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奉錦溪沈明府(봉금계심명부)-泗溟堂(사명당)-금계 심명부에게

當時一別漢東寺(당시일별한동사) : 한양 동쪽 절에서 헤어져
空悲歲徂靑眼稀(공비세조청안희) : 친구 드물고 가는 세월 슬퍼한다
隨緣江海無定所(수연강해무정소) : 인연 따라 푸른 강과 바다 정처 없이 다니다가
轉蓬復此西南飛(전봉복차서남비) : 구르는 쑥대처럼 여기 서남으로 찾아왔소
知音賴有沈休文(지음뢰유심휴문) : 마음 알아주는 친구, 심휴문 있어
八月南渡瀟湘浦(팔월남도소상포) : 팔월에 남쪽으로 소상포를 건넌다
相看切切語相思(상간절절어상사) : 절절히 서로 보며, 그리웠던 지난 얘기 나누며
上房數夜同淸晤(상방수야동청오) : 몇 날 밤을 상방에서 함께 지냈네
天涯佳節近重陽(천애가절근중양) : 하늘 끝 아름다운 때, 중양절이 가까운데
零露瀼瀼荷欲老(영로양양하욕노) : 차가운 이슬은 내리고 연꽃은 시드는구나
平明却有故山思(평명각유고산사) : 날이 밝으니 도리어 고향 산천 생각
獨望白雲山外路(독망백운산외노) : 나 홀로 흰 구름 저 넘어 먼 산을 바라본다.

 

 

* 2. 청학동추좌(靑鶴洞秋坐)-사명대사(四溟大師)-청학동 가을에 앉아서

西風吹動雨初歇(서풍취동우초헐) : 서풍이 불자 비가 처음 개어
萬里長空無片雲(만리장공무편운) : 만 리 긴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虛室尸居觀衆妙(허실시거관중묘) : 빈 방에 일없이 거하며 묘리를 찾으니
天香桂子落紛紛(천향계자락분분) : 하늘 향기, 계수 열매가 어지럽게 떨어진다.

 

* 3. 수이공구어(酬李公求語)-사명대사(四溟大師)-이공이 한 마디 말을 구하기에 답하다

懸崖峭壁無棲泊(현애초벽무서박) : 깎아지른 높은 절벽 발붙일 곳 없어도
捨命忘形進不疑(사명망형진불의) : 목숨 걸고 몸을 잊고 의심 없이 나아가라.
更向劍鋒飜一轉(갱향검봉번일전) : 다시 칼끝 위에서 한 번 뒤집어야
始知空劫已前時(시지공겁이전시) : 공겁 이전의 나를 비로소 알 수 있도다.

 

 

* 4. 증영운장로(贈靈雲長老)-사명대사(四溟大師)-영운 장로에게 주다

千魔萬難看如幻(천마만난간여환) : 수많은 마귀와 어려움을 허깨비로 보면
直似灘頭撤轉船(직사탄두철전선) : 여울머리에서 배를 돌리는 것과 같도다.
呑透金剛竝栗剳(탄투금강병률답) : 금강과 밤송이를 모두 삼켜버려야만
方知父母未生前(방지부모미생전) :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나를 알 수 있다.

 

 

증부휴자(贈浮休子)-사명대사(四溟大師)-부휴자에게

別傳敎外眞消息(별전교외진소식) : 가르침 밖의 참 소식 있어
專義須還古丈夫(전의수환고장부) : 온전한 뜻, 옛 장부에게 돌아가리
後五百年誰繼此(후오백년수계차) : 뒤 세대 오백년 누가 이어갈까
拈花一脈落嗚呼(념화일맥락오호) : 진리의 한 맥락이 탄식 소리에 떨어진다.

 

 

* 5. 증성수재(贈成秀才)-사명대사(四溟大師)-성수제에 주다

天寒歲暮峽中村(천한세모협중촌) : 차가운 날씨, 저무는 산골마을
籬落蕭蕭掩竹門(리락소소엄죽문) : 울타리 쓸쓸하고 대 사립문 가려있다.
高臥北窓閑夢破(고와북창한몽파) : 북창에 높이 누워 한가한 꿈 깨니
任地風雪亂黃昏(임지풍설난황혼) : 임지의 눈바람이 황혼에 어지럽다.

