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들의 시 모음

 

서영수합

 영수합은 본관이 달성이며 아버지는 서형수(徐逈修·1725~1779). 그녀는 다섯 형제 중 외동딸로. 몸이 허약했지만 영민하고 한 번 들은 것은 잊지 않았다. 영수합의 기질을 알아본 외할머니는 손녀의 재능을 사랑했으나 마냥 격려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여자로서 문장에 뛰어난 이들 중에 명이 짧은 자가 많다고 경계해주었다.영수합은 14세에 홍인모와 부부 인연을 맺었다. 오랫동안 벼슬에 나가지 못한 남편과 지우 같은 관계를 유지했고 남편의 권유로 시도 지었다. 하지만 여성 본분에 어긋난다 하여 직접 손으로 시를 쓰지 않았다. 남편이 아들들을 시켜 옆에서 몰래 적게 했다. 그래서 다행히 시 191수와 사() 1편이 남편 시집인족수당집(足睡堂集)’에 남게 되었다. ‘영수합도 남편이 지어준 당호인데(·목숨)’자를 넣은 것은 허약한 아내를 위한 배려였는지도 모른다.3 2녀를 둔 영수합은 자녀 교육에 큰 열정을 쏟았다. 학문과 역사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었고 밤마다 읽은 책들을 점검했다. 그 노력과 열정 덕분에 맏아들 석주는 좌의정까지 올랐으며 대제학도 지냈다. 둘째 길주는 벼슬을 하지 않았으나 문장으로 큰 이름을 남겼다. 막내아들 현주는 정조의 딸 숙선옹주와 혼인했으며 정약용과 교유하면서 학자로 대성했다. 장녀 홍원주는유한당으로 이름을 떨친 시인이 되어유한당시집을 남겼다.

 

送客      서영수합

送客蒼山暮 (송객창산모) 나그네 전송하려니 푸른 산도 저물고

歸來白雲臥 (귀래백운와) 돌아오는 길에 흰구름이 누웠구나

古壁有鳴琴 (고벽유명금) 옛 돌담길에 가야금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松風時自過 (송풍시자과) 솔바람 때맞춰 지나가는 소리였네

친정에서 온 손님 배웅하려는데 얼마나 반가웠으면 날이 저물도록 보내질 못하고,

멀리까지 배웅하느라 돌아오는 길 밤안개가 드리웠답니다.

보내고도 그리운 마음이 절절한데 돌담길 소리가 스산해 어디서 날까 했더니

솔바람 찬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가야금 울리듯 하였답니다.

 

遠樹晩蟬(원수만선) 먼 나무 늦은 가을 매미  -서영수합-

晴窓銜暮景(청창함모경) 비 갠 창에 노을진 풍경 머금고

幽興付殘篇(유흥부잔편) 그윽한 흥을 쇠잔한 시에 부쳐본다.

寒蟬吟露葉(한선음로엽) 찬 매미 이슬 젖은 잎사귀 읊조리니

知是近秋天(지시근추천) 가을 하늘이 가까워옴을 알겠도다.

 

憶弟     洪幽閑堂홍유한당

中夜蟲聲悲淚落(중야충성비루락) 한 밤의 벌레소리에 슬픈 눈물 떨구었더니

外陽蟬語離愁生(외양선어이수생) 묘 앞산 매미 울음에 이별의 설움이 일어나네

枕邊欲作壎篪夢(침변욕작훈지몽) 베개 주변에서 훈지의 꿈이나마 꾸려 하나니

莫敎金鷄報曉鳴(막교금계보효명) 닭이여 부디 새벽을 알리는 울음을 알리지 말라

 

 外陽 : 풍수지리설에서 이르는 삼양(三陽)의 하나. 묘 앞의 안산(案山) 바깥 쪽에 있는 산을 이른다.

蟬語 : 매미 우는 소리

壎篪 : 질 나팔과 피리로 형은 나팔을 불고 동생은 피리를 분다는 뜻으로 형제의 화목한 사이를 말함

金鷄 : 천상에 있다는 닭

 

洪幽閑堂(홍유한당 1791~1842) : 조선 후기의 여류 작가로 이름이 원주(原周) 이며 체계적으로 학문을 익혔다.어머니 '서영수합'또한 여류작가이며 형제 자매가 모두 대단한  문인이다.

