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 차운시

영남루(嶺南樓)는 밀양강변 언덕 위에 자리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이층 누각(樓閣)으로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불린다.

영남루는 고려 말에 지어져 그동안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오늘과 같은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웅장한 자태와 아름다운 건축미,

그리고 주변풍광과 함께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당대의 내로라는

시인묵객이 영남루를 시로 노래하였다.

그중 영남루를 주제로 한 차운시(次韻詩)를 소개하고자 한다.

차운시(次韻詩)란 다른 사람이 지은시의 운자를 그대로 따서 지은시를

말하는데 「題 嶺南樓」 차운시는 워낙 유명한 학자들이 차운하여

영남루의 명성과 시의 품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남루 차운시의 元韻은 고려 공민왕 때 학자 성원도가 지었다고 하나

같은 시기 고려 삼은(三隱)으로 불리는 도은(陶隱) 이숭인의 시도 있고,

도원흥의 시도 있어 정확한 것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남루 차운시는 칠언 율시로서 운자(韻字)로

하늘 天, 앞 前, 가 邊, 연기 煙, 대자리 筵을 쓰고 있는데

똑같은 운자로 지은시가 지은이의 성품과 처지에 따라 그 시의 내용이 다르게 와 닿는 것 같다.

수많은 차운시 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을 중심으로 20수 정도를 소개한다.

    

嶺南樓 (영남루) - 성원도(1344경 작)

                    (고려말 학자)



​朱欄突兀出雲天 / 주란돌올출운천

붉은 난간 우뚝하게 하늘 위로 솟았고



列峀連峰湊眼前 / 열수연봉주안전

늘어선 산봉우리 눈 앞에 모여드네.



下有長江流不盡 / 하유장강유부진

아래로는 긴 강이 끝없이 흘러가고



南臨大野闊無邊 / 남림대야활무변

남쪽에는 큰 들판이 가없이 트였네.



村橋柳暗千林雨 / 촌교유암천림우

마을 다리에 버들빛 짙고 숲엔 비 내리는데



官路花明十里煙 / 관로화명십리연

관로에는 꽃이 피고 십리에 안개 끼었네.



不欲登臨賞風景 / 불욕등림상풍경

올라가서 풍경을 감상하려 않는 것은



恐人因此設歡筵 / 공인인차설환연

이로 인해 환영 잔치 열까 두려워서라네.





[題嶺南樓] 제 영남루

         - 이숭인(1347~1392 /호 도은(陶隱)

                   (고려 말기의 학자. 호는도은.

                    목은(牧隱)이색(李穡),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다.)

高樓登眺若登天 / 고루등조약등천

높은 누대 올라보니 하늘에 오른 듯하여



景物紛然後忽前 / 경물분연후홀전

보이는 경치 뒤에 있는 것이 홀연히 앞에 보이네



風月雙淸是今古 / 풍월쌍청시금고

예나 지금이나 바람과 달 모두 맑고



山川十里自中邊 / 산천십리자중변

가운데서 산천이 십리나 길게 뻗어있네



秋深官道映紅樹 / 추심관도영홍수

깊은 가을 넓은 길에는 붉은 단풍 비치고



日暮漁村生白煙 / 일모어촌생백연

저무는 어촌에는 흰 연기 피어 난다



客子長吟詩未就 / 객자장음시미취

나그네 길게 읊어보나 시 아직 짓지 못했는데



使君尊俎秩初筵 / 사군존조질초연

원님이 내리는 술잔이 잔치의 시작이로다





次韻 『題嶺南樓』

          -文益漸(1331~1400) /호 삼우당(三憂堂)

                                            (고려말 문신,학자)

