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려나 / 공석진

 

보일 듯 말 듯

솜털 갯버들

가물어 지친 개울에

비 내리면

만개하려나

혹독한 겨울 지나

으스스히 부는

꽃샘바람쯤이야

마음 너그러지면

사랑이 오려나

쑥쑥

,이 봄에

몸이 마르는 소리


겨울 끝에서 / 김용호

 

더디게 오는 봄으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 내부에는

주기적으로

봄의 그리움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모양 없는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지난해의 봄이

내 기억 속에 쉼 없이 깜빡거립니다.

지난해 민들레꽃 피는 고샅길을

아장아장 걸었던 노랑 병아리처럼

겨울 끝에서

봄이 아장아장 걸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초롱꽃 / 初月 윤갑수

 

수줍어 고개 떨군 서글픈 초롱꽃

바람에 종소리 젱그렁

울릴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다

삽 다리 건너온 햇살은

얼굴 비추건만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땅 끝 세상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만 아른거릴 뿐이다.

 

파도 같은 사랑 / 초암 나 상국

 

그대와 나 사이 밀물과 썰물은 늘 불규칙하게

그렇게 왔다가 갔다

파도가 높이 칠수록 바다는 넓어졌고

내 사랑은 점점 더 야위어만 같다

 

사랑이라는 걸 알았을 땐 / 초암 나 상국

 

바람이 흔들고 간 자리 꽃 향이 그윽합니다

언제나 응달지던 자리에 어느 날부터

햇볕이 들기 시작 하였고

설레이는 마음 처음에는 정확히 그 감정이 뭔지를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애써 무관심 한 척 외면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외면하려 할수록 깊어가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햇빛이 사라지고 또 다시 응달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알았습니다

때 늦은 후회가 밀려들면서 가슴을 저리도록 난도질을 합니다

 

행여나 / 초암 나 상국

 

행여나 그대 오려나 기린의 모가지로 기다리며

그리움으로 지새운 나날들 그 얼룩 위로 이젠

두께를 알 수 없는 먼지가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채석강처럼 쌓여

무너져 내릴 듯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오늘을 살며

행여나 그대 오는 길

잊지는 않았는지....

이별 후에 / 초암 나 상국

 

된서리 맞은 듯 바삭하게 말라버린 마음의 상처

차라리 흰눈이라도 내려서 모든 기억을

백지로 만들었으면 좋겠어

 

사랑이라는 덫 / 초암 나 상국

 

뿌리칠 수 없는 그대의 매혹적인 유혹의 덫에 걸려

보이지 않는 오라 줄에 묶여 사랑의 포로가 되어

오도 가도 못하여도 좋으리

그대의 품 안에 안주하여 그대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만 있다면

그대의 덫에 걸려주리라

 

누드화 / 초암 나 상국

 

그녀는 예뻤다 원초적 사랑을 위해서 한마음이 되기 위해서

허울 좋은 망상도 때 묻은 사치도 벗고 신비에 휩싸여 있었던

자존심마저 벗으니 더는 버릴 것도 애써 가릴 것도 없었다

 

사랑은 그런거더라 / 초암 나 상국

 

널 죽도록 사랑하는데 넌 나의 사랑은 쳐다도 보지않고

넌 널 외면하는 사랑에 목을 메더라

우리 같이 서로를 사랑하면 좋을텐데

사랑은 그런거더라 이기적인 사랑에 눈이 머는 거

 

눈 오는 밤에 / 초암 나 상국

 

눈 오는 밤에 창문 넘어 먼 산을 바라보니

오랫동안 잠 못 이루며

베갯잇 적시었던 사랑이 불현듯 되살아나

텅 빈 가슴속으로 눈처럼 다복다복

수북이 쌓이어만 간다

보고 싶다 / 초암 나 상국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을 하니 보고 싶은 그녀가

팽구르르 춤을 춘다

실컷 보라는 듯 만저보고 싶다

생각을 하니 날 잡아 보라는 듯

자취를 감추네

깨고 보니 꿈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사랑타령 / 초암 나 상국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는데 사랑한다는 미명 아래

애도 아니면서 어리광을 부리듯

나만 바라봐주고 나만 생각하고 나만 사랑해 줄 것을

바라며 보이지 않는 오라 줄로 꼼짝 못 하게

얽어맨 것은 아닌지 몰라

사랑타령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진짜 친구 / 성백군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우리는 모두 세상 삶 동안에

진짜 친구 하나씩 가지고 산다

 

사우나에 들어가서

십오 분을 견디겠다고 900번을 세는데

처음에는 일 초에 숫자 하나씩 느긋한데

시간이 갈수록 열이 오르고 땀이 나오고……,

견디기가 힘들면 셈이 빨라진다

십 분에 900번으로 끝난다

 

피곤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데

몸살감기로 아파 죽겠는데

이미 그 모임에 사회를 맡았으니 가야 한다고

비틀거리며 따라나서는 몸

 

사람아, 세상에 속아

친구 같은 것은 없다고 친구를 부정하는 사람아

네 안에 있는 몸과 마음

그만한 친구가 어디 있는가?

가짜 친구에게 속아 진짜 친구를 홀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느니, 그게

평생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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