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語集(학어집)
學語集은 조선후기에 朴載哲이라는 사람이 自然과 萬物의 이치와 생태 등에 관한 글을 여러 책에서 뽑아 해설하여 어린이들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책으로서 萬物集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과학교과서가 없던 때에 어린 初學들에게 자연의 간단한 현상과 이치를 알도록 한 자연과학교재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도 있지만 자연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三綱五倫 등 人倫道德에 관한 사항과 중요한 도서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지만 자연에 관한 사항이 주를 이룬다.
學語集은 서당에서 千字文, 四字小學, 推句集 등을 공부하고 본서를 배웠으며 明心寶鑑에 들어가기 전 文章 해석에 필요한 文法과 助詞를 익힐 수 있는 책이기도 하였다.
(원문과 역문)
【우주에 관한 내용 - 天, 地, 日, 月, 星辰】
*天이라 天者는 蒼蒼在上하여 輕淸而至高하니 日月星辰이 繫焉이로다.
하늘이라. 하늘이라는 것은 푸르고 푸르러 위에 있어서 가볍고 맑으며, 지극히 높으니 해와 달과 별과 별들이 매어있도다.
*地이라 地者는 茫茫在下하여 博厚而至卑하니 山川萬物이 皆載焉이로다.
땅이라. 땅이라는 것은 매우 아득하고 아래에 있어서, 넓고 두터우며 지극히 낮으니 산천 만물이 다 여기에 실려 있도다.
*日이라 日者는 太陽之精也라 東昇而西墜하니 冬則短하고 夏則長이로다.
해라. 해라는 것은 큰 양의 정기라. 동쪽에서 떠올라서 서쪽으로 넘어가니 겨울에는 짧고 여름에는 길도다.
*月이라 月者는 太陰之精也라 遇夜而明하니 望前은 漸圓하고 望後는 漸缺이로다.
달이라. 달이라는 것은 큰 음의 정기라. 밤을 만나서 밝으니, 보름 앞에는 점점 둥글어지고 보름 뒤에는 점점 이지러지도다.
*星辰이라 萬物之精이 布列于天하여 點點如玉하니 晝則光隱하고 夜則光顯이로다.
별이라. 만물의 정기가 하늘에 펴고 벌려서, 점점이 구슬과 같으니 낮에는 그 빛을 숨기고, 밤에는 빛이 나타나도다.
【자연 현상에 관한 내용 - 山川草木, 春夏秋冬】
*山이라 土積而高起者爲山이니 其高千萬丈이라 草木禽獸生焉이로다.
산이라. 흙이 쌓여서 높이 일어난 것이 산이 되니, 그 높이가 천만 길이라. 풀과 나무와 짐승들이 여기에 사는 도다.
*川이라 小水合流曰川이니 深爲沼요 淺爲灘이니 晝夜流不息하여 魚鼈이 生於其間이로다.
내라. 작은 물이 합하여 흐르는 것을 내라 하니, 깊은 곳은 못이 되고 얕은 곳은 여울이 되니, 낮과 밤으로 쉬지 않고 흘러서 고기와 자라가 그 사이에서 사는 도다.
*草라 平原廣野에 芳草萋萋하니 生於春雨하고 死於秋霜이로다.
풀이라. 평평한 넓은 들에 꽃과 풀이 무성하니 봄비에 나고 가을 서리에 죽는 도다.
*木이라 植根于土하여 枝幹이 漸長하니 春則葉하고 秋則落이로다.
나무라. 땅에 뿌리를 뻗어서 가지와 줄기가 점점 자라니, 봄에는 잎이 나고 가을에는 떨어지는 도다.
*四方이라 天地에 有四方하니 前爲南이오 後爲北이오 左爲東이오 右爲西로다.
사방이라. 천지에 사방이 있으니 앞은 남쪽이 되고, 뒤는 북쪽이 되고, 왼쪽은 동쪽이 되고, 오른쪽은 서쪽이 되도다.
*四時라 四時者는 春夏秋冬이니 春去而夏至하고 夏去而秋至하고 秋去而冬至하니 一年之間이 循環無窮이로다.
