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숙시모음 10

1. 그리움 속에 피는 눈꽃 / 송미숙

 

매서운 바람이 불고

눈꽃이 휘날리는 날

눈꽃으로 뿌려진 눈부시게 반짝이는

보석 같은 길을 걸어본다

 

그대가 특별한 날 선물해 준

운전용 기모 장갑과

스카프를 두르고

순백의 눈길을 걸어본다

 

가방에 시집 한 권

향수 대신 따스한 커피

보온병에 담아 메고

네게로 향해 본다

 

마음보다

발길이 더 분주한 이 시간

봄을 만나기 전

확실한 하얀 눈으로

발 도장을 찍는 이 순간

강렬한 햇볕으로 하얀 보석은

어느 순간 물이 되어 흐른다

 

가끔은 산길도 물길도

걷는 게 인생이기에

긴 겨울의 차가운 눈길도 걸어야

따뜻한 봄 꽃길을 우린 걸어갈 수 있다.

 

2. 기다림의 대천항 연가 / 송미숙

 

파도를 품에 보듬어

해지는 밤바다는 빈 밥그릇

두 손 모으는 정화수에

기다림은 하이얀 소금 꽃

어디 먼 바다 우렛소리

등댓불 걱정스레 깜박이는데

나아질 수 없는 상사병

아낙은 정화수 곁에서

밤샘으로 하는 뱃멀미로

천만년 긴 시간이 흐르고

떠오르는 태양, 밥그릇 가득

웃음소리 담는다.

 

3. 당신 그리워하며 하고 싶은 말 / 송미숙

 

언제 보아도 늘 변함이 없는 당신이

내게 존재하고 있어

진실이 없는 이 세상에

당신의 꽃 같은 마음이 있기에

내가 당신 마음에 항상 있는 것처럼

당신을 지켜만 봐도 나는 너무 행복하다

 

그러나 문득 당신이 내 곁을 떠나

어디론가 떠나 버릴 것 같아

두려움에 잠겨

긴 잠을 잘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당신이 고운 미소로

나를 바라보기라도 한다면

당신이 먼저 사랑의 말을

걸어주기라도 한다면

 

나 기다림에 지쳐 슬프고 고독할 때

또 보고 싶음에 지쳐 있다 하여도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사랑하리라

아름다운 미소로 고백하고 싶어요

 

예쁜 내 마음의 꽃들에 솔직히 고백했어요

해 뜨는 이른 새벽이면 그 예쁜 꽃들이

내가 당신에게 하고픈 그 말을 곱게

아름답게 당신에게 전할 거예요.

 

4. 미처 피어보지 못한 사랑 / 송미숙

 

기억 속에 잊혀진 그 이름으로

세월 흐르고 흘러가도

가슴 깊이 잠겨 있는 슬픈 사랑

 

그 이름 모를 들꽃

풀잎에 사랑을 쓴 그 슬픈 사연들은

파릇한 잎새에 그리움을 실어

넓고 드높게 펼쳐만 간다

 

채우지 못한 인연이라

그리움 두고 가야 한다면

눈물로 여백을 하얗게 남기어

늘 그대에게 간절히 전해지기를

나는 소망하련다

 

언젠가 채우지 못한 그 사랑을

내 마음에 깊게 간직하며

아름다운 만남을

기억 속에 상상해 보련다.

 

5. 봄날의 주말농장 풍경 / 송미숙

 

따스한 봄비로 차가움을 어루만져주고

농장 땅바닥에 핀 키 작은 이름 모를 꽃에는

꿀벌들이 예쁘게 노느라 바쁘구나

 

가끔씩 불어오는

봄 향기 담은 바람에 냉기는 있으나

추운 겨울을 이겨낸 키 작은 봄나물과 새싹은

새 생명의 기다림과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추어

호미 끝은 예쁘게 춤을 추고

꿀벌들은 꽃향기에 취한 듯

한 수 시를 을픈 듯 소리를 내고

 

창틀에 턱을 걸치고

옆 산을 바라본 봄 풍경은

새떼들이 소풍 가듯

대나무에 줄지어 사뿐히 내려앉는다

 

사랑하는 님과 같이 나란히 누워

한눈에 들어오는 봄

수채화를 보며 여유와

한해 시작의 봄 향기에 스르르 꿈나라로

 

집에 오는 길에 마주친

한 쌍의 고운 천사 같은 눈을 가진 고라니는

반가운 듯 밝게 웃어주듯 껑충거린다

 

