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

 

1.孟夏  맹하   초여름
 賈弇   가엄

江南孟夏天   강남맹하천   강남의 초여름
紫竹筍如編   자죽순여편   대나무 숲 죽순이 엮은 듯 솟아나네
蜃氣爲樓閣   신기위루각   아지랑이는 뭉게뭉게 누각을 이루고
蛙聲作管弦   와성작관현   개구리 소리가 그대로 관현악 이로다

 
2.湖上寓居雜詠  호상우거잡영   호숫가에 살며 읊다
姜夔  강기

荷葉披披一浦凉    하엽피피일포량  연잎은 너풀너풀 온 뻘이 시원하고
靑蘆奕奕夜吟商   청로혁혁야음상  갈대는 한들한들 밤이면 가을 노래 읊는다
平生最識江湖味   평생최식강호미   평생에 자연의 멋을 내가 가장 잘 아노니
聽得秋聲憶故鄕   청득추성억고향   가을소리 들으니 고향이 생각나는구나


3.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메고
姜希孟(朝鮮)  강희맹 1424~1483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속 돌틈에서 솟아나오네

 

4.作墨戱題其額贈姜國鈞    작묵희제기액증강국균(그림그려 시 한수 적어 강국균에게)
姜希孟   강희맹 1424~1483

胡孫投江月   호손투강월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波動影凌亂   파동영능란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   번의월파쇄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   인비료희완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   수월성본공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   소이기환관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파정월응원   물결 가라 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리고
爾亦疑思斷   이역의사단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   장소천우관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   송언노룡간   소나무 늙은 등걸 老龍처럼 비스듬히 누워 있네

 
5.金剛途中  금강도중  금강산 가는 길에
姜栢年  강백년 1603~1681

百里無人響   백리무인향   백리에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
山深但鳥啼   산심단조제   산 깊어 들리느니 새 울음 소리
逢僧問前路   봉승문전로   중 만나 앞 길을 물어 보고는
僧去路還迷   승거로환미   중 가자 다시금 길을 잃었소

 

 6.峽行雜絶  협행잡절    산골짝을 지나며
 姜진  강진 1807~1858

山翁夜推戶   산옹야추호   산에 사는 노인이 지게문을 열고
四望立一回   사망립일회   사방 한번 둘러보고 서서 하는 말
生憎啄木鳥   생증탁목조   얄미운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에
錯認縣人來   착인현인래   마실온 마을 사람인줄 잘못 알았네

 
7.聽秋蟬  청추선    가을 매미 소리  
 姜靜一堂    강정일당 1772~1832

萬木迎秋氣   만목영추기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   선성난석양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沈吟感物性   침음감물성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   임하독방황   쓸쓸한 숲 속을 혼자 걸었네

    

 8.悟道頌    오도송
鏡虛禪師   경허선사 1849~1912
 
忽聞人語無鼻孔   홀문인어무비공   홀연히 사람에게서 고삐 뚫을 구멍 없다는 말 듣고
頓覺三千是我家   돈각삼천시아가   문득 깨닫고 보니 삼천 대천세계가 이 내 집일세
六月鳶巖山下路   육월연암산하로   유월 연암산 아랫길에
野人無事太平歌   야인무사태평가   들사람 일이 없어 太平歌를 부르네

    

9.午睡   오수     낮잠
鏡虛禪師  경허선사 1849~1912

無事猶成事   무사유성사   일 없음을 일삼아
掩關白日眠   엄관백일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대낮에 낮잠을 자고 있는 데
幽禽知我獨   유금지아독  깊은 산 속 새들이 나 홀로인 줄 알고서
影影過窓前   영영과창전   창문앞을 어른어른 날면서 그림자를 비치네


 10.遊隱仙洞  유은선동    선동에 숨어 지내며
   鏡虛惺牛   경허성우 1849~1912

山與人無語   산여인무어   산과 사람은 말이 없고 
雲隨鳥共飛   운수조공비   구름은 새를 따라 함께 날으네 
水流花發處   수류화발처   물 흐르고 꽃피는 곳
淡淡欲忘歸   담담욕망귀   아아 모든 것 돌아가 잊고져 하네

 
11.偶吟    우음
  鏡虛惺牛   경허성우 1849~1912

風飄霜葉落   풍표상엽락   바람이 서리맞은 잎을 떨어트린다
落地便成飛   락지편성비   떨어지는 잎이 다시 바람에 날아간다
因此心難定   인차심난정   어쩔거나 이 마음 맡길 데 없어
遊人久未歸   유인구미귀   잎비 속에 길을 잃고 헤메이나니

 

12.觀物吟  관물음   사물을 바라보며
 高尙顔   고상안 1553~1623

牛無上齒虎無角   우무상치호무각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
天道均齊付與宜   천도균제부여의   하늘 이치 공평하여 저마다 알맞구나
因觀宦路升沈事   인관환로승침사   이것으로 벼슬길에 오르고 내림을 살펴보니
陟未皆歡黜未悲   척미개환출미비   승진했다 기뻐할 것 없고, ?겨났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13.臨終偈    임종게 
  孤閑熙彦(朝鮮)   고한희언 1561~1647

空來世上       공래세상       공연히 이 세상에 와서  
特作地獄滓矣   특작지옥재의   지옥의 찌꺼기만 만들고 가네 
命布骸林麓     명포해림녹    내 뼈와 살을 숲속 산기슭에 버려 
以飼鳥獸       이사조수      새와 짐승들의 먹이가 되게 하라

 
14. 田家夜春  전가야춘   농가의 봄밤 
   高啓  고계

新婦舂糧獨睡遲   신부용량독수지   신부가 방아 찧다가 혼자 늦게 잠들고
夜寒茅屋雨來時   야한모옥우래시   차가운 밤, 초가에 비가 내리고 있다
燈前每囑兒休哭   등전매촉아휴곡   등불 앞에는 우는 아이 달래라 매번 부탁하나니
明日行人要早炊   명일행인요조취   내일 떠날 사람있어 일찍 밥지어야 한다네

 

15.山亭夏日  산정하일    여름날 산속 정자에서
  高騈(唐)  고병 1350~1413

綠樹濃陰夏日長   록수농음하일장   푸른 나무,그늘은 짙고 여름 해는 길고
樓臺倒影入池塘   누대지영입지당   연못속에 거꾸로 비친 樓臺 그림자 보이네
水晶簾動微風起   수창염동미풍기   수정발 들리니, 실바람 불어오고
一架薔薇滿院香   일가장미만원향   시렁 가득, 장미꽃 향기 집안에 가득하네


 

16.山莊夜雨  산장야우    산장의 밤비
 高兆基  고조기   1088 ~ 1157

昨夜松堂雨   작야송당우   어젯밤 송당에 비가 왔는지
溪聲一枕西   계성일침서   베갯머리 서편에선 시냇물 소리
平明看庭樹   평명간정수   새벽녘 뜨락의 나무를 보니
宿鳥未離棲   숙조미리서   자던 새는 둥지를 아직 떠나지 않았네

