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 - 윤선도

 

[춘사 1]

앞개울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 거의 끝나고 밀물 밀려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춘사 2]

날이 따뜻하도다 물 위에 고기 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낚시대는 쥐어있다 탁주병은 실었느냐?

 

[춘사 3]

동풍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춘사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맑고도 깊은 소(연못)에 온갖 고기 뛰어논다.

 

[춘사 5]

고운 햇볕이 쬐이는데 물결이 기름같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두랴 낚시를 놓을까?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탁영가(濯纓歌)의 흥이나니 고기잡이도 잊겠도다!

 

[춘사 6]

석양(夕陽)이 비추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안류정화(岸柳汀花)는 굽이굽이 새롭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찌 삼공을 부러워할소냐 만사를 생각하랴!

* 안류정화 : 해안 언덕의 버드나무와 물가에 핀 꽃

*삼공 : 높은 벼슬, 영의정·좌의정·우의정

 

[춘사 7]

방초(芳草)를 바라보며 난초 지초도 뜯어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일엽편주(一葉扁舟)에 실은 것이 무엇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갈 때는 안개뿐이오 올 때는 달뿐이로다!

* 방초 : 아름다운 풀

* 일엽편주 : 나뭇잎 크기의 작은 배

 

[춘사 8]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니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낙홍(落紅)이 흘러오니 무릉도원이 가깝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인세홍진(人世紅塵)이 얼마나 가렸던고.

* 낙홍 : 떨어진 꽃잎

* 인세홍진 : 인간세상의 욕망의 먼지

 

[춘사 9]

낚시줄 걷어 놓고 봉창(篷窓)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구나 소쩍새 소리 맑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남은 흥이 무궁(無窮)하니 갈 길을 잊었구나.

*봉창 : 나웃배의 창

 

[춘사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얼마나 더되랴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시대로 지팡이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어부의 생애는 이럭저럭 지내노라

[하사 1]

궂은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기쁜 흥을 금할 수 없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연강첩장(烟江疊嶂) 누구라서 그려냈는가?

* 연강첩장 : 안개 낀 강과 첩첩 가파른 봉우리

 

[하사 2]

연 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靑蒻笠)은 쓰고 있노라 녹사의(綠蓑衣)는 가져 왔느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쫓는가 제가 쫓는가?

*청약립 : 풀 줄기 등으로 만든 푸른색 삿갓

*녹사의 : 초록색 도롱이 옷

 

[하사 3]

마름잎에 바람부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바람 고요할소냐 가는 대로 배 두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북포남강(北浦南江)이 어디 아니 좋을러니!

* 북포남강 : 북쪽 포구와 남쪽 강

 

[하사 4]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오강(吳江)을 가자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프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楚江)에 가자하니 어복충혼(魚腹忠魂) 낚을까 두려워라!

*천년노도 : 천년의 성난 물결, 죽은 오자서의 한

*어복충혼 : 고기 뱃속의 충성스런 혼,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의 충혼

 

[하사 5]

만류녹음(萬柳綠陰) 어린 곳에 일편태기(一片苔磯) 기특하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다리에 닿았거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물 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다가 학발 노옹 만나거든 뇌택양거(雷澤讓居) 본을 받자

*만류녹음 : 수많은 버드나무의 푸른잎과 그늘

*일편태기 : 한조각 물가의 이끼

*어인쟁도 : 어부들의 뱃길 다툼

*뇌택양거 : 연못에서 고기잡을 때 순임금에게 모두 자리를 양보

 

[하사 6]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처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배 돛대를 두드리고 수조가(水調歌)를 불러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엇더타 관내성중(款乃聲中)에 만고심(萬古心)을 그 누가 알겠는가?

*관내성중 : 두드리면서 노래 부르는 중에

*만고심 : 만고에 변하지 않는 마음(다른 해석본: 근심)

 

[하사 7]

석양(夕陽)이 좋다마는 황혼(黃昏)이 가깝구나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 소나무 아래 비스듬히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벽수앵성(壁樹鶯聲)이 곳곳에 들리는구나!

