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시 모음

 

장미꽃 터널 / 곽진구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기억하고서

몰래 꽃을 보낸 이가 그대더냐?

 

네 마음을 알겠다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사람이거나,

자포에 빠져

이 날 저 날을 소주로 소일하는 사람이거나,

아무튼 이런 류()의 눈물족()은 모두

보내온 꽃으로

답답하거나 꽉 막힌 가슴속을

한 백 번쯤

쿡쿡 찔러보란 말이지?

 

그러나 어쩔거나

꽃을 받아도

그 꽃을 꽂을 가슴조차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너무 오래 되어

빈자리가 기운 해바라기 목처럼 긴 사람들에겐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내가 정말 장미를 사랑한다면 / 복효근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낙엽이 지고 덩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그가 사랑한 것은 꽃이 아니라 가시였구나

그 집 주인은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려다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장미 / 신재한

내가 키우는 것은 붉은 울음

꽃 속에도 비명이 살고 있다

가시 있는 것들은 위험하다고

누가 말했더라

, 꽃의 순수여 꽃의 모순이여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저쪽

나도 가시에 찔려 꽃 속에 들고 싶다

장미를 보는 내 눈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장미 / 모윤숙

이 마음 한켠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음 어둡지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 없는 벌

하늘 틔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 있다

너의 뿌리는 내 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 눈이 감기기 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 안에서만 필 수 있다

봄 없고,비 없고, 하늘 없는 곳

불행한 내 마음에서만 피여간다

밤은 어둡지않고

별은 멀지않다

너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 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장미꽃 / 권오삼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줏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하게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 / 노현숙

작은 뜨락의 장미꽃이

유월 아침 이슬

몽글몽글한 젖가슴을

품어 안고 있습니다.

 

장미 / 홍해리

빨갛게

소리치는

··.

 

장미 / 이훈식

생각날 때마다

잊어버리려고

얼마나

제 가슴을 찔렸으면

가시 끝에

핏빛 울음일까?

 

장미 / 송명

 

깊숙이 묻혀 버린 그 진한 비밀들이

아픈 피 쏟으면서 빠알간 살 드러낸다

한 계절 여백을 채워도 가시 찔린 넋두리뿐

 

장미 / 손석철

누가 그 입술에 불질렀나

저토록 빨갛게 타도록

누가 몸에 가시울타리 쳐 둘렀나

그 입술에 입맞춤 못하도록

나도 그 입술이고 싶어라

불타는 사랑의 입술이고 싶어라

이별이 내게 입맞춤 못하도록

가시 울타리 치고 싶어라

 

장미가 되리 / 류정숙

무슨 칼로

가슴을 여며내면

저리 핏빛 꽃잎이 될까

무슨

불로 구워내면

저리 핏빛으로 燒成될까

무슨

사랑으로 문지르면

흰 가슴이

저리

붉은 피로 묻어날까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장미 / 정숙자

술잔을 비우고

장미로 안주하다

꽃의 독소

퍼진들 어떠랴

그것이 해롭기로니

사랑의 독보다 더할까보냐

 

성난 장미 / 이생진

 

성난 것인지 발정한 것인지

예사롭지 않은 노란 장미

내게 덤비는 것 같은데

도망칠 곳이 없다

힘없이 당하는 꼴이 됐다

즐거운 비명이라도 칠까

도무지 식물 같지 않은 열기

내가 꽃이었으면

당하고 말았을 뜨거운 열기

 

모시는 말씀 - 장미의 이름으로 / 권천학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 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아랑주()

살점을 문질러 진하게 물들인

새빨간 야회복을 입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꼭 오신다면

몰래 감추어둔 꽃술 한잔도 마련하겠습니다

5월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꿈의 계단으로 올라오십시오

 

장미원에서 / 강인호

저 붉디붉은

장미 한 송이

꺾어드릴까요

그대로 하여

붉어진 내 가슴

꺾어드릴까요

그대 아니면 쓸모없는

내 나머지 인생을

꺾어드릴까요

 

