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진보(漢詩眞寶)-오언절구 106편 모음
1. 遺于仲文(유우중문) ―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直譯
신비로운(神) 꾀는(策) 하늘의(天) 법도를(文) 궁구하였고(究)
미묘한(妙) 헤아림은(數) 땅의(地) 이치를(理) 다하였네(窮).
싸움에(戰) 이겨(勝) 공이(功) 이미(旣) 높았거니(高)
원컨대(願) 만족할 줄(足) 알아(知) 그만두라고(止) 말하네(云).
낱말풀이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 ―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直譯
가을(秋) 바람에(風) 오직(惟) 간절히(苦) 읊을 뿐(吟)
세상(世) 길에는(路) 소릴(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다네(少).
창(窓) 밖에는(外) 한 밤중의(三更) 비(雨)
등불(燈) 앞에는(前) 만리의(萬里) 마음이라네(心)
3.樂道吟(락도음) ― 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直譯
집은(家) 푸른(碧) 산(山) 봉우리에(岑) 머물고(住)
오래(從)부터(來) 보배로운(寶) 거문고(琴) 있어(有)
한(一) 곡조(曲) 타는데(彈) 방해됨이(妨) 없었지만(不)
다만(祗) 이에(是) 소리를(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 뿐(少).
낱말풀이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 ― 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태양에 빛나는 금방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한가지 여유 있음을
直譯
밝은(白) 해가(日) 과거 급제자 명단을(金榜) 밝히니(明)
푸른(靑) 구름이(雲) 초가(草) 집에서(廬) 일어나네(起).
어찌(那) 알리(知) 달나라 궁전(廣寒) 계수나무엔(桂)
오히려(尙) 한(一) 가지의(枝) 여유가(餘) 있음을(有).
낱말풀이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 ― 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鷄人初報曉
己向寢門朝
서색명루각 춘풍착유초 계인초보효 기향침문조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直譯
새벽(曙) 빛이(光) 다락(樓) 끝에(角) 밝아 오는데(明)
봄(春) 바람은(風) 버들(柳) 가지에(梢) 붙고(着).
순라군이(鷄人) 새벽을(曉) 처음(初) 알리는데(報)
나는(己) 아침에(朝) 안방(寢) 문으로(門) 향하네(向).
낱말풀이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 ―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棲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어젯밤 송당의 비 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直譯
어제(昨) 밤(夜) 소나무(松) 집에(堂) 내린 비(雨)
시내 물(溪) 소리는(聲) 하나의(一) 서쪽(西) 베개이고(枕).
밝음이(明) 평정되어(平) 뜰(庭) 나무(樹) 바라보니(看)
자던(宿) 새(鳥) 보금자리(棲) 떠나지(離) 아니했네(未).
낱말풀이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惟餘林外鳥
款款勸提壺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술병 들라 권하네.
直譯
손님을(客) 기다려도(待) 손님은(客) 이르지(到) 아니하고(未)
스님을(僧) 찾았건만(尋) 스님(僧) 또한(亦) 없네(無).
오직(惟) 숲(林) 밖에(外) 새(鳥) 남아있어(餘)
정성껏(款) 정성껏(款) 술병(壺) 들라고(提) 권하네(勸).
8. 山居(산거)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봄은 가도 꽃은 있고 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한낮에 소쩍새 우니 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直譯
봄은(春) 갔건만(去) 꽃은(花) 아직도(猶) 있고(在)
하늘은(天) 맑아(晴) 골짜기(谷) 저절로(自) 그늘지네(陰).
소쩍새(杜鵑) 하얀(白) 낮에도(晝) 울어대(啼)
비로소(始) 깊은데(深) 자리잡아(卜) 삶을(居) 알겠느니(覺).
낱말풀이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直譯
산(山) 스님이(僧) 달(月) 빛을(色) 탐내(貪)
아울러(幷) 하나의(一) 병(甁) 속에(中) 길었네(汲).
절에(寺) 이르러(到) 바야흐로(方) 응당(應) 깨달았으리(覺)
병이(甁) 기울자(傾) 달(月) 또한(亦) 없어지는 것을(空).
10. 四快(사쾌)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오랜 가뭄 뒤 단비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直譯
큰(大) 가뭄(旱) 단(甘)비(雨) 만나고(逢)
다른(他) 고을에서(鄕) 옛(故) 사람(人) 보네(見).
깊은(洞) 방(房) 촛불(燭) 빛나는(華) 밤(夜)
급제 명단(金榜) 귀한(長) 이름(名) 걸렸네(掛).
낱말풀이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 ― 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烟沈江自波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월흑조비저 연침강자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 가 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直譯
달빛은(月) 어두운데(黑) 새는(鳥) 물가로(渚) 나르고(飛)
연기(烟) 잠긴(沈) 강은(江) 스스로(自) 물결치네(波).
고기잡이(漁) 배는(舟) 어느(何) 곳에서(處) 자는가(宿)
넓고(漠) 아득한(漠) 한(一) 가락의(聲) 노래여(歌).
12. 普德窟(보덕굴) ― 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巓
飛簷駕雲來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直譯
축축한(陰) 바람은(風) 바위(岩) 골에서(谷) 나오고(生)
시내(溪) 물은(水) 깊어(深) 더욱(更) 푸르네(綠).
지팡이(杖) 의지하여(倚) 높은(層) 산꼭대기(巓) 바라보고(望)
나를 듯한(飛) 처마에(簷) 구름이(雲) 와서(來) 타네(駕).
13. 偶吟(우음) ― 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밭엔 뻐꾸기 소리 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산새는 무슨 심사로 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直譯
밭에(田) 있나니(有) 어느(誰) 뻐꾸긴가(布穀)
술이(酒) 없어(無) 가히(可) 항아리(壺) 들었네(提).
산(山) 새는(鳥) 무슨(何) 마음(心) 실마리로(緖)
봄만(春) 맞으면(逢) 스스로(自) 까닭 없이(謾) 불러대느뇨(呼).
14. 示諸子(시제자) ― 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삶을 욕되게 말아야지.
直譯
임금(君) 섬김에(事) 극진한(盡) 충성(忠) 마땅히 하고(當)
일을(物) 당해선(遇) 지극한(至) 정성(誠) 마땅히 하라(當).
청하여(願) 말하느니(言) 아침(夙) 저녁(夜) 부지런하여(勤)
그대(爾) 살아가는(生) 바(所) 욕됨이(忝) 없게 하라(無).
낱말풀이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
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 ― 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碧玉斗
竟日量明珠
호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팔백 섬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直譯
후추(胡椒) 팔(八) 백(百) 섬(斛)
천(千) 년(載) 그(其) 어리석음을(愚) 비웃네(笑).
어찌(何) 어찌하여(如) 푸른(碧) 구슬의(玉) 말로(斗)
하루가(日) 끝나도록(竟) 빛나는(明) 구슬을(珠) 헤아리기만 하는고(量).
