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漢詩 보충 (한시를 지은 인물 출생년도 순)

 

生年 號 姓名(生年∼沒年)諡號 本貫 벼슬 著書

 

857 고운 최치원 孤雲 崔致遠(857∼?) 慶州 新羅 眞聖女王 桂苑筆耕

郵亭夜雨(우정야우) 우정에 밤비 내려

旅館窮秋雨(여관궁추우) 나그네 집 떨어져 가을비 내려

寒窓靜夜燈(한창정야등) 싸늘한 창 고요히 밤의 등불이

自憐愁裏坐(자련수리좌) 저절로 가여워서 시름에 앉아

眞箇定中僧(진개정중승) 꼼짝없이 선정 속 스님이 되네

 

古意(고의) 옛 뜻

狐能化美女(호능화미녀) 여우는 바뀔 수도 어여쁜 여인

狸亦作書生(리역작서생) 살쾡이도 되느니 글 하는 선비 삵리

誰知異種物(수지이종물) 누가 알아 달라서 다른 것인지

幻惑同人形(환혹동인형) 홀려 속아 같다고 사람 모습이 변할환

 

變體想非艱(변체상비간) 몸바꿈 생각하기 어렵지 않아 어려울간

操心良獨難(조심량독난) 마음잡기 참으로 홀로 어려워

欲辨眞與僞(욕변진여위) 나누어 가리려니 참과 거짓을

願磨心鏡看(원마심경간) 바램 닦아 봐야지 마음거울을

 

江南女(강남녀) 강남 아가씨

江南湯風俗(강남탕풍속) 강남땅에 쫙 깔린 풍속이란 게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딸을 길러 예쁘게 아리따웁게 아리따울교

性冶恥針線(성야치침선) 성품 불려 바느질 부끄럽다네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꾸밈 이뤄 익히니 피리 비파에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배우는 게 우아한 음악 아니요

多被春心索(다피춘심색) 많이도 마지못해 춘정만 찾고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스스로야 이르길 꽃다움으로

長占艶陽年(장점염양년) 오래도록 누리랴 고운시절로 고울염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 도리어 비웃으니 이웃 소녀를

終朝弄機杼(종조농기저) 아침 다해 놀리니 베틀에 북을 북저

機杼縱勞身(기저종노신) 베틀 북 내려놓아 나른한 몸을

羅衣不到汝(라의부도여) 비단옷은 안 되지 네게 닿지를

 

寓興(우흥) 우흥

願言扃利門(원언경리문) 바램 말 이끗의 문 닫아걸고서 빗장경

不使捐遺體(불사연유체) 버리게 하지 않아 물려주신 몸 버릴연

爭柰探珠者(쟁내탐주자) 다툼을 어찌하랴 구슬 찾는 이 어찌내

輕生入海底(경생입해저) 가벼운 삶 들어가 바다 밑에를 밑저

身榮塵易染(신영진이염) 몸 드러내 티끌에 쉽게 물들어

心垢水難洗(심구수난세) 마음의 때 물로도 씻기 어려워 때구

澹泊誰與論(담박수여론) 담담하게 누구와 말을 해보나 담박할담

世路嗜甘醴(세로기감례) 살아갈 길 즐기리 달아 좋은 술 단술례

 

途中作(도중작) 길을 가면서

東飄西轉路岐塵(동표서전로기진) 동서로 떠돌아서 갈림 길 먼지

獨策羸驂幾苦辛(독책리참기고신) 홀로 채찍 여윈 말 얼마나 고생

不是不知歸去好(불시부지귀거호) 모르는 게 아닌데 돌아가 좋기

只緣歸去又家貧(지연귀거우가빈) 까닭은 돌아가도 집이 가난해

 

