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필은 점획을 표현하기 위해 붓을 대고 뗄 때까지의 방법을 말한다. 즉 용필은 기필, 행필, 수필의 단계를 말하며 점획의 표현의 기본이 된다. 운필은 용필과정에서 붓의 방향, 압력, 속도 등의 변화를 주면서 움직이는 것인데 여기서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이 작용하게 된다.

아름다운 글씨를 쓰려면 단순히 선을 긋는다 해도 이러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용 필 (用筆)

    용필은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즉 필획을 시작하는 기필(起筆 : 시필이라고도 한다. 용필의 3단계 중 붓을 대어 점획을 쓰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이때 굵기, 방향, 위치 등에 따라 점획의 느낌이 달라진다.) 과 획이 이어져 나아가는 행필(行筆 : 송필이라고도 한다. 기필과 수필의 중간 단계로 붓을 옮겨가는 과정이다. 행필은 직선적인 것과 곡선적인 것이 있다. 이때 굵기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이것을 마무리 하는 수필(收筆 : 종필이라고도 하며 점획을 마무리하는 끝 부분의 붓 사용을 말한다. 수필은 점획의 특징에 따라 여러 가지 필법이 있다.)의 단계를 말한다.

    모든 점획은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서 표현하게 되는데, 기필은 붓을 대는 모양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붓끝이 필획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장봉(藏鋒)과 이와 반대되는 노봉(露鋒)이 바로 그것이다.

    행필에서는 획의 굵기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방향이 바뀌면서 모가 생기는 것을 절(折), 모가 생기지 않고 방향이 바뀌는 것을 전(轉)이라 한다. 행필과정에서 붓끝이 필획의 중심을 지나는 중봉(中鋒)획은 매끈하고 원만하며 무게가 나타난다. 그리고 붓끝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행필한 것은 측봉(側鋒)이라 한다.

    수필은 점획의 끝맺음으로 그 방향과 굵기의 변화에 유의하여야 한다. 기필과 수필 방법에 따라 방필과 원필의 표현이 가능하다. 방필(方筆, 方的 필획)은 방형(方形)의 필획을 일컫는 것으로, 그 모양이 방정하고 돈필(頓筆)할 때 골력(骨力)이 밖으로 향해 펴지는 까닭에 '외탁필(外拓筆)'이라고도 부른다. 장중한 느낌을 주며 용비어천가, 월인청강지곡의 한글자에서, 장천비(張遷碑), 맹법사비(孟法師碑)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원필(圓筆)은 방필의 필획에는 모[角]가 나 있는데 반해, 각(角)이 나지 않는 둥근 형상의 필획을 말한다. 원필은 그 점획이 원경(圓勁)하고 절골(節骨)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여 '내함필(內含筆)'이라고도 한다. 원필은 우아한 느낌이 있는데 훈민정음해례본 한글자에서, 또 조전비(曹全碑) 공자묘당비(孔子廟堂碑)에서 그 특징이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에서는 방원겸필(方圓兼筆)이 보여지고 있다.

     

     

     

    ▣  운 필 (運筆)

    용필도 넓은 의미로는 운필의 범주에 속한다. 즉 용필은 붓의 위치에 따른 것만으로 제한되며, 운필은 용필 방법에 따라 붓 움직임을 수용하여 필획이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운필이란 점?획을 형성하기 위해 붓이 움직이는 과정과 그에 따른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운필법이라고 하면 붓이 움직이는 상태를 시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운필의 상태에 따라 생기는 획의 성질은 크게 보면 다음 네 가지 조건을 통해서 나타난다.

    첫째, 획은 어느 방향으로 긋느냐에 따라 문자의 형태나 필세에서 받는 느낌이 달라진다. 그런데 획의 방향 각도는 문자의 형태나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큰 변경을 더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굵기의 성질은 비교적 다양하여 굵은 획, 가는 획 등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으로서 독자적인 표현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셋째, 속도는 획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앞에 말한 첫 번째 두 번째 것의 성질과는 달리 자형(字形)이나 서체(書體)에 따라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할뿐더러 그 표현의 영영도 풍부하다.

    넷째, 붓의 경중(輕重)인데, 이것은 선질(線質)의 표현에 있어서 더욱 높은 성질을 갖고 있다. 획의 무겁고 가벼움은 주로 운필에 있어서의 붓의 경중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역량에 따라서 빠르면서도 무겁고, 느리면서도 가벼운 획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깊이 있는 중량감의 차이가 바로 書자체의 예술성을 좌우하는 요건이 된다.