16. 江口(강구) ― 雪谷 鄭 誧(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倚檻望歸雲
海濶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함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直譯
배를(舟) 옮기다(移) 급한(急) 비(雨) 만나(逢)
난간에(檻) 기대(倚) 돌아가는(歸) 구름(雲) 바라보네(望).
바다가(海) 멀고 넓어(闊) 땅이(地) 없나(無) 의심했더니(疑)
산이(山) 밝으니(明) 반갑게도(喜) 마을이(村) 있네(有).
17. 夜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육리 강산갱기절 노자불능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구름 놀빛이 눈부시구나.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이 늙은이는 시를 쓸 수 없다네
直譯
맑은(晴) 새벽(曉) 해가(日) 장차(將) 나오려는가(出)
구름(雲) 놀(霞) 빛이(光) 뭍에(陸) 떨어지네(離).
강과(江) 산이(山) 다시(更) 기이하게(奇) 뛰어났건만(絶)
늙은(老) 사람은(子) 시를(詩) 할 수(能) 없다네(不).
18. 漢浦弄月(한포농월) ― 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고인농명월 지흠자란생
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直譯
해가(日) 지니(落) 모래(沙) 더욱(逾) 희고(白)
구름(雲) 옮아가니(移) 물 다시(更) 맑아라(淸).
시인은(高人) 밝은(明) 달(月) 희롱하나니(弄)
다만(只) 자란생(紫鸞笙) 모자람이라(欠).
낱말풀이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 ―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夜中未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直譯
봄(春) 비(雨) 가늘어(細) 방울지지(滴) 아니하니(不)
밤(夜) 중에(中) 소리(聲) 있지(有) 아니하네(未).
눈이(雪) 다하니(盡) 남쪽(南) 시내(溪) 불어나(漲)
풀(草) 싹이(芽) 얼마쯤(多少) 생겨났겠네(生).
낱말풀이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
적엽명촌거 청천수석근 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산길 밝히는 단풍잎 바위를 씻는 맑은 샘.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直譯
붉은(赤) 잎(葉) 마을(村) 길(逕) 밝히고(明)
맑은(淸) 샘(泉) 바위(石) 뿌리(根) 씻네(漱).
땅이(地) 후미지니(僻) 수레와(車) 말(馬) 드물고(少)
산(山) 기운에(氣) 저절로(自) 누렇게(黃) 저무네(昏).
낱말풀이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 ― 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냉 임신무수고 관동래문자 요가여소요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와서 글 배우는 아이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直譯
물로(水) 씻으니(盥) 맑은(淸) 샘(泉) 차갑고(冷)
나를(身) 마주한(臨) 우거진(茂) 나무(樹) 높네(高).
어른(冠) 아이(童) 와서(來) 글을(字) 물으매(問)
애오라지(聊 : 부족하나마 겨우) 더불어(與) 거닐고(逍) 노닐(遙) 수 있네(可).
낱말풀이 / 盥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 ― 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龍腦富貴輕
萬事驚秋夢
東窓海月明
접시훈명박 용뇌부귀경 만사경추몽 동창해월명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直譯
나비의(蝶) 날개인 듯(翅) 공과(勳) 명예는(名) 엷고(薄)
용의(龍) 머리같이(腦) 넉넉한 재물과(富) 높은 신분도(貴) 가볍구나(輕).
모든(萬) 일은(事) 가을(秋) 꿈인 듯(夢) 놀랍고(驚)
동쪽(東) 창에는(窓) 바다의(海) 달이(月) 밝구나(明).
23. 詠柳(영유) ― 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裊裊
帶雨更依依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함연편뇨뇨 대우경의의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直譯
연기를(烟) 머금고(含) 아첨하듯(偏) 간드러지고(裊) 하늘거리더니(裊)
비를(雨) 허리에 차니(帶) 다시(更) 무성하고(依) 무성한 듯(依).
끝이(限) 없는(無) 강(江) 남쪽(南) 나무여(樹)
동쪽(東) 바람이(風) 유달리(特) 땅에(地) 부네(吹).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 獨谷 成石磷(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 제각기 높고 낮네.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일만(一萬) 이천(二千) 봉우리(峰)
높고(高) 낮음이(底) 스스로(自) 같지(同) 아니하네(不).
그대(君) 해(日) 바퀴가(輪) 솟아오르는 것을(上) 보게나(看)
높은(高) 곳이(處) 제일(最) 먼저(先) 붉다네(紅).
25. 偶題(우제) ― 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茆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묘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연년독자지
집은 띠를 엮어 깁고 울을 삼아 심은 대.
약간의 이 산중 맛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直譯
띠를(茅) 엮어(結) 인하여(仍) 집을(屋) 깁고(補)
대를(竹) 심어(種) 일부러(故) 울타리를(籬) 삼고(爲).
많거나(多) 적거나(少) 산(山) 속의(中) 이 맛(味)
해마다(年年) 홀로(獨) 스스로(自) 아네(知).
26. 次子剛韻(차자강운) ―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烏几淨橫經
纖月入林影
孤燈終夜明
관문일실청 오궤정횡경 섬월입림영 고등종야명
문을 닫은 고요한 방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直譯
문을(門) 닫고있는(關) 맑은(淸) 방(室) 하나(一)
까만(烏) 책상에는(几) 경전이(經) 깨끗하게(淨) 가로 놓였네(橫).
초승달은(纖月) 숲에(林) 들어와(入) 그림자지고(影)
외로운(孤) 등불은(燈) 밤을(夜) 마치도록(終) 밝네(明).
27. 題僧軸(제승축) ― 讓寧大君 李 禔(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산하조작반 나월야위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한 층만 남은 저 탑.
直譯
산의(山) 노을로(霞) 아침(朝) 밥을(飯) 만들고(作)
담장이 넌출의(蘿) 달로(月) 밤(夜) 등불을(燈) 삼네(爲).
홀로(獨) 외로운(孤) 암자(庵) 아래서(下) 묵나니(宿)
오직(惟) 탑에는(塔) 한(一) 층만(層) 있네(存).
28. 文殊臺(문수대) ― 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於此何年游
臺空鶴已去
片月今千秋
선인왕자진 어차하년유 대공학이거 편월금천추
신선 왕자진이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直譯
왕자진이라는(王子晉) 신선의(仙) 사람이(人)
이 곳(此)에서(於) 어느(何) 해에(年) 노닐었던고(游).
학이(鶴) 이미(已) 떠나가(去) 대는(臺) 비었는데(空)
조각(片) 달만이(月) 이제(今) 천 번(千) 가을이네(秋).
29. 睡起(수기) ― 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荷香續續來
夢回孤枕上
桐葉雨聲催
염영의의전 하향속속래 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발(簾) 그림자는(影) 어렴풋이(依依) 옮기어가고(轉)
연꽃(荷) 향기는(香) 이어지고(續) 이어져서(續) 오네(來).
