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客夜與故人遇  객야여고인우  옛친구들과 만난 타향의 밤
    戴叔倫   대숙륜 732~789

天秋月又滿   천추월우만   가을 하늘, 달은 만월인데
城闕夜千重   성궐야천중   城闕의 밤은 깊어간다 

還作湘江會   환작상강회   湘江에서 다시 모였으니    
飜疑夢裡逢   번의몽리봉   설마 꿈은 아닌지

風枝驚暗鵲   풍지경암작   가지에 바람부니, 밤 까치 놀라고
露草覆寒蟲   노초부한충   이슬 젖은 풀, 귀뚜라미 덮어 

羈旅長堪醉   기려장감취   우린 타향살이 나그네, 술에 취해보자 
相留畏曉鐘   상유외효종   새벽종아 부디 울리지 말아다오


2. 贈殷亮  증은량    은량에게 부치는 노래
   戴叔倫   대숙륜 732~789 

日日河邊見水流   일일하변견수류   한종일 나는 강기슭에 앉아 물을 바라보노라 
傷春未已復悲秋   상춘미이복비추   서러운 봄 채 가시우기 전에 애달다 가을이 또 찾아오누나
山中舊宅無人住   산중구택무인주   황량한 고향은 찾을 길도 없는데, 옛집엔 사는 이도 없다하더고 
來往風塵共白頭   래왕풍진공백두   풍진에 싸여 사는 몸이라서  모두다 머리칼이 세어 가나봐


3.  偶題   우제    우연히 지음
     道濟  도제 1150~1209

幾度西湖獨上船   기도서호독상선   서녘 호수에서 홀로 배에 오르기 몇 번
賈師識我不論錢   고사식아불론전   사공은 나를 알아보고 배삯을 받으려 않네
一聲啼鳥破幽寂   일성제오파유숙   一聲의 새 울음소리, 깊은 적막함이 깨지니
正是山橫落照邊   정시산횡락조변   바로 이때, 산은 석양옆에 누워 있도다

 

4. 秋興八景畵冊  추흥팔경화책    가을 그림
    董其昌(明)  동기창

溪雲雨添山翠   계운알우첨산취   냇가에 구름 머물고,비가오니 산이 더욱 푸르고
花片粘沙作水香   화편점사작수향   백사장에 꽃잎 지니 물이 향을 머금었네
有客停橈釣春渚   유객정요조춘저   나그네 배를 세우고 낚시 드리웠는데
滿船淸露濕衣裳   만선청로습의상   맑은 이슬 촉촉히  옷자락을 적시네

 
5.  山行  산행   산에 오르다
     杜牧(唐)   두목 803~853      

遠上寒山石徑斜   원상한산석경사   멀리 한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停車坐愛風林晩   정거좌애풍림만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잎이 꽃보다 붉구나

 

6. 淸明   청명      음력 3월
    杜牧(唐)   두목 803~853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 시절에 비는 오락가락 하니
路上行人欲斷魂   로상행인욕단혼   길 가는 나그네는 넋을 끊는 듯함이라
借問酒家何處在   차문주가하처재   잠깐 묻노니, 술집은 어디 있음이오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만 가리 킨다

 
7. 秋夕  추석
    杜牧(唐)  두목 803~852

銀燭秋光冷畵屛   은촉추광랭화병   은촛대 가을 빛 그림  병풍에 차가운데
輕羅小扇撲流螢   경라소선박류형   가벼운 비단 부채로 나르는 반딧불 잡네
天階夜色凉如水   천계야색량여수   궁전 돌계단에 썰렁한 밤기운 물처럼 밀려드는데
坐看牽牛織女星   좌간견우직여성   멀거니 앉아서 견우직녀 별만 쳐다보네


8. 重到襄陽哭亡友韋壽朋   중도양양곡망우위수붕
    杜牧(唐)  두목 803~852

故人墳樹立秋風   고인분수입추풍   친구 무덤가, 나무에 가을 바람 불어오고
伯道無兒跡更空   백도무아적갱공   鄧伯道가 아이없듯 자취 쓸쓸하구나
重到笙歌分散地   중도생가분산지   笙簧노래로 헤어지던 곳, 다시 찾아왔더니
隔江吹笛月明中   격강취적월명중   강 건너 누군가, 달 밝은 속에 피리를 부네
 
     ☞ 伯道= 晉(진)나라 名士.

