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 모음>

★아침  /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맑은 아침  /정세훈

이 아침
내 오줌빛이
왜 이토록
푸르고
맑으냐

지난밤 그리운 사람 만나서
그 사람 술잔에 술 한 잔 쳐주었네

 ★ 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 오늘 아침에  / 이봉직

오늘 아침 골목에서
제일 처음 눈 맞춘 게 꽃이었으니
내 마음은 지금 꽃이 되어 있겠다.

오늘 아침 처음 들은 게
새가 불러 주는 노랫소리였으니
내 마음은 지금 새가 되어 있겠다.

그리고 숲길을 걸어 나오며
나뭇가지 흔들리는 걸 보았으니
내 마음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있겠다.

가지마다 예쁜 꽃이 피고
새가 날아와 앉아 노래 부르는
그런 나무가 되어 있겠다.
 

★  아침  / 윤동주

휙,휙,휙
쇠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캄, 어둠이 깊다깊다 밝으오.

이제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땀물을 뿌려 이 여름을 길렀소.

잎,잎,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또 하오 


 ★ 아침인사  /  조희선

그만 일어나시게
아침이 오셨네.

그대 고단한 여행길 지친 것은 내 아네만
그래도 오늘 하룻길 또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대 여독을 핑계삼아 쉬는 건 좋네만
그러다 아예
추억과 회한에 매여
다시 길 떠나지 못할까 걱정되네.

그만 일어나시게
그대 다녀온 그곳보다 더 좋은 풍경과 인연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네.

이제 그만 툭툭 털고 일어나시게
갈 길이 아직 더 남았으니… 

★  아침을 여는 소리  / 유명숙

주인님
어서 일어나세요
단잠 깨우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
부스스 일어나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
잔뜩 찌푸린 얼굴
애써 외면하고
그 낯선 얼굴에
최면을 건다

일그러진 표정에
다림질한다
고르게 다듬어진
밝은 표정
그래
그게 바로 너야

기다랗게 드리워진
커튼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연다
맑은 햇살
상큼한 바람
아!
상쾌한 아침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다

★ 아침 햇살   /  박인걸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맑은 아침 햇살이
집무실 가득하게
평온으로 채우고 있다.

인사말도 없이
자신의 의지로 들어와
마음 가득 부어 주는
흘러넘치는 평화

영혼 깊은 곳에서
맑은 가락을 자아나고
따스한 손길로
본성적 선(善)을 일깨운다.

어둠을 몰아내고
희망으로 채워주는
아침 햇살은 과연
누가 보낸 선물일까 


★  아침이 즐거운 이유  /  하영순

아침 햇살
밤새 내린 이슬을 간지를 때
이슬은 또르르 연잎에 구릅니다.

내 사랑 눈빛
몸으로 받으며
하늘은 푸르르 날개를 폅니다.

사랑이 있어
오늘이 즐겁고
사랑을 줄 수 있어 아침이 즐겁습니다.
우유 빛 해맑은 웃음

그 웃음이
닫힌 문을 열어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주고도  
주고도
주어도주어도  
모자라는 샘물 같은 내 사랑

아침이 즐거운 이유
그녀 때문입니다

 ★ 아침  /  신혜림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 아침  /  이해인

사랑하는 친구에게 처음 받은
시집의 첫 장을 열듯
오늘도 아침을 엽니다.

나에겐 오늘이 새날이듯
당신도 언제나 새사람이고
당신을 느끼는 내 마음도
언제나 새마음입니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났던 날의
설레임으로
나의 하루는 눈을 뜨고

나는 당신을 향해
출렁이는 안타까운 강입니다.
 
★   새날 아침에  /  문태준

새날이 왔습니다.
아침 햇살을 따사롭게 입습니다.
햇살은 사랑의 음악처럼 부드럽습니다.
아침은 늘 긍정적입니다.
아침은 고개를 잘 끄덕이며 수긍하는,
배려심 많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어제의 우울과 슬픔은
구름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어제의 곤란을 기억해내야 할 의무도,
필요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어제의 그것을
이 아침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면 됩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하루가 앞에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 아침 언어  /  이기철

저렇게 빨간 말을 토하려고
꽃들은 얼마나 지난밤을 참고 지냈을까
뿌리들은 또 얼마나 이파리들을 재촉했을까
그 빛깔에 닿기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저 뜨거운 꽃들의 언어

하루는 언제나 어린 아침을 데리고 온다
그 곁에서 풀잎이 깨어나고
밤은 별의 잠옷을 벗는다

아침만큼 자신만만한 얼굴은 없다
모든 신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초록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 아침 곁에서
사람을 기다려 보면 즐거우리라

내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꽃의 언어를 주고 싶지만
그러나 꽃의 언어는 번역되지 않는다
나무에서 길어낸 그 말은
나무처럼 신선할 것이다
초록에서 길어낸 그 말은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모음일 것이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시  (0) 2020.07.08
봄비 시 모음   (0) 2020.05.03
친구에 대한 시 모음   (0) 2020.04.01
찔레꽃 시 모음   (0) 2020.04.01
12월의 시모음  (0) 2020.03.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