          ※ 참고

      - 경(輕)과 중(重)

       점획의 경(輕)과 중(重)은 제(提)와 안(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필(下筆)을 가볍게 하면 나타나는 점획이 가늘고, 무거우면 점획이 굵은 것은 당연하다. 경중(輕重)과 제안(提按)이 동일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도 모르나, 양자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곧 제안(提按)은 점획간의 기필(起筆)과 행필(行筆)과 수필(收筆)에 있어서, 용력(用力)에 따라 조세(粗細)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고, 용필(用筆)의 경중(輕重)은 점획의 내적 변화 뿐만 아니라 비첩(碑帖)의 풍격(風格)과 특징까지도 표현되는 것이다.

      서법(書法)은 용필(用筆)의 경중에 따라 각기 특징을 지니는 것이어서, 모든 작품에서 느낌도 달리 한다.

      용필(用筆)이 경(輕)하면 영활하고 수려함을 느끼게 하는 바, 이러한 예를 예서(隸書)의 [조전비(曹全碑)]에서 볼 수 있으며, 용필(用筆)이 중하여 단장하고 침착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장천비(張遷碑)]에서 볼 수 있다.

      용필(用筆)의 경중(輕重)에 대해서는 필호(筆毫)가 종이에 닿는 부분에 따라 세 유형으로 나눈다. 호(毫)의 중간에서 봉(鋒)까지의 사이를 삼등분하여 붓이 지면에 닿는 부분이 3분의 1일 경우, 이것을 '용일분필(用一分筆)'이라 하고 3분의 2일 경우를 '용이분필(用二分筆)', 그리고 호(毫)의 하반부(下半部)가 종이에 닿는 경우를 '용삼분필(用三分筆)'이라고 한다.

      이것을 각각 비첩(碑帖)에서 찾아보면

      일분필(一分筆) : 예기비(禮器碑), 장맹룡비(張猛龍碑), 황보탄비(皇甫誕碑)

      이분필(二分筆) : 장천비(張遷碑), 정문공비(鄭文公碑),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

      삼분필(三分筆) : 서협송(西狹頌), 동방삭화찬(東方朔畵贊)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작품은 용필(用筆)의 경중(輕重)으로 특징지어져 있어서 어떠한 비첩(碑帖)이든 간에 임첩(臨帖)에 앞서 용필(用筆)의 경중을 심중(心中)에 두나면, 보다 용이하게 원작품의 격조와 화합을 통일시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용필(用筆) 상의 특징을 소홀히 한다면 일분필(一分筆)의 [예기비(禮器碑)]를 삼분필(三分筆)로 써서 비중(肥重)하여 수경(瘦勁) 관작(寬綽)한 [예기비(禮器碑)]의 특징을 잃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어느 획은 일분필(一分筆)을 쓰고, 다른 획은 이분필(二分筆)로, 또 다른 획은 삼분필(三分筆)로 써서 필획의 조세적(粗細的) 변화를 뚜렷히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이와는 경우를 달리 하여 어느 서가(書家)는 일분필(一分筆)을 쓰고, 어느 사람은 이분필(二分筆)을, 어느 서가(書家)는 삼분필(三分筆)을 써서, 각자의 독특한 풍격을 형성할 수도 있다.  

       - 전(轉)과 절(折)

      '전(轉)'이란 붓을 종이에 대고 둥글 게 굴려 돌려서 모나게 꺾어 뿔이 나지 않는 필획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손가락으로 필관(筆管)을 굴리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원적(圓的) 점획의 용필 방법을 '전이성원(轉以成圓)'이라 하는 바, 그 요령은 행필(行筆) 과정에서 붓이 머무르지[정주(停駐)] 않고 속도를 고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轉)에 비해 '절(折)'은 방적(方的) 점획을 만드는 용필법(用筆法)으로서 '절이성방(折以成方)'이라 한다. 절(折)은 한 획의 중간에서 소위 '일필삼과(一筆三過)'라 하여, 관절의 작용으로 꺾는 것이 있기는 하나, 주로 한 획의 개시(開始)나 결속 할 때 방향을 바꾸는 데 쓰인다.

      절필(折筆)로서 개시(開始)[기필(起筆)]와 결속[수필(收筆)], 또는 가로획에서 세로획으로, 세로획에서 가로획으로 꺾는 방법에 대해 증명하겠다.