봄은 소생하는 만물들에게

아름다운 희망이구나

 

6. 아버님께 보내는 편지(아버지의 등) / 송미숙

 

님이시여,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릴 적 배앓이가 심할 때면

늘상 업고 주무시던 나의 아버지

그토록 심하던 배앓이도

아버지 등에 업힐 때면 스르르 잠이 들곤 했습니다

 

낮동안 지쳐 있던 몸을 잠시라도 쉬고자

내려놓으실 때면

심술궂게도 다시 아파했던 철부지 딸

그래서, 당신은 지친 몸으로 밤새 저를 업고 주무셨고

저는 그 따뜻한 아버지 등에서 편히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세월의 배앓이는 지금도 그칠 줄 모르고

기댈 곳 없는 허전함을

그리움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당신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세월의 무게가 되었는데……

 

그런 당신이

그런 아버지의 따뜻했던 그 등이

가슴 저리게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7. 하얀 미소 속의 구절초 / 송미숙

 

비바람 없는 날은

소쩍새 울음으로

허기진 세월 허기로 달래는

후미진 절벽 모퉁이에

 

먼산바라기 여인의 고운 자태로

기다림이 익숙한 목이 긴 꽃

세파에 꺾이어 홀로 피어

시나브로 어둠이 내리면

 

지친 세상이야기들

퇴근하는 발자국소리로

임의 눈물 가득 채운

꽃병을 꿈꾸는 하이얀 미소...

 

8. 참 고운 사랑과 인연 / 송미숙

 

아픔의 슬픈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착한 눈에서

슬픈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고운 사랑이다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까지 적셔오는

따뜻하고 훈훈한 사랑을 전할 때

그것이 참다운 고운 사랑과 인연이다

 

따뜻해져 오는

아름다운 참 사랑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그 참 사랑의 뜻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의미 깊은 사랑을 하며

그 속에 꽃 같은 사랑을 피우는 사랑이

고운 사랑과 인연이다

 

오늘도 저 먼 산을 바라보며

참다운 고운 사랑의 인연을 지켜내리라~

 

9. 우리들의 참 고운 행복 / 송미숙

 

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만의 기쁜 행복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날을 살아 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이

무엇이 나의 삶을 그리도 바쁘게 했는지…….

 

뒤돌아 볼 새 없이

한길만을 고집하며 걸어온 삶이

그래도 조금씩 평온함으로 느껴지는 건

모든 벗이 내게 있고 내가 나눈 이야기에

그들이 울고 웃으면 아름다운 행복을 찾을 때

나는 참으로 행복하지요

 

내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은

물질적 호의호식이 아닌

그저 나의 대화 속에 서로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우리의 아름다운 대화의 인연 때문이겠지요

 

나는 늘 고운 꿈을 꿉니다

모두가 지금껏 힘겹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 속에

나의 고운 대화가 그들에게 있어

 

지난 아픈 세월의 여운을 버리고

참 고운 행복 속에서 희망의 세월을 회상하며

함께 웃고 저 고운 꿈속에서 아름답게 춤추며

희망의 노래를 예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나만의 참 고운 행복이 아니라

우리들의 참 고운 행복이 열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봅니다.

 

10. 웃음꽃으로 살다 / 송미숙

 

마음이 지루하고 허전하다 느껴질 때

또 무료함 속에 답답하다고 여겨질 때

그럴 때는 마음을 전부 다 비우고

농장 앞에 꽃 앞에 서보자

 

농장의 잡풀이 피워낸

볼품없는 꽃이라도 좋고

기형으로 일그러진 꽃이라도 상관없이

마음 다 비우고 꽃에 다가가 보자

 

그 꽃향기 속에

아름다운 고운 웃음꽃이 있고

남들에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꽃들의 웃음에서 참 고운 인생의 가르침이 있다

 

그래!

내 마음 이렇게 답답하고 허전해도

농장의 꽃들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참 아름답고 곱게 웃음의 춤을 추는구나

 

나는 이제 이름 없는 꽃들과

볼품없는 꽃들을 보며

그들의 고운 웃음 속에서 허전함과 답답함이

얼마나 그릇된 것임을 배우고 간다

 

이제 인생의 여로에서

이름 없는 꽃들처럼 고운 웃음꽃으로 살다가

남은 인생의 여행에서

고운 행복을 찾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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