 
17.東平路      동평로에서
  高適(唐)  고적 702~765

淸曠凉夜月   청광량야월   맑게 탁 트인 서늘한 달밤
徘回孤客舟   배회고객주   외로운 나그네로 배 안에서 배회하며

渺然風波上   묘연풍파상   아득히 바람 치는 물결 위로
獨愛前山秋   독애전산추   홀로 고향 땅 앞산의 가을을 그렸더니

秋至復搖落   추지부요락   가을이 되어 다시 나뭇잎은 떨어져
空令行者愁   공령행자수   길 떠난 자를 부질없이 시름겹게 하여라


    
18.除夜作   제야작    섣달 그믐날에 만듦
  高適(唐)  고적 702~765

旅館寒燈獨不眠   여관새등독불면  여관의 추운 등불아래 홀로 잠을 못 이루니
客心何事轉凄然   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은 어쩐지 외롭기만 하다
故鄕今夜思千里   고향금야사천리  고향에서는 오늘밤에 멀리 있는 나를 생각하고있겠지
霜빈明朝又一年   상빈명조우일년   서리 내린듯한 머리에 내일 되면 한살 더 나이를 먹네


19.閑居  한거   한가히 사노니
  高適(唐)  고적 702-765

柳色驚心事   류색경심사   버들 색, 마음을 놀라게하고   
春風厭索居   춘풍염삭거   봄바람도 쓸쓸한 처소를 싫어하네
方知一杯酒   방지일배주   이제사 알겠네, 한잔 술이   
猶勝百家書   유승백가서   오히려 많은 집의 책보다 좋다네

 
20.營州歌  영주가
  高適   고적 702~765

營州少年厭原野   영주소년염원야   영주의 소년 들판에 익숙하여
狐裘蒙茸獵城下   호구몽용렵성하   가죽 옷 휘날리며 성 아래서 사냥하네
虜酒千鍾不醉人   노주천종불취인   노주 천 잔에도 취하지 않으니
胡兒十歲能騎馬   호아십세능기마   오랑케 아이들은 열 살부터 말을 탄다오

裘= 갖옷 구.


21.村居  촌거    시골에서 
 高鼎  고정

草長鶯飛二月天   초장앵비이월천   풀이 돋고 꾀꼬리 나는 二月의 하늘
拂堤楊柳醉春煙   불제양류취춘연   둑 위의 버드나무 봄 안개에 취한 듯 흔들거리고
兒童散學歸來早   아동산학귀래조   어린아이들은 공부가 끝난 후 일찍 돌아와
忙趁東風放紙鳶   망진동풍방지연   동풍을 좇으며 종이 연을 날리네
         ☞  趁= 좇을 진, 밟을 전.


22.聽角思歸  청각사귀   피리소리에 고향생각  
  顧況  고황 727~816

故園黃葉滿靑苔   고원황엽만청태   고원에 낙엽 푸른 이끼 덮는다
夢後城頭曉角哀   몽후성두효각애   꿈 깨니 성 가에 새벽 깨우는 소리 서럽고
此夜斷腸人不見   차야단장인불견   이 밤 애끊는 이도 보이지 않으니
起行殘月影徘徊   기행잔월영배회   기우는 달 아래 홀로 서성거린다

 
23.  偈頌詩    게송시
    恭都寺  공도사

點盡山窓一盞油   점진산창일잔유  온 산의 창아래 등잔불을 밝히니 
地爐無火冷湫湫   지노무화냉추추  화로에도 불이 없어 썰렁하구나
話頭留向明朝擧   화두류향명조거   화두는 놔 두었다 다음 날 묻기로 하고
道者鼓鐘又上樓   도자고종우상루  도인은 종을 치러 다시 樓에 오르네


 24. 禾熟  화숙  벼가 익을 무렵
   孔平仲(宋)   공평중

百里西風禾黍香   백리서풍화서향   백 리 들판에 서녘바람 선뜻 불고 벼 기장 향그럽게 익었는데
鳴泉落竇穀登場   명천락보곡등장   샘물 졸졸 바위 위를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老牛粗了耕耘債   노우조료경운채   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齧草坡頭臥夕陽   설초파두와석양   꼴 씹으며 석양빛 언덕 위에 가로 누웠네


25.長源亭應製野叟騎牛 장원정응제야수기우   장원정에서 소타고 가는 저 늙은이
  郭輿(高麗)  곽여 1058~1130 

太平容貌恣騎牛   태평용모자기우   소 타고 가는 저 노인, 편안한 얼굴로
半濕殘霏過壟頭   반습잔비과롱두   뿌연 안개비 속  언덕길을 넘네
知有水邊家近在   지유수변가근재   저 냇가 어디쯤 집이 있는가
從他落日傍溪流   종타락일방계류   흐르는 냇물 위에 夕陽이 지네

 

 26.東郊馬上演雅體  동교마상연아체   동쪽 들판 말위에서 시를 읊음 
  郭預   곽예

信馬尋春事   신마심춘사   말 가는대로 몸을 맡겨 봄 구경 나가보니
牛兒方力耕   우아방역경   소는 한창 밭을 갈고 있네

鳥鳴天氣暖   조명천기난   새는 지저귀고  날씨는 따뜻하고 
魚泳浪紋平   어영랑문평   물고기 헤엄치니 잔물결 이네

野蝶成團戱   야접성단희   들에는 나비가 무리 지어 날고
沙鷗作隊行   사구작대행   沙場의 갈매기는 떼 지어 날아가네

自嫌隨燕雀   자혐수연작   부끄럽구려 소인배들 따르다가            燕雀:제비와 참새 도량이 좁은 소인배
不似鷺鶿淸   불사노자청   큰 인물 닮지 못한 것이...                    鷺鶿:가마우지


27. 雲   운     구름
  郭震(唐)  곽진 656-713  

聚山虛空去復還   취산허공거부환   허공에 모였다가 흩어지고 갔다간 또 오는데
野人閑處倚空看   야인한처의공간   야인이 한가롭게 지팡이 짚고 서서 바라본다네
不知身是無根物   부지신시무근물   스스로 뿌리 없는 신세인 것을 모르고
蔽月遮星作萬端   폐월차성작만단   달 가리고 별 막으며 별짓을 다하는구나

 

28. 西村  서촌    절간 마을의 어부
  郭祥正(宋)  곽상정

遠近皆僧刹   원근개승찰   여기저기 모두가 절간
西村八九家   서촌팔구가   마을이라야 인가가 고작 여덟 아홉
得魚無賣處   득어무매처   잡은 물고기 팔 곳도 없는지라
沽酒入蘆花   고주입노화   술 사들고 갈대꽃 숲 속으로 들어간다네

 
29.退居琵琶山  퇴거비파산     물러나 비파산에 살면서
  郭再祐  곽재우 1552~1617

朋友憐吾絶火煙   붕우연오절화연   친구들은 속세와 인연 끊은 나를 불쌍히 여겨
共成衡宇洛江邊   공성형우낙강변   함께 낙동강 변에 집을 지어주었네

無饑只在啖松葉   무기지재담송엽   나 굶지 않아요, 다만 솔잎을 씹고
不渴惟憑飮玉泉   불갈유빙음옥천   목마르지도 않아요, 맑은 샘물 마신다오

守靜彈琴心淡淡   수정탄금심담담   고요한 마음 지키며 거문고 타니, 마음은 담담하고
杜窓調息意淵淵   두창조식의연연   두견새 우는 창가에 앉았더니 생각은 맑고 깊어라


30.待山月  대산월    산위에 뜨는 달 기다리며
  皎然(唐) 교연

夜夜憶故人   야야억고인    밤마다 밤마다 벗님 그리워
長敎山月待   장교산월대    산 위에 뜬 달 본체만체 하였더라네
今宵故人至   금소고인지    오늘 밤 그 벗님 오셨는데
山月知何在   산월지하재    산 위에 뜨던 그 달 어딜 갔는지

 
31.遠山  원산     먼 산
 歐陽修   구양수 1007~1072

山色無遠近   산색무원근   산빛은 멀고 가까움이 없으니
看山終日行   간산종일행   종일토록 산을 보며 간다
峰巒隨處改   봉만수처개   가는 곳 마다 산봉우리 바뀌어도
行客不知名   행객부지명   길가는 객은 이름을 모른다네

 

32.畵眉鳥   화미조   개똥 지빠귀
  歐陽修   구양수 1007~1072

百囀千聲隨意移   백전천성수의이   마음대로 다니며 온갖 소리 다 내고
山花紅紫樹高低   산화홍자수고저   붉은 꽃 자주 꽃, 높은 나무 낮은 나무 아무 데든 지저귄다
始知鎖向金籠廳   시지쇄향금롱청   이제서야 알았네. 금으로 된 새장속의 소리가
不及林間自在啼   불급임간자재제   수풀 속에서 제멋대로 내는 소리에 미치지 못함을
☞  囀= 지저귈 전,가락 전.