聞設神仙有洞天 / 문설신선유동천

신선이 사는곳에 있었던 골짜기를



六鰲頭載忽移前 / 육오두재홀이전

여섯자라가 머리에 이고 문득 앞에다 옮겼네



晴川芳草好風裏 / 청천방초호풍리

갠 내의 방초에는 산들바람 불어대고



孤鶩落霞斜日邊 / 고목낭하사일변

오리 한 마리 지는 노을 석양가를 날고 있네



曠野馬牛分客路 / 광야마우분객로

넓은 들판 말과 소는 나그네 길을 알려주고



遠村鷄犬接人煙 / 원촌계견접인연

먼 마을 닭과 개는 연기속 주인을 맞이하네



別區光景言難竟 / 별구광경언난경

별세계 풍경은 말로 다하기 어렵나니



畵取吾將獻御筵 / 화취오장헌어연

그림으로 그려다가 임금님께 드리고자





[題嶺南樓] - 영남루에 제하다

                                         -  도원흥(都元興)

                                      (고려 공민왕때의 시인)

金碧樓明壓水天 / 금벽누명압수천

금빛 푸른 밝은 누각 물과 하늘을 누르고



昔年誰構此峯前 / 석년수구차봉전

옛날 어느 누가 이 봉우리 앞에 지었나



一竿漁夫雨聲外 / 일간어부우성외

낚시하는 사내는 비 소리를 잊고



十里行人出影邊 / 십리행인출영변

십리멀리 행인 모습 모퉁이에 나타나네.



入檻雲生巫峽嘵 / 입함운생무협효

새벽 산골짜기에 구름 일어 난간에 드니



逐波花出武陵煙 / 축파화출무릉연

마침내 무릉 안개에서 물결과 꽃들이 나타나고



沙鷗但聽陽關曲 / 사구단청양관곡

모래톱의 저 갈매기 이별곡을 들어도



那識愁心送別筵 / 나식수심송별연

송별연의 수심을 어찌 알리오





밀성 영남루 운에 차함 [次密城嶺南樓韻]

                      - 권근(1352∼1409) /호 陽村

                (조선초의 문신, 조선개국원종공신)

高樓百尺控長天 / 고루백척공장천

백척 높은 누대 중천에 닿은 듯



風景森羅几案前 / 풍경삼라궤안전

온갖 풍경은 책상 앞에 널렸구나



川近水聲流檻外 / 천근수성유함외

내 가까우니 물 소리 난간 밖에 흐르고



雲開山翠滴簷邊 / 운개산취적첨변

구름 열리니 산의 푸른 기운 처마끝에 떨어지네



千畦壟畝禾經雨 / 천휴농묘화경우

천 이랑 밭두둑엔 비 맞은 벼요



十里閭閻樹帶煙 / 십리여염수대연

십리 마을 나무에는 연기가 둘렀네



匹馬南遷過勝地 / 필마남천과승지

필마로 귀양길에 승지를 지나다가



可堪登眺忝賓筵 / 가심등조첨빈연

올라 조망할 만하여 손님들 연회에 끼였거니





밀양 영남루 운에 차함 [次密陽嶺南樓韻]

                              - 김구경(金久冏)/

                      (조선전기 문신, 집현전 학사)

承綸來自九重天 / 승윤내자구중천

구중궁궐에서 어명 받아 왔다가



有嶺南樓忽在前 / 유영남루홀재전

문득 쳐다보니 우뚝 선 영남루라



碧瓦玲瓏晴日表 / 벽와영롱청일표

푸른 기와는 맑은 햇살에 영롱하고



朱欄照耀彩霞邊 / 주란조요채하변

붉은 난간은 아름다운 노을가에 번쩍이네



寒聲滿座江噴雪 / 한성만좌강분설

강에서 뿜는 눈은 자리를 찬 소리로 메우고



翠色凝簾竹嚲煙 / 취색응렴죽타연

대발에 휘늘어진 연기는 푸른 빛을 엉기게 하네



勝槪遙聞年已久 / 승개요문년이구

이 좋은 경개를 몇 해째 듣기만 하다가



登臨更踏雨雲筵 / 등림갱답우운연

올라 와 보니 더구나 화려한 연회자리네





밀양 영남루 운에 차함 [次密陽嶺南樓韻]

                -서거정(1420∼1488) /호 四佳亭

                                      (조선초기 문신,학자)