한 송이 장미꽃 / 임종호

장미꽃 한 송이

뜰 위에 피었네

그 집

그 뜰은

초라한데

장미꽃 곱게도 피어 있네

아침에는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뜨거운 양지쪽 한낮에도

장미꽃 누군가 기다리며

말없이 그 뜰을 지켜 섰네

장미꽃 한 송이 피어 있네

가난한 그 뜰에 피어 있네

 

아내는 장미꽃 / 양전형

아내는 장미화다

가끔 화()를 낸다

곱지만

잘못 건드려 가시에 찔린다

아내여,

자꾸 피지 마라

릴케도 장미가시에 찔려

눈꺼풀 완전히 닫았대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부활의 장미 / 정문규

피었다 지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그 향기까지야

쉽게 잊혀지겠습니까?

사랑하는 것쯤이야

쉽게 한다고 하지만

그리워하는 것까지야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먼 훗날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사무친 가시가 되고

당신은 숨가쁜 꽃봉오리가 되는

하나의 뜨거운 몸이 되어요

 

평신도의 장미 / 박목월

흰 장미와

붉은 장미가

지하에서

나의 시에 맺히는

아침의 이슬

주여

주여

주여

어리석은 것으로

충족한 오늘 속에서

밤의 명상과

아침의 찬송가

환한 긍정의 눈을 뜨고

마음 가난하게 살기를 다짐하는

평신도의

짧고도 힘찬 기도

진실로

당신이 누구이심을

짐작하는 것으로만

빛나는 풀잎새

흰 감자와

자줏빛 감자가 알을 배는

땅 밑으로 스미는

사랑의 입김.

주여

주여

주여

하루에 세 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것으로

지팡이를 삼고

오늘을 사는

어리석고 충만한 자의

이마에

저녁햇살.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되는

풍요 속에서

순간마다 피어나는

생기 찬 당신의 모습.

 

장미차를 마시며 / 정끝별

시쓰는 후배가 인도에서 사왔다며 건넨 장미차

보랏빛 마른 장미들이 오글오글 도사리고 있다

잔뜩 오므린 봉오리를 감싸고 있는 건 연두 꽃판이다

아홉 번을 다녀갔어도 후배의 연애는 봉오리째

차마 열리지 못했는데, 그게 늘 쓴맛이었는데

찻물에 마른 장미를 아홉 송이를 띄운다

여름 직전 처음 꽃봉오리가 품었던 목마름은

따뜻한 물에도 좀체 녹아들지 못하고

보라 꽃잎에서 우러나온 첫 물은 연두빛이다

피워보지 못한 저 무궁무진한 숨결

첫 물은 그 향기만을 마신다

어쩌다 아홉에 한 송이쯤은 활짝

오랜 물에서 꽃 피기도 하는데

인도밖에 갈 곳이 없었던 후배의 안간힘도

그렇게 무연히 피어났으면 싶었는데

붉게 피려던 순간 봉오리째 봉인해버린

보랏빛마저 다 우려내고도 결코 열리지 않는

물먹은 꽃봉우리들

입에 넣고 적막히 씹어본다

보랏빛 멍을 향기로 남기는 제 몸 맛처럼

안으로 말린 모든 꽃은 쓰리라

채 피우지 못한 꽃일수록 그리 떫으리라

 

6, 넝쿨장미 / 김영자

푸르른 가시 속 봄밤 내 저물던 시간들,

허리 길게 출렁이며 그대 온 몸으로 깊은 샘을

끌어올리자 바람은 부드럽고 햇빛은 정갈하여

꽃은 그리움을 덩굴 채 내어놓네

오랫동안 수런대며 태어나지 않던 꽃들

세상의 아득한 곳에 서 있었던 적도 있었으리라.