*벽수앵성 : 푸른 숲 꾀꼬리 소리

 

[하사 8]

모래 위에 그물을 널고 띠풀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하나 파리는 어떠한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진실로 다만 많은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행여 들을까 두렵워라

*상대부 : 출세주의자, 전한 상홍양이 공을 세운 후 벼슬에 집착하여 반란을 꾸민 사건

 

 

[하사 9]

밤사이 풍랑 일 줄을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야도횡주(夜渡橫舟)를 누가 일렀는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즈버 간변유초(澗邊幽草)는 진실로 보기 좋구나!

*야도횡주 : 밤에 강을 가로질러 가는 배

*간변유초 : 계곡 시냇가의 그윽한 곳의 풀

 

[하사 10]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 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로 올라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마도 어옹(漁翁)이 한가하더냐 이것이 구실이라

*와실 : 달팽이 집, 작고 초라한 집

 

[추사 1]

물외(物外)에 조용한 일이 어부생애 아니더냐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어옹(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계절 흥이 한가지나 추강(秋江)이 으뜸이라

 

[추사 2]

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은 물결에 실컷 놀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

 

[추사 3]

흰 구름 일어나니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동호(東湖) 가고 썰물에 서호(西湖)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홍료(白蘋紅蓼)는 곳곳마다 절경이로다!

*백빈홍료 : 흰 마름꽃과 붉은 여귀꽃

 

[추사 4]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산 보이는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興)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석양이 비치니 모든 산이 금수(錦繡)이로다

 

[추사 5]

은순옥척(銀脣玉尺)이 몇 마리나 걸렸느냐

노 저어라 노 저어라

갈대꽃에 불붙여 골라서 구워놓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술병을 기울여서 표주박에 부어다오

*은순옥척 : 은빛나는 입술모양의 옥같이 귀한 월척

 

[추사 6]

옆 바람 곱게 부니 다른 돛에 돌아왔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명색(瞑色)은 나오니 청흥(淸興)이 멀어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쩐지 홍수청강(紅樹靑江)이 싫지도 밉지도 않구나!

*명색 : 어둑어둑한 빛

*청홍 : 풍류적이고 고상한 흥

*홍수청강 : 붉은 단풍나무와 푸른 강물

 

[추사 7]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봉황루(鳳凰樓) 묘연(渺然)하니 청광(淸光)을 누구를 줄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자

*묘연 : 아득하고 넓으니

*청광 : 맑은 달빛

 

[추사 8]

하늘과 땅이 제각기인가 이것이 어디인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속세의 먼지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추사 9]

옷 위에 서리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부세(浮世)와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하자

*부세 : 덧없는 세상, 부운세상(浮雲世上)

 

[추사 10]

송간석실(松間石室)에 가서 새벽달을 보자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납엽(空山落葉))의 길을 어찌 알아 볼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흰 구름이 좇아오니 여라의(女羅衣)가 무겁구나

*송간석실 : 소나무 사이에 돌로 지은 집

*공산낙엽 : 빈 산의 낙엽

*여라의 : 소나무에 기생하는 하루살이, 가벼운 옷

 

[동사 1]

구름 걷힌 후에 햇볕이 두텁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폐색(天地閉塞)하되 바다는 예전과 같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끝없는 물결이 비단 펼친 듯 하여 있다

*천지폐색 :하늘과 땅이 닫히고 막힘

 

[동사 2]

낚시줄대를 손질하고 뱃밥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동정(瀟湘洞庭)은 그 물이 언다하더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마도 이때 낚시야 이만한데 있으랴!