      가로획의 절필(折筆) 방법 : 기필(起筆 : 필봉(筆鋒)이 종이와 접촉하는 시초)은 좌측 상방을 향해 일단 대었다가, 아래로 돈필(頓筆)하여 머무른 다음, 절봉(折鋒)하여 우(右)로 향해 행필(行筆)하며, 수필(收筆)할 때에는 우측 하방으로 돈필(頓筆)한 다음, 절봉(折鋒)하여 좌(左)로 향해 수필(收筆)한다.

       세로획의 절필(折筆) 방법 : 좌측 상방으로 기필(起筆)하여 종이에 댄 다음, 절봉(折鋒)하여 우측 하방으로 돈필(頓筆)하고, 아래로 향해 행필(行筆)하며, 수필(收筆)할 때에는 눌러 머무르자마자[돈주(頓駐)] 즉시 절봉(折鋒)하여 위로 향해 제필(提筆)한다.

      횡절적(橫折的) 방법 : 기필(起筆)은 상술한 횡획 방법과 동일하게 한 다음, 행필(行筆)하다가 꺾고자 하는 곳에서 돈필절봉(頓筆折鋒)[이것도 절필(折筆)이라고 한다] 하여 아래로 향해 행필(行筆)한다.

      수절적(수折的) 방법 : 기필(起筆)은 세로획의 방법과 같으나 내리 긋다가 꺾고자 할 때, 머물러 누른 다음 절봉(折鋒)하여 위로 향해 행필(行筆)한다.

      개괄(槪括)해서 설명하자면 절필(折筆)의 방법은 필봉(筆鋒)이 왼쪽으로 가려면 먼저 오른쪽이,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려면 왼쪽이 먼저 닿아야 하며, 위로 가기전에 아래를 먼저 대고, 아래로 쓰려면 위를 먼저 댄 다음에 쓰기 시작해야 하는 법으로, 이것이 곧 '역입(逆入)의 원칙'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절필(折筆)의 중점은 돈필(頓筆)하였다가 꺾는 데에 있다.

      이상에 말한 방법들은 유의하여 반복 훈련만 하면 자연 요령을 얻어, 그 이치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 방(方)과 원(圓)

       기본 점획의 주된 특징은 방(方)이 아니면 원(圓)이고, 그렇지 않으면 방(方)에 원(圓)을 겸하거나, 원(圓)에 방(方)을 겸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글씨는 분류의 원칙을 방(方)과 원(圓)으로 구분한다.

      방필(方筆, 方的 필획) : 방형(方形)의 필획을 일컫는 것으로, 그 모양이 방정하고 돈필(頓筆)할 때 골력(骨力)이 밖으로 향해 펴지는 까닭에 '외탁필(外拓筆)'이라고도 부른다.

      '방필(方筆)의 용필(用筆) 방법'은 기필(起筆)할 때 돈봉(頓鋒)으로 붓을 내려 역필(逆筆)→절봉(折鋒)→행필(行筆)하고, 수필(收筆)할 때에도 역시 돈필(頓筆)→절봉(折鋒)한 다음 결속한다. 그래서 방필법(方筆法)에 의한 점획은 방정(方整)하고 추경(추勁 : 필세에 힘이 있다.)한 것이 특징이다.

      원필(圓筆) : 방필의 필획에는 모[角]가 나 있는데 반해, 원필은 각(角)이 나지 않는 둥근 형상의 필획을 말한다. 원필은 그 점획이 원경(圓勁)하고 절골(節骨)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여 '내함필(內含筆)'이라고도 한다.

      원필은 기필할 때 '과봉(과鋒)'으로 쓴다.

      '과봉(과鋒)'이란 봉(鋒)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필봉(筆鋒)을 감싸듯 하는 법으로 붓을 종이에 대었을 때 봉(鋒)이 완전히 뭉치도록 하는 법이다. 이렇게 하여 행필(行筆)할 때에는 필봉을 똑바로 세워서 운행하고, 수필(收筆)할 때에는 봉(鋒)을 굴려서 거두면, 자연 둥글고 입체적인 원필(圓筆)의 형상이 된다.

      방(方)과 원(圓)을 겸비한 점획의 방법은 대체로 방필과 원필을 혼용하는 것으로 알면 무방하다.

