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法總(시작법총) - 신경준(申景濬)
地界必闊(지계필활) : 지계(시의 경지)는 넓어야 한다
地界必先闊占然後(지계필선활점연후) : 의경의 한계를 반드시 먼저 정한한 뒤라야
上下諸句恢恢有餘裕(상하제구회회유여유) : 상하의 여러 시구에 여유가 생기어
長而不窮短而不孤(장이불궁단이불고) : 길어도 궁색하지 않고 짧아도 고립되지 않는다
斷結必簡(단결필간) : 단결함(끊고 맺음)에는 간결해야 한다
夫言之盡(부언지진) : 무릇 말을 다한다면
則無餘味(칙무여미) : 여운의 맛이 없어진다
言之多(언지다) : 말을 많이 쓰면
則爲支離(칙위지리) : 지루하고 산만하게 된다
雖行文(수행문) : 비록 산문을 짓는다고 해도
其斷韻處不能簡(기단운처불능간) : 그 운을 끊을 곳을 간결히 하지못하면
則不足觀(칙부족관) : 넉넉히 볼 것이 없도다
況於詩乎(황어시호) : 하물며 시를 지음에 있어서랴
東人之詩文(동인지시문) : 우리나라 사람의 시와 문장은
大抵多枝蔓(대저다지만) : 대체로 가지와 덩굴 같은 잡된 것이 많아
患尾重不撓之弊(환미중불요지폐) : 꼬리가 무거워 마음대로 흔들지 못하는 폐단을 근심하게 된다
鋪敍有法(포서유법) : 포서(펼침)에는 일정한 법이 있다
如細瑣處亦或一一甚詳(여세쇄처역혹일일심상) : 이를테면, 가늘고 자잘한 곳은 또한 일일이 아주 상세하게 하며
繁大處亦或輕輕盡擺(번대처역혹경경진파) : 번다하고 큰 곳은 또한 가볍게 다 나열한다.
亂處有整齊意(난처유정제의) : 산만하고 어지러운 곳에는 정제한 뜻을 갖게 해야 하고
忙處有暇閒意之類(망처유가한의지류) : 급하고 바쁜 곳에는 한가한 의미를 가진 말을 갖추어야한다
是謂有法(시위유법) : 이러한 것을 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轉摺有神(전접유신) : 전접(굴리고 접음)에는 신통함이 있어야 한다
有變化之妙而無力爲之態(유변화지묘이무역위지태) : 변화의 묘가 있으되 억지로 짓는 형태가 없어야 한다
有鼓舞之樂而無喧聒之聲(유고무지락이무훤괄지성) : 고무하는 즐거움은 있으되 시끄럽고 떠들석한 소리는 없어야 한다.
有積疊之密而無迫阨之嫌(유적첩지밀이무박액지혐) : 차곡차곡 쌍아 놓는 치밀함은 있으되 다그치고 좁히는 의심은 없어야 한다
有逢之穩而無驅逐之意(유봉지온이무구축지의) : 맞아들이는 온건함은 있어야 하나 몰아서 쫓아내는 의도는 없어야 한다
是謂有神(시위유신) : 이러한 것을 신통함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語意無俗(어의무속) : 어휘에는 속됨이 없어야 한다
語意一涉於俗(어의일섭어속) : 어의가 한 번 속기를 벗어나면
則欲巧而其巧可陋(칙욕교이기교가루) : 교묘하고자 하면 그 기이함이 가이 더럽게 여겨지고
則欲奇而其奇可呻(칙욕기이기교가신) : 기이하고자 하면 그 기이함이 가이 웃음거리로 여겨진다
詩家之所忌莫大於俗(시가지소기막대어속) : 시인들이 기피해야 하는 일이 속됨도다 더 큰 것이 없으니
詩病之難療亦莫逾於俗(시병지난료역막유어속) : 시의 병을 치료하기 어려움이 속됨을 넘어서기보다 어려운 것이 없느니라
構結無痕(구결무흔) : 구결함에는 흔적이 없어야 한다
上下四方磊落停當無少璺鏬(상하사방뇌락정당무소문하) : : 위아래와 사방이 활달하여 마땅한데 머물러 조금도 흠이나 틈이 없어야 한다
若不施斧斤刀錘而成者然後(약불시부근도추이성자연후) : 도끼와 칼을 쓰지 않고 이루어진 것 같아야 그것을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絶句當先得後二句(절구당선득후이구) : 절시는 마땅히 뒤의 두 구를 먼저 얻어야 한다
律詩當先得中四句(율시당선득중사구) : 율시는 가운데 네 구를 먼저 얻어야 한다
律詩(율시) : 固以對偶爲工(율시고이대우위공) : : 율시는 본래 대우를 공을 삼아야 한다
然得意處(연득의처) : 그러나 뜻을 얻으면
則意對語不對亦可(칙의대어부대역가 : 뜻을 기준으로 대구를 만들어야지 낱말을 기준으로 대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또한 올바르다
三四韻以上(삼사운이상) : 34운 이상의 시의 경우
先須布置語意不可錯陳(삼사운이상선수포치어의불가착진 : 먼저 반드시 말 뜻을 포치하되 잘못 늘어놓아서는 않된다
長篇古詩(장편고시) : 장편고시의 경우
參差中出整齊語尤見筆力(참치중출정제어우견필력) : 들쑥날쑥한 가운데 정제된 낱말이 나타나와야 더욱 필력이 보여진다
最戒似對不對(최계사대부대) : 가장 경계해야 하나니, 대구인 듯하면서도 대구가 아닌 것이니
但涉江湖鬧熟語涉鄙俗(단섭강호료숙어섭비속) : 강과 호수만 건너야지 속된 말로 떠들면서 시골 마을을 건너는 것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