*소상동정 : 소상강과 동정호

 

[동사 3]

얕은 갯가 고기들이 먼 바다 다 갔느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어느 듯 날 좋은 때 어장에 나가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 좋으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동사 4]

간밤에 눈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앞에는 만경유리(萬頃琉璃) 뒤에는 천첩옥산(千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것이 선계(仙界) 불계(佛界)인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동사 5]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앞 바다를 건너본 것이 몇 번인가 헤려보았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느닷없는 강한 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올까

 

[동사 6]

날아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났는가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이 자욱해졌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뉘라서 그 조용한 아압지(鵝鴨池)에 초본참(草本慚)을 싯었던고

*아압지 : 연못의 거위 떼를 놀라게 하여 이를 이용하여 성을 함락

*초본참 : 병자호란으로 초목까지 입은 치욕

 

[동사 7]

단애취벽(丹崖翠壁)이 화병(畫屛)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거구세린(巨口細鱗)을 낚으나 못 낚으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고주사립(孤舟蓑笠)에 흥 겨워 앉았노라

*단애취벽 :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

*거구세린 :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는 물고기

*고주사립 : 외로운 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동사 8]

물가의 외로운 소나무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한탄하지 마라 세상을 가리는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물결소리를 염증내지 마라 진훤(塵喧)을 막는도다!

*진훤 : 더러운 때와 소리

 

[동사 9]

창주(滄州)에 우리의 도(道)를 옛부터 일렀느니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양구(七里羊裘)는 그 어떠함이런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모름이 삼천육백날 낚시는 손 곱을 때 어떠하던고?

*창주 : 푸른 물가, 시골, 은자들이 사는 곳

*칠리양구 : 후한 광무제 때의 은사로 칠리탄에서 엄자릉이 양피옷을 입고 낚시하던 곳

*삼천육백 낚시 : 강태공이 위수가에서 삼천육백일 때를 기다리며 낚시하는 고사

 

[동사 10]

아아! 저물어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려진 길에 흥에 겨워 돌아와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서봉(西峰)에 달 넘어가도록 송창(松窓)에 기대어 있노라

 

 

어부사시사 (윤선도)

 

[춘사 1]

 

앞개울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 거의 끝나고 밀물 밀려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춘사 2]

 

날이 따뜻하도다 물 위에 고기 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낚시대는 쥐어있다 탁주병은 실었느냐?

 

[춘사 3]

 

동풍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춘사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맑고도 깊은 소(연못)에 온갖 고기 뛰어논다.

 

[춘사 5]

 

고운 햇볕이 쬐이는데 물결이 기름같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두랴 낚시를 놓을까?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탁영가(濯纓歌)의 흥이나니 고기잡이도 잊겠도다!

 

[춘사 6]

 

석양(夕陽)이 비추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안류정화(岸柳汀花)는 굽이굽이 새롭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찌 삼공을 부러워할소냐 만사를 생각하랴!

* 안류정화 : 해안 언덕의 버드나무와 물가에 핀 꽃

*삼공 : 높은 벼슬, 영의정·좌의정·우의정

 

[춘사 7]

 

방초(芳草)를 바라보며 난초 지초도 뜯어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일엽편주(一葉扁舟)에 실은 것이 무엇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갈 때는 안개뿐이오 올 때는 달뿐이로다!

* 방초 : 아름다운 풀

* 일엽편주 : 나뭇잎 크기의 작은 배

 

[춘사 8]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니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낙홍(落紅)이 흘러오니 무릉도원이 가깝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인세홍진(人世紅塵)이 얼마나 가렸던고.

* 낙홍 : 떨어진 꽃잎

* 인세홍진 : 인간세상의 욕망의 먼지

 

[춘사 9]

 

낚시줄 걷어 놓고 봉창(篷窓)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구나 소쩍새 소리 맑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남은 흥이 무궁(無窮)하니 갈 길을 잊었구나.

*봉창 : 나웃배의 창

 

[춘사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얼마나 더되랴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시대로 지팡이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어부의 생애는 이럭저럭 지내노라

 

[하사 1]

 

궂은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기쁜 흥을 금할 수 없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연강첩장(烟江疊嶂) 누구라서 그려냈는가?