 

 

9. 秋夜宴臨津鄭明府宅 추야연임진정명부댁  가을 밤 나루터 정      명부집 잔치
    杜審言(唐)  두심언 648~708 

行止皆無地   행지개무지   가나오나 이 한 몸, 의탁할 곳 없어  
招尋獨有君   초심독유군   불러주어 찾아 갈 곳은 오직 그대뿐   
酒中堪累月   주중감누월   술에 취해야 몇 달의 시름을 견딜 뿐  身外卽浮雲   신외즉부운   내 몸밖의 일은 뜬구름이네 

霜白鐘徹   상백소종철   서리 희어짐에, 종소리 또렷하고  
風淸曉漏聞   풍청효누문   바람 맑아짐에, 물 듣는 소리도 들리네   
坐携餘興往   좌휴여흥왕   앉은 채로 여흥을 가져가니   
還似未離群   환사미리군   나 아직 그대들 떠나지 않은 듯 하오

 


10.  秋風引  추풍인    가을 바람 노래
     劉禹錫   류우석

何處秋風至   하처추풍지  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蕭蕭送鴻群   소소송홍군  살살 불고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朝來入庭樹   조래입정수  아침이 되여 마당의 나무에까지 불어오는데
孤客最先聞   고객최선문  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11.  蚊子 문자   모기
     懶翁錄   라옹록
 
不知氣力元來少   부지기력원래소   제 힘이 원래 약한 줄을 모르고
喫血多多不自飛  끽혈다다불자비   피를 너무 많이 먹고 날지 못하네
勤汝莫貪他重物  근여막탐타중물   부디 남의 소중한 물건을 탐하지 말라
他年必有劫還時  타년필유각환시   뒷날 반드시 돌려줄 때 있으리

 
12. 春有百花   춘유백화    봄에는 꽃이 피고
    無門禪師(慧開)(宋)  무문선사 1183~1260

 
春有百花秋有月   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빛
夏有凉風冬有雪   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겨울에는 눈
若無閑事掛心頭   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 없이 한가롭다면
更是人間好時節   경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은 호시절이라

 
13. 題驛亭壁上  제역정벽상    역정 벽위에
    無名氏

衆鳥同枝宿   중조동지숙   뭇새들 한 가지서 잠을 자고는
天明各自飛   천명각자비   날 밝자 제각금 날아가누나
人生亦如此   인생역여차   인생도 또한 이와 같나니
何必淚沾衣   하필루첨의   어이해 눈물로 옷깃 적실까

 

                 
14. 擊壤歌   격양가
    無名氏   무명씨

日出而作         일출이작         해 뜨면 나가 농사 짓고
日入而息         일입이식         해 지면 들어와 쉬노라
鑿井而飮         착정이음         우물 파서 물 마시고
耕田而食         경전이식         밭 갈아서 음식 먹으니
帝力何有于我哉   제력하유우아재   황제의 힘이 내게 무슨 필요 있으리오

 

15. 木蘭辭(樂府詩)    목란사   
    무명씨

喞喞復喞喞     즐즐복즐즐      덜그럭 덜그럭
木蘭當戶織      목란당호직      목란이 방에서 베를 짜네
不聞機柠聲      불문기저성      베틀북 소리 들리지 않고
唯聞女嘆息      유문여탄식       들리는 건 오직 긴 한숨소리
問女何所思      문녀하소사       무슨 걱정을 그리 하는가
問女何所憶      문녀하소억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女亦無所思      여역무소사       저에게는 그리는 사람도 없고
女亦無所憶      여역무소억       다른 생각도 없습니다
昨夜見軍帖      작야견군첩       어제 밤 군첩을 보았는데
可汗大点兵      가한대점병       나라에서 군사를 모은답니다
軍書十二卷      군서십이권       군첩 열 두 권 안에
卷卷有爺名      권권유야명      아버지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阿爺無大兒      아야무대아      아버지에게는 장성한 아들 없고
木蘭無長兄      목란무장형      목란에게는 오라비 없으니
願爲市鞍馬     원위시안마       시장에 가 안장과 말을 사서
從此替爺征     종차체야정  늙은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려구요
東市買駿馬    동시매준마        동쪽 시장에서 준마를 사고
西市買鞍韀   서시매안천         서쪽 시장에서 안장 사고
南市買轡頭   남시매비두         남쪽 시장에서 고삐 사고
北市買長鞭    북시매장편       북쪽 시장에서 채찍을 사네

旦辭爺娘去    단사야낭거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인사 하고
暮宿黃河邊    모숙황하변      저녁이 되어 황하 가에 머무네
不聞爺娘喚女聲    불문야낭환녀성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黃河流水鳴濺濺     단문황하류수명천천  단지 들리는 건 황하의 물소리
旦辭黃河去      단사황하거     아침에 황하를 떠나
暮宿黑山頭      모숙흑산두     저물어 흑산 머리에 묵네