꿈은(夢) 외로운(孤) 베개(枕) 위에서(上) 돌아오고(回)
오동나무(桐) 잎은(葉) 비(雨) 소리를(聲) 재촉하네(催).
30. 寄君實(기군실) ― 月山大君 李 婷(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여관잔등효 고성세우추 사군의부진 천리대강류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끝없는 그대 생각에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直譯
나그네(旅) 집(館) 새벽(曉) 등불은(燈) 꺼지려는데(殘)
외로운(孤) 성에는(城) 가늘게(細) 가을(秋) 비 내리고(雨).
그대를(君) 생각하는(思) 마음은(意) 다함이(盡) 없는데(不)
천리(千里) 긴(大) 강만(江) 흘러가노라(流).
31. 伯牙(백아) ― 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 거문고를 타거니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直譯
나(我) 스스로(自) 내(吾) 거문고를(琴) 타거니(彈)
반드시(必) 소리를(音) 감상하는 이를(賞) 구하지(求) 아니해도 된다네(不).
종자기란 사람은(鍾期) 또한(亦) 어떤(何) 물건이기에(物)
굳이(强) 줄(絃) 위의(上) 마음을(心) 분명히 하였는고(辨).
낱말풀이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 ― 冲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烟火冷
白屋掩柴門
낙일임황야 한아하만촌 공림연화랭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直譯
지는(落) 해는(日) 거친(荒) 들로(野) 내리고(臨)
겨울(寒) 까마귀는(鴉) 저녁(晩) 마을로(村) 내려오네(下).
빈(空) 숲에(林) 연기(烟) 불은(火) 차가운데(冷)
가난한 사람의 초가집에서는(白屋) 섶나무로 된(柴) 문을(門) 닫네(掩).
33. 浪吟(랑음) ― 三可, 碪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구이롱아구 유여양안존 분분세상사 능견불능언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直譯
오래도록(久) 입은(口) 벙어리에(啞) 귀는(耳) 귀머거리지만(聾)
오히려(猶) 두(兩) 눈은(眼) 남아(餘) 있다네(存).
어지럽고(紛) 어지러운(紛) 세상의(世上) 일(事)
볼(見) 수는 있지만(能) 말(言) 할 수는(能) 없다네(不).
34. 山中書事(산중서사) ― 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泉鳴石竇寒 秋風紅葉路 僧踏夕陽還
우과운산습 천명석두한 추풍홍엽로 승답석양환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直譯
비(雨) 지나가니(過) 구름(雲) 산이(山) 젖고(濕)
샘물(泉) 소리에(鳴) 돌(石) 구멍이(竇) 차갑네(寒).
가을(秋) 바람 부는(風) 붉은(紅) 잎의(葉) 길(路)
중이(僧) 저녁(夕) 햇빛을(陽) 밟고(踏) 돌아오네(還).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 ― 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淸談總有餘
聾人無一味
垂首獨看書
소각춘풍정 청담총유여 농인무일미 수수독간서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直譯
작은(小) 누각엔(閣) 봄(春) 바람이(風) 고요하고(靜)
맑은(淸) 이야기는(談) 모두(總) 남음이(餘) 있어라(有).
귀머거리(聾) 이 사람은(人) 한낱(一) 흥도(興) 없어(無)
머리를(首) 늘어뜨리고(垂) 홀로(獨) 책을(書) 보노라(看).
36. 大興洞(대흥동) ― 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陡覺心淸淨
홍수영산병 벽계사담경 행음옥계중 두각심청정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直譯
붉은(紅) 나무는(樹) 산(山) 병풍을(屛) 비추고(暎)
파란(碧) 시내는(溪) 연못(潭) 거울에(鏡) 쏟아지네(瀉).
구슬(玉) 경계(界) 속을(中) 거닐며(行) 읊조리니(吟)
문득(陡) 마음이(心) 맑고(淸) 깨끗해짐을(淨) 깨닫네(覺).
37. 道峰寺(도봉사) ― 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
淸磬落雲端
곡곡계회복 등등로굴반 황혼방도사 청경락운단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直譯
굽이(曲) 굽이(曲) 시내는(溪) 돌아(回) 겹치고(複)
오르고(登) 오르는(登) 길은(路) 굽고(屈) 굽었네(盤).
누렇게(黃) 어두워져서야(昏) 비로소(方) 절에(寺) 이르니(到)
맑은(淸) 경쇠소리(磬) 구름(雲) 끝에(端) 떨어지네(落).
38. 偶吟(우음) ― 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前欲殺之
死後方稱美
인지애정사 호호피상사 생전욕살지 사후방칭미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直譯
사람(人)이(之) 바른(正) 선비(士) 사랑하기는(愛)
호랑이의(虎) 가죽을(皮) 좋아하는 것과(好) 서로(相) 같네(似).
생전에는(生前) 그를(之) 죽이려고(殺) 하다가(欲)
죽은(死) 뒤에는(後) 바야흐로(方) 아름답다고(美) 칭찬하네(稱).
39.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 ― 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百年計
내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오기는 어디서 오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이여
直譯
오기는(來) 어느(何) 곳으로(處)부터(從) 오며(來)
가기는(去) 어느(何) 곳을(處) 향하여(向) 가는고(去).
가고(去) 옴에(來) 일정한(定) 자취(蹤) 없는 것(無)
멀고도(悠) 아득하여라(悠) 백년의(百年) 계획이여(計).
40. 詠梅(영매) ― 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풍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直譯
매화(梅) 꽃이(花) 작다고(小) 싫어하지(嫌) 말 것이(莫)
꽃은(花) 작더라도(小) 풍류다운(風) 맛이(味) 깊다네(長).
대숲(竹) 밖에서(外) 잠깐(乍) 그림자(影) 보고(見)
때로(時) 달(月) 아래서(下) 향기를(香) 맡네(聞).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 ― 北窓 鄭 磏(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寒日下遙山
一棹歸來晩
招提杳靄間
고연횡고도 한일하요산 일도귀래만 초제묘애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直譯
외로운(孤) 연기는(烟) 옛(古) 나루에(渡) 옆으로 놓여있고(橫)
차가운(寒) 해는(日) 먼(遙) 산으로(山) 내려가네(下).
한번(一) 노 저어(棹) 해질 무렵에(晩) 돌아(歸) 오니(來)
절은(招提) 아득히(杳) 놀(靄) 사이에 있네(間).
낱말풀이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 ― 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直譯
가녀린(細) 비에(雨) 돌아갈(歸) 길을(路) 헤매고(迷)
나귀를(驢) 타고(騎) 십리(十里) 바람이네(風).
들(野) 매화는(梅) 곳을(處) 따라(隨) 피어나고(發)
넋은(魂) 그윽한(暗) 향기(香) 가운데에서(中) 끊어지네(斷).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 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直譯
바른(正) 빛이라(色) 노랑을(黃) 귀함으로(貴) 삼지만(爲)
타고난(天) 모습은(姿) 흰 것도(白) 또한(亦) 기이하게 여기네(奇).
