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대천항 연가 / 송미숙

파도를품에보듬어해지는밤바다는빈밥그

릇두손모으는정화수에기다림은하이얀소

금꽃어디먼바다우렛소리등댓불걱정스레

깜박이는데나아질수없는상사병아낙은정

화수곁에서밤샘으로하는뱃멀미로천만년

긴시간이흐르고떠오르는태양밥그릇가득

웃음소리담는다.

하얀 미소 속의 구절초 / 송미숙

비바람없는날은소쩍새울음으로허기진세

허기로달래는후미진절벽모퉁이에먼산

바라기여인의고운자태로기다림이익숙한

목이긴꽃세파에꺾이어홀로피어시나브로

어둠이내리면지친세상이야기들퇴근하는

발자국소리로임의눈물가득채운꽃병을꿈

꾸는하이얀미소

봄비 그리고 꽃비 / 이호정

바람불더니꽃잎날리고진자리에비가앉

습니다뜨락에핀라일락꽃향기찬비가시

샘하는지온종일향기를지웁니다창가에

앉아서네가좋아했던봄비를내가좋아했

던찬빗방울을헵니다

봄이 오면 / 정해정

봄이오면가로수꽃비가내가슴에살포시

내려앉는다그대생각에나는봄이된다보

라빛나폴나폴나비가날아와꽃술에입맞

춤할때나는봄이된다웃음꽃한잎두잎연

두빛초록마음에도봄이왔다.

석류 / 문태준

윗옷단추를끄르듯웃음이웃음의앞자락

을헤치며석류는툭터졌네넘어진화병처

럼언제라도비탄이없는악보속깊은가을

의정교한건축붉은잇몸의빛알알이조용

한시간의카펫위에흩어지네

가을 하늘에 수놓는 마음 / 최영애

길을걷다주운것은벌레먹은낙엽뿐인데

내가슴은당신을불러세워요당신을느끼

는것만으로도좋아새싹처럼올라오는마

음당신에게전하는마음한잔으로청량한

가을하늘을수놓아요

/ 최영애

하얗게덮어가는그리움위로설레는작은

세상추억의오솔길은사는이유가되고희

망이되니그계절이영영올것같지않아조

심스레엮어봤던소망들하늘정원그길에

도올려보니어쩜저리예쁜지

비가 내리면 / 안광수

비가내리면그사람이생각나고울고있는

그사람이그리워지며멍든가슴에빗물로

그사람이문질러주니더욱더그리워지는

빗물의소리를지금도마음은그사람옆에

있으니까

하늘 바라기 / 박종영

여름한철해만사랑하다가영돌아서지않

는목줄기초가을바람에옷고름풀고헤픈

웃음쏟아내도더욱미움만타네그래서세

상인심은돌고도는것골고루바라기할것

이지오메짠한 것.

★꿈길에서  / 서영옥
잔잔한물위에물방울로아롱지는원인도알

수없는그리움이있어풀꽃내음안개되는꿈

길에서면또다른우리가살았었다는억겁의

머언세월속에다가만히두레박을드리워본

다너와나어디서무엇이되어만났으련만지

금도곱게피어만나는꽃잎같은사랑하나건

져올린다.