* 연강첩장 : 안개 낀 강과 첩첩 가파른 봉우리

 

[하사 2]

 

연 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靑蒻笠)은 쓰고 있노라 녹사의(綠蓑衣)는 가져 왔느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쫓는가 제가 쫓는가?

*청약립 : 풀 줄기 등으로 만든 푸른색 삿갓

*녹사의 : 초록색 도롱이 옷

 

[하사 3]

 

마름잎에 바람부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바람 고요할소냐 가는 대로 배 두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북포남강(北浦南江)이 어디 아니 좋을러니!

* 북포남강 : 북쪽 포구와 남쪽 강

 

[하사 4]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오강(吳江)을 가자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프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楚江)에 가자하니 어복충혼(魚腹忠魂) 낚을까 두려워라!

*천년노도 : 천년의 성난 물결, 죽은 오자서의 한

*어복충혼 : 고기 뱃속의 충성스런 혼,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의 충혼

 

[하사 5]

 

만류녹음(萬柳綠陰) 어린 곳에 일편태기(一片苔磯) 기특하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다리에 닿았거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물 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다가 학발 노옹 만나거든 뇌택양거(雷澤讓居) 본을 받자

*만류녹음 : 수많은 버드나무의 푸른잎과 그늘

*일편태기 : 한조각 물가의 이끼

*어인쟁도 : 어부들의 뱃길 다툼

*뇌택양거 : 연못에서 고기잡을 때 순임금에게 모두 자리를 양보

 

[하사 6]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처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배 돛대를 두드리고 수조가(水調歌)를 불러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엇더타 관내성중(款乃聲中)에 만고심(萬古心)을 그 누가 알겠는가?

*관내성중 : 두드리면서 노래 부르는 중에

*만고심 : 만고에 변하지 않는 마음(다른 해석본: 근심)

 

[하사 7]

 

석양(夕陽)이 좋다마는 황혼(黃昏)이 가깝구나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 소나무 아래 비스듬히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벽수앵성(壁樹鶯聲)이 곳곳에 들리는구나!

*벽수앵성 : 푸른 숲 꾀꼬리 소리

 

[하사 8]

 

모래 위에 그물을 널고 띠풀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하나 파리는 어떠한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진실로 다만 많은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행여 들을까 두렵워라

*상대부 : 출세주의자, 전한 상홍양이 공을 세운 후 벼슬에 집착하여 반란을 꾸민 사건

 

[하사 9]

 

밤사이 풍랑 일 줄을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야도횡주(夜渡橫舟)를 누가 일렀는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즈버 간변유초(澗邊幽草)는 진실로 보기 좋구나!

*야도횡주 : 밤에 강을 가로질러 가는 배

*간변유초 : 계곡 시냇가의 그윽한 곳의 풀

 

[하사 10]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 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로 올라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마도 어옹(漁翁)이 한가하더냐 이것이 구실이라

*와실 : 달팽이 집, 작고 초라한 집

 

[추사 1]

 

물외(物外)에 조용한 일이 어부생애 아니더냐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어옹(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계절 흥이 한가지나 추강(秋江)이 으뜸이라

 

[추사 2]

 

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은 물결에 실컷 놀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

 

[추사 3]

 

흰 구름 일어나니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동호(東湖) 가고 썰물에 서호(西湖)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홍료(白蘋紅蓼)는 곳곳마다 절경이로다!

*백빈홍료 : 흰 마름꽃과 붉은 여귀꽃

 

[추사 4]

 

기러기 떠 있는 밖에 못 보던 산 보이는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석양이 비치니 모든 산이 금수(錦繡)이로다

 

[추사 5]

 

은순옥척(銀脣玉尺)이 몇 마리나 걸렸느냐

노 저어라 노 저어라

갈대꽃에 불붙여 골라서 구워놓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술병을 기울여서 표주박에 부어다오

*은순옥척 : 은빛나는 입술모양의 옥같이 귀한 월척

 

[추사 6]

 

옆 바람 곱게 부니 다른 돛에 돌아왔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명색(瞑色)은 나오니 청흥(淸興)이 멀어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쩐지 홍수청강(紅樹靑江)이 싫지도 밉지도 않구나!

