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花 漢詩모음
1.십일국(十日菊)
가정(稼亭)이곡(李穀)(1298-1351)
고려말 학자 본관 한산 자 중보 화가정 여말 대유학자 이색의 아버지이다. 정당문학 도첨의찬성사에 이르고 시문에 능하였다. 한산의 문헌서원 영해의 단산서원에 봉향되었고 가정집4책 20권이 있다. 시호는 문효이다.
中秋十六夜 月色更輝輝 중추절도 열엿새 밤 달빛 더욱 밝은데,
重陽十日菊 餘香故依依 중양절 하루 지난 오늘 국화 향기 여전히 은은하여라
世俗尙雷同 時過非所希 세속은 유행에 부화뇌동하여 명절만 지나면 관심도 없지만
獨憐此粲者 晩節莫我違나는유독 청초한이꽃을사랑하노니만년의절조지킴이내마음에꼭들어
臨風欲三嗅 又恐旁人非 바람결에몇번이나향내맡고도싶다마는주위의사람이뭐라고할까또겁이 나니
不如泛美酒 昏昏到夕暉 주위의사람이뭐라고할까또겁이나니곤드레만드레황혼녘까지함께하리라
2.중구일(重九日)에 가정(稼亭)이곡(李穀)(1298-1351)
九日黃花酒 오늘은 중구일 국화주 마시는 날
高堂白髮親 고당에 계시는 백발의 모친 그리워라
遠遊空悵望 원유하는 몸 괜히 서글퍼질 수밖에
薄宦且因循 시시한 벼슬에 마냥 끌려 다니기만
秋雨荒三逕 세 오솔길 거칠어질 가을날의 비요
京塵漲四隣 사방에 넘쳐흐르는 서울의 먼지로다
登高猶未暇 사방에 넘쳐흐르는 서울의 먼지로다
極目恐傷神 눈에 보이는 것마다 마음이 상할까 봐
3.국화를 심고나서 이장에게 증정하다[種菊呈李丈]
계곡(谿谷)장유(張維)(1587-1638)
자 지국(持國) 호 계곡(谿谷) 본관 덕수(德水) 시호 문충(文忠) 사계 김장생의 문인 광해 인조조의 문신 관료학자 계곡집(谿谷集) 게곡만필(谿谷漫筆)
南鄰乞菊蒔東籬 煙雨冥冥長綠枝
待到霜天開爛熳 濁醪相對賦新詩
籬邊對酒陶潛醉 澤畔餐英屈子飢
肯與衆芳爭物色 獨憐千載愜心期
이웃에서 국화 얻어 울타리에 심으니
가랑비는 부슬부슬 초록색 가지 늘씬늘씬
무서리 속에 국화꽃 활짝 필 적에
탁주 잔 기울이며 시 한번 지어보세
도연명(陶淵明)은 울 가에서 너를 보며 술 취했고
굴자(屈子)는 물가언덕에서 꽃잎 주워 배 채웠지
뭇 꽃들과 겉모양을 다투려 하랴
홀로 천년을 지기(知己)로 사랑받았어라
4.국화를 심고나서 지은시의 운을다시 써서이장에게 답하다[再用種菊韻答李丈]
楚楚茅簷短短籬 籬邊種菊兩三枝
等閑吟咏傳同調 贏得諸公幾首詩
消磨長夏付殘棊 十載才名不救飢
白酒相要鄰社會 黃花莫負歲寒期
말쑥한 초가 지붕 낮게 친 집 울타리
울 곁에 국화꽃 두세 가지 심어 놓고
심심하면 시 지어서 동조에게 주시는 분
그래 제공의 시 얼마나 많이 얻으셨소
긴긴 여름 맨날 바둑으로 소일할 뿐
십 년토록 배고픔도 구제 못한 재명일세
이웃 동네 술자리 소주 함께 마시면서
국화마냥 세한의 뜻 저버리지 마십시다
5.비 오는날 국화를감상하며이웃집에서조촐한 술자리를갖다[雨中賞菊鄰家小飮]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1651-1708)
자 대유(大有) 호 농암(農巖) 본관 안동 시호 문간(文簡) 영의정 김수항의 아들 아우 김창흡(金昌翕)과 더불어 문장과 학문에 뛰어난 관료문인학자
차가운 비 추적추적 흠뻑 젖은 국화꽃 寒雨蕭蕭沾菊花
애벌 익은 막걸리 더 기다릴 필요 있나 濁醪初熟不須賒
술잔에 그저 술만 꾹꾹 눌러 주구려 樽前但得盃長滿
지긋지긋한 객지 생활 집 생각 다시 안 나도록 久客無心更憶家
구월 구일 금산(金山)에서 먼지바람 일으키며 金山九日起風埃
뒤도 아니 돌아보고 남으로 치달릴 제 使者南馳不顧迴
길가엔 여기저기 노란 국화 피었는데 一路開花黃菊徧
흰옷 입은 심부름꾼 뉘 집에 술 보내나 誰家送酒白衣來
이 몸 없는 고향 집은 즐거움이 적을 터 亦知故里歡娛少
타향 땅의 명절이 그저 슬플 따름일레 終覺殊方物候哀
재 위엔 구름마저 아스라이 깔렸으니 況是嶺雲橫極目
높은 누대 어디에서 내 고향 찾아볼까 望鄕何處覓高臺
7.금년에 국화를 적게 심은 탓에 꽃이 핀 다음 자탄을 하다.
근래에 병든 탓에 마음도 게을러서 年來病與懶相隨
국화를 예전보다 적게 심었노라 蒔菊培根減昔時
두어 송이 차가운 꽃이 외롭게 향기를 풍기니 數朶寒英孤發馥
달밤에 성긴 그림자 맑고도 신기하다 月中疎影亦淸奇
8.국화 화분이 이웃집 화재 때문에 깨진 것을 탄식하다.