깊은 수면 속으로 헤엄치기도 하며

힘찬 지느러미가 달린 그대

맑은 눈빛을 따라 가면 수많은 꽃잎들

넝쿨을 타고 하늘로 올라올라

세상은 온통 붉은 지느러미 출렁이며 흩어지네

푸르른 바다 속, 셀 수 없는 꽃들이 만발했네

 

장미공장 / 송종찬

사람에게

한 송이 장미는

풍경이지만

벌에게는

밥벌이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공장이라네

해가 뜨면

벌들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출근하고

해가 지면

꿀통을 지고 귀가한다네

뙤약볕 아래서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며

겨울을 준비하는 노동

날카로운 톱니가 달린

장미의 생산라인을 생각할 떼

한 방울의 꿀은 신성하다네

비가 내리거나

꽃을 꺾어

공장을 폐쇄할 떼

월급을 기다리는

일벌들의 가족들이여

벌둘의 일터는

향기가 머무는 부지에서부터

시작되고

한 송이 장미는

기름냄새 가득한

공장

 

넝쿨장미 / 마경덕

봄볕이 등 기대고 간 담벼락, 만삭의 오월 산모들, 설핏 젖꽃판 비치더니 발그레 젖가슴 벌어진다. 휘늘어진 치맛자락 땅에 젖는다. 한나절 벽을 잡고 몸을 뒤튼, 벌겋게 달아오른 앙다문 신음소리, 미끈 불끈 양수가 터진다. 지나가던 바람이 아이를 받아낸다. 산파의 손을 찌르는 가시 탯줄, 좁은 골목에 줄줄이 아이들이 태어난다. 설익은 풋배꼽들, 투명한 햇살에 배꼽이 익는다. 배내똥 묻은 기저귀 담벼락에 널린다.

까치발을 한 젊은 여자, 장바구니에 장미 한 송이를 담아간다. 입양 가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다산(多産)으로 요란한 골목. 눈부신 출산이다.

 

장미와 찔레 / 반칠환

경복궁 맞은편 육군 병원엔 울타리로 넝쿨장미를 심어놓았습니다. 조경사의 실수일까요. 장난일까요. 붉고 탐스런 넝쿨장미가 만발한 오월, 그 틈에 수줍게 내민 작고 흰 입술들을 보고서야 그 중 한 포기가 찔레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얼크러설크러졌으면 슬쩍 붉은 듯 흰 듯 잡종 장미를 내밀 법도 하건만 틀림없이 제가 피워야 할 빛깔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꽃잎은 진 지 오래되었지만, 찔레넝쿨 가시가 아프게 살을 파고듭니다. 여럿 중에 너 홀로 빛깔이 달라도 너는 네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장미 한 다발 / 이수명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 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술과 장미의 나날 / 유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다, 나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숨짓는다, 축제의 폭죽은 싸늘한 먼지로 사라지고 펄럭이던 혀와 술잔은 어둠의 얼룩으로 메말라 있다. 흩날리는 머리칼, 웃는 얼굴들, 마음의 은밀한 기타통을 울려대던 햇살의 관능적인 손가락, 사랑은 늘 눈빛의 과녁 옆으로 미세하게 비껴나는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바랜 꽃잎처럼 떠나버린 여인들의 자리, 그 여백만큼 갈라진 시간의 몸살만이 빠르게 그 육체들을 추억했다, 매순간 내 피의 알코올을 모두 장미에게 쏟아부었고 그 붉은 빛의 동전에 취해, 나 주크박스처럼 끝없이 노래 불렀다, 맡겨둔 나의 넋마저 영영 싣고 가버린 빛의 노래들 난 희망을 입술에 꿀처럼 처발랐었다 벌떼의 날갯짓, 그 온갖 말들의 황홀한 소란이 끝내 침묵이란 무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그러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고, 늦은 욕망만이 내 몸에 대롱을 꽂는다 몇 사람은 깨진 술잔처럼 흩어졌고, 일부는 어둠 저편으로 빨려 나갔다, 오솔길 끝에서 노래 없이 난 말한다 그 열애의 지저귐, 노래의 살결을 귀 멀도록 빛나게 한 건 정적의 힘이었음을, 하여 나 지금 장미의 닫힌 문 앞에서 담담하게 입술을 닦는다 오, 희망이여, 나의 벌레여, 오늘 나는 환멸에게 인사하련다 향기의 해골에 기대어 장미는 문을 잠그고, 내 푸른 영혼도 노래를 따라 날아갔다