 

 

* 6. 동림사추석야반(東林寺秋夕夜半)-사명대사(四溟大師)

-동림사 추석날 밤에

東林月出白猿啼(동림월출백원제) : 동림사에 달뜨고 흰 원숭이 울고
丹桂淸霜夜色凄(단계청상야색처) : 붉은 계수나무 맑은 서리에 밤빛 처량하다.
獨倚香臺鐘鼓靜(독의향대종고정) : 홀로 향대에 기대니 종과 북소리 맑고
天風吹棄見禽棲(천풍취기견금서) : 바람은 나뭇잎에 불어 둥지의 새가 보인다.

 

 

* 7. 차낙천당(次樂天堂)-사명대사(四溟大師)-낙천당에 차운하여

不慍人間人不知(불온인간인부지) : 남이 나 알아주지 않음을 성내지 않는데
豈愁軒冕到吾遲(기수헌면도오지) : 어찌 내게는 벼슬이 더디 온다 근심하는가
樂夫天命稱君子(낙부천명칭군자) : 천명을 즐기는 자를 군자라 하니
伯玉何須四十非(백옥하수사십비) : 거백옥은 어찌 인생 사십이 그릇되었다 고민 해야는가.

 

 

* 8. 증낙양사(贈洛陽士)-사명대사(四溟大師)-낙양 선비에게

春愁無禁閉南關(춘수무금폐남관) : 봄 시름 참을 수 없어 남쪽 문을 닫으니
佳節悤悤欲已闌(가절총총욕이란) : 좋은 계절은 그리도 빨리 이미 끝나가는구나
霽後終南開晩眺(제후종남개만조) : 비 갠 뒤의 종남산을 문 열고 바라보니
落花芳草滿長安(낙화방초만장안) : 지는 꽃, 향기로운 풀이 장안에 가득하다.

 

 

* 9. 명사행(鳴沙行)-사명대사(四溟大師)-명사로 가면서

細雨鳴沙三月時(세우명사삼월시) : 가는 비 내리는 명사 땅 삼월에
杏花零落客思歸(행화영락객사귀) : 살구꽃 떨어지니 고향 생각나는 나그네
鄕關猶隔一千里(향관유격일천리) : 고향 아직 천리 아득한 곳
愁見河橋靑柳絲(수견하교청류사) : 강다리 푸른 버들을 수심겨워 보노라

 


* 10. 과명주(過溟洲)-사명대사(四溟大師)-명주를 지나며

離山三日到江陵(이산삼일도강릉) : 산을 떠나 삼일만에 강르에 오니
逆旅寥寥半夜燈(역여요요반야등) : 나그네 적적하고 한밤에 등불만 감빡인다
故國千年多少恨(고국천년다소한) : 고국 천년에 맺힌 한이 얼마인가
水雲寒雪倚樓僧(수운한설의루승) : 물과 구름 그리고 차가운 눈, 누대에 기댄 중 한 사람.

 

 

* 11. 산중(山中)-사명대사(四溟大師)-산 속

柴門終日獨徘徊(시문종일독배회) : 혼자 사립문을 종일토록 오가니
秋雨寒煙首屢回(추우한연수루회) : 가을비에 차가운 연기 머리 위를 도는구나
只尺相思不相見(지척상사불상견) : 지척에 두고도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하고
暮雲孤鳥倦飛來(모운고조권비래) : 저문 구름에 외로운 새는 지쳐서 돌아온다

 

* 12. 귀향(歸鄕)-사명대사(四溟大師)-고향에 돌아오니

十五離家三十四(십오이가삼십사) :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서른 살에 돌아오니
長川依舊水西來(장천의구수서래) : 긴 내는 옛날과 같은데 냇물은 서에서 흘러온다
柿橋東岸千條柳(시교동안천조류) : 시교의 동녘 언덕에 우거진 이천 그루 버드나무는
强半山僧去後裁(강반산승거후재) : 절반이나 산승이 간 뒤에 심은 것이로구나

 

 

* 13. 추헌야좌(秋軒夜坐)-사명대사(四溟大師)-가을 헌함에 앉아

獨坐無眠羈思長(독좌무면기사장) : 홀로 앉으니 잠이 오지 않아 나그네 시름만 깊은데
數螢流影度西廊(수형유영도서랑) : 반딧불 몇 마리 그림자 흘리며 서쪽 회랑으로 지나간다
崇山月出秋天遠(숭산월출추천원) : 숭산에 달이 떠니 가을 하늘 멀구나
一夜歸心鬢已霜(일야귀심빈이상) : 온 밤 돌아가고픈 마음에 귀밑머리 이미 희어졌구나.