사시라. 사시라는 것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니, 봄이 가면 여름이 이르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이르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이르니 일 년의 기간이 돌고 돌아 다함이 없도다.
*春이라 正月二月三月은 爲春이니 是時에 東風이 習習하여 百花가 爭發하니 其神曰靑帝로다.
봄이라. 정월과 이월과 삼월은 봄이 되니, 이 때에 동풍이 솔솔불어 온갖 꽃이 다투어 피니 그 신기함을 일러 푸른 임금이라 하는 도다.
*夏라 四月五月六月은 爲夏니 是時에 南風이 薰薰하여 草木이 茂盛하니 其神曰赤帝로다.
여름이라. 사월과 오월과 유월은 여름이 되니, 이 때에 남풍이 더워서 초목이 무성하니 그 신기함을 일러 붉은 임금이라 하는 도다.
*秋라 七月八月九月은 爲秋니 是時에 凉風이 蕭蕭하여 塞雁이 呼霜하니 其神曰白帝로다
가을이라. 칠월과 팔월과 구월은 가을이 되니, 이 때에 서늘한 바람이 쓸쓸히 불어 변방의 기러기가 서리를 부르니 그 신기함을 일러 흰 임금이라 하는 도다.
*冬이라 十月十一月十二月은 爲冬이니 是時에 北風이 號怒하여 白雪이 飄揚하니 其神曰黑帝로다
겨울이라. 시월과 십일월과 십이월은 겨울이 되니 이 때에 북풍이 사납게 불어서 흰 눈이 내리니, 그 신기함을 일러 검은 임금이라 하는 도다.
【기상현상에 관한 내용 - 風, 雲, 露, 雨 등】
*風이라 風者는 天地噓氣하여 去來無跡하되 入於草木則有聲이로다
바람이라. 바람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불어서 가고 오는 자취가 없으되 풀과 나무에 들어오면 소리가 나는 도다.
*雲이라 雲者는 山川之靈氣가 郁郁紛紛하여 如綿如火하고 或從龍하여 飛于天로다
구름이라. 구름이라는 것은 산과 내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유유히 흩날리어 솜털 같고 불과 같아서, 혹 용을 따라서 하늘에 올라가는 듯 하는 도다.
*露라 露者는 天氣는 下降하고 地氣는 上昇하니 甘露가 時添하여 草木이 滋濡하니 其擇이 如雨로다.
이슬이라. 이슬이라는 것은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고 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니, 단 이슬이 때에 맞추어 더하니 풀과 나무가 흠뻑 적셔서 그 혜택이 비와 같도다.
*雨라 雨者는 風起雲集하여 甘雨時降하니 百ꜘ이 茂盛하고 草木이 長生이로다
비라. 비라는 것은 바람이 일어남에 구름이 모여서 단비가 때 맞춰 내리니, 온갖 곡식이 무성하고 풀과 나무가 자라도다.
*霜이라 霜者는 肅殺之氣也니 寒風이 始至에 露結爲霜하니 是時에 落葉이 紛紛하고 飛雁이 嗈嗈이로다.
서리라. 서리라는 것은 엄숙히 죽이는 기운이니 찬바람이 비로소 이름에 이슬이 맺혀서 서리가 되니, 이 때에 낙엽이 어지럽게 날리고, 날아가는 기러기가 우는 도다.
*雪이라 雪者는 天地凝陰하여 白雪始來에 千山萬山이 一夜에 盡白하니 其色이 如梨花하여 又曰六花로다.
눈이라. 눈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의 음기가 엉겨서 흰눈이 비로소 내림에 모든 산이 하룻밤 사이에 다 희어지니 그 빛이 배꽃과 같으며 또한 육화라 말하는 도다.
*電이라 電者는 天火也라 焂鑠成光이 明于四方하고 乍拔紅劍이로다.
번개라. 번개라는 것은 하늘의 불이라. 빨리 녹아서 빛을 이루니 사방이 밝아, 잠깐 붉은 칼을 뺀 것이로다.
*虹이라 虹者는 陰陽相交之氣也라 靑紅美色이 朝西暮東하여 能射止雨氣로다.