 
33.贈魏野處士   증위야처사   위야 처사에게
  寇準   구준 961~1023

人間名利走鹿埃   인간명리주녹애   사람들은 명리를 쫓아 속세를 헤매어 다니건만
惟子高閑晦盛才   유자고한회성재   오직 그대만이 유유히 뛰어난 재주를 감추고 있네
欹枕夜風喧薛茘   의침야풍훤폐려   베개머리에서 밤바람에 흔들리는 사철나무 소리 듣고
閉門春雨長莓苔   폐문춘우장매태   방문 닫고서 봄비에 자라는 이끼의 소리를 듣는다네
詩題遠岫經年得   시제원수경년득   詩題는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일년 내내 얻고
僧戀幽軒繼日來   승연유헌계일래   스님들은 유심한 정자를 좋아해 날마다 찾아오네
却恐明君徵隱逸   각공명군징은일   다만 두려운 건 군왕이 은둔한 그대를 찾는 것이니
溪雲誰得共徘徊   계운수득공배회   계곡의 구름 아래를 누구와 함께 거닐 수 있겠는가

 
34. 華山   화산
  寇準(宋)  구준

只有天在上   지유천재상   그 위로는 하늘이 있을 뿐
更無與山齊   갱무여산제   더불어 겨를 산이 없네
擧頭紅日近   거두홍일근   머리 드니 붉은 해가 가깝고
回看白雲低   회간백운저   고개 돌리니 흰 구름이 낮게 깔렸네

 
35.尋西山隱者不遇 심서산은자부우  서산의 은자를 만나지 못하고
 邱爲  구위

絶頂一茅茨   절정일모자   가장 높은 곳에 띳집 하나
直上三十里   직상삼십리   곧바로 삼십 리나 올라갔다오
叩關無僮仆   구관무동부   문을 두드려도 나와 맞는 아이 하나 없고
窺室惟案几   규실유안궤   방안을 들여다보니 책상 하나뿐이네

若非巾柴車   야비건시거   허술한 수레 타고 가지 않았다면
應是釣秋水   응시조추수   틀림없이 가을 물가에 낚시 갔을 것이네
差池不相見   차지부상견   길 어긋나 만나지 못하고
黽勉空仰止   민면공앙지   머뭇거리며 공연히 생각만하네

 
草色新雨中   초색신우중   내리는 비속의 풀빛 푸르고
松聲晩窻裏   송성만창리  저녁 녘 창문에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及자契幽絶   급자계유절   지금의 그윽한 경치 마음에 들어
自足蕩心耳   자족탕심이   흡족히 내 마음과 귀를 씻어주네

雖無賓主意   수무빈주의   비록 손님과 주인의 생각 몰라도
頗得淸淨理   파득청정리   다소간 맑고 깨끗한 이치 얻었네
興盡方下山   흥진방하산   기분 다하면 산 내려가리니
何必待之子   하필대지자   어찌 반드시 그대 오기를 기다릴까

 
36.題畵  제화  그림에 부처
  歸莊(淸) 귀장

巖穴幽樓盡隱淪   암혈유루진은륜   동굴에 숨어사는 사람 모두 明나라의 遺民隱士들
抱琴扶杖往來頻   포금부장왕래빈   거문고 안고 단장 짚고 자주들 오고 가네
山家長日無餘事   산가장일무여사   산중 긴 하루 하는 일 따로 없고
一局閑消洞裏春   일국한소동리춘   바둑 한판에 봄날이 가네
屋繞靑山竹遍栽   옥요청산죽편재   푸른 산 집을 에워싸고 뜰에는 온통 대나무
棋枰茗碗酒甁開   기평명완주병개   바둑 두며 茶 마시고 술병을 따네
此中勝景非天地   차중승경비천지  이러한 경치 속세가 아닐지니
邦得閑人入畵來   방득한인입화래   어찌 아무나 그림 속에 들어오게 할 것이랴

 
37.七夕偶書   칠석우서
  權擘   권벽 1520~1593

浮世紛紛樂與悲   부세분분락여비   기쁨과 슬픔으로 뜬 세상 어지럽고
人生聚散動相隨   인생취산동상수   만나고 흩어짐은 인생길을 따르누나
莫言天上渾無事   막언천상혼무사   천상에는 아무런 일 없다고 하지 말라
會合俄時又別離   회합아시우별리   만남은 잠깐일뿐 다시 헤어지느니


38.嘲鼠  조서   불쌍한 쥐새끼
  권구  권구 1672~1749

爾本無家依我屋   이본무가의아옥   너는 본디 집이 없어 내 집에 의지해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   귀의호내반처위   그렇게 의지하면서 내 집에 왜 구멍을 뚫나
固知爾亦無長慮   고지이역무장려   참으로 너도 멀리 내다보는 생각은 없구나
我屋顚時爾失依   아옥전시이실의   내 집이 무너지면 너도 의지할 데 없어질텐데

 
39.鬪者  투자   싸우는 사람
  권구 1672~1749

怒臂相交千仭側   노비상교천인측   성난 두 어깨 서로 엉겨 천길 낭떠러지에 있네
懸知飄碎在須臾   현지표쇄재수유   자칫 떨어지면 틀림없이 몸이 부서질 것이로다
可憐利害相形處   가련리해상형처   불쌍하기도 하여라, 이해를 따지는 형편과 처지
只見絲毫不見軀   지견사호부견구   터럭같은 이익만 보고 제 몸은 보지 못하는구나

 
40.秋日  추일     가을
  權遇   권우 1363~1419
竹分翠影侵書榻   죽분취영침서탑   푸른 그림자 나눠 책상 맡에 스며들고
菊送淸香滿客衣   국송청향만객의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 나그네 옷 가득해라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지는 잎도 또한 능히 기세를 일으켜서
一庭風雨自飛飛   일정풍우자비비   뜰 가득 비 바람에 절로 날려 가누나

 

41.自詠  자영     내 모습 
 權好文    권호문 1532~ 1587

偏性獨高尙   편성독고상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卜居空谷中   복거공곡중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囀林鳥求友  전림조구우   숲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落체花辭叢   락체화사총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簾捲野經雨   렴권야경우   주렴 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襟開溪滿風   금개계만풍   냇가 가득 부는 바람 옷깃 열어주네 
淸吟無一事   청음무일사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句句是閑功   구구시한공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42.顧人行   고인행    일꾼들의 걸음
 權攇   권헌 1713~1770