 

가을 장미 / 정연복

제철에 피는

여름 장미도 예쁘지만

가을 장미는 더

가슴 시리게 예쁘다.

수천수만 송이의

여름 장미는

너른 세상을 밝히는

사랑의 불꽃같다.

단 몇 송이만의

가을 장미는

내 가슴 내 심장에

옮겨 붙는 사랑의 불덩이다.

 

10월의 장미 / 정연복

소리도 없이

깊어가는 가을 길가에

장미 몇 송이

불꽃으로 피어 있다.

불더미 같았던 수만 송이

장미는 벌써 여러 달 전

온몸 다 불사르고

이제 흔적조차 없는데.

파란 가을하늘 아래

연빨강 순한 모습으로

끈질긴 생명의 아름다움

은근히 보여준다.

 

겨울 장미 / 정연복

겨울인데도 활짝

피어 있는 장미 한 송이

온몸이 그대로

불꽃이다 불덩이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어떻게 이리도 붉을까

홀로이면서도 외롭다

울지를 않네.

사람들 중에도

겨울 장미 같은 사람이 있다

가슴속 사랑의 불씨 하나

끝끝내 꺼뜨리지 않는.

 

겨울 장미 / 정연복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

시뻘건 장미 한 송이

그냥 꽃이 아니다 활활

타오르는 생명의 불덩이다.

찬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허공으로 온몸 곧추선

저 결연하고

도도한 당당함이라니.

장미는 그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굳센 생명 의지로 충만한

마치 불굴의 투사 같다.

 

장미 정연복

아주 오랜만에 찾아간

외할머니 산소

온갖 잡풀로 뒤덮여

하마터면 못 찾을 뻔했다.

날카로운 카터 칼로

한 시간쯤 풀을 깎는데

전에는 없다가 생겨난 장미는

좀처럼 가지가 잘라지지 않는다.

불꽃같은 꽃이야

누가 봐도 예쁘겠지만

별로 두껍지도 않은 초록

가지가 이리도 질긴 줄은 몰랐다.

더욱이 매서운 가시마저

군데군데 돋아 있으니

예쁘게만 볼 꽃이 절대 아님을

뼈저리게 알겠다.

 

장미 / 노천명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꺽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같은 맘에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버리련다

하늘보며 나무모양 우뚝 서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버리련다.

 

내 가슴에 장미를 / 노천명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나는 두견!

내 가음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장미 / 모윤숙

이마음 한편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없는 벌

하늘 티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있다.

너의 뿌리는 내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눈이 감기기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안에서만 필수 있다

봄없고, 비없고, 하늘없는 곳

불행한 내마음에서만 피여간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너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넝쿨장미 / 류제희

급소에 내리 꽂히는 햇살

일방통행이다. 그대 품속까지

경계선도, 붉은 가시철망도

보이지 않는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 김용화

이 번 여름에

사랑을 하고 싶다

야한 티 하나 사 입고

낯선 여자와 낯선 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낯선 거리에서 묻고 싶다

 

장미 / 김광섭

못다 피고 질까봐

너의 고향에서

네 바람을 보내어

지루한 장마를 밀어내고

너를 피우니

갑자기 천지가 변하면서

물거품에서

비너스가 나던 날이 돌아왔다

오 사랑의 날이여

 