不聞爺娘喚女聲  불문야낭환여성      부모님이 딸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고
但聞燕山胡騎鳴啾啾  단문연산호기명추추  연산의 오랑캐 말굽 소리만
萬里赴戎機    만리부융기    만리길 변방 싸움에 나서고
關山度若飛    관산도약비    날듯이 관산을 넘었네
朔氣傳金柝    삭기전금탁    삭풍은 쇠종소리 울리고
寒光照鐵衣    한광조철의    찬 달빛은 철갑옷을 비추네
將軍百戰死    장군백전사    수 많은 전투에 장군도 죽고
壯士十年歸    장사십년귀    장사는 십 년 만에 돌아오네
歸來見天子    귀래견천자    돌아와 천자를 뵈오니
天子坐明堂    천자좌명당    천자는 명당에 앉아
策勛十二轉    책훈십이전    논공 행상을 하여
賞賜百千强    상사백천강    백 가지 천 가지 상을 내리네
可汗問所欲    가한문소욕    천자가 소망이 무어냐 물으니
木蘭不用尙書郞  목란불용상서랑   목란은 벼슬도 마다하고
願借明駝千里足  원차명타천리족   천리길 내달릴 말을 내려
送兒還故鄕      송아환고향       고향으로 보내주길 청하네
爺娘聞女來     야낭문녀래       부모는 딸이 돌아온단 소식에
出郭相扶將     출곽상부장       울 밖으로 마중 나오고
阿자聞妹來     아자문매래        언니는 여동생이 온다고 하니
當戶理紅粧     당호리홍장        방에서 새로이 화장을 하네
小弟聞자來     소제문자래        남동생은 누나가 온다고 하니
磨刀霍霍向猪羊  마도곽곽향저양   칼 갈아 돼지와 양을 잡네
開我東閣門      개아동각문       동쪽 채에 있는 방문 열고
坐我西閣床     좌아서각상     서쪽 채에 있는 침상에 앉아보며
脫我戰時袍     탈아전시포      싸움 옷 벗어 놓고
著我舊時裳     저아구시상      옛 치마 입었네
當窓理雲鬓     당창이운빈      창 앞에서 곱게 머리 빗고
對鏡帖花黃     대경첩화황      거울 보면서 화장을 한 후에
出門看火伴     출문간화반      문을 나서 전우들을 보니
화伴皆驚惶     화반개경황     전우들 하나같이 크게 놀라네
同行十二年     동행십이년      십이 년을 같이 다녔건만
不知木蘭是女娘 불지목란시여낭   목란이 여자인 줄 정말 몰랐네
雄兎脚撲朔    웅토각박삭       숫토끼 뜀박질 늦을 때가 있고
雌兎眼迷離    자토안미리       암토끼 눈이 어릿할 때 있거늘
雙兎傍地走    쌍토방지주       두 마리 같이 뛰어 달릴 때
安能辨我是雄雌  안능변아시웅자  어찌 자기가 숫놈인지 암놈인지를 가릴 수 있으리오

 


16. 長歌行    장가행
    樂府(漢)  악부

靑靑園中葵   청청원중규   뜰 안 해바라기는 파릇파릇하고
朝露待日晞   조로대일희   아침 이슬은 해가 뜨자 마르네

陽春布德澤   양춘포덕택   따뜻한 봄 볕  은덕을 주니
萬物生光輝   만물생광휘   만물이 빛을 낸다

常恐秋節至   상공추절지   늘 두려운 것은, 가을이 와
黃華葉衰   혼황화엽쇠   누렇게 꽃잎이 시들까 두렵네

百川東到海   백천동도해   강물이 동쪽으로 바다에 이르면
何時復西歸   하시복서귀   언제 다시 서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少壯不努力   소장불노력   젊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老大徒傷悲   노대도상비   늙어 헛되이 슬픔과 걱정뿐이라네

 
17.養蠶詞   양잠사 
    繆嗣寅(淸)  무사인 1662~1722  

蠶初生           잠초생           누에가 처음 나오니    
采桑陌上提筐行   채상맥상제광행   밭둑의 뽕잎을 따 광주리에 들고 가고 

蠶欲老           잠욕로           고치가 되려하니
夜半不眠常起早   야반불면상기조   한밤에도 잠 못 자고 항상 일찍 일어난다  

衣不暇浣髮不簪   의불가완발부잠   옷은 빨지도 못하고 비녀조차 꽂지 못하지만   
還恐天陰壞我蠶   환공천음괴아잠   날씨가 나빠 누에를 망칠까 그것만 걱정하네

回頭吩咐小兒女   회두분부소아녀   고개 돌려 계집아이에게 분부하기를
蠶欲上山莫言語   잠욕상산막언어   고치가 되려 하니 말을 하지 말거라 

 


18. 悟道頌    오도송
    무산스님

界有成住壞空   계유성주괴공   유?무형 세계에는 이뤄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현상이 있고
念有生住異滅   념유생주이멸   생각에는 생겨나고 머물고 달라지고 없어지는 현상이 있으며
身有生老病死   신유생노병사   몸에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현상이 있다
無常之體無常   무상지체무상   무릇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것이다

    


19. 明日歌   명일가    내일 노래  
    文嘉(明)  문가 1501~1583

明日復明日    명일부명일     내일, 또 내일
明日何其多    명일하기다     내일이 어찌 그리도 많더냐

日日待明日     일일대명월     매일 내일을 기다려니
萬世成蹉       만세성차       삶이 어그러 졌네. 

