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에 따른 한자의 쓰임

 

[한자와 한문의 쓰임] 한자는 글자마다 각기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과 같이 조사나 어미의 활용이 없기 때문에 같은 글자라도 그 놓이는 자리에 따라 뜻을 나타내는 성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明(밝을 명)' 자는 '明月(명월)'과 같이 앞에 놓인 경우는 '밝은 달'이라는 뜻이 되어 '月'을 수식하는 관형사의 구실을 한다. 이와 달리 '月明(월명)'처럼 '明' 자가 뒤에 놓이면 '달이 밝다'는 뜻이 되어 형용사의 구실을 한다. 따라서 한문을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쓰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품사의 분류] 문장에 쓰인 한자를 그 뜻과 구실에 따라서 나눈 것을 품사의 분류라고 한다. 한문의 품사는 명사·대명사·동사·형용사·부사·접속사·관계사·어조사·감탄사의 9품사로 나눈다. 이 중에서 한 문장의 주성분이 되어 꼭 새겨야 하는 글자를 실사(實辭)라 하고, 문장의 부성분으로서 실사를 도와 널리 활용되는 글자를 허사(虛辭)라고 한다.

實辭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虛辭

접속사 개사( 전치사 후치사) 종결사 감탄사

 

[명사]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로서 그 쓰이는 범위에 따라 다음 두 가지로 나뉜다. 곧 '人(사람 인)'이나 '木(나무 목)'과 같이 어떤 사물에 공통으로 두루 쓰이는 이름을 나타내는 보통 명사와 '李舜臣(이순신)'이나 '大韓民國(대한민국)'과 같이 어느 한 사물의 이름으로만 쓰이는 고유 명사가 있다. 먼저 보통 명사는 일반 사물의 이름으로 두루 쓰이는 말로서 고유 명사를 제외한 모든 명사는 이에 딸린다. '天(하늘 천)·地(땅 지)·山(뫼 산)·川(내 천)·花(꽃 화)·鳥(새 조)·魚(고기 어)·蟲(벌레 충)' 같은 명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고유 명사는 사람의 이름과 같이 어느 한 사물의 이름으로만 고유하게 쓰이는 경우이다. 곧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나 한 나라의 이름, 도시 이름, 고장 이름이나 책 이름 등이 이에 딸린다.

 

[대명사] 사물의 이름 대신 가리키는 말로서, 문장의 중복을 피하고 그 뜻을 간결하게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대명사는 그 가리키는 대상에 따라 인칭(人稱) 대명사와 지시(指示) 대명사가 있다. 인칭 대명사는 사람의 이름을 대신해 쓰이는 말로서 '1인칭(나)·2인칭(너)·3인칭(그)·부정칭(누구)'이 있다. 1인칭 대명사에는 '我(나 아)·吾(나 오)·予(나 여)·余(나 여)' 등이, 2인칭 대명사에는 '汝(너 여)·爾(너 이)·子(그대 자)' 등이 있다. 또 3인칭 대명사에는 '彼(저 피)'가, 부정칭 대명사에는 '誰(누구 수)·孰(누구 숙)' 등이 있다. 그 밖에 인칭의 복수에는 '等(무리 등)' 자를 붙여 '吾等(오등 : 우리들)·汝等(여등 : 그대들)'과 같이 나타낸다. 예를 들어 '我讀書(아독서)'의 我는 1인칭 대명사로서 '나는 글을 읽는다'는 뜻이 된다. 또 '子將何之(자장하지)'의 子는 2인칭 대명사로서 '그대는 장차 어디로 가려는가?'로 새기고, '彼丈夫也(피장부야)'의 '彼'는 3인칭 대명사로서 '그는 대장부이다'로 새긴다. 그 밖에 '誰稱大丈夫(수칭대장부)'의 '誰'는 부정칭 대명사로서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랴?'로 새긴다. 지시 대명사는 사물이나 처소·방향 등을 가리키는 데 쓰이는 대명사로 다음과 같은 말들이 쓰인다. '是(이 시)·此(이를 차)'는 '이것'을, '其(그 기)·之(그/이 지)'는 '그것'을, '孰(어느 숙)·何(어느 하)·何(어느 하)'는 '어느 것'을 뜻한다.

 

[동사] 사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로서, 한 문장에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는 까닭에 형용사와 아울러 중요한 용언의 구실을 한다. 동사의 용법은, 동사가 체언(명사나 대명사) 밑에 놓이면 그 놓인 순서대로 새기고, 체언 앞에 놓이면 거꾸로 새긴다. 그러므로 한문을 새길 때 그 어구나 문장에서 서술어인 동사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형용사]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 등을 나타내는 말로서, 한 문장에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는 까닭에 동사와 아울러 중요한 용언의 구실을 한다. 형용사의 용법은, 형용사가 체언(명사나 대명사) 앞에 놓이거나 뒤에 놓이거나 다 순서대로 새긴다. 명사의 앞에 놓일 때에는 관형사의 구실을 하고, 뒤에 놓일 때에는 서술어가 된다. 한문은 우리말과 같이 체언에 조사나 용언에 활용 어미가 붙지 않고 그 놓이는 위치에 따라 격(格 : 문장에서 나타내는 기능)이 정해진다. 그러므로 새길 때에는 서술어인 동사나 형용사의 끝에 우리 말투에 따라 알맞은 활용 어미를 붙여 새긴다.