 

 

* 14. 증백련승이2(贈白蓮僧二2)-사명대사(四溟大師)-백련암 스님에게

節過重陽雁影高(절과중양안영고) : 계절은 중양절을 지나 기러기 그림자 높아져
霜楓昨夜入麻袍(상풍작야입마포) : 지난 밤 서리 맞은 단풍나무 삼베 도포에 날아드네
客行更覺江東遠(객행갱각강동원) : 나그네 가는 길, 강동은 너무나 멀어
海上靑山夢憶勞(해상청산몽억로) : 바다 위 푸른 산은 꿈에도 너무 피곤하여라.

 

 

* 15. 증백련승이1(贈白蓮僧二1)-사명대사(四溟大師)-백련암 스님에게

秋深南渡下黃葉(추심남도하황엽) : 가을이 깊어 남으로 내려가니 낙엽이 떨어지고
別路霜華已滿衣(별로상화이만의) : 이별하는 길에는 서리꽃이 옷 자락에 가득찬다
此去蓬山一千里(차거봉산일천리) : 여기서 봉래산은 일천리나 떨어져 있는데
碧雲何處更追隨(벽운하처갱추수) : 푸른 구름 그 어느 곳으로 다시 찾아가야 하는가.

 

 

* 16. 증원장로(贈圓長老)-사명대사(四溟大師)-원 장로에게

巖畔雲松巖下泉(암반운송암하천) : 바위 가 구름낀 소나무, 바위 아래 샘
焚香洗鉢過蕭然(분향세발과소연) : 향 사르고 바루 씻으며 깨끗하게 살아간다
十年不下香爐頂(십년불하향로정) : 십년 동안 향로봉 정상을 내려오지 않고
石塔靜看秋水篇(석탑정간추수편) : 돌 탑 아래에서 고요히 추수편을 읽는다.

 

 

* 17. 강선정(降仙亭)-사명대사(四溟大師)-강선정

江源西出峽門開(강원서출협문개) : 강 근원이 서쪽으로 흘러 협문이 열리니
千樹村邊斷岸廻(천수촌변단안회) : 일천 나무 가에 끊어진 언덕이 둘렀구나
中有高臺三百尺(중유고대삼백척) : 가운데에는 삼백 척 높은 누대가 있으니
月明時見羽人來(월명시견우인래) : 달 밝은 밤에 때때로 신선이 내려온다네.

 

 

* 18. 宿般若寺(숙반야사)-四溟大師(사명대사)-반야사에 묵으며

古寺秋晴黃葉多(고사추청황엽다) : 옛 절에 가을 날씨 맑으니 나뭇잎이 누렇게 물들고
月臨靑壁散棲鴉(월림청벽산서아) : 달이 푸른 벽에 비치니 잠자던 까마귀들 흩어진다
澄潮煙盡淨如練(징조연진정여련) : 맑은 호수에 연기 걷혀 비단같이 맑고
夜半寒鐘落玉波(야반한종락옥파) : 밤이 깊어가니 차가운 종소리 옥 물결에 떨어진다.

 

 

* 19. 淸平寺西洞(청평사서동)-四溟大師(사명대사)-청평사 서편

華表鶴廻天路遠(화표학회천로원) : 천년만에 화표에 학이 돌아오니 하늘 길이 멀고
靑山如昨客初歸(청산여작객초귀) : 청산은 어제 같은데 손이 처음 돌아왔도다
淸流白石照明月(청류백석조명월) : 맑은 물 흐르는 흰 돌에 밝은 달이 비치고
一夜空攀靑桂枝(일야공반청계지) : 하룻 밤에 속절없이 푸른 계피나무 가지를 휘어잡는다

 

* 20. 別松庵(별송암)-四溟大師(사명대사)-송암과 이별하며

去歲春風三月時(거세춘풍삼월시) : 지난 해 봄바람 부는 삼월에
一回相見語相思(일회상견어상사) : 한번 만나보고 그립다 말을하네
如今又向南天遠(여금우향남천원) : 지금 또 남쪽을 향하여 멀리 떠나려니
依舊垂楊生綠綠(의구수양생록록) : 수양버들은 옛처럼 푸르기만 하다