무지개라. 무지개라는 것은 음과 양이 서로 교차하는 기운이라. 푸르고 붉은 아름다운 빛이 아침엔 서쪽에서 뜨고, 저물 때는 동쪽에서 뜨니 능히 쏘아서 비 기운을 그치게 하도다.
【새에 관한 내용 - 봉황, 학, 매, 닭 등】
*鳳凰이라 丹山之上에 有鳥하니 名曰鳳凰이요 非醴泉이면 不飮하고 非竹實이면 不食하고 非梧桐이면 不捿하니 天下有道則來하고 無道則去로다.
봉황이라. 단산 위에 새가 있으니 이름하여 봉황이라. 예천이 아니면 마시지 아니하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아니하고, 벽오동이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니, 천하에 도가 있으면 오고 도가 없으면 가버리도다.
*鶴이라 胎化者鶴也니 遊於靑田하고 戱於天外하니 仙人이 駕之하고 道士馴之로다.
학이라. 태로 변화해서 된 것이 학이니, 푸른 밭에서 놀고 하늘 밖에서 희롱하니 신선한 사람이 멍에하고 도사가 길들이도다.
*鷹이라 鷹之爲物이 性鷙而善搏하니 飢則附人하고 飽則揚去로다.
매라. 매의 물건 됨이 성질이 사나워서 다른 짐승을 잘 잡으니, 굶주리면 사람을 따르고 배부르면 떨치고 가는 도다.
*鷄라 鷄者는 朱氏翁之所化也라 故로 呼曰朱朱라하니 夜捿于塒하여 司晨而鳴하니 其聲이 喈喈로다.
닭이라. 닭이라는 것은 주씨 늙은이가 변화된 것이라. 그런고로 부르기를 가로되 주주라 하니, 밤에는 홰에 깃들고 새벽을 맡아서 우니 그 소리가 개개(喈喈)로다.
*雉라 雉之爲物이 其像이 如鷄故로 名曰山鷄라하니 其色이 五彩요 其聲이 咯咯이로다.
꿩이라. 꿩의 물건 됨이 그 모양이 닭과 같은 고로 이름하여 산닭이라 하니 그 빛이 여러 가지 색이요 그 소리가 각각(咯咯)이로다.
*雁이라 雁者는 隨陽之鳥也라 木落南翔하고 氷泮北徂하니 彭蠡洞庭之間에 千萬其群이로다.
기러기라. 기러기라는 것은 볕을 따르는 새라. 나뭇잎이 떨어지면 남쪽으로 날아오고, 얼음이 녹으면 북쪽으로 가니 팽려(땅이름)와 동정의 사이에 그 무리가 천만이로다.
*杜鵑이라 蜀帝之魂이 化爲寃鳥하니 其名曰杜鵑이라 春山花月에 長呼不如歸로다.
두견이라. 촉 나라 임금의 넋이 변화해서 원통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 일러 두견이라. 봄 산 꽃피는 달에 길게 울며 돌아갈 것 같지 않도다.
*燕이라 雌雄于飛에 子母有別하고 含泥爲巢하니라. 其音이 喃喃하고 其尾涎涎하니 春社則來하고 秋社則去로다.
제비라. 암컷과 수컷이 함께 날고, 자식과 어미가 분별이 있으니, 진흙을 머금어서 집을 만드니라. 그 소리가 남남(喃喃)하고, 그 꼬리가 번질번질 윤기가 나고, 봄 제사(3월 3일)때에 오고, 가을 제사(9월 9일)때에 가는 도다.
*鷗이라 鷗者는 白水之鳥也라 雨後淸江之興을 相與漁翁으로 問答하여 遊於紅蓼之田하고 眠于白蘋之洲로다.
갈매기라. 갈매기라는 것은 깨끗한 물에서 사는 새라. 비 온 뒤 맑은 강의 흥을 고기 잡는 노인과 더불어 묻고 대답하며, 붉은 물여뀌 밭에서 놀고 물가 흰꽃 마름에서 잠자도다.
*烏라 烏者는 體黑而聲惡하되 能知反哺故로 謂之孝鳥也라.
