너무 애닯다 가는 뜻을 말하거라

ㅡ 성종 (1457-1494)

 

 

38

풍상이 섯거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ㅡ 송 순 (1493-1583)

 

 

39

임이 혜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누구에게 옮기신고

처음에 믜시던 것이면 이다지 설우랴

ㅡ 송 시열 (1607-1689)

 

 

40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를 여지마라 날 찾으리 위 있으랴

밤중만 일편명월이 긔 벗인가 하노라

ㅡ 신 흠 (1566-1628)

 

 

41

어리고 성긴 가지 너를 믿지 아녔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조차 부동터라

ㅡ 안 민영 (고종13년 가곡원류)

 

 

42

전 나귀 모노라니 서산이 일모로다

산로가 험하거든 간수나 잔잔커니

풍편에 문견폐하니 다왔는가 하노라

ㅡ 안 정 (1494-1548)

 

 

43

바람에 휘였노라 굽은 솔 웃지마라

춘풍에 피는 꽃이 매양에 고이시라

풍표표 설분분할 제 네이 나를 부르리라

ㅡ 안평대군 (1418-1453)

 

 

44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ㅡ 양 사언 (1517-1584)

 

 

45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읽고 며늘아기 베짜는데 어린손자 꽃놀이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ㅡ 오 경화 (조선말)

 

 

46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빔길 예놋다

ㅡ 왕 방연 ( ? - 세조)

 

 

47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우에 불리고자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ㅡ 우 탁 (1262-1342 고려)

 

 

48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 턴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르르랴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 뿐인가 하노라

ㅡ 원 천석 (고려말?)

 

 

49

간밤의 우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외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스러 흐르고자 나도 우러 내리라

ㅡ 원 호 (?-1356 고려)

 

 

50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ㅡ 월산대군 (1455-1489)

 

 

51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우네

ㅡ 유 성원 (?-1456 사육신)

 

 

52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ㅡ 유 응부 (?-1456 사육신)

 

 

53

추산이 석양을 띠고 강심에 잠겼는데

일간죽 둘러메고 소정에 앉았으니

천공이 한가히 여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ㅡ 유 자신 (1541-1612)

 

 

54

미나리 한펄기를 캐어서 싯무이다

년대 아니아 우리 님께 바치오이다

맛이야 긴지 아니커니와 다시 십어보소서

ㅡ 유 희춘 (1513-1577)

 

 

55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염동이 지나갔느냐 설풍이 어디로 갔느냐

천산만산에 봄기운이 어리었다

지게문 새벽에 열고서 하늘 빛을 보리라

 

앞 강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따라 배 따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려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 온갖 꽃의 먼빛이 더욱 좋다

ㅡ 윤 선도 (1587-1671)

 

56

청류벽에 배를 매고 백은탄에 그물 걸어

자님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 자로 부어라 무진토록 먹으리라

ㅡ 윤 유 (1647-1721)

 

 

57

방안에 혓는 촉불 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촉불 날과 같아야 속타는 줄 모르도다

ㅡ 이 개 (1674-1737)

 

 

58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가 나랑이면

임의 창 밖 길이 돌길이라도 닳으련마는

꿈길에 자취가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ㅡ 이 명한 (1595-1645)

 

 

59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ㅡ 이 방원 (1367-1422)

 

 

60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살이고

밭머리에 해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쓰일 듯 쓰일 듯하여 붓은 던질 수 없고

문장만으로 배는 채워지지 않는다

원컨대 오는 해마다 풍년이나 드소서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 함께 나아오더라

 

달은 넘어 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ㅡ 이 병기 (1891-1968)

 

 

61

주인이 술 부으니 객을랑 노래하소

한잔 술 한 곡조씩 새도록 즐기다가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를 이어 놀려 하노라

ㅡ 이 상우 (1648-1742)

 

 

62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ㅡ 이 색 (1328-1396 고려)

 

 

63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ㅡ 이 순신 (1545-1598)

 

 

64

천지로 장막삼고 일월로 등촉삼아

북해를 휘어다가 주준에 대어 두고

남극에 노인성 대하여 늙을 뉘를 모르리라

ㅡ 이 안눌 (1571-1637)

 

 

65

높으나 높은 나무에 날 권해 올려 놓고

이보오 벗님내야 흔들지나 말아주소.