세상(世) 사람들은(人) 스스로(自) 나누어서(別) 보긴 하지만(看)
이는(是) 서리가(霜) 고루(均) 업신여기는(傲) 가지라네(枝).
44. 宜月亭(의월정)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城川入海流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백악연천기 성천입해류 연년방초로 인도석양교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直譯
백악은(白嶽) 하늘에(天) 이어져(連) 일어나고(起)
성의(城) 시내는(川) 멀리(遙) 바다로(海) 들어가네(入).
해마다(年年) 향기로운(芳) 풀(草) 길을 따라(路)
사람들은(人) 저녁(夕) 빛에(陽) 다리를(橋) 건너네(渡).
45. 秋夜(추야)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성긴 비인 줄 알고.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直譯
고요하고(蕭) 쓸쓸한(蕭) 나뭇잎(葉) 떨어지는(落) 소리에(聲)
성긴(疎) 비가 오는 것으로(雨) 잘못(錯) 알게(認) 되어(爲).
아이를(童) 불러(呼) 문을(門) 나가(出) 보라고 했더니(看)
달이(月) 시내(溪) 남쪽(南) 나무에(樹) 걸려있다 하네(掛).
46. 山中(산중) ― 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千峰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烟起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直譯
약을(藥) 캐다가(採) 문득(忽) 길을(路) 잃었더니(迷)
일 천(千) 봉우리의(峰) 가을(秋) 잎(葉) 속이네(裏).
산(山) 스님이(僧) 물(水) 길어(汲) 돌아가니(歸)
숲(林) 끝에서(末) 차 달이는(茶) 연기(烟) 일어나네(起).
47. 南溪暮泛(남계모범) ― 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直譯
꽃에(花) 정신을 잃어(迷) 노(棹) 돌리는 것이(歸) 늦었고(晩)
달을(月) 기다리느라(待) 여울에서(灘) 내려가기(下) 더디었네(遲).
술에 취한(醉) 속에서(裏) 오히려(猶) 낚시를(釣) 드리웠느니(垂)
배는(舟) 옮겨가도(移) 꿈은(夢) 옮겨가지(移) 아니하네(不).
48. 偶吟(우음) ― 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화개작일우 화락금조풍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直譯
꽃이(花) 어제(昨) 낮(日) 비에(雨) 피더니(開)
꽃은(花) 오늘(今) 아침(朝) 바람에(風) 떨어지네(落).
한(一) 봄의(春) 일이(事) 가엽다고(憐) 할 것이니(可)
바람과(風) 비(雨) 속에(中) 가고(往) 오네(來).
49. 無題(무제) ― 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滅燭延淸暉
珍重一杯酒
夜闌人未歸
사창근설월 멸촉연청휘 진중일배주 야란인미귀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맛좋은 한잔의 술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直譯
비단 깁 드리운(紗) 창은(窓) 눈 위의(雪) 달에(月) 가깝고(近)
꺼져 가는(滅) 촛불은(燭) 맑은(淸) 빛을(暉) 길게 늘이네(延).
맛이 좋고도(珍) 소중한(重) 한(一) 잔의(杯) 술(酒)
밤이(夜) 저물어도(闌) 그 사람(人) 돌아오지(歸) 아니하네(未).
50. 聞笛(문적) ― 古玉 鄭 碏(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初疑雙白鷺
臨風忽橫笛
寥亮江天暮
원원사상인 초의쌍백로 임풍홀횡적 요량강천모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直譯
멀고(遠) 아득한(遠) 모래(沙) 위의(上) 사람(人).
처음에는(初) 한 쌍의(雙) 하얀(白) 해오라기인가(鷺) 의심했는데(疑).
바람에(風) 임하여(臨) 갑자기(忽) 빗겨 가는(橫) 피리소리(笛)
저문(暮) 강(江) 하늘에(天) 쓸쓸히(寥) 잘 통하네(亮).
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 ― 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淸溪空自流
當時眞面目
方丈聳千秋
장리추수지 청계공자류 당시진면목 방장용천추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直譯
지팡이와(杖) 신만이(履) 땅을(地) 쫓아(追) 따르고(隨)
맑은(淸) 시내는(溪) 부질없이(空) 저절로(自) 흐르네(流).
그(當) 때에(時) 참된(眞) 얼굴과(面) 눈이여(目)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方丈) 오랜(千) 세월(秋) 높이 솟아있네(聳).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 ― 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추광모 경한안진고 우심전전야 잔월조궁도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直譯
물의(水) 나라에(國) 가을(秋) 빛은(光) 저물어(暮)
추위에(寒) 놀란(驚) 기러기(雁) 떼(陣) 높고(高).
걱정하는(憂) 마음에(心) 구르고(轉) 구르는(輾) 밤(夜)
남은(殘) 달만이(月) 활과(弓) 칼을(刀) 비추네(照).
53. 有歎(유탄) ― 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內無棄物 獨契自家牛
폐사요천하 청풍유허유 분내무기물 독계자가우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直譯
헤어진(幣) 짚신은(屣) 요임금의(堯) 하늘(天) 아래요(下)
맑은(淸) 바람엔(風) 허유라는 사람(許由) 있었네(有).
분수(分) 안에(內) 버릴(棄) 물건이(物) 없거니(無)
홀로(獨) 자기(自) 집(家) 소와(牛) 인연을 맺네(契).
낱말풀이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 ― 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重雲濕草衣 岩扉開晩日 棲鳥始驚飛
반야임승숙 중운습초의 암비개만일 서조시경비
스님도 잠든 이 한밤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잠든 새들 놀라 날고.
直譯
한창(半) 밤이라(夜) 숲(林) 스님은(僧) 잠자고(宿)
무거운(重) 구름은(雲) 풀(草) 옷을(衣) 적시네(濕).
저문(晩) 해에(日) 바위(岩) 문짝을(扉) 열면(開)
깃 들어 있는(棲) 새(鳥) 비로소(始) 놀라(驚) 날아가고(飛).
55. 弘慶寺(홍경사)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천년유류수 낙일견귀운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直譯
가을(秋) 풀은(草) 앞(前) 조정의(朝) 절이요(寺)
남아있는(殘) 비석에는(碑) 학문을 하는(學) 선비의(士) 글이네(文).
오랜(千) 해(年) 물만(水) 흐르고(流) 있고(有)
지는(落) 해에(日) 돌아가는(歸) 구름만(雲) 보네(見).
56. 題僧軸(제승축)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지리쌍계승 금강만폭기 명산신미도 매부송승시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直譯
지리산에는(智異) 쌍계사가(雙溪) 뛰어나고(勝)
금강산에는(金剛) 만폭동이(萬瀑) 기이하네(奇).
이름난(名) 산에(山) 몸소(身) 이르지(到) 못하고(未)
때마다(每) 스님(僧) 보내는(送) 시만(詩) 짓네(賦).