까마귀라. 까마귀라는 것은 몸이 검고 소리가 듣기 싫으나, 능히 부모를 먹일 줄 아는 고로 효성스러운 새라 이르도다.
*鵲이라 鵲者는 雌雄于飛하여 乃成其巢하고 含虫哺子하니 其鳴이 査査로다.
까치라. 까치라는 것은 암컷과 수컷이 날아서 이에 그 집을 짓고, 벌레를 물어다가 자식에게 먹이니 그 울음이 사사(査査)로다.
【動物에 관한 내용 - 용, 범, 소, 개 등】
*龍이라 龍之爲物이 靈變不測하니 飛則昇天而作雨하고 降則潛淵而吐雲이로다.
용이라. 용의 물건 됨은 신령스러움이 변하여 헤아리지 못하니, 날면 하늘에 올라서 비를 만들고, 내리면 못에 잠겨서 구름을 토한다.
*虎라 虎者는 百壽之長也라 號曰山君이니 鉤爪鉅牙로 害物이 許多하니 晝則山中隱하고 夜則村中行이로다.
범이라. 범이라는 것은 온갖 짐승의 어른이라. 이름을 가로되 산 임금이니 갈고리 발톱과 톱니로 물건 해침이 허다하니, 낮이 되면 산 가운데 숨고 밤이 되면 마을 가운데를 다닌다.
*牛라 角者는 牛也니 牧于人家하여 日耕百畝하니 無牛면 何以作農이리오.
소라. 뿔이 난 것은 소이니 사람들이 집안에서 길러서 하루에 백 이랑의 밭을 가니 소가 없으면 어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리오.
*狗라 狗之爲物이 畜于人家하여 守門備盜하고 見人狺狺하니 非主人則吠之로다.
개라. 개의 물건 됨이 사람들이 집안에 길러서 문을 지키고 도둑을 막으니, 사람을 보면 짖으니 주인이 아니면 크게 짖는다.
*馬라 鬣者는 馬也니 其性이 善走하여 致遠에 莫如馬故로 伯樂이 相之하여 以取其良이로다.
말이라. 갈기(鬣:렵)있는 것이 말이니, 그 성질이 잘 달려서 먼 곳에 이르는데는 말 만 같음이 없는 고로 백락이 상을 봐서 그 어짐을 취한다.(백락이 말을 잘 가렸다는 고사를 인용하고 있음)
*鹿이라 鹿者는 伏於山林하여 濯濯其形이요 呦呦喚群하니 食野之萍이로다
사슴이라. 사슴이라는 것은 산 수풀에 엎드려서 씻고 씻은 그 모양이요, 울고 울어 그 무리를 부르며 들의 마름을 먹는다.
*兎라 兎者는 生於中山하여 爲物이 至微而目甚明故로 曰明視라하고 毛可用爲筆이로다
토끼라. 토끼라는 것은 산 가운데 살아서 물건 됨이 지극히 미약하고 눈이 심히 밝은 고로 명시(明視)라 하고, 털은 가히 붓을 만드는데 쓴다.
【植物에 관한 내용 - 살구, 매화, 사계화, 난초 등】
*杏花라 三月江南에 處處花發하고 水村山郭에 日暖風和하니 遊人行客이 多尋杏花村이로다.
살구꽃이라. 삼월 강남에 곳곳마다 꽃이 피고, 갯마을과 산성에 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화창하니, 노는 사람과 다니는 사람이 많이 행화촌을 찾는다.
*梅花라 臘雪이 初消에 寒葩始綻하니 雨後閒庭에 暗香이 浮動이로다.
매화라. 섣달(臘:섣달 랍) 눈이 처음으로 녹기 시작할 때 찬 꽃송이가 비로소 벌어지니, 비 온 뒤 한가로운 뜰에 그윽한 향기가 떠서 움직인다.
*四季花라 花卉之發이 各有其時하되 開於春者는 不再發於夏하고 開於夏者는 秋不更發하되 此花는 歷四季而長開하니 偏得東君之造化로다
사계화라. 꽃과 풀의 피어남이 각각 그 때가 있되 봄에 피는 것은 다시 여름에 피지 아니하고 여름에 피는 것은 가을에 다시 피지 아니하되, 이 꽃은 네 계절을 지나면서 길이 피니 지나치게 동쪽 임금의 조화를 얻는다.