 


* 21. 出峽憩江花石(출협게강화석)-四溟大師(사명대사)-협곡을 나와 강화석에서 쉬다

橫塘石路日初斜(횡당석로일초사) : 가로놓인 못의 돌길에 해가 지려는데
春水微茫生綠波(춘수미망생녹파) : 봄 물은 아득한데 푸른 물결이 이는구나
回指金仙是何處(회지금선시하처) : 금선은 어느 곳인지 돌아보며 가리키니
碧峰千疊五雲多(벽봉천첩오운다) : 천 겹 푸른 산봉우리에 오색 구름 자욱하다.

 

 

* 22. 鹿門長川別門下諸公(녹문장천별문하제공)-四溟大師(사명대사)-녹문장천에서 문하의 제공과 이별하다

山到西江路亦分(산도서강노역분) : 산이 서강에 이르니 길 또한 나눠지고
楊花愁殺別離魂(양화수살별리혼) : 버들꽃은 이별하는 마음을 수심으로 죽이네
日斜獨出瞿塘峽(일사독출구당협) : 해는 지는데 혼자 구당협에 나와
回首千峰萬樹雲(회수천봉만수운) : 돌아보니 봉우리마다 숲과 구름뿐이어라.

 

 

* 23. 萬瀑洞(만폭동)-四溟大師(사명대사)-만폭동

此是人間白玉京(차시인간백옥경) : 이곳은 인간의 백옥경이요
琉璃洞府衆香城(유리동부중향성) : 유리동의 관청이요 온갖 향기의 성이구나
飛流萬瀑千峰雪(비류만폭천봉설) : 날아흐르는 온갖 폭포는 온 산봉우리의 눈이라
長嘯一聲天地驚(장소일성천지경) : 길게 한번 소리치니 천지가 놀라는구나

 

 

* 24. 眞歇臺(진헐대)-四溟大師(사명대사)-진헐대

濕雲散盡山如沐(습운산진산여목) : 습한 구름 다 걷히니 산은 목욕한 듯
白玉芙蓉千萬峯(백옥부용천만봉) : 백옥같고 연꽃 같은 천만 봉우리
獨坐翻疑生羽翼(독좌번의생우익) : 홀로 앉으니 뒤집으니 몸에 날개가 생긴 듯
扶搖萬里御冷風(부요만리어냉풍) : 만리를 잡아흔들며 찬 바람을 탄다.

 

 

* 25. 十王洞(시왕동)-四溟大師(사명대사)-시왕동

王子何年築此城(왕자하년축차성) : 왕자는 어느 해에 이 성을 쌓았던가
玉峰依舊老蓂靈(옥봉의구노명령) : 옥봉은 옛과 같은데 명령나무는 늙었구나
鳳凰一去無消息(봉황일거무소식) : 봉황은 한번 가고 소식 없는데
金井千秋瑤草生(금정천추요초생) : 우물 난간에는 천년 동안 요초가 돋아난다

 

* 26. 寄春州刺史(기춘주자사)-四溟大師(사명대사)-춘주자사에게

遙望春城雁不來(요망춘성안불래) : 봄날 성을 멀리서 바라보니 기러기 날지 않고
幾番風雨暗書灰(기번풍우암서회) : 몇 번이나 비바람에 책 재처럼 바래어졌던가
只今獨坐舡潭上(지금독좌강담상) : 지금은 홀로 앉아 강 위의 배를 보며
空憶當時勸酒杯(공억당시권주배) : 당시에 술 권하던 일 공연히 생각해본다.

 

 

* 27. 宿佛頂庵(숙불정암)-四溟大師(사명대사)-불정암에 묵으며

琪樹瑤袋桂影秋(기수요대계영추) : 기수와 요대에 계수나무 가을인데
蓬上宿客思悠悠(봉상숙객사유유) : 봉래산에 묵는 나그네 생각도 유유해라
西風一夜露華冷(서풍일야로화냉) : 서풍 하루밤에 이슬도 차가운데
玉磬數聲人猗樓(옥경수성인의루) : 몇 가닥 옥 경쇠소리에 사람은 누대에 기대선다

 

