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부자가 되기를 빌고

건강해지기를 빌고

행복해지기를 빌고

자식이 잘 되기를 빌고

병이 낫기를 빌고

오래 살기를 빌고

극락에 가기를 빌고


이렇게 비는 사람들을

기복이라고 해서

지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떤 게 참다운 종교냐?

고,


가슴이 휭 뚫리는

현명한 대안이 있으면 듣고 싶다.  

 

+++

 

세상에 기복적인 요소가  없는 종교가 어디에 있으며 기복에 자유로울 수 있는 중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복이 기복으로서 끝나지 않고 자기 발전과 정신적 성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문제라고 봅니다. 더욱이 기복이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나 공양의 범위를 벗어나서 매불로 전락 한다면 이를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지요?

 

스님께서도 이곳에 와 보셨겠지만 여기 불교도 기복이 있습니다. 특히 하안거가 끝나면 "마하피릿"이라는 큰 행사를 사찰마다 하며 불자들의 오른 팔에 실을 묶어 줍니다. 이러한 피릿이라는 의식은 불교가 이나라에 들어 오면서 민속신앙을 포용한 결과 입니다. 사업 잘되고 건강하고 돈 많이 벌고 원하는 것 모두다 이루어 진다고 불자들은 믿으면서 피릿이라는 행사에 참석 합니다.

 

여기서 길게 피릿이라는 의식을 설명 드릴 공간은 아니지만,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매불은 안 합니다. 아니 매불을 하기 보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더욱더 가슴에 새기는 행사 입니다. 보통 초저녁에 시작한 염불행사는 수행승과 불자들이 길게 실을 늘어 트려서 그것을 붙잡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염불을 하니까  12시간 정도를 밤새 도록 염불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실을 수행승이 일일이 잘라서 피릿이라는 행사에 참여한 불자들의 팔에 감아 주며 축복을 해 줍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것이지만.. 남방불교에서도 기복은 있습니다. 수억의 인구가 불교 믿고 있습니다. 그럼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불교속에서 기복을 이끌어 가나 정도는 공부해 보고 알아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은 무조건 기복하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합니다. 기복을 비난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하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진실을 호도하고 두손으로 하늘을 가릴려고 합니다. 교리니 불법 훼손이니 그런것은 둘째치고라도 일단 기복=매불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청정한 마음을 되찾아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기에 살다보니 이곳 불교를 늘 접하며 삽니다. 저도 기복 엄청 합니다. 늘 장사 잘되게 해 달라고 손발이 닳도록 빕니다. 오죽했으면 힌두사원에도 갑니다. 하지만 그런것은 내 개인의 문제일 뿐 불교나 수행승이 앞장서서 기복을 행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미신적이고 힌두교적인 행사도 사찰에서는 없습니다.

 

더더욱 돈을 주고 받는 행위는 꿈도 못 꿉니다. 불교가 기복하지 않고도 이곳은 잘 돌아 갑니다. 기복은 사찰 밖에서 개인이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순수한 중생 그 자신의 문제일뿐이지 그걸 불교가 포용하거나 끌어안고 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겠지요.  

 
붓다앞에서 빌고 보리수 나무 보고 빌고 그 나무 끝에 수많은 소원을 헝겊에 적어서 보리수 나무에 매달아도  그냥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 입니다. 그걸 수행승이 돈받고 이래라 저래라 또는 재 지내고 염불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자비관 정도는 염불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이기적인 기복만 할것이 아니라 다른사람 복도 빌어라라고 웃으면서 말해 줍니다. 저도 절에가서 복 빕니다. 하지만 수행승 몰래 몰래 등불켜고 죽어라고 붓다 앞에서 오체투지 합니다. 수행승에게 돈 갖다 주면서 복 달라고 제사 지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기복을 해도 늘 모든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뿐이지 제 자신의 가족만 잘 되게 해달라고 나만 돈벌게 해 달라고 빌지 않습니다.  

 
연기의 존재인 우리는 어차피 너와 내가 얽혀 있습니다. 나만 홀로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은 없다고 봅니다. 여기에 있는 상당수의 한국불자들도 이제는 기복을 해도 .. 늘 이렇게 빕니다. 부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모든 사람들이 잘되게 해 주세요 ... 저는 늘 주장 합니다. 제발 한국 불자들도 다른나라 불교좀 공부해라.. 우물안 개구리처럼 있지 말고.. 남들이 어떻게 하는줄 봐야 무엇이 틀렸는지 옳은지도 분간하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도 되겠지요.  

 

또한 이곳은 사찰에 돈 주고 싶으면 그냥 공개적으로 보시하면 됩니다. 사찰에는 수많은 불사도 있고 돈 쓸곳도 많습니다. 복짓고 싶으면 대중공양 하면 됩니다. 모든 스님들 모셔놓고 공양 올리면 됩니다. 나혼자 살짝 몰래 .. 그런것 없습니다. 

 

이곳에서 10년을 넘게 공부하시고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 빠알리어 경전 번역에 온 힘을 쏟으시는  분이 늘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 불교와 스리랑카 불교가 다른게 딱 두가지가 있다.

 

1) 청정한 스님이 청정하지 않은 스님보다 많다.

2) 모든 사람들이 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 스님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확한 붓다의 가르침을 모르니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

 

밀린다 왕문경에는 알면서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 중에서 어느것이 무거운 악업이냐는 물음에 나가세나 스님은 모르고 짓는게 더 무거운 악업이라고 대답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통념적인 생각과는 전혀 반대의 말을 한 것 입니다. 즉 알고 지으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니 참회도 하고 그 잘못을 고칠 기회도 있지만 모르고 있으면 옳은지 그른지 모르니 평생 고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명 쉽게 말하면 공부 안하는 무식함 이라는게 불교에서는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 합니다,

 

자등명 법등명이며 복을주는 절대자도 없고 그리고 신과 중생을 중간에서 매개해 주는 신관도 필요 없습니다. 사찰에서 힌두교적인 재 문화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 입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기에 수행승은 사찰에서 기복에 앞장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가한 수행승도 아닌 세간사를 사는 중생들은 수행승처럼 그렇게 마음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일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매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절에가서 기도하고 보리수 나무한테 죽어라고 매달립니다. 하지만 사찰과 수행승들은 그런 중생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지켜 볼 뿐 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늘상 마음 편안하게 법문도 해 줍니다.

 

회사 새로 만들고 집 옮기고 아이 낳고 아프거나 사람이 죽거나 .. 온갖 세간사에 스님들이 옵니다.축복도 해주고 염불도 해 줍니다. 사람이 죽으면 밤새도록 염불 해 줍니다. 죽은 사람을 위해서 염불해 주는게 아닙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인생무상과 윤회의 가르침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비경과 보배경을 암송하며 회사 오픈한 것 축하해 주고 새로 이사간 집에 잡귀신 없도로 쫓아 줍니다. 아이들 축복도 해 줍니다. 결혼식에도 참석해서 축하해 줍니다. 하지만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아십니까? 이곳 수행승들은 중생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수행승이 와서 축하하고 축복해 주길 바라는 그러한 중생의 미혹한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서 옵니다. 그리고 법문을 하지요. 붓다의 말씀을 길게 늘어 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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