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주 시 모음 30편

《1》
3월의 그리움

최유주

세찬 바람이 불어도
고운 자태 뽐내며
야리야리한 몸 속에 감춰둔
강인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3월

어지러운 세상 속
홀로 남겨진 내가 걱정되어
하늘에 계시는 울 어머니가
나들이 오셨나

맘 한편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
울컥 차 오르는 먹먹한 목울대
잊을 수 없는 그리운 아픔이다

《2》
5월 어느 날의 유혹

최유주

오월의 향기
가득 퍼지는데 비까지
내리는 풍경 금상첨화

작은 몸 웅크리고
숨어 볼 거라 뛰어든
작은 가게 앞

옹기종기 피어난
유리창에 서린 아름다운
방울꽃의 향연

내 모습도
네 모습도 빛 되어
흘러내리는 신비로움에 또다시
황홀한 빗 길은
그리 추억의 그림을 남기고
바람과 함께 휩쓸려 흘러갔다

《3》
가을 맞이

최유주

바람맞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을
짧은 반소매 바지 티셔츠를 벗었는지
곁들어 입은 긴소매 자칫 이
치렁치렁 바람에 흩날린다

태양은 여름을 벗어나
가을로 향하는 빛으로
살그머니 바꿔 살랑거리고
밤이면 베란다 귀뚤이는
가을 향한 노래로 파티를 열어
춤추는 밤

들판의 곡식들도 몸 흔들며
무르익는 춤사위 열리는 들녘에
흥겨운 농부도 덩달아
어깨 들썩인다

《4》
겨울 강가에서

최유주

찬바람 머무는 강가에서
그리운 노래 찾아 흥얼거려 본다
강 건너 숲 속으로 그리운 시간들은
박제되어 낮은 메아리만 들려오고

오리떼 떠 나니는
강가 노을은
쓸쓸한 노랫소리 젖어들고
흔적 없을 그림자 남겨두고
돌아서는 뒤 그림자가 서글프다

《5》
그 사람

최유주

갑자기 울리는 톡

무심결에 쳐다보는 기계 안에
오래된 사람의 문자
그 사람 기억에 그나마
나란 사람이 있었나 보다

글도 안 쓰고 어디서 지내는가
묻는 안부 문자에 그 사람과
인연을 생각하다 보니
장난기 어린 모습에 풋~터지는 웃음

그래 인연이 별건가
아프지 말고 가끔 생각나면
이렇게 안부 전하며
서로를 기억해주는 것

사람아
긴 인연 함께 한 시간
좋은 기억만 서로 간직하며
가끔 이렇게 생각나거든
안부나 묻고 살자
이제는 서로 건강을 물으며
그렇게 살아가자

《6》
그리움의 끝에 있는 그대에게

최유주

침묵……
아무런 말할 수 없다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몫
그리고 자신만의 몫이니까

아무리 사랑한다며 기다려도
오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수히 많은 시간 틀에
애증의 그림도 그리고
그것도 안되면
마음속에 있는 너를 지워도 보고

어쩌겠는가
사람의 마음처럼 모든 일이
된다고 하면 세상의 빛나는
보석은 존재하지 않는 법

지금 이대로
너는 저 끝에서 나는 여기 끝에서
너의 마음을 담고 느끼는
순간이 최고의 사랑인 것을
이제 운명이라 여기자 우리

《7》
꿈꾸는 세상

최유주

하얀 솜이불 같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 평화로운 마음을
기다리는 탓

아기 예수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들이 하얗게 세탁되고
죄지은 자들도 모두 마음을 열어놓고
후회의 기도를 하면 좋으련만

시끄러운 국가
시끄러운 서민들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유행어를 만들어놓는
지극히 현실적인 혼란함도
오늘만큼 잠재우고 서로서로
용서 화해 그리고 웃음 이였으면

생계를 이어가는 각박함이 아니라
생계를 서로 염려해주는 위로
힘들면 토닥여주는 너그러움이
웃는 마음이 되었으면 기도해 봅니다.

《8》
나의 삶

최유주

사람들은 말한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살았으니
이제는 쉬엄쉬엄하라고

그 소리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 열심히 살아온
나의 흔적이 무엇인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 열심을 내어 힘들게
살아온 거 인정한다
그렇다고 남은 인생
아직도 멀고 먼 긴 시각
대충 살아야 할까?

