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鶴樓(황학루)-崔顥(최호)

황학루에서-崔顥(최호)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옛 사람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나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곳엔 쓸쓸히 황학루만 남았네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은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빈 하늘엔 흰 구름만 유유히 떠도는구나.

晴川歷歷漢陽樹(청천역력한양수) 맑은 냇물 사이로 한양의 나무만 무성하고

芳草처처鸚鵡州(芳草처처앵무주) 앵무주에는 향기로운 봄풀만 우거졌구나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 어귀는 어디쯤인가

煙波江下使人愁(연파강하사인수) 강 아래 안개는 나를 수심에 잠기게 한다

<감상1>-오세주

황학루를 소재로 한 이 시는 칠언율시로서는 천고의 명작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시다

1,2 구를 보자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옛 사람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나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곳엔 쓸쓸히 황학루만 남았네

항확루는 선인(仙人) 자안(子安)이 황학을 타고 이곳을 지나갔다는 전설이 서린 유서 깊은 곳이다. 그 오랜 역사가 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오게 만드는 하나의 힘이다.

또 다른 하나의 힘은 중국인의 신선사상에 대한 신앙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정치 이데올로기화한 유학이 현실의 국민을 이끌어가는 나라다. 그래서 그들은 현실주의적 합리성이 강하다. 그러나 현실은 합리적이지 못했다. 현실 정치에서 다수 백성이 궁핍하고 핍박 받는 생활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성이 현실의 불합리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신선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곳 황학루는 이러한 민중의 소망을 만족시켜주는 “신선이 실제로 출현했다”는 전설이 하나의 사실처럼 믿어지는 그런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백성들은 현실적 괴로움과 고통을 겪을 때, 이 황학루가 생각나는 것이다. 그들은 황학루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 곳에 오면 그들은 신선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황학루는 신선이 정말로 나타났던 곳으로 인식되어 신선과 한발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보상심리의 효과를 주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즉, 작가가 현재 서있는 공간, 황학루는 힘없고 소박한 인간이 신선이 되어 머물다간 곳이다. 다시 말해서 평범한 개인의 꿈이 한 때나마 이루어진 희귀한 곳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곳도 이제는 신선(昔人)과 황학이 다 떠나버린(去) 허무한(空) 공간으로 남아있고(餘), 자신은 이제 이곳(此地) 황학루(黃鶴樓)에 와있는 것이다.


제 3,4 구를 보자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은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빈 하늘엔 흰 구름만 유유히 떠도는구나.

한 때는 평범한 인간의 꿈의 실현체인 신선이 왔다간 이 곳이 지금은 그가 타고 온 황학도 가버려 다시(復) 돌아 오지(返) 않고, 그 때 황학이 타고 왔을 흰구름(白雲)만 남아서 천년(千年)동안을 허무하게(空) 한가히(悠悠) 하늘을 떠돈다는 것이다.

즉, 꿈과 현실과의 괴리를 더욱 깊게 하는 효과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제 4,6 구절을 보자

晴川歷歷漢陽樹(청천역력한양수) 맑은 냇물 사이로 한양의 나무만 무성하고
芳草萋萋鸚鵡州(芳草처처앵무주) 앵무주에는 향기로운 봄풀만 우거졌구나

이곳에서는 황학루가 서있는 주변 자연에 대한 묘사가 펼쳐진다.

황학루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晴川),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나무들(漢陽樹)이 물에 또렷이 비치어(歷歷) 강언덕을 덮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선명한 맑은 물과 그 물에 그늘을 드리우는 푸른 강언덕의 우거진 풀들은 황학루의 아름다움과 명성과 어울리는 경관인 것이다.

그리고 넓은 강물 속의 모래톱인 앵무주(鸚鵡州) 섬에는 풀이 우거져(萋萋) 그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봄풀이 물에 어리어 강과 조화된 모습으로 선명하게 작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즉, 작가가 서있는 황학루는 황학루의 유서 깊은 역사성과 흰구름 유유한 파란 하늘과 황학루 아래의 강물과 그 강물과 어울리는 풀과 나무들이 화사한 봄을 맞아 화려하게 펼쳐진 그 어룰림과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8 구절을 보자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 어귀는 어디쯤인가
煙波江下使人愁(연파강하사인수) 강 아래 안개는 나를 수심에 잠기게 한다

여기서는 결국 모든 평범한 사람의 꿈의 실현체인 신선이 되어 왔다가 다시 오지 않는 곳이다. 황학루는 “평범한 인간의 좌절의 장소”다.
이 곳에서 작가의 현실적인 좌절이 다시 확인 되는 곳이다. 작가 최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좌절의 장소에서 자신의 좌절을 또 보는 것이다. 그것은 날 저무는(日暮) 강 아래에 자욱한 안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정체되어 있는 자욱한 안개로 인하여 고향(鄕關)에 가지 못하는 암담한 자신의 현실을 환기하는 것이다. 그는 물 아래의 자욱한 안개(煙波江下)가 자신을 수심에 잠기게 한다(使人愁)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유서 깊은 황학루에서 역사적인 전설에서 인간의 좌절을 생각하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봄을 맞아 화려한 황학루 주변의 자연환경과의 대비에서 더욱 허무함이 묻어나는 것이다.
황혼이 내리고 그 기온 차이로 강 아래에 자욱이 안개가 형성된다. 자욱한 안개는 결국 불확실한 작가의 현실과 장래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하여 작가의 감정을 회고의 감정에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작가의 현실좌절이 더욱 깊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보자

작가는 우연히 신선이 황학을 타고 갔다는 황학루에 올랐다. 그러나 그 곳은 황학과 신선은 없고. 그들이 놀았다는 황학루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푸른 하늘엔 흰 구름만 천년동안 떠다니고, 황학루 주변엔 봄을 맞아 옛날과 다름없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향기를 품고 있었다. 정말 신선이 황학을 타고와 놀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황학루 아래를 흐르는 강물 아래에 급강하한 기온의 차이로 안개가 짙게 일어난 것이다. 그 안개가 작가를 황학루를 소재로 한 역사적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자신의 방랑이 근심스러운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꿈이 실현되었던 전설적 역사 공간에서 느끼는 작가의 현실적인 좌절이 선명하게 표현된 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유서 깊은 역사적인 장소로 인하여 더욱 깊게 표현되었다. 그래서 수 많은 시인들이 이 작품을 흉내 내어 시를 지었지만 이 작품을 능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이백(李白)도 ”등금릉봉황대“라는 작품을 지었으나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 경물에 가장 적합한 표현을 최호가 선점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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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 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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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問答          왜 산에 사느냐 묻길래

                                              이백  李白
                                                       701 ~ 762

問余何事棲碧山   왜 산에 사느냐 묻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아니했지.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 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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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이백(701~762)

 

     1.

    花間一壺酒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擧杯邀明月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2.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을 거고,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땅에 주천이 없었을 거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지.

    已聞淸比聖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지.

    三杯通大道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但得酒中趣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4.

    窮愁千萬端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감心自開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오卽金液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감(酉+甘), 오(敖+蟲/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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