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모음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면서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송이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요

 

7월을 맞으며 / 황금찬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장마 / 김명관

 

7월은

슬픈 하늘을 품고 산다

너를 사랑하고 부터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마음

사랑할수록 커져가는 목마름은

그렁그렁 눈물로 맺히고

눈물방울 떨어진 자리마다

낯선 인연 풀처럼 돋아도

너는 아직도 그 자리

    

7/ 정연복

 

시작이 반이라는 말

딱 맞는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

 

눈 깜짝할 새

두툼하던 달력이 얄팍해졌다.

 

하지만 덧없는 세월이라

슬퍼하지 말자

 

잎새들 더욱 푸르고

꽃들 지천에 널린 아름다운 세상

 

두 눈 활짝 뜨고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몸 드러내는 정직한 시간

 

마음의 빗장 스르르 풀리고

사랑하기에도 참 좋은

 

7월이 지금

우리 앞에 있으니.

 

7/ 오세영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7월의 바다/ 박우복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밀려드는 너와

흔적 없는 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너의 외침이 가슴을 때릴 때

나를 묶고 있던 온갖 기억들은

하얀 포말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슬퍼하지 말자

기뻐하지 말자

밀려드는 파도도 거부하지 말자

7월의 바다는

나의 마음을 먼저 알고

아픈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단 둘이만 있을지라도 !

 

7/ 홍일표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7/ 윤성기

 

내 귀는 이른 새벽에 갓 피어난

해맑은 장미

강물 흐르는 7월의 가락에

소리 내서 날개 치며

아침이 열려오네

가지마다 잎새 우쭐대는 나무와

가는 목 뽑아 들고 폭우 속에서

잠이든 꽃꽃의 노래여,,

 

수채화 / 손월향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색칠하면

도화지에 퍼져 가는

지난여름

 

7월의 풀숲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숨었던 얘기들도

풀숲에서 일어나

 

7월의 초록빛 나무로

쑥쑥 자란다

 

7월의 정경 /운 가레띠


그대 여기에 몸을 던질 때

슬픈 장미 빛으로

아름다운 나뭇잎이 된다.

급류를 녹여 강을 마시며

암초를 깨뜨려 빛을 발한다.

격노에 고집하며 굴하지 않고

공간을 흐트려 조준을 가린다.

여름이다. 기나긴 세월을 따라

석화석처럼 굳어진 그 눈으로

지구의 골격을 할퀴며

나아간다.

  

7/ 이외수


그대는

오늘도 부재중인가

정오의 햇빛 속에서

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

매미들이 울고 있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원고지 속으로

망명한다

텅 빈 백색의 거리

모든 문들이

닫혀 있다

 

인생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리움도 깊어진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방마다 입주시키고

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7월에는 친구를 / 윤보영

 

7월에는

내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친구를 찾겠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던 친구!

 

설령 친구가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친구를 찾게 되면

내가 먼저 전화를 하겠습니다.

 

없는 번호라고 안내되어도

한 번 더 전화해 보겠습니다.

 

결번이라는 신호음을 들으면서

묻어 둔 기억을 다시 꺼내겠습니다.

 

7월에 찾고 싶은 친구는

언젠가 만나야 할 그리움입니다

내 사랑입니다

    

7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묵묵히 견뎌내는

당신의 땀방울을 사랑합니다

구리빛 얼굴에 짠 내음의 소금기가

당신의 울타리안에서

기쁨의 샘터가 되고

가지마다 가득찬 보람의 열매들이

하나 둘씩 영글어가는 소리

싱싱하도록 젊은 7월의 숲에서

나팔소리가 들립니다

 

7월의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이 있을 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일과 사랑, 그리고 당신이 소망하는 것들

미래의 동산에 꿈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의 밭에는

포기나 절망은 하루도 살 수 없는 땅일 겁니다

 

보리수 그늘 아래에 서서

내 마음의 작은 하늘을 열어놓고

석가가 다녀감직한 명상의 집을 짓습니다

행복은 하늘이 아니고

하늘 아래에 사는 연한 잎들의 흔들림 같은 것

그 잎 사이로 노래하는 산새들의 지저귐 같은 것

 

은 구슬빛 햇살에 아침부터 살갗이 덥습니다

지붕 위에 호박 덩쿨이 성큼 커버렸군요

당신의 땀방울 수만큼

빨갛게 익어가는 보리수 열매들, 그리고 또

호젓한 물가, 아버지를 닮은 한 그루의 나무를 떠올리며

꿋꿋히 살아가는 7월의 당신에게 푸른 편지를 띄웁니다

    

7/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 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7월시 / 김진열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 유봉길

 

직장 잃고 집에서 빈둥대는

스물아홉살 옆집 아가씨

지어미 잔소리에

죄 없는 여름햇빛 나무라며

뽀얀 종아리 휘저으며

동네 슈퍼에 들러

오백원 짜리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싸구려 여름을

가슴 깊이 엎지르는

두터운 브래지어 같은

7.