태수가 적적해하는 나를 가련하게 여겨 太守憐我意蕭索
두어 자 되는 국화분을 보내 주었네 把贈數尺盆中菊
조밀한 잎사귀는 무성하게 자라 맑은 이슬이 맺혀 있고 密葉離披受淸露
가는 줄기는 부드러워 외딴 대나무에 의지했네 細莖軟脆依孤竹
벌써 중양은 지났건만 피려 들지 않더니 已過重陽不肯開
서리가 내리자마자 꽃망울을 터뜨렸네 直待天霜始發馥
뜰에다 두었더니 그림자가 쌍을 이루고 置之中庭影成雙
찬찬한 차가운 자태 항상 눈에 있어라 粲粲寒姿常在目
한밤중에 갑자기 이웃집에 불이 나서 鄰家夜半忽失火
가시나무를 타고 집으로 번져 오기에 火緣栫棘將及屋
경황없이 옷을 입고 한켠으로 피하여 蒼皇拂衣避一隅
나가고 싶었지만 갇혀서 어쩔 수가 없었네 欲出其如圍以木
내 몸이야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더라도 自分將身付灰燼
경황없는 중에 화분을 옮겨 화염을 피하였네 遑念移盆避炎燠
읍리가 호각을 불며 와서 서로 구하고 邑吏吹角來相捄
수삼십 인이 분주하게 서둘러 대었네 數三十人亂奔蹴
잠시 후에 천풍이 불어 불이 꺼지니 須臾天風反火滅
죽었다가 살아난 것을 일찍이 점치지 못하였네 入死偸生曾未卜
무너진 울타리를 일으키고 옛 떨기를 찾았더니 始起堆籬覓舊叢
작은 화분이 깨져서 기울고 엎어졌더라 小盆破裂傾且伏
한숨 쉬며 닦아서 끌어 내고 보니 噓唏拂拭手提出
차가운 꽃 성긴 가지가 다시 우뚝하고 冷蘂疎枝看更矗
예전 흙도 그대로 뿌리도 튼튼 舊土猶全根自若
새끼줄로 화분을 묶어 놓으니 넘어지지 않고 以繩約盆盆不覆
매만지며 향기를 맡으며 서로 조상하였네 摩挲三嗅暗相弔
너나 나나 살았다만 누구의 축하를 받으랴 爾我生全誰所祝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씻겨도 오히려 선명하여 風撓雨洗篆鮮明
마침 황금빛 꽃이 아침 햇살에 영롱한 것을 보노라 會見金英映朝旭
너에게 견주어서 살아가는 이치를 유추해 보니 憑渠細推倚伏理
어제와 오늘 화와 복을 겸했더구나 昨日今朝禍兼福
국화꽃 가지를 꺾어 북궐에 드리고 싶다만 欲折霜枝獻北闕
묶여 있는 이 몸 처량한 신세를 어찌하랴 奈此羈蹤窮蹙蹙
차라리 차가운 계절에도 변하지 않는 약속으로 寧將交契指歲寒
아침저녁으로 꽃잎 따다 주린 배나 채우리라 日夕摘餐充飢腹
유독 한스런 것은 제자리 아닌 데다 뿌릴 둔 것이니 獨恨托根非處所
조만간에 너를 안고 암곡으로 가리라
9.중양일(重陽日)에 국화를 읊다
서른아홉 번째 맞는 이날에도 三十九重陽
찬 꽃은 예같이 노랗거늘 寒花一樣黃
왜 이 검던 귀밑머리는 奈何雙鬢髮
절반이 하얗게 달라졌나 換綠半染霜
10.국화(菊花)를 읊다 2수
봄이 꽃 피우는 것 맡았거늘 靑帝司花剪刻多
어찌하여 가을이 또 꽃을 피우려 하나 如何白帝又司花
서늘한 바람 날마다 불어오는데 金風日日吹蕭瑟
어디서 따뜻한 기운 빌려다가 꽃을 피우는지 借底陽和放艶葩
봄 힘 빌리지 않고 가을 빛에 피었기에/ 不憑春力仗秋光
한 줄기 찬 꽃 서리에도 늠름하다네 故作寒芳勿怕霜
술 가진 사람 누군들 너를 버릴 수 있겠는가 有酒何人辜負汝
도연명만이 그 향기 사랑했다 말을 마라 莫言陶令獨憐香
11.중양절[九日]
젊었을 때는 중양절 만나면 少年遇重陽
부지런히 황국을 찾았었네 汲汲索黃菊
좋은 술 나쁜 술 따지지 않고 不論酒醇醨
이것 띄우니 향내 풍기더라 泛此香馥馥
지금은 녹봉 좀 넉넉하여 如今祿稍豐
독 안에 좋은 술 담겨 있어도 甕有浮蟻綠
내 늙고 게을러서 緣我老且慵
정취(情趣) 없어 삭막하도다 索莫情味薄
국화야 피거나 말거나 任爾霜葩開
시절 빠른 것만 슬퍼하누나 但悲時節促
손이 오매 굳이 잔 씻어 客來强洗盞
한 잔 술에도 즐거움 족하구나 一酌歡已足
울타리 옆 꽃으로 하여금 免使籬邊花
부끄러움 면하게 했네 厚顔終愧恧
12.중양절(重陽節) 뒤의 국화
서릿발 차가우니 자태 한결 곱고 霜寒偏艶艶
연기 자욱하니 더욱 또렷하구나 煙暝更煌煌
이미 중양절 놓쳤지만 已負重陽飮
오늘이나마 너 따라 한 잔 하리라 從渠此日黃
