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推句集
『추구(推句)』의 저자는 미상이며, 그 내용은 유명한 시인들과
명사들이 애송했던 오언절구(五言絶句)들 중 좋은 대구(對句)들만
발췌하여 저술한 책이다. 초학(初學)들이 천자문, 사자소학,과 함께
가장 먼저 익힌다고 하여『추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내용은 천지자연에 관한 것을 맨 먼저 설명하고, 그 다음으로는
인간에 관한 것과 일상생활에 있어서 항상 접할 수 있는 화조월석(花朝月夕)
등을, 그리고 말미에는 권학(勸學)을 강조하는 내용을 실어서 권학의지를
고취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天高日月明이요 (천고일월명)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地厚草木生이라 (지후초목생)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라도다.
月出天開眼이요 (개출천개안) 달이 나오니 하늘이 눈을 뜬 것이요
山高地擧頭라 (산고지거두)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이로다.
東西幾萬里요 (동서기만리) 동서는 몇 만리인가?
南北不能尺이라 (남북불능척) 남북은 자로 잴 수도 없어라.
天傾西北邊이요 (천경서북변) 하늘은 서북쪽 가로 기울어져 있고
地卑東南界라 (지비동남계) 땅은 동남쪽 경계가 낮도다.
春來梨花白이요 (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夏至樹葉靑이라 (학지수엽청) 여름이 다가오니 나뭇잎이 푸르구나.
秋凉黃菊發이요 (추량황국발) 가을이 서늘하니 노란 국화가 피어나고
冬寒白雪來라 (동한백설래) 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리도다.
日月千年鏡이요 (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년의 거울이요
江山萬古屛이라 (강산망고병)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로다.
東西日月門이요 (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와 달의 문이요
南北鴻雁路라 (남불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들의 길이로구나.
春水滿四澤이요 (춘수만사택) 봄 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峯이라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아라.
秋月揚明輝요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冬嶺秀孤松이라 (동령수고송) 겨울 산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도다.
日月籠中鳥요 (일월롱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요
乾坤水上萍이라 (건곤수상평)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라네.
白雲山上蓋요 (백운산상개) 흰 구름 산 위의 일산이고요
明月水中珠라 (명월수중주) 밝은 달 물 속의 구슬이라네.
月爲宇宙燭이요 (월위우주촉) 달은 우주의 촛불이 되고
風作山河鼓라 (풍작산하고) 바람은 산과 강의 북이 되네.
月爲無柄扇이요 (월위무병선)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星作絶纓珠라 (성작절영주) 별은 끈 끊어져 흩어진 구슬이 되네.
雲作千層峰이요 (운작천층봉) 구름은 천 층의 봉우리가 되고
虹爲百尺橋라 (홍위백천교) 무지개는 백척의 다리가 되는구나.
秋葉霜前落이요 (추엽상전락) 가을 잎은 서리 전에 떨어지고요
春花雨後紅이라 (춘화우후홍) 봄 꽃은 비 내린 뒤에 붉어진다네.
春作四時首요 (춘작사시수) 봄은 사 계절의 처음이 되고
人爲萬物靈이라 (인위만물령)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도다.
水火木金土요 (수화목금토) 수?화?목?금?토는 오행(五行)이고요
仁義禮智信이라 (인의예지신)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라네.
天地人三才요 (천지인삼재) 하늘?땅?사람은 삼재이고요
君師父一體라 (군사부일체)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라네.
天地爲父母요 (천지위부모)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日月似兄弟라 (일월사형제) 해와 달은 마치 형제 같구나.
夫婦二姓合이요 (부부이성합) 부부는 두 성이 합하였고
兄弟一氣連이라 (형제일기연) 형제는 한 기운이 이어졌도다.
父慈子當孝요 (부자자당효) 부모는 사랑하고 자식은 마땅히 효도해야 하며
兄友弟亦恭이라 (형우제역공) 형은 우애하고 아우 또한 공손해야 한다.
父母千年壽요 (부모천년수) 부모는 천년의 장수를 누리시기를 기원하고
子孫萬世榮이라 (자손만세영) 자손은 만 대의 영화를 누리기를 바란다.
愛君希道泰요 (애군희도태) 임금을 사랑하여 도가 태평할 것을 바라고
憂國願年豊이라 (우국원년풍) 나라를 걱정하여 해마다 풍년들길 원하네.
妻賢夫禍少요 (처현부화소)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고
子孝父心寬이라 (자효부심관)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은 너그럽다.
子孝雙親樂이요 (자효쌍친락) 자식이 효도하면 두 분 어버이가 기뻐하시고
家和萬事成이라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思家淸宵立이요 (사가청소립) 집 그리워 맑은 밤에 서성이다가
憶弟白日眠이라 (억제백일안) 아우 생각에 대낮에도 졸고 있다네.
家貧思賢妻요 (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國亂思良相이라 (국란사양상)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
綠竹君子節이요 (녹죽군자절)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요
靑松丈夫心이라 (청송장부심) 푸른 소나무는 장부의 마음이로다.
人心朝夕變이요 (인심조석변)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山色古今同이라 (산색고금동)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로구나.
江山萬古主요 (강산만고주)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人物百年賓이라 (인물백년빈) 사람은 백년의 손님이로다.
世事琴三尺이요 (세사금삼천) 세상일은 석 자 거문고에 실어 보내고
生涯酒一盃라 (생애주일배) 생애는 한 잔 술로 달래네.
山靜似太古요 (산정사태고)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이라 (일장여소년)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靜裏乾坤大요 (정리건곤대) 고요한 속에서 하늘과 땅의 큼을 알겠고
閒中日月長이라 (한둥일월장) 한가한 가운데 세월의 긺을 느끼네.