佳麗南州別有天 / 가려남주별유천

아름다운 남쪽 고을에 별천지가 있으니



風流人傑想年前 / 풍류인걸상연전

풍류 높은 인걸들 연전의 일이 생각나네



靑回近郭山三面 / 청회근곽산삼면

가까이 푸르게 둘러싼 삼면은 산이고



白抹寒汀水一邊 / 백말한정수일변

하얗게 뻗친 한쪽은 차가운 강물이라



但覺登臨閑日月 / 단각등림한일월

누각에 올라 한가한 세월만 깨달았고



未將詩句答雲煙 / 미장시구답운연

시구를 가지고 운연에는 답하지는 못하는데



還慙過客麤豪甚 / 환참과객추호심

과객이 너무 거칠어서 오히려 부끄럽네



屢發狂言動四筵 / 누발광언동사연

자주 방자한 말로 좌중을 경동시킨 것이





영남루의 시에 차운하다 [次嶺南樓詩]

                    - 이원(1368∼1429) /호 容軒

     (조선초기 문신, 권근과 정몽주에 수학

                                   세종때 영의정을 지냄)

危樓高架嶺南天 / 위루고가영남천

높다란 누각이 영남하늘에 걸려 있어



十里奇觀一望前 / 십리기관일망전

십 리의 승경이 한눈 앞에 보이네



晝靜灘聲喧枕上 / 주정탄성훤침상

낮에도 고요하여 냇물 소리 베개에 시끄럽고



日斜松影落庭邊 / 일사송영낙정변

해 저물자 솔 그림자 뜰 가에 떨어지네



田夫春務村村雨 / 점부춘무촌촌우

농부들 봄일 하는데 마을마다 비 내리고



野店晨炊處處烟 / 야점신취처처연

들판에서 새벽밥 지으니 곳곳에서 연기 나네



憶得先君曾燕會 / 억득선군증연회

선친께서 일찍이 여기서 연회한 것 생각나는데



還慚小子復張筵 / 환참소자복장연

내가 다시 여기서 잔치하니 부끄럽기만 하네





영남루에서 차운하다 [嶺南樓次韻]

          - 김종직(1431~ 1492)/호 점필재

                 (조선전기의 문신, 사상가,

                                  영남학파의 종조)

登臨正値浴沂天 /등임정치욕기천

영남루에 오르니 때마침 늦봄이라



灑面風生倚柱前 / 여면풍생의주전

기둥에 기대서니 얼굴엔 선들바람



南服山川輸海上 / 남복산천수해상

남방의 산천들은 바다로 향해가고



八窓絲竹鬧雲邊 / 팔상사죽요운변

팔창의 풍악 소리는 구름 가에 울린다



野牛浮鼻橫官渡 / 야우부비횡관도

들 소는 코를 들고 관선 나루를 건너가고



巢鷺將雛割暝煙 / 소로장추할명연

백로는 새끼 데리고 저녁 연기를 가르누나



方信吾行不牢落 / 방신오행불뇌락

내 행차 적막하지 않음을 이제야 믿노니



每因省母忝賓筵 / 매인성모첨빈연

어머니 뵐적마다 잔치자리 참여한 때문일세





밀양의 영남루운에 차하다 [次密陽嶺南樓韻]

                 - 성현(1439~1504) / 호 허백당

              (조선전기 문신, 악학궤범의저자)

百尺層樓高揷天 / 백척층루고삽천

백 척의 층층 누각이 하늘 높이 솟았는데



淸江一曲抱山前 / 청강일곡포산전

맑은 강물 한 굽이가 산 앞을 안고 흐르네



簾旌輕捲斜陽裏 / 영정경권사양이

발 주렴은 가벼이 석양 속에 걷히었고



樹色遙連大野邊 / 수색요연대야변

나무 빛은 멀리 큰 들 가에 연하였도다



喚渡鳴桹緣翠壁 / 환도명랑연취벽

나룻배 불러 뱃전 울리며 푸른 절벽 따라갈 제



背人飛鳥破蒼煙 / 배인비조파창연

사람 등지고 나는 새는 푸른 연기를 헤쳐가네



倚欄身世騰寥廓 / 의란신세등료곽

슬슬히 성곽에 올라 난간 기댄 이 신세



滿座風生碧玉筵 / 만좌풍생백옥연

벽옥연 자리 가득 바람이 이는구나





밀양 영남루운에 다시 차하다 [復次密陽嶺南樓韻]