겨울나기 1 최봄샘

빈혈기로비틀대며내려와부딪히던햇살의

몸부림도잠시잠든밤마른바람이몰고오는

북극소식에귀기울여보기도하며겨울가지

에걸어둔작은둥지에알을품고기다리는봄

바라기작은새아랫목에묻어둔설익은봄살

짝들춰보기도하며깃털마다숨겨둔불씨들

하나씩꺼내먹는다

나무와 도끼 / 안광수

푸르고아름답게희망을안겨주는나무함께

의지하며보살핌에공존하는우리는하나태

양공기그리고물어려움속에굴하지않는생

명의소중함을우리는배우고느끼며소중한

연인처럼자연의진리를사랑으로천둥소리

에무너진도끼로인해서서히위태로움에처

한사실아직도모르는가요

동백꽃 / 안광수

기다리다못내울음으로터뜨린가련한동백

꽃그리운님이여서글픈마음이어찌내모습

보다더하겠나요온몸이찢어지듯물든내모

습이아픔보다힘든그대그리움에물든내모

습발길닿는곳이면따라가고픈사정을손꼽

아통곡합니다사랑앞에서는온몸이희생돼

도님곁에있고싶어요

상사화의 꿈 / 안광수

산사에울려퍼지는마음을알리지못하는가

련한꽃이여이곳에와서불공을드리며슬피

울던너의뒷모습하늘이내려앉아있어요하

늘과땅얼룩지게하는얼굴을보며기뻐하는

그대는누구인가요아픔상처로바라보며환

하게웃는그대모습을그리며나의모든것을

보여드리고싶어요

사랑의 빚 / 전혜령

소중한사람은당신입니다멀리있어도가

까이있어도그사랑일렁입니다험한세상

풍파속에서손내미신당신그러나그손을

놓아야할지가끔은망설이지만당신은나

이기에하늘문열리는그날까지처음마음

으로동행하고싶습니다사랑의빚진자되

어그빚갚아야하기에

★나는 네게 /이현옥

나는네게물이고싶다마른가슴구석구석을

적시고그리고도남는다면네마음한가운데

담겨지도록나는네게술이고싶다꽃술에취

하고눈동자에취하고밀어의술잔에담겨네

몸깊이퍼지도록나는네게불이고싶다세월

의상처그리움의찌꺼기훨훨태우고한줌재

로남아내게올수있도록.

★상춘곡

홍진에뭇친분네이내생애엇더한고옛사

풍류에미칠까못미칠까천지간남자몸

이나만한이많건마는산림에묻혀있어지

락을모를것가수간모옥을벽계수앞에두

송죽울울리에풍월주인되었어라엇그

제겨울지나새봄이돌아오니도화행화는

석양리에피어있고

★정월령

정월은맹춘이라입춘우수절기로다산중

학에빙설은남았으나평교광야에운물

이변하도다어와우리성상애민중농하오

시니측하신권농윤음방곡에반포하니

슬프다부들아아무리무지한들네몸이

해고사하고성의를어길소냐산전수답상

반하여힘대로하오리라

★삼월령

삼월은모춘이라청명곡우절기로다춘일이

재양하여만물이화창하니백화는난만하고

새소리각색이라당전의쌍제비는옛집을찾

아오고화간의범나비는분분히날고기니

물도득시하여자락함이사랑홉다한식날성

묘하니백양나무새잎난다우로에감창함을

주과로나펴오리라

바람은 / 이외희

내게살며시다가온이바람은어디서무

하러왔을까머물지않고끝없이스쳐

만가이바람은어디로무얼하러가는

걸까짝다가왔다가수줍어살그머니

떠나가는바람은하고싶은말은가슴속

에묻어놓고온종일휘파람만쓸쓸히불

어대는네모습같구나

하나의 삶 / 정유찬

누구나원하는것은같다그것을달리표현

할뿐우리는모두가다른방법으로같은사

랑을원하고모두다같은의도로독특한삶

을추구한다이렇게삶의다른모습들이합

쳐져하나의큰삶이된다우리는이렇게

기다른모두가만드는하나의삶을산다.

부활의 장미 / 정문규

피었다지는것이야쉬운일이지만그향기

까지야쉽게잊혀지겠습니까사랑하는것

쯤이야쉽게한다고하지만그리워하는것

까지야어찌막을수있겠습니까먼훗날다

시태어난다면나는사무친가시가되고

신은숨가쁜꽃봉오리가되는하나의뜨거

운몸이되어요

매화 풍경 / 박종영

겨울강을건너온매화꽃잎한개절정을위

상큼한바람앞에서서백옥의여인이다

이내펄럭이는치맛자락그때마다하얀속

살이좀처럼인색하게붉게퍼진다낡은세

월모두밀어내는그대향기같아그추억의

허리춤을살며시당기면저절로안겨오는

그리움을어쩌

흔들림에 닿아 /이성선

가지에잎떨어지고나서빈산이보인다새가

날아가고혼자남은가지가오랜여운에흔들

릴때이흔들림에닿은내몸에서잎이떨어

진다무한쪽으로내가열리고빈곳이더크게

나를껴안는다흔들림과흔들리지않음사이

고요한산과나사이가갑자기깊이빛난다

가우주안에있다

봄바람 (양채영·시인, 1935-)