耕田埋春色이요 (경전매춘색) 밭을 갈며 봄빛을 묻고
汲水斗月光이라 (급수두월광) 물을 길으며 달빛을 함께 떠오네.
西亭江上月이요 (서정강상월) 서쪽 정자에는 강위로 달이 뜨고
東閣雪中梅라 (동각설중매) 동쪽 누각엔 눈 속에 매화가 피었구나.
飮酒人顔赤이요 (음주인안적) 술을 마시니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고요
食草馬口靑이라 (식초마구청) 풀을 뜯으니 말의 입이 파래진다네.
白酒紅人面이요 (백주홍인면) 탁주는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黃金黑吏心이라 (황금흑리심)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만드네.
老人扶杖去하고 (노인 부장거)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가고
小兒騎竹來라 (소아기죽래) 어린아이는 죽마(竹馬)를 타고 오도다.
男奴負薪去하고 (남노부신거) 사내 종은 나무 섶을 지고 가고
女婢汲水來라 (여비급수래) 여자 종은 물을 길어 오도다.
洗硯魚呑墨이요 (세연어탄묵) 벼루를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煮茶鶴避煙이라 (자다학피연) 차를 달이니 학이 연기 피해 날아 가도다.
松作延客蓋요 (송작연객개) 소나무는 손님 맞는 일산이 되고
月爲讀書燈이라 (월위독서등) 달은 글 읽는 등불이 되네.
花落憐不掃요 (화락련불소) 꽃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지 못하고
月明愛無眠이라 (월명애무면)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이루네.
月作雲間鏡이요 (월작운간경) 달은 구름 사이의 거울이 되고
風爲竹裡琴이라 (풍위죽이금) 바람은 대나무 속의 거문고가 되네.
掬水月在手요 (국수월재수) 물을 움켜쥐니 달이 손에 있고
弄花香滿衣라 (농화향만의)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五夜燈前晝요 (오야등전서) 깊은 밤도 등불 앞은 대낮이고요
六月亭下秋라 (유월정하추) 유월에도 정자 밑은 가을이라네.
歲去人頭白이요 (세거인두백) 세월 가니 사람 머리 희어지고요
秋來樹葉黃이라 (추래수엽황) 가을 오니 나뭇잎 누래집니다.
雨後山如沐이요 (우후산여목) 비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 것같고
風前草似醉라 (풍전초사취) 바람 앞의 풀은 술취한 것 같네.
人分千里外요 (인분천리외) 사람은 천리 밖에 떨어져 있고
興在一杯中이라 (흥재일배중) 흥은 한 잔 술 속에 있구나.
春意無分別이요 (춘의무분별) 봄 뜻은 분별이 없지만
人情有淺深이라 (인정유천심) 인정은 깊고 얕음이 있구나.
花落以前春이요 (화락이전춘) 꽃이 떨어지기 이전이 봄이요
山深然後寺라 (산심연후사) 산이 깊어진 뒤에야 절이 있도다.
山外山不盡이요 (산외산불진) 산 밖에 산이 있어 다하지 않고
路中路無窮이라 (노중로무궁) 길 가운데 길이 있어 끝이 없도다.
日暮蒼山遠이요 (일모 창산원) 해 저무니 푸른 산이 멀어 보이고
天寒白屋貧이라 (천한백옥빈) 날씨 차가우니 초가집이 쓸쓸하구나.
小園鶯歌歇이요 (가원 앵가헐) 작은 동산엔 꾀꼬리 노래 그치고
長門蝶舞多라 (장문 접무다) 커다란 문엔 나비들 춤만 많구나.
風窓燈易滅이요 (풍창등이멸) 바람 부는 창 등불 꺼지기 쉽고
月屋夢難成이라 (월옥몽난성) 달빛 드는 집 꿈 이루기 어려워라.
日暮鷄登塒요 (일모계등시) 해 저무니 닭은 홰 위로 오르고
天寒鳥入檐이라 (천한조입첨) 날씨 차가우니 새가 처마로 드는구나.
野曠天低樹요 (야광천저수)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나무 위로 낮게 드리우고
江淸月近人이라 (강청월근인) 강물이 맑으니 달이 사람을 가까이 하네.
風驅群飛雁이요 (풍구군비안) 바람은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月送獨去舟라 (월송독거주)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누나.
細雨池中看이요 (세우지중간) 가랑비는 못 가운데서 볼 수가 있고
微風木末知라 (미풍목말지) 산들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다네.
花笑聲未聽이요 (화소성미청)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淚難看이라 (조제 루난간) 새는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려워.
白鷺千點雪이요 (백로천점설) 백로는 천 점의 눈이요
黃鶯一片金이라 (황앵일편금) 누런 꾀꼬리는 한 조각 금이로구나.
桃李千機錦이요 (도리천기금) 복숭아꽃 오얏꽃은 일 천 베틀의 비단이요
江山一畵屛이라 (강산일화병) 강산은 한 폭의 그림 병풍이로다.
鳥宿池邊樹요 (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 나무에서 잠자고
僧敲月下門이라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빛 아래 문 두드리네.
棹穿波底月이요 (도천파저월)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이라 (선압수중천)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
高山白雲起요 (고산백운기) 높은 산에는 흰 구름 일고
平原芳草綠이라 (평원방초록) 넓은 들에는 고운 풀이 푸르러!
水連天共碧이요 (수연천홍벽) 물은 하늘과 이어져 함께 푸르고
風與月雙淸이라 (풍여월쌍청) 바람은 달과 함께 모두 맑아라!