장미 축제 / 배용제

날카로운 가시 줄기에서 뛰쳐나온 꽃들,

온갖 색의 속을 뒤집어 짙은 입술을 토해냈다

드디어 때는 왔다

마음껏 즐겨다오, 이 화사한 정열의 정원에서

가진 힘을 아낌없이 쏟아부어라

이 아름다운 때에, 신선하고 매끄러운 살갗에 장미의 색을 입혀

가시의 정액을 잉태하라

장미의 면류관이 여기선 계급의 척도가 될 것이다

내 안에서 인내의 최면에 걸려 잠자던 공포들아,

머리를 높이 쳐들고 노래하라, 가시의 날카로운 힘을 얻은 꽃들이 솟아나리니,

축제의 향기가 세상을 덮게 되리라

추억이란 박제된 환상의 표본실이거나 모든 죽음의 창고일 뿐,

짧은 장미의 나날을 재생시킬 수 없으므로

몸 속 깊이 가시의 독을 품어 익혀야 한다

생은 한 번의 꽃피움으로 족한 것,

나는 온 힘을 다해 축제의 중심을 향해 돌진한다

내 지닌 힘을 일순간에 내동댕이치듯이,

옷을 벗어던지자 빛나는 육체는 축제의 이정표가 된다

피로 맺힌 가시의 즙액이 봉우리를 이루고

봉우리가 열릴 때마다 짜릿한 향기가 퍼진다

가시가 스치는 살갗에서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그때마다

몸은 탄성을 지르며 나뒹군다

나는 그 놀라운 체험을 기억하기 위해 연거푸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내게 놀라움이란 존재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면서, 장미의 정원을 탐식한다

환상의 꽃들이 피어난 살갗에선 다시 가시가 돋아난다. 꽃으로 뒤덮인다

장미의 향기에 중독된 나는 더욱더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장미의 의미 / 전봉건

薔薇는 나에게도

피었느냐고 당신의

편지가 왔을 때

오월에...... 나는 보았다. 彈痕

이슬이 아롱지었다.

그리고

빛나는 태양.

흙은 헤치었다.

무수한 자욱 무수한 자욱 무수한

軍靴자욱을 헤치며 흙은

綠色

새 수목과 꽃과 새들의 녹색을 키우고

가장자리엔 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구름에서

들려온 소리.

나는 들었다.

그것은 푸른 나의 발자국 소리.

그것은

총격이 계속하는

바람에 나부끼는

대만해협이 젖은 나의 발자국 소리.

알제리아의 모래알도 묻은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그것은 수목과

에메랄드처럼

푸른 나의 발자국 소리

......

一九五五年. 그리고

나는 믿었다.

지금 전쟁의 베트남의 불붙는

다릿목에서 뿌려진 인간의 핏방울을

떨치며 일어서는 한 잎

반짝인 풀잎사귀의

녹색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나는 알았다.

삼천만의 꽃과 열매와 가지 또 뿌리가

흩어진 一五五 마일의

철조망의 밤과 검은 나의 裸身

가슴을 서광처럼 물들이며

뜩운 당신의

볼의 이유를. - 기도인가 감겨진 당신의

속눈썹은 떨이리고. 그때

그렇다. 무한한 기적같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닮아 둥근 당신의 가슴의

흰 부드러움 속에서 나의 두 손은

녹색의 사랑

녹색의 희망이었다.

五月

장미는 나에게도

피었느냐고 당신의

편지가 왔을 때

五月...... 나는 아름다웠다.

 

데생 / 김광균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랏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장미의 영혼 / 오 길 순

입춘부터 상강까지 속을 태웠던 너는

업이 무엇이니?

간절한 저 하늘 마음만 앓다가

무서리 한 점에

삭아내린 정열

언젠가는 태양이 되고팠던

내 슬픔을 나는 내 안으로 운다.

사발꽃을 아느냐?