 

7 / 반기룡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

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

 

길가 개똥참외 쫑긋 귀기울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토란 잎사귀에 있던 물방울

또르르르 몸을 굴리더니

타원형으로 자유낙하한다

 

텃밭 이랑마다

속알 탱탱해지는 연습을 하고

나뭇가지 끝에는

더 이상 뻗을 여백 없이

오동통한 햇살로 푸르름을 노래한다

 

옥수숫대는 제철을 만난 듯

긴 수염 늘어뜨린 채

방방곡곡 알통을 자랑하고

계절의 절반을 넘어서는 문지방은

말매미 울음소리 들을 채비에 분주하다

 

수채화 / 손월향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색칠하면

도화지에 퍼져 가는

지난여름

 

7월의 풀숲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숨었던 얘기들도

풀숲에서 일어나

 

7월의 초록빛 나무로

쑥쑥 자란다


7월의 바다 / 황금찬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7월이 오면 / 손광세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7월의 천사 / 장수남

 

칠월의 장마비가

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

늦은 새벽

정형외과 632호 병실

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

내려앉는다

 

어제 떠난 두 사람

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쯤 퇴원할까

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

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

그리움이 넘칠 때

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가을 낙엽 위에 이슬 구르는 작은 목소리

혈압시간이에요

백의천사 환한 미소가

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

채워준다.

 

칠월 / 이오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 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 솟는 담배 밭 옥수수 밭에 땀을 뿌려라

,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 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7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7월을 드립니다.

 

7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예쁘고 고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7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7월을 가득 드립니다.


칠월에 거두는 시 / 김영은


유월의 달력을 찢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바다 내음 풍기는 추억의

아름다움을 주우러 가자

지나간 세월의

아픔일랑은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 버리고

젊음을 주우러 가자

유월의 지루함 일랑은

시간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태양을 주우러 가자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일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은 열정의

열린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칠월의 구르는

숫자 속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주우러가자

단풍잎 물드는 구월엔

칠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낙엽 지는 시월엔 또다시

사랑을 주우러가자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 박철


사랑은 큰일이 아닐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등을 한 번 만져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 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7/ 유봉길

 

직장 잃고 집에서 빈둥대는

스물아홉살 옆집 아가씨

지어미 잔소리에

죄 없는 여름햇빛 나무라며

뽀얀 종아리 휘저으며

동네 슈퍼에 들러

오백원 짜리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싸구려 여름을

가슴 깊이 엎지르는

두터운 브래지어 같은

7


7월에게 /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7월의 편지 / 박두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칠월 / 조민희

 

햇살 짜글거려

화드득 타는 배롱나무

타는 매미 울음

타들어가는 밭고랑에

어머니

타는 속내가

녹음보다

더 짙다

    

7/ 권경엽


닮으라며, 하늘

되게 몰아치는 된바람

숲은, 숲은

아랫입술 잘근 깨물고

휘청이며 뒤척이며

새파래져 간다

   

7/ 김명배

 

자식을 앞세우고 남은

7

에밀레 에밀레 하얀 울음.

 

나는

너무 쉽게 울지만

너는 그렇게 울지 마라.

 

어디선가

부처로 태어날

돌 하나가

시방 막 작은

맥박을 시작한다.


7월의 고백 / 김경주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중년의 가슴에 7월이 오면 / 이채

 

탓하지 마라

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있거늘

떨어진 꽃잎 주워들고 울지 마라

 

저 숲, 저 푸른 숲에 고요히 앉은

한 마리 새야, 부디 울지 마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산다는 건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이야

 

세상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부와 명예일지 몰라도

세월이 내게 물려준 유산은

정직과 감사였다네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

 

세상엔 그 어떤 것도 무한하지 않아

아득한 구름 속으로

아득히 흘러간 내 젊은 한때도

그저 통속하는 세월의 한 장면일 뿐이지

 

그대,

초월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7,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자 한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 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튀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7월의 시 /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 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 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백일홍 / 원종구


누가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한이 사무치면

저 또한 아닌 것을

님 향한 그리움인가

타향살이 설움인가

칠월 무더위에

백 날을 지고 피고

풍년을 바라오면

이팝꽃을 피울 것을

흉중에 서린 한

붉게도 피고 지고

무슨 사연

저리도 서러워

7월 무서리에

감은 눈 다시 뜨는

 