世人皆被明日累  세인개피명일계   세상 사람들이 다 그처럼 내일에 연루되니
明日無窮老將至   명일무궁노장지   내일은 끝이 없어, 장차 늙음에 이르리

晨昏滾滾水流東   신혼곤곤수류동   하루종일 동쪽에 흐르는 물을 보자니
今古悠悠日西墜   금고유유일서추   이제 해는 멀리 서쪽으로 지네

百年明日能幾何   백년명일능기하   백년 인생 내일이 그 얼마나 될까
請君聽我明日歌   청군청아명일가   청하노니 그대들 내 명일가를 들으소서

 
20. 新晴山月  신청산월     달밤에
    文同(北宋)  문동 1018~1079

高松漏疏月   고송루소월   소나무 높은 가지 사이로 달빛이 흘러
落影如畵地   락영여화지   땅 위에 그림처럼 그림자 드리우네

俳徊愛其下   배회애기하   그 광경 좋아서 그 밑을 맴돌면서
及久不能寐   급구부능매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네

怯風池荷卷   겁풍지하권   연잎은 바람 싫어 돌돌 말리고
病雨山果墜   병우산과추   산과일 비를 맞아 뚝뚝 떨어지네

誰伴余苦吟   수반여고음   나와 함께 시 읊는 이 누구일까
滿林啼絡緯   만림제낙위   숲 가득 베짱이 울음소리

        

21. 詠碾麥  영년맥    보리 찧는 노래
    文東道   문동도 1646~1699

四月黃雲潤麥田   사월황운윤맥전   4월이라 보리밭에 금빛 구름 빛나는데
刈麥驕氣婦顔先   예맥교기부안선   보리 베니 흡족한 기분, 아낙 얼굴 밝도다
靑薪雨濕炊何窘   청신우습취하군   비에 젖은 생나무 불 지피기 어찌나 힘드는지
療得朝飢近午天   요득조기근오천   아침 나절 시장기를 대낮에야 요기하였소

 


22.  勸酒   권주   술을 권하며
     文徵明  문징명 1470~1559

勸君金屈卮   권군금굴치   그대에게 권하노니, 이 황금 술잔
滿酌不須辭   만작불수사  가득 부은 이 술을 부디 사양치 마시라
花發多風雨   화발다풍우   꽃이 피면 비바람 많듯이
人生足別離   인생족별리   인생에서 이별이야 흔한 것 아니겠나


23. 過零丁洋  과영정양    영정양을 지나며
    文天祥  문천상 1236~1283 

辛苦遭逢起一經   신고조봉기일경   고생 끝에 벼슬길 올랐으나
干戈寥落四周星   간과요락사주성   전쟁터를 전전한 지 어느덧 4년일세
山河破碎風飄絮   산하파쇄풍표서   나라의 운명은 바람에 날리는 버들개지요
身世浮沈雨打萍   신세부침우타평   내 신세는 비 맞는 부평초다
惶恐灘頭說惶恐   황공탄두설황공   황공탄은 두려웠던 시절을 말하고
零丁洋裏嘆零丁   영정양리탄영정   영정양은 처량한 심정을 탄식한다
人生自古誰無死   인생자고수무사   자고로 그 누가 죽음을 면했으리오
留取丹心照汗靑   유취단심조한청   한 조각 붉은 마음 남겨 역사를 비추리

 
24. 過野叟居  과야수거   들녁 늙은이의 집을 지나며
    馬戴  마대

野人閑種樹   야인한종수   시골 늙은이 한가히 나무를 심는데
野老野人前   야로야인전   늙은이보다 들판 나무가 더 오래되었다
居止白雲內   거지백운내   흰 구름 속에 머물러 살며
漁樵滄海邊   어초창해변   바닷가에서 물고기 잡고 나무하며 산다
呼兒採山藥   호아채산약   아이 불러 산에가 약초를 캐고
放犢飮溪水   방독음계수   송아지를 놓아 시냇물 먹인다
自著養生論   자저양생론   내 스스로 양생론을 지으며 살아가니
無煩憂老年   무번우노년   늙음을 걱정하는 어떤 괴로움도 없도다.