13.국화를 읊다[詠菊]
정포(鄭誧)
나는 황금빛 국화를 사랑한다 我愛黃金菊
서리를 업신여겨 빛을 내나니 凌霜有光輝
홀로 서 있으니 늦은 것이 다시 좋아 獨立晩更好
외로운 꽃다움이 미약하다 뉘 이른고 孰謂孤芳微
바람 서리 아무리 차고 매우나 風霜雖凜冽
그 위엄도 또한 두려울 것 없어라 亦不畏其威
국화를 먹으면 늙음을 방지하는 데 족하니 足以制頹齡
나의 주림 구제할 뿐 아니리라 匪獨救我飢
14.대국 유감(對菊有感) 김부식(金富軾)
늦가을 철에 온갖 풀 다 말라졌는데 季秋之月百草死
뜰앞 국화만이 서리를 능멸하고 피었구나 庭前甘菊凌霜開
풍상에 하는 수 없이 점점 시들어가도 無奈風霜漸飄薄
벌과 나비는 다정하여 아직 빙빙 감도네 多情蜂蝶猶徘徊
두목은 취미에 올랐고 杜牧登臨翠微上
도잠은 흰 옷 입은 사람을 바랐네 陶潛悵望白衣來
옛 사람들 생각하며 세 번 탄식하노라니 我思古人空三嘆
명월이 문득 황금 술병에 비춰 오누나 明月忽照黃金罍
15.국화를 심다. 3수(三首)
국화 심어 나의 청결함 더하매 種菊添我淸
천공이 도리어 나를 시기해서 天工却娟嫉
비 그치어 바람으로 흔들어 대고 罷雨動以風
구름 거두어 햇볕으로 쬐어 대니 收雲炙以日
스스로 못 버티고 흔들거려라 搖搖不自持
토맥이 아직 조밀하지 못함일세 土脈方未密
원컨대 저녁 내내 흐리게 하여 願借終夕陰
국화의 생기가 넘치게 해줬으면 令渠生意溢
국화 심어 내 깊은 정취 더하니 種菊添我幽
문창이 갑자기 깨끗하고 고와라 軒戶俄淸姸
긴 줄기는 찬 옥을 깎아 놓은 듯 長莖削寒玉
연한 잎은 푸른 연기가 어린 듯 嫩葉凝靑煙
이미 갰다 또 비가 오려고 하니 旣晴又欲雨
네 본성 상할까는 걱정 없구나 不憂傷爾天
천공이 어찌 나에게 사정을 두랴 天工豈私我
만물의 생장은 각각 자연이라네 物生各自然
국화 심어 내 뛰어난 정 더함은 種菊添我逸
추운 겨울을 깊이 기약함이라오 深期在歲暮
서리는 맑고 아름다운 빛 밝아라 霜淸秀色明
막걸리와 서로 잘도 어울리누나 白酒相媚嫵
모자 떨군 건 절로 풍류였지만 落帽自風流
유연의 정취는 그 누가 알런고 誰會悠然趣
도연명은 천년의 인물이라서 淵明千載人
찾아가려도 길을 몰라 염려로세 欲訪恐迷路
16.국화를 대하다.
동이 밑에 푸른 진흙이 촉촉하니 靑泥盆底潤
국화 향기가 방 안에 그윽하구나 黃菊室中幽
눈 앞에 환히 핀 모습을 사랑할 뿐 只愛開當面
어찌 머리 가득 꽂을 필요 있으랴 何須揷滿頭
외로운 솔은 팽택의 저문 해이고 孤松彭澤晚
쇠한 혜초는 초강의 가을이로다 衰蕙楚江秋
정성스런 모습이 군자를 짝했는데 耿耿配君子
꽃다운 그 맘을 누가 다시 찾을런고 芳心誰復求
17.국(菊)
중추에 이미 노랗게 핀 국화 가지를 보고 中秋已見菊枝黃
목은 노인 바람 앞에 한번 길이 탄식하네 牧老臨風一嘆長
만일 소년 시절이라면 내 급히 뛰어가서 恰似少年吾躁進
서리 띤 은은한 향을 맡아볼 수 있으련만 帶霜能得細吹香
수다한 홍화 백화가 다 국화엔 뒤지거니와 朱白紛然共讓黃
재배를 공교히 했기에 또한 오래도 가누나 栽培巧矣亦能長
용산에서는 구일에야 한창 성하게 피어서 龍山九日開方盛
반쯤 취해 돌아오매 모자 가득 향기로웠지 半醉歸來滿帽香
중추절엔 둥근 달 아래 그림자를 놀리고 中秋弄影月流空
시월엔 눈 속의 떨기에서 향기를 풍겨라 十月吹香雪壓叢
풍광을 차지한 게 어찌 그리 크고 너른고 占得風光何大闊
쇠한 늙은이 꽃 대해 거듭거듭 탄식하노라 對花三歎有衰翁
18.국화의 말을 대신하다.
내가 서리 맞고 핀 게 어찌 이름을 위함이랴 我向霜風豈爲名
코머거리에게 향기요 맹인에게 빛일 뿐인걸 香於齆者色於盲
알아준 이는 다행히도 도연명이 있었으니 相知幸有淵明在
목은은 홀로 늦게 난 것을 짜증내지 마소 牧隱休嗔獨晚生
19.국화를 대하여 짓다.
시경 가운데 초목 이름을 많이도 알지만 多識詩中草木名
참으로 오색이 눈을 흐리게 함과 같거니 眞同五色使人盲
우수수 낙엽진 쓸쓸한 가을 하늘 석양 아래 秋天搖落斜陽裏
늙은이 위로해 주는 국화를 유독 사랑하노라 獨愛霜葩慰老生
20.국화를 노래하다.
