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오 규 원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매달리듯 당나귀

고삐에 매달리듯

매달린 건 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사랑도 꿈도.

그러나 즐거워하라.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유행가라는

사실은 이 시대의

기교가 하느님임을 말하고, 이 시대의

아들딸이 아직도 인간임을 말한다.

이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기교, 나의 하느님인 기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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