개망초 / 박준영


6, 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 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7/ 홍윤숙


보리 이삭 누렇게 탄 밭둑을

콩밭에 김매고 돌아오는 저녁

청포묵 쑤는 함실 아궁이에선

청솔가지 튀는 소리 청청했다

 

후득후득 수수알 흩뿌리듯

지나가는 저녁비, 서둘러

호박잎 따서 머리에 쓰고

뜀박질로 달려가던 텃밭의 빗방울은

베적삼 등골까지 서늘했다

 

뒷산 마가목나무숲은 제철 만나

푸르게 무성한데

울타리 상사초 지친 잎들은

누렇게 병들어 시들었고

상추밭은 하마 쇠어서 장다리가 섰다

 

아래 윗방 낮은 보꾹에

파아란 모기장이

고깃배 그물처럼 내걸릴 무렵

여름은 성큼 등성을 넘었다


칠월 / 이수인

 

장맛비 그친 하늘 위에

구름꽃 둥둥 피어나고

풀벌레 소리높여 노래하는

 

할머니 모시저고리보다

햇빛이 더 짱짱한 칠월

 

피자두 적포도 청포도 복숭아

한입 물면 새콤달콤한 달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

넉넉하게 살찌우고 가는 칠월

 

한 해의 반은 감사로 보내오니

남아 있는 소망도 접지 않게 하소서

멀리서 오고 있는 가을을 위해

나지막이 기도하게 하소서

 

칠월 / 나호열

 

눈 오는데 목욕하고 팥죽이나 먹으러 갈까

청포도 같은 싱그러움으로 익어 가야 할, 물들어 가야 할

입 안에 붉은 앵두 몇 알 터질 듯

오물거리는 그 말

 

사분음표로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그 말

 

마악 알에서 깨어난 휘파람새가

처음 배운 그 말

 

하늘을 푸른 술렁거림으로 물들이는 그 말

     

7월은 행복한 선물입니다 / 윤보영

 

7월입니다

1년의 반을 보내고

다시 반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7월도 의미 있게 보내겠습니다

 

지금까지

행복한 1년을 준비했다면

앞으로는

행복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나누면서 보태겠습니다

 

7월에는

친구를 만나고

주위를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겠습니다

부지런한 나를 위해

박수를 치겠습니다

 

하지만 7월도

사랑이 먼저입니다

7월 내내 웃으며 보낼 수 있게

내가 나에게 사랑을 선물하겠습니다

 

건강한 7!

웃음 가득한 7월로 만들어

마중 나온 8월을 만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내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7월의 노래 / 엄기원

 

여름은 화안한 웃음인가 봐?

여름은 새파란 마음인가 봐?

풀도 나무도 웃음이 가득

온통 세상이 파란 빛이야

 

숲에서 들린다, 여름의 노래

들판에 보인다 여름의 빛깔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정말 7월은 요술쟁이야

    

7월의 고백 / 김경주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714일 밤 / 유금


큰비 뒤에 밝은 달 보니

오래 못 만난 벗을 만난 듯

쓸쓸히 사방의 하늘을 보니

 

달빛이 환하게 허공을 비추네

벌레는 곳곳에서 찍찍찍 울고

담 모롱이에는 서늘함이 가득하여라

 

방을 내고 뜨락에 못을 만들어

물 채우니 올챙이 생겨났어라

이슬 젖은 꽃에 거미줄 있어

 

큰 거미가 노인처럼 잠을 자누나

맑은 날씨 다시 돌아오니까

아내가 참외를 보냈군 그래

  

7월의 시 /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 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7/ 김지헌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

옆집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하고 있나봐

 

숨가쁜 호흡이 들려

 

잔뜩 귀 기울이다

더 가까이 가 보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잔기침 소리만 내고 있잖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툭툭 건드렸더니

하늘 한쪽 기울여

가장 깨끗한 햇살 파편들을

눈 못 뜨게 쏟아 붓잖아.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이 오면 /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능수화는 피어나는데 / 신영자


능수화 꽃피움을 기다린 당신인데

꽃 향기 가슴져려 타는 꽃잎 눈물이네.

그윽한 주홍빛 향기는 애절한 눈길인가.

님 떠난 빈자리에 철없이 피운 꽃잎

한나절 여린가슴 서러움이 맴을 노네

창가에 시름없는 바람은 목소리의 울림인가.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시모음  (0) 2020.03.22
8월의 시모음  (0) 2020.03.22
6월의 시모음  (0) 2020.03.21
5월의 시모음  (0) 2020.03.21
4월의 시모음 2  (0) 2020.03.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