                                        - 성현/ 호 허백당



渺渺滄波欲暮天 / 묘묘창파욕모천

아스라한 창파에 날은 저물어가는데



孤帆影拂畫樓前 / 고범영불화루전

외로운 돛 그림자 그림같은 누각앞을 스치네



雲嵐遠近山千疊 / 운남원근산천첩

구름 안개 자욱한 원근산은 천 겹이요



花竹參差岸兩邊 / 화죽참차안양변

언덕 양편에 꽃과 대는 들쭉날쭉하여라



彭澤雅懷傳盞斝 / 팽택아화전잔가

팽택(도연명)의 고상한 회포는 술잔을 돌려 마시고



杜陵高韻老風煙 / 두릉고운노풍연

두릉(두보)의 높은 운치는 풍연 속에 늙어가네



華堂月白涼如水 / 화당월백양여수

화려한 집에 달은 밝고 물처럼 서늘해



笑倩靑娥更設筵 / 소청청아갱설연

웃으며 미인에게 다시 주연 베풀게 하노라





次嶺南樓韻                            

            - 朴祥1474 ~ 1530, / 호 눌재(訥齋)

                                               ( 조선의 문신)



客到嶺梅初發天 / 객도령매초발천

고개에 객이 이르니 매화가 막 피었는데



嘉平之後上元前 / 가평지후상원전

섣달(嘉平)은 지나고 대보름날(上元) 전이라네



春生畫鼓雷千面 / 춘생화고뢰천면

우레 같은 북소리에 봄은 깨어나고



詩會靑山日半邊 / 시회청산일반변

시회는 청산에서 절정에 이르렀네



漁艇載分籠渚月 / 어정재분롱저월

고깃배는 강을 두른 달빛을 나누어 담는데



官羊踏破羃坡煙 / 관양답파멱파연

관청의 염소는 언덕 덮은 안개를 짓밟고있네



形羸心壯凌淸曠 / 형리심장릉청광

몸은 쇠해도 씩씩한 마음은 맑고 밝은곳을 건너서



驅使乾坤入醉筵 / 구사건곤입취연

천지를 몰아 이 잔치에 취하고자 하노라





영남루(嶺南樓) 차운시

                       - 이황(1501∼1570)/ 호 퇴계

                                   (조선중기 문신 학자)