 

姜只在堂, <春夢>

 

水晶簾外日將闌 수정발 밖에는 날이 저무는데

垂柳深沉覆碧欄 늘어진 수양버들이 푸른 난간을 덮었구나

枝上黃啼不妨 가지 위의 꾀꼬리 울음소리를 방해마오

尋君夢已到長安 그대 찾아 꿈 속에서 나는 서울에 이르렀소.

 

<봄날에 꿈을 꾸다(春夢)>라는 제목의 시에서 꿈 속에서 내가 처했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대비되어 보여지고 있다. 1~3구에서 보여지는 배경 묘사는 날이 저물어가는 상황과 수양버들이 길게 늘어져서 난간을 뒤 덮고 꾀꼬리 울음 소리를 방해하는 하강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마지막 구에서 그대를 찾아서 나는 꿈 속에서 서울에 도착하였다는 언급은 내가 임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꿈 속에서 임을 찾아갔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것은 여전히 임은 없고 그렇기에 화자는 쓸쓸한 감정만을 느낄 뿐이다.

 

金雲楚, <送別> 2首 中 1.

 

南國芳菲天際夢 아름다운 남쪽나라 저 하늘가 꿈에 보고

東明律呂月中聞 동명고도 음악소리 달 속에 들으리라.

閒鷗從似無情緖 한가로운 갈매기는 무정한 듯 하다만은

猶自曉曉嗚索群 소리소리 슬피 울어 벗 찾는 듯 헤매이네.

임을 떠나보내는 감정을 호소한 작품에서 등장한 꿈의 모습이다. 임과 나와의 구체적 추억이 아닌 배경 및 분위기만을 묘사함으로써 이별한 상황에 처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꿈에서 본 남쪽 나라는 아름답고 달 빛 속에 음악소리가 들려오며 갈매기 또한 한가롭게 날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구에서 앞의 3구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

 

 潭挑, <歲暮嘆>

 

窓燈何耿結 창가의 등불은 어찌 또 잠 못 들게 하는가

窓雪又飄旋 창가에 흰 눈은 또 어쩌자고 휘날리는가

梅作將花候 매화는 꽃필 시절 되었다고 하는데

蛾眉又一年 이 고운 얼굴은 또 일 년 허사이네.

 

勝二喬, <秋夜有感>

 

江陽舘裡西風起 강양관에는 서풍이 불어 일고 

後山欲醉前江淸 뒷산은 취하는   강은 맑디 맑다 

紗窓月白百蟲咽 사창에 달은 밝고 벌레들은 흐느낀다 

孤枕衾寒夢不成 외로운 베개에 이불 차서  수가 없네.

 

姜只在堂, <悵望>

 

曲漵花開憐並蔕 곡서화 피었으니  꼭지 가련하고 

芳園樹老愛連枝 정원의 늙은 나무에 새가지 사랑스럽다 

春風別後相思恨 봄바람에 이별한  서로 생각하는 정을 

十輻魚箋幾首詩  폭의 편지에  수의 시나 적어 보내리

 

기옥산(寄玉山)-수향각원씨(繡香閣元氏)   옥산에게

 

秋淸池閣意徘徊(추청지각의배회) 맑은 가을 연못 누대 마음은 배회하고,

向夜憑欄月獨來(향야빙난월독래) 밤에난간에 기대니 달이 홀로 떠오른다

滿水芙蓉三百本(만수부용삼백본) 물에 가득한 연꽃 삼백 그루,

送君從此爲誰開(송군종차위수개) 임 보낸 이곳에서 누굴 위해 피어났는가?

 

 秋思(추사)-翠仙(취선)

가을 심사

 

洞天如水月蒼蒼(동천여수월창창)

樹葉簫簫夜有霜(수엽소소야유상)

十二緗簾人獨宿(십이상렴인독숙)

玉屛還羨繡鴛鴦(옥병환선수원앙)

 

골짜기는 물 같고 달빛은 창창한데

나뭇잎은 우수수 밤 새 서리 내렸구나.

열두 폭 비단 주렴 속에 홀로 잠자니

옥병풍 속 원앙새가 오히려 부럽구나.

 

翠仙(취선)과 雪竹(설죽)은 동일 인.

 

규원(閨怨)-양사기첩(楊士奇妾)

규방의 원망

 

西風摵摵動梧枝(서풍색색동오지)

碧落冥冥雁去遲(벽락명명안거지)

斜倚綠窓仍不寐(사의녹창잉불매)

一眉新月上西池(일미신월상서지)

 

서풍이 불어오니 오동나무 가지 흔들리고,

하늘은 아득한데 기러기 느릿느릿 날아간다,

푸른 창가에 기대니 잠은 오지 않고,

눈썹 같은 초승달이 서쪽 연못에서 떠오른다.