饒州鄱陽亭(요주파양정) 요주 파양주에서

夕陽吟立思無窮(석양음입사무궁) 저녁볕에 시 읊어 생각 끝없어

萬古江山一望中(만고강산일망중) 오랜 옛 강과 산은 한 눈에 들어

太守憂民疎宴樂(태수우민소연락) 태수님 백성 걱정 잔치도 뜸해

滿江風月屬漁翁(만강풍월속어옹) 강 가득 바람에 달 어부 차지라

 

 

1055 대각국사 의천 義天 祐世 王煦(1055∼1101)大覺國師 釋苑詞林

自誡(자계) 스스로 경계

悠悠無定志(유유무정지) 한가로워 없으니 뜻을 둠이란

不肯惜光陰(불긍석광음) 옳지 않지 아까워 빠른 세월이

雖曰攻經論(수왈공경론) 비록 일러 다스려 경전과 논문

寧知目面墻(녕지목면장) 어찌 알까 보느니 담장 마주해

 

偶書(우서) 우연히 쓰다

六年只爲路多岐(육년지위로다기) 여섯 해 다만 함은 갈림길 많아

喪道從來語有枝(상도종래어유지) 도를 잃어 오면서 말만 생겼지

精義入神方領會(정의입신방영회) 참 옳음 정신 들어 막 깨쳐 모여

悠悠爭得析群疑(유유쟁득석군의) 아득해 어찌 다퉈 뭇 의심 풀까

 

 

1090 남호 정지상 南湖 鄭知常(?∼1135) 西京 左司諫 鄭司諫集

詠竹(영죽) 대나무를 노래해

脩竹小軒東(수죽소헌동) 쭉쭉 대나무 작은 집 동쪽

蕭然數十叢(소연수십총) 쓸쓸하게도 몇 십이 모여

碧根龍走地(벽근용주지) 파란 뿌리는 용이 땅 달려

寒葉玉鳴風(한엽옥명풍) 차가운 잎새 바람 옥 울려

秀色高群卉(수색고군훼) 빼어난 빛깔 뭇 풀에 높아

淸陰拂半空(청음불반공) 맑은 그늘로 하늘 반 쓸어

幽奇不可狀(유기불가상) 숨은 뛰어남 그릴 수 없어

霜夜月明中(상야월명중) 서리 내린 밤 달 밝음 속에

 

新雪(신설) 새해 내린 눈

昨夜紛紛瑞雪新(작야분분서설신) 지난밤 펄펄 내린 서설에 새록

曉來鵷鷺賀中宸(효래원로하중신) 새벽에 문무백관 대궐엔 하례

輕風不起陰雲捲(경풍불기음운권) 가변 바람 안 일어 낀 구름 걷혀

白玉花開萬樹春(백옥화개만수춘) 하얀 옥 꽃이 피어 나무마다 봄

 

團月驛(단월역) 단월역에서

飮闌倚枕畵屛低(음란의침화병저) 술자리 끝 누우니 그림병풍 밑

夢覺前村啼一鷄(몽각전촌제일계) 꿈 깨니 앞마을에 첫닭이 울어

却憶夜深雲雨散(각억야심운우산) 생각 물려 밤 깊어 운우 흩어져

碧空孤月小樓西(벽공고월소루서) 푸른 하늘 외론 달 작은 루 서쪽

 

醉後(취후) 술 취한 뒤에

桃花紅雨鳥喃喃(도화홍우조남남)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은 조잘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람) 집을 두른 푸른 산 푸른 빛 아른

一頂烏紗慵不整(일정오사용부정) 한 머리 검은 사모 게을리 삐딱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술 취한 잠 꽃 둑에 강남을 꿈꿔

 