57. 山寺(산사)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사재백운중 백운승불소 객래문시개 만학송화노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直譯
절은(寺) 흰(白) 구름(雲) 속에(中) 있고(在)
흰(白) 구름을(雲) 스님은(僧) 쓸지(掃) 아니하네(不).
나그네(客) 와서야(來) 문이(門) 비로소(始) 열리고(開)
온(萬) 골짝의(壑) 소나무(松) 꽃은(花) 늙었네(老).
58. 回舟(회주)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回舟白蘋風 夢落西潭雨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直譯
자던(宿) 해오라기(鷺) 가을(秋) 모래에(沙) 내리고(下)
저녁(晩) 매미는(蟬) 강가(江) 나무에서(樹) 우네(鳴).
흰(白) 마름(蘋) 바람에(風) 배를(舟) 돌리면(回)
꿈은(夢) 서쪽(西) 연못(潭) 비로(雨) 떨어지네(落).
59. 松都懷古(송도회고) ― 草樓 權 韐(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曉雲生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남루수독립 잔곽효운생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直譯
눈의(雪) 달빛은(月) 앞(前) 조정의(朝) 빛깔이요(色)
차가운(寒) 종소리는(鍾) 옛(故) 나라의(國) 소리이네(聲).
남쪽(南) 다락에(樓) 시름하며(愁) 홀로(獨) 섰으니(立)
허물어진(殘) 성곽에(郭) 새벽(曉) 구름이(雲) 이네(生).
60. 老馬(노마) ― 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추풍락엽성 경기사양모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꿈속에 달린 천리 길.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놀라 깨어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直譯
늙은(老) 말이(馬) 소나무(松) 뿌리를(根) 베개하고(枕)
꿈에(夢) 천리의(千里) 길을(路) 갔네(行).
가을(秋) 바람에(風) 떨어지는(落) 나뭇잎(葉) 소리에(聲)
놀라(驚) 일어나니(起) 볕은(陽) 기울어(斜) 저무네(暮).
61. 江夜(강야) ― 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一聲南去雁 啼送海山秋
야정어등조 파천월만주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直譯
밤은(夜) 고요한데(靜) 고기는(魚) 낚시에(釣) 오르고(登)
물결은(波) 얕고(淺) 달빛은(月) 배에(舟) 가득하네(滿).
한(一) 소리에(聲) 남쪽으로(南) 가는(去) 기러기(雁)
바다(海) 산의(山) 가을을(秋) 울어(啼) 보내네(送).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 ― 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完山最古奇 千峰鐘王氣 一代啓鴻基
거진분남북 완산최고기 천봉종왕기 일대계홍기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천 봉우리 기운 모아 큰 터전 열었느니.
直譯
큰(巨) 진영(鎭) 남(南) 북으로(北) 나뉘었느니(分)
완산은(完山) 가장(最) 오래(古) 뛰어났노라(奇).
천(千) 봉우리(峯) 왕의(王) 기운으로(氣) 종이 되어(鐘)
한(一) 시대(代) 큰(鴻) 터전(基 : 왕궁의 터) 열었노라(啓).
낱말풀이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 ― 猿亭 崔壽峸(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在 何處是生涯
수택어룡국 산림조수가 고주명월재 하처시생애
못은 어룡의 나라 숲은 새 짐승의 집.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直譯
물(水) 못은(澤) 고기와(魚) 용의(龍) 나라요(國)
산(山) 숲은(林) 새와(鳥) 짐승의(獸) 집이라(家).
외로운(孤) 배엔(舟) 밝은(明) 달이(月) 있는데(在)
어느(何) 곳에서(處) 한 평생(生) 끝까지(涯) 다스릴꼬(是).
낱말풀이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 ― 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천 석이나 되는 종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만고의 저 천왕봉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直譯
천(千) 근이나 되는(石) 종을(鐘) 청하여(請) 바라보니(看)
크게(大) 두드리지(扣) 아니하면(非) 소리가(聲) 없다네(無).
크게(萬) 오래된(古) 천왕봉은(天王峰)
하늘이(天) 울리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大扣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은 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 ― 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澄泉皎如玉 坐石風動裙 挹流月盈掬
하이성아심 징천교여옥 좌석풍동군 읍류월영국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直譯
어찌(何) 하여야(以) 나의(我) 마음(心) 깨일까(醒)
맑은(澄) 샘은(泉) 구슬과(玉) 같이(如) 맑네(皎).
돌에(石) 앉으니(坐) 바람은(風) 치마를(裙) 움직이고(動)
흐르는 물을(流) 움키니(挹) 달은(月) 손바닥에(掬) 가득하네(盈).
낱말풀이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掬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 ― 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山中桂花發 折得最高枝 歸來伴明月
백로하추공 산중계화발 절득최고지 귀래반명월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높은 가지 꺾어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直譯
하얀(白) 이슬은(露) 가을(秋) 하늘에서(空) 내리고(下)
산(山) 속에선(中) 계수나무(桂) 꽃(花) 피어나네(發).
가장(最) 높은(高) 가지(枝) 꺾어(折) 들고(得)
밝은(明) 달(月) 짝하여(伴) 돌아(歸) 오네(來).
낱말풀이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 ― 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春澗玉聲寒 盤石客來坐 仙人舊有壇
송화금분락 춘간옥성한 반석객래좌 선인구유단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直譯
소나무(松) 꽃에서(花) 금빛(金) 가루(粉) 떨어지고(落)
봄(春) 산골 물은(澗) 옥(玉) 소리로(聲) 차가워라(寒).
소반(盤) 바위에(石) 나그네(客) 와서(來) 앉나니(坐)
신선(仙) 사람이(人) 옛날(舊) 있었던(有) 단이라네(檀).
낱말풀이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 ― 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窓外白雲迷 石徑人誰至 春林鳥自啼
시비방란폐 창외백운미 석경인수지 춘림조자제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올 이 없는 이 돌길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直譯
땔나무로 된(柴) 문짝에서(扉) 삽살개는(尨) 어지러이(亂) 짖어대고(吠)
창(窓) 밖에는(外) 흰(白) 구름이(雲) 헤매네(迷).
이 돌(石) 길에(徑) 사람(人) 누가(誰) 이르겠나(至)
봄(春) 수풀에서(林) 새만(鳥) 스스로(自) 울어대네(啼).
69. 遺懷(유회) ― 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庭邊木葉空 騷人驚起晏 長嘯倚西風
창외연소우 정변목엽공 소인경기안 장소의서풍
창밖엔 연이은 밤비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시인은 놀라 일어나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直譯
창(窓) 밖에(外) 연이은(連) 밤(宵) 비로(雨)
뜰(庭) 가의(邊) 나무(木) 잎은(葉) 다했네(空).
글쓰는(騷) 사람(人) 늦게(晏) 놀라(驚) 일어나(起)
길이(長) 읊조리며(嘯) 가을(西) 바람에(風) 기대네(倚).