울 밑의 국화꽃 마치 황금을 흩뿌린 듯 籬下黃花如散金
노옹이 상대하며 홀로 나직이 읊조리네 老翁相對獨微吟
중양엔 몸을 꼭꼭 숨겨 너무 한스럽더니 重陽最恨藏身密
시월엔 용의가 주도해서 오히려 놀라워라 十月還驚用意深
꽃잎 띄우는 일이야 막걸리인들 마다하랴만 泛泛不辭隨白酒
예법만 차리는 사람과는 심심해서 싫으렷다 寥寥寧願對靑衿
늙음을 막는 술법이 없지야 않겠지만 頹齡可制非無術
아득해라 벽담은 어느 곳으로 찾아갈꼬 杳矣碧潭何處尋
21.국화를 읊은 이제경 시에 차하다[次李濟卿詠菊]
우리 울타리 가에 심었던 것을 得我籬邊種
그대 뜰 위에 심으라고 나눠줬지 分君階上欄
꽃 폈을 때 보려고 말고 不取芳時玩
한 해가 저물어갈 때 보게나 須要歲晏看
22.분국을 읊은 이제경 홍상 의 시에 답하다[酬李濟卿 弘相 咏盆菊]
한 해도 저물어가고 백초가 다 죽는데 歲晏百草死
네 얼굴은 어찌 그리 곱기만 하다더냐 憐爾顔色鮮
너 홀로 꽃다운 마음 가졌기에 芳心獨自持
피고 시드는 것 하늘이 하는 일 아니란다/ 榮悴非在天
때늦은 감이 없지야 않지마는 偏多後時感
재상의 사랑 바라지 않는다네 不取中堂姸
몹시도 가엾은 군자의 마음 惻愴君子意
너와 함께 늘그막에 잘 보내야지 遲暮要相全
23.분재(盆栽)한 국화
국화가 동쪽 울 밑에 가득한지라 黃花滿東籬
아이 불러서 물 길어다 흠뻑 주고 呼兒汲水滋
질동이에 옮겨 심으니 더욱 좋아라 瓦盆移更好
띠 지붕과 마주해 서로 잘 어울리네 茅屋對相宜
찬 꽃송이는 중과 함께 완상하는데 冷艶僧同賞
뛰어난 향기를 나비는 모르는구나 奇香蝶未知
굳이 남산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南山詩不要
손수 꽃 따서 금 술잔에 띄우노라 手摘泛金巵
24.정원의 국화가 성하게 피었으므로 달빛을 마주하여 홀로 술을 마시면서 차공(次公)을 생각하다 3수
구월의 서릿바람이 해진 적삼에 불어 오니 九月霜風吹弊衫
모자 밖으로 짧은 백발 늘어져 흩날리어라 破紗短髮白毿毿
백 년 가운데 정히 오십사 세가 되었건만 百年政値五十四
만사를 백에 한둘도 이룬 것이 없네그려 萬事無成百二三
스스로 국화를 꺾어 머리 위에 꽂았는데 自折黃花頭上揷
다시 밝은 달이 떠서 술동이에 잠기누나 更有明月樽中涵
때로는 첩에게 고운 소리의 창가를 시키고 時敎小妾低聲唱
홀로 술을 마셔도 크게 취할 수가 있고말고 獨酌亦能成大酣
스스로 한 잔 따라 마시고 또 한 잔 마셔라 自酌一杯復一杯
술잔 들고 달에게 묻노니 달은 아름답구나 擧杯問月月佳哉
국화는 절묘한 빛이 있음을 잘 알거니와 極知黃花有妙色
막걸리는 뛰어난 재능 없다고 말을 마소 莫曰白醪無奇才
천지간에 부앙할 제 귀에는 열이 나지만 俯仰乾坤耳生熱
세상 따르는 이 신세 맘은 이미 식었다오 浮沈身世心已灰
서풍이 소매 가득 불어 올 제 홀로 섰는데 西風滿袖立於獨
반가운 이가 있긴 하나 생각해도 아니 오네 猶有可人思不來
늙은이가 시에 안 미치면 곧 술에 미치는데 老不詩狂卽酒顚
타고난 풍취가 많은 거라 되레 자연스럽네 只多天趣還自然
가슴속엔 어찌 한 가지 일인들 걸림 있으랴 胷中何曾掛一事
천하엔 백 년 사는 이 없음을 또한 알고말고 天下亦知無百年
이러한 국화 철엔 밝은 달이 더욱 좋아서 如此黃花可明月
스스로 흰 눈 뜨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네 自將白眼望靑天
생각 있거든 내일 아침에 거문고 안고 와서 明朝有意抱琴到
나의 때 묻은 회포를 통렬히 씻게 해 주게나 使我塵懷能痛湔
25.우국재(友菊齋)에게 부쳐서 국화(菊花)를 빌려다가 옮겨 심고자 하다
고재의 국화는 몇 종류나 되는가 高齋菊幾種
비가 오거든 옮겨다 심으려는데 乘雨欲移栽
두로처럼 어찌 늦은 걸 혐의하랴 杜老何嫌晩
도잠의 국화 피기만 기다리려네 陶潛擬待開
향기론 덕은 그대가 사랑하거니와 馨香君愛德
은자의 자품은 내가 예뻐하고말고 隱逸我憐才
중양절이 장차 이르거든 重九行當至
국화 띄워 서로 한 잔 권하자꾸나 浮黃侑一杯
아름다운 국화는 천성이 탁월하여 佳菊有至性
뛰어난 품이 세속 자태 벗어났어라 英英無俗姿
나는 왜 그리도 몹시 사랑하는지 我愛一何深
비 맞으며 동쪽 울로 옮겨 심었네 帶雨移東蘺
장차 꽃이 피는 가을을 기다려서 待得花開時
꽃잎 따서 술잔에 둥둥 띄우련다 採採浮酒巵
천재 이전의 저 시상 노인이 千載柴桑翁
나와 서로 흉금을 같이하였네 與我同襟期
27.국화를 옮기면서 거창군(居昌君) 신공(愼公) 승선(承善) 에게 부치다
삼삼의 오솔길에 국화 처음 옮겨 심었으니 三三小徑初移菊
구구의 중양절엔 국화주를 마실 수 있으리 九九良辰可擧杯
내가 오늘 아침 비 온 때를 틈타서 심었으니 我欲今朝因雨種
그대는 중양절에 거문고를 안고 와야 하네 君宜當日抱琴來
28.국화를 대하여 읊다 신축년에 흉년이 들었으므로 감회가 있어 짓다.