떨어져 죽기는 슬프지않아 님못볼까 하노라

ㅡ 이 양원 (1533-1592)

 

 

66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창에 달이 뜨니 한만 서려요

꿈속에 오고 간 길 흔적이 난다면

그대 문 앞 돌길응 모래가 되겠네요

ㅡ 이 옥봉 (명종-선조)

 

 

67

녹양이 천만사인들 가는 춘풍 매어두며

탐화 봉접인들 지는 꽃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임을 어이 하리

ㅡ 이 원익 (1547-1635)

 

 

68

이곡은 어디메오 화암에 춘만커다

벽파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를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리

ㅡ 이 이 (1536-1584)

 

 

69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동풍 다 보내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뇨

ㅡ 이 정보 (1693-1766)

 

 

70

풍설 섞어친 날에 묻노라 북래사자야

소해용안이 언매나 치오신고

고국의 못 죽는 고신이 눈물겨워 하노라

ㅡ 이 정환 (인조-현종)

 

 

71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ㅡ 이 조년 (1268-1343 고려)

 

72

구름이 무심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떠 있어 임의로 떠다니며

구태여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ㅡ 이 존오 (1341-1371 고려)

 

 

73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ㅡ 이 직 (1362-1431 고려)

 

 

74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난 저 구름아

고신원루랄 비삼아 띄워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 본들 어떠리

ㅡ 이 항복 (1556-1618)

 

 

75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홍진이 엇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ㅡ 이 현보 (1467-1555)

 

 

76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이 이러타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료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 하리라

ㅡ 이 황 (1501-1570)

 

 

77

역발산 개세기는 초패왕의 버금이요

추상절 열일충은 오자서의 우이로다

천고에 늠름장부는 수정후인가 하노라

ㅡ 임 경업 (1594-1646)

 

 

78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어 하노라

ㅡ 임 제 (1549-1584)

 

 

79

오늘이 무슨 날이 노부의 현고신이로다

술 빚고 벗 있는데 달이 더욱 아름다워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취코 놀려 하노라

ㅡ 정 내교 (1681-1757)

 

 

80

선인교 나린 물이 자하동에 흘러들어

반 천 년 왕업이 물소리뿐이로다

아이야 고국흥망을 물어 무삼하리오

ㅡ 정 도전 (1342-1398)

 

 

81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ㅡ 정 몽주 (1337-1392 고려)

 

 

82

간밤에 불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하는고야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요

ㅡ 정 민교 (1697-1731)

 

 

83

책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백구떳다

왕래백구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공명도 말고 너를 좇아 놀리라

ㅡ 정 온 (1569-1641)

 

 

84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재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ㅡ 정 철 (1536-1593)

 

 

85

공산이 적막한데 슬피우는 저 두견아

촉국 흥망이 어제 오늘 아니거늘

지금껏 피나게 운들 남의 애만 끊나니

ㅡ 정 충신 (1576-1636)

 

 

86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ㅡ 정 태화 (1602-1673)

 

 

87

저 건너 알편석이 강태공의 조대로다

문왕은 어디가고 빈 대만 남았는고

석양에 물차는 제비만 오락가락 하더라

ㅡ 조 광조 (1482-1519)

 

 

88

설악산 가는 길에 개골산 중을 만나

중다려 묻는 말이 풍악이 어떻더니

이 사이 련하여 서리치니 때 맞았다 하더라

ㅡ 조 명리 (1697-1756)

 

 

89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보니

도화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에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요 나는 옌가 하노라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ㅡ 조 식 (1501-1572)

 

 

90

빈천을 팔려고 권문에 들어가니

짐없는 흥정을 뉘 먼저 하자하리

강산과 풍월을 달라하니 그는 그리 못하리

ㅡ 조 찬한 (1572-1631)

 

 

91

산촌에 밤이드니 먼곳 개 짖어온다

사립문 열고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 잠든 달을 짖어 무삼하리오

ㅡ 천 금 (조선후기)

 

 

92

다 부서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

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

무른 듯 단단한 속은 알 이 알까 하노라

ㅡ 최 남선 (1890-1957)

 

 

93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 설악 들게 갈아 두러 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ㅡ 최 영 (1316-1388 고려)

 

 

94

손가고 문닫으니 바람잔잔 달기울다

술독을 다시 열고 싯귀를 흩부르니

아마도 산인자랑은 이뿐인가 하노라

ㅡ 하 위지 (1412-1456 사육신)

 

 

95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챌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ㅡ 한 석봉 (1543-1605)

 

 

96

저에게는 세가지 한이 있습니다

첫째는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고

둘째는 여자로 태어났으나 아이를 갖지 못한 것이며

셋째는 수많은 남자 중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입니다.

 

손에 바늘을 잡고 밤이 차가워지면

열 손가락이 곧아옵니다

남을 위한 혼수 옷만 지을 뿐

해마다 독수공방 신세네요.

ㅡ 허난설헌 (1563-1589)

 

 

97

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임에게

잠자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ㅡ 홍 랑 ( ? -선조)

 

 

98

이별하던 날에 피눈물이 난지 만지

압록강 내린 물이 푸른 빛이 전혀 없네

배 위의 허여 센 사공이 처음 본다 하더라

ㅡ 홍 서봉 (1572-1645)

 

 

99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은

ㅡ 황 진이 (1506 ?-1567 ?)

 

 

100

청강에 비 듣는 소리 긔 무엇이 우습관데

만산 홍록이 휘두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이 몇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청석령 지나거냐 초하구 어디메오

호풍도 참도찰사 궂은 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내어 님 계신 데 드릴고

ㅡ 효종 (1619-1659)

 

 

101

물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섰거라 너 가는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보고 가노매라

ㅡ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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