* 28. 過西都3(과서도3)-四溟大師(사명대사)-서도를 지나며

落月孤雲渺南國(낙월고운묘남국) : 지는 달 외로운 구름 남녁 땅 아득하고
羈愁獨上望鄕臺(기수독상망향대) : 나그네 수심겨워 홀로 망향대에 오른다
秋風黃葉不歸去(추풍황엽불귀거) : 가을바람 불고 단풍지는데 돌아가지 못하고
空館夜聞寒雨來(공관야문한우래) : 빈 여관에 홀로 앉은 밤, 차갑게 비만 내린다

 

* 29. 過西都2(과서도2)-四溟大師(사명대사)-서도를 지나며

淸流壁下古今路(청류벽하고금로) : 청류벽 아래 옛 길과 지금의 길에
靑草夕陽人去來(청초석양인거래) : 석양에 풀은 푸른데 사람은 오고간다
欲問千秋興廢事(욕문천추흥폐사) : 천년의 흥망의 일을 묻고자하니
白雲橋畔夜花開(백운교반야화개) : 백운교 다리 가에 밤에도 꽃이 피었구나.

 

 

* 30. 過西都1(과서도1)-四溟大師(사명대사)-서도를 지나며

國破山河王氣殘(국파산하왕기잔) : 나라가 망하니 산하에 왕기가 쇠잔하고
天孫何處白雲間(천손하처백운간) : 왕손은 흰 구름 속 어디에 있는가
只今宮漏秋鐘歇(지금궁루추종헐) : 지금 궁중의 물시계와 종소리 그치고
千古月明江水寒(천고월명강수한) : 천고에 달은 밝고 강물은 차기만하구나.

 

 

* 31. 贈白蓮寺和尙(증백련사화상)-泗溟堂(사명당)-백련사 스님에게

佳節年年客中過(가절년년객중과) : 해마다 좋은 때를 나그네 신세
故山花謠夢携筇(고산화요몽휴공) : 고향 산의 꽃노래, 꿈속에서 부른다네
會遊到處有芳草(회유도처유방초) : 모여 놀던 곳 풀 향기 가득한 곳이었건만
此日來時迷舊蹤(차일래시미구종) : 오늘 와서 보니 옛 자취 찾을 수 없네
塞上羈愁猶亂緖(새상기수유난서) : 변방 떠도는 나그네 마음 어지럽기만 한데
鏡中衰鬢匕成蓮(경중쇠빈비성연) : 거울 속 귀밑머리 순식간에 연실이 다 되었네
天涯迢遆不歸去(천애초체불귀거) : 그곳은 하늘 끝 바다 먼 곳, 돌아가지 못하고
坐聽白蓮精舍鐘(좌청백련정사종) : 앉아서 그저 백련사 종소리만 들을 뿐...

 

 

* 32. 過咸陽(과함양)-泗溟堂(사명당)-함양을 지나며

眼中如昨舊山河(안중여작구산하) : 둘러보니 어제 같은 옛 산하여
蔓草寒煙不見家(만초한연불견가) : 우거진 덩굴 풀, 찬 연기에 집들은 보이지 않네
立馬早霜城下路(입마조상성하로) : 서리 내린 성 아래 길목에 말을 세우고
凍雲枯木有啼鴉(동운고목유제아) : 차가운 구름 서린 고목에 까마귀가 울고있네.

 

 

* 33. 과선죽교(過善竹橋)-사명당(泗溟堂)-선죽교를 지나며

山川如昨市朝移(산천여작시조이) : 산천은 어제 같은데 세상은 변하고
玉樹歌殘問幾時(옥수가잔문기시) : 궁중의 소리 들린 지 얼마나 되었는가
落日孤城春草裏(락일고성춘초이) : 봄풀 속 쓸쓸한 성에 해는 넘어가고
祗今惟有鄭公碑(지금유유정공비) : 지금은 정몽주의 비석만 남아있네.

 

 

* 34. 過邙山(과망산)-四溟大師(사명대사)-망산을 지나며

太華山前多少塚(태화산전다소총) : 태화산 앞 수 많은 무덤들
洛陽城裏古今人(낙양성리고금인) : 고금의 낙양성 사람 무덤이라
可憐不學長生術(가련불학장생술) : 가련하다, 무슨 일로 장생술을 못 배워
杳杳空成松下塵(묘묘공성송하진) : 아득한 세월 덧없이 소나무 아래 흙먼지로 되었는가.