흰점이 얽혀서 사발이 되었더라.

얇은 슬픔을 엇놓아 높이 다가가려한 너는

사발도 되지 못해 장미로 우는

가여운 내 넋이 아닌가.

새 봄사 다시 울어 핏빛으로 지는

네 업은 눈물이 아니었겠니?

언젠가는 태양이 되고 싶던

네 슬픔을

나는 내 안으로 운다.

사발도 되지 못해 장미로 우는

너는 해마다

내 영혼이었다.

 

장미꽃 / 김덕성

고즈넉한 득에는

햇살이 시리게 내리고

유혹적인 붉은 빛에 가슴이 불탄다

누가 너더러

오월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가

이만 때만 되면

약속한 듯

살랑거리는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오는 길손

덩굴에 붉게 매달려

정열로 피어나

꽃향기를 날리는

계절의 여왕

은은하게 날아오는

꽃향기로

덮은 둑에는

정열의 불

장미꽃 불길이 타 오른다

 

한 송이 장미꽃 / 임종호

장미꽃 한송이

뜰위에 피었네

그 집 그 뜰은

초라한데

장미꽃 곱게도 피어 있네

아침에는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뜨거운 양지쪽 한 낮에도

장미꽃 누군가 기다리며

말없이 그 뜰을 지켜섰네

장미꽃 한송이 피어 있네

가난한 그 뜰에 피어 있네

 

장미꽃 사랑 / 손병흥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 설레이듯

갖가지 온갖 화려한 색깔로

활짝 피어난 장미의 계절

향기마저도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눈이 시리도록 화사하게 빛나는 꽃밭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했던

릴케 시인의 이야길 새삼 떠올리며

멋진 배경삼아 옛 추억 반추하다

장미꽃 한다발 / 서지월

그대가 건네준

장미꽃 한다발

가만히 세어보니 열 송이

송이마다 향기 품었네.

지금은 어둠을 배경으로 하여

홀로 주무시고 계시겠지만

뿜어대는 장미의 향기

나는 잠이 안 와

어디에 있는가

그대의 얼굴, 눈동자, 눈썹, , , ……

가늘은 손목 죄어주던

그대 손목시계의 초침소리

인생이란 그런 거야

꽃다발을 선사하고 선사받고

훌쩍 떠나버려 공허하고 더욱 외로운

그런 거라고 누가 일러주겠지.

그대가 내게 건네준

빨간 장미꽃 한다발

세어 보니 열 송이

다 똑같이 그대 닮았네.

 

장미꽃을 보며 / 박덕중

 

당신의 사랑이

이 땅에 뿌리 내려

저렇게 아름답게 피어난 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이었소

장미꽃 빛깔로

곱고 고운 삶을 살며

향기 짙은 마음 풀어 살라는

아름다운 말씀이었소

닫힌 가슴문을 열어

부드러운 꽃잎으로

밝은 불빛 켜 들고

어둔 가슴 비쳐주는

당신이 지은

저 아름다운 말씀이여

마음에 물드는 피빛 같은

참회로운 빛깔이여

 

그대는 가슴속에 장미꽃으로 피어나고 / 한휘준

그대

노을 지고 돋는 달 아래

낙엽처럼 붉은 그리움을

살짝 묻어 놓고

눈물 한 자락 남몰래 흘렸었다*

세월 흘러도

불타버린 사랑 뒤에

재가 되지못한 불씨하나 살아 있을 줄은

떠돌이 혼 사랑은

기인 밤 참을 수 없어

봄마다 하늘 가득 꽃불을 지핀다 *

그대 내 가슴에

남몰래 묻어버린

잊혀지지 않는 아픈 사랑 하나

안타까이 뿌리내려

빨갛게 피멍든 장미 한 아름

알싸한 향기로 피어 난다*

장미의 노래 / 송태한

1.