西江雇人健於牛   서강고인건어우   서강나루 일꾼들은 소보다 건장하여
兩肩礧峗如土阜   양견뢰위여토부   두어깨 불끈 솟아 흙더미 같다
每從販船巧射利   매종판선교사리   장사배에서 이익을 교묘히 노려
巨商捐錢聽奔走   거상연전청분주   거상이 돈을 주면 마을은 분주해진다
淸晨比肩集江門   청신비견집강문 이른 새벽 나란히 강어귀로 나가 모여  

較量轉輸立良久   교량전수입량구   하역량을 헤아리며 한참을 서 있다가
卓午南風不欺潮   탁오남풍불기조   정오에 남풍 불어 밀물이 틀림없으면
邂逅舴艦私傳受   해후책함사전수   큰 배 만나서 사사롭게 주고 받는다
終日負米得脅直   종일부미득협치   종일토록 볏짐 져서 품삯 받으니
筋力攻食恐在後   근력공식공재후   근력으로 밥벌이, 행여 뒤질세라
長身慺行仰脅息   장신루행앙협식   큰 키를 구부려 가다가 고개들어 숨 몰아쉬고
大索擔頭常在手   대색담두상재수   동아줄과 등태를 손에 꼭 쥐고 있다
行年六十不息肩   행년육십불식견   나이 육십에도 어깨를 쉬지못해
背坼皮皺生塵垢   배탁피추생진구   등은 갈라지고 살결은 쭈글쭈글 꾀죄죄
終身勤苦得自給   종신근고득자급   한평생 힘들게 노력하여 제 밥 벌면서
但恐任重老無有   단공재중로무유   다만, 늙어 일감 없을까만 염려하니
鮮羹白飯無饑歲   선갱백반무기세   흉년이 없어 생선찌개 쌀밥에 
男子供薪女蒭酒   남자공신여추주   사내는 나무하고 아낙은 술 거른다
道旁流丐何爲者   도방류개하위자  길거리 비렁뱅이는 무얼 하는가
但能乞飯指其口   단능걸반지기구   입구멍 때문에 구걸이 고작이라니

            流丐:거지
 
43.懷妻  회처    아내 생각
 奇遵(朝鮮)  기준 1492-1521

膝下孩兒新學語   슬하해아신학어   슬하의 어린아이는 말을 갓 배웠겠고 
조門老婢舊懸瓢   조문노비구현표   부엌문앞 늙은 종, 양식 없다하겠지 
林園廖落生秋草   림원료락생추초   숲속 밭은 쓸쓸히 가을 풀 돋았겠고 
想見容華日日凋   상견용화일일조   날로 여위는 그대 이쁜 얼굴 보일듯, 생각하네

 

44.述志  술지    내평생의 뜻  
  吉再  길재 1353~1419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개울가 초가집 지어  한가히 홀로사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즐거움이 넘치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부래산조어   손님이 찾지 않아도 산새들이 이야기 하고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나무 둑으로 평상을 옮겨 누워 글을 읽는다오

 
45.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吉再  길재 1353~1419

竹色春秋堅節義   죽색춘추견절의   봄가을 대나무 빛 절개를 굳게 하고 
溪流日夜洗貪濫   계류일야세탐람   밤낮 흐르는 개울물 탐욕을 씻어낸다
心源瑩靜無塵態   심원형정무진태   마음의 근원 맑고 고요하여 속기라곤 하나 없고 
從此方知道味甘   종차방지도미감   이때부터 알겠네, 도의 맛이 감미로움을
五更殘月窓前白   오경잔월창전백   오경에 지는 달은 창문 앞에 밝고 
十里松風枕上淸   십리송풍침상청   십리를 불어오는 소나무 바람, 잠자리를 맑게 하네
富貫多勞貧賤苦   부관다노빈천고   부귀 누리기는 힘이 들고, 빈천은 고통스러우니
隱居滋味與誰評   은거자미여수평   숨어 사는 재미를 누구와 함께 말하리오


 
 
46. 始遊京城  시유경성    서울에 와서
  金錦園   김금원 1817~1851

春雨春風未暫開   춘우춘풍미잠개   봄바람은 봄비 섞어 불어오는데
居然春事水聲間   거연춘사수성간   어느덧 좋은 봄철 오고 가누나
擧目何論非我土   거목하논비아토   내 고향이 아니라고 탓할 것 없고
萍遊到處是鄕關   평유도처시향관   부평초처럼 어디나 살면 고향 이라네

 
47.  書懷  서회   회포를 적다
   金宏弼   김굉필 1454~1504

處獨居閒絶往還   처독거한절왕환   홀로 있으며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只呼明月照孤寒   지호명월조고한   오직 달을 부르니, 가난하고 외로운 나를 비추네.
憑君莫問生涯事   빙군막문생애사   그대 생각으로, 나의 생애 묻지 말라.
萬頃煙波數疊山   만경연파수첩산   넓은 바다 안개 낀 물결, 첩첩한 산들이 가득하니라

 
48. 絶 句
   金得臣   김득신 1604 ~1684

夕照轉江沙   석조전강사   저녘노을 곱게 강 모래위에 비추고
秋聲生遠樹   추성생원수   가을소리 먼 숲속에서 들려오네
牧童叱犢歸   목동질독귀   목동이 소를 몰고 바삐 돌아오고
衣濕前山雨   의습전산우   산에 내리는 비, 옷이 흠뻑 젖는구나

    
49.만吟   만음    미소 띄우며
  金得臣  김득신 1604~1684

爲人性癖每耽詩   위인성벽매탐시   사람의 성벽이 늘상 시에 빠져서 
詩到吟時下字疑   시도음시하자의   시 이르러 읊조릴 젠 글자 놓기 망설이네
終至不疑方快意   종지불의방쾌의   망설임이 없어야만 마음에 쾌하거니
一生辛苦有誰知   일생신고유수지   일생의 괴로움을 알 사람 그 누구랴

 

 

50. 頭陀山   두타산
   金得臣(朝鮮)  김득신 1604 ~1684 

行行路不盡   행행로부진   가도가도 길은 끝이 없고
萬水更千峰   만수경천봉   많은 개울 건너니 또 많은 산봉우리들
忽覺招堤近   홀각초제근   홀연히 마을 가까와진 줄 알게 되었는데
林端有暮鍾   임단유모종   숲속 끝에서 저녁 종소리 들리는 듯

 

 

51. 雙燕  쌍연   한쌍의 제비
  金履萬   김리만 1683~1758

雙燕銜蟲自忍飢   쌍연함충자인기   제비 한쌍  벌레 물고  배고픔 참으며
往來辛苦哺其兒   왕래신고포기아   힘들게 왔다갔다 제 새끼들 먹이누나
看成羽翼高飛去   간성우익고비거   날개깃 돋아나서 높이 날아 가버리면
未必能知父母慈   미필능지부모자   부모의 자애로움 능히 알지 못하겠지


52. 苔磯釣魚  태기조어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류 1571~1648

日日沿江釣   일일연강조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탄조진소선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수지창해수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어유대어선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53.松都甘露寺次惠遠韻 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  송도 감로사에서
   金富軾  김부식 1075~1151

俗客不到處   속객부도처   세속 나그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登臨意思淸   등임의사청   올라오니 생각이 해맑아진다

山形秋更好   산형추갱호   산의 모습은 가을이라 더욱 곱고
江色夜猶明   강색야유명   강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

白鳥高飛盡   백조고비진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孤帆獨去輕   고범독거경   외론 돛만 혼자서 가벼이 떠간다