25.  秋思  추사      가을 생각
     馬致遠(元)  마치원 1250~1321

枯藤老樹昏鴉   고등노수혼아   마른 등나무, 오랜 고목, 황혼녘의 갈가마귀
小橋流水人家   소교유수인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인가
古道西風瘦馬   고도서풍수마   오래된 길, 서풍, 파리한 말
夕陽西下       석양서하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斷腸人在天涯   단장인재천애   애간장이 끊어지는 사람은 하늘끝에 서 있다


26. 臨終偈    임종게
    萬松行秀(南宋)   만송행수 1166~1246

八十一年   팔십일년   팔십일 년 동안 
只此一語   지차일어   이 한 마디뿐    
珍重諸人   진중제인   여러분들 몸조심하고
切莫錯擧   체막착거   부디 잘못 알지 말라
 


27. 陶 者  도자     기와쟁이 
    梅堯臣(宋)   매요신 1002~1060   

陶盡門前土  도진문전토  문 앞의 흙 다 퍼다가 기와를 구웠건만
屋上無片瓦  옥상무편와  제 집 지붕 위엔 기와 한 쪽 못 올렸네
十指不霑泥  십지불점니  열 손가락 진흙 한 번 묻히지 않고서도
鱗鱗居大廈  린린거대하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사는 이도 있는데
   


28. 終日尋春不見春 종일심춘부견춘   하루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을 찾지 못하고
    梅花尼  매화니

 
終日尋春不見春   종일심춘불견춘   하루 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을 보지 못하고
芒鞋踏破嶺頭雲   망혜답파령두운   짚신으로 동쪽 산 구름 속을 답파하였네
歸來笑撚梅花臭   귀래소연매화취   돌아와 향내를 맡고 웃으며 수염을 꼬니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봄이 가지 위에 이미 온통 와 있더라

 
29. 夜感自遣   야감자견 
    孟郊(唐)  맹교 751~814

夜學曉未休   야학효미휴   밤부터 새벽까지 시구 땜에 신음하니
苦吟神鬼愁   고음신귀수   귀신도 내 苦吟에 서글픈 얼굴일세

如何不自閑   여하부자한   어이 하여 스스로를 이토록 괴롭히나
心與身爲讎   심여신위수   몸과 마음이 서로가 원수처럼

死辱片시痛   사욕편시통   죽음은 아픔을 잠시 욕되게 하나  
生辱長年羞   생욕장년수   삶은 평생의 수치를 욕되게 하네

淸桂无直枝   청계무식지   맑은 계수나무 곧바른 가지 없고
碧江思旧游  벽강사구유   푸른강은 그 옛날 한가로웠던 때를 생각나게하네

 

30. 游子吟  유자음   떠나가는 자식의 노래
    孟郊(唐)  맹교 751~814

慈母手中線   자모수중선   자애로운 어머님 손안에 침선이 있고
游子身上衣   유자신상의   먼 길 떠나는 아들의 옷을 지으시네

臨行密密縫   임행밀밀봉   떠남에 임하여 더욱 촘촘히 꿰매시는 것은
意恐遲遲歸   의공지지귀   생각하건대 아들이 늦게 돌아옴을 두려워함이로다

誰言寸草心   수언촌초심   누가 말하던가, 저 조그만 풀이
報得三春暉   보득삼춘휘   봄날 따사로운 햇볕 같은 어머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고


31. 織婦辭  직부사   비단 짜는 아낙네
    孟郊   맹교 751~824

夫是田中郞   부시전중랑   지아비는 시골 농사꾼
妾是田中女   첩시전중여   저는 시골 아낙이지요

當年嫁得君   당년가득군   그 해 당신에게 시집와서부터
爲君秉機杼 위군병기저   당신을 위해 베틀북을 잡았지요

筋力日已疲   근력일이피   근력이 날로 부쳐 피곤해도
不息窓下機   불식창하기   창 아래 베틀은 쉬지 않았지요

如何織紈素   여하직환소   어째서 흰 비단을 짜면서
自著襤褸衣   자저람루의   나는 헤진 옷을 입나요

官家榜村路   관가방촌로   관가의 방이 동네 길에 붙었는데
更索栽桑樹   갱색재상수   뽕나무 더 심으라는 것이지요

 

32. 烈女操  열여조   열녀의 지조 
    孟郊   맹교 751~824

梧桐相待老   오동상대로   오동나무는 서로 마주해 늙고
鴛鴦會雙死   원앙회쌍사   원앙새는 한 쌍으로 함께 죽는다오

貞女貴殉夫   정여귀순부   정녀는 남편 따름을 귀하게 여기니
捨生亦如此   사생역여차   묵숨을 버리는 것 또한 이와 같아요

波瀾誓不起   파란서불기   맹세코 물결 일으키지 않으리니
妾心古井水   첩심고정수   저의 마음은 마른 우물이어요

 

