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어원과 원리

 

상징이란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 의미를 지닌 모든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그자체 그 대로를 의미하지 않고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적 작용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의미의 상징이란 우리가 쓰는 말, 곧 단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론에서 유의성을 지니는 상징은 이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본래 상징은 symbol의 역어에 해당되는 말이다. 이 말은 그 어원을 symballein 에 둔다. 희랍어로 동사에 속하는 이 말은 ‘짝맞추다’이다. 이 말의 명사형은 symbolon인데, 그 뜻은 신표, 증표, 표상 등에 해당된다. 범박하게 보면 상징은 그 무엇에 대한 신표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영어로 symbol에 해당하는데 이는 그리스어 symbolon(符信)이 그 어원이며, 나중에 기호(記號)라는 뜻이 되었다. 오늘날 심벌즈가 두가지 짝을 맞춰서 소리를 내는데 이 말은 본래 어원인 symballein에서 비롯된 말로 맞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화에서 보면 거울이나 열쇠, 칼 등을 나누어 가졌다가 나중에 서로 맞추어 보고 하나임을 인정하는 증표로 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징이란 이러한 행위처럼 서로를 맞추어보고 맞추어진 대상이 단순히 하나의 사물임을 뚯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칼을 맞추어 보되 하나의 칼이라는 것은 칼 이상의 혈통이나 정통성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칼이라는 사물을 매개로 하되 칼이 아닌 그 이상의 다른 의미를 확보할 때 상징이 성립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떤 것이 그 성질을 직접 나타내는 기호(sign)와는 달리, 상징은 그것을 매개로 하여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작용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작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상징은 어떻게 보면 확장된 은유이며, 그 반복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의사주체다. 여기서 의사주체란 두 사물간의 연결이 어떤 유사성에 토대하지 않음을 뜻한다. 상징에 있어서 두 사물의 연결은 아주 원시적이며 마술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실제에 있어서 상징 자체는 의사주체일 뿐 말의 참뜻에서는 주체, 곧 객관적 실체가 되지는 못한다.

 

 

상징의 유형

 

① 협의 상징과 장력상징

 

Phillp wheelright는 언어의 긴장감의 정도에 따라서 상징을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 하나가 협의상징이며, 다른 하나가 장력상징이다. 본래 상징의 의미는 사회적 관습에 따라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간다. 협의상징이란, 한 사회나 조직에서 되풀이되어 사용되어 온 것으로 그 의미해석의 테두리가 정해 져 있는 것을 가리킨다. 결국 휠라이트가 말한 협의 상징이란 관습적 상징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장력상징에 대해서는 그 첫째 요건으로 1) 필연적으로 의미가 조작될 것과 2)그러나 그 의미가 애매한 점이라고 밝혔다. 본래 장력상징은 상상력에 의해 개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말은 이 상징이 갓 태어난 것으로 일반 독자에게 깨치게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필연적인 의미의 조작이 필요하다. 의미의 애매함에 의해 상징은 연상 또는 상상력의 폭과 깊이가 확보된다.

 

 

② 상징의 재문맥화

 

본래 상징은 전혀 이질적인 두 요소의 폭력적인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통한 문맥화에서 상징의 기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국화’는 일반적인 의미인 매운 절개의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도연명의 경우로 대표되는 술과 풍류, 전원생활로 그 내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이것은 적어도 신산한 생활이나 방황 다음에 확보된 어떤 마음의 보람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알려진 국화의 뜻을 捨象하고 그에 대신하여 새로운 의미 부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립된 것이다.

 

상징의 재문맥화란 이미 쓰여진 상징의 심상에 새로운 국면이 타개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의 언어조직을 통해서이며, 형태, 구조상의 기법이 그에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관습적 상징에 새로운 생명이 부여되는 것이다.

 

 

비유와 상징

 

비유와 비교해서 말하면 상징은 비유에서 원관념을 떼어버리고 보조관념만 남아 있는 형태이다. 상징은 불가시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실재를 드러내는 가시적 刑 또는 대상을 뜻하는 것이다. 클리언스 브룩스가 이야기하는 상징과 은유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자

 

상징은 원관념이 생략된 은유로 생각된다. “소녀들의 장미 동산에 있는 여왕 장미”라고 하면 은유이지만, 시인이 단순하게 그가 취급하는 사람의 성질을 암시하기 위하여 장미를 가리키는 데 그치고 비유적인 틀을 지시하지 않는 다면 그는 장미를 상징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는 비유적인 전이를 강조할 때 은유라는 말을 쓴다. 예컨대 “소녀는 장미다”라고 하면 장미의 특질이 소녀에게 전이 된다. 그러나 다른 그 어떤 것을 대신하는 대상이나 행동을 생각할 때 우리는 상징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 understanding poetry>

 

위의 언급에서 중요한 것은 ‘전이’와 ‘대신’이라는 말이다. 비유가 원관념을 전이한다는 것은 두 대상 사이의 동일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는데 반해, A가 B를 대신한다는 것은 각자의 속성은 속성대로 지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징은 내면적 토대에 의해서 가능해 진다.

 

은유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교차에서 유추와 동일성의 원리에 토대를 둔 것이라면, 상징은 사물과 관념 사이의 교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특징인 언어는 상징적 능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신호에 대한 반응에는 사고 작용이 필요하지 않지만, 상징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사고의 작용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상징과 신호의 다른 점은 신호는 본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 자의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본의와 자의적으로 맺어진 유의를 신호 또는 기호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시적 상징은 구체적인 심상과 추상적인 관념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심상이 관념을 암시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상징은 비유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비유의 경우와는 달리 심상과 관념의 관계가 쉽게 유추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시에 있어서 상징이란 용어는, 유추적인 현상의 세계, 가시의 세계인 물질세계가 연상의 힘에 의해 불가시이 세계, 본질의 세계와 일치하게 되도록 노력하는 표현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알레고리와 상징

 

알레고리는 의도하는 본래의 뜻은 숨기고 다른 이야기를 내세워 본래의 의미를 암시하는 비유법이다. 원관념이 숨고 보조관념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상징과 그 형태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알레고리는 풍자, 비판, 교훈성을 상징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띠고 있다. 알레고리는 역사적. 시대적 삶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며, 작품 밖의 비문화적 의미의 구성을 명백히 요구한다. 알레고리는 한개의 보조관념이 한개의 원관념을 환기시킨다. 하나의 의미로만 해석하는 알레고리의 특성은, 경직성이라는 부정적 요소로 인해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알레고리보다는 상징을 즐겨 사용한다.

 

 

철학에서의 상징

 

상징은 단순히 문학의 영역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수삭학, 종교학, 예술, 철학, 언어학, 정신분석학 등의 다방면에 걸쳐 있는 개념이다. 낭만주의 시대에 상징개념은 어떤 것이었는지 셸링의 정의를 통해 살펴보자.

 

“보편적인 것이 특수한 것을 의미하는 표현, 또는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을 통하여 직관되도록 하는 표현, 그것이 도식이다. 반면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을 의미하는 표현, 또는 보편적인 것이 특수한 것을 통하여 직관되도록 하는 표현, 그것이 알레고리다. 이 두가지의 종합, 즉 보편적인 것이 특수한 것을 의미하지도,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 묘사, 다만 양자가 절대적으로 하나가 되는 묘사 그것이 상징적인 것이다. ”

 

셸링은 도식과, 알레고리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는데, 상징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의 대립이 절대적으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징적 통일의 구체적인 예로 신화와 예술을 들고 있다.

 

 

- 김용직 문학개론 및 김준오 시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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