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한 시 모음 71편

《1》어떤 친구

강대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어떤 친구가 차량 실족으로
병상 신세 지다 목발로 나와, 결국엔
일터에서 늙은 도짓소같이 되더니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
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
사방에서 떼이어 빚만 쳐지고
친구 역시, 산 입에
거미줄 치게 할 수 없어 투자했더니
덜컥 덫에 걸려 날리고 빚에 치여
하나는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
어디다 숨겼냐 하고
한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
서로 너니 내니 하다
얼기설기 마련한 아파트며
묻어 둔 땅 몇 평까지 홀랑 넘겨주고
끝내는 도장 찍고 돌아섰다 하네
금이야 옥이야 하다가도
한 번 토라져 등 돌리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는가?
질그릇 깨고 놋그릇 장만 못할진대. 

《2》못난 친구

강민경

커피에 꿀을 넣으려다가
꿀단지 앞에서 엎어져 죽은
바퀴벌레를 보는데
사랑하는 사람 지척에 두고 그리워하다
더는 그리워하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친구가 생각난다

누군가는 전생에 인연이라 하였고,
누군가는 전생에 원수라 하였지만
그래, 그게 그렇지 않아,
긍정하고 부정하는 사이
이웃집 오빠였거나, 누이동생 같았을
지척에 제 사랑이 있는데
건너지 못할 강 앞에서 애만 태우다
요단강 건넜다는 그 소문처럼

바퀴벌레의 죽음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불길에 뛰어든
그 친구의 생애 같아
평소에
바퀴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나에게
때아닌 측은지심이라니!

하찮은 바퀴벌레의 죽음을 보면서
사랑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하늘나라를 선택한 그 친구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3》술에게 친구에게

강효수

술에 취한 건지
친구에게 취한 건지
친구가 술에 취한 건지
술이 친구에게 취한 건지

술이 술에 취한 건지
친구가 친구에 취한 건지
우리가 술에 취한 건지
술이 우리에게 취한 건지

술이여 내 친구여
그대 내게 오려거든
나비의 애벌레 대지의
봄 아드레날린으로 오라

달과 별 깨지던 밤 불면의
모르핀으로 오라
입술과 혀로 피는
심장의 꽃으로 오라
엔도르핀으로 오라

죽이려 하는 영혼과
죽을 수 없는 영혼
불멸의 촛불로 오라
엑스터시로 오라

영혼의 불꽃 만남으로 오라
얼어붙은 자아의 해방구로 오라
갈 수 없는 금단 구역의
출입증으로 오라
시체는 두고 오라 

《4》친구에게

곽정숙

깔끔한 너에겐
밝은 옷이 잘 어울릴 거야

수줍은 네 미소
영원히 지녔으면 좋을 거야

즐거울 때 같이 기뻐해 주고
못할 고민 있을 때 묵묵히 들어주고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말없이 같이 가줄 수 있는
허물없고 마음이 넓은 너이길 바랠 거야

그냥 네가 보고 싶을 때
전화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재잘대는 수다 다 들어주는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는
그런 친구였으면 한다.

《5》설화되어 가버린 산친구

권경업

밤새 눈 쌓인 자작나무 숲에
내려진 달빛이 모여
아침을 일깨우고
청봉을 넘던
동해의 푸른 바람이
그대 서있는 자리에서 머무노라

꿈길처럼 이어지는
공룡능선에
설화되어 흩날리다
가버린 산선배
오늘은 얼마나 귀가 시릴까

지천으로 피는 참꽃이
마등령 쪽에서 불타오를 때
우리는 선배가 남긴
산 노래를 백두대간에서 부르니

그대 영혼은
지금도 어느 설악의 골짜기를

《6》친구의 넋두리

권오범

못 배운 한 대물림 싫어
땅 팔고 소 팔어 먹물 멕여놨더니
써먹을 디 한군데 읍써 구들직장이니
복장 터질 수밖에

선보먼 퇴짜 맞어 장가는커녕
같이 늙어 가는 꼬락서니
집터가 삼살 방인지
조상 묘에 수맥이 흐르나

남의 자식들은 못 배웠어도 돈 잘 벌고
즈덜끼리 눈 맞어 잘두 살건만
허우대는 호랭이도 잡아먹게 생긴 것이
세상 겁나 입때껏 운전면허두 읍당게

허구한 날 컴퓨터 속 귀신과
고스톱만 치고 자빠졌으니, 위티게 헌댜
저 빌어먹을 꼴 보기 전에
내가 일찌감치 숟가락 놨어야 허넌디

《7》친구야

권옥희

우리의 떠남은
만남보다 먼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잔뜩 웅크린 고향 하늘을
품에 안고 가는 길은
비 오기 전의 정적처럼 늘 가슴이 먹먹했다

만만한 것 하나 없는 세상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살아도
오래된 그리움을 뭉텅뭉텅 잘라
베개 밑으로 숨기며
옹이처럼 단단해져 가는 그 먼 날들을
나는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안고 살았다

또 보자는 희망이 무거운 어깨에 얹어지고
잘 가라, 그래 잘 가라
애잔한 눈빛으로 발목을 잡아끄는
너의 안부를 못 잊은 듯 삼키면

내 가슴 여러 갈래에 너를 보낸 길이 나고
너무 많은 추억들이 바퀴자국 몇 개로
너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입이 얼얼하도록
친구야, 친구야! 부르고 있었다.