그냥 지나치렴

무심히 스쳐가는 길목에서

남모르게 서러워하지 않을

수다스런 동무들의 웃음다발이거나

입가에 맴도는 노랫말이 되어 주마

2.

귀 기울여보렴

햇살 고인 뜨락에서

식물학자인 양 눈을 깜빡이며

잠시 들여다보렴

나의 꽃잎과 꽃술

그 사이로 배어 나오는

한 오라기 팽팽한 정적 끝의

서리 같은 기도

 

장미의 애인 / 정연복

뾰족한 가시가

달려 있다고 해서

장미를 멀리하거나

무서워하면

예쁜 장미의

애인이 될 수 없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어도

가시를 겁내지 않고

찔려서 피 흘릴 각오까지 해야

불꽃같은 장미의

어엿한 애인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용기

사랑은 모험

가시의 고통을 회피하는 자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

 

장미의 생 / 정연복

장미가 붉게 타고 있다

온몸 시뻘건 불덩이

시원한 바람도

그 불을 끌 수 없다.

질 때는 지더라도

지금은 살아 있는 목숨

티끌도 남김없이

활활 태우는

한철

뜨거운 생이다.

질 때를 지레 두려워 않고

당당히 거침없이

완전 연소로 향하는

저 불꽃의 생을 훔쳐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난다

많이 부끄럽다.

 

장미와 들꽃 / 정연복

장미 덤불 속에

드문드문 들꽃도 피었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가만히 귀기울이니

장미와 들꽃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눕니다.

부러운 눈빛으로 들꽃이

장미를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너는 어쩜 이리도 예쁘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구나.'

장미가 손사래를 치며

들꽃에게 속내를 드러냅니다

'나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네 은은한 어여쁨만 못하지'

남의 아름다움을 시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칭찬해 주는

장미와 들꽃 둘 모두

한층 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장미 /정연복

나는 세상의 모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

, 찌른 독한 가시

그 한 송이 장미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별빛보다

더 많은 눈동자들 중에

남몰래 딱, 눈이 맞아

애증(愛憎)의 열차에 합승한

그 한 여자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장미의 죽음 /정연복

꽃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살아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미.

그 탐스런 꽃송이

한 잎 한 잎 흩어지며

대지에 가만히

몸을 눕히고 있다.

생전에

뜨거운 불덩이였던

빨강 꽃이 어쩐지

분홍 빛깔로 변해간다.

살아 있을 때는

온몸으로 정열의 불꽃

생의 나래를 접을 때는

더없이 순해지는 모습.

장미는 삶과 죽음

둘 다 아름답다

아니, 죽음의 시간에

더 아름답다.

 

장미의 열반 / 정연복

한철 통째로

불덩이로 생명 활활 태우며

한밤중에도 치솟는

송이송이 불면의 뜨거운 불꽃이더니

이제 지는 장미는 살그머니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다.

불타는 사랑은

미치도록 아름다워도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나 아름다움은 없음을 알리는

자신의 소임 하나

말없이 다하였으니

그 찬란한 불꽃의 목숨

미련 없이 거두어들이며

이제 고요히

열반에 들려는 듯.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 R.버언즈

내 사랑은 유월에 갓 피어난

빨간 한 송이 장미

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

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

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

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거라.내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

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노을 속의 백장미 /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혼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장미의 내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디에 이런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에

이 보드라운 아마포(亞麻布)를 올려놓는 것일까.

이 근심 모르는

활짝 핀 장미꽃의 내부 호수에는

어느 곳의 하늘이

비쳐 있을까.

보라,

장미는 이제라도

누군가의 떨리는 손이 자기를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모르는 양

꽃이파리와 꽃이파리를 서로 맞대고 있다.

장미는 이제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많은 꽃들은

너무나 충일하여

내부에서 넘쳐나와

끝없는 여름의 나날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점점 풍요해지는 그 나날들이 문을 닫고,

마침내 여름 전체가 하나의 방,

꿈속의 방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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