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것은

훌륭한 스승을 한 분 모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십 수년을 서예를 하면서도 체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드시 체본이 있어야만 출품을 할 수 있는 친구와 둘이서 술 한 잔 나누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체본이 없으면 글씨를 쓸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에서 시작하여, 해서는 재미가 없고 지루하여 조금 껄적거리다 바로 행서로 넘어왔는데 행서만 십년을 썼는데도 처음엔 조금 느는가 싶더니 늘 그자리서 맴돌고 만다는 이야기며, 행서의 법첩이 하도 많아 이것을 보면 이것이 좋아 보이고 저것을 보면 저것이 좋아 보여 이것도 한 번, 저것도 한 번, 이렇게 법첩만 임서해 본 것만 해도 열가지가 넘는다는 이야기며......

 

라석 현민식 선생께서 후학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픈 마음에서 직접 써 출판하신 <라석 현민식 서 해서 천자문>을 보내 주시면서 행서 법첩의 경우 <난정서>도 좋지만 초학자는 기초를 튼실히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집자성교서>를 신중하게 익히는 것이 긴요하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이전에 잠깐 보았던 집자성교서 법첩을 꺼내서 새로 찬찬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집자성교서 법첩>

 

 

이 책은 30여년 전, 성균서관이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인데 출판사도 없어져 버렸고, 그 후 다른 출판사에서 약간 비슷하게 출판한 법첩이 유포되고 있으나 이 책이 더 알찬 것 같았습니다.

 

서예의 경우 서법 결구법은 서예의 뼈대와 몸체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골격을 튼실히 하는 것이 첫째가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법과 결구법이 갖추어진 연 후에 태세라든가 강약이라든가 신리, 이태며,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하여 포치, 장법에 이르기 까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 예술적 표현을 하게 하는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미인의 선발 조건에서 근골이 튼실한 바탕 위에 이목구비며, 적당하게 볼륨감 있게 다듬어진 몸매며, 탄력과 운동살이 붙어 생명력이 넘치는 활기찬 모습에다, 너무 큰 키도 그렇다고 너무 작은 키도 아닌 몸매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치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서의 경우, 서법과 결구법을 익히는 데는 <영자팔법>에서 시작하여 <구성궁 해서 결구 44법>을 익히기 쉽도록 법첩이 나와 있어 초학자들이 알기 쉽게 공부할 수가 있었습니다.

 

<영자 팔법 ;   http://blog.daum.net/imrdowon/8467953 >

<구성궁 해서 결구 44법 ;   http://blog.daum.net/imrdowon/8467954  >

 <해서 결구법 해설 ; http://blog.daum.net/imrdowon/8467963>

 

그러나 행서의 경우는 이 곳 저 곳에서 두서없이 조금씩 설명되고 있어 정작 임서할 때는 해설은 자세히 보지 아니하고 곧바로 형림에 들어가는 까닭에 <행서의 기초에 관한 정확한 서법>이나 <행서의 결구법>은 지나쳐 버리고 그저 열심히 글자의 형태만 임모하기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행서의 법첩으로 난정서를 먼저 익혔는데 문맥과 문장의 흐름은 좋았으나 정작 행서의 기초가 되는 서법과 결구법은 도외시 하고 형림에 치우쳤다고 생각합니다.

라석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새삼 눈이 뜨여 이 집자성교서 법첩을 다시 보니 이 책이 이렇게 보배인 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를 일이라 저의 경험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선 성질 급한 사람을 위하여 행서의 서법과 결구법에 앞서 이 법첩의 대략적인 요약을 먼저 소개합니다.

 

< 선과 모양에서 나타나는 행서의 특징>

 

 

 

A. 점과 획에 둥근 맛이 있다.

해서는 대체로 직선적으로 쓰지만 행서는 곡선이 많다.

따라서 행서는 점 획이 둥글고 평화롭다.