山影推不出이요 (산영추불출)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月光掃還生이라 (월광 소환생)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기네.
水鳥浮還沒이요 (수조부환몰)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山雲斷復連이라 (산운단부연) 산 구름 끊겼다 다시 이어져…….
月移山影改요 (월이사영개) 달 옮겨가니 산 그림자 바뀌고
日下樓痕消라 (일하루흔손) 해 저무니 누대 흔적 사라지누나.
天長去無執이요 (천장거무집)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라 (화노 접불래) 꽃이 시드니 나비조차 오지를 않네.
初月將軍弓이요 (초월장군궁) 초생 달은 장군의 활이요
流星壯士矢라 (유성장사시) 유성은 장사의 살이로다.
掃地黃金出이요 (소지황금출)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라 (개문만복래) 문을 여니 만복이 오도다.
鳥逐花間蝶이요 (조축화간접)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고
鷄爭草中蟲이라 (계쟁초중충)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도다.
鳥喧蛇登樹요 (조훤사등수) 새 지저귀니 뱀이 나무에 오르고
犬吠客到門이라 (견폐객도문) 개 짖어대니 길손이 문에 이르렀나 보다.
高峯撐天立이요 (고봉탱천립)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버티고 서 있고
長江割地去라 (장강할지거) 긴 강은 땅을 가르며 흘러가는구나.
碧海黃龍宅이요 (벽해황룡택)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요
靑松白鶴樓라 (청소백학루)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의 누대로다.
月到梧桐上이요 (월도오동상) 달은 오동나무 위에 이르고
風來楊柳邊이라 (풍래양류변) 바람은 버드나무 가로 불어오누나.
群星陣碧天이요 (군성진벽천) 뭇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落葉戰秋山이라 (낙엽전추산) 지는 잎은 가을 산에서 싸움을 하네.
潛魚躍淸波요 (잠어 약청파) 잠긴 물고기는 맑은 물결에서 뛰놀고
好鳥鳴高枝라 (호조명고지) 예쁜 새는 높은 가지에서 울고 있구나.
雨後澗生瑟이요 (우후 간생슬) 비온 뒤 시냇물은 비파소리를 내고
風前松奏琴이라 (풍전송주금) 바람 앞의 소나무는 거문고를 연주하네.
馬行千里路요 (마행천리로) 말은 천리의 길을 가고
牛耕百畝田이라 (우경백무전)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가는 구나.
馬行駒隨後요 (마행구수후)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따르고
牛耕犢臥原이라 (우경 둑와원)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 들판에 누워 있구나.
狗走梅花落이요 (구주매화락) 강아지 달려가니 매화 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이라 (계행죽엽성) 닭이 걸어가니 댓닢이 이루어지네.
竹筍黃犢角이요 (죽순황둑각)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이요
蕨芽小兒拳이라 (궐아소아권) 고사리순은 어린아이 주먹이로다.
天淸一雁遠이요 (천청일안원) 하늘 맑은데 한 마리 기러기 멀리 날아가고
海闊孤帆遲라 (해활고범지) 바다 너른데 외로운 돛단배 더디 가는구나.
花發文章樹요 (화발문장수) 꽃은 문장 나무에서 피어나고
月出壯元峰이라 (얼출장원봉) 달은 장원봉에서 나오는구나.
柳色黃金嫩이요 (유색황금눈) 버드나무 빛깔은 황금 같이 곱고
梨花白雪香이라 (이화백설향) 배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綠水鷗前鏡이요 (녹수 구전경) 푸른 물은 갈매기 앞의 거울이고요
靑松鶴後屛이라 (청송학후병) 푸른 솔은 학 뒤의 병풍이라네.
雨磨菖蒲刀요 (우마창포도) 비는 창포의 칼을 갈고
風梳楊柳髮이라 (풍소양류발) 바람은 버드나무 머리칼을 빗질하도다.
鳧耕蒼海去하고 (부경창해거) 물오리는 푸른 바다를 갈며 떠나가고
鷺割靑山來라 (로할청산래)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오는구나.
花紅黃蜂鬧요 (화홍황봉료) 꽃이 붉으니 누런 벌들이 시끄럽고
草錄白馬嘶라 (초록백마시) 풀이 푸르니 백마가 울고 있네.
山雨夜鳴竹이요 (산우야명죽) 산 비는 밤에 대나무를 울리고
草蟲秋入牀이라 (초충추입상) 풀벌레는 가을에 침상으로 들어오네.
遠水連天碧이요 (원수연천벽) 아득한 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이라 (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이요 (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이라 (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고 있네.
露凝千片玉이요 (로응천편옥) 이슬이 맺히니 천 조각 구슬이요
菊散一叢金이라 (국산일총금) 국화가 흩어지니 한 떨기 황금이로다.
白蝶紛紛雪이요 (백접분분설) 흰 나비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이요
黃鶯片片金이라 (황앵편편금) 누런 꾀꼬리는 조각조각 금이로다.
洞深花意懶요 (동심화의라) 골 깊으니 꽃 피려는 뜻 게으르고
山疊水聲幽라 (산첩산성유) 산 깊으니 물소리도 그윽하여라.
氷解魚初躍이요 (빙해어초약) 얼음이 녹으니 물고기가 처음 뛰어 오르고
風和雁欲歸라 (풍화 안욕귀) 바람이 온화하니 기러기 돌아가려 하는구나.
林風凉不絶이요 (입풍 량부절) 숲의 바람 시원함이 끊이지 않고
山月曉仍明이라 (산월효잉명) 산에 걸린 달 새벽에도 여전히 밝아.