《8》친구에게

  권태원

오늘밤
별이 되어 뜨는 나의 사랑을
친구여, 너는 알고 있느냐

살아서도 죽어 가는
하느님의 빈 자리를
친구여, 너는 보고 있느냐

당신 앞에서 한없이 부서지고 있는
나의 생애를
친구여, 너는 느끼고 있느냐

《9》친구

김길남

어젯밤 꿈결에
먼저 간 친구를 만났다
아니 소문에 네가 갔다고 하던데 하니
친구 왈 지금 네 옆에 있는데 내가 어딜 가니

살아 생전 처럼
온 갖 얘기들을 얼마나 했는지
오랫만의 해후를 위해
술집에를 들렀다

한 참 너수레를 떨다
깨었더니 꿈이었다
아니 친구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날이 새면 전화-ㄹ 해 봐야 되는지 고민이다

생전 나와 같이 둘이서 산엘 가면
서로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암벽도 빙벽도 같이 오르고
인생사 서로 토론하면서
식구들끼리도 오며 가며 그랬는데

《10》좋은 친구

김내식

먼 바다에서 육지로
뒷 물결에 밀려오는 파도
속절없는 겨울바람
밀어 대던 날

늘 푸른 소나무 숲 길
앞뒤로 걸어 오르며
떨어진 낙엽 밟고
흘러간 추억을 되살린다

짧아지는 햇볕 아래
과거를 다 아는 바람 맞으며
넓고 부드러운 바다를 끼고
한가로운 구름부부 함께 걷는다

멀리 밤으로 건너가는 다리 위
걸려 있는 낙조를 보며
부딪히는 술잔 속으로
황혼이 가라앉는다

《11》그 친구

김덕길

접속만 하면 방긋 웃음 보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웃으면서 안부를 묻던 친구이었는데

장미꽃 곱게 피고
아카시아 향이 나풀거리는 오월이 되었을 때
꽃잎에 숨었는지
향기에 취해 잠 들었는지.
꼭 오월이 되었을 때
그 친구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
바다가 보고싶다 말했습니다.
섬에 가고 싶다 말했습니다.
어느 섬인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 빙그레 웃음 내 보이며
그리운 섬이라 말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잘 해준 것도 없었는데
바다 보여주겠단 약속도 못했는데
그리운 섬에 가자는 말도 못했는데
그 친구 그렇게 떠났습니다.

성남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
스치듯 한번쯤 그 친구 만났으면
이곳 저곳 사이트 항해하다
우연이라도 좋으니 한번만 보았으면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버린 친구가
오늘은
자꾸 눈에 밟힙니다.
해 밝고 하늘 청아할 때 밟히지 않던
그 친구
우수에 찬 모습으로 구름 일렁이는
이 우중충한 날에는
추적 추적 비가 되어 내릴는지
자꾸만
내 눈가에 밟히고 있습니다.

《12》소식 마른 친구에게

김문숙

새벽 창으로 내어다 보니
큰 밤비 퍼부어
길 흥건 젖었구료

소식 마른 친구여
그대는 괞찮으뇨

그대 잠든 이 하룻 밤 사이
흠뻑 젖은 저 많은 사연
뉘, 다
읽어 내리까 만

나도 어서 잠들어
꿈으로 부치리다


《13》친구들이 그리운 날

김병훈

친구들이 그리운 날이면
소주한잔도 그리워집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는
오늘 소주한잔 하자는
갑작스런 문자 메시지로
사랑하는 서로의 마음을
부끄러워 늘 숨겨 두었던
나의 소중한 친구들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서
늦은 밤까지 술잔을 들면
일상의 찌든 때로
메마르고 아팠던
사나이들의 뜨거운 가슴도
어느덧 술에 흠뻑 취해
희망으로 빛나는 별이 되어
서로를 다정하게 비추어주며
각자의 집을 향해 떠나지만
빈 술잔마다 남겨진 것은
나와 친구들의 깊고 진한
우정의 향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주한잔 그리운 날이면
보고픈 친구들에게
소주한잔 마시자고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14》친구와 술

김병훈

내 휴대전화 단축번호
4번, 5번, 6번에
저장되어 있는 친구들
자칭 공인애주가 트리오와
나는 최근에 자주 술을 마셨다

성난 파도처럼 보이는
친구 A와 어제 만나서
나는 바다가 되어 술을 마셨다
바다처럼 친구 A의 괴로움을
조용히 들어주다가

검은 먹구름처럼 보이는
친구 B와 오늘 만나서
나는 하늘이 되어 술을 마셨다
하늘처럼 친구 B의 괴로움을
조용히 들어주다가

내일은 주인 잃은 낙타처럼 보이는
친구 C와 술 약속이 또 있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과연 나는 친구 C를 만나면
사막이 되어 술을 마실 수 있을까?