모르겠다 내 근본에는 노예근성이 머무는지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 싫은 걸 어쩌랴

각자 살아가는 길
다르다고 본다
나는 아직 내 삶을 연단하고
또 닦으며 살아가고 싶은 길

나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9》


최유주

착각이었다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에
내가 소유할 별 하나쯤
있을 거라는 꿈

별은 수없이 많고
빛은 나만을 위해 존재한 듯
유난히 밝게 웃는데
정작 어울림 속에
나만의 별은 유유자적
바람을 따라가니

결국 별빛에
유혹 당한 눈빛 그냥
너는 별이다 생각한다

《10》
보고 싶다

최유주

시에 처음 적은 글
보고 싶다는 글을 써놓고
대상이 없어도 그리 적어놓고
목놓아 울었던 시간

지금은 대상은 있으나
말할 수 없어 가슴 아픈
그림자 같은 말

보고 싶다
일기장에 적어놓고
쏟아지는 눈물 흐느끼고
돌아서 그러면 안 된다
스스로 자책하는 나

그렇구나
정말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라는 언어조차
초라하게 만드는 그 단어

보고 싶다
그립다
간절한 기억에 남아있는
단 한사람 당신
지금 정말 그립고 보고 싶다

《11》
비 내리는 밤에

최유주

빗물 소리에 그대일까
바라보는 창문으로
가만히 들여다만 보는 그대

제가 어찌 살아가는지
그리 궁금하셨나요
그럼
오셔요 창문 틈으로만
저를 지켜보지 마시고
대문으로 들어와 보셔요

집안에는 온통 당신 그림으로
도배를 했으니 보셔요
가만히 가만히 들려오는 그대 숨소리
그대 가슴인 줄 알았는데
빗 소리였군요

《12》
사랑의 오만

최유주

누구나 안다
어긋난 사랑에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사람인지라 미련을 떨며

사랑도 아닌 감정놀음에 사랑인 척
속아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즐기고 있는 현실

사랑을 사랑답지 않게
변질하며 살아가는 현실
사방에 널부러져 신음한다

자신을 위한 변명
자만을 만끽하는 오만
퇴색되어 가는 이기적인 생각이
사랑을 퍼렇게 멍들고 있다
☆★☆★☆★☆★☆★☆★☆★☆★☆★☆★☆★☆★
《13》
사슴

최유주

아무것도 몰랐던 계집아이
한편의 시를 읽고
그때부터 가슴에
작은 사슴 한 마리 키우며 살았다

초롱 한 눈망울
넓다란 초원에 펼쳐지는
높은 하늘의 별과 달
산천에 피어있는 들꽃

어느 여류 시인이
독백처럼 뱉어낸
소망이 가슴에 키우게 했던
작고 여린 아기사슴 한 마리

커가야 할 사슴은 가엾게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기형이 되어버린 모습으로
생기를 잃어가고 있어야 하는가

사람들은 푸른 초목도
나무도 잘 가꾸는데
여린 사슴 한 마리 키우지 못해
죄 없는 사슴의 모양만
바꾸어 버리고 말았으니

찾아주어야겠다

생기롭게 뛰어 놀 수 있는
푸른 초원 맑은 물소리
밤하늘의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그곳에
기형이 된 사슴을 풀어 줘
다시 생기로운 눈망울로 웃던
그 시간으로 돌려놓아야겠다
☆★☆★☆★☆★☆★☆★☆★☆★☆★☆★☆★☆★
《14》
삶의 유희

최유주

나도 안다
시간 속에 편안함을
그런데 왜 내가 갈대밭에서
울었는지 아는 가

나는 나여서 그리고
내 생활은 내 생각 이여서
그게 내 운명 이여서

단 하나 나는 나를 지킨거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그 시간에
감사한다
☆★☆★☆★☆★☆★☆★☆★☆★☆★☆★☆★☆★
《15》
삶의 이유

최유주

삶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이유
살아있는 이유만으로
삶은 아름다운 이유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제일 비참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싫증난다는 편견 그리고
아집 같은 생각을 하는 거

물질 만능주의 세상에
생겨버린 병
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동경하는
생각이 비극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사람아

마음을 새롭게 갖어라
내가 있는 이곳이 행복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
《16》
새벽

