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려나 / 공석진
보일 듯 말 듯
솜털 갯버들
가물어 지친 개울에
비 내리면
만개하려나
혹독한 겨울 지나
으스스히 부는
꽃샘바람쯤이야
마음 너그러지면
사랑이 오려나
쑥쑥
아,이 봄에
몸이 마르는 소리
♠겨울 끝에서 / 김용호
더디게 오는 봄으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 내부에는
주기적으로
봄의 그리움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모양 없는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지난해의 봄이
내 기억 속에 쉼 없이 깜빡거립니다.
지난해 민들레꽃 피는 고샅길을
아장아장 걸었던 노랑 병아리처럼
겨울 끝에서
봄이 아장아장 걸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초롱꽃 / 初月 윤갑수
수줍어 고개 떨군 서글픈 초롱꽃
바람에 종소리 젱그렁
울릴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다
삽 다리 건너온 햇살은
얼굴 비추건만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땅 끝 세상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만 아른거릴 뿐이다.
♠파도 같은 사랑 / 초암 나 상국
그대와 나 사이 밀물과 썰물은 늘 불규칙하게
그렇게 왔다가 갔다
파도가 높이 칠수록 바다는 넓어졌고
내 사랑은 점점 더 야위어만 같다
♠사랑이라는 걸 알았을 땐 / 초암 나 상국
바람이 흔들고 간 자리 꽃 향이 그윽합니다
언제나 응달지던 자리에 어느 날부터
햇볕이 들기 시작 하였고
설레이는 마음 처음에는 정확히 그 감정이 뭔지를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애써 무관심 한 척 외면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외면하려 할수록 깊어가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햇빛이 사라지고 또 다시 응달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알았습니다
때 늦은 후회가 밀려들면서 가슴을 저리도록 난도질을 합니다
♠행여나 / 초암 나 상국
행여나 그대 오려나 기린의 모가지로 기다리며
그리움으로 지새운 나날들 그 얼룩 위로 이젠
두께를 알 수 없는 먼지가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채석강처럼 쌓여
무너져 내릴 듯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오늘을 살며
행여나 그대 오는 길
잊지는 않았는지....
♠이별 후에 / 초암 나 상국
된서리 맞은 듯 바삭하게 말라버린 마음의 상처
차라리 흰눈이라도 내려서 모든 기억을
백지로 만들었으면 좋겠어
♠사랑이라는 덫 / 초암 나 상국
뿌리칠 수 없는 그대의 매혹적인 유혹의 덫에 걸려
보이지 않는 오라 줄에 묶여 사랑의 포로가 되어
오도 가도 못하여도 좋으리
그대의 품 안에 안주하여 그대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만 있다면
그대의 덫에 걸려주리라
♠누드화 / 초암 나 상국
그녀는 예뻤다 원초적 사랑을 위해서 한마음이 되기 위해서
허울 좋은 망상도 때 묻은 사치도 벗고 신비에 휩싸여 있었던
자존심마저 벗으니 더는 버릴 것도 애써 가릴 것도 없었다
♠사랑은 그런거더라 / 초암 나 상국
널 죽도록 사랑하는데 넌 나의 사랑은 쳐다도 보지않고
넌 널 외면하는 사랑에 목을 메더라
우리 같이 서로를 사랑하면 좋을텐데
사랑은 그런거더라 이기적인 사랑에 눈이 머는 거
♠눈 오는 밤에 / 초암 나 상국
눈 오는 밤에 창문 넘어 먼 산을 바라보니
오랫동안 잠 못 이루며
베갯잇 적시었던 사랑이 불현듯 되살아나
텅 빈 가슴속으로 눈처럼 다복다복
수북이 쌓이어만 간다
♠보고 싶다 / 초암 나 상국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을 하니 보고 싶은 그녀가
팽구르르 춤을 춘다
실컷 보라는 듯 만저보고 싶다
생각을 하니 날 잡아 보라는 듯
자취를 감추네
깨고 보니 꿈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사랑타령 / 초암 나 상국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는데 사랑한다는 미명 아래
애도 아니면서 어리광을 부리듯
나만 바라봐주고 나만 생각하고 나만 사랑해 줄 것을
바라며 보이지 않는 오라 줄로 꼼짝 못 하게
얽어맨 것은 아닌지 몰라
사랑타령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진짜 친구 / 성백군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우리는 모두 세상 삶 동안에
진짜 친구 하나씩 가지고 산다
사우나에 들어가서
십오 분을 견디겠다고 900번을 세는데
처음에는 일 초에 숫자 하나씩 느긋한데
시간이 갈수록 열이 오르고 땀이 나오고……,
견디기가 힘들면 셈이 빨라진다
십 분에 900번으로 끝난다
피곤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데
몸살감기로 아파 죽겠는데
이미 그 모임에 사회를 맡았으니 가야 한다고
비틀거리며 따라나서는 몸
사람아, 세상에 속아
친구 같은 것은 없다고 친구를 부정하는 사람아
네 안에 있는 몸과 마음
그만한 친구가 어디 있는가?
가짜 친구에게 속아 진짜 친구를 홀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느니, 그게
평생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