 

 

* 35. 登香爐峯(등향로봉)-四溟大師(사명대사)-향로봉에 올라

山接白頭天杳杳(산접백두천묘묘) : 산은 백두에 접하고 하늘은 한없이 높고
水連靑海路茫茫(수연청해로망망) : 물은 푸른 바다로 흐르고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大鵬備盡西南闊(대붕비진서남활) : 대붕이 갖추어 날아갈 만큼 서남은 광활하니
何處山河是帝鄕(하처산하시제향) : 산하의 어디쯤이 곧 천재의 사는 곳인가.

 

 

* 36. 集句2(집구2)-四溟大師(사명대사)-집구

日暮東風春草綠(일모동풍춘초록) : 해는 저물고 동풍에 풀은 푸르고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립방주) : 지팡이 집고 천천히 걸어 향기로운 물가에 서다
閣中帝子今何在(각중제자금하재) : 누대의 왕족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汀月寒生古石樓(정월한생고석루) : 물가의 달빛은 옛 돌 누대에 차기만 하다.

 

 

* 37. 集句1(집구1)-四溟大師(사명대사)-집구

山圍故國周遭在(산위고국주조재) : 산은 고향땅을 에워싸고 있고
陵谷依然世自移(능곡의연세자이) : 언덕과 골짝은 옛날 같은데 세상은 변하였다
玉輩昇天人已遠(옥배승천인이원) : 녹수레 타고 하늘로 오른 사람 이미 멀어지고
只今唯有鷓鴣飛(지금유유자고비) : 지금은 자고새만 남아 날고 있구나

 

* 38. 山居集句四4(산거집구사4)-四溟大師(사명대사)-산에 살며 집구한 4편

近思丙子重陽日(근사병자중양일) : 병자년 중양일을 생각해보니
寒雨獨登浮碧樓(한우독등부벽루) : 찬비 속에 혼자 부벽루에 올랐네
今夕又經長慶路(금석우경장경로) : 오늘 저녁 다시 장경로를 지나니
黃花依舊去年秋(황화의구거년추) : 누런 단풍잎 지난해와 같은 가을이구나

 


* 39. 山居集句四3(산거집구사3)-四溟大師(사명대사)-산에 살며 집구한 4편

白雲何計是生涯(백운하계시생애) : 흰 구름 속의 생애가 어찌 생애라하리오
朝抱陳編至日斜(조포진편지일사) : 아침에 오래된 책 잡으면 해질 때까지 가는구나
門外啼鵑天寂寂(문외제견천적적) : 문 밖에 두견새 우는데 날은 적적하고
東風吹落刺桐花(동풍취락자동화) : 봄바람 불어 오동나무꽃을 떨어뜨리는구나.

 

 

* 40. 山居集句四2(산거집구사2) - 四溟大師(사명대사)-산에 살며 집 구한 4편

 

閉門春盡綠煙消 (폐문춘진녹연소)    문 닫으니 봄은 가고 푸른 기운 사라지니

眞性如空不動搖 (진성여공부동요)    진성은 허공과 같아 움직임이 없도다.

世出世間俱打了 (세출세간구타료)    세상을 벗어나고 세상에 있는것 모두 떨처 버리니

那知今夕與明朝 (나지금석여명조)    오늘 저녘 일 내일 저녘 일을 어찌 알리오.

 

 

* 41. 山居集句四1(산거집구사1)-四溟大師(사명대사)-산에 살며 집구한 4편

無媒經路章蕭蕭(무매경로장소소) : 지름길 찾는이 없어 글 읽기 외롭고
門掩空庭思寂廖(문엄공정사적료) : 대문 닫힌 빈 뜰은 생각하면 쓸쓸하기만 하다
百鳥不來春又過(백조불래춘우과) : 온갖 새 날아오지 않았는데 봄은 또 자나가고
庵前時有白雲朝(암전시유백운조) : 암자 앞에는 때때로 흰구름만 보이는구.