33. 夏日南亭懷辛大 하일남정회신대   꿈에도 그리운 사람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山光忽西落   산광홀서락    산마루의 해 건듯 서쪽으로 지고
池月漸東上   지월점동상    연못에 비치는 달 두둥실 동쪽에 떠오르네

散髮乘夕凉   산발승다경    머리 풀어 헤치고 석양 시원한 바람 맞고
開軒臥閑敞   개헌와한창    창문 열어젖히고 넓은 마루에 벌렁 누웠네

荷風送香氣   하풍송향기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 보내고
竹露滴淸響   죽로적청향    댓잎에 맺힌 이슬 맑은 소리 내며 방울져 떨어지네

欲取鳴琴彈   욕취명금탄    거문고라도 타볼까 하다가도
恨無知音賞   한무지음상    문득 그 소리 알아주는 이 없음이 한스럽다네

感此懷故人   감차회고인    친구야, 친구!
中宵勞夢想   중소노몽상    이 밤 꿈속에서조차 그리운 그대여


34.  宿建德江  숙건덕강   建德江에서 묵으며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移舟泊煙渚   이주박연저   배 저어 안개 낀 모래섬에 대니
日暮客愁新   일모객수신   날은 저물어, 나그네 시름 새로워라
野廣天低樹   야광천저수   넓은 들판에서 하늘은 나무에 내려앉고
江淸月近人   강청월근인   맑은 강가에서 달은 사람에게 가까워라

 
35.  望洞庭湖贈張丞相  망동정호증장승상  洞庭湖에서 바라보며       張丞相에게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八月湖水平   팔월호수평   팔월의 호수 잔잔하여
涵虛混太淸   함허혼태청   허공을 담아 하늘과 어울리네

氣蒸雲夢澤   기증운몽택   운몽못에는 아지랭이 피어오르니
波감岳陽城   파감악양성   물결이 악양성을 감싼다

欲濟無舟楫   욕제무주즙   호수를 건너려하니 배와 노가 없으니
端居恥聖明   단거치성명   바르게 사노라니 천자를 대하여 부끄럽다

坐看垂釣者   좌관수조자   앉아서 낚시하는 이를 바라보면서
空有羨魚情   공유선어정   공연히 고기잡는 것을 부러워한다네.

 涵=젖을 함. 蒸= 찌다. 감= 흔들, 움직일 감. 楫= 노 즙,노 집. 端= 바르다. 羨= 부러워할 선. 

 

36. 春曉    춘효       봄날의 새벽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봄잠에 날새는 주 몰랐더니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곳곳에 새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밤사이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花落知多少    화락지다소     꽃은 또 얼마나 졌을까...


37. 尋菊花潭主人不遇  심국화담주인불우 
     (菊花潭에 갔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行至菊花潭   행지국화담   길가다 菊花潭에 이르니  
村西日已斜   촌서일이사   마을 서편으로 해는 이미 기울었네
主人登高去   주인등고거   주인은 산에 올랐는지  
鷄犬空在家   계견공재가   닭과 개만 쓸쓸히 집안에 남아있네

 

38. 秋夜  추야    가을 밤
    孟浩然(唐)  맹호연 689~740

不覺初秋夜漸長   불각초추야점장   어느새 초가을 밤은 점점 깊어지고
淸風習習重凄凉   청풍습습중처량   솔솔 맑은 바람 처량함이 더해 가네
炎炎暑退芽齋靜   염염서퇴아재정   불볕 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陛下叢莎有露光   폐하총사유로광   섬돌 아래 잔디밭에 이슬이 빛나고 있네


39. 書扇示門人  서익시문인    제자에게
     范仲淹(宋)  범중엄

一派靑山景色幽   일파청산경색유   푸른 산 그윽히 아름다운 경색
前人田地後人收   전인전지후인수   조상이 후손에게 물려주신 것
後人收得休歡喜   후인수득휴관희   후손들아 얻었다고 기뻐만 하지 마라
還有收人在後頭   환유수인재후두   다시 그것 거두어 갈 사람 뒤에 있느니라


40. 四時田園雜興  사시전원잡흥    전원의 사계절 풍경
    范成大   범성대 1126~1193

晝出耘田夜績麻   주출운전야적마   낮에는 김매고 밤에는 길쌈하는데
村莊兒女各當家   촌장아녀각당가   시골 계집아이도 집안 일을 나눠한다
童孫未解供耕織   동손미해공경직   어린 손자  아직 농사일도 모르지만
也傍桑陰學種瓜   야방상음학종과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법을 배운다

 