《15》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김소월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이 내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 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心事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16》좋은 친구

김시천

가까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 산처럼 있어도
나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대 더욱 깊은 강물로 내 가슴을 흘러가나니

마음 비우면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무주공산
그대가 없어도 내가 있고
내가 없어도 그대가 있으니

가까이 있지 않아서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17》친구

김안로

어둠을 보내고 다가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내 이마 위에 선


네 나중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나온 빛이었으나
내 시작은
또다시 무거운 눈을 떴지

내 손을 잡은 빛이여

《18》친구에게

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19》꽃 보다 친구

김종석

우리가 삼십 년 훌쩍 지난 날 만났었지
꽃씨 뿌리고 누군가 만들어 놨던
사이사이 꽃 길 걸으며 살아 왔는데

술, 마법의 목마름 채우고
그날 밤새 새로워진 길들의 향방
옛길을 더듬기 위하여 밤새 울부짖고

우리의 목소리는 도시 울리고
그 누구도 방해 하는 이 없어
도시도 잃어버린 길을 통곡하듯
어느 여름날 공원정자에서 밤을 세웠지

낡은 정자에 그 마법의 액체들과
삶은 돼지머리 반 조각과 양파와
매운 풋고추 된장 늙어버린 주름진
손길이 챙겨주는 대로 두 보따리

밤새 낡은 공원 정자는 지나버린
유행가의 울부짖음이 새벽 고요하게
바람불어 오며

지나간 세월 한탄과 파안대소가
밤새도록 도시는 잠 못 이루고
꽃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었네.

《20》그리운 친구

김종익

초록빛 시간여행은
그리운 눈물이 된다

따뜻한 고구마로
허기진 슬픔을
달래주던 다정했던 란이

억새풀로 노래하는
산들바람에 네 소식 물어도
고개만 살래살래 젓는다

냇물에 떠내려온 보름달에
소식 전해달라고
사연 적어보낸다

좋아한다고
수줍어 말못하고
가슴앓이만 했었다고

《21》내 친구는 다시

김준철

내 친구는 배를 움켜쥐고
낯익은 하늘에 별이 된다

별은,
별은 다시 신이고 싶다

더이상 무엇도 될 수 없는 신들의 외출에
사람들의 발길은 자신들의 동굴로 향하고
잊혀진 신들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하지만
개들만이 신경질적으로 하늘을 향해 짖는다

개처럼
개처럼 시간은 흘러
발정난 암캐의 울음소리에
밤은 새벽을 유산하고
그렇게 나른한 수음의 꿈으로 잠들려 한다

잠……
새벽녘 창틀에 끼어있는
햇살을 안고 잠든 친구가
아직은 깨어나지 않는다

친구는다시
사랑되지 않는 밤을 향해 돌아눕는다

《22》친구의 시집

김향숙

친구에게서 빌려 온 시집을 펼치니
마른 꽃잎 몇 장이 초르르 떨어진다

나보다 먼저 시를 만난 붉은 장미꽃잎
詩語의 가슴 어디 쯤에 젖은 몸을 부비어
애가 타고 목이 타고 입술 말라 갔을까

친구여
시보다 고운 그대 삶의 갈피마다
그 마음 꽃잎보다 향기로워라

《23》좋은 친구

나명옥

좋은 친구는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고
울어주는 친구보다

친구의 기쁜 일에 질투나 시기함이 없이
함께 기뻐하고
웃으며 축하해줄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참다운 친구입니다

좋은 친구는
같이 어울리는 동안
혹 친구의 허물이 보여도 말하기 보다

그 친구만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으로 받아들이며
인정해주고 감싸주며
오히려 그 허물마저
돋보이도록 해줄 수 있는 친구입니다

좋은 친구는
서로의 간격이 없는
이미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무언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계이기에
친구의 장단점마저
있는 그대로 아끼고 위하며
좋아해줄 수 있는
그 또한 자신의 한 그림자로 생각하는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친구입니다

《24》친구

류정숙

꽃가루 날리듯
오간 사연들
가슴에
화문으로
조각되고

노크 없이
찾아드는
향 묻은 꽃잎

기실 내겐
추억을 가두어 둘
빗장이 풀린지 오래다

무지개로
다리 놓은
가슴과 가슴 사이
크게 불러보는 날엔
환한 꽃잎이 핀다

《25》친구에게

박두순

친구야
너는 나에게 별이다.
하늘 마을 산자락에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그 사이의 한 송이 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의 둘레에서 돋아나는
별자리 되어
내 마음 하늘 환히 밝히는

기쁠 때도 별이다.
슬플 때도 별이다.

친구야
네가 사랑스러울 땐
사랑스런 만큼 별이 돋고
네가 미울 땐
미운 만큼 별이 돋았다.

친구야
숨길수록 빛을 내는 너는
어둔 밤에 별로 떠
내가 밝아진다.

