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모음

 

1.2월 /박동수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의

틈을 채우며

이별의 아픔과

만남의 즐거움의 사이에서

기다림의 미덕을

익혀가는 2월

 

꽃을 실은 봄은

아름다운 2월의 등을 딛고

환한 봄의 가슴을 열어

봄을위해 남겨둔

곱고 고운 배려할 줄 아는 땅

2월의 가슴에

씨앗을 심게 되는 줄은

 

2.2월 혁명 /임영준


이제

한 꺼풀 벗고

당당히 나서 볼까

핑곗김에 둘렀던

장막도 걷어야지

햇살 마중 나가던

새순의 속삭임이

불을 지폈다

 

3.2월에 띄우는 겨울 서한 /정윤목

 

여기 저기

푸르렁 푸르렁

날개 퍼덕이는 참새들

보여 주네요

그대 고우신 모습

 

한 모롱이 돌아 나가면

검푸른 간월 포구 앞 바다정경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것

쫘악 내래 편

갈매기 그 곁 또 다른 늠름한 갈매기들

 

몰라도 좋아요

이대로 그냥 좋아요

웃으면 더 좋아요

크으게 활짝 웃으면

아아주 대만족이죠

 

삶이란 늘 겨울같은 것

겨울처럼 차가와도 좋아요

얼음처럼 냉혹하고 녹아 물이 되어도 좋아요

여기, 있음에

오! 님께서 보내주신 선물, 비장한 목숨이여

 

4.2월의 길섶에서 /은파 오애숙

 

1월의 첫 단추

잘못 끼웠다고 주저 앉아

낙망하지 않고 일어나

새로운 결심

가슴 속에 박제 시키어

잘못 끼운 단추 다시 풀어

재 자리 끼워 넣고

남은 단추 11개 바라보며

다시 세파 휘모라쳐 온다해도

푸른동산 기대로

희망의 나래 펼치어서

앞만 보고 달리는 2월 입니다


5.2월이 가네! /김안로 


겨울 꽁무니 따라 짧은 2월이 가네!

추위를 타는 사람들

재촉하지 않아도 보폭은 넓어

걸음 빠르더니, 두고 가는 것 없이

겨울 떠나네!

그래서인가

겨울은 그리움만 길다.

거칠고 차갑더라도 순간

한 이틀 따뜻하거나 눈이라도 내리면

마른 겨울

대지가 목말랐는데도

죽은 것처럼

참고 있던 잎눈도 꽃눈도

어둠을 헤집고 나오는 별처럼

앞 다투어 빛을 발하니

2월, 저만치 멀어지네!

 

6.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 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아직은 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따스한 가슴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7.2월을 보내며 /藝香 도지현


삭막한 빈 뜰에

노란 복수 초 움트게 하고

투박한 가지 눈 내려도

발그레한 매화 피워 내어

경이로움, 눈뜨게 하는

귀한 달 가며 속삭이는 말

녹의홍상 입은 새색시가

단아한 걸음으로 온다고

반가이 맞아 주라 하며

애상에 젖는 마음 다독여 주는데

 

8.2월의 시 /이지영

 

전철역 공중전화 부스에서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보내라는

음성을 바람에 날리고

안산행 열차를 탄다

나를 태운 열차는

꿈 속에서

당신이 사는 마을로 달리고

마음은

꽃 수풀을 지나 호수에서 흔들린다

하루 해는 너무 짧고

겨울 저녁은 빨리 어두워지는데

이 저녁을 헤매는 맨발에

감싸주는 당신이 있어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

순수의 꽃잎 열고 이 세상을 살고 있다.

 

9.2월의 노래 /목필균

 

잊혀진 이별이 어디 있으랴

내가 너였어도

네가 나였어도

꿈길 만이 길이라

동백꽃 흥건하게 내려앉는데

입춘 대문 활짝 열면

큰 호흡으로 들어서는 햇살로

겨우내 동여 맨 옷고름 풀어내면

지천으로 피어날 꽃들

홍매화 피어나고

눈 비비면 일어설 산수유도

네 숨결로 노래하는데 ​

어찌 내가 네게로 가지 않을까

먼 길 거슬러 올라가며

 

10.2월의 어느 날(산유화) /은파 오애숙

 

2월의 어느 날

사윈 산야에 봄햇살

살며서 미소 할 때

호젓이 피어있는

너의 살폿한 향그러움 

희망의 샘물이런가

설레임 가~아득한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동면에 들어선 내게 

사윈 심연 속에 

다시 피어난 산유화가

날 새노래로 깨운다

 

11.2월 예찬 /양광모

 

이틀이나

사흘쯤

더 주어진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니?

2월은

시치미 뚝 떼고

빙긋이

웃으며 말하네.

겨울이 끝나야

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시작되어야

겨울이

물러가는 거란다.

 

12.二月이 짧은 까닭을 /이 탄

 

二月이 짧은 까닭을

내작은 生의 戀人은 알까.

休暇를 기다리는

親舊의 패스포트에서

더욱 眞實한 날짜여.

「어느때고 우리들 중에서 누구 하나가 輸血을 받을 것이다.」

꼭 몇 년을 정하고 사는 것도 아닌 果園의 나무들

「왜 저렇게 눈썹은 어두울까 왜 저렇게 愛情의 全部를 모를까.」

우리들이 完熟하기엔

그 며칠이, 모자라는

二月이 짧은 까닭을 

내 작은 生의 戀人은 알까.

우리는 기다리며 살았지만

二月이 지나면

무엇을 기다렸는지

對答하지 못한다.

「그저 季節안의 雜貨, 

잠깐 帽子자도 쓸 時間에

氾濫하는 事情들.」

 

13.2월 /안수동

 

 자다말다

 북치는 봄비 기척에 벌

 떡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단전에 기를 모으니

 얼음장 낭심을 뚫고

 울큭불끈 꽃

 대를 드는

 그리움의 춘정 春情

 오랜 기다림의

 발기 勃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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