自慙蝸角上   자참와각상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   반세멱공명   功名을 찾아다닌 반평생이 부끄럽구나

    

54.  觀瀾寺樓  관란사루    관란사 누대에서
    金富軾   김부식 1075~1151

六月人間暑氣融   육월인간서기융   세속의 유월은 더위가 가득한데
江樓終日足淸風   강루종일족청풍   강루에는 종일토록 청풍불어 좋아라

山容水色無今古   산용수색무금고   산모양 물빛은 고금이 한결같으나
俗態人情有異同   속태인정유이동   세상의 풍속과 사람의 인정은 다름이 있다

舴艋獨行明鏡裏   책맹독행명경리   거룻배는 맑은 거울 속을 홀로 가는데
鷺鶿雙去畵圖中   로자쌍거화도중   가마우지 한 쌍 그림 속으로 날아간다

堪嗟世事如銜勒   감차세사여함륵   아아, 세상사 마치 재갈과 굴레같아
不放衰遲一禿翁   불방쇠지일독옹   약하고 둔한 한 늙은이 놓아주지 않는다

 

55.再過楊季平村舍  재과양계평촌사   양계 평촌사를 다시 지나    면서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碧溪西畔亂山東   벽계서반란산동   서쪽에 푸른 시냇물이 흐르고 동쪽에는 산들이 어지럽게 서있네
楊子高亭活畵中   양자고정활화중   양자의 높은 정자 그림속에 살아 있으니

淸福豈容人久假   청복기용인구가   이 맑은 복을 어찌 남에게만 오래 주고 있으랴
勝遊眞似夢還空   승유진사몽환공   멋진 놀이는 참으로 허무하게 돌아온 꿈만 같도다

樂生莫作千年調   락생막작천년조   인생이 천년을 고루 살기를 즐기지 마라
養拙甘爲一野翁   양졸감위일야옹   수양하여 한날 野翁이 됨이 좋으련만

不久收身同結社   부구수신동결사   멀지 않아 몸을 거두고 함께 모일 것이니
半分溪月與山風   반분계월여산풍   시냇가에 저 달과 산바람을 반만 나누어 주오


 
56.上洛府院君   상락부원군   상락부원군에 대한 輓詞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傳家積善正無倫   전가적선정무론   대대로 전해 오는 積善이 뛰어나고
眞箇東韓社稷臣   진개동한사직신   진실로 동한에 사직의 신하였지

許國寸心雙雪鬋   허국촌심쌍설   나라에 마음 바쳐 귀밑머리 희어졌고
接人和氣一團春   접인화기일단춘   사람 대하는 그 화기는 일단의 봄이었지

芸臺繪綵殊勳著   운대회채수훈저   운대에서 필단 잡아 큰 공로 드러나고 
玉輦親臨寵數新   옥레친임총수신   어가가 왕림하여 은총이 새로웠네 

六十七年渾似夢   육십칠년혼사몽   육십칠 년 모두 다 꿈 속과도 같아라 
喪歌凄楚響淸晨   상가처초향청신   처량한 상엿소리 맑은 새벽에 울리네

 

57. 善竹橋    선죽교
    金士衡  김사형 1341~1407

曾聞周國伯夷淸   증문주국백이청   일찍이 周나라 백이숙제의 청백함 들었지만
餓死首陽不死兵   아사수양부사병   전쟁으로 죽지 않고 首陽山에서 굶어 죽었다

善竹橋邊當日事   선죽교변당일사   선죽교의 그 날, 그 참혹한 일에도
無人扶去鄭先生   무인부거정선생   鄭先生 도와 데리고 갈 사람 아무도 없었도다

 

58.述樂府辭   술악부사   
    金守溫(朝鮮)  김수온 1409-1481 

十月層氷上   십월층빙상   시월의 두꺼운 얼음위
寒凝竹葉棲   한응죽엽서   추위 엉긴 대숲속 집
與君寧凍死   여군영동사   차라리 님과 함께 얼어 죽으리
遮莫五更鷄   차막오경계   새벽닭이 울거나,말거나

 

59.  頌祝  송축   慶事을 祝賀
     金守溫(朝鮮)  김수온 1409~1481

大母鶴髮綵爰在坐   대모학발채원재좌   어머님 흰 머리로 편안히 자리하시니
維子維孫趨蹌右左   유자유손추창우좌   손자들이 좌우에서 뛰어 노네
賓旣興止迭走爲賀   빈기흥지질주위하   손님도 흥이 나서 달려와 축하하니
萬有千歲維祺是荷   만유천세유기시하   일만 천년의 상서로움 지니셨네

          趨蹌(추창):예도에 맞게 허리를 굽혀 빨리 걸어감  


60. 雪夜獨坐  설야독좌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金壽恒  김수항 1629~1689

破屋凉風入   파옥량풍입   허름한 집에 서늘한 바람오고
空庭白雪堆   공정백설퇴   빈 뜰에는 흰 눈만 쌓이네
愁心與燈火   수심여등화   근심스런 내 마음 저 등불과
此夜共成灰   차야공성회   오늘 밤 함께 재가 되어가네


61. 夏日  하일     여름 날
    金三宜堂  김삼의당

日長窓外有薰風   일장창외유훈풍   창밖에 낮은 길고 향기로운 바람 이는데
安石榴花個個紅   안석류화개개홍   어찌하여 석류화는 하나하나 붉게 익는가
莫向門前投瓦石   막향문전투와석   문 앞으로 기와조각 돌조각을 던지지 말라
黃鳥只在綠陰中   황조지재녹음중   푸른 그늘 속에는 꾀꼬리가 있단다

 

 62. 詠李上舍鶴四美亭    영리상사학사미정
   (李上舍의 四美亭을 읊다)
   金麟厚  김인후 1510~1560

江雲一雨肥   강운일우비   강 구름이 비 한번 넉넉히 내려
南畝看春耕   남묘간춘경   남쪽 밭두둑 봄갈이하는 것을 본다
日夜自生息   일야자생식   밤 낮 스스로 생겨 자라니
欣欣苗向榮   흔흔묘향영   기쁘게도 곡식들 성히 자랐네

 把鋤去稂莠  파서거랑유   호미를 들고 나가 김을 매주니
漸見秋實成   점견추실성   점점 가을 이삭들 여물어 간다 
兒童驅雀鼠   아동구작서   아이들 참새와 쥐를 몰아내니
一廛輸易嬴   일전수역영   한 뙈기 밭, 농부 살림이 풍족하구나

且詠실솔唱   차영실솔창   이제 귀뚜라미 노래 부르면서
酌醴諧性情   작례해성정   마음편히 술이나 한잔 마셔야지 
蠶月麗景遲   잠월려경지   밤 누에 커가는 모습이 느리고
습桑柔始敷   습상유시부   물가 뽕나무 잎 비로소 두루 퍼졌네

攀條철其葉   반조철기엽   가지 잡아당겨 그 뽕잎 따다 주고
采采看朝  채채간조포   아침 저녁으로 잘 자라는 것을 본다 
蜀蜀佇三眠   촉촉저삼안   누에들 석 잠을 기다렸더니
滿箔奇功輸   만박기공수   잠박 가득 고치들 기특도 해라

新絲足自給   신사족자급   새 명주실은 쓰기 넉넉하고
不見充官租   부견충관조   나라에선 세금으로 빼앗지 않네
萬室樂太平   만실락태평   집집마다 태평시대 함께 즐기어
鼓舞歌康衢   고무가강구   흥겨이 강구노래를 부르는구나

