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1 / 윤선도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리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빚이 깨끗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많구나
조코도 그칠 이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않을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九泉)의 뿌리 곧은 줄을 그로 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리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光明)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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