樓觀危臨嶺海天 / 누관위임영해천

누각은 영해 하늘 우뚝이 솟아 있고



客來佳節菊花前 / 객래가절국화전

나그네 좋은 시절 국화 앞에 찾아 왔도다



雲收湘岸靑楓外 / 운수상안청풍외

소상강 언덕인가 푸른 숲에 구름 걷히고



水落衡陽白雁邊 / 수락형양백안변

형산 남쪽 흰 기러기 물은 떨어지누나



錦帳圍將廣寒月 / 금잔위장광한월

비단 장막 광한전의 달을 싸고 도는데



玉簫吹入太淸烟 /옥소취입태청연

옥퉁소 소리 태청(천상)의 연기 속에 들어가네



平生儘有騷人興 / 펑생진유소인흥

평생에 진실로 시인의 흥이 있어



猶向尊前踏綺筵 / 유향존전답기연

술두루미 앞에서 비단 자리에 춤추노라





영남루(嶺南樓) 차운시

                 - 柳成龍(1542-1607)/ 호 西厓



歸雲拖雨渡江天 / 귀운타우도강천

돌아가는 구름이 비를 끌어 하늘강을 건느니



銀竹橫絲月滿前 / 은죽횡사월만전

소나기가 비스듬히 보름달 앞으로 내린다



何處亂峯晴靄外 / 하처남봉청애외

어지러운 봉우리 너머 아지랑이 갠 어느곳



幾村炊火夕陽邊 / 기촌취화석양변

몇 몇 마을 밥 짓는 불이 석양 곁에 난다



英豪滾滾空遺躅 / 영호곤곤공유탁

영웅호걸 세찼으나 공허한 자취만 남았고



佳會怱怱似散烟 / 가회총총사산연

좋은 모임 바삐 지나가 흩어지는 연기 같네



鄕思晩來禁不得 / 향사만래금부득

고향 생각을 늦도록 금할 수 없어서



夜深愁坐月侵筵 / 야심수좌월침연

밤 깊도록 걱정스레 앉았더니 달이 자리 찾아드네





영남루 운에 차함 [次嶺南樓韻]

                         이덕형(1561~1613) / 호 한음

建牙重到嶺南天 / 건아중도령남천

대장깃발 앞세우고 영남에 다시 오니



十二年光逝水前 / 십이년광서수전

십이년의 세월이 물처럼 흘렀구려



人物盡銷兵火後 / 인물진소병화후

인걸문물 다 사라진 전란을 겪고서도



江山猶娓畵圖邊 / 강산유미화도변

강산은 오히려 그림처럼 아름답네



灘聲暝雜長林雨 / 탄성명잡장림우

여울소리 숲속 빗소리 어둠속에 뒤섞이고



月色淸籠近渚煙 / 월색청통근저연

달빛은 가까운 물가의 안개 맑게 감쌌다오



風景不殊陳迹變 / 풍경불수진적변

옛자취 변하여도 풍경은 안변하여



白頭時夢醉芳筵 / 백두시몽취방연

백발에 때때로 연회에 취한꿈을 꾼다오





밀양 영남루 운에 차함 [次密陽嶺南樓韻]

                         金玏(1540-1616) / 호 栢巖

                       (경상우도관찰사,이조참판,

                                      사헌부대사헌역임)

誰敎分割岳陽天 / 수교분할악양천

누가 岳陽의 하늘을 나누어 놓았나



富媼神功太古前 / 부온신공태고전

地神의 신비한 공적은 太古 이전 일이었네



彩檻魂遊黃鶴外 / 채함혼유황학외

채색 난간에 노닐던 혼은 황학루 벗어나고



晴川興在白鷗邊 / 청천흥재백구변

맑은 강가 감흥은 흰 갈매기 곁에 있네



雲鬟遠聳還呈態 / 운환원용환전태

구름 같은 쪽머리 우뚝 솟아 자태 다시 나타나고



玉燭高縣不起烟 / 옥촉고현불기연

옥같은 촛불 높이 걸려 연기 나지 않도다



驅使風光須健筆 / 구사풍광수건필

風光을 몰아 부리려면 글 솜씨 좋아야 하나



孤蹤此日愧當筵 / 고종차일괴당연

외로운 자취 이날 자리에 나온 게 부끄럽네





밀양 영남루 운에 차함 [次密陽嶺南樓韻]

                - 洪聖民(1536-1594) / 호 拙翁

                   (조선중기 문신, 대제학

                호조판서역임, 시호는 문정공)  

眼豁平湖欲缺天 / 안활평호용결천

확 트인 넓은 호수 하늘에는 못미치나



淸遊曾在十年前 / 청유증재십년전

좋은 놀이가 일찌기 십 년 전에 있었지



臨虛樓閣層霄裡 / 임허누각층소리

허공에 걸린 누각 높은 하늘 가운데 있고



盡態江山活畫邊 / 진태강산활화변

온갖 모양의 강산은 살아 있는 그림이로다



錦繡窓明搖日影 / 금수창명요일영

비단 수놓은 창에 해 그림자 밝게 흔들리고



珊瑚簾細裊香烟 / 산호렴세요향연

산호주렴에 향불 연기 가늘게 타오르네



滿林花鳥休相訝 / 만림화조휴상아

숲 가득한 꽃과 새는 서로 의심치 말라



有分新筵是舊筵 / 유분신연시구연

새로이 펼친 이 연회는 옛날 그 연회라네





영남루(嶺南樓) 차운시    

            - 權好文(1532-1587) /호 松巖

                              (조선 중기의 문인·학자)