41.  晩春田園雜興  만춘전원잡흥    늦은 봄 시골
     范成大   범성대

胡蝶雙雙入菜花   호접쌍쌍입채화   나비는 짝지어 채소꽃으로 날아드는데
日長無客到田家   일장무객도전가   해는 길어 시골에 오는 사람은 없구나
鷄飛過籬犬吠竇   계비과리견폐두   닭은 날아 울타리를 넘고 개는 움에서 짖어대니
知有行商來買茶   지유행상래매다   行商이 와서 차를 사고 있나보다

 

42. 揷秧  삽앙     모내기
   范成大(宋)  범성대


種密移疏綠毯平   종밀이소록담평   빽빽한 모판에서 듬성듬성 옮겨 심으니,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行間淸淺穀紋生  행간청천곡문생   줄 사이 맑고 옅은 물 찰랑찰랑 비단결 무늬 이루었네
誰知細細靑靑草  수지세세청청초   뉘 알까 ? 가늘고 파란 풀잎
中有豊年擊壤聲  중유풍년격양성   그 속에 풍년 격양가 소리 있음을

 


43. 喜晴  희청    성큼 다가온 여름
    范成大(南宋)  범성대

窓間梅熟落蒂   창간매숙락체   창가의 매실 익어 뚝뚝 떨어지고
牆下筍成出林   장하순성출림   담 아래 죽순 돋아,  숲을 이루었네
連雨不知春去   연우부지춘거   연일 오는 비에 봄 가는 줄 몰랐더니
一晴方覺夏深   일청방각하심    날씨 개이자   어느덧 여름

 

44. 錢     돈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45. 贈某女  증모녀   어느 여인에게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客枕條蕭夢不仁   객침조소몽불인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滿天霜月照吾隣   만천상월조오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紅桃白李片時春   홍도백리편시춘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昭君玉骨湖地土   소군옥골호지토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人性本非無情物   인성본비무정물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莫惜今宵解汝裙   막석금소해여군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46. 落照  낙조    해는 지는데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落照吐紅掛碍山   낙조토홍괘애산   지는 해 붉게 토하며 막아선 산에 걸리고
寒鴉尺盡白雲間   한아척진백운간   외로운 갈가마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問津行客鞭應急   문진행객편응급   나루터를 묻는 나그네는 채찍질 서두르고
尋寺歸僧杖不閑   심사귀승장불한   절 찾아 돌아오는 중은 지팡이가 바쁘다

放牧園中牛帶影   방목원중우대영   방목하는 들판에는 소 그림자 드리워지고
望夫臺上妾低鬟  망부대상첩저환   서방 기다리는 대 위의 첩 쪽 그림자 낮다

蒼然古木溪南路   창연고목계남로   창연한 고목이 선 시냇가 남쪽 길에는
短髮草童弄笛還   단발초동농적환   짧은 머리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온다

         鬟:쪽진머리 환

 

47. 詠笠  영립      내 삿갓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가뿐한 내 삿갓이 빈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48. 妓生合作 기생합작   기생과 함께 짓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平壤妓生何所能   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能歌能舞又詩能   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能能其中別無能   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月夜三更呼夫能   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49. 磨石   마석    맷돌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誰能山骨作圓圓   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   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   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   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 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50.  多睡婦  다수부   잠 많은 아낙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西隣愚婦睡方濃   서린우부수방농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不識蠶工況也農   부식잠공황야농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機閑尺布三朝織   기한척포삼조직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杵倦升粮半日春   저권승량반일춘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弟衣秋盡獨稱搗   제의추진독칭도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姑襪冬過每語縫   고말동과매어봉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蓬髮垢面形如鬼   봉발구면형여귀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偕老家中却恨逢   해로가중각한봉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51. 懶婦  나부    게으른 아낙네
    朴文秀(朝鮮)  박문수 1691~1756

無病無憂洗浴稀   무병무우세욕희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十年猶着嫁時衣   십년유착가시의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乳連褓兒謀午睡   유연보아모오수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手拾裙蝨愛檐暉   수습군슬애첨휘   이 잡으려 치마 걷어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動身便碎廚中器   동신변쇄주중기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搔首愁看壁上機   소수수간벽상기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忽聞隣家神賽慰   홀문인가신새위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柴門半掩走如飛   시문반엄주여비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

 

52. 山齋    산재    산속 방에서
     朴怜   박령

皎皎月侵床   교교월침상   맑은 달빛이 방안의 책상을 비추고
蕭蕭風動竹   소소풍동죽   쓸쓸한 바람 대나무를 흔들고
幽人意悄然   유인의초연   내 마음 한없이 서글픈기만 한데
獨夜寒齋宿   독야한재숙   홀로 차가운 서재에 지낸다네


