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가 - 허난설헌
엊그제 젊었더니 하마* 어이 다 늙었니
소년행락*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없다
늙어서 서러운 말씀 하자니 목이 멘다
부생모육* 신고*하여 이내 몸 길러 낼 제
공후배필*은 못 바라도 군자호구 원하더니 → 이상적 소망과 현실적 소망
삼생의 원업*이오 월하의 연분으로
장안유협 경박자를 꿈같이 만나 있어
당시*의 용심*하기 살얼음 디디는 듯 → 조심스러움
삼오이팔* 겨우 지나 천연여질* 절로 이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백년기약 하였더니
연광* 훌훌하고 조물이 다시*하야
봄바람 가을 물이 뵈오리 북 지나듯 봄바람 가을 물
설빈화안* 어대두고 면목가증* 되었구나
내 얼굴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참괴하니 누구를 원망하리 → 화자의 체념적 태도(자탄). 수원수구. * 세월의 덧없음과 늙은 자신에 대한 한탄
삼삼오오 야유원에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꽃 피고 날 저물 제 정처 없이 나가 있어
백마금편*으로 어대 어대 머무는고
원근을 모르거니 소식이야 더욱 알랴
인연을 끊었건들 생각이야 없을소냐 → 남편에 대한 그리움. 설의법.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때 길도 길샤 서른 날 지루하다 → 화자의 한과 외로움 강조. 남편에 대한 그리움.
옥창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고 지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 자취눈*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궂은비는 무슨 일인고
삼춘화류 호시절의 경물이 시름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이 상에 울 제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 속절없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 임에 대한 원망과 애달픈 심정
돌이켜 풀쳐 생각하니 이리하여 어이하리
청등*을 돌려놓고 녹기금 빗겨 안아
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차 섞어 타니
소상* 야우의 댓소리 섯도는 듯
화표* 천년의 별학*이 우니는 듯 → 처량하고 구슬픈 화자
옥수*의 타는 수단 옛 소리 있다마는
부용장* 적막하니 뉘 귀에 들릴소니
간장이 구곡되야 구븨구븨 끊어져라 * 거문고를 타며 달래는 외로움과 한
차라리 잠을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 임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물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짐승
무슨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우는가
천상의 견우직녀 은하수 막혀서도
칠월칠석 일년일도* 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임 가신 후는 무슨 약수* 가렸길래
오거나 가거나 소식조차 그쳤는가 → 임과의 만남을 막는 장애물(지는 잎, 짐승, 은하수, 약수)
난간에 비기어* 서서 임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는 맺혀 있고 모운*이 지나갈 제
죽림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섧다 → 감정이입
세상에 서러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한 홍안*이야 나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 임을 기다리는 마음과 기구한 운명 한탄
* 하마 : 벌써, 이미
* 소년행락 : 어릴 적 즐겁게 지냄
* 일러도 : 말해 봐도
* 부생모육 : 아버지께서 낳으시고 어머니께서 길러주심
* 신고 :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씀. 또는 그런 고생.
* 공후배필 : 높은 벼슬아치의 아내
* 군자호구 : 군자의 좋은 짝
* 원업 : 원망스런 업보
* 장안유협 경박자 : 장안의 호탕한 풍류객. 경거망동하는 사람.
* 당시 : 시집 간 당시
* 용심 : 마음을 씀
* 삼오이팔 : 15~16살
* 천연여질 :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 이니 : 나타나니
* 연광 : 변하는 사철의 경치
* 다시 : 많이 시기함
* 설빈화안 : 고운 머릿결과 꽃 같은 얼굴
* 면목가증 : 밉고 역겨운 용모
* 괼소냐 : 사랑할 것인가
* 백마금편 : 호사스런 행장(대유법)
* 자취눈 : 자국눈.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
* 시름없다 : 근심과 걱정으로 맥이 없다.
* 실솔 : 귀뚜라미
* 청등 : 청사초롱. 신혼방에 걸어 놓은 등.
* 소상 : 중국 남부에 있는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경치가 좋기로 이름이 나 있어 많은 시인들의 사랑을 받았음.
* 화표 : 묘 앞에 세우는 문. 망주석 따위가 있다.
* 별학 : 특별한 학
* 옥수 : 아름다운 손
* 부용장 : 연꽃을 그리거나 수놓은 방장(방문이나 창문에 치거나 두르는 휘장).
* 일년일도 : 일 년에 한 번
* 실기 : 시기를 놓침
* 약수 : 신선이 살았다는 중국 서쪽의 전설 속의 강. 길이가 3,000리나 되며 부력이 매우 약하여 기러기의 털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 비기다 : 비스듬하게 기대다
* 초로 : 풀 이슬
* 모운 : 저녁 구름
* 홍안 : 붉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젊어서 혈색이 좋은 얼굴을 이르는 말
갈래 : 규방가사, 내방가사, 서정가사 성격 : 체념적, 절망적, 원망적 주제 :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원망과 한탄 표현상의 특징 : - 감정이입(실솔)과 객관적 상관물(자최눈, 구즌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함 - 대구와 비유 등 여러 가지 표현 기교와 고사를 인용하여 작품 전체에 유려한 느낌이 남 화자 : 남편에게 버림 받은 '나' 시적 상황 : 남편의 사랑을 잃고 외로이 세월을 보내는 화자가 자신의 서글픈 처지를 노래하고 있다. 정서 : 체념, 절망, 원망 태도 : 체념적, 절망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