不待仙遊別有天 / 부대선유별유천

신선놀음 바라지 않아도 별천지가 있으니



佳山勝水繞樓前 / 가산승수요루전

아름다운 산 좋은 물이 누각 앞에 둘렀구나



一樽黃色雙眉上 / 일준황색쌍미상

술 한 두루미 누런 두 눈썹 위에 어리고



四座靑光兩鬢邊 / 사방청광양빈변

네 자리의 푸른 빛이 양쪽 귀밑머리 비추네



留客新鸎歌野日 / 유객신앵가야일

머무는 나그네 들에서 우는 꾀꼬리노래 새롭고



載童歸犢入村烟 / 재동귀독입촌연

아이 태운 송아지 연기 나는 마을로 들어가네



東皇送罷林花盡 / 동황송파임화진

봄 신 보내고나니 숲의 꽃은 다지고



飛絮隨風落舞筵 / 비서수풍락무연

버들개지 바람 따라 춤추는 자리에 떨어지네





영남루(嶺南樓) 차운시

         - 황경원(1709~1782)/호 江漢遺老

             (정조시대의 문인, 이조참판을 지냄)

春帆影靜卷簾天 / 춘범영정권염천

봄철 배는 걷힌 주렴 아래 고요히 떠 있고



南國山川一笛前 / 남국산천일적전

남쪽 고을 산천에 피리 소리 울려 퍼지네



脩竹蕭森明月下 / 수죽소삼명월하

밝은 달 아래 길게 뻗은 대나무는 쓸쓸하고



孤雲迢遰暮沙邊 / 고운초체모사변

저무는 모래사장에 외로운 구름 아득해라



花光冉冉連幽石 / 화광염염연유석

꽃빛은 하염없이 비석(아랑의 비석)까지 연해 있고



水氣冥冥隱亂煙 / 수기명명은난연

어둑어둑 물안개는 연기 속에 섞이네



江上禪房知不遠 / 강상선방지불원

강위의 선방(舞鳳寺)이 예서 멀지 않으니



隔林淸磬落華筵 / 격림청경낙화연

숲 너머 맑은 경쇠소리가 잔치 자리로 떨어지니





영남루(嶺南樓) 차운시  

              - 이만도(1842~1910)/ 호 響山

                 (퇴계 이황의 후손, 조선말기 학자,

                  1910년 나라가 일제에 병탄되자

              단식으로 항거 하다가 24일만에

              순국하였다)