*蘭草라 生於幽谷하여 淸香이 遠播하니 君子愛之하여 種于庭上이로다
난초라. 깊은 계곡에 나서 맑은 향기가 멀리 뿌리니, 군자가 사랑하여 뜰에 심는다.
*楊柳라 春風이 將暮에 楊柳依依하고 黃鳥爰集하니 綿蠻其聲이로다
버들이라. 봄바람이 깊어가니(將暮) 버드나무가 길게 늘어지고, 꾀꼬리가 많이 모여드니 그 소리가 아름답다.
*松이라 萬木凋零之時에 蒼蒼春色이 亭亭獨立하니 捿鶴之樓요 迎客之盖로다.
소나무라. 온갖 나무가 시들고 떨어질 때에 푸르고 푸른 봄빛이 정정히 홀로 서 있으니, 학이 깃들이는 누각이요, 손님을 맞이하는 일산이다.
*竹이라 靑靑高節이 貫四時而不變하니 君子取之하여 種于園圃로다
대나무라. 푸르고 푸른 높은 절개가 사시를 통하여 변하지 아니하니 군자가 취하여 동산과 포전에 심는다.
*丹楓이라 染以秋霜하여 勝於春花하니 千山萬壑이 錦繡屛風이라 遊人行客이 多隨玩景이로다.
단풍이라. 가을 서리로 물들여서 봄꽃보다 나으니 일천 산과 일만 구덩이가 비단으로 수놓은 병풍이라. 노는 사람과 다니는 사람이 많이 따라서 풍경을 구경한다.
*菊花라 不發春風하고 發於秋霜하니 凌寒高節은 花中隱士니 籬下階上에 片片黃金이로다.
국화라. 봄바람에 피지 아니하고 가을 서리에 피어나니, 찬 것을 능멸하는 높은 절개는 꽃 가운데 숨은 선비이니, 울타리 아래와 뜰 아래에 조각조각 누런 금이다.
*梧桐이라 種于庭上하여 最佳者를 伐作琴瑟하니 鳳凰이 捿于其上이로다.
오동이라. 뜰 아래에 심어서 가장 귀한 것을 잘라 거문고와 비파를 만드니 봉황이 그 위에 깃들인다.
*桃花라 仲春之月에 始生華하여 夭夭灼灼하니 但得片時韶光이로다.
복숭아꽃이라. 중춘의 달에 비로소 빛나는 것이 나서 곱고 빛나니 다만 잠깐 봄빛을 얻는다.
*梨花이라 如桃로 同時開花而其色則白하니 紛紛落花에 恰似白雪이로다.
배꽃이라. 복숭아와 더불어 때를 함께 하여 꽃이 피되 그 빛인 즉 희니, 날리고 날려서 꽃이 떨어짐에 흡사 흰 눈과 같다.
*杜鵑花라 節屆寒食에 花發靑山하니 三更月夜에 杜宇가 啼血染花로다.
두견화라. 절서가 한식에 이르러 꽃이 청산에 피니, 삼경의 달밤에 두견새의 집이 우는 피로 물든다.
*蓮花라 生於秋江하여 泥不能染하고 凌寒傲霜하니 花中君子로다.
연꽃이라. 가을 강에 나서 진흙으로 능히 물들이지 아니하고 찬 것을 능멸하고 모진 서리에도 거만스럽게 굽히지 않으니 꽃 가운데 군자다.
*牧丹花라 號曰花中富貴者라 故로 花王라하고 用於藥材로다.
모란꽃라. 이름하여 꽃 가운데 부하고 귀한 것이라, 그런고로 꽃의 왕이라 하고 약의 재료에 쓴다.
*芭蕉라 生於庭階하여 新葉이 漸長하니 形如靑羅扇이로다
파초라. 뜰에 나서 새로운 잎이 점점 자라니 모양이 푸른 비단의 부채와 같다.
*萍이라 楊花落水에 化而成者니 浮而無根故로 謂之浮萍이로다
마름이라. 버들 꽃이 물에 떨어져서 변화해서 된 것이니, 떠서 뿌리가 없는 고로 뜬 마름이라 말한다.