70. 過古寺(과고사) ― 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화락승장폐 춘심객불귀 풍요소학영 운습좌선의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옷깃 적시네.
直譯
꽃이(花) 지니(落) 스님은(僧) 오래도록(長) 문을 잠갔고(閉)
봄에(春) 찾아온(尋) 나그네는(客) 돌아가지(歸) 아니하네(不).
바람은(風) 보금자리의(巢) 학(鶴) 그림자(影) 흔들고(搖)
구름은(風) 앉아서(坐) 참선하는(禪) 옷을(衣) 적시네(濕).
낱말풀이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 ― 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倚樹午眠閒 夢亦非塵界 靑山綠水間
백두창면수 의수오면한 몽역비진계 청산녹수간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꿈 또한 속세 아니니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直譯
흰(白) 머리에(頭) 푸른(蒼) 얼굴의(面) 늙은이(叟)
나무에(樹) 기대고(倚) 한가로이(閒) 낮(午) 잠을 자네(眠).
꿈(夢) 또한(亦) 티끌의(塵) 세계가(界) 아니니(非)
푸른(靑) 산(山) 푸른(綠) 물(水) 사이라네(間).
낱말풀이 / 蒼面叟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 ― 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風輕柳拂絲 尋訪應有意 童子抱琴隨
일난화여풍 풍경유불사 심방응유의 동자포금수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直譯
날씨(日) 따뜻하니(暖) 꽃은(花) 비단(錦) 같고(如)
바람(風) 가벼우니(輕) 버들엔(柳) 실(絲) 바람이네(拂).
찾아(尋) 방문함엔(訪) 응당(應) 뜻이(意) 있으리니(有)
아이는(童子) 거문고를(琴) 안고(抱) 따르네(隨).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 ― 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山空春鳥啼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십리무인향 산공춘조제 봉승문전로 승거로환미
사람 소리 없는 십리 빈 산엔 봄 새 소리.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直譯
십(十) 리에(里) 사람(人) 소리(響) 없고(無)
산은(山) 비어(空) 봄(春) 새만(鳥) 우네(啼).
스님(僧) 만나(逢) 앞(前) 길(路) 묻고(問)
스님(僧) 가니(去) 길에서(路) 도로(還) 헤매네(迷).
낱말풀이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 ― 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精忠貫日明 男兒一掬淚 不獨爲今行
장기연천울 정충관일명 남아일국루 부독위금행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直譯
장한(壯) 기운은(氣) 하늘에(天) 이어져(連) 무성하고(鬱)
참된(精) 충성은(忠) 해를(日) 꿰뚫어(貫) 밝다(明).
사나이(男兒) 한(一) 움큼(掬) 흐르는 눈물이(漏)
다만(獨) 이제(今) 가는 걸음을(行) 위함만은(爲) 아니니라(不).
75. 途中(도중) ― 霞谷 尹 堦(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直譯
해(日) 저물어(暮) 북쪽(朔) 바람이(風) 일고(起)
날씨(天) 추우니(寒) 길을(路) 가기(行) 어려워라(難).
흰(白) 연기는(烟) 언(凍) 나무에서(樹) 나는데(生)
산(山) 가게가(店) 눈(雪) 가운데(中) 보이네(看)
76. 金剛山(금강산) ― 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리.
直譯
산이(山) 구름과(雲) 더불어(與) 함께(俱) 하야니(白)
구름과(雲) 산(山) 모습을(容) 나눌 수(辯) 없다네(不).
구름(雲) 가고(歸) 산(山) 홀로(獨) 섰으니(立)
일(一) 만(萬) 이(二) 천(千) 봉우리라네(峯).
낱말풀이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靑山一老僧 相逢談笑處 蘿月不懸燈
자맥삼년객 청산일노승 상봉담소처 나월불현등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直譯
자줏빛(紫) 두렁 길에(陌) 세(三) 해의(年) 나그네(客)
푸른(靑) 산에(山) 한(一) 늙은(老) 스님(僧).
서로(相) 맞나(逢) 이야기하고(談) 웃는(笑) 곳에(處)
댕댕이 덩굴의(蘿) 달로(月) 등을(燈) 달 것이(懸) 없다네(不).
낱말풀이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庭空有月痕 忽聞山犬吠 沽酒客敲門
곡정무인적 정공유월흔 홀문산견폐 고주객고문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빈 뜰엔 달 흔적만.
문득 개 짖는 소리는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直譯
골짝이(谷) 고요하여(靜) 사람(人) 자취(跡) 없고(無)
뜰이(庭) 비어(空) 달(月) 흔적이(痕) 있네(有).
문득(忽) 산에(山) 개(犬) 짖는 소리(吠) 들리는 것은(聞)
술(酒) 사려는(沽) 나그네가(客) 문을(門) 두드림이라(敲).
79. 藥山東臺(약산동대) ― 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晴江萬里長 出門一大笑 獨立倚斜陽
약석천년재 청강만리장 출문일대소 독립의사양
약 바위 천 년 있고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약산의(藥) 바위(石) 천(千) 년을(年) 있고(在)
맑은(晴) 강(江) 만(萬) 리나(里) 기네(長).
문에서(門) 나와(出) 한번(一) 크게(大) 웃고(笑)
홀로(獨) 서서(立) 기우는(斜) 빛에(陽) 의지하네(倚)
낱말풀이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 ― 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秋山白雲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고목한연리 추산백운변 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直譯
옛(古) 나무는(木) 차가운(寒) 연기(煙) 속이고(裏)
가을(秋) 산은(山) 흰(白) 구름(雲) 가장자리네(邊).
저무는(暮) 강엔(江) 바람(風) 물결(浪) 일고(起)
고기 잡는(漁) 이(子) 급히(急) 배를(船) 돌리네(回).
낱말풀이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 ― 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바로 군자 같아라.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直譯
작은(微) 풀에(草) 그윽하고(幽) 곧은(貞) 자태이니(趣)
참으로(正) 군자와(君子) 같은(猶) 사람이라네(人).
이런(斯) 사람(人) 보는 것이(見) 가하지(可) 아니하니(不)
헛되이(徒) 물건과(物) 더불어(與) 서로(相) 친하네(親).
낱말풀이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 ― 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백옥당에 매화나무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어디서 얻어 왔느뇨.
直譯
흰(白) 구슬(玉) 집이라는(堂) 백옥당(白玉堂) 가운데(中) 나무(樹)
꽃이(花) 피어(開) 나그네(客) 술잔에(杯) 가깝네(近).
하늘(天) 가득한(滿) 바람과(風) 눈(雪) 속(裏)
어느(何) 곳에서(處) 그(夫) 얻어(得) 왔느뇨(來).