 

[부사] 주로 서술어 앞에 쓰여 그 뜻을 꾸미거나 한정하는 말로서, 사물의 시간·상태나 그 방법·정도, 행동의 긍정·부정 등을 나타낸다. 부사는 다른 품사의 글자를 빌려 쓰는 것이 많으며, 그 쓰이는 한계도 일정하지 않다. 또 한 구나 한 문장에 몇 개씩 쓰이는 일이 있어 품사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 부사는 그 한정하려는 말 앞에 놓이는데, 그 문맥이나 글 뜻에 따라서 먼저 새겨야 좋은 것이 있고 나중에 새겨야 좋은 것이 있다.

 

 

 

[접속사의 역할] 낱말과 낱말, 구와 구, 또는 문과 문을 이어 주어 한 문장의 연속적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서 그 활용 범위가 넓다. 한문의 접속사는 국어의 접속 부…

 

[접속사의 종류] '而(말이을 이)'는 순접과 역접의 두 경우로 쓰이며, '그리하여, ~하면서, ~하나, 그러나, 하지만' 등의 뜻을 나타낸다. '與(더불어 여)'는 '~과(와)'의 뜻으로 동반 관계를 나타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전치사로 쓰이기도 한다. '則(곧 즉)'은 '~하면, 곧'의 뜻으로 쓰여 원인과 조건의 결과 관계를 나타낸다. 이와 달리 '則(법칙 칙)'은 명사로도 쓰인다. 이 경우의 음은 '칙'이다. 예를 들면, '順校則(순교칙 : 교칙에 따르다)', '規則生活(규칙 생활 : 절도 있게 하는 생활)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且(또 차)'는 '~도, 또, 또한'의 뜻을 나타내는 접속사이다. '又(또 우)' 역시 '~도, 또'의 뜻을 나타내는데, 새길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然(그러할 연)'은 '그러나, 그렇지만, 그런데, 그러니, 그래서' 등의 뜻으로 쓰여 반의(反意)나 전환을 나타낸다. '故(연고 고)'는 '그러므로, 그래서, 그런 까닭으로' 등의 뜻으로 쓰여 원인·조건·결과 등을 나타낸다. 또 비슷한 용법으로 '是故(시고 : 이런 까닭으로, 이 때문에 등)'와 '以故(이고 : 그런 까닭으로, 그래서 등)'처럼 다른 한자와 어울려 쓰이기도 한다.

 

[관계사] 문장에서 위아래 말의 관계를 맺어 주는 말로, 주가 되는 말의 앞에 놓이는 전치사와 주가 되는 말의 뒤에 놓이는 후치사가 있다. 관계사는 국어의 조사 구실을 한다.

 

① 전치사 : 목적어나 보어 앞에 놓여 시작의 위치나 도달점, 비교·방법 등을 나타낸다. '於(어조사 어)'는 체언 앞에 놓여 '~에게(께), ~에서, ~보다, ~같이' 등의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行祭禮於祖上(행제례어조상)'은 '조상님께 제사를 행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於'는 '~께'의 뜻이다. '于(어조사 우)'도 '於'의 용법과 같다. '乎(어조사 호)'는 체언 앞에 놓여 비교의 뜻을 나타내며, '於'와 같이 '~보다'의 뜻으로 쓰인다. '乎'는 이 밖에 반어형 '何~乎(어찌 ~하겠는가)', 의문형 '~인가? ~이오?', 감탄형 '~하구나' 등의 종결 조사로도 쓰인다. '自~至(부터 자, 이를 지)'는 체언 앞에 놓여 '~로부터 ~까지'의 뜻을 나타낸다. '自'만 쓰일 경우에는 '~으로부터'의 뜻으로 새긴다. '從(부터 종)'은 체언 앞에 놓여 '自'와 같이 쓰이며, '~(로)부터'의 뜻을 나타낸다. '從' 자는 본디 '좇다, 따르다'의 뜻으로 동사로 쓰이는 말이다. '以(써 이)'는 체언 앞에 놓여서 '~(으)로써, ~을(를) 가지고'의 뜻을 나타낼 때 쓰이는 전치사이다. '與(더불어 여)'는 체언 앞에 놓여 '~와 함께, ~와 더불어'의 뜻으로 쓰이며, 접속사로 쓰일 때도 있다.

