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재 - 광대곡
무덤을 빠져나온 영혼들을 따라
끝없이 환생하는 밤
희미한 생의 기억을 잇는
문이 열려 버려진 맥주 깡통 속으로
눈 내리고
마음껏 울어도 좋은 시간이다
천양희 - 하루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이수동 - 눈부신 날
나는 그동안 그대가
여인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꽃이었구나.
눈부신 꽃이었구나.
이상 - 이런 시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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