《26》이런 친구가 그리워진다

박영숙

꽃이 피는
외로운
봄날에는

격식과 예의를 떠나서
아무 때고 찾아가도
들꽃같이 순수한 미소로
두 팔 벌려 반기는
언니같이 다정한
이런 친구가 그리워진다

비가 오는
슬픈 날에 찾아가면
무작정
흐르는 내 눈물 이해하며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내 슬픔 잠재울 수 있는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엄마 같은
이런 친구가 그리워진다

거짓과
숫자만이 넘실대는
인파 속을 헤쳐나갈 때면
물같이 투명한 충고와
칼날 같은 지혜로
바른길로 이끌 수 있는
선생님 같이 자상한
이런 친구가 그리워진다

회색 빛 좌절이
거센 바람을 몰고 와서
넝마처럼 방황할 때가 내게 온다면
여명의 빛같이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는 봄비같이
언제나
희망과 사랑의 손 내미는
수도자 같은
이런 친구가 그리워진다

《27》그리운 친구들

박정순

구멍 난 검정고무신을 움켜쥔 채
운동장을 종횡무진으로
치닫던 코 흘리게 친구

여학생 고무줄놀이만 보면
끊고 다니던 개구쟁이 친구들
지금은 어데서 뭘 할까

빛 바랜 플라타너스 낙엽사이로
조각난 달빛이 얼굴을 여 밀면
가버린 추억들의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이제라도 다시 그 순간들
소쿠리로 주섬주섬 담아보려 해도
술술 빠져버린 시간들

잊혀진 추억들 한 움큼이라도 있으면
다시는 붙잡고 놓지 않으련만
어디서 쑥부쟁이 꽃처럼 부시시 웃고 있을까

아직도 그 허름한 운동장은
나를 부르고 있지만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추억

즐거웠던 순간들을
세월에 물려주고
추억의 고목에 기대여 있다 

《28》초등 친구

박태강

같이 뛰놀다 배우며
싸우면서 정이 든 친구
만나지 않아도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

각기 다른 길을 걸어
헤어진지 반세기 얼굴엔 골이 패이고
삶의 자욱 남아도
아이 그대로인 친구 만나 즐거웠노라.

걸어온 길 달라도
옛날 돌아가는 길 순간으로 짧아
너, 나, 모두가 하나되어
옛이야기 꽃피울 때 진정 행복하였다.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그리운 친구야
또다시 만날 수 있게 건강하여라

다음 또 웃으면서 만날 친구
저문 날의 달빛처럼
우리 밝히는 그리움은
잔잔한 행복이어라.

《29》친구

박현수

늦은 밤 친구가 그리울 때
불꺼진 방에서 수화기를 더듬는다.

익숙한 손놀림
수화기 건너 편한 목소리

응…… 나야……
그냥 후후 비가 와서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너의 숨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늘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네 이름 석자에서 위안을 느낀다.

응…… 나……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지금도 나는 전화기를 더듬는다.
지금도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30》이런 친구가 좋다

송정숙

별빛도 한 잔 달빛도 한 잔
한 잔 술로 취하고 싶을 때
가끔은 눈물, 콧물에
주절이 궁상도 떨지만
어느 날은 빙그레 웃으며
시 한 구절 쓰는 친구가 좋다

누룩처럼 피는 곰팡이 벗삼아
푸른 하늘 있던가 모르다
눈사람을 만들고 허물다
모자가 필요하다며
이 모자 저 모자 씌우다
뛰어오라는 친구가 좋다

《31》보고 싶은 친구에게

신경숙

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울어 본 적 있는 친구가

《32》친구

신순균

어릴 때부터
미운정 고운정 들어
가까이 하는 친구가 있다

멀리 할 수도 없고
가까이 할 수도 없는
막연한 친구가 있다

항상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친구
그 사람이 아니면 살 수 없는
나의 분신이 있다

만나면 부담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마음 편한 친구가 있다

있으나 마나 한 친구
내 삶에 백해무익한
골치 아픈 친구가 있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
목숨 바쳐 희생한
생명의 주인이 있다

《33》그 친구 생각난다

신재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었는데
웃고 즐긴 시간들 신이 났었는데
바람불어도 그리 춥지 않았는데
오늘은 유난히 생각난다.
그 친구 생각난다.
언젠가 그 모습 잊을까봐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질까봐
뚜렷이 바라보던 그 친구,
이제는 얼굴마저 희미해진다.

《34》보고 싶은 친구에게

신재순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 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선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35》친구에게

심억수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에겐 함께할 친구가 많다고
그러나 정작 같이 있고 싶을 때
함께할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는것을 느낍니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에겐 좋은 친구가 많다고
그러나 정작 축하해줄 자리에
함께 할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기쁨에 처해있을 때……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에겐 마음을 같이할 친구가 많다고
그러나 정작 외롭고 괴로울 때
달래줄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는것을 느낍니다.
내가 슬픔에 처해있을 때……

많은 생각속에 살아가는 세월
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찾을 수 있는것은
내 가까이에 있는 친구라 생각합니다.

평생을 함께할
내 마음에 안식을줄
내 말에 귀 기울여줄
내 울음에 눈물 닦아줄
내 웃음에 기뻐해줄
그런 친구가 얼마나 있는지
한 사람이라도 있는지
지금 이 순간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살면서
나에게 득이 되든 실이 되든
그대가
나에겐
진정한 친구랍니다.

《36》사랑을 찾는 친구에게

심홍섭

친구를 위해
여기 영혼의 쉼터
안식의 의자
하나
비어 놓았습니다
별처럼
달처럼
살고픈 그대를 위해
사랑 하나
사랑 둘
사랑 셋
사랑의 메아리
가슴에 메아리 칠 때
휴식의 바다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37》소중한 친구에게

안근찬

친구라는 말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우정보다 소중한것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아름다운 친구
소중한 우정이길 바랍니다.

