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아 너도 쉬엄 쉬엄 쉬다가 오렴...



먼길을 돌아와 얼마쯤일까?
산모퉁이 자갈길에 다리가 무거워서
가던길을 쉬어갈까 두리번 거리지만

내 쉴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바위위에 걸터 앉아 노을진 석양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니
지나온 반평생 너무 허무하다.

 

젊음의 시절엔 그 세월이 더디 가기에
어서가자 세월아 재촉도 했었는데
속절없이 변해가는 내 모습에


살아온 지난 일들이
후회와 아쉬움만 더덕 더덕 쌓이고
남은 길은 저만치 눈에 어린다.

 
걸어온 그 험난한 길 위에
내 흔적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뒤돌아보니 보잘것 없는 삶이었기에
작은 마음만 미어지는 것 같다.

 
줄어드는 꿈이라 이 길을 멈춰 설 수 없다 해도
육신의 허약함을  어이 감당해야 하나
가는 세월아...


너도 쉬엄 쉬엄 쉬었다 내 뒤를 따라 오렴...  ... 

 

 

 저를 제발 잊지 말아 주세요...
매일매일 역으로 마중을 나가서는
허망하게 돌아오는 스무 살짜리 여인을
비웃지 마시고 부디 기억해 주세요.

이 작은 전철역' 이름은
일부러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알려드리지 않더라도
당신은 언젠가 저를 찾아내겠죠.

- 다자이 오사무의《미남자와 부랑자》<기다림 > 중에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속의 한 귀절  (0) 2018.01.15
서양철학 한빛도서관   (0) 2016.04.23
기쁜 마음 속에선 슬픔이 자라지 못한다   (0) 2009.11.06
잘 익은 사람   (0) 2009.08.09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0) 2009.08.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