최유주

조용한 거리에
소란스런 소음들 하나하나
모여들었다
창 틈으로 엿본 하늘에
붉은 구름들이 얼굴 내밀어 웃는
새벽 아침

잠을 더 이상 이룰 수 없어
밖으로 나와 걸어보는 새벽 길
싱그러운 풀들의 웃음소리 동행하며
자박자박 걸어가는 길에
오월의 향기는 작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주네
☆★☆★☆★☆★☆★☆★☆★☆★☆★☆★☆★☆★
《17》
세상의 아침

최유주

간밤의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사각 틈 안으로 들여다보는
작은 화면에는
온갖 소식들이 들어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수많은 일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

동면으로 꼼짝하지 않는
겨울 닮은 동물이 차라리
되고싶은 심정
누가 하늘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가
좋은 소식만 들어도
평생을 다 못 들을터

이해 못 하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직 자라지 못한 심정인가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마음인가
그저 아무 소식 들리지 않는
공간은 없으려나 욕심 내 본다
☆★☆★☆★☆★☆★☆★☆★☆★☆★☆★☆★☆★
《18》
세월

최유주

우리는 지금껏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었고
앞으로 그 길을 또 걸어야 한다

그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 누가 떠밀어서도 아니다
시간이 그리 우리를 데리고
세상이란 삶의 연결을 이어주는 것

이렇게 가야 할 길이라면
우리 건강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가자

너만 그리고 나만 아닌 시간 올바르게 건강하게 가자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 잘 해냈노라
스스로 칭찬하며 웃는 우리가 되자
☆★☆★☆★☆★☆★☆★☆★☆★☆★☆★☆★☆★
《19》
시로 가는 길

최유주

이별의 글을 써 놓고
그 이별이 아파 울었습니다
그리움의 글을 써 놓고
더 그리워 외로움으로
밤을 세워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별 있는 하늘에 떠나 보내던 날
편지를 써놓고 읽어 줄이 없다는
마음에 쓸쓸히 비행기 접어
밤하늘에 날려야 했습니다.

차가운 봄 하늘 향기에
파고드는 고독을 이겨내려 따뜻한
녹차 마시며 아픈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
《20》
시인 그리고 열정

최유주

시인이라 한다
누가? 글을 안다는 사람들
그들은 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들에 비하면
주눅 들어 글쟁이라 말 못 할
시인이라는 나

어느 시인의 푸념이
올라왔다
자신은 삼류 시인이라고
그럼 나는 뭐지
그분보다 글도 띄엄띄엄 쓰고
글과 잠시 폐업 중인데 ...

사그라들지 않는 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주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런 게 진정한 시인이 아닐까

오늘 날씨 봄처럼 화사하니
마음도 덩달아 즐겁고
화려한 마음
그래 나는 시인이었다
그리고 시인이다
☆★☆★☆★☆★☆★☆★☆★☆★☆★☆★☆★☆★
《21》
아름다운 빛 때문에 울다

최유주

빛 좋은 봄날 느끼는 슬픔 하나
화사한 빛이 아름다워
취해 울먹이다
바람이 기어코 약 올리며 울린다

코끝에 전해지는
간지러운 바람의 몸살 따라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에 취하여
울기는 하지만 결코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님이
이상한 것을

창피한 마음으로 총총히 집으로 돌아와
사각 틀 안에 엎드려 앉아
끄적이는 몇 글자의 시 나부랭이는
기어코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들이고 만다.
☆★☆★☆★☆★☆★☆★☆★☆★☆★☆★☆★☆★
《22》
안부 전화

최유주

어제는 눈 내리는 거리에서
너의 안부가 궁금하여
전화기를 옆에 두고 망설이다
그냥 참기로 했지

잠이 오질 않았다
새벽까지 너의 모습이 머리를
맴돌았고 고독도 밀려들더군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잠이 온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봤지만
그냥 하얗게 머리 속 이 정리되지 않는 모습

행여나 네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아직도 외국에 있다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얽힌 매듭들
망설임이 바보란 거 알았다

그래 고맙다
다행이다. 전화를 받아주어서
느낌은 서로 잃어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지나버린 사랑아
☆★☆★☆★☆★☆★☆★☆★☆★☆★☆★☆★☆★
《23》
염려

최유주


누군가를 염려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생각 안에 존재한다는 것

사랑은 사소한 일로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 마음
그게 사랑이고 관심인 것을
이제서야 알았을까

미련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넘치는 그 사랑을
이제서야 느낀다는 것은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
☆★☆★☆★☆★☆★☆★☆★☆★☆★☆★☆★☆★
《24》
요즘에