가끔 사랑이란 말이 오고가도
아무 부담없는 친구,

혼자울고있을때 아무말없이
다가와 "힘내"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바로 내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당신의 어떤 마음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함께있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칭찬하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당신이 있으면,
당신도 내가 있으면 만족하는
그런친구이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행복이 없다면 그 행복을 찾아 줄 수 있고,
당신에게 불행이 있다면,
그불행을 물리칠 수 있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각자의 만족보다는 서로의 만족에
더 즐거워하는 그런 친구이고 싶습니다.

사랑보다는 우정, 우정보다는 진실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고맙다는 말대신 아무말 없이 미소로 답할 수 있고,
둘 보다는 하나라는 말이 더잘 어울리며,
당신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할 수 있는 그런 친구이고 싶습니다.
아무말이 없어도 같은 것을 느끼고
나를 속인다해도 전혀 미움이 없으며,
당신의 나쁜점을 덜어줄수 있는
그런친구이고 싶습니다.

잠시의 행복이나 웃음보다는 가슴깊이
남을 수 있는 행복이 더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친구 보다는 늘 함께 있을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에도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아낌의 소중함보다 믿음의 소중함을 더 중요시하는
먼 곳에서도 서로를 믿고 생각하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당신보다 더 소중한 친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에게 처음으로 행복을 가르쳐준 친구,
당신을 위해 늘 기도 하겠습니다.

《38》친구들

오하룡

만나자 해서 만나면 술판만 벌이는 친구들
서로 얼굴보고는 그만 쉽게 취해버리는 친구들
하나 쓸거리 없는 농담 잡담 질편히 쏟으며
실성한 것 같이 허허거리다가
유행가나 내 지르다가
한바탕 꿈꾼 기분 그 뿐
만나자 해서 만나면 술판만 벌이는 친구들

《39》네가 내 가슴에 없는 날

용혜원

친구야!
우리가 꿈이 무엇인가를
알았을 때,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

그때마다
우리들 마음에
꽃으로 피어나더니
아이들의 비누방울 마냥 크고 작게
하늘로 하늘로 퍼져 나갔다.

친구야!
우리들의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커다랗게 웃었지.
우리들의 꿈이 산산이 깨져버렸을 때,
얼싸안고 울었다.
욕심 없던 날
우리들의 꿈은 하나였지.

친구야!
너를 부른다.
네가 내 가슴에 없는 날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40》고향 친구

유소례

따르릉……따르릉……
간이역을 굴절해 오는
폰 벨의 울림
세월을 껴입고 변색 된 음성이
내 가슴을 절이게 한다

고향은 간이역,
지치면 쉬어 가는 쉼터
정수리 위 별들은
너의 별, 나의 별
전선을 굴러 온 목소리는
가슴 설레는 네 별의 진동이다

서로 폰을 타고 나와
간이녁에 앉아서
포로 된 현실의 겉치레를 뜯어내고
별빛 속에 들어가
까마득히 묻어놓은 보고를 열어
푹 익은 풀빛 추억을 마셔본다 . 

《41》그대의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윤석구

내가 쓸쓸하고 허전할 때
만나서 술 한잔 마시는 친구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삶에 힘들어 할 때
따스한 말 한마디로
위로해 주고, 위로 받는
가슴에 새긴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혼자라는 쓸쓸함에 밀려오는
외롭고 허전한 가슴의 울부짖음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고
조용히 들어 줄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을
가슴에 심은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하늘이 다르고
별꽃 모양이 다른 밤길을 걸어도
사랑보다 더 진한 우정으로
그대의 영혼과 함께
인생의 들길을 걸을 수 있는
진정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아주 가끔 목소리한번 들어도
기뻐하고 반가워하는
찬란한 우정의 꽃으로
믿음직한 가슴을 지닌
그대의 소중한 친구이고 싶습니다

《42》친구

윤용기

오랜 시간의 벽을 쌓고 쌓아
살아 온 날들
전화벨이 울렸다.
새롭게 옛 영상이
순식간에 피---익 돌아간다.
너무 낡은 필름 속으로
나 자신도 빨려 들어간다.
아롱아롱
기억들이 추억이 되어
까까머리 중학시절로
되돌아간다.
세사의 고된 역경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
들꽃이 되어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친구야!
그 오랜 시간 속에
꽃피어 온 우정
가슴을 화알짝 열고
아름답게 피어 보렴아. 

《43》오래된 친구

윤의섭

그를 만나면
거울과 같은 얼굴이
나를 대하고
자리를 함께 할 때는
그림자 같이 가깝네

심성이 우물같이 깊으니
믿음이 깊고
바다와 같은 넓은 배려
편안함이 그지없네

삶에 지쳤을 때
소리 없이 위로를 주는

아!
오랜 시간을 농익은
나의 친구여!

《44》곁에 있으면 좋은 친구

이남일

뜰안에 친구하나 심고 싶다.
밤마다 달빛 가득 찾아올 때면
못 가에 그윽한 향기 화답하는
화사한 꽃 한 송이 피우고 싶다.

