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강의
[제74강]
시의 이미지(image) 고찰
이근모(시인)
1.서
우리는 흔히 문학 이론이나 시평을 통하여 흔히 이미지(image)라는 용어를 많이 접한다
하여 이 용어에 대한 개념과 이 용어와 관련한
이미지의 종류랄까 아니면 이미지의 분류랄까 무어라 확 단정지울 수 없지만 이미지의 성격에 대하여 나름의 고찰을 진술해 보고자 '시의 이미지 고찰'이라는 주제로 강의(안)을 작성해 본다.
2. 이미지(image) 란?
흔히 심상이라고 불리며, 사물로 그린 그림, 언어의 회화란 말로 해석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감각적 체험에 의해 마음속에 그려진 사물의 영상으로서 상상력에 의해 결합된다. 현대시의 중심을 이미지라고 할 정도로 절대적인 표출방법이 되고 있다. 이러한 표출방법의 이미지 주의를 이미지즘(imagism)이라 한다.
이 이미지즘은 1912년경에 H. E. 흄, 에즈라 파운드 등을 중심으로 영 미 시인들이 일으켰던 시운동이다. 이들은 시에서 무엇보다도 이미지를 중요한 것으로 여겼으며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들을 많이 썼다. 이미지즘의 근본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일상이 언어를 사용할 것, 그러나 반드시 정확한 말을 쓸 것, 너무 정확한 말을 피할 것
2) 모든 습관화된 표현을 피할 것
3) 새로운 기분을 표현하는 새로운 리듬을 창조할 것, 옛 기분을 반향 할 뿐인 옛 리듬을 흉내 내지 말 것
4) 주제의 선택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
5)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할 것, 구체적인 사실을 정확히 보여주어야 하며 아무리 웅장하고 귀에 좋게 들리더라도 막연한 일반론, 추상론을 배제할 것
6) 견고하고 투명한 시를 쓸 것, 윤곽이 흐리든가 불명확한 시를 피할 것
7) 집약, 집중을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시의 정수임을 알 것
8) 완전한 진술이나 설명보다는 간략히 암시할 것.
3. 이미지에서 상상되는 형상의 종류
시문에 등장하는 이미지의 형상은 상상력의 확장에 의하여 그 형상을 그려낸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그려낸 이미지를 유추적 이미지와 연상적 이미지로 구분한다(이미지의 종류라고도 한다. 또는 이미지의 분류, 또는 이미지의 성격이라고도 한다.)
임보 시인은 그의 문학 이론에서 유추적 이미지와 연상적 이미지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이론을 소개한다.
4. 유추적 이미지와 연상적 이미지
1) 유추적 이미지
어떤 사물의 형태를 보고 유사한 특징을 지닌 다른 사물을 그려낼 때, 즉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근거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상상해 낼 때 시론에서는 유추적(類推的) 이미지라고 한다.
예를들면 안경을 보고 안경의 두 테가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이미지를 그려냈다거나 긴 허리띠를 보고 뱀으로 상상을 했다면 면 두 사물이 지닌 유사한 특징 안경의 '두 테'의 형싱과 '길다란' 형상이 바로 유추적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2) 연상적(聯想的) 이미지
두 사물의 인접성이나 친근성에 근거하여 떠오르는 이미지로, 꽃을 보자 벌이 생각나고,
벌을 생각하자 꿀이 떠올랐다면 이것이 곧 연상적 이미지인 것이다.
이렇듯 두 사물의 인접성이나 친근성에 근거하다 보면 '바다'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고기'를 끌어들이고 '숲'을 말하면서 지저귀는 '새'를 등장시키는 것 등이다.
그런데 모던이즘이 주류를 이루는 오늘의 현대시는 사물과 이미지 사이에 동일성이나 인접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는바, 이는 유추적 이미지나 연상적 이미지보다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고자 함이다.
이 상상적 이미지에 관하여 임보 시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통해 그 개념을 정의 하고 있다.
5. 상상적 이미지(창조적 이미지)
시인의 상상력에 의하여 그려놓은 낯선 이미지를 상상적(想像的) 이미지 혹은 창조적 이미지라고 하는데 이 상상적 이미지는 바로 현대시를 난해하게 하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미지들은 과거의 누구에게서도 제기되지 않았던, 처음으로 들춰진 낯선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지만 우선 신선하고 신기하게 와 닿는다.
뿐만 아니라 유추적 이미지와 연상적 이미지는 동일성과 인접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대상과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의미망은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적 이미지인 경우는 대상과 이미지가 동일성이나 인접성으로 고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두 관계는 무한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독자들은 자기들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시인이 제시한 이미지에 끝없는 의미망을 구축할 수 있다.
소위 수용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창조적 독서가 능률적으로 실현될 수 있게 된다.
현대시에서 상상적 이미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 상상적 이미지는 대상이 시인에게 스스로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대상 속에 파고들어 발굴해 내야 하는 것임을 기억 해야 한다.
광부가 하나의 광맥을 찾기 위해서 수백 미터의 지하를 뚫고 들어가듯이, 창조적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은 예지와 인내와 노역을 동반하는 고행의 길이다. 그것은 사물과의 피나는 투쟁이며, 세계를 처단하는 폭력이며,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는 독재다. 시인이 그러한 고뇌를 감수하면서도 시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이 독재적인 창조를 통해 맛보는 환희로 보상받기 때문이리라.
시의 눈부신 씨앗―영감은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찾는 자의 몫이다.(임보)
슬픈 오르가슴 / 이근모
오르가슴은 슬프다
저리도 흐느끼는 걸 보면
그렇게 흐느끼다가
울다가
심장 가까운 곳에 모여든
슬픔을 밀어내는
독한 사랑의 울음 소리
오르가슴 이라는 환희의 오류가
오르가슴 이라는 울음에서 시작되는
저
슬픈
오르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