 

 

칠석(七夕)-수향각원씨(繡香閣元氏)

칠석날

 

烏鵲晨頭集絳河(오작신두집강하)

勉敎珠履涉淸波(면교주리섭청파)

一年一度相思淚(일년일도상사루)

滴下人間雨點多(적하인간우점다)

 

새벽녘 까막까치 은하수로 모여들어

주옥같은 신 신은 견우직녀 맑은 물 건너게 한다.

일 년에 한 번 건너니 그리워서 흘리는 눈물

방울져 인간세상에 내리니 비가 되어 넘치는구나.

 

 

送別(송별)-小玉花(소옥화)

 

歲暮風寒又夕暉(세모풍한우석휘)

送君千里沾淚衣(송군천리첨루의)

春堤芳草年年綠(춘제방초연년녹)

莫學王孫去不歸(막학왕손거불귀)

 

세모에 바람 차고 날조차 저무는데

천리 멀리 임 보내려니 눈물이 옷깃적시네.

봄 언덕의 풀은 해마다 파릇파릇 하오니

가서는 오지 않는 도령들은 본받지 마세요.

 

泣別北軒(읍별북헌)-桃花(도화)

북헌에서 눈물로 이별하다

 

洛東江上初逢君(낙동강상초봉군)

普濟院頭更別君(보제원두갱별군)

桃花落地紅無迹(도화낙지홍무적)

明月何時不憶君(명월하시불억군)

 

낙동강 위에서 처음 그대를 만나

보제원 머리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하네요.

복사꽃 땅에 떨어져 붉은 자취 없지만

달 밝으면 어느 때나 그대 생각 않으리오.

 

 賞月(상월)-一朶紅(일타홍)

달구경

 

亭亭新月最分明(정정신월최분명)

一片金光萬古情(일편금광만고정)

無限世界今夜望(무한세계금야망)

百年憂樂幾人情(백년우락기인정)

 

우뚝 솟은 초승달 최고로 밝고

한 조각 금빛 만고에 정다워라

끝없는 세상을 오늘 밤에 바라보니

백년 憂樂에 몇 사람에게 정 주었나?

 

別權判書尙愼(별권판서상신)-義州妓(의주기)

권상신 판서님을 보내며

 

去去平安去(거거평안거)

長長萬里多(장장만리다)

瀟湘無月夜(소상무월야)

孤叫雁聲何(고규안성하)

 

가고 가는 길 평안히 가소서

길고 긴 만 리 길 길도 많지요.

소상강 달 없는 밤에

홀로 우는 기러기는 어찌할까요?

 

怨詞(원사)-全州妓(전주기)

원사

 

我本天上月中娘(아본천상월중낭)

謫下人間第一唱(적하인간제일창)

當年若在蘇臺下(당년약재소대하)

豈使西施取吳王(기사서시취오왕)

 

나는 본래 하늘나라 달 속의 선녀

인간 세상에 귀양와 제일 명창이 되었소.

그 당시 오나라 소대에 내가 있었다면

어찌 서시가 오나라 왕을 모셨겠소?

 

四絶亭遇諸學士席上口吟 : 太一(태일)

사절정에서 여러 학사들과 만나 시를 읊다

 

三月離家九月歸(삼월이가구월귀)

楚山吳水夢依依(초산오수몽의의)

此身恰似隨陽鳥(차신흡사수양조)

飛盡南天又北飛(비진남천우북비)

 

삼월에 집을 떠나 구월에 돌아가니

초산과 오수가 꿈속에서 아련하네.

이 몸 떠도는 철새와 흡사하여

남녘 하늘 다 날고 또 북녘으로 날아가네.

 

太一(태일)은 괴산(槐山) 기녀 였다.

 

閨思(규사)-홍성당소실(洪城唐小室)

여자의 심사

 

童報遠帆來(동보원범래)

忙登樓上望(망등루상망)

望潮直過門(망조직과문)

背立空怊悵(배립공초창)

 

멀리서 돛배 온다는 아이 말에

급히 누대에 올라서 바라보았지
조수 따라 문 앞 지나는 걸 바라보며

등 돌리고 서니 공연히 서글퍼구나.