숲속에 친구하나 만나고 싶다.
종일 나무가지에 귀대고
지저귀는 노래 가슴에 담아도 좋을
작은 새 하나 부르고 싶다.

강가에 친구하나 노닐고 싶다.
별처럼 맑은 눈빛으로
부드러운 강바람과 만나는
언덕 위에 정자 하나 짓고 싶다.

마음의 향기 이슬로 영글었다가
아침이면 따뜻한 차 한잔 내어놓는
늘 곁에 있으면 좋은
친구 하나 만나고 싶다.

《45》내 친구

이문조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내 친구

밖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잘하고
구수한 육두문자(肉頭文字)도
곧잘하는데

집에만 들어가면
진짜 갱상도
말 없는 그 사나이

아(童)는……
밥(食)도……
자자……

《46》친구

이민숙

왼손을 내밀면
오른손 내밀어 손잡고
지친 어깨를 두드리던 친구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조용히 가슴과 눈빛으로 말하며
낙심했던 마음 위로했던 친구

고난이 닥쳐 눈물 흘리면
손수건 접어 건네며
말없이 일을 해결하고
웃어 주던 친구

주름살 마냥 늘어난 세월 앞에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고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살다 문득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때 꼭 떠오르는 얼굴

그립기만 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친구

《47》친구라는 건

이성민

나와 너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이 더 정겨운 것이
친구라는 거지.
내가 지닌 고통의 무게보다
네가 보인 눈물 방울에
더 가슴 아픈게 친구의 마음.
친구라는 건
어느 지루한 오후 불쑥 날아든
한 통의 편지 같은 기쁨.
때론 모든 것에 너무나 실망해서
내 마음도 차갑게 얼어붙지만
잡아주는 따스한 네 손길이
세상엔 아직 잃어버린 사랑보다는
베풀어야 할 사랑이 많다는 걸 가르쳐 주지.
내게 남는 것을 나누어주기보다
내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줄수 있는,
친구의 사랑은 바로 그런걸 꺼야.
친구라는 건
너무 힘이 들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라도
변함 없이 따사로운 웃음으로
다시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게 하는
그런 희망 같은 거란다.

《48》친구에게

이재호

이 세상에서
친구보다 더 값진 길이 있을까?

이 세상에서
친구보다 더 빛나는
그 어떤 발견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낙심하지 않을 일이다.

내 괴로움을
그대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돌아오는 들길에서
종달새의 노래 소리를 듣는다.

우리들의 삶 가운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세월이 흘러 가더라도

우정이란
영원한 종교처럼
언제나 새롭고 거룩한 일이기에

친구여
인간만이 인간을 구원할 뿐인
우정의 믿음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일이다.

《49》별을 보며

이해인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티 없이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춰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50》친구랑 장날에

이향아

내 창자 속까지 안다는 친구
그 친구 불러내어 장에나 가고 싶다.
화순 장날이나 담양 장날 언젠가
하루 골라서
기웃거려 반나절은 지나가게 두고
장터 국밥 허름한 포장을 밀면
와락 달려드는 눈물 같은 훈김
삐걱대는 걸상에 아무렇게 걸터앉아
숭덩숭덩 조선 파 듬뿍 얹어야지
뚝배기 넘치게 밥을 말아야지
세상이 변했어,
인심도 변했어
우리는 입 안 가득 세월을 씹으면서
파장이야
파장이야 웨쳐도 좋아.
떨이야 떨이야 목을 놓아도 좋아
친구 하나 불러서 장에나 가고 싶다.

《51》친구 안부

이현기

건강한가
모두 묻지 않았 다네
야속다 하지 마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침묵으로 말 했지
무거운 침묵으로
이 사람
노장 친구 들아
이제 철이 들었나
외 로움이야
외로움 속으로 들어 가면
그만 이지
소박한 친구 처럼
배우지 못하고
살아간 그대가 더 좋아
형 아우 내것 네것
없이 살아간
소박한 친구들
오늘은 핏대 올리며
눈 부라리고
삿 대질 하 다가도
내일은 웃어 버리던
친구들……
꾹 참아 버린
아름 다운 인내
우리 시간 이었다
가슴에 숨은 앙금
바다 깊은 물에
밀려 보냈지
비까지 내리던 날 이면
대포집
한사발 회포 푸는
참 아름다운 시간 이었다
언제나 맘 언저리에
숨어 있는 사연……
불쑥 나타날 때면
참기 어려운 시간들
어제도 오늘도
안부 묻지 않았다네
용서 하게나

《52》친구와의 추억

임계자

호롱불빛 머금은 문 창호 사이로
초승달 따라 떠나버린 친구야
마음의 눈을 뜰 수 있었다면

개구멍 앞에서 민들레꽃 들여다보던
여울목에서 뒷걸음질하여
달아나지 않았을 것을

거미줄에 달려있는 이슬방울에서도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잔솔밭 바람이 잠들고 나니
총총이 박혀있는 추억들이
떠나버린 슬픈 초승달빛 되어
담 없는 추억을 비추네