竹筍尖如筆이요 (죽순첨여필) 죽순은 뾰족하여 붓끝과 같고
松葉細似針이라 (송엽세사침) 솔잎은 가늘어 바늘 같구나.
魚戱新荷動이요 (어희신하동) 물고기 희롱에 새로 난 잎 살랑이고
鳥散餘花落이라 (조산여화락) 새 흩어지니 남은 꽃 떨어지네.
琴潤絃猶響이요 (금윤현유향) 거문고 젖었어도 줄은 여전히 소리를 울리고
爐寒火尙存이라 (노한화상존) 화로 차가워도 불은 그대로 남아 있네.
春北秋南雁이요 (춘북추남안) 봄에는 북쪽, 가을엔 남쪽에 있는 것은 기러기요
朝西暮東虹이라 (조서모동홍) 아침에는 서쪽, 저녁엔 동쪽인 것은 무지개라네.
柳幕鶯爲客이요 (유막앵위객) 버들막엔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花房蝶作郞이라 (화방접작랑) 꽃방엔 나비가 신랑이 된다네.
日華川上動이요 (일화천상동) 햇빛은 시냇물 위에서 넘실거리고
風光草際浮라 (풍광초제부) 바람 빛은 풀 사이에 떠 있다네.
明月松間照요 (명월송간조)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淸泉石上流라 (청천석상류) 맑은 샘은 돌 위를 흐르는구나.
靑松夾路生이요 (청송협로생) 푸른 소나무는 길을 끼고 자라고
白雲宿檐端이라 (백운숙첨단)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고 있네.
荷風送香氣요 (하풍송향기) 연꽃 바람은 향기를 보내오고
竹露滴淸響이라 (죽로 적청향) 대나무 이슬 맑은 소리로 떨어지누나.
谷直風來急이요 (곡직풍래급) 골짜기 곧으니 바람 불어옴이 급하고
山高月上遲라 (산고월상지) 산 높으니 달 오름도 더디기만 해.
蟋蟀鳴洞房이요 (실솔명동방) 귀뚜리는 골방에서 울고 있고요
梧桐落金井이라 (오동락금정) 오동잎은 가을 우물로 떨어집니다.
山高松下立이요 (산고송하립) 산 높아도 소나무 아래 서 있고
江深沙上流라 (강심사상류) 강 깊어도 모래 위로 흐르네.
花開昨夜雨요 (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이라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大旱得甘雨하고 (대한득감우) 큰 가뭄에 단비를 얻고
他鄕逢故人이라 (타향 봉고인)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네.
畵虎難畵骨이요 (화호난화골) 호랑이를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知人未知心이라 (지인미지심) 사람을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네.
水去不復回요 (수거불부회) 물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言出難更收라 (언출난갱수) 말은 한 번 내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네.
學文千載寶요 (학문천재보) 글을 배우면 천년의 보배요
貪物一朝塵이라 (탐물일조진) 물건을 탐하면 하루아침의 티끌이라네.
文章李太白이요 (문장이태백) 문장은 이태백이 으뜸이요
筆法王羲之라 (필법왕희지) 필법은 왕희지라네.
一日不讀書면 (일일불독서)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口中生荊棘이라 (구중생형극)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네.
花有重開日이나 (화유중개일)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지만
人無更少年이라 (인무갱소년)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도다.
白日莫虛送하라 (백일막허송) 젊은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靑春不再來니라 (청춘부재래) 청춘은 다시 오지 아니한다네.
天高日月明(천고일월명) 하늘이 높으매 해와 달이 밝고
地厚草木生(지후초목생) 땅이 두터우매 초목이 자라네.
父母乾坤竝(부모건곤병) 부모는 건곤으로 아우러고
君臣上下分(군신상하분) 군신은 상하로 나뉘였네
春來梨花白(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나무 꽃은 하얗게 피고
夏至禾黍靑(하지화서청) 여름이 오니 벼와 기장이 푸르다.
秋涼黃菊發(추량국화발) 가을이 서늘함에 누른 국화가 만발하고
冬寒白雪來(동한백설래) 추운 겨울이 오면 흰 눈이 내린다.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 달이 뜨면 하늘이 눈을 뜨고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 산이 높으니 땅은 머리를 들었다.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사람의 마음을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고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 산의 색깔을 옛날이나 지금이 똑 같다.
日月千年鏡(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년 변하지 않는 거울이요
江山萬古屛(강산만고병) 산과 강은 만년 동안 변치 않는 병풍이로다.
東西日月門(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아 달의 문이요
南北鴻雁路(남북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 때의 길이로다.
十年燈下苦(십년등하고) 십년동안 등불아래 공부한 고생
三日馬頭榮(삼일마두영) 벼슬길에 올라 삼일동안 말을 타고 축하를 받는다.
一日不讀書(일일불독서)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 입 안에 가시가 돋아난다.
江山萬古主(강산만고주) 강과 산은 만고의 주인이지만
人物百年賓(인물백년빈) 사람은 강산에 잠시 왔다가 가는 나그네.
春北秋南雁(춘북추남안) 봄에는 북쪽, 가을에는 남쪽으로 기러기 왕래하고
朝西暮東虹(조서모동홍) 아침에는 서쪽, 저녁에는 동쪽에 무지개 빛난다.
日月籠中鳥(일월농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에 있는 새와 같고
乾坤水上萍(건곤수상평) 하늘과 땅의 움직임은 물위에 부평초와 같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봄이면 연못에 물이 가득하고
夏雲多奇峯(하운다기봉) 여름의 구름은 기묘한 봉우리를 많더라.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가을에 뜨는 달은 유난이 밝게 빛나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겨울 산준령에 빼어난 소나무가 더욱 외롭구나.