 

②후치사 : 체언 다음에 놓여 아래 말과 관계를 지어 주며, 우리말의 '~의'의 뜻으로 소유의 뜻을 나타내는 데 흔히 쓰인다. '之(의 지)'는 체언 다음에 놓여 '~의'의 뜻을 나타낸다. 이 밖에 '之'는 동사 '갈 지 : 가다', 대명사 '그 지 : 그·이'로도 쓰인다. 이를테면 '子將何之(자장하지 : 그대는 장차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의 '之'는 '가다'는 뜻의 동사이고, '汝知之乎(여지지호 : 당신은 그것을 아는가?'의 '之'는 '그것'을 뜻하는 대명사이다.

 

 

 

 

[어조사] 어구나 문장의 끝에 붙어서 단정·경탄·의문·반어 등의 뜻을 나타내며, 끝맺음을 도와주는 구실을 하는 말을 어조사(語助詞)라고 한다. 국어에서 활용 어미와 같은 구실을 하는 말로서, 종결사라고도 한다.

 

①也(어조사 야) : '~이다'의 뜻으로, 글의 끝에 붙어서 단정하여 끝맺음을 돕는다. '農天下之本也(농천하지본야 :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다)', '五行金木水火土也(오행 금목수화토야 : 오행은 금목수화토이다)', '仁人心也義人路也(인인심야  의인로야 : 어짊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리는 사람의 길이다)' 같은 문장에서 '也'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②矣(어조사 의) : '~이다'의 뜻으로, '也'와 같이 쓰인다. '也'보다는 단정의 뜻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中夜所行朝已昌矣(중야소행 조이창의 : 밤중에 행한 바(한 짓)가 아침에 이미 알려진다)', '外無嚴師友而有能成者鮮矣(외무엄사우 이유능성자선의 : 밖으로 엄한 스승과 벗이 없고서는 능히 (인격을) 이루는 사람이 드물다)', '與善人居卽有與之化矣(여선인거 즉여지화의 : 착한 사람과 더불어 살면 그와 같이 된다)' 같은 문장의 '矣'가 그것이다.

 

③焉(어조사 언) : 어구의 끝이나 중간에 붙어서 '~이다, ~이면'의 뜻으로 '矣'와 같이 강한 단정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三人行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 :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雖千金之利不動心焉(수천금지리 부동심언 : 비록 천금의 이로움이 있더라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心不在焉視而不見(심부재언 시이불견 :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같은 문장에서 '焉'이 바로 어조사이다.

 

④而已(어조사 이, 뿐 이) : 문장의 끝에 붙어서 '~할 따름(뿐)이다'의 뜻으로 강한 단정을 나타낸다. 같은 뜻으로 '已·而已矣(이이의)·耳(이)'도 쓰이는데, '耳'는 '已'보다 좀 약한 단정에 쓴다. 예를 들어 '飮食救渴而已(음식구갈이이 : 음식은 (다만) 목마름(배고픔)을 구원할 따름이다)', '衣服防寒而已(의복방한이이 : 의복은 (다만) 추위를 막을 따름이다)', '有仁義而已矣(유인의이이의 : 인의가 있을 따름이다)' 같은 문장에서 '而已', '而已矣'가 어조사이다.

 

⑤乎(어조사 호) : 어구나 문장의 끝에 붙어서 '~는가(느냐)'의 뜻으로, 의문이나 반어 또는 영탄의 뜻을 나타낸다. '自天而降乎(자천이강호 : 하늘에서 내려왔느냐?)', '汝知之乎(여지지호 : 너는 그것을 아는가?)' 같은 문장에서는 의문,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에서는 반어의 뜻으로 각각 쓰였다.

 

⑥哉(어조사 재) : 어구나 문장의 끝에 붙어서 '~하랴, ~구나(도다)' 등의 뜻으로 쓰여 의문·반어·영탄의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吾何畏彼哉(오하외피재 : 내가 어찌 저(사람)를 두려워하랴)'에서는 반어의 뜻으로 쓰여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또 '可以保民乎哉(가이보민호재 : 가히 (써) 백성을 보전할 수 있겠느냐?)'에서는 의문, '失信可歎可哀哉(실신가탄가애재 : 신의를 잃으니 가히 한탄스럽고 슬프구나)'에서는 영탄의 뜻으로 각각 쓰였다.

 

[감탄사] 사물에 대한 감탄의 느낌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로, 용법은 국어의 감탄사와 같다. 한문에서 주로 쓰이는 감탄사는 '嗚呼(오호), 噫(희)' 등이 있다. '嗚·呼·噫' 모두 '슬프다'는 뜻이다. 예로는 '鳴呼哀哉(오호 애재 : 아아, 슬프도다!)', '鳴呼國恥民辱乃至於此(오호 국치민욕 내지어차 : 아아, 나라의 치욕과 백성의 욕됨이 이에 이르렀구나!)', '噫悽慘矣(희처참의 : 오오, 슬프도다!)' 같은 문장을 들 수 있다. '鳴呼國恥民辱乃至於此'는 민영환의 유서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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