*橘柚라 小靑曰橘이요 大黃曰柚니 形縛而臭香故로 多用於祭祀賓客之間이로다.
귤과 유자라. 작고 푸른 것을 귤이라 하고, 크고 누런 것을 유자라 하니, 모양은 얽었어도 냄새가 향기롭기 때문에 제사와 손님을 대접하는 때에 많이 쓰인다.
【사관, 삼황에 관한 내용 】
*四官이라 此四官者는 耳爲採聰官이요 目爲監察官이요 鼻爲審辦官이요 口爲出納官이로다.
사관이라. 이 사관이라는 것은 귀는 밝은 것을 캐는 기관이요, 눈은 보고 살피는 기관이 이요, 코는 자세히 분별하는 기관이요, 입은 내고 들이는 기관이다.
*三皇이라 天開於子하니 是爲天皇이요 地闢於丑하니 是爲地皇이요 人生於寅하니 是爲人皇이 로다.
삼황이라. 하늘은 자시에 열리니 이것이 천황(天皇)이요, 땅은 축시에 열리니 이것이 지황(地皇)이요, 사람은 인시에 나니 이것이 인황(人皇)이다.
【人倫道德에 관한 내용 - 구사구용, 삼강오륜, 군신, 부모 등】
*九容이라 九容者는 足容重하며 手容恭하며 目容端하며 口容止하며 聲容靜하며 頭容直하며 氣容肅하며 立容德하며 色容莊이로다.
구용이라. 구용이라는 것은 발의 모양은 무겁게 하며, 손의 모양은 공손히 하며, 눈의 모양은 단정히 하며, 말은 신중히 아껴야 하며, 소리의 모양은 고요하게 하며, 머리의 모양은 곧게 하며, 숨쉬는 기운은 엄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하며, 얼굴빛은 씩씩하다.
*九思라 九思者는 視思明하며 聽思聰하며 色思溫하며 貌思恭하며 言思忠하며 事思敬하며 疑思問하며 忿思難하며 見得思義로다.
구사라. 구사라 하는 것은 볼 때는 밝은 것을 생각하며, 들을 때는 귀밝음을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함을 생각하며, 용모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며, 말을 할 때는 충실할 것을 생각하며, 일은 공경할 것을 생각하며, 의심나면 물을 것을 생각하며, 분할 때는 어려울 것을 생각하며, 이득을 보면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한다.
*三綱이라 君爲臣綱이요 父爲子綱이요 夫爲婦綱이니 人無三綱이면 何以爲人이리오.
삼강이라.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고,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니, 사람에게 삼강이 없으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
*五倫이라 五倫者는 父子有親하며 君臣有義하며 夫婦有別하며 長幼有序하며 朋友有信이로다.
오륜이라. 오륜이라는 것은 아버지와 자식은 친함이 있어야 하며, 임금과 신하는 의리가 있어야 하며,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하며, 어른과 어린이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벗과 벗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君臣이라 君臣者는 以義合者也니 君者는 居上하여 出令하고 臣者는 居下하여 奉命이로다.
임금과 신하라. 임금과 신하라는 것은 의로써 합한 자이니 임금은 위에 있어서 명을 내리고, 신하라는 사람은 아래에 있어서 명을 받들어 따른다.
*父母라 父兮生我하시고 母兮鞠我하사 撫我育我하시니 欲報其德인데 昊天罔極이로다.
부모라. 아버지께서 나의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께서 나를 길렀으며, 나를 어루만지고 나를 길러 주시어서 그 덕을 갚고자 하려 하는데, 하늘처럼 높고 넓어서 다할 수가 없다.
*子라 人子之職은 惟孝爲大니 孝莫大焉이니 敢不敬歟아 瞻彼林烏하니 亦知反哺어던 可以人兮여 不如鳥乎아.
자식이라. 사람 자식의 직분은 오직 효도가 큰 것이니 효도만큼 큰 것이 없을 것이니 감히 공경치 아니하랴! 저 수풀의 까마귀를 보니 또한 돌이켜 먹일 줄을 알거든 어찌 사람으로써 새만 같지 못하랴.