向晩理煙艇   향만리연정   저물녘에 조각배 손질좀 해서
滄波垂釣絲   창파수조사   푸른 물결에 낚시줄 드리웠네
寓興非爲魚   우흥비위어   취미일 뿐, 고기 잡자는 건 아니지만
有得猶可怡   유득유가이   낚이면 그래도 마음 즐겁지

呼童貫之柳   호동관지류   아이 불러 버들가지 꿰어 들리니
皓月山前窺   호월산전규   하얀 달이 산 앞으로 고개 내미네
번思赤壁遊   번사적벽유   예전 적벽놀이를 상상해 보니
宛爾同襟期   완이동금기   지금이 옛 정취 그대로구나

更有暮雪時   경유모설시   다시 저녁눈이 내릴 양이면
蓑笠君知誰   사립군지수   도롱삿갓을 그대는 알아 볼런지
靑山臨碧水   청산림벽수   푸른 산이 푸른 물을 내려다 보니
煙霧生其間   연무생기간   연기 안개 그 사이서 피어오르네

腰鎌者誰子   요겸자수자   허리에 낫을 찬 자 저게 누군가
逕路工제攀   경로공제반   사잇길 익숙히 잘 오르는 걸
長歌采薪蒸   장가채신증   노래가락 뽑으며 나무를 하니
幽興飛孱顔   유흥비잔안   흥겨움은 날아 산 마루 넘네

日夕始歸來   일석시귀래   날 저물어 비로소 집을 향하니
栖鳥相與還   서조상여환   새들도 둥지로 돌아가는군
偶此入吾賞   우차입오상   우연히 나는 이 광경 보게 된 거라
寧知彼行艱   녕지피행간   저들의 고생을 어찌 알리오

 

江雲一雨肥。南畝看春耕。日夜自生息。欣欣苗向榮。把鋤去稂莠。漸見秋實成。兒童驅雀鼠。一廛輸易贏。

且詠蟋蟀唱。酌醴諧性情。 右農

蠶月麗景遲。隰桑柔始敷。攀條掇其葉。采采看朝晡。蠋蠋佇三眠。滿箔奇功輸。新絲足自給。不見充官租。

萬室樂太平。鼓舞歌康衢。 右桑

向晩理煙艇。滄波垂釣絲。寓興非爲魚。有得猶可怡。呼童貫之柳。皓月山前窺。翻思赤壁遊。宛爾同襟期。

更有暮雪時。蓑笠君知誰。 右漁

靑山臨碧水。煙霧生其間。腰鎌者誰子。逕路工躋攀。長歌采薪蒸。幽興飛孱顏。日夕始歸來。棲鳥相與還。

偶此入吾賞。寧知彼行艱。 右樵

 


63. 古木    고목
    金麟厚  김인후 1510~1560

半樹惟存骨   반수유존골   반만 살은 나무  뼈마디만 남았는데
風霆不復憂   풍정불부우   바람과 우레에도 다시 근심치 않네
三春何事業   삼춘하사업   봄 석 달을 무슨 일을 하느뇨
獨立任榮枯   독립임영고   영고성쇠 맡기고 홀로 서있을 뿐

 

64. 茅齋  모재   초가집
    金彦璣(惟一齋) 김언기 1520~1588 

謨拙難成屋數間   모졸난성옥수간   내 계획이 졸렬하여 집 몇 칸 짓기도 어려워
開基春日涉冬寒   개기춘일섭동한   봄에 기초를 닦고 겨울을 지났네

重茅風散椽全露   중모풍산연전로   겹겹 띠풀 바람에 흩어져 서까래 드러나고
塼土氷疑壁未乾   전토빙의벽미건   벽돌벽은 얼어서 벽이 마르지 않는구나

月入虛畯明照榻   월입허첨명조탑   텅 빈 처마에 든 달은 탑상을 밝게 비추고
烟生疎戶翠連山   연생소호취연산   성근 집에서 피어난 연기는 산을 푸르게 이었네

蕭條雖甚吾猶樂   소조수심오유락   쓸쓸함이 심하지만 내 오히려 즐거우니
爲是身心兩得閒   위제신심양득한   이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한가롭구나


65. 遊龍門山  유용문산    용문산에서
    金安國    김안국 1478~1543  

步步緣危登   보보연위등   걸음걸음 가파른 길 따라 오르니
看看眼界通   간간안계통   보면 볼수록 눈 앞이 탁 트여라

閒雲迷極浦   한운미극포   한가한 구름은 멀리 포구에 어려 있고
飛鳥沒長空   비조몰장공   날으는 새 하늘속으로 숨어 버린다

萬壑餘殘雪   만학여잔설   골짝기마다 殘雪 남아 있는데
千林響晩風   천림향만풍   숲속에는 저녁 바람 소리 울린다

天涯懷渺渺   천애회묘묘   하늘 끝, 아득한 생각
孤月又生東   고월우생동   외로운 달, 동녘에서 솟아 오른다

 

66. 登津寬寺   등진관사     진관사에 올라
    金雲楚 김운초 1800~1857 

山寺尋登凍凍街   산사심등동동가   언 길 지나 산사를 찾았네
雪花滿發坊坊佳   운화만발방방가   눈꽃 만발하여 곳곳이 아름다워라

寒風靜去丹靑壁   한풍정거단청벽   찬바람 단청 벽 고요히 지나고
暖日動輝銀白階   난일동휘은백계   따스한 햇살 은백의 섬돌 위 빛나네

梵語淸聲空隱隱   범어청성공은은   경 읽는 맑은 소리 하늘가 은은히 울리는데
松枝微舞鳥喈喈   송지미무조개개      솔가지 가는 떨림 새가 개개히 우는구나

死生境界分何處   사생경계분하처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인가
一色乾坤萬物諧   일색건곤만물해   한 빛의 하늘과 땅 만물이 화락하는 것을


67. 龍宮閑居次金蘭溪得韻培  용궁한거차김난계득배운
   (용궁촌에서 난계 김덕배의 시에 화답하여)
   金元發    김원발

江활修鱗縱   강활수린종   강은 넓어 고기 떼 지어 왔다갔다
林深倦鳥歸   임심권조귀   숲은 깊어 지친 새들 날아오네
歸田是吾志   귀전시오지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뜻
非是早知機   비시조지기   세상 일 괴로운 줄 알고 있었소


68. 送童子下山  송동자하산   下山하는 童子를 보내며
    慈藏法師(新羅)  자장법사

空門寂寞汝思家   공문적막여사가   절 적막하여 네가 집생각을 하더니
禮別雲房下九華   예별운방하구화   구름낀 승방에 작별을 하고 九華山을 내려 가는구나 

愛問竹欄騎竹馬   애문죽란기죽마   대나무 난간에서 죽마타기를 즐겨 묻더니
懶於金地聚金沙   나어금지취금사   절에서 금모래 모으기에 게으르고 

添甁澗底休招月   첨병간저휴초월   달 보는 것도 그만두고,산골 시냇물에 병을 적시고
烹茗甌中罷弄花   팽명구중파농화   꽃을 가지고 노는것도 그치고 사발에 茶를 끓이네  

好去不須頻下淚   호거불수빈하루   잘 가거라, 자주 눈물 흘리지 말고,
老僧相伴有煙霞   노승상반유연하   노승은 고요한 산수의 경치와 벗 하리

 