日暮鷄登塒(일모계등시) 해가 지면 닭은 횃대 위에 오르고
天寒鳥入簷(천한조입첨) 날씨가 추우면 새들은 처마 밑으로 찾아 든다.
細雨池中看(세우지중간) 이슬비는 못 가운데서 그 형상을 볼 수 있고
微風木末知(미풍목말지) 미풍은 나무 끝을 보면 알 수가 있다.
松作迎客蓋(송작영객개) 소나무 밑은 손님을 맞는 채일 구실을 하고
月爲讀書燈(월위독서등) 달은 책을 읽는데 등불 구실을 한다.
桃梨千機錦(도리천기금) 복숭아 꽃과 배꽃은 베틀에 있는 비단 같고
江山一畵屛(강산일화병) 강산은 한 폭의 병풍과 같네.
微雲過河漢(미운과하한) 솜털구름은 은하수를 유유히 자나가고
疎雨滴梧桐(소우적오동) 소나기는 오동나무 잎을 적신다.
學文千載寶(학문천재보) 글을 배워 익히면 천년의 보물이 되나
貪物一朝塵(탐물일조진) 물건을 탐내면 하루아침의 티끌로 사라진다.
柳幕鶯爲客(류막앵위객) 버드나무는 꾀꼬리를 손님으로 맞아 들이고
花房蝶作郞(화방접작랑) 꽃은 나비를 서방으로 모시네.
山外山不盡(산외산부진) 산을 넘어도 산은 끝이 없고
路中路無窮(노중노무궁) 길은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네.
飮酒人顔赤(음주인안적) 술을 마시면 사람의 얼굴 붉어지고
食草馬口靑(식초마구청) 풀을 뜯으면 말의 입이 푸러지네.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 비온 뒤에 산은 목욕한 것 같고
風前草似醉(풍전초사취) 바람 불면 풀들은 술 취한 듯 흔들리네.
花笑聲未聽(화소성미청) 꽃이 웃어도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없고
鳥啼淚難看(조제루난간) 새가 울어도 그 눈물을 본 적이 없네.
風驅群飛雁(풍구군비안) 바람이 불어서 무리로 나는 기러기를 쫓고
月送獨去舟(월송독거주) 달은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하네.
小園鶯歌歇(소원앵가헐) 정원은 꾀꼬리가 노래하며 쉬는 곳이고
長門蝶舞多(장문접무다) 대문에는 나비가 때를 지어 춤을 추네.
風窓燈易滅(풍창등이멸) 창에 바람이 불면 등불은 쉽게 꺼지고
月屋夢難成(월옥몽난성) 달이 환히 밝으니 꿈을 이루기 어렵네.
白鷺一點雪(백로일점설) 백로는 한점의 흰 눈 같고
黃鶯一片金(황앵일편금) 노란 앵무새는 한조각 황금덩이 같네.
東西幾萬里(동서기만리) 동서는 몇 만 리 인지 알 수가 없고
南北不能尺(남북불능척) 남북은 아득하여 자로 잴 수가 없네.
狗走梅花落(구주매화락) 개가 달리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 닭이 쫒차가는 곳에 대 잎이 만들어지네.
竹筍黃犢角(죽순황독각) 죽순은 노란 송아지 뿔과 같고
蕨芽小兒拳(궐아소아권) 고사리 순은 어린이 주먹과 같네.
白雲山上蓋(백운산상개) 흰 구름은 산위에 있는 덮개 같고
明月水中珠(명월수중주) 밝은 달은 물속에 있는 구슬 같네.
花紅黃蜂鬧(화홍백운료) 꽃이 붉게 피니 벌들이 노래하고
草綠白馬嘶(초록백마사) 풀이 푸르게 욱어지니 백마가 뛰논다.
耕田埋春色(경전매춘색) 밭을 가니 봄을 땅에 묻는 것 같고
汲水斗月光(급수두월광) 물을 퍼오면 달빛도 함께 떠오는 것 같네.
畵虎難畵骨(화호난화골) 호랑이를 그려도 호랑이 뼈를 그리기 어렵고
知人未知心(지인미지심) 사람은 알아도 그 마음을 알기 어렵도다.
秋葉霜前落(추엽상전락) 가을에 잎사귀는 서리가 오면 떨어지고
春花雨後紅(춘화우후홍) 봄에 꽃은 비온 뒤에 붉게 피네.
雨滴沙顔縛(우적사안박) 비가 오면 백사장이 갑자기 얼룩지고
風來水先動(풍래수선동) 바람이 불면 물이 먼저 움직인다.
吹火女脣尖(취화여순첨) 불을 부는 여자의 입술은 뾰족하고
脫弁僧頭圓(탈변승두원) 모자를 벗은 중의 머리는 둥그네.
天傾西北邊(천경서북변) 하늘은 서북으로 기울었고
地卑東南界(지비동남계) 땅은 동남을 경계로 낮게 이어져 있네.
花有重開日(화유중개일) 꽃은 저도 다시 필 날이 있지만
人無更少年(인무갱소년) 사람은 늙으면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네.
鳥逐花間蝶(조축화간접)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아 다니고
鷄爭草中蟲(계쟁초중충)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어 잡네.
山影推不出(산영추불출) 산 그림자 밀려와도 더 나가지 않고
月光掃還生(월광소환생) 달빛은 쓸어도 다시 생겨나네.
鳥喧蛇登樹(조훤사등수) 새가 지저귀니 나무우로 뱀이 오름을 알고
犬吠客到門(견폐객도문) 개가 짖으니 문 앞에 손님 온 것을 아네.