*명색 : 어둑어둑한 빛

*청홍 : 풍류적이고 고상한 흥

*홍수청강 : 붉은 단풍나무와 푸른 강물

 

[추사 7]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봉황루(鳳凰樓) 묘연(渺然)하니 청광(淸光)을 누구를 줄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자

*묘연 : 아득하고 넓으니

*청광 : 맑은 달빛

 

[추사 8]

 

하늘과 땅이 제각기인가 이것이 어디인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속세의 먼지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추사 9]

 

옷 위에 서리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부세(浮世)와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하자

*부세 : 덧없는 세상, 부운세상(浮雲世上)

 

[추사 10]

 

송간석실(松間石室)에 가서 새벽달을 보자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납엽(空山落葉))의 길을 어찌 알아 볼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흰 구름이 좇아오니 여라의(女羅衣)가 무겁구나

*송간석실 : 소나무 사이에 돌로 지은 집

*공산낙엽 : 빈 산의 낙엽

*여라의 : 소나무에 기생하는 하루살이, 가벼운 옷

 

[동사 1]

 

구름 걷힌 후에 햇볕이 두텁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폐색(天地閉塞)하되 바다는 예전과 같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끝없는 물결이 비단 펼친 듯 하여 있다

*천지폐색 :하늘과 땅이 닫히고 막힘

 

[동사 2]

 

낚시줄대를 손질하고 뱃밥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동정(瀟湘洞庭)은 그 물이 언다하더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마도 이때 낚시야 이만한데 있으랴!

*소상동정 : 소상강과 동정호

 

[동사 3]

 

얕은 갯가 고기들이 먼 바다 다 갔느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어느 듯 날 좋은 때 어장에 나가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 좋으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동사 4]

 

간밤에 눈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앞에는 만경유리(萬頃琉璃) 뒤에는 천첩옥산(千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것이 선계(仙界) 불계(佛界)인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동사 5]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앞 바다를 건너본 것이 몇 번인가 헤려보았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디서 느닷없는 강한 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올까

 

[동사 6]

 

날아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났는가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이 자욱해졌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뉘라서 그 조용한 아압지(鵝鴨池)에 초본참(草本慚)을 싯었던고

*아압지 : 연못의 거위 떼를 놀라게 하여 이를 이용하여 성을 함락

*초본참 : 병자호란으로 초목까지 입은 치욕

 

[동사 7]

 

단애취벽(丹崖翠壁)이 화병(畫屛)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거구세린(巨口細鱗)을 낚으나 못 낚으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이야! 고주사립(孤舟蓑笠)에 흥 겨워 앉았노라

*단애취벽 :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

*거구세린 :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는 물고기

*고주사립 : 외로운 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동사 8]

 

물가의 외로운 소나무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한탄하지 마라 세상을 가리는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물결소리를 염증내지 마라 진훤(塵喧)을 막는도다!

*진훤 : 더러운 때와 소리

 

[동사 9]

 

창주(滄州)에 우리의 도()를 옛부터 일렀느니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양구(七里羊裘)는 그 어떠함이런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모름이 삼천육백날 낚시는 손 곱을 때 어떠하던고?

*창주 : 푸른 물가, 시골, 은자들이 사는 곳

*칠리양구 : 후한 광무제 때의 은사로 칠리탄에서 엄자릉이 양피옷을 입고 낚시하던 곳

*삼천육백 낚시:강태공이위수가에서삼천육백일 때를기다리며 낚시하는 고사

 

[동사 10]

 

아아! 저물어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려진 길에 흥에 겨워 돌아와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서봉(西峰)에 달 넘어가도록 송창(松窓)에 기대어 있노라

 

어부사시사(윤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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