 

詠梧桐(영오동)-이씨(李氏)

오동나무를 노래하다

 

愛此梧桐樹(애차오동수)

當軒納晩凉(당헌납만량)

却愁中夜雨(각수중야우)

飜作斷腸聲(번작단장성)

 

나는 이 오동나무를 좋아 하노니

집 앞에서 저녁에 서늘함을 주지

수심에 겨운데 밤비는 내려

애간장 끊는 소리를 내는 구나.

 

夕潮(석조) - 이씨(李氏)

저녁 조수

 

漁人欵乃帶潮歸(어인관내대조귀)

山影倒江掩夕扉(산영도강엄석비)

知是來時逢海雨(지시래시봉해우)

船頭斜榻綠簑衣(선두사탑록사의)

 

어부는 노저어 조수 타고 돌아오고

산그늘 강에 비껴 저녁 사립문 가리네

올 때에 바다에서 비 맞을 줄 알고

뱃머리 비스듬히 푸른 도롱이 걸려있네.

 

卽事(즉사)-경강녀(京江女)
느낀대로

 

昨夜春隨小雨過(작야춘수소우과)

遠郊芳草近山花(원교방초근산화)

乾坤獨立閑人在(건곤독립한인재)

數曲溪南一宇家(수곡계남일우가)

 

어제 밤 봄 따라 작은 비 지나가고

먼 들판에 꽃다운 풀, 가까운 산엔 꽃피었다.

우뚝 선 천지에, 한가한 사람 살고 있는데

개울 남쪽 한 집에서 몇 곡 노래가 들려온다.

 

相思(상사) - 김씨(金氏)

그리움

 

向來消息問何如(향래소식문하여)

一夜相思鬢欲華(일야상사빈욕화)

獨倚雕欄眠不得(독의조란면부득)

隔簾疎竹雨聲多(격렴소죽우성다)

 

저번 소식에 안부를 물어오셨다니

밤새도록 그리워서 귀밑머리 희어집니다.

난간에 홀로 기대니 잠도 오지 않는데

발 너머 성긴 대밭에 빗소리만 많습니다.

 

登蠶嶺次七松(등잠령차칠송) - 雪竹(설죽)
잠령에 올라 칠송의 운에 차운하여



登臨萬仭嶺(등임만인령)
千里大江迴(천리대강회)
水色山兼遠(수색산겸원)
秋光鴈共來(추광안공래)
雲間奏龍笛(운간주용적)
天上醉瓊杯(천상취경배)
日下皆仙境(일하개선경)
休言入鳳臺(휴언입봉대)



높은 산봉우리에 오르니
큰 강이 천리나 흘러가요.
강물 빛 산과 함께 멀고
가을이 기러기와 함께 찾아 왔어요.
구름 사이엔 용의 피리 들려오고
하늘 위에선 구슬 술잔 돌려요.
태양 아래 모두가 선경이니
봉대에 들어간다고 말하지 마세요.

 


湖西詠懷四韻(호서영회사운) - 雪竹(설죽)
호서에서 감회를 읊은 4



灞陵人送後(파릉인송후)
日月自難留(일월자난류)
草入相思恨(초입상사한)
花添別院愁(화첨별원수)
湘江潮信絶(상강조신절)
楚峽行雲收(초협행운수)
惆悵離腸斷(추창이장단)
誰知玉筋流(수지옥근류)



파릉으로 임 떠나신 뒤,
날마다 어쩔 줄 모르겠어요.
풀잎에도 그리운 마음 깃들고,
꽃을 보아도 근심만 더 해요.
상강엔 조수 소식도 끊기고,
초나라 골짜기엔 구름도 걷혔어요.
슬픈 이별 애간장 끊을 듯한데,
그 누가 눈물 짓는 제 마음 알아줄까요?

양식의

양식의 아래

양식의

양식의 아래

 

 

秋思(추사)-翠竹(취죽)

가을 심사

 

洞天如水月蒼蒼(동천여수월창창)

十二緗簾人獨宿(십이상렴인독숙)

樹葉簫簫夜有霜(수엽소소야유상)

玉屛還羨繡鴛鴦(옥병환선수원앙)

 

골짜기는 물 같고 달빛은 창창한데

열두 폭 비단 주렴 속에 홀로 잠자네

나뭇잎은 쓸쓸히 지고 서리 내린 밤

옥병풍은 수놓인 원앙을 부러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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