*人이라 萬物之中에 人爲最靈은 以其學文也니 逸居無敎則近於禽獸로다.
사람이라. 일만 물건의 가운데 사람이 가장 신령스러움이 되는 것은 글을 배우기 때문이니, 편안히 살면서 가르침이 없으면 곧 짐승에 가깝다.
*夫婦라 夫婦者는 二姓之合이며 萬福之源이니 夫唱婦隨하면 家道成矣니라.
부부라. 부부라는 것은 두 성씨의 합함이어서 일만 복의 근원이니, 남편의 부름에 아내가 따르면 집안의 법도가 이루어진다.
*長幼라 徐行後長者를 謂之悌요 疾行先長者를 謂之不悌니 獻酌行拜에 當先長後幼로다.
어른과 어린이라. 천천히 행하여 어른의 뒤에 하는 자를 공손하다 이를 것이요, 빨리 행하여 어른보다 먼저 하는 자를 공손치 못하다 할 것이니, 잔을 드리고 절을 행함에 마땅히 어른에게 먼저하고 어린이는 뒤에 해야 한다.
*朋友라 君子有朋하니 其淡如水하고 小人有友하니 其甘如醴하니 君子之交는 道義日親하고 小人之交는 利盡情疎로다.
붕우라. 군자에게 벗이 있으니 그 맑기가 물과 같고, 소인에게 벗이 있으니 그 달기가 단술과 같으니, 군자의 사귐은 도와 의리가 날마다 가까워지고, 소인의 사귐은 이익이 다하면 정이 멀어진다.
*農이라 農者는 天下之大本也니 春耕夏耘하고 秋收冬藏하여 上養父母하고 下育妻子로다.
농사라. 농사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니 봄에는 밭을 갈고 여름에는 김매고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저장하여, 위로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아래로는 처와 자식을 먹여 기른다.
*人君이라 君者는 率百官하여 以治萬民하고 民者는 出粟米麻絲하여 以事其君이로다.
인군이라. 임금이란 일백 관리를 거느려서 일만(모든) 백성을 다스리고, 백성이란 조와 쌀과 삼과 실을 생산하여 그 임금을 섬긴다.
【권학, 독서, 도서에 관한 내용】
*文學이라 人而不學이면 不知道理하여 無異禽獸라 故로 聖人이 乃制文學하여 以敎人하여 使知三綱五倫孝悌忠信禮義廉恥之道로다.
문학이라. 사람이 배우지 아니하면 도리를 알지 못하여 금수와 다름이 없는지라. 그런고로 성인이 이에 문학을 지어 사람을 가르쳐서, 삼강과 오륜과 효제와 충신과 예의와 염치의 도리를 알게 한다.
*讀書라 讀書之時에 一其心志하여 勿思雜慮하고 敬對方冊하여 日夜勤讀하고 眼慣口熟하면 自可煥然也로다.
독서라. 글을 읽을 때는 그 마음과 뜻을 하나로 하여 생각이나 여러 근심을 하지말고, 공경히 책을 대하여 낮과 밤으로 부지런히 읽고 눈으로 버릇되고 입으로 익숙히 하면 스스로 가히 환해질 것이다.
*衣食이라 人情이 終歲에 不制衣則寒하고 一日不再食則飢故로 聖人이 乃制衣食하여 以厚生民이로다.
의식이라. 사람의 뜻이 해를 마침에 옷을 짓지 않으면 춥고, 날마다 두 번 먹지 않으면 주리게 되는 고로, 성인이 이에 옷과 밥을 지어서 백성을 후하게 한다.
*士라 士之爲業이 讀書修身이니 整其衣冠하고 謹其言行이니 凡爲仕進者는 自士而始로다.
선비라. 선비의 업이 되는 것이 글을 읽고 몸을 닦는 것이니, 그 옷과 갓을 정제하고 그 말과 행실을 삼가 할지니, 대개 벼슬을 하러 나아갈 사람은 선비로부터 시작된다.
*師라 敎我者는 爲師니 非師면 無以學問이니 是故로 古之學者尊師를 如君父로다.