      방필과 원필의 차이를 우리는 비첩(碑帖)에서 볼 수 이다. 방(方)과 원(圓)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장천비(張遷碑)>, <맹법사비(孟法師碑)>  : 방필

      <조전비(曹全碑)>. <공자묘당비(孔子廟堂碑)> : 원필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 : 방원겸필(方圓兼筆)  

      - 장봉(藏鋒)과 노봉(露鋒)

      '장봉(藏鋒)'이란 원필(圓筆)의 경우처럼 봉(鋒)을 휩싸서 감추듯 기필(起筆)하여 필획이 개시되는 곳과, 결미(結尾)되는 곳에 봉(鋒)의 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장필(藏筆)의 방법으로서 기필에는 역봉(逆鋒)을, 수필에는 회봉(回鋒)을 쓴다. 이른 바 '역입도출(逆入倒出)'이 그것이다.

      장봉 용필로 쓰는 점획이 함축적 감각을 주는 것은 봉망(鋒芒, 鋒의 끝)이 노출되지 않고, 점획 안에 모든 기력이 포장되어 있는(藏鋒以包其氣) 까닭이다.

      '노봉(露鋒)'은 필법(筆法)에 있어서 장봉(藏鋒)과 반대 현상으로 지칭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그르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봉(中鋒)과 편봉(偏鋒)과의 관계와 같은 것은 아니다. 노봉(露鋒)은 서법의 점과 획에 항상 나타나는 것으로, 특히 점과 획 간의 호응이나, 혹은 행(行)과 관(款)간의 기승(起承)에 많이 운용(運用)된다. 그리고 노봉(露鋒)은 신정(神情)이 밖으로 나타나는 듯한 감각을 주며, 자(字)와 행(行)간의 좌호우응(左呼右應)과 승상계하(承上啓下)의 신태(神態, 露鋒以縱其神)를 보여준다.

      노봉으로 쓴 글씨는 점과 획에 봉망(鋒芒)이 노출되고, 노출된 봉망(鋒芒)은 두 현상을 보인다. 곧 봉망(鋒芒)이 점과 획의 정중간(正中間)에서부터 나오는 것과, 점과 획의 한편으로 치우쳐서 나오는 것이 있다. 전자는 중봉(中鋒)인 경우여서 원경(圓勁)하며, 후자는 편봉(偏鋒)이어서 편약한 것이니, 전자가 좋은 것임은 당연하다. 원경(圓勁)한 노봉은 삐침, 파임, 꺾임등 획에서 삐칠 때 쓰이는 것으로, 반드시 중봉(中鋒)[鋒이 필획의 정중간(正中間)에 있도록 하는 것]이라야 하며, 노봉(露鋒)이 아무리 첨세(尖細)하더라도 편획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물론 많은 연습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 중봉(中鋒), 측봉(側鋒), 편봉(偏鋒)

      '중봉(中鋒)'은 정봉(正鋒)이라고도 한다. 중봉이란 행필(行筆)에 있어 필봉(筆鋒)이 획의 정중간을 점하고 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붓이 종이에 닿았을 때, 만호(萬毫)가 가지런히 펴진 다음 획이 가는 길의 정중간에서 필봉이 가도록 하는 것이 중봉(中鋒) 용필(用筆)이다.

      중봉용필을 '중봉직하(中鋒直下)'라고도 칭한다. 모필(毛筆)은 동물의 털을 재료로 해서 원추체(圓錐體)로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펴질 수 있고 모아질 수 있으며, 먹은 필첨(筆尖)을 따라 아래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중필용필은 상하좌우로 고르게 스며, 퍼지고 호(毫)의 사면팔방이 모두 종이에 닿게 되어 원주형(圓柱形)의 필획을 이룬다.

      전(篆)·예(隸)·해(楷)·행(行)·초(草)의 각 체의 서법은 모두 중봉을 위주로 하여 운용하게 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전서(篆書)는 오직 중봉으로만 쓰는 것이 기본이어서, 이 주옹 용필은 바로 서법의 전통적 필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봅 운용을 하면 자연 '만호제착(萬毫齊着)'도 되는 것이니 정확한 집필과 운완으로 모름지기 부단한 연습이 또한 요구된다.

      이에 반해 '측봉(側鋒)'은 측(側)으로 "세(勢)"를 취한다는 뜻이다. 영자팔법(永字八法)에 "점(點)"법은 "측(側)"법이 일컬었음에 비추어 '측봉(側鋒)'은 곧 점법(點法)으로 기필(起筆)하는 것이니 '중봉(中鋒)'이 장봉원필(藏鋒圓筆)이라면 '측봉(側鋒)'은 노봉방필(露鋒方筆)이다.

