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민들레 ㅡ윤갑수ㅡ

 

보이나요. 하얀 민들레꽃이

꽃대가 길어 사슴처럼 가녀린

너지만 바람에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바람난 처녀 가슴 애태우듯

해맑은 햇살처럼 청초하게도

피었다네!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누구를 위해 순백의 꽃을

되었나!

소년의 작은 가슴에도

너를 닮고 싶어 하는 희망의

꽃이고 싶다

 

억새풀 ㅡ한승수ㅡ

 

가을 언덕 저무는 햇살에

은은한 미소

흩날리는 머리칼이

저리도 허허로울 수 있으랴

여름 한때 푸르던 서슬은 간데없고

은발의 노신사인 양

고즈넉이

하늘에 순응하는데

바람결에 서걱이며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고

울어도 울지 않는,

나도 한 줄기

억새풀이고 싶다

 

가을 저녁 어스름/미산 윤의섭

 

풀벌레소리

멀어지고

먼저 떨어진 낙엽이

홀로 얼굴을 붉힌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니

소나무 가지에

달이 걸렸구나

찬물이 바위로 흐르니

여름의 향기

시들었지만

머물만하지 않은가?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밤을 위하여

가을 저녁 어스름이 서산에 드리운다.

 

둘만의 사랑 / 정심 김덕성

 

가을아침

구슬프게 가을비 내리며

촉촉하게 젖는데

누구도 맛보지 못한

단 하나인 달콤한 사랑에

따뜻한 마음을 담고

차 한 잔 나누며

차 잔에는

분홍빛 코스모스 꽃잎을

살짝 띠워

사랑의 향이

그윽한 풍기는

둘만의 사랑 이야기로

행복한 꿈속에 머물고 싶다

 

 

매화 풍경    /    박종영

 

겨울 강을 건너온 매화 꽃잎 한 개

절정을 위해 상큼한 바람 앞에 서서

백옥의 여인이다

이내 펄럭이는 치맛자락

그때마다 하얀 속살이 좀처럼 인색하게

붉게 퍼진다

낡은 세월 모두 밀어내는

그대 향기 같아

그 추억의 허리춤을 살며시 당기면

저절로 안겨오는 그리움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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