어제도 오늘도
이제까지 그 모습들 별처럼 빛나서
발길에 차이는 조약돌 하나에게도
떠나 보내고 싶지 않는
너와 나의 우정의 추억이 아니던가

《53》친구와 함께

이임영

마음에 맞는 친구와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일에 관해서도 좋고
사랑에 관해서 건
아니면 가족이나 삶에 관해서
같은 시절 같은 공간에 머물러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시절
삶의 곳곳에 섭렵했거나
미완으로 매듭지어졌던
보따리 다 풀어서
진지하게 경청하고
삶의 노고에 대해 위로해주고
늦은 오후의 햇살의 여유처럼
열정적이지는 않으나
선하고 온화한 중년의 여유를 누려보고 싶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동화돼보기도 하고
불합리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열변도 늘어놓으면
쉽게 코드가 조율되어질 수 있고
마음을 나눠서 채워가질 수 있어서
서로에게 할애 한 시간에 대해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을 확인해보고 싶다

헤어지고 나면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가슴 가득 채운 기쁨의 충만감으로도
두고두고 삶의 힘이 되는
친구와 함께 하고싶다

《54》이런 친구가 됐으면 해

정승혜

반짝 하다 사라지는 유행가보다
가끔 들어도
어느새 가사를 외워버린
순간순간 다른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 같은 친구

기쁠때보다
힘들고 외로울때
망설임 없이 연락할 수 있는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느끼는 친구

사람들이 그러잖아
진실한 친구 세 명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그 중에 하나가 나이고 싶어

《55》이런 친구가 됐으면 해

정승혜

반짝 하다 사라지는 유행가보다
가끔 들어도
어느새 가사를 외워버린
순간순간 다른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 같은 친구

기쁠때보다
힘들고 외로울때
망설임 없이 연락할 수 있는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느끼는 친구

사람들이 그러잖아
진실한 친구 세 명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그 중에 하나가 나이고 싶어

《56》외로운 벗에게

조병화

고독하십니까,
운명이옵니다

몹시 그립고 쓸쓸하고, 외롭습니까,
운명이옵니다

어이없는 배신을 느끼십니까,
운명이옵니다

고립무원, 온 천하에 홀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계시옵니까
그것도 당신의 운명이옵니다

아,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전생의 약속인 것을
그곳에 그렇게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있는 것도
이곳에 이렇게
가랑잎이 소리 없이 내리는 것도

《57》친구

천양희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58》나의 친구

최다원

나의 친구는 남의 어려움을 보려한다
나의 친구는 남의 말을 새겨듣는다
나의 친구는 항상 온화한 표정으로 남을 대한다
나의 친구는 남을 존경하는 태도를 갖는다
나의 친구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나의 친구는 늘 신중하게 행동한다
나의 친구는 의문점이 발견되면 풀려 애쓴다
나의 친구는 화나는 일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의 친구는 정의롭게 이득을 얻는다
나의 친구는 어디서 무얼 할까 

《59》친구야

최대희

보고 싶다 친구야 라는
말을 들으면
어두웠던 마음이 보름달처럼
환해지지요

보고 싶다 친구야 라는
말을 들으면
한겨울의 외로움도 군고구마처럼
따듯하지요

보고 싶다 친구야 라는
말을 들으면
봄날의 버들눈처럼
새 희망이 움트지요

비가 오는 날
활짝 핀 우산을 건네주는
둥근 마음 그리워

오늘, 그대에게
보고 싶다 친구야 라고
편지를 씁니다.

《60》친구에게

최복현

친구야
널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멀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네가 밉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미웠어

이렇게 비가 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땐
자꾸 네 생각이 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이
우정이란 걸 넌 아니?
사랑보다 더 깊은 추억을
새겨 준 친구야

《61》친구의 편지

최영희

친구에게서
고향의 구름을 걷어 쓴 편지가 왔습니다

우리가 향수에 젖는 것은
풀 내 나는 비릿한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람 끝에 묻어, 끝도 없이
어머니 아버지 무덤가에 이끼로 내려앉는
습한 그림자 하나 걷지 못하는
애틋함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갯짓처럼
우리 가슴에는
언제나 허공에 너울지는
고향을 향한 영혼의 몸짓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나고 지는
풀 한 포기도 제 뿌리내린 흙의 내음은
쉽게 덜지 못 하겠거니
우리 가슴에는 늘, 안개처럼 젖어드는
고향이 있었습니다
친구여,
내게 보내 온 편지는 잔잔한 바람이었습니다
누었던 풀 포기가 바람에 일렁이듯
우리의 서러웠던 기억까지 그리움의 물결을 이룹니다
편지 속에는, 학교 가는 길
한낮의 굽이를 넘기는 애절하던 새소리,
그리고 가슴을 에이듯 씽씽 울어 대던
놋재를 돌아온 바람소리도 들립니다
그곳이,
그곳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62》친구란

U. 샤퍼

친구란
같이 웃어 줄 사람
같이 울어 줄 사람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며
같이 싸워 줄 사람