 

 

* 42. 別松庵陪尊祖西行(별송암배존조서행)-四溟大師(사명대사)-암이 존조를 모시고 서행함을 이별하다

別路寒松日欲斜(별로한송일욕사) : 해는 지려하는데 이별 길에 소나무 차갑고
碧雲殘雪有啼鴉(벽운잔설유제아) : 푸른 구름 남은 눈에 갈가마귀 울음소리들린다
西行想渡浿江水(서행상도패강수) : 서행길에 패강을 건널 일 생각하니
落盡春風處處花(낙진춘풍처처화) : 봄바람에 여기저기 꽃 다 떨어지는구나

* 43. 過咸陽(과함양)-四溟大師(사명대사)-함양을 지나면서

眼中如昨舊山河(안중여작구산하) : 옛 산천 눈앞에선 어제 같은데
蔓草寒煙不見家(만초한연불견가) : 덩굴과 풀 차가운 안개에 집은 보이지 않는구나
立馬早霜城下路(입마조상성하로) : 서리 내린 성 아랫길에 말을 세우고
凍雲枯木有啼鴉(동운고목유제아) : 언 구름 마른 나무 가지에 까마귀가 울고 있구나.

 

 

* 44. 奉全羅防禦使元長浦(봉전라방어사원장포)-四溟大師(사명대사)-전라 방어사 원장포에게 드립니다

百歲三分已二分(백세삼분이이분) : 백년을 삼분하여 벌써 이분이 지났는데
袛今行止更如雲(저금행지갱여운) : 지금도 나의 행덩거지 구름과 같구나
何時高臥崇山室(하시고와숭산실) : 어느 때나 숭산의 방에 편안히 누워
鷄唳猿啼半夜聞(계려원제반야문) : 학과 원숭이 울음소리 한밤 들어볼까.

 

 

* 45. 在南原驛(재남원역)-四溟大師(사명대사)-남원 병영에 있으면서

碧油幢幕夜凄凄(벽유당막야처처) : 벽유 당막에 밤은 처량하고
刁斗無聲月欲低(조두무성월욕저) : 조두 치는 소리 없고 달은 지려하는구나
壯志未酬驚歲晏(장지미수경세안) : 장한 뜻 펴지 못하고 놀랍게도 올 해가 다가니
手持雄劒聽莏鷄(수지웅검청사계) : 큰 칼을 손에 쥐고 귀뚜라미 소리 듣는다.

 

* 46. 嶺南金烏下臥病憶雲中寸調(영남금오하와병억운중촌조)-四溟大師(사명대사)-영남 금오산 아래서

       병으로 누운 운중 재조를 생각하며

一從恩譴度流沙(일종은견도류사) : 한번 은견을 쫓아 유사를 건넌 뒤
望盡三年鬢已華(망진삼년빈이화) : 삼년 동안 바라보다 이미 귀밑머리 희어졌네
怊悵東湖去時路(초창동호거시로) : 슬퍼도다, 동호로 그재 떠나던 길은
春風依舊長新莎(춘풍의구장신사) : 봄바람에 옛날처럼 잔디가 새로이 돋는구나

 

* 47. 癸未秋關西途中3(계미추관서도중3)-四溟大師(사명대사)-계미년 가을 관서로 가는 도중에서

塞外孤身夢裏逢(새외고신몽리봉) : 변방 밖 외로운 몸 꿈에서 만나
同遊澤畔語從容(동유택반어종용) : 못가에 같이 놀며 조용히 말한다
覺來依舊關山遠(각래의구관산원) : 깨어보니 여전히 관산은 멀고
悄悄無言聽曙鐘(초초무언청서종) : 말없이 쓸쓸히 새벽 종소리 듣는다.

 

 

 

* 48. 癸未秋關西途中2(계미추관서도중2)-四溟大師(사명대사)-계미년 가을 관서로 가는 도중에서

黃葉蕭蕭廣陵道(황엽소소광릉도) : 광릉길에 낙엽은 쓸쓸하고
夜來風雨滿江津(야래풍우만강진) : 밤에는 비바람 강나루에 가득하다
孤舟獨繫西湖柳(고주독계서호류) : 외로운 배 서쪽 호수 버드나무에 매여이고
泣向關山憶遠人(읍향관산억원인) : 눈물 흘리며 관산을 향해 먼 사람 생각한다

 

* 49. 癸未秋關西途中1(계미추관서도중1)-四溟大師(사명대사)-계미년 가을 관서로 가는 도중에서

黃雲塞下本無春(황운새하본무춘) : 변방의 황토 구름 본래 봄이 오지 않는데
桃柳應知別處新(도류응지별처신) : 복사꽃 버드나무 다른 지방에서는 새로 피어나리라
雙鯉不來花又落(쌍리불래화우락) : 편지는 오지 않고 꽃이 또 지니
暮山回首泣孤臣(모산회수읍고신) : 저문 산에서 머리 돌려 우는 외로운 신하여.