흉년이라 울적한 회포 씻을 길이 없었는데 凶年懷抱鬱難湔
국화가 있어 그나마 한 번 웃을 수가 있었네 爲有黃花一粲然
조물주도 흉년 들게 한 걸 스스로 꺼렸기에 造物自嫌年未有
저녁 바람에 만금의 돈을 만들어 내는구나 晩風鎔出萬金錢
29.국화 핀 오솔길에 술자리를 열다
갑작스런 서풍에 어젯밤 서리가 내리더니 金風驀地昨夜霜
울타리 국화 다 피어서 수없이 향기로워라 籬菊盡開無數香
보고 또 보니 낱낱이 절로 좋은 빛깔일세 看看一一自佳色
붉고 하얀 꽃 사이에 노란 꽃도 섞이었네 紅紅白白間黃黃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술잔 서로 권하니 兩人對酌侑深杯
잔 가득 파란 포도주가 막 넘치는구나 十分瀲灔葡萄醅
후일에 이 즐거움을 내 또한 누리고말고 他年此樂我亦有
소매 속에 이미 귀거래사를 초해 놓았네 袖中已草歸去來
30.흰 국화
예쁜 자태 흰 꽃송이가 늦가을에 피어서 輕盈玉蘂殿秋開
빙설 같은 정신이 매화와 겨룰 듯하여라 氷雪精神欲鬪梅
서로 마주해 말없이 물처럼 담담히 섰는데 相對無言淡如水
다시 나무 끝에 떠오르는 밝은 달도 보겠네 更看明月上梢來
31.국화를 탄식하다
작은 집에 일찍이 세 갈래 오솔길을 내놓고 小院曾開徑有三
가을이 오면 때로 다시 흥취를 만끽했는데 秋來時復興淸酣
금년에는 풍류가 줄어듦을 문득 깨달았네 今年頓覺風流減
국화가 시들었으니 옷도 잡힐 것 없고말고 老却黃花不典衫
32.국화(菊花)가 피지 않아서 서글픈 마음에 짓다
아름다운 국화가 금년엔 전년보다 더디어 佳菊今年開較遲
한 가을 정취가 동쪽 울타리에 아득하구려 一秋情興謾東籬
쌀쌀한 서풍은 대단히도 무정하기만 해라 西風大是無情思
국화에는 들지 않고 귀밑털에만 들어왔네 不入黃花入鬢絲
33.국화를 대하여
평생에 자연 경물을 지나치게 사모하는데 性癖平生戀物華
가지가지 온갖 꽃에 비범한 꽃도 많지만 百花種種賸天葩
청고한 내 맘을 어디에 비겨 하소연할꼬 吾心淸苦憑誰訴
매화엔 하소연 않고 국화에 하소연하노라 不訴梅花訴菊花
34.중구일(重九日)에 무신년(1488, 성종19)
좋은 명절 중양이라 흥취는 자못 넉넉건만 佳節重陽興頗饒
나를 초청해 함께 산 오를 사람은 없구나 無人邀我共登高
공연히 술만 즐기던 도령은 가련하건만 自憐陶令空耽酒
고 자를 몰랐던 유랑은 마냥 부끄러우리 長愧劉郞不識餻
등왕각에 베푼 연회는 자못 성대했거니와 滕閣開筵殊絶勝
용산에서 모자 떨군 건 역시 호탕하였네 龍山落帽亦狂豪
좋은 명절을 헛되이 저버릴 수 없으니 良辰不可虛辜負
손수 국화를 따서 막걸리에 띄워야겠네 手掇黃花泛白醪
35.분화(盆花)
한아한 꽃 다닥다닥 무수히 피운 까닭은 閑花槲槲無數開
맑은 향기를 연달아 보내오기 위함이라 爲有淸香遞送來
온종일 난간 기대어 보는 걸로 부족하여 終日倚闌看不足
달 밝은 밤 지팡이 짚고 다시 배회하노라 月明扶杖繞徘徊
36.뜰앞의 국화[庭前菊]
뜰앞에 꽃다운 국화가 있어 庭前有芳菊
뭇 풀 속에 가려 있네 掩翳衆草中
봄을 만나 제각기 아름다움 다투니 當春各爭姸
뉘라서 외로운 포기 돌보리 誰復念孤叢
어느덧 가을이라 서리 눈 내려 忽焉霜霰秋
으시시 구슬픈 바람이 많네 蕭颯多悲風
온갖 물건 다 시들고 병들었는데 百物盡凋瘵
아름다운 빛 홀로 싱싱하구나 佳色獨䓗䓗
꽃을 따려 해도 차마 못 따고 采采不忍摘
서성대며 속으로만 느껴보네 徘徊感予裏
언제나 두려워라 풍설(우)이 와서, 常恐風雪(雨)至
저 뭇 풀과 함께 시들까 싶어 與彼還相同
37.뜨락의 국화를 읊다.
국화 처음엔 노랗고 나중엔 희어져 菊有初黃終白者
스스로 서리 능가하는 자태 자랑하지만 自多猶是傲霜姿
처음과 나중 한결같아서 何如始卒還如一
서풍 멋대로 불도록 맡겨둠만 하리오 一任西風滿意吹
38.국화
세상일이란 지금에 길게 탄식할 만하니 世事如今可長嘆
두 사람 좋은 만남은 다시 오기 어려워라 佳期難復兩人同
안화가 있어 활짝 핀 국화 보기 부끄러워 眼花羞見黃花盛
서산의 모자 떨어뜨리는 바람 저버렸노라 孤負西山落帽風
39.국화를 옮기며 정지(貞之)에게 부치다.