 

B. 점 획을 잇따라 쓴다.

해서는 모가 나 있어서 일점 일획에 분명한 구별이 있으나 행서는 점이나 획이 잇따라 있으며, 앞의 필획의 끝이 뒤의 필획의 시작이 되어 이른바 허획이 실획으로 나타난다.

 

C. 점획이 생략된다.

행서는 해서처럼 일점 일획이 고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점 획을 계속 써 내려가는 동안 점이나 획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D. 필순이 바뀌어진다.

점 획이 생략되거나 계속되거나 하는 결과, 해서의 필순과 다른 경우가 생긴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행서가 해서보다 먼저 확립되었으며, 다만 우리가 해서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란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E. 점 획의 모양이 바뀐다.

점 획에 둥근 맛을 보이거나 계속하거나 생략하거나 하는 관계상 해서의 점 획과 모양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F. 여러가지 자형이 있다.

같은 행서라도 해서에 가까운 것에서 부터 초서에 가까운 것 까지, 또 허획이 이어지는 장단, 태세 따위, 또는 생략법에 따라 여러가지 자형이 된다.

 

집자성교서의 학습에 유의할 사항

 

집자성교서는 왕희지가 직접 쓴 글씨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후세인이 왕희지의 글씨를 한자 한자 집자하여 만든 비석이기 때문에 글씨를 익힐 때 몇가지 유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1. 기맥관통을 살필 것

2. 부드러움을 살릴 것

3. 절세에 주의하여 운필할 것

4. 태세의 조화를 잘 익힐 것

5. 변형의 원칙을 충분히 익힐 것

 

이상의 다섯가지 중에서도 특히 맨 마지막의 변화의 원칙은 왕희지 행서의 조형원리가 되는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므로 이것이 왕희지 행서의 결구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원칙 1. 부등분할 <川, 而, 海>

점획과 점획 사이에 이루어진 공간을 균등분할하지 않고, 넓은 곳과 좁은 곳을 만들므로써, 같은 크기의 글씨인데도 위치의 광협으로 글씨의 크기가 달라 보인다.

그러한 까닭에 동적인 느낌도 주고 있다.

 

원칙 2. 중심이동 <蜜, 古, 崇>

글씨의 중심을 이동하여 변화를 붙인다.

이 경우 중심이 될 종획은 다른 획과의 각도 따위, 역학적인 관계에 따라 조화를 견지한다.

변화의 허용범위를 잘 보아야 한다.

 

원칙 3. 불평행선 <書, 潤, 亨>

평행된 획을 피하고 넓이의 방향성 등 동적인 변화가 있다.

 

원칙 4. 좌우 변화

편과 방의 역학관계를 어느 쪽엔가 중점을 둔 모양으로 변화시켜 동적인 성격을 이룬다.

4-1. 편소 방대 <懷, 敏, 妙>

4-2. 편대 방소 <能, 鋼, 기>

 

원칙 5. 상하 변화

상하의 크기의 강함을 동등하게 하지 않고, 어느 쪽엔가 중점을 두고 넓이의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다. 

5-1. 아래로 넓어진다. <廣, 兼, 若>

5-2. 위로 넓어진다. <學, 業, 雲>

 

원칙 6. 경사 상하 좌우의 변화

왕희지 행서의 특징인 비뚤어짐 속에서 가장 현저한 것이 기울어져 넓이를 갖게 하는 조형성이다.

사향성을 견지하는 변화이므로 행서로서의 움직임이 극도로 발휘된다.

6-1. 우상으로 넓어진다. <陰, 投, 波>

6-2. 좌하로 넓어진다. <裁, 馳,乎>

6-3. 좌상으로 넓어진다. <老, 聖, 體>

6-4. 우하로 넓어진다. <慶, 藏, 域>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모든 글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글씨에 따라, 또는 점획 구성상의 특징에 따라 각각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며, 한 글씨에 과도하게 적용하여 아름다움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도록 유효적절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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