너는매화꽃가지에은은히숨어있다

꽃에서는더환하다절벽난간붉은진

달래신라적노인의헌화가의간절한

숨소리너는하늘거린다새소리에도

봄물살에허리를뒤틀며재잘대고깔

깔댄다눈을감아도너는내볼을부비며

내가슴을파고든다

비 잠시 그친 뒤 / 허형만

한나절 퍼붓던 비잠시 그치자

잠자리 무리지어 된장잠자리 노랑잠자리

날개띠잠자리 무리지어 날 수만 있다면

일곱 번이든 여덟 번이든 아픔의 껍질을 벗고

그리움의 속내도 벗고

훠이훠이 청산이 좋아라 잠자리 무리지어

한나절 퍼붓던

비 잠시 그친 뒤.

비 그친 새벽 산에서 ./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을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希望)의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하얀 비 / 송경동

양철지붕 두드리며 밤새 내리는 비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두드리는 겨울 찬비가 될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의 음계에 맞춰

내 노래 조율하는 법을 몰라 내 노래는 내가 죽어도

내 목 밖에서 객처럼 서성거릴 것인가

밤새 내 영혼을 두드리는 하얀 비

 

바람편지 / 천양희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 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떤다, 떨린다

 

가을비 내리는 날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행복

밤이 깊도록

벗 할 책이 있고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으면 됐지

그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친구여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연인은 있어야 하겠네

마음이 꽃으로 피는

맑은 물소리

승부에 집착하지 말게나

3욕이 지나치면

벗을 울린다네.

 

겨울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마지막 사랑 / 장석주

사랑이란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나 그대에 취해

그대의 캄캄한 감옥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아기 하나 태어나고 바람이 분다

바람부는 길목에 그토록 오래 서있었던 까닭은

돌아오는 길 내내

그대를 감쌌던 내 마음에서

그대 향기가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렇게

아주 멀리 되돌아 오는 길이다

헤어짐을 준비하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보내줄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사랑은 결코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외려 너를 점점 멀리 두는 데

익숙해지는 일이므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조용히 너를 보내겠다는 뜻이다.

보내고 나서 나는, 하염없이

슬픔에 빠져 있겠다는 뜻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가슴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게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낙화(落花)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바람 속을 걷는 법 3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허구 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 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 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 유안진

차라리

내가 반쯤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철따라

궂은 비 뿌리는 내 울안

벙어리 되어 흘려 보낸

어두운 세월의

어느 매듭에서

눈먼 혼을 불러

풋풋이 움 틔우며

일월을 거느려

그대 오는가

목숨과 맞바꾸는

엄청난 이 보배

차라리

내가

온채로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사 랑 / 안도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사랑의 진리 / 원태연

 

만날 인연이 있는 사람은

지하철에서 지나쳐도

거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만

헤어져야 할 인연인 사람은

길목을 지키고 서 있어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런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한번 엇갈린 골목에서

지키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의 진리이기도 하다.

 

잡초 / 이 성 재

 

한겨울 잡초는 제 몸을 말려

동면하듯 누워 지낸다.

 

오로지 몸을 세울 그날을 위해

겉을 감추고

때가 되면 언제나

푸른 옷을 입는다.

 

세월의 옷을

갈아입는다.

 

세월에 무딘 내 몸은

한겨울의 옷은 갈아입었지만

마음의 옷은 아직도

지난 겨울의 옷 그대로구나.

 

하여

너는 잠시 나의

스승이 된다.

 

산 아래 살면서 / 김 선 자

 

이른 아침

신문을 집어 들고

산을 본다

 

모진 말 견디기 힘들 때

마당에 나와 서서

산을 본다

산도 수심 가득히 나를 본다

 

내가 슬프면

산도 슬프고

내가 외롭고 힘들면

산도 외롭고 힘드나 보다

 

산 아래 살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우리 마음 속에서 싹이 트는 것을‥‥‥‥

 

헹구는 마음 / 김 성 자

 

안개 자욱한 새벽길
누구의 발자국
지나가지 않은 숲가에
선한 아기 눈망울 같은
이슬들을 모아

이별이 머물던 자리
칼바람이 지난 자리
그 울음이 묻은 상념
헹구고 헹군다.