오늘 비에 국화를 옮겨 심노니 今雨移黃菊
남산 아래 내 사는 집 있다오 南山是我居
몇 포기를 나누어 보내드리며 數叢分送似
묻노니 그윽한 아취 어떠하오 幽趣問何如
씻은 듯 정갈한 이름난 정원 속 灑落名園裏
조정에서 물러나 한가히 거니누나 逍遙退食餘
가을꽃이 장차 딸 만할 텐데 秋花行可采
날 잊지 말고 함께 술잔 잡으세 把酒莫相疎
40.국화
평생 경개한 절개 속진을 벗었나니 耿介平生自出塵
어찌 범상한 꽃들과 봄빛을 다투리요 肯隨凡卉與爭春
십 년 동안 초췌하게 시름젖은 길손 十年憔悴離騷客
만년을 전원에서 세속을 피하는 사람 晩卽田園避俗人
널 보매 가을이 또 저물어 놀라노니 對汝更驚秋日暮
바람 앞 세 번 향기 맡으매 백발이 새로워 臨風三嗅白頭新
비록 서리와 눈에 꽃잎 다 져버려도 從敎霜雪凋零盡
하늘 향해 공평하지 못하다 원망은 말라 莫向天工怨不均
41.국화를 보며 중열(仲說)과 함께 읊다. 3수(三首)
병들고 오래 술을 안 마셨나니 病來久不飮
술 안 마시는 게 무에 나쁘랴만 不飮庸何傷
마음에 차마 미안한 게 있다면 但有不可忍
동쪽 울 밑의 국화를 저버리는 것 負此東籬香
읍취헌 벗님을 뜻밖에 만나고 邂逅翠軒叟
다시금 금옥 같은 시구를 듣노니 更聽瓊琚章
돌아갈 길을 서두르지 마오 歸途莫卒卒
아득한 하늘에 초승달이 지누나 新月墮茫茫
병중에 가을이 다 가 놀랐더니 病裏驚秋盡
아침 녘 문득 술향기 풍겨오누나 朝來聞酒香
어서 우리 벗님 불러와야겠군 徑須要此老
새로 시 읊는 일없어선 안 되지 未可闕新章
강호는 길이 가서 은둔하기 좋지만 湖海宜長往
문장은 원기 상하는 것 꺼리느니 文章忌大傷
술 깨어 살고 술 취해 죽는 몸 醒生與醉死
세상 모든 일이 몹시도 아득해라 世事劇茫茫
나는 병들어 술잔 못 드는데 我病不擧酒
국화만 속절없이 절로 향긋해라 寒花空自香
둘도 없는 우리 벗님 만나니 相逢三徑叟
오언시 읊어서 술을 권하누나 侑以五字章
이 한 잔일랑 사양하지 마오 一飮莫辭劇
혼자만 마시자니 참 안쓰러우이 獨醒良可傷
인생 백 년이라 호해의 흥이 百年湖海興
이로부터 다시금 아득해지리니 從此更茫茫
42.들국화
가을 모습 중양절과 원래 상관없는 건데 秋容元不管重陽
어찌하여 꽃 따기를 스스로 좋아했나 自好何曾願擷芳
한스런 건 소릉의 눈이 밝지 못한 거로 堪恨少陵無老眼
꾸미지 않은 자태 그게 바로 천향(天香)이네 野姿眞是得天香
이 늙은이가 한가로운 가운데에 두보(杜甫)의 탄정전감국화(嘆庭前甘菊花) 시를 읽어 보니 “울타리 가 들판에 뭇꽃이 많기에, 자잘한 꽃 따 들고서 중당으로 오르네.[籬邊野外多衆芳 採擷細瑣升中堂]”란 시구가 있었는데, 이는 들국화의 종류를 가리킨 것이다. 내가 시냇가에 작은 집을 짓고 살면서 들국화가 막 피는 것을 보니, 색깔과 향기가 또한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에 인하여 절구 한 수를 지어서 조롱에 대해 해명하였다
43.국화 3수(三首)
세간의 돈 교만한 이 절로 알아보나니 世間錢貨解驕人
선생께선 필시 늙어 가난하지 않았으리 未必先生老更貧
동취와 천향은 절로 분별 있는 거로 銅臭天香有分別
한 가지의 국화가 몇천 꿰미보다 낫네 一枝知勝幾千緡
땅 가득히 꽃이 피자 나비들은 바쁜데 滿地開花蝶變遷
청빈한 삶 조물주가 가련하게 여기었네 淸貧忽被化工憐
인간 세상에선 시름 깊은 날이 있는 거니 人間且有窮愁日
국화 금돈 가져다가 술값을 대신하리 儘把金錢當酒錢
찬 눈 속에 핀 매화엔 미치지 못하지만 不及梅兄冰雪辰
복사꽃 오얏꽃과 봄 다툼은 수치이네 羞從桃李與爭春
쓸쓸하니 풍상 속에 피었다가 지는 너와 蕭蕭搖落風霜裏
천고토록 시상이 지기지우 되었구나 千古柴桑知己人
44.국화를 대하여서 장난삼아 짓다.
동파옹이 애써 아는 체한 일이 우습거니 長笑東坡强曉事
춘풍 속에 붉은 꽃이 흰머리에 비치었네 春風紅艷映華顚
그 꽃 본디 노인 오래 살게 하기 위한 거니 渠花本爲老人壽
서리 꽃잎 하얀 머리 가 있는 게 마땅하네 霜蘂端宜霜鬢邊
45.국화를 대하여서 장난삼아 짓다.
