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20대 후반에 절에 들어가서 행자생활을 좀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불안하고 할 때는 부처님 생각도 나고 해서
한 10cm쯤 되는 부처님을 하나 별도로 방에다 모시고, 아침 저녁으로 인사도 드리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좀 편안하기는 한데, 초하루 보름으로 밥은 별도로 지을 수가 없어서
정수된 쌀을 한 그릇씩 놓고, 과일이 생기면 과일도 놓고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옆에 조상님 사진도 같이 모셔 놓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불안하던 마음도 많이 편안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디 가 물어보니 부처님을 개인 집에다 모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 안 되는 건지요?

▒ 답
해도 됩니다.
(점집에 가 물어보니까 안좋다고 하던데..)
점집보다 법륜스님이 더 못해요? 스님이 괜찮다잖아요? (대중들 웃음)
왜 괜찮은가 하면, 믿음이라는 것은 자유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바다를 믿기도 하고, 땅을 믿기도 하고, 산을 믿기도 하고
그래서 바다에는 해신, 땅에는 지신, 산에는 산신이..
하늘에는 천신이, 별에는 칠성신이, 부엌에는 조왕신이 있다고 생각했잖습니까?
이렇게 모든 사물에 신이 있다는 건, 그만큼 조심하고, 함부로 안 하고, 공경한다는 말입니다.

산에 가도 조심하는 게 사고 안 나요? 함부로 하는 게 사고 안 나요?
조심하는 게 사고 안 나죠? 그래서 산에 들어갈 때 '들어갑니다' 인사하고
무사히 나올 때 '고맙습니다' 인사한다.. 그러면 산에 뭐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조심하는 마음으로 산을 대하면 그만큼 산에 가서 사고날 확률이 적어진다..
그러니까 실제로 산에 신(神)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믿음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이지 산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비록 돌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부처님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면
무슨 역할을 한다? 부처의 역할을 하는 거고..
설령 부처님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보지 못하면
부처가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은 다 나한테 달렸어..
그래서 내가 불상을 모시고 경건한 마음을 내면
그만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걸 모셔야 된다, 안 된다.. 이런 게 아니고
인간의 믿음은 그 종류가 다양한데, 어느 게 옳으냐 그르냐.. 논쟁을 할 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런 것은 개인의 믿음의 영역에 속하는 거니까
그런 걸 가지고 옳으니 그르니 하지 말라..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거기다가 밥을 놓고 절을 하든, 과일을 놓고 절을 하든 그건 개인의 문제이고
그냥 절하기가 서운해서 내가 밥을 올려 놓고 절을 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나쁘다고 하는 것은 누구를 때리거나 죽이거나, 누구 물건을 훔치거나 뺏거나
누굴 성폭행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누굴 속이거나 욕하거나..
이런 것은 나쁜 행위니까 이런 건 하지 말라.. 그러는 것이지만
내가 뭐.. 돌 앞에 밥을 해 놓든, 나무 앞에 밥을 해 놓든
그건 남을 해치는 게 아니니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사를 재내든 부처님 앞에 밥을 올리든.. 그 밥을 먹는 거 봤어요? 안 먹어요..
누가 먹어요? 내가 먹어요.. ㅎㅎ
그러니까 그건 정성이예요.
정성을 쏟으면 누가 좋다? 내가 좋아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럼 여기서.. 누가 '꼭 해야 됩니까?' 라고 물으면 스님이 뭐라고 그럴까?
'안 하면 안 됩니까?' 그러면 뭐라고 그럴까? 안 해도 된다.. ㅎㅎ
'하면 안 됩니까?' 그러면 뭐라고 그럴까? 해도 된다..
'그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뭡니까?' 그러면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
세상살이에는 하고 싶어도 안 해야 되는 게 있고
안 하고 싶어도 해야 되는 게 있는데
이런 것은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고
정성을 쏟으면 자기가 편안하고.. 그런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내 맘이 편안하다 하면, 그렇게 하십시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왜 그런 걸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까?
집에 불상을 모시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조선시대에 500년 동안 불교가 탄압을 받았습니다.
절도 없애 버리고, 스님도 없애 버리고..
남은 스님은 천민으로 대우해 버리고.. 이렇게 불교를 못 믿게 했어요..
불교 믿는 사람을 나쁘게 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불교신자는 엄청나게 많았는데, 거의가 다 불교신자였는데
권력으로 억지로 못 믿게 하니까.. 절도 없어지고, 절에 가도 탄압받고 이러니까
사람들이 몰래 자기 혼자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불상 조그만 거 방에 갖다 놓고 혼자서..
그러니까 그것도 못 하게 하려고
집에 불상을 모시면 안 된다.. 재앙이 온다..
이렇게 해서 집에 불상을 못 모시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모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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