최유주

좋은 것은 그냥 이유 없이 좋다
싫은 것도 마찬가지
처음 느낌처럼 인연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
시와 시의 인연
만나지 않았지만 글 한 줄로
강하게 가슴에 남아 있던 시

지금은 늙어버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느낌 속에 또 느낌을 기억한다

그 기억이 강렬했던 글
그 하나만으로 기억되는 작가
그가 부럽다

지금 글을 다루는 글쓴이가
같은 대상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위기라는 것
글 중에 글이 멈춰 선 지금 침묵만이 최선이다
☆★☆★☆★☆★☆★☆★☆★☆★☆★☆★☆★☆★
《25》
인연 중에 인연

최유주

스쳐 가는 인연 중에
예고하지 않는 인연
소중한 인연이
생 한 자락쯤 있다면
행복 아니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한 공간에 일하고 밥 먹고
그렇게 지내도
싫은 사람은 있는 법

그래도 어울리며
감정을 절제하며
서로를 위해주는 동료사랑

아픔도 슬픔도 공감하며
한 잔의 커피로 달래는
진한 사랑 머무는 곳
바로 인천 롯데 유. 아동팀 아닐까
☆★☆★☆★☆★☆★☆★☆★☆★☆★☆★☆★☆★
《26》
편안한 시간

최유주

화사하게 유혹하는 햇살
쥬스 한잔 그리고 책
봄 사랑 받으며
읽어 내려가는 시
참 곱다

고무줄 늘어진 수면바지
목이 헤어진 수면 티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햇살 아래 음악

졸립다
평화롭게 퍼지는 시간
그리고 여유가 참 좋다
☆★☆★☆★☆★☆★☆★☆★☆★☆★☆★☆★☆★
《27》
평생을 만나고 싶은 단 한 사람

최유주

비가 내리면 내린다 말하고
아침이다 말하며 살아가는
느낌을 말해주는 사람

조그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보고 싶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시를 읽다 생각난다며
전화해주는 사람
맛있는 것 같이 나누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같은 생각이 잘 맞아
이야기하다 말고 폭소를
쏟아내고 마는 사이
생각만 해도 참 좋다

그 한 사람만이라도
곁에 있다면 행복할 수 있는
웃음이 가득한 가슴

그 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만나고 싶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동행 어울림을 갖고 싶은
소중한 인연이고 싶다
☆★☆★☆★☆★☆★☆★☆★☆★☆★☆★☆★☆★
《28》
하얀 민들레

최유주

한적한 지하상가 거리
갑자기 울려 퍼지는 음악
잔잔하고 애절한 플릇으로
하얀 민들레가 흐른다

걸음을 멈춘 사람들
퍼지는 은은한 소리
울컥 솟구치는 감정 안에
하얀 민들레가 만발한
넓은 들판이 보인다
☆★☆★☆★☆★☆★☆★☆★☆★☆★☆★☆★☆★
《29》
할 수만 있다면

최유주

소복한 눈이 내리던 날
추억 한 조각을 냉큼 먹었다
내리는 눈 그리고 풍경의
유혹을 저버리지 못해
밟은 하얀 눈 속의 발자국

되돌아보니 곧게 걸은 게 아니고
어긋나게 광대처럼 걸었던
흔적을 지우고 다시 곧게
걸은 흔적을 남겨두고 싶은 욕망

지그재그 엇갈린 발걸음은
눈 속에 남아 상흔이 되었고
녹아 내린 흘러가는 눈길은
그 길을 지웠지만 흔적은
아직 진행 중인 것을

할 수만 있다면 그 눈길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던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다
☆★☆★☆★☆★☆★☆★☆★☆★☆★☆★☆★☆★
《30》
헛된 사랑

최유주

순박했던 아낙이 목숨걸고
사랑했던 그 사랑에
우쭐대는 기분인가
참 못나 찌그러진 냄비 같다
지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는가
지가 생각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곁에 있는 사랑을 두고도
만족하지 못 하는 마음이
얼마나 사랑이란 진실을 담고 있겠는가
전생에 가재미 였겠지
자신에 넘치는 사랑을 분수도 모르고
곁눈질이라니

그만 멈추고 정신 차려라
순간적 감정은 그 뿐이거늘
사랑이란 말조차
그대 입술 밖으로 흘러 내기에는
아까운 단어이니 함부로 그 입술에
사랑을 담지 말라

사랑은 종잇장처럼 스며드는
그대가 말 할 수 있는
그런 가벼움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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