동파옹이 애써 아는 체한 일이 우습거니 長笑東坡强曉事
춘풍 속에 붉은 꽃이 흰머리에 비치었네 春風紅艷映華顚
그 꽃 본디 노인 오래 살게 하기 위한 거니 渠花本爲老人壽
서리 꽃잎 하얀 머리 가 있는 게 마땅하네 霜蘂端宜霜鬢邊
46.들국화
세상에서 들국화 알아주지 않으면서 山菊世不數
명품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마는 由來名品微
아무나 한 다발 꺾게 하는 무심의 경지는 어떠하며 無心供采掇
손 댈 때 언뜻 풍겨 주는 그 향기는 또 어떠한고 觸手暫芳菲
난초 방초(芳草)도 결국은 믿기 어렵나니 蘭蕙竟難恃
괜스레 바람 이슬 혼자 위세 떨게 할 뿐 風霜空自威
깊은 산골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徘徊幽澗底
너와 같은 모습은 또한 보기 어렵도다 似汝亦云稀
47.지다 만 국화
하양의 오얏 복사 분수 아니고 不分河陽樹
초택의 국화 가지 유독히 좋네 偏憐楚澤枝
서로 보자 무궁한 뜻 다하지 않아 相看意不盡
해 저묾에 다시금 슬픔 머금네 歲暮更含悲
48.菊花 南冥 曺植
三月開花錦作城 如何秋盡菊生英
化工不許霜彫落 應爲殘年未盡精
삼월에 꽃을 피워 비단으로 성을 이루는데,
국화는 어이하여 가을이 다 지나야 꽃을 피우나?
조물주가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
응당 시들어가는 해의 다하지 못한 정을 위해서겠지?
49.咏菊 국화를 읊다. 주정朱椗(1667-?)
籬菊開花早 秋風有意催
催花也自是 攻入鬢毛來
울타리 양지쪽에 국화 일찍 곱게 피니
서리 온다 가을바람 재촉함이 분명코나
국화 빨리 피는 것을 재촉함은 좋거니와
귀밑머리 서리 들어 셀까하여 걱정일세
50.種菊 東岡 金宇顒
聞來與世統相忘 微雨淸齊一炷香
花塢移栽數總局 歲寒要看傲風霜
세상에 들려오는 소식들을 서로 잊고
가랑비 내리는 깨끗한 제실에서 향불을 피우고
꽃 언덕에 국화 몇 뿌리를 옮겨 심어
새해가 되도록 서리 이겨냄을 보고자 하노라
51.盆菊 金麟厚(1510-1560)
十月淸霜重 芳叢不耐寒 방총불내한
枝條將萎絶 花蕊半凋殘 화예반조잔
北闕承朝露 東籬謝夕飡 동리사석손
貞根期永固 歲歲玉蘭干
시월 달 찬 서리 거듭 내리어 송이송이 고운국화 추위 못참네
가지마다 늘어져 잎 새 시들고 꽃송이 처량하게 떨어진다네
뜰 위에 아침이슬 실컷 머금고 울밑에 저녁햇살 싫어하노니
언제나 뿌리만은 길이 엉키어 해마다 난간 위에 곱게 피거라
52.분국 黃暹(1544-1616)
帶雨香根信手分 遮曦灌水不辭勤
積功收效風霜裏 白酒浮黃滿酌醺
비 맞으며 국화묘를 분에 옮기어 열심히 해 가리고 물을 주노니
시월이라 가을되어 서리 내릴 때 술잔 위 향기 뛰어 취케 마시리
53.秋日 權遇
竹分翠影侵書榻 菊送淸香滿客意
落葉亦能生氣勢 一庭風雨自飛飛
대 그림자 시원하게 서탑에 돌고 국화는 향기로워 옷속에 지네
뜰 앞에 지는 잎 뭐가 좋은지 쓸쓸한 비바람에 펄렁대누나
54.詠黃白二菊 高敬命(1533-1592)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가을들어 노란국화 너 홀로 고울소냐 희게 핀 하얀국화 어이아니 귀여운가
말 많은 세상사람 붉다 희다 하거니와 아마도 황국 백국 능상고절 일반일세
55. 乞 菊花 海原君 李健(1637?)
淸秋佳節近重陽 正是陶家醉興長 想見傲霜花滿砌 可能 分與一枝香
가을이라 중양절가까워지니때는 바로 새술취케 마실적일세
섬돌위 국화곱게 피었으려니 한가지 좋은 향기 나눠주시오
56.詠菊 高義厚
有花無酒可堪嗟 有酒無人亦奈何
世事悠悠不須問 看花對酒一長歌
꽃피자 술이 없어 애초롭더니 꽃 익어도 입안오니 더욱 슲구나
허영청한 세상일 묻지를 마소 꽃속에 술 마시며 노래 부르네
57.庚寅 重九 金莘尹 1180?