69.  感興  감흥   저녁에
    金淨(朝鮮)  김정 1486~1520

落日臨荒野   낙일임황야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떨어지고
寒鴉下晩村   한아하만촌   갈가마귀 저무는 마을에 내리앉네
空林烟火冷   공림연화냉   빈 숲에 저녁 연기 썰렁하고
白屋掩荊門   백옥엄형문   초가집엔 사립문은 닫혀 있네


70.  失題 4首중 3  오솔길은
      金正喜  김정희 1786~1856

藥徑通幽窅   약경통유요   오솔길은 깊고 먼 곳으로 나 있고
蘿軒積雲霧   라헌적운무   칡덩굴 처마에 안개구름 쌓이네 
山人獨酌時   산인독작시   산사람 저 홀로 대작할 적에 
復與飛花過   복흥비화과   꽃잎이 날아가다 술잔과 마주치네
       


71.  八月初一日早發靈巖過月出山  팔월초일일조발영암과월출산 
     (8월 초하룻날 일찍 영암을 출발하여 월출산을 지나며)
     金宗直(朝鮮)  김종식 1431~1492

 呼燈蓐食苦栖遑  호등욕식고서황  등불을 켜고 새벽밥을 먹은 뒤에 어정어정 거닐자니
月出山頭日出光  월출산두일출광  월출산 꼭대기에 해가 솟네

深深野雲收洞穴  심심야운수동혈  들판에 낀 짙은 구름은 골짜기로 빨려 들어가고
凌凌秋骨倚穹蒼  능능추골의궁창  낙엽진 산등성이에 날카로운 바위들은 푸른 하늘에 솟아있네

浮生强半聞名久  부생강반문명구  인생를 반쯤 지나오는 동안 이산의 이름을 들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絶頂難攀問俗忙  절정난반문속망  저 꼭대기를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세속일이 바쁘기 때문일세

彷彿伽倻眞足喜  방불가랑진족희  우리 고향 가야산과 비슷하여 참으로 기뻐서
無端馬上憶吾鄕  무단마상억오향  나도 몰래 말 위에서 고향 생각을 하네

 

72.     鑿氷行  착빙행    얼음 뜨러 가는 길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季冬江漢氷始壯   계동강한빙시장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천인만인출강상   사람들 우글우글 강위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鑿   정정부근란상착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은은하침빙이국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鑿出層氷似雪山   착출층빙사설산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적음름름핍인한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조조배부입릉음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야야추착집강심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주단야장야미휴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로가상응재중주   노동요 노래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䯎足無扉   단의지간족무비   짧은 옷, 짚신도 없는 발에 정강이까지 이르고
江上嚴風欲墮指   강상엄풍욕수지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당육월성염증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미인소수박청빙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偏   조도격졸사좌편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공리백일류소하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만당환락부지서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수언착빙차노고   얼음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道傍㬞死民       도방갈사민       길가에 더위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다시강중착빙인   지난 겨울 강위에서 얼음뜨던 자들인 걸

       ☞   䯎 :정강이뼈 간.   扉: 짚신비.   㬞: 더위 먹을 갈.

 

73.   山民  산민     화전민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下馬問人居   하마문인거   말에 내려 인가를 찾아가 보니
婦女出門看   부녀출문간   아낙네 문간에 나와 맞이하네
坐客茅屋下   좌객모옥하   띠집 처마아래 손을 앉게 하고
爲我具飯餐   위아구반찬   나를 위해 밥과 반찬 내어오네

丈夫亦何在   장부역하재   남편은 어디에 나가 있는지
扶犁朝上山   부리조상산   아침에 소 끌고 산에 올랐는데
山田苦難耕   산전고난경   산밭을 일구느라 고생을 하며
日晩猶未還   일만유미환   저물도록 돌아오지 못한다네

四顧絶無隣   사고절무린   사방을 둘러봐도 이웃은 없고
鷄犬依層巒   계견의층만   개와 닭도 산기슭에 의지해 사네
中林多猛虎   중림다맹호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 많아
採藿不盈盤   채곽불영반   나물도 마음대로 못 뜯는다네

哀此獨何好   애차독하호   슬프다 외딴 살이 어찌 좋으리
崎嶇山谷間   기구산곡간   험하고 험한 산골짝에서
樂哉彼平土   락재피평토   평지에 살면 더없이 좋으련만
欲往畏縣官   욕왕외현관   가고 싶어도 벼슬아치 두렵다네

 


74. 竹林亭十詠東嶺霽月   죽림정십영동령제월
    金昌協   김창협 1651~1708

夕霽臥遙帷   석제와요유   비갠 저녁에 넓은 장막에 누우니
東峰綠煙歇   동봉록연헐   동쪽 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   개렴만지상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 내렸고
竹上已明月   죽상이명월   대나무 숲 위의 달이 이미 밝게 떠올랐구나

        遙帷:긴 휘장.  까마득한 장벽

 
75. 臨池  임지    못 가에서
    金昌翕   김창흡 1653~1752 

寂寂臨池坐   적적림지좌   못 가에 가만 앉았노라니
風來水面過   풍래수면과   수면 스치며 바람이 온다
高林有病葉   고림유병엽   병든 나뭇잎 숲에 있길래
一箇委微波   일개위미파   하나 주어서 물결에 띄우네

 

76.  三日浦丹書石  삼일포단서석   삼일포구 단서석에서
     金孝印  김효인  ~1253

 刻碑鐫碣古猶多   각비전갈고유다   비석과 돌기둥에 글 새기는 일,예전에도 많았지만
蘇食塵侵字轉訛   소식진침자전와   이끼끼고 먼지앉아 글자마저 틀려졌도다
爭似指頭千載血   쟁사지두천재혈   손가락 끝으로 천년 혈통 다투건만
一淪山石不銷磨   일륜산석부소마   한 번 山石이 되면 녹여 갈지 못하노라

 


77. 漫興   만흥    가난이 주는 여유
    김효일

樂在貧還好   락재빈환호   즐거움이 있으니, 가난해도 오히려 괜찮고
閒多病亦宜   한다병역의   한가로움이 많으니 병이 있어도 또한 괜찮아라

燒香春雨細   소향춘우세   향불을 사르다 보니, 내리던 봄비 가늘어지고
覓句曉鐘遲   멱구효종지   시구 찾다 보니 어느새,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巷僻苔封逕   항벽태봉경   골목이 외져, 길은 이끼로 덮혔고
窓虛竹補籬   창허죽보리   창문이 없어 대나무로 울타리를 삼았네

笑他名利客   소타명리객   명예와 이익을 따르는 저 사람들 우스워라
終歲任驅馳   종세임구치   세월이 다하도록 바쁘게 달리기만 하네


78. 幽居卽事 유거즉사   한가히 살며
    金仲權  김중권

家貧營産少   가빈영산소   집이 가난하여 살림살이 적고
草色滿庭除   초색만정제   풀빛만 뜰에 가득하도다

妻病惟須藥   처병유수약   아내가 병들어 약이 필요하고
兒癡懶讀書   아치라독서   아이는 어리석어 글읽기에 게으도다

菊從晴後種   국종청후종   국화는 비갠 뒤에 옮겨심고
苽向晩來鋤   고향만래서   오이밭은 저녁때 쯤에 김을 맨다

漸覺幽居好   점각유거호   차츰 한가히 사는 맛을 알겠노니
門無長者車   문무장자차   집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은구나

 

79. 白鷺   백로사
    盧仝(唐)  노동

刻成片玉白鷺鷥  각성편옥백로사   옥으로 다듬었나 백로 한 마리
欲捉殲鱗心自急   욕착섬린심자급   물고기 잡으려고 마음 조이며
翹足沙頭不得時   교족사두부득시   물가 모래밭에  발 쫑긋 세웠거늘
傍人不知謂閑立   방인부지위한립   사람들은 영문 모르고 그 모습 한가롭다 말하네