낱말풀이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 ― 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間 幽恣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대나무 하나 그렸지.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直譯
한가하고(閑) 여유로와(餘) 붓과(筆) 벼루(硯) 희롱하여(弄)
한(一) 장대(竿) 대를(竹) 그려(寫) 만들었네(作).
때로(時) 벽(壁) 위에 두어(上) 사이 하니(間)
그윽한(幽) 모습인(恣) 까닭으로(故) 속되지(俗)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 ― 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侵人坐處生 不知衣露濕 猶自聽溪聲
계상리리초 침인좌처생 부지의로습 유자청계성
시냇가에 흩어진 풀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直譯
시내(溪) 위의(上) 나란하고(離) 나란한(離) 풀이(草)
사람의(人) 앉을(坐) 곳(處) 침범하여(侵) 나있네(生).
옷이(衣) 이슬에(露) 젖는 줄(濕) 알지(知) 못하고(不)
태연히(猶) 시내(溪) 소리만(聲) 스스로(自) 듣네(聽).
85. 山氣(산기) ― 眉叟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山鳥自相親 物我兩忘處 始覺百獸馴
양아춘기조 산조자상친 물아양망처 시각백수순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산새들 서로 사랑.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直譯
따뜻한(陽) 언덕에(阿) 봄(春) 기운(氣) 이른데(早)
산(山) 새(鳥) 저절로(自) 서로(相) 사랑하네(親).
물건과(物) 나(我) 둘(兩) 거처(處) 잊으니(忘)
비로소(始) 모든(百) 짐승(獸) 길들여짐을(馴) 깨닫겠네(覺).
(二)
空堦鳥雀下 無事晝掩門 靜中觀物理 居室一乾坤
공계조작하 무사주엄문 정중관물리 거실일건곤
참새 내리는 빈 섬돌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直譯
빈(空) 섬돌에(堦 : 階) 새(鳥) 참새(雀) 내려오고(下)
일이(事) 없어(無) 낮에도(晝) 문을(門) 닫았네(掩).
고요한(靜) 가운데(中) 물건(物) 이치(理) 살펴보면(觀)
사는(居) 집이(室) 하나의(一) 하늘과(乾) 땅이라네(坤).
86. 流頭(유두) ― 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佳節是流頭 閒臥松陰夕 淸風不讓秋
제호래곽외 가절시유두 한와송음석 청풍불양추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좋은 시절 유두라.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바람은 맑은 가을.
直譯
술병(壺) 들고(提) 성(郭) 밖에(外) 오니(來)
좋은(佳) 시절은(節) 이에(是) 유두라(流頭).
한가로이(閒) 솔(松) 그늘(陰) 저녁에(夕) 누웠으니(臥)
맑은(淸) 바람은(風) 가을을(秋) 양보하지(讓)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 ― 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詩成月滿軒 夢回天已曙 窓外衆禽喧
금파운침벽 시성월만헌 몽회천이서 창외중금훤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꿈 깨어난 새벽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直譯
거문고(琴) 그치니(罷) 구름이(雲) 벽을(壁) 침범하고(侵)
시가(詩) 이루어지니(成) 달은(月) 추녀에(軒) 가득하네(滿).
꿈에서(夢) 돌아오니(回) 하늘은(天) 이미(已) 새벽이라(曙)
창(窓) 밖에(外) 많은(衆) 새(禽) 시끄럽네(喧)
낱말풀이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 ― 冲 徽(충 휘)
夜雨朝來歇 靑霞濕落花 山僧留歸客 手自煮新茶
야우조래헐 청하습낙화 산승유귀객 수자자신다
밤비 개인 아침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손수 차를 달이네.
밤(夜) 비(雨) 아침에(早) 이르러(來) 개이고(歇)
푸른(靑) 안개(霞) 지는(落) 꽃을(花) 적시네(濕).
산(山) 스님은(僧) 돌아가는(歸) 나그네(客) 머무르게 하고(留)
손수(手) 스스로(自) 새로이(新) 차를(茶) 다리네(煮).
낱말풀이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 ― 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芳樹澹烟沈 夜久孤村靜 淸泉響竹林
경운화월토 방수담연침 야구고촌정 청천향죽림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直譯
가벼운(輕) 구름은(雲) 아름다운(華) 달을(月) 토해내고(吐)
꽃다운(芳) 나무에는(樹) 맑은(澹) 연기(烟) 잠기네(沈)
밤이(夜) 오래되니(久) 외딴(孤) 마을은(村) 고요하고(靜)
맑은(淸) 샘물이(泉) 대(竹) 숲을(林) 울리네(響).
90. 采蓮曲(채련곡) ― 玄黙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繫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피미채련여 계주횡당저 수견마상랑 소입하화거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直譯
저(彼) 아름다운(美) 연을(蓮) 따는(采) 처녀여(女)
가로놓인(橫) 연못(塘) 물가에(渚) 배를(舟) 매두고(繫).
말(馬) 위의(上) 사내를(郞) 부끄러이(羞) 보다가(見)
웃으면서(笑) 연(荷) 꽃으로(花) 들어(入) 가버리네(去).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 ― 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獨自對蒼峰 先君一片月 來掛檻前松
청림좌래명 독자대창봉 선군일편월 래괘함전송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直譯
푸른(靑) 숲에(林) 앉았으니(坐) 어둠이(暝) 와서(來)
홀로(獨) 몸소(自) 푸른(蒼) 봉우리만(峰) 마주하네(對).
그대에(君) 앞서(先) 한(一) 조각(片) 달이(月)
난간(檻) 앞(前) 소나무로(松) 와(來) 걸렸네(掛).
92. 瀑布(폭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驚雷殷一壑 晩來更淸壯 高峰秋雨落
백설괘종고 경뇌은일학 만래갱청장 고봉추우락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直譯
하얀(白) 눈을(雪) 옛날(古)부터(從) 걸고(掛)
천둥소리(雷) 크게(殷) 한(一) 골짝을(壑) 놀라게 하네(驚).
저녁때에(晩) 이르러(來) 다시(更) 맑고(淸) 장해(壯)
높은(高) 봉우리에서(峰) 가을(秋) 비(雨) 떨어지네(落).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總看成錦樹 虛齋坐忘言 葉上聽疎雨
상엽자심천 총간성금수 허재좌망언 엽상청소우
저절로 깊고 얕은 단풍 잎 바라보니 모두 비단 나무.
빈 서재에 말을 잊고 앉아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直譯
서리(霜) 잎은(葉) 저절로(自) 깊고(深) 얕아서(淺)
모두(總) 바라보니(看) 비단(錦) 나무(樹) 되었네(成).
빈(虛) 집에(齋) 앉아(坐) 말을(言) 잊고서(忘)
잎(葉) 위에(上) 성긴(疎) 빗소리(雨) 듣네(聽).
94. 訪眉叟宗丈(방미수종장) ― 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闍崛西 深燈風雨夕 牀頭一樹梅 含情若挽客
상심사굴서 심등풍우석 상두일수매 함정약만객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直譯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闍崛) 서쪽으로(西) 찾아가(尋) 보았더니(相)
등불에(燈) 비(雨) 바람(風) 저녁이(夕) 깊었네(深).