輦下干戈起 殺人如亂麻
良辰不可負 白酒泛黃花
구중궁궐 깊은속에 무슨 난리 있었기에 사람들 가엽게도 삼대모양 쓸린다오
한해 한번오는 명절 그냥보냄 서운키로 국화 밑에잔을 들어새는시름헤쳐보리
58.折菊 申光洙
南山秋宿故人家 折得歸時 黃菊花
肩輿緩入楓林去 笑向驪江 白鳥誇
남산의 가을날 친구 집에서 자고 돌아올 때, 꺽은 노란 국화
가마가느릿느릿 단풍숲으로들어갈무렵 웃음지으며 여강의백구한테자랑하네
60.晩秋 李德懋
小齋秋日不勝淸 手整葛巾聽水聲
案有詩篇籬有菊 人言幽趣似淵明
작은 서재 가을은 너무 맑은데 손으로 갈포두건 바로잡고 물소리 듣네
책상에시가있고울타리에국화 있으니 사람들은 그윽한 멋 도연명 닮았다하네
61.重陽黃菊 金正喜
黃菊蓓蕾初地禪 風雨籬邊託靜緣
供養詩人須未後 集花百億任渠先
꽃망울 맻힌 노란국화 초지의 선승인 듯
비바람 속 울타리에 고요한 인연을 의탁했네
시인에게 공양하여 끝까지 기다려주니
수많은 꽃 가운데 너만 먼저 꼽는구나
62.大菊 有感 金富軾
季秋之月百草死 庭前甘菊凌霜開
無奈風霜漸飄薄 多情蜂蝶猶徘徊
杜牧登臨翠微上 陶潛悵望白衣來
我思古人空三嘆 明月忽照黃金罍 술잔뢰 罍
늦가을 온갖 풀 다 말랐는데
뜰 앞의 감국만이 서리를 능멸하고 피었구나
풍상에 어쩔 수 없어 점차 시들어도
다정한 벌과 나비는 아직 빙빙 감도네
두목은 아스라이 산기슭에 올랐고
도잠은 흰 옷 입은 사람이이 오기를 바랐네
옛사람을 생각하며 괜히 세 번 탄식하니
밝은 달이 문득 황금술병을 비추네
63.獨尋凌雲臺 李滉
穿林入谷訪烟霞 處處吹香野菊花
忽見丹崖臨碧水 愛深從此欲移家
숲속 골짜기 능운대를 찾아가니 곳곳에 들국화향기뿐일세
갑자기 절벽아래 푸른 물 다다르니 깊이 사랑하여 이제 집을 옮겨볼까
64.咸興客館大菊 鄭澈
秋盡關河候雁哀 思歸且上望鄕臺
慇懃十月咸山菊 不爲重陽爲客開
가을 다한 변방에 기러기소리 고향생각 절로나 망향대에 오르네
시월 달 은근한 함산 국화가 중양절이아니라 나를 위해 피었네
65.種菊贈李丈 張維
南隣乞菊蒔東籬 煙雨冥冥長綠枝
待到霜天開爛熉 濁醪相對賦新詩 노란운 熉
이웃에 국화 얻어 울타리에 심었는데
가랑비 부슬부슬 국화 가지 자라는데
무서리 속 국화 활짝 필 때 기다렸다가
막걸리 잔 기우리며 시 한수 읊어보세
66.偶吟 吳䎘
黙黙跏趺坐 堂無一點塵
正憐黃菊意 如待白衣人
묵묵히 가부좌로 앉았으니 방안에한점 티끌이 없네
노란 국화를 어여삐 하는 뜻은 백의의 선비를 기다리는 듯 하여서라네
67.野菊 洪世泰
野菊本無主 寒花開爲誰
行人來自折 馬上有新詩
들국화는 본래 주인 없으니 차가운 꽃 누굴 위해 피었나
길가는 사람들이 오다가다 꺽으니 말위에서 새로운 시 한 수 있다네
68.郵卒採野菊揷頭 金昌協
可憐野菊無人採 丹蘂蕭蕭路中草 꽃술예蘂
今日得歸頭上揷 風流却在馬前僮
슬프다 들국화 꺽는 이 없어
붉은 꽃 쓸쓸히 이슬 젖은 뜰 가운데 있네
오늘 돌아 오다 머리에 꽂으니
풍류가 도리어 말 앞의 아이에게 있구나
69.菊 金堉
繞舍循階皆種菊 開窓隨處可看花
翻嬚堆岸黃金色 却似貪錢富貴家
집둘레 섬돌가에 국화를 심으니 창을 열면 곳곳에서 국화보이네
언덕 이룬 노란 금빛 국화가 돈만 아는 부자 집 같아 싫기도하네
70.九日無菊 李彦迪
欲掇金錢泛酒卮 登高空折未開枝 술잔 치卮
傾壺漸發愁中笑 滿帽難成醉後奇
冷잔縱能酬晩節 淸芬堪嘆負可期
仍驚物理渾如許 吐馥流芳貴及時
누런 돈꾸러미 술잔에 띄우고파
산에 올라 피지도 않은 국화 가지를 꺽네
술병 기우려 근심 속 웃음 지으며
취한 뒤 모자 가득 꽂아보지만
차가운 꽃술 늦은 절개로 보답한다 해도
맑은 향기 좋은 계절을 저버림을 탄식하네
사물의 이치가 모두 이 같음이 놀라우니
꽃다운 향기를 토함은 때에 맞음을 귀히 여긴다네
71.菊 朴鍾厚
秋思不禁 白髮年 寒花何事獨籬邊
亂叢休說黃金散 圓体須看太極傳
恥列名園春似海 故隣玉井藕如船 연뿌리우藕
雨中百草糜欄死 祗爲忘憂一醉眠
가을되니 늙어간다는 생각 금할 수없는데
무슨 일로 국화꽃은 울타리 가에 홀로 피었나
어지러운 꽃잎들이 한데 모여서 말없이 황금색깔을 내고
둥근모양은 태극처럼 펼쳐있다네
이름난 정원에 부끄러운 듯 줄 지어 섰고
이웃한 맑은 샘물에 연꽃인양 떠다니네
빗속에 많은 풀들 시들어 죽어도
근심 잊고 편안하게 잠에 빠진다.
72.秋懷 鄭溶
菊水雨中花 秋景庭上梧
今朝倍惆悵 昨夜夢江湖
국화송이 비에 젖어 후줄근 하고 오동남무 병든 잎 가을은우네
아침 들어 모든 풍경 시들어가니 꿈속에서 놀던 강호 그리웁구나
重陽黃菊(중양황국) 김정희(金正喜)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망울 맺은 노란 국화는 초지의 선인 같아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 비바람 울타리 가 고요한석가래의탁했구나.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백억의 온갖 꽃 속에 널 먼저 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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