80. 村醉   촌취   시골에서 술에 취해
    盧仝  노동

村醉黃昏歸   촌취황혼귀   저물어 취하여 돌아오다
健倒三四五   건도삼사오   몇 번이고 비틀비틀 넘어졌도다
 摩사靑매苔   마사청매태   푸른 이끼 짓밟아 버려서
莫嗔驚著汝   막진경저여   자네를 놀래킨 것 성내지 말아다오

 

81. 山店    산점   산속 토기굽는 집
    盧綸(唐) 노륜 748~800

 登登山路何時盡   등등산로하시진   끝없이 이어지는 산 길, 언제나 끝 나려나
決決溪泉到處聞   결결계천도처문   괄괄대는 개울 샘물소리 도처에서 들리네
風動葉聲山犬吠   풍동엽성산견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개가 짖고
一家松火隔秋雲   일가송화격추운   어떤 집의 햇불이 가을구름 너머에 있네

 

82. 道峯寺    도봉사
     羅湜   나식 1498~1546

曲曲溪回復   곡곡계회복   굽이굽이 개울 돌아 또 개울
登登路屈盤   등등노굴반   오를수록 산길은 구불구불 굽어진다
黃昏方到寺   황혼방도사   황혼에야 절에 이르니
淸磬落雲端   청경낙운단   맑은 경쇠소리 구름 끝으로 사라진다

 


83. 自遺   자유    속내
     羅隱(唐)  나은

得卽高歌失卽休   득즉고가실즉휴   득의할 땐 노래하고 실의할 땐 쉬어가며
多愁多恨亦悠悠   다수다한역유유   근심 많고 한 많은 세상 그렁저렁 살아가세
今朝有酒今朝醉   금조유주금조취   오늘 술 생기면 오늘 취하고
明日愁來明日愁   명일수래명일수   내일 근심일랑 내일로 미뤄두세

 

84. 神光寺     신광사
   南袞   남곤 1471~1527 

庭前柏樹儼成行   정전백수엄성행   뜰 앞의 잣나무  의젓이 늘어서서
朝暮蕭森影轉廊   조모소림영전랑   하루 종일 우뚝한 그림자가 행랑을 도네
欲問西來祖師意   욕문서래조사의   서쪽에서 祖師가 온 뜻을 물으려 하니
北山靈風送凄凉   북산령  송처량   北崇山 신령한 바람 서늘한 기운을 보내오네

 

85. 禪詩    선시
    南岳스님     남악스님

祖師心上乾坤靜   조사심상건곤정   祖師의 마음 위엔 하늘과 땅이 고요하기만 하고
法界經中日月閑   법계경중일월한   法界의 길 위엔 해와 달이 한가롭구나

流水遠歸滄海岸   유수원귀창해안   흐르는 물은 멀리 푸른 바다 언덕으로 돌아가고
碧山微露白雲間   벽산미로백운간   푸른 산  흰 구름 사이로, 가는 이슬이 내리네

遊眸大地時移步   유모대지시이보   大地 위를 이리저리 바라보다 때때로 걸음을 걷기도 하고
擧首長空獨破顔   거수장공독파안   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나 홀로 크게 웃기도 하네

一切有爲如夢幻   일절유위여몽환   뭔가를 할려는 모든 것들이 다 꿈과 같은 환상
此生名利甚玩愚   차생명리심완우   이 生의 名利란 너무나 완고하고 어리석은 일 뿐이야


86.   哭孫女  곡손녀    손녀를 땅에 묻고 울면서
      南氏   남씨

七年八歲病   칠년팔세병   여덟 해에 일곱 해를 병 앓았으니 
歸臥爾應安   귀와이응안   돌아가 눕는 것이 네겐 편안할테지
只憐今夜雪   지린금야설   다만 눈내리는 이밤이 슬프구나
離母不知寒   리모부지한   제어머 떠나고도 추운줄 모르니

 

87. 送麴司直  송국사직   麴司直을 보내고
    郎士元  낭사원

曙雪蒼蒼兼曙雲  서설창창겸서운  새벽 눈도 추워라 구름도 추워
朔風燕雁不堪聞   삭풍연안불감문   삭풍에 기러기 소리 마음 설랜다
貧交此別無他贈   빈교차별무타증   가난도 몸에 젖어 서러운 이별 
惟有靑山遠送客   유유청산원송객   푸른 산이  객을  멀리 보내네

 


88. 待月  대월    달을 기다리며
   凌雲  능운(조선 후기의 기생)

郞云月出來   랑운월출래   달 뜨면 오시겠다 말해 놓고서
月出郞不來   월출랑불래   달 떠도 우리 임은 오시지 않네
想應君在處   상응군재처   아마도 우리 임 계시는 곳엔
山高月上遲   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저 달도 늦게 뜨나 봐

 

 

89. 寒江獨釣圖  한강독조도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하며
    唐肅(元)   당숙

非爲投竿僞好奇   비위투간위호기   고기를 잡자는 게 아니고 호기심 때문인데
江寒凍折釣翁  강한동절조옹자   강 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 붙었네
綠知雪壓封窓曉   록지설압봉창효   봉창에 쌓인 눈으로 날이 밝은 것 알았거니와
不載漁歸只載詩   부재어귀지재시   고기는 싣지 않고 詩만 돌아오네

 
90. 落第詩    낙제시 
    唐靑臣   당청신

不第遠歸來   부제원귀래   급제하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오니
妻子色不喜   처자색불희   처자의 낯빛이 반기는 기색 없네
黃犬恰有情   황견흡유정   누렁이만 흡사 반갑다는 듯
當門臥搖尾   당문와요미   문 앞에서 드러누워 꼬리 흔드네

 

91.畵竹  화죽    대나무를 그리며
   戴熙 (淸)  대희

雨後龍孫長   우후용손장   비 온 뒤 대나무 쑥쑥 자라고
風前鳳尾搖   풍전봉미악   바람 부니 대나무 산들거리네
心虛根底固   심허근저고   속 비었고 뿌리 굳으니
指日定干宵   지일정간소   이제 곧 하늘까지 닿으리라

 

 

92.  空山春雨圖    공산춘우도
     戴熙   대희

空山足春雨   공산족춘우   빈산에 봄비 내리고
緋桃間丹杏   비도간단행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花發不逢人   화발불봉인   꽃이 피어도 봐주는 이 없고
自照溪中影   자조계중영   스스로 개울속 그림자로 비춰보네


93. 春江獨釣  춘강독조   봄 강에 홀로 낚시대 드리우니
    戴叔倫 (唐)    대숙륜 732~789

獨釣春江上   독조춘강상   홀로 봄 강에 낚시대 드리우니
春江引趣長   춘강인취장   봄 강의 흥취가 마냥 길구나

斷煙樓草碧   단연루초벽   안개 서려있는 누각, 풀은 푸르고
流水帶花香   류수대화향   꽃잎 떠가는 강물 향기롭다

心事同沙鳥   심사동사조   마음은 백사장의 갈매기와 같아
浮生寄野航   부생기야항   뜬구름 같은 인생, 들나루에 머물어 있네

荷衣塵不染   하의진부염   연잎 옷은 애당초 먼지에 물들지 않았으니
何用濯滄浪   하용탁창랑   어찌 창랑수에 빨래를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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