風來水面嚬(풍래수면빈) 바람이 부니 수면이 찰랑이고
雨齋雲始散(우재운시산) 비가 개이니 비로소 구름이 흩어지네.
石蹲壯士拳(석준장사권) 돌이 웅크린 모양은 장사의 주먹 같고
峰尖文章筆(봉첨문장필) 산봉우리 뾰족한 것은 글 쓰는 붓과 같네.
高峰撑天立(고봉탱천립)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떠받치는 것 같고
長江割地去(장강할지거) 긴 강은 땅을 갈라 베고 가는 것 같네.
野廣天低樹(야광천저수)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낮아 나무에 걸린 것 같고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 강이 맑으니 강 속에 달이 사람 가까이 있는 것 같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연못가에 있는 나무에서 잠을 자고
僧鼓月下門(승고월하문) 절에 있는 스님은 달빛 아래서 북을 친다.
水鳥浮還沒(수조부환몰) 물새는 물에 잠겼다 떴다가 하며 놀고
山雲斷復連(산운단부련) 산위에 있는 구름은 이어졌다 끊겼다 하네.
棹穿波底月(도천파저월) 배를 젓는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선압수중천) 물 위에 뜬 배는 물속에 비친 하늘을 눌렀네.
世事琴三尺(세사금삼척) 세상의 일은 거문고 석자로 뜻을 다하고
生涯酒一盃(생애주일배) 인생의 삶은 술 한 잔으로 달래네.
西亭江上月(서정강상월) 서쪽 정자 가에 흐르는 강위에 달이 뜨고
東閣雪中梅(동각설중매) 동쪽 누각 아래 설중매가 피네.
讀書爲貴人(독서위귀인) 글을 읽고 배우면 사람을 귀하게 만들고
不學作農夫(불학작농부) 배우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드네.
惜花愁夜雨(석화수야우) 꽃을 아끼는 마음은 어젯밤 비를 원망하고
病酒怨春鶯(병주원춘앵) 술병에 걸리니 봄 앵무새도 원망스럽네.
五夜燈前晝(오야등전주) 긴 밤이라도 등불 앞에서는 낮과 같고
六月亭下秋(육월정하추) 유월이라도 정자 아래 앉으니 가을 같이 시원하네.
鳧耕蒼海去(부경창해거) 물오리가 바다를 해엄치는 것은 밭을 가는 것 같고
鷺割靑山來(로할청산래) 백로가 날아오는 것은 청산을 베며오는 것 같네.
怒虎誠難犯(노호성난범) 성난 호랑이는 결코 범하면 아니 되고
飢狗走隣家(기구주인가) 굶주린 개는 이웃집으로 달려간다.
栗黃鼯來拾(율황오래습) 밤이 익으면 다람쥐들이 와서 주워가고
柿紅兒上摘(시홍아상적) 감이 붉게 익으면 아이가 올라가서 따가네.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 날이 저물면 푸른 산은 멀어지고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 날씨가 추우니 집집마다 쓸쓸하게 보이네.
雨脚尺天地(우각척천지) 비가 주룩 내리는 것이 천지간을 재려는 것 같고
雷聲叱江山(뇌성질강산) 우레 소리는 강산을 질타하는 것 같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밤에 비가 오니 대나무가 우는 것 같고
草蟲秋入床(초충추입상) 벌레는 가을이 오니 마루 밑으로 모이네.
歲去人頭白(세거인두백)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는 희어지고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 가을이 오니 나뭇잎이 누러지네.
洞深花意懶(동심화의라) 깊은 골짝에 피는 꽃은 계절을 잘 모르고
山纍水聲幽(산류수성유) 산이 깊으면 물소리는 그윽하게 들리네.
群星陳碧天(군성진벽천) 많은 별들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치고
落葉戰秋山(낙엽전추산) 낙엽은 가을 동산에 병사들이 전쟁을 하는 것 같네.
靜裡乾坤大(정리건곤대) 고요할 때 천지의 거대함을 알 수 있고
閑中日月長(한중일월장) 한가로울 때 세월이 무척 길다는 것을 아네.
白酒紅人面(백주홍인면) 흰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黃金黑吏心(황금흑이심) 황금은 관리의 마음을 검게 만드네.
男奴負薪去(남노부신거) 사네 하인은 나무를 지러 가고
女婢汲水來(여비급수래) 하녀는 물을 길러 오고 있네.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할수록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國亂思良相(국란사양상)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좋은 재상을 생각하게 한다.
碧海黃龍宅(벽해황룡댁)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고
靑松白鶴樓(청송백학루) 푸른 솔밭은 백학의 집이로다.
露凝千片玉(노응천편옥) 이슬이 맺히니 천 개의 구슬 모양 같고
菊散一叢金(국산일총금) 국화가 만발하니 황금이 모여서 쌓인 것 같네.
水去不復來(수거불부래) 물은 흘러가면 다시 오기 어렵고
言出難更收(언출난갱수) 말을 한번 뱉으면 다시 담기 어렵네.
脫冠翁頭白(탈관옹두백) 노인이 관을 벗으니 머리가 백발이고
開襟女乳圓(개금여유원) 여자가 옷깃을 여니 유방이 둥그네.
月爲無柄扇(월위무병선) 달은 자루 없는 부채 같고
星作絶纓珠(성작절영주) 별들은 마치 흩어진 구슬과 같네.
馬行駒隨後(마행구수후) 말이 앞에 가니 망아지 뒤따라가고
牛耕犢臥原(우경독와원) 소가 밭을 나니 송아지 들판에 누워있네.