평상(牀) 머리에(頭) 나무(樹) 하나(一) 매화는(梅)
정을(情) 머금고(含) 나그네를(客) 잡아당기는 것(挽) 같네(若).
낱말풀이 / 眉叟 : 허목(許穆)의 자(字). 闍崛 : 지사굴산(秪闍崛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叟)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 ― 涬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山開忽有村 田翁眠藉草 淸夢繞平原
수옹의무로 산개홀유촌 전옹면자초 청몽요평원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풀을 깔고 잠든 농부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直譯
나무가(樹) 가리어(擁) 길이(路) 없는지(無) 의심을 했는데(疑)
산이(山) 열리자(開) 문득(忽) 마을이(村) 있네(有).
농사짓는(田) 늙은이(翁) 풀을(草) 깔고(藉) 자니(眠)
맑은(淸) 꿈이(夢) 평평한(平) 벌판을(原) 둘러싸네(繞).
96. 紫陌春雨(자맥춘우) ― 癯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興與春雲聚 醉臥酒爐邊 衣沾杏花雨
동풍자맥래 흥여춘운취 취와주로변 의첨행화우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直譯
제왕의 집 빛깔이 있는(紫) 거리에(陌) 동쪽(東) 바람이 불어(風) 오면(來)
흥은(興) 봄(春) 구름과(雲) 더불어(與) 모여드네(聚).
술(酒) 화로(爐) 가에(邊) 취해(醉) 누우면(臥)
옷은(衣) 살구(杏) 꽃(花) 비에(雨) 젖네(沾)
낱말풀이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 ― 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簷端樹自交 夜闌人不寐 明月在花梢
일실청여수 첨단수자교 야란인불매 명월재화초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直譯
온(一) 방의(室) 맑기가(淸) 물과(水) 같은데(如)
처마(簷) 끝의(端) 나무는(樹) 절로(自) 섞이었고(交).
밤이(夜) 다하도록(闌) 사람은(人) 잠을 이루지(寐) 못하는데(不)
밝은(明) 달은(月) 꽃(花) 가지 끝에(梢) 있네(在).
98. 和金稷山(화김직산)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日照幽蘭靜 中有鼓琴人 欹巾坐花影
주란부록지 일조유란정 중유고금인 의건좌화영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直譯
붉은(朱) 난간이(欄) 푸른(綠) 못으로(池) 구부리고(俯)
해(日) 비치니(照) 그윽한(幽) 난초가(蘭) 고요하네(靜).
그 가운데에(中) 거문고(琴) 타는(鼓) 사람(人) 있으니(有)
기울어진(欹) 두건으로(巾) 꽃(花) 그늘에(影) 앉았네(坐).
99. 磧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掃石臨流水 問師何處來 師言無所住 偶與白雲回
소석임유수 문사하처래 사언무소주 우여백운회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머무는 데 없이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直譯
돌을(石) 쓸고(掃) 흐르는(流) 물에(水) 임하여(臨)
스승에게(師) 묻기를(問) 어느(何) 곳에서(處) 오시느냐고(來).
스승이(師) 말하기를(言) 머무는(住) 곳(所) 없이(無)
흰(白) 구름(雲) 더불어(與) 짝하고(偶) 돌아온다고(回).
낱말풀이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 ― 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孤跫響獨哀 片雲依石在 孤月照鄕來
백조서개온 고공향독애 편운의석재 고월조향래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直譯
온갖(百) 새들은(鳥) 깃들어(棲) 다(皆) 평온하고(穩)
외로운(孤) 귀뚜라미(蛩) 소리(響) 홀로(獨) 슬프네(哀).
조각(片) 구름은(雲) 돌에(石) 의지하여(依) 있고(在)
외로운(孤) 달은(月) 시골을(鄕) 비춰(照) 오네(來).
101. 牧笛(목적) ― 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大牛能自領 晩郊留一聲 渡水入山影
단발척여아 대우능자령 만교유일성 도수입산영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直譯
짧은(短) 머리털이(髮) 한 자(尺) 남짓한(餘) 아이(兒)
큰(大) 소를(牛) 능히(能) 몸소(自) 거느리네(領).
저문(晩) 들에(郊) 한(一) 소리(聲) 남겨두고(留)
물을(水) 건너(渡) 산(山) 그늘로(影) 들어가네(入).
102. 江行(강행) ― 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波色澹淸晨 岸岸蓬底濕 沙上不見人
호촌수숙우 파색담청신 안안봉저습 사상불견인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直譯
호수(湖) 마을은(村) 묵은(宿) 비를(雨) 걷고(收)
물결(波) 빛은(色) 맑은(淸) 새벽에(晨) 맑네(澹).
언덕(岸) 언덕엔(岸) 쑥(蓬) 밑이(底) 젖고(濕)
모래(沙) 위엔(上) 사람(人) 보이지(見) 아니하네(不).
103. 田翁(전옹) ― 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林逕驅牛去 遙野望家門 烟生喬木處
철경산락일 임경구우거 요야망가문 연생교목처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直譯
밭 갈기를(耕) 그치자(輟) 산의(山) 해는(日) 떨어져(落)
숲 속(林) 오솔길로(逕) 소(牛) 몰고(驅) 가네(去).
먼(遙) 들에서(野) 집의(家) 문을(門) 바라보니(望)
높이 솟은(喬) 나무(木) 있는 곳에서(處) 연기가(烟) 피어오르네(生).
104. 田家(전가)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 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
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 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直譯
여자는(婦) 앉아서(坐) 아이(兒) 머리(頭) 두들기고(搯)
늙은이는(翁) 구부리고(傴) 소(牛) 우리(圈) 치네(掃)
뜰에는(庭) 논(田) 고동(螺) 껍질(殼) 쌓여있고(堆)
부엌에는(廚) 들(野) 마늘(蒜) 줄기(本) 놓여있네(遺).
105. 民山(민산)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前路行人少 村機猶織聲 西窓有餘照
원산모색래 전로행인소 촌기유직성 서창유여조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直譯
먼(遠) 산에(山) 저녁(暮) 빛깔이(色) 오니(來)
앞(前) 길에는(路) 다니는(行) 사람(人) 적네(少).
마을(村) 베틀에서는(機) 아직도(猶) 베 짜는(織) 소리나고(聲)
서쪽(西) 창에는(窓) 빛이(照) 남아(餘) 있네(有).
106. 牧童(목동) ― 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
구우적각동 만재추산색 질질소봉두 장가귀월석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直譯
소를(牛) 모는(驅) 발가숭이(赤) 다리의(脚) 아이(童)
가을(秋) 산(山) 빛을(色) 가득(滿) 실었네(載).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긴(長) 노래로(歌) 저녁(夕) 달에(月) 돌아오네(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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