갓 벙글은 목련꽃
속살처럼
순결함을 위해
마음을 헹군다.
하늘에 닿고 싶은 내 마음
그래서 오늘도 헹구며 살아간다.

 

봄 편지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기다림의 대천항 연가 / 송미숙

 

파도를 품에 보듬어

해지는 밤바다는 빈 밥그릇

두 손 모으는 정화수에

기다림은 하이얀 소금 꽃

어디 먼 바다 우렛소리

등댓불 걱정스레 깜박이는데

나아질 수 없는 상사병

아낙은 정화수 곁에서

밤샘으로 하는 뱃멀미로

천만년 긴 시간이 흐르고

떠오르는 태양, 밥그릇 가득

웃음소리 담는다.

 

하얀 미소 속의 구절초 / 송미숙

 

비바람 없는 날은

소쩍새 울음으로

허기진 세월 허기로 달래는

후미진 절벽 모퉁이에

먼산바라기 여인의 고운 자태로

기다림이 익숙한 목이 긴 꽃

세파에 꺾이어 홀로 피어

시나브로 어둠이 내리면

지친 세상이야기들

퇴근하는 발자국소리로

임의 눈물 가득 채운

꽃병을 꿈꾸는 하이얀 미소……

 

봄비 그리고 꽃비 / 이호정

 

바람 불더니 꽃잎 날리고

진자리에 비가 앉습니다

뜨락에 핀 라일락

꽃향기 찬비가 시샘하는지

온종일 향기를 지웁니다

창가에 앉아서

네가 좋아했던 봄비를

내가 좋아 했던 찬빗방울을

헵니다

 

봄이 오면 / 정해정

 

봄이 오면

가로수 꽃비가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대

생각에

나는 봄이 된다.

보라 빛

나폴 나폴

나비가 날아와

꽃술에

입맞춤 할 때

나는 봄이 된다

웃음 꽃

한 잎 두 잎

연두 빛

초록 마음에도

봄이 왔다.

 

석류 / 문태준

 

윗옷 단추를 끄르듯

웃음이

웃음의 앞자락을 헤치며

석류는 툭 터졌네

넘어진 화병처럼

언제라도

비탄이 없는

악보

속 깊은 가을의

정교한 건축

붉은 잇몸의 빛

알알이

조용한 시간의 카펫 위에

흩어지네

 

가을 하늘에 수놓는 마음 / 최영애

 

길을 걷다 주운 것은

벌레 먹은 낙엽뿐인데

내 가슴은

당신을 불러 세워요

당신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아

새싹처럼 올라오는 마음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 한 잔으로

청량한 가을 하늘을 수놓아요

 

/ 최영애

 

하얗게 덮어 가는

그리움 위로

설레는 작은 세상

추억의 오솔길은

사는 이유가 되고

희망이 되니

그 계절이

영영 올 것 같지 않아

조심스레 엮어 봤던 소망들

하늘 정원

그 길에도 올려 보니

어쩜 저리 예쁜지

 

동백꽃 / 안광수

 

기다리다 못내 울음으로

터뜨린 가련한 동백꽃

그리운 님이여

서글픈 마음이 어찌

내 모습보다 더하겠나요

온몸이 찢어지듯 물든

내 모습이 아픔보다 힘든

그대 그리움에 물든 내 모습

발길 닿는 곳이면 따라

가고픈 사정을 손꼽아

통곡합니다

사랑 앞에서는 온몸이

희생돼도 님 곁에 있고

싶어요

 

비가 내리면 / 안광수

 

비가 내리면

그 사람이 생각나고

울고 있는 그 사람이

그리워지며

멍든 가슴에

빗물로 그 사람이

문질러 주니

더욱더 그리워지는

빗물의 소리를

지금도 마음은

그 사람 옆에

있으니까

 

하늘 바라기 / 박종영

 

여름 한 철,

해만 사랑 하다가

영 돌아서지 않는 목줄기,

초가을 바람에 옷고름 풀고

헤픈 웃음 쏟아내도

더욱 미움만 타네

그래서 세상인심은 돌고 도는 것,

골고루 바라기 할 것이지

오메, 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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