月作雲間鏡(월작운간경) 달뜨니 구름사이에 거울 같이 보이고
風爲竹裡琴(풍위죽리금) 바람이 부니 대나무 숲에서 거문고 소리가 나네.
綠水鷗前鏡(녹수구전경) 푸른 물은 갈매기의 거울이 되고
靑松鶴後屛(청송학후병) 푸른 솔은 학을 위한 병풍이 되네.
落花憐不掃(낙화련불소) 꽃이 지니 가련하여 차마 쓸지 못하고
月明愛無眠(월명애무면) 달 밝으니 너무 좋아 잠을 잘 수 없네.
柳色黃金嫩(류색황금눈) 버들 빛깔을 황금같이 요염한 색을 내고
梨花白雪香(이화백설향) 배나무 꽃은 백설같이 희고 향기롭네.
月移山影改(월이산영개) 달이 옮겨가니 산 그림자 자꾸 바뀌고
日下樓痕消(일하루흔소) 해가 지니 누각 그림자 사라지네.
鳥飛枝二月(조비지이월) 새가 나뭇가지에서 팔락팔락 날아다니고
風吹葉八分(풍취엽팔분) 바람 불면 팔랑팔랑 나뭇잎이 휘날린다.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 하늘은 높고 멀어 가서 잡을 수가 없고
花老蝶不來(화로접불래) 꽃이 시들면 나비도 날아오지 않네.
短池孤草長(단지고초장) 작은 연못에는 풀이 많이 자라지 못하고
通市求利來(통시구리래) 시장에는 장사꾼이 이익을 찾아 모여드네.
好博閑忘宅(호박한망택) 도박을 좋아하면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看章細覺情(간장세각정) 학문을 닦으려면 작은 일에 관심을 버려야 한다.
無水立沙鷗(무수입사구) 물이 없는 모래사장에 갈매기는 서있고
排草失家蟻(배초실가의) 풀이 없어지니 개미는 집을 잃어버린다.
花作娼女態(화작창녀태) 아름다운 꽃은 미인의 얼굴 같고
松守丈夫心(송수장부심) 소나무는 군자의 굳은 절개 같구나.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 달이 하늘 가운데 밝게 뜨고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바람이 수면을 불어 올 때.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 이렇게 좋은 자연의 맑은 뜻을
料得少人知(료득소인지) 잘 아는 사람 많지가 않도다.
馬行千里路(마행천리로) 말은 천리 길을 달릴 수 있고
牛耕百畝田(우경백무전)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갈 수가 있네.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남으로 벌려져 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은 낮과 밤으로 갈렸네.
月爲大將軍(월위대장군) 밤하늘의 달은 대장군과 같고
星作百萬師(성작백만사) 별들은 백만의 군사와 같도다.
靑松君子節(청송군자절) 푸른 소나무는 군자의 절의를 상징하고
綠竹烈女貞(녹죽열녀정) 푸른 대나무는 열녀의 정절을 뜻한다.
林風凉不絶(임풍량불절) 숲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함이 그치지 않고
山月曉仍明(산월효잉명) 산에 뜨는 달은 새벽에도 더욱 밝다.
大旱得甘雨(대한득감우) 큰 가뭄에 단비를 만나니
他鄕逢故人(타향봉고인)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난 것과 같도다.
白日莫虛送(백일막허송) 젊은 날을 허송하지 말라.
靑春不再來(청춘불재래) 한번 간 청춘은 다시 오지 아니한다.
日出扶桑路(일출부상로) 해는 부상 길에서 솟아나고
暮入若木枝(모입약목지) 저녁에는 약목 나뭇가지에서 쉬노라.
燕語雕樑晩(연어조량만) 제비가 처마에서 우는 것은 독수리가 노리기 때문이요
鶯啼綠樹深(앵제녹수심) 꾀꼬리가 우는 것은 숲이 우거졌기 때문.
山深然後寺(산심연후사) 산이 깊어야만 뒤쪽에 절을 짓고
花落以前春(화락이전춘) 꽃이 지지 않으니 아직 봄이로다.
猿嘯風中斷(원소풍중단) 원숭이 울음소리가 바람소리에 끊어지고
漁歌月下聞(어가월하문) 어부의 노래가 달빛아래서 들려오네.
山鳥下廳舍(산조하청사) 산새가 집 대청에 날라서 내려오고
添花落酒中(첨화락주중) 아름다운 꽃잎이 술잔에 떨어지네.
人分千里外(인분천리외) 친구는 천리 밖에 멀리 떨어져 있고
興在一杯中(흥재일배중) 즐겨 노는 흥은 한잔 술 속에 있네.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두 손으로 물을 뜨니 달이 손속에 있고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꽃을 갖고 노니 향기가 흠뻑 옷에 배이네.
興來無遠近(흥래무원근) 흥겨움은 멀고 가까움 없이 다가오고
欲去惜芳菲(욕거석방비) 떠나고자 하니 꽃향기가 마음을 붙들고 있네.
雲作千層峰(운작천층봉) 구름은 하늘에 천 층 봉우리를 만들고
虹爲百尺橋(홍위백척교)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를 만드네.
掃地黃金出(소지황금출) 마당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개문만복래) 일찍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네.
洗硯魚呑墨(세연어탄묵) 벼루를 씻으면 물고기가 먹을 삼키고
烹茶鶴避煙(팽차학피연) 차를 달이면 학이 연기를 피해 날아가네.
柳塘春水漫(류당춘수만) 언덕에 버들 있으니 봄물은 천천히 흐르고
花塢夕陽遲(화오석양지) 둑에 꽃이 만발하니 석양도 더디 지네.