친구란
가장 귀한 재산이며,
지극한 기쁨이며,
애정으로 포장하고,
완벽으로 줄을 맨

친구란
하늘로부터의 선물

《63》한 둘

허형만

이만큼 살다보니
함께 나이 든 친구 한 둘
뭐 하냐 밥 먹자
전화해주는 게 고맙다

이만큼 살다보니
보이지 않던 산 빛도 한 둘
들리지 않던 풍경소리도 한 둘
맑은 생각 속에 자리잡아 가고

아꼈던 제자 한 둘
선생님이 계셔 행복합니다
말 건네주는 게 고맙다

《64》친구 시인

홍경임

이 날 이 때 까지 가난 아귀와 동거하는
친구 시인이 있다

장녀였던 그녀는 열일곱살때 부터
집안 청소 시장 보기 국수가게 부수러기 국수 줍기

열여섯 열일곱 학교 다니며
공장에서 미싱시다 일하기

열 여덟 살 회사에 급사로 들어가 야간학교 다니며
낮에는
남 출근하기 전 3시간
남 퇴근 후 3시간 더 일하여 수당 받아
식구 먹여 살리기

가진 거라곤 불알뿐인 남편과 사랑으로 결혼하여
십육년간 월세방 전전하다
간만에 전세방 하나 얻었는데
시동생 약 먹고 죽는다 자살 소동 벌여
병원비로 전셋돈 마저 날아갔단다

이제 달거리도 끊긴 마흔 후반의 여인
고물로 모은 헌 책장사 너무 힘이 들어
집어치우곤 요사인 Y시 외곽에서
꽃으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이름하여 꽃 편지 꽃가게를 하며
오늘도 손님들께 향기 없는 환한 미소로 꽃을 판다.

《65》친구

홍수희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항상 그 자리에 있네

친구라는 이름 앞엔
도무지 세월이 흐르지 않아
세월이 부끄러워
제 얼굴을 붉히고 숨어 버리지

나이를 먹고도
제 나이 먹은 줄을 모른다네

항상 조잘댈 준비가 되어 있지
체면도 위선도 필요가 없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웃을 수 있지
애정이 있으되 묶어 놓을 이유가 없네
사랑하되 질투할 이유도 없네

다만 바라거니
어디에서건 너의 삶에 충실하기를
마음 허전할 때에
벗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신은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네
우정의 나뭇가지에 깃든
날갯짓 아름다운 새를 주셨네

《66》내 사랑 친구

김옥준

마음속 밑바닥 무명 자리에
자리 깔고 누운 그리움
그, 그리움 속 공허함 비집고
그 우정은 내 가슴 속 깊이
한뼘 한뼘 그 불량을 키워 갔지
한때는 솟구치는 감정을 포개면
찻집으로 밥집으로
헤매면 우정을 키웠지
친구는 날이 갈수록 무장된
언어의 마술사로 언제나 본인 뜻대로
합리화시키면 난 늘 매료되고
부족한 나의 가슴을 메우면
촌스런 나의 행동을 휘감았지
싱글이란 너의 자유를 만끽했지만
웃음으로 코팅된 뒷모습엔
진한 고독의 외로움이 흐르고 있었지
그 고독 그 외로움
어루만져 주지 못한 이 친구
이해하겠니
용서하겠니
제대로 따뜻한 차림새도 하지 못하고
뜨거운 가슴 열어 보이지도 못하고
만나면 늘 그렇게 바삐 돌아가곤 했지
우정은 파랗게 파랗게 새봄에도 잘 자라겠지
우리 두 사람 잘 키웠으니까

《67》보고 싶다 친구야

노정혜

다정 다감한 친구야
어디서 무얼 하나
꽃 진자리에 초록으로 물던 지금
너무 보고 싶다
친구야! 꿈 많은 소녀
우리는 서로 경쟁하며 공부했지
정 많은 내 친구야
각자의 독특한 개성
꿈 많은 소녀
지금은 노을 진 언덕
우리는 많이들 변했지
지금의 모습 어떻게 변했나
행여 만나면 몰라 볼가 두렵기도 해
보고 싶은 내 친구들
서녘 노을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부르고 싶은 내 친구들
건강하게 아름답게 익으가길

오늘 밤 꿈속에서
우리 같이 만나자

《68》친구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69》추억 속의 친구

용혜원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낙엽 지던 날
전화를 했다

"늘 보고 싶었다"고
"늘 보고 싶었다"고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눈이 오던 날
전화를 했다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70》친구에게

전혜령

오늘은
문득 멀리 있는 친구에게
한 장의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몹시 행복합니다.

날은 점차 어두워지고
하늘이
어둠으로 물들면
작은 별 하나 떠오릅니다

그 별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친구의 얼굴이
그 위에 겹쳐집니다.

삶은 타오르는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누군가에게 빛을 던지는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문득 작은 별 위에
사랑 하나 걸어두고 싶습니다.

《71》애인 같은 친구

이호길

삶이 힘들어 피곤할 때
초라한 선술집에서
가을밤처럼 깊은 우정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쩌다
비 갠 오후처럼
싱그러운 마음이 들면
분위기 있는 노래방에 가
서로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책갈피처럼 단짝인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그립지만
언제나 부담이 되지않고
좋은 마음으로 지켜주는
애인 같은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시 모음   (0) 2020.05.03
아침 시 모음  (0) 2020.04.13
찔레꽃 시 모음   (0) 2020.04.01
12월의 시모음  (0) 2020.03.22
11월의 시모음  (0) 2020.03.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