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미 인 곡 /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이 몸 태어날 때 임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緣分(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런가

한평생의 연분임을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나 ㅎㆍ나 졉어 잇고 님 ㅎㆍ나 날 괴시니

나 하나 젊어 있고 님 하나 날 사랑하시니

 

이 ㅁㆍㅇㆍㅁ 이 ㅅㆍ랑 견졸 ㄷㆎ 노여 업다.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대가 전혀 없다.

 

平生()ㅎㆍㄴㄷㆎ 녜쟈 ㅎㆍ얏더니

평생에 원하되 함께 지내자 하였더니

 

늙거야 므ㅅㆍ 일로 외오 두고 그리ㄴㆍㄴ고.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고?

 

엊그제 님을 뫼셔 廣寒殿(광한전)의 올낫더니

엊그제 님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더ㄷㆎ 엇디ㅎㆍ야 下界(하계)에 ㄴㆍ려오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인간세상에 내려왔느냐

 

올 저긔 비슨 머리 얼퀴연디 三年(삼년)이라

올 때에 빗은 머리 헝클어진지 삼년이라

 

脂紛(연지분) 눌 위야 고이

연지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할꼬

 

음의 맺친 실음 疊疊(첩첩)혀 이셔

마음에 맺힌 시름이 첩첩이 쌓여 있어

 

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짓는 것이 한숨이고 떨어지는 것이 눈물이라

 

人生有限(유한) 도 그지업다

인생은 끝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無心(무심)歲月(세월)은 믈흐 고야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는 듯 하는구나

 

炎凉(염량) 아라 가  고텨 오니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고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듣고 보고 느낄 일도 많기도 많구나

 

<서사> : 임과의 인연과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 한탄

 

東風이 건듯 부러 積雪(적설)을 헤텨 내니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

 

()밧긔 심근 梅花(매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였구나

 

冷淡(냉담) 暗香(암향)은 므일고.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고

 

黃昏(황혼)이 조차 벼마빗최니

황혼의 달이 좇아와 배갯머리에 비치니

 

늣기  반기  님이신가 아니신가.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梅花(매화) 것거 내여 님 겨신보내오져.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 싶구나

 

님이 너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님이 너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디고 새닙 나니 綠陰(녹음)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나위) 적막(적막)繡幕(수막)이 뷔여 있다.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芙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작)을 둘러 두니

연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장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두니

 

득 시날은 엇디 기돗던고.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길던가

 

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색선) 플텨내여

원앙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 풀어내어

 

금자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내니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님의 옷 지어내니

 

手品(수품)니와 制度(제도)시고.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첬꾸나

 

珊瑚樹(산호수) 지게 우白玉函(백옥함)의 다마 두고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님에게 보내고자 님 계신데 바라보니

 

()인가 구름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산인가 구름인가 험하기도 험하구나

 

千里萬里 길흘 뉘라셔 자갈고.

천리만리 길을 누가 찾아갈까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가거든 열어 두고 나를 본 듯이 반기실까

 

하룻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 녈 제

하룻밤 서리 기운에 기러기 울며 갈 때에

 

危樓(위루)에 혼자 올나 水晶簾(수정렴)을 거든마리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 수정발을 걷으니

 

東山이 나고 北極(북극)의 별이 뵈니

동쪽 산의 달이 떠오르고 북극의 별이 보이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임이신가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淸光(청광)을 쥐여 내여 鳳凰樓(봉황루)의 븟티고져.

맑은달빛을 일으켜 내어 궁궐에 부치고 싶다

 

()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세상 다 비추어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그소셔.

깊은산골짜기에도 대낮같이 만드소서

 

乾坤(건곤)閉塞(폐색)

천지가 겨울의 추위에 얼어붙어 생기가 막히고

 

白雪(백설)비친 제

흰 눈이 한가지 색으로 덮혀 있을 때

 

니와 새도 긋처 잇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짐승도 끊어져 있다

 

瀟湘南畔(소상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소상강 남쪽도 추위가 이와 같거늘

 

玉樓(옥루) 高處(고처)야 더옥 닐러 므.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陽春(양춘)을 부처 내여 님 겨신쏘이고져.

따뜻한 봄기운을 일으켜 내어 임 계신데 쏘이고 싶다

 

(모첨) 비쵠  玉樓(옥루)의 올리고져.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대궐에 올리고 싶다

 

紅裳(홍상)을 니믜 翠袖(취수)()만 거더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어

 

日暮脩竹(일모수죽)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해 저물 무렵 긴 대나무에 헤아림도 많기도 많구나

 

 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짧은 해가 쉬이 넘어가 긴 밤을 꼿꼿이 앉아

 

靑燈(청등) 거른 겻鈿箜篌(전공후) 노하 두고

푸른등 걸어놓은 곁에 전공후 놓아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꿈에나 님을 보려 턱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鴦衾(앙금)샤 이 밤은 언제 샐고.

원앙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까

 

<본사> : 사계절 임을 그리워 하는 마음

 

도 열두   도 셜흔 날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져근덧 각마라 이 시닛쟈

잠깐 동안 생각을 말고 이 시름을 잊자 하니

 

쳐 이셔 骨髓(골수)텨시니

마음에 맺혀 있어 뼛속까지 사무쳐 있으니

 

扁鵲(편작)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명의가 열명이 와도 이 병을 어찌하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아아 내 병은 이 임의 탓이로다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차라리 사라져서 범나비가 되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죡죡 안니다가

꽃나무 가지마다 가는 데 족족 앉았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올므리라.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노라.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쫒아가려 하노라

 

<결사> : 임을 향한 영원한 사랑

 

사미인곡 원문 + 현대어풀이

 

'국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동별곡 /정철  (0) 2020.06.18
상춘곡 - 정극인  (0) 2020.06.18
오우가1 / 윤선도  (0) 2020.06.18
어부사시사 - 윤선도  (0) 2020.06.17
農家月令歌 농가월령가 - 丁學遊 정학유 -  (0) 2020.06.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