53. 使宋過泗州龜山寺 사송과사주구산사  使宋 過泗龜山寺를지       나며
    朴寅亮   박인량 

巖怪石疊成山   참암괴석첩성산   험한 바위 괴상한 돌은 산을 이루고
上有蓮坊水四還   상유연방수사환   위에는 절, 사방은 강물이 둘러싸여

塔影倒江飜浪底   탑영도강번랑저   탑 그림자 강에 거꾸러져 물결 아래 일렁이고
磬聲搖月落雲間   경성요월락운간   풍경 소리 달 흔들며, 구름 속에 사라지네

門前客棹洪濤疾   문전객도홍도질   문앞에 나그네는 노는, 큰 파도에 급한데
竹下僧碁白日閑   죽하승기백일한   스님은 대나무 아래서 한가히 바둑을 두네

一奉皇華堪惜別   일봉황화감석별   사신으로 떠나온 몸 이별이 아쉬워            
更留詩句約重攀   경류시구약중반   시 한 구절 남기고 다시 올 일 기약하네

 

54. 當使黃太史却步   당사황태사각보  
    (마땅히 황정견으로 하여금 발걸음을 물리게 할 것이다)
     朴誾   박은 1479~1504 

深秋木落葉侵關 ~ 깊은 가을 지는 나뭇잎은 빗장으로 들어오는데
戶牖全輸一面山 ~ 집의 들窓은 穩全히 한쪽의 山을 실어 나른다.
縱有盃尊誰共對 ~ 비록 술盞이 있은들 누구와 함께 마주하리
已愁風雨欲催寒 ~ 이미 비바람 추위를 재촉할까 근심하노라.
天應於我賦窮相 ~ 아마도 하늘이 나에게 窮한 八字 내렸으니
菊亦與人無好顔 ~ 菊花꽃 또한 사람에게 좋은 色彩 없도다.
撥棄憂懷眞達士 ~ 근심스런 懷抱 떨쳐버려야 眞正한 達士이거니
莫敎病眼瞞長潸 ~ 病든 눈을 속이고 눈물 흐르게 하지 말게나.


55. 夜臥誦詩有感  야와송시유감    밤에 누워 시를 짓다가
    朴誾    박은 1479~1504

枕上得詩吟不輟   침상득시음불철   베개 베고 시를 얻어 계속 읊조리는데
更長鳴   리참복력갱장명   마구간에 마른 말이 길게 따라 울음 운다
夜深纖月初生影   야심섬월초생영   밤 깊어 초승달은 그림자를 만들고
山靜寒松自作聲   산정한송자작성   고요한 산  찬 소나무는 절로 소리를 낸다

 

56. 田家   전가      농가 
    朴趾源   박지원 1737~1805 

翁老守雀坐南陂   옹노수작좌남피   참새 쫓는 노인네 밭둑에 앉아 있건만
粟拖拘尾黃雀垂   속타구미황작수   개꼬리 조 이삭에 노란 참새 매달렸네

長男中男皆出田   장남중남개출전   맏아들 둘째 아들 일하러 들로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   전가진일진엄비   시골집 사립문은 하루 내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   연축계아확부득   소리개가 병아리를 채가려다 놓쳤는지
群鷄亂啼匏花籬   군계난제포화리   박꽃 핀 울 밑에 소란스레 우는 뭇 닭

小婦戴棬疑渡溪   소부대권의도계   함지를 인 새댁은 조심조심 내 건너고
赤子黃犬相追隨   적자황견상추수   누렁이와 벌거숭이 다투어 뒤따라가네


57.  南松亭途中   남송정 가는 도중
     朴齊家   박제가 1750~1805 

人生何處不宜居   인생하처불의거   사람의 삶, 어느 곳인들 살지 못하랴
認取無營卽有餘   인취무영즉유여   영리만 버릴 줄 안다면 마음 여유 있으리
渡盡無名山萬疊   도진무명산만첩   이름 모를 첩첩 산을 다 지나고 보니
松風海色掃襟裾   송풍해색소금거   솔바람, 바다 물 빛 마음 다 씻어주네

 

 
58. 證道歌  증도가   깨달음의 노래
   龐居士    방거사    ~ 785

日用事武別   일용사무별   일상사가 다를 것이 없나니 
唯吾自揭諧  유오자게해   내가 스스로 하나가 될 뿐

頭頭非取捨  두두비취사   무엇이나 취사가 없으매 
處處勿張乖  처처물장괴   어디서건 어긋남이 없도다

朱紫誰爲號  실자수위호   주자를 누가 귀하다고 이르는가
丘山絶點埃  구산절점애   청산에는 한 점 티끌조차 없는 것을

神通幷妙用  신통병묘용   신통묘용이 무어냐 하면 
運水及搬柴  운수급반시   물긷고 땔나무 나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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