樓映澄潭上下天 / 누영증담상하천

맑은 강에 누각 비쳐 아래위가 하늘이매



遊人倒坐畫舫前 / 유인도전화방전

놀이꾼들 그림배에 다 거꾸로 앉아 있네



雨意初收靑嶂外 / 우의초수청장외

내리던 비 푸른 물 저 바깥서 거둬지고



江聲遙落白鷗邊 / 강성요락백구변

흰 갈매기 소리 멀리 강가에 떨어지네



巨壁撑來三里郭 / 거벽탱리삼리곽

큰 절벽은 삼 리 되는 성곽 버티고 있고



飛甍篆出萬家烟 / 비맹전출만가연

용마루위로 만집 연기 꼬불꼬불 피어나네



自從驄馬論民事 / 자종총마논민사

총마(어사)가 와서 백성들 일을 논한 후론



苟不因公不上筵 / 구불인공불상연

공적인 일 아닐 경우 잔치 자리 안 나가네





次嶺南樓舊韻 차영남루구운

이안눌(李安訥;1571~1637); 자 자민(子敏),

호 동악(東岳). 조선 중기 문신, 형조판서 홍문 관제학 역임



飛甍千尺出層天 비맹천척출층천

날렵한 기와는 하늘 위 천자 높이 솟았고

鈒浦東涯鳳岫前 삽포동애봉수전

사포의 동쪽 물가 무봉산 앞에 있네

隔岸人家竹林外 격안인가죽림외

대숲 밖 강 건너에 인가가 자리 잡고

傍沙漁艇荻叢邊 방사어정적총변

모래사장 갈대숲 곁에 고깃배가 있네

川晴崔顥詩中樹 천청최호시중수

개인 내에는 황학루시의 나무가 비치고

山紫滕王閣上烟 산자등왕각상연

등왕각의 노을에 산이 붉게 물 들었네

三日倚闌歸不得 삼일의란귀부득

난간에 기대 삼일 동안 돌아가지 못하는 건

使君重敞一金筵 사군중창일금연

귀한 잔치 거듭 열어준 사또님 덕분이라오



※ 崔顥詩(최호시): 당나라 때 최호가 지은 황학루(黃鶴樓)라는 시,

이 시에 晴川歷歷漢陽樹 (청천역력한양수; 맑은내에 한양의 나무가 비치고)

라는 시구가 있다. 황학루(黃鶴樓)는 악양의 악양루(岳陽樓),

남창의 등왕각(藤王閣)과 더불어 중국의 3대 누각으로 이름이 높은데,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이 황학루를 찾았다가

崔顥의 詩 황학루(黃鶴樓)를 보고 시 짓기를 포기했다 한다.



次韻嶺南樓 차운영남루



남용익(南龍翼;1628~1692); 자 운경(雲卿),

호 호곡(壺谷), 문헌(文憲). 조선 후기 좌참찬,

예문 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南樓迢遞出南天 남루초체출남천

영남루 아스라이 남쪽 하늘에 솟았는데

王事登臨十載前 왕사등림십재전

나랏일로 십 년 전에도 올랐다오

歌吹每思淸夜後 가취매사청야후

맑은 밤엔 항상 노랫소리 생각나서

棨旌重到小橋邊 계정중도소교변

작은 다리 곁으로 부절 들고 다시 왔네

寒洲漾白波迎月 한주양백파영월

달빛 받은 찬 모래섬 흰 물결 일렁이고

秀嶽增靑竹逗烟 수악증청죽두연

대숲 덮은 안개로 빼어난 산 더 푸르네

安得此間留着我 안득차간유착아

어찌하면 나는 이 곳에 머물러서

拓窓長設四時筵 탁창장설사시연

창을 열고 사시사철 늘 잔치 열수 있을까





次韻嶺南樓 차운영남루

남공철(南公轍; 1760~1840); 자는 원평(元平),

호는 사영(思穎)·금릉(金陵). 조선 후기 우의정과 영의정을 역임



十里江高落木天 십리강고낙목천

십리 강물 높고 낙엽 지는 날에

紗籠恭拂倚樓前 사롱공불의루전

누각에 기대 공손히 사롱을 털어내네

(누각에서 공손히 선조님 시 읽어 보네)

名臺筆墨妙天下 명대필묵묘천하

명루라 필묵은 천하에 빼어난데

方伯節旄巡海邊 방백절모순해변

방백 부절 받고 해변으로 돌아왔네

寒堞雁嘶沙磧月 한첩안시사적월

성벽은 찬데 기러기는 달 비친 모래섬에서 울고

暮橋人渡竹林烟 모교인도죽림연

사람은 저물어 다리 건너 대숲 안갯속으로 가네

夜闌徒酒凌波閣 야란 도주 능파각

밤 깊도록 능파 각서 헛되이 술만 마시다가

更醉佳姬錦瑟筵 갱취가희 금슬 연

아름다운 잔치의 가희에게 다시금 취했노라



※ 사롱(紗籠):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현판에 씌워놓은 사포(紗布)를 말한다.

귀인과 명사가 지어 벽에 걸어 놓은 시문을 청사(靑紗)로 덮어 장식해서

오래도록 보존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던 ‘벽사 롱(碧紗籠)’의 고사가 있다.

따라서 사롱을 공손히 털었다는 건 공손히 읽었다는 뜻이다.

금릉(金陵) 남공철(南公轍)은 바로 위의 시를 쓴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이 고조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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