      '측봉(側鋒)'은 점을 이룰 때 필봉이 편측(偏側)의 상태를 형성하나 운필할 때는 필호의 탄성과 수완(手腕)의 동작으로 말미암아 붓을 세우면 편측(偏側)되었던 필봉이 획의 중앙으로 거두어 들어가게 마련이라 필모(筆毛)는 종이 위에 퍼지게(평포,平鋪) 된다.

      역세(逆勢)로 점을 이루는 목적은 호를 펴기(鋪毫) 위하여서이다. 그리하여 측봉을 필봉이 편(偏)으로부터 굴려서 획의 중앙으로 향하게 하는 과정이다.

      '편봉(偏鋒)'은 필호가 종이 위에 드러누워 일어설 수 없다면 '측봉(側鋒)'은 드러우웠다가 일어설 수 있는 것이 다르다. 그리하여 측봉은 운필할 때 편봉의 성분을 띄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붓이 서서가지만, 편봉은 누워서 꼼짝 못하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편봉'은 점획의 한곁으로 필봉이 기울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옆으로 획을 그을 때 필봉이 상단이나 하단으로 치우쳐 가거나 아래로 그을 경우 왼쪽으로 치우쳐 그어졌다면 이것은 글씨를 쓴 것이 아니라 먹을 바른 것이 되겠다. 그리고 수필에 봉회(鋒回)는 물론 되지 아니하려니와 호가 드러누은 그대로 들리고 만다.

      편봉은 '병필(病筆)'과 '패필(敗筆)'의 가장 큰 원인이된다. '병필'과 '패필'이란 점과 획 상의 병폐를 말하는 것으로, 초학자 뿐 아니라 상당히 조예가 있는 서가에게도 항상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서가에 있을 때 병폐는 더욱 면하기 어렵다.

      '병필'을 시정 내지 방지하려면 글씨를 쓰기에 앞서 반드시 임하고자 하는 비첩(碑帖)의 필법을 정확하게 검토하여 파악하고 신중을 기할 일이다.

      첫째 붓이 종이에 닿자마자 생각도 없이 점획을 써서는 안된다. 신중히 붓을 내리되, 낙필(落筆)한 다음에는 잠깐 쉬는 듯이 마음을 가라앉혀서 행필(行筆)해야 한다.

      둘째, 한 획을 쓸 때마다 필력을 다해서 움직여야 한다. 가령 삐칠 경우라면 힘을 들인다고 해서 필봉을 누르자마자 그대로 내리 삐치거나 하면 안된다. 너무 빨리 사납게 하면 필관이 옆으로 누워 내려오게 되는 나머지, 삐친 획의 하반이 끊겨지고, 갑자기 가늘게 변해서 삐친 끝이 길게 노출된다. 이 현상을 '허첨(虛尖)'이라고 한다.

      '병필'이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전신 정력으로 운용하지 않은 탓이니, 가로와 세로 획에 있어 바른 획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할 것도 없이 바른 획은 손바닥을 세워(虛掌) 필관의 수직을 유지하고 중봉을 하는 데 있다.

      셋째, 하필(下筆)에 '역입(逆入)'하고, 행필(行筆)에는 '평출(平出)'하여야 한다. '역입(逆入)'이란 오른쪽으로 행필(行筆)할 때에는 일단 왼쪽을 향해서 행필(行筆)한 다음에 절봉(折鋒)해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평출'은 행필할 때 필호가 펴지게 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호가 평포가 되어야만 필호가 낱낱이 털이 세워져서 '만호제착(력)[萬毫齊着(力)]'이 되어 중봉용필하는 것이 된다.

      이상 용필(用筆)의 주요방법에 대해 설명하거니와, 모든 방법을 체득한 다음, 기본연습으로서 방필과 원필을 막론하고 일점 일획에 적어도 3차의 전절(轉折)이 되어야 한다.

      황소중(黃小仲)이 "唐 이전의 書는 모두 艮으로부터 시작하여 乾에서 끝나며, 南宋 이후의 書는 巽에 비롯하여 坤에서 마친다."고 한 것은, 이 삼절(三折)의 방법을 말한 것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팔괘의 방위로 호의 팔방을 지적하고, 그 起止의 방향이 비록 같지 않다 하여도 일필에 삼절(三折)을 함에 있어서는 한가지다.

      포세신(包世臣)의 설(說)에 의하면, 후인이 글씨를 쓸 때 모두 仰筆하고 尖鋒하게 하니, 鋒의 尖한 곳이 巽이다. 붓을 치키면(仰) 획이 양에 있게 되며, 그 음은 부호(副毫)에 먹을 적실 뿐이어서, 획의 형태만을 이룰 뿐이니, 坤에 이르면 鋒이 그치게 되어 좋은 것은 겨우 일면이 될 뿐이다.