스승이라. 나를 가르치는 사람은 스승이 되니 스승이 아니면 배우고 물을 곳이 없으니, 이런 까닭으로 옛적에 배우는 자가 스승 존경하기를 임금이나 아버지같이 하였다.
*勸學이라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하고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하라 日月逝矣라 歲不我延이니 嗚呼老矣라 是誰之愆고 少年은 易老하고 學難成하니 一寸光陰不可輕하라 未覺池塘에 春草夢인데 階前梧葉이 已秋聲이로다.
권학이라.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금년에 배우지 아니하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일월이 지나가느니라.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아니하니 슬프다 늙음이여, 이것이 누구의 허물인고!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감히 가벼히 여기지 말라. 아직 깨지 않은 연못에 봄 풀이 꿈속인데 뜰 앞에 오동잎은 이미 가을 소리(낙엽 떨어지는 소리)다.
*小學이라 小學者는 人生八歲어던 皆入小學하여 敎之以灑掃應對進退之節하니 三代之遺法也로다.
소학이라. 소학이라는 것은 사람이 팔세가 되면 다 소학에 들어서 물 뿌리고 쓸고 응하고 대하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절차로써 가르치니 삼대(三代)의 끼치는 법이다.
*大學이라 大學者는 大人之學이라 敎之以窮理正心修身治人之道하니 曾子述之하시니라.
대학이라. 대학이라는 것은 이치를 궁리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도리로써 가르치니 증자께서 저술하셨다.
*論語라 論語者는 論百王之得失하고 語弟子之賢否하니 學而時習之면 不亦悅乎아.
논어라. 논어라는 것은 여러 왕의 얻음과 잃음을 의논하고 제자의 어질고 어질지 못함을 말씀하니, 배워서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孟子라 孟子者는 子思之門人也라 道旣通하고 遊齊梁不遇할세 退與萬章之徒로 難疑答問하여 以著孟子七篇하시니 遏人慾存天理하니라.
맹자라. 맹자라는 자는 자사의 문인이라. 도를 이미 통하고 제나라와 양나라에 유람함에 만나지 아니할 세, 물러가서 만장의 무리와 더불어 어렵고 의심나는 것을 묻고 대답하여서 맹자 칠 편을 저술하였으니, 사람의 욕심을 막고 하늘의 이치를 보존한다.
*中庸이라 中庸者는 中者는 不偏不倚요 庸者는 平常也니 孔子之孫子思述之하시니라.
중용이라. 중용의 중(中)이라는 것은 치우치지도 아니하고 기울지도 않는 것이요, 용(庸)이라는 것은 평평하고 떳떳함이니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저술하셨다.
*詩傳이라 詩傳者는 列國詩爲風이요 天子國詩爲雅니 頌三百篇中一言以蔽之하니 曰思無邪니라.
시전이라. 시전이라는 것은 모든 나라의 글이 풍(風)이 될 것이요, 천자 나라의 시가 아(雅)가 되니, 글 삼백 편의 글 중 한 말로써 가리키면 가로되 생각함에 간사함이 없다 하였다.
*書傳이라 書傳者는 二帝三王治天下之大經大法이 皆載此書하니라.
서전이라. 서전이라는 것은 두 임금과 세 왕이 천하를 다스리니 큰 법(大經)과 큰 법(大法)이 다 이 글에 실렸다.
*周易이라 周易者는 文王이 演易하여 設六十四卦하고 孔子는 讀易韋編三絶하니 繫辭生一枝花니라.
주역이라. 주역이라는 것은 문왕이 주역을 넓혀 늘려 육십사괘를 베풀고 공자는 주역을 읽음에 가죽으로 엮은 책 가위가 세 번이나 끓어지니, 계사(繫辭:문왕이 지은 책)에서는 한 가지의 꽃이 나온다 하였다.
*學語集이라 學語集은 古萬物集이어늘 更補此書하니 熟讀玩味하면 漸知物名이니라
학어집이라. 학어집은 옛날의 만물집(萬物集)이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을 고치고 (다시) 보완하였으니 (내용을) 익숙해지도록 자세히 읽고 의미를 잘 음미한다면, 만물의 이름을 점점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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