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

 

생기 가득한 봄바람은

초록 빛깔 가슴 가득 안고 와

온 땅에 뿌려놓는다

 

포근함이 가득한 봄바람은

꽃망울 가슴 가득 안고 와

꽃들이 활짝 웃게 만든다

 

그리움이 가득한 봄바람은

사랑을 한아름 안고 와

사람들의 마음에 쏟아놓는다

 

봄바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다

봄바람은 그리움을 쏟아놓고

너의 눈동자를 보고 싶게 한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봄바람

 

아침 햇살 아무도 모르는 척

지그시 눈감으면

 

징검다리 건너온

꽃샘바람 나 몰래 우리 누나

젖가슴 훔쳐보고

 

수줍은 우리 누나

속치마 펄럭이면 봄바람 타고

서울 간다네.

 

(장수남·시인, 1943-)

 

 

 

+ 봄바람

 

개같이 헐떡이며 달려오는 봄

 

새들은 깜짝 놀라 날아오르고

꽃들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속치마 바람으로

반쯤 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 가운데 숨은 여자

정숙한 여자

하얀 속살을 내보이는 목련꽃 한 송이

탓할 수 없는 것은 봄뿐이 아니다

 

봄밤의 뜨거운 피가

천지에 가득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뜨뜻해지는

개 같은 봄날!

 

(김종해·시인, 1941-)

 

 

 

+ 봄바람난 년들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드라고...

 

(시인 권나현)

 

 

 

+ 봄바람

 

어찌

안으로만

파고드는지

빛살도 어지러워

휘청거리는데

앞섶을 열고

방심을 부추기는

솜털 분분한 가락이여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봄바람

칼보다 아프구나

 

졸리웁게,

졸리웁게,

불어오는 저 산들한 봄바람

 

(정세훈·시인, 1955-)

 

 

 

+ 봄바람

 

밤새 긴 기다림으로

영롱하게 빚어낸

이슬 한 방울

톡 떨어뜨리고

 

연분홍 벚꽃

봄나들이 가자고

살며시 불러모아

연못에 퐁당 빠뜨리고

 

설레는 가슴 안고

꽃 마중 나온 봄처녀

살금살금 다가가

두 볼에 살짝 입 맞추고

 

(심지향·시인, 1948-)

 

 

 

+ 봄바람

 

유채꽃이 보고 싶다

제주도 봄바람에 춤추는

노오란 유채꽃이

 

동백꽃이 보고 싶다

여수 오동도 눈 속에서 피어난

빠알간 동백꽃이

 

매화가 보고 싶다

섬진강가 꽃 대궐

분홍 매화가

 

산수유가 보고 싶다

산동 마을 물들인

노오란 산수유가

 

봄바람 살랑살랑

고질병 봄바람이 도지나 보다.

 

(이문조·시인)

 

 

 

+ 봄바람

 

봄바람은 언덕을 넘어서 계곡을 넘어서

마을로 불어 와

 

뒷돌담을 몰래 넘어서 장독대를 넘어서

마당으로 치달아 먼지 날리고

 

한차례 지붕을 넘어가며 내게

잘 있어라 잘 있어라 당부하고는

 

먼 벌판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山이마로 가서

 

진달래 붉은 꽃을 피워서

마을을 훤히 내려다보면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하더라

 

볼일 없이 나가서 무엇 하나?

꼼짝 않고 드러누워 천장 보는데

미련하게 드러누워 밥도 굶는데

 

돈 없어도 좋으니

나오라 나오라 명령하더라.

 

(서지월·시인, 1956-)

 

 

 

+ 봄바람

 

너는

매화꽃 가지에

은은히 숨어 있다

목련꽃에서는 더 환하다

 

절벽 난간 붉은 진달래꽃

신라적 노인의 헌화가의

간절한 숨소리로

너는 하늘거린다

 

새소리에도 봄물살에도

허리를 뒤틀며

재잘대고 깔깔댄다

 

눈을 감아도 너는

내 볼을 부비며

내 가슴을 파고든다

 

(양채영·시인, 1935-)

 

 

 

+ 봄바람

 

잠 깨는 누에처럼

꼬물거리다

하양나비 날개처럼

팔랑거리며

보드라운 손 내밀어

꽃구경 가자고

산 넘고

물 건너 온

살결 고운 처녀

 

언덕에서

놀자고

풀잎 끝에

놀자고

흐드러진 풀꽃잔치

차려 놓고서

치맛자락 살랑대는

살가운 처녀

 

맴돌며 손짓하다

수줍어하고

가만히 다가와서

눈웃음 치며

속사랑에 가만히

불을 지피는

봄볕 속에 태어난

어여쁜 처녀

 

(최해춘·시인, 경북 경주 출생)

 

 

 

+ 봄바람

 

봄바람 불어

미지로 향하는 발길

양지바른 언덕에

파릇파릇 새싹 돋았네.

 

물가

윤기 흐르는 나무에

사뿐사뿐 앉았다 날며 지저귀는 새

인고의 기다림을 노래하는가.

 

나비는

아지랑이 피는 둑길로 올까.

제비는 강 건너 벌판을 달려오겠지.

천사를 고대하는 풋풋한 마음

 

가슴 활짝 열고

봄바람 가득 담아

짙은 그리움 물들여

하늘로 하늘로 띄워봅니다.

 

(강신갑·시인, 1958-)

 

 

 

+ 봄바람

 

이 봄에 푹 빠졌어요

이 봄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할까 걱정인 걸요

봄바람 났다 소문날지도 몰라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봄이 빨리 지나기를 원했는지

내 날 속에 봄은 없다 했잖아요

이제 나 변해 가고 있어요

봄 속에 왜 빠졌는지도 몰라요

 

우리 봄바람 맞아 봐요

보채고 떼쓰는 이 봄바람을 어찌할까요

감질나게 그리운 유년을 기억하며

우리

누가 더 그리워하는지 내기할까요?

 

(정연옥·시인)


새봄 / 신계옥

 

보랏 빛 허브의

촘촘한 꽃 송이를

한 잎 한 잎 쓰다듬으며

여우로운

한나절을 즐기던 햇살이

 

꽃잎과 꽃잎을 통과해

따사로워진 마음으로 한낮을 데우는 사이

 

마른 목덜미를 간질이는 사이

연한 바람에

소스라친 나무들

물 올리는 소리 소란해졌어요

 

겅중겅중 잰걸음

펑펑 솟는 기운

부산해진 새봄의 얼굴이 연신 벙싯거려요

 

겨우내

모두어 온 사랑

꽃눈 틔워 전해주세요

 

연둣빛 잎새 활짝 열어 환한 세상 만들어요

 

이 세상 온통

꽃 빛

사랑만 일렁이도록

 

바람인줄 알았어요 / 신계옥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바람인줄 알았어요

 

찬찬히 살펴보니

담 밑에 작은 풀꽃,

뾰죽뾰죽 돋아나온 함박꽃 새순,

 

앞 마당 잔디 사이

발돋움 하는 제비꽃

 

바람은 혼자온게 아니었나 봅니다

햇살같은 당신 함께 오신 자취,

중얼 거리듯 털어놓은 기도

들으신 게지요

 

수런 거리던 상념들은

바람곁에 보내놓고

 

창문도 열어 두고

가슴도 열어 두라고

햇살을 마당 가득 펼쳐 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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