      鋒이 尖한 곳인 巽은 筆鋒의 서북방을 가리킨다. 이처럼 필봉의 尖한 곳을 대게 되면, 상면의 삼분지일(三分之一)에 미칠뿐 획의 중간에는 미치지 못하니, 획의 하면(下面)에는 더욱 미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이것은 측봉(側鋒)으로 巽에 시작해서 坤에서 끝난다(始巽終坤).

      중봉(中鋒)을 운용하려면 붓을 좌로 향해 조금 기울이듯 해서, 종이에 대는 즉시 역으로 하지 않으면 평포할 수 없으니, 하필(下筆)은 스스로 艮에 시작하여 乾에 그쳐야 된다고 하겠다.  

       - 필력과 필압

      글씨를 잘 쓰려면 필법의 정확성과 정획형의 정확한 표현 이외에 획형중에 무형의 필력을 가해야 한다.

      붓을 잡는, 집필 그 자체에도 힘을 주어야 하고 필봉을 움직이는 그 순간에도 힘을 주어야 하는데 항상 힘을 가한다고 해서 글자가 잘 표현되는 것도 아니다. 한 개의 획을 쓰는 과정에서는 힘을 주어야 할 곳이 있고, 힘을 덜 주어야 할 곳이 있다. 힘을 주어 누르는 정도 즉, 필압에 따라 글씨의 정획이 굵고 가늘게 표현되는 동시에 힘의 표현도 되는 것이다. 항상 힘을 주면 긴장이 되고 각 書字가 바라는 방향으로 운필이 불가능하게 된다.

       - 필의

        필의란 말은 추상적인 용어로서 글씨를 쓸 때나 써놓은 글씨를 볼 때 느껴지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외형의 자태에서 풍기는 형체미와 그 속에 내재하여 있는 의미성을 맛볼 수 있을 때에 쓰는 말이다. 또는 글씨에 깃들어 있는 정신을 느낌으로 맛볼 때 글씨로부터 풍기는 의미성을 筆意라고도 한다. 따라서 의미없는 글씨, 개성없는 글씨는 죽은 글씨가 되고 마는 것이다.

      

     

     

    ▣  임 서 (書)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법첩이나 체본을 선택하여 임서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가능하다 데생이나 사생이 조형 예술의 기초 학습인 것처럼 임서는 서예표현의 기초를 닦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임서는 학습자의 수준이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단순히 글자의 모양에 중점을 두는 경우와, 내면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다. 임서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현대적 관점에서는 자형의 모사보다 표현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서 보다 새로운 시도가 요구된다.

      - 특징적 임서

      서예가 예술로서의 성격이 강조되기 위해서는 먼저 감성을 풍부하게 하여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특징적 임서는 서예표현을 위한 기초 과정으로 법첩을 임서할 때 자형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직감적으로 느낀 글자의 골격과 점획의 변화를 대담하게 나타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와 같이 특징을 살려 임서할 경우 부드럽고 폭넓은 서예 표현의 감각을 터득할 수 있다.

      - 자의적 임서

      자의적 임서는 자형을 충실하게 익힐 뿐 아니라 문자와 점획의 표현에서 개성을 발휘하는 방법으로 의임이라고도 한다. 즉 자신의 예술적 의지를 발휘함에 따라 자형과 점획에 변화를 꾀하게 되어 창작 능력을 높인다. 이 방법은 법첩의 구조를 파악하고 선질을 자의적으로 변화 시키는 경우와, 자형을 엄격하게 따라 쓰되, 품격을 취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의 표현 의지를 담아서 표현해야 한다.

      - 사실적 임서

      사실적 임서는 법첩이나 체본을 그대로 모방하여 쓰는 방법으로 형림이라고도 한다. 글씨에는 외적인 모양과 내면적인 품격이 있는데, 여기서는 외적인 것에 비중을 둔다. 임서 과정에서 자형을 소홀히 하면 그 법칙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법첩이나 체본에 충실함으로써 그 속에 숨어있는 서법의 기초를 바르게 익힐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특징적 임서는 법첩의 자형과 골격, 변화 등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야 하며, 사실적 임서는 자형과 선질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가능하다. 자의적 임서는 법첩의 자형과 점획을 나타내는데 그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임서하기 전에 필의와 운필의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변화가 가능하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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