 

 

 

* 50. 送昱山人還海西(송욱산인환해서)-四溟大師(사명대사)-욱산인을 보내고 서해로 돌아가다

沓盡天南吳楚間(답진천남오초간) : 하늘 남쪽 오나라 쪽나라 사이를 다 밟아보고
逢春還鄕海西山(봉춘환향해서산) : 봄을 맞아 고향 바다 서쪽 산악으로 향하는구나
落花啼鳥東風裏(낙화제조동풍리) : 봄바람 부는데 꽃은 떨어지고 새가 우니
知子香爐獨掩關(지자향로독엄관) : 자네가 향로끼고 홀로 문닫고 있는 것을 알겠구나

 

 

* 51. 贈海運(증해운)-四溟大師(사명대사)-해운에게

一夜聯床話(일야연상화) : 하룻밤 상에서 마주보고 이야기하니
鶴峰秋晩時(학봉추만시) : 학봉에는 가을이 무르익었네
重逢又何日(중봉우하일) : 다시 만날 날은 또 어느 날인가
世事杳難期(세사묘난기) : 세상 일 몰라서 기약하기 어려워라.

 

 

* 52. 浮碧樓用李翰林韻(부벽루용이한림운)-四溟大師(사명대사)-부벽루에서 이한림의 운을 따서

三國去如鴻(삼국거여홍) : 옛 삼국의 일은 기러기처럼 지나고
麒麟秋草沒(기린추초몰) : 기린굴은 가을 풀에 묻혔구나
長江萬古流(장강만고류) : 긴 강물은 영원히 흘러가고
一片孤舟月(일편고주월) : 하늘엔 한 조각 외로운 배같은 달

 

* 53. 己丑橫罹逆獄(기축횡리역옥)-四溟大師(사명대사)-기축년에 엉뚱하게 역옥에 걸려들다

蛾嵋山頂鹿(아미산정록) : 아미산 위의 사슴
擒下就轅門(금하취원문) : 사로잡혀 원문에 내려왔구나
解網放還去(해망방환거) : 그물을 풀고 달아나니
千山萬樹雲(천산만수운) : 온 산에 나무숲과 구름이네.

 

 

* 54. 題降仙亭2(제강선정2)-四溟大師(사명대사)-강선정에 쓰다

白首關河夜(백수관하야) : 흰 머리로 변방의 물가에 있으니
傷心遠客愁(상심원객수) : 애끊는 마음 먼 나그네의 수심이라
相思無限意(상사무한의) : 한없이 서로를 생각하며
明月獨登樓(명월독등루) : 밝은 달 빛 아래 홀로 누대를 오른다.

 

 

* 55. 題降仙亭(제강선정)-四溟大師(사명대사)-강선정에 쓰다

三峽客歸去(삼협객귀거) : 삼협으로 나그네 돌아가니
龍臺生遠愁(용대생원수) : 용대에는 먼 근심 이는구나
靑山雲色暮(청산운색모) : 청산에 구름 빛 저무는데
丹穴水聲幽(단혈수성유) : 붉은 굴에선 물소리 그윽하다

* 56. 贈行脚僧(증행각승)-四溟大師(사명대사)-행각승에게

爾從江海來(이종강해래) : 네가 강과 바다에서 왔다가
還從江海去(환종강해거) : 다시 강과 바다로 떠나니
江海路迢迢(강해로초초) : 강과 바닷길이 멀고도 먼데
重逢又何處(중봉우하처) : 다시 만나는 곳이 또 어딜꼬

 

 

* 57. 次鄭子韻(차정자운)-四溟大師(사명대사)-정자의 운을 빌어.

歲晏迷歸路(세안미귀로) : 해는 저무는데 돌아갈 길을 잃어
行狀問鄭公(행장문정공) : 행장을 정공에게 묻는다
鐘山杳天末(종산묘천말) : 종산은 하늘 멀리 아득한데

衰鬢又秋風(쇠빈우추풍) : 쇠한 귀밑머리 또 가을 바람에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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