白蝶紛紛雪(백접분분설) 흰 나비는 펄펄 내리는 눈과 같고
黃鶯片片金(황앵편편금) 누른빛 꾀꼬리 나는 것은 황금조각 떨어지는 것 같네.
文章李太白(문장이태백) 문장은 이태백이 으뜸이고
筆法王羲之(필법왕희지) 글 잘 쓰는 이는 왕희지가 제일 일세.
春意無分別(춘의무분별) 봄이 오면 마음은 분별 할 수 없고
人情有淺深(인정유천심) 사람의 정분에는 깊고 얕음이 있네.
初月將軍弓(초월장군궁) 초승달은 장군의 활과 같고
流星壯士矢(유성장사시) 유성은 장사의 화살과 같네.
氷解魚初躍(빙해어초약) 얼음이 녹으니 물고기 비로소 뛰고
風和雁欲歸(풍화안욕귀) 봄이 와 바람 고요하니 기러기 돌아가려하네.
高山白雲起(고산백운기) 높은 산에는 흰 구름 일고
南原芳草綠(남원방초록) 남쪽 들판에는 향기로운 풀 푸르네.
父母千年壽(부모천년수) 부모님은 오래 오래 사시기 바라고
子孫萬世榮(자손만세영) 자손은 만세에 번영하기 바라네.
竹筍尖如筆(죽순첨여필) 대나무 새순은 붓과 같이 뾰족하고
松葉細似針(송엽세사침) 솔잎은 바늘같이 가느네.
水連天共碧(수련천공벽) 수평선에 닿은 하늘은 모두 푸르고
風與月雙淸(풍여월쌍청) 바람과 달이 서로 어울려 맑고 밝도다.
曳杖石鷄鷄(예장석계계) 돌길을 지팡이 끌고 가니 닭들이 놀라 떠들고
伐木山雉雉(벌목산치치) 산속에 나무를 배니 꿩들이 놀라 달아나네.
蝶翅輕翻粉(접시경번분) 흰나비가 날면 하얀 가루가 흩날리는 것 같고
鶯聲巧囀簧(앵성교전황) 꾀꼬리 소리는 아름다운 피리소리처럼 들리네.
五老峰爲筆(오로봉위필) 오로봉을 붓으로 삼고
三湘作硯池(삼상작연지) 삼상을 먹을 가는 연지로 삼으며.
靑天一張紙(청천일장지) 푸른 하늘을 한 장의 종이로 해서
寫我腹中詩(사아복중시) 내 마음 속에 있는 시를 배끼고 십네.
林亭秋己晩(임정추이만) 숲속 정자에는 가을이 이미 깊고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소란한 손님 뜻을 헤아릴 길 없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수평선과 하늘 끝은 맞닿은 듯 짙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단풍에 내린 서리는 해를 향해 붉게 빛나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롭워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모두 삼키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하늘가에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울음소리만 구름 속에서 끊어졌다 하네.
君在臣先死(군재신선사) 임금이 살아 있는데 신하가 먼저 죽고
母在子先死(모재자선사) 부모가 살아 있는데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은
皆非臣子義(개비신자의) 모두 신하와 자식의 도리가 아니지만
無奈死於死(무나사어사) 인간이 어찌 죽음에서 벗어 날 수가 있으랴.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처형장 북소리 생명을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려 보니 해가 저물어 가네.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황천에는 주막조차 없다하니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누구 집에서 자고 갈거나.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은 시음하는 듯 쓸쓸이 불어 오는데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고향의 소식은 듣기가 어렵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한밤중 창밖에 비가 내리니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불 앞에 앉은 내 마음 만 리 고향을 달려가네.
十五越溪女(십오월계녀) 열다섯 처녀 개울을 건너다가
羞人無語別(수인무어별) 부끄러워 별로 말이 없다가.
歸來掩重門(귀래엄중문) 집에 돌아와 문을 닫아 걸고
泣向梨花月(읍향이화월) 달빛 아래 배나무 꽃을 향해 홀로 눈물짓네.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 지나오는 길에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오르니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텅 빈 성안에 홀로 뜬 달 한 조각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이끼 낀 돌만이 천추 세월을 알리네.
麟馬去不返(린마거불반) 기린과 말은 달려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젊은이들은 어느 곳에 다니면서 놀고 있을까.
長嘯倚風燈(장소의풍등) 휘파람소리는 바람과 돌담을 넘어 멀리 퍼지고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푸른 산을 옆에 끼고 강물은 유유히 흐르네.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물가의 가을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驚寒雁陳高(경한안진고) 날씨 추워지니 기러기 때 높이 날아가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 울적한 마음으로 온밤을 꼬박 새우니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서편으로 지는 이지러진 달 모양이 마치 궁도 같구나.
春雨細不滴(춘우세불적) 봄철의 이슬비는 옷깃을 적시지 못하고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깊은 밤엔 작은 소리도 잘 들리는데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이 녹으니 남쪽 시냇물은 넘칠 듯 흐르고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풀 잎의 싹들은 다투어 자란다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아무도 오는 이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정원은 텅 비어 있고 석양은 보슬비 속에 저무는데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고기가 뛰놀면 연꽃잎도 따라 움직이고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까치가 나뭇가지 끝을 걸어다니니 나뭇잎이 뒤집히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거문고 줄을 타니 소리가 더욱 곱게 들리고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싸늘한 화로에는 아직도 불씨 남아 있는데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진흙길은 오고감에 방해가 되어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하루 종일 걸어야 겨우 관문에 다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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