長源亭1(장원정1) 장원정에서

苕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 높고 높은 두 대궐 강가에 자리

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 맑은 밤 모두 없어 티끌 한 점이

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 바람 실린 길손 배 구름에 떠가

露凝宮瓦玉鱗鱗(노응궁와옥린린) 이슬에 궁궐기와 옥 맺혀 나란

綠楊閉戶八九屋(녹양폐호팔구옥) 푸른 버들 닫힌 문 여덟아홉 집

明月捲簾三四人(명월권렴삼사인) 밝은 달에 발 걷은 서너 사람이

縹渺蓬萊在何許(표묘봉래재하허) 까마득한 봉래는 어디쯤 있나

夢闌黃鳥囀靑春(몽란황조전청춘) 꿈 깨운 꾀꼬리는 푸른 봄 노래

 

長源亭2(장원정2) 장원정에서

玉漏丁東月掛空(옥루정동월괘공) 물시계 딩동 소리 달 걸린 하늘

一天春興牡丹風(일천춘흥모란풍) 한 날씨 봄은 일어 모란꽃 바람

小堂捲箔春波綠(소당권박춘파록) 작은 마루 발 걷어 푸른 봄 물결

人在蓬萊縹渺中(인재봉래표묘중) 인간에 있는 봉래 아련함 속에

 

春日(춘일) 봄날

物象鮮明霽色中(물상선명제색중) 물상이 산뜻하니 활짝 개임에

勝遊懷抱破忡忡(승유회포파충충) 멋진 놀이 품어온 시름을 잊네

江含落日黃金水(강함낙일황금수) 지는 해 머금은 강 황금빛 물에

柳放飛花白雪風(유방비화백설풍) 흩날리는 버들 솜 하얀 눈 바람

故國江山千里遠(고국강산천리원) 우리나라 강산은 천리 먼 곳에

一樽談笑萬緣空(일준담소만연공) 술 한 통 얘기웃음 모든 인연 空

興來意欲題新句(흥래의욕제신구) 흥 일어 뜻하려는 새론 시 지어

下筆慚無氣吐虹(하필참무기토홍) 써 내린 붓 부끄러 멋진 氣 없어

 

 

1206 일연 一然 睦庵 金見明(1206∼1289)普覺 三國遺事

兜率讚歌(도솔가찬가) 도솔가 찬가

風送飛錢資逝妹(풍송비전자서매) 바람 불려 돈 날려 간 누이 밑천

笛搖明月住姮娥(적요명월주항아) 피리 흔들 밝은 달 항아 머물게

莫言兜率連天遠(막언두솔연천원) 멀다 마라 도솔천 하늘에 닿아

萬德花迎一曲歌(만덕화영일곡가) 만덕화로 맞으니 한 곡조 노래

 

厭髑滅身讚詩(염촉멸신찬시) 염촉멸신 기리는 시 ※이차돈

殉義輕生已足驚(순의경생이족경) 옳음에 삶을 버림 이미 놀랄 만

天花白乳更多情(천화백유갱다정) 하늘 꽃 흰 젖빛 피 다시 많은 뜻

俄然一劒身亡後(아연일검신망후) 갑작스레 한 칼에 몸을 잃은 뒤

院院鐘聲動帝京(원원종성동제경) 절마다 종소리에 서울을 울려

 

義湘傳敎讚詩(의상전교찬시) 의상전교 기리는 시

披榛跨海冒煙塵(피진과해모연진) 숲 헤쳐 바다너머 먼지 무릅써

至相門開接瑞珍(지상문개접서진) 지상사 문을 열어 바른 보배로

采采雜花我故國(채채잡화아고국) 빛깔 나는 온갖 꽃 우리나라에

終南太伯一般春(종남태백일반춘) 종남산 태백산이 다 한 가지 봄

 

 

1298 가정 이곡 仲父 稼亭 李穀(1298∼1351)文孝 韓山 稼亭集

次紫燕島(차자연도) 자연도 시를 차운하여

行過紫燕島(행과자연도) 지나쳐 가니 자연도 섬을

扣枻一閑吟(구예일한음) 노를 두드려 한가히 읊어 두드릴구 노예

浦漵盤如篆(포서반여전) 갯가 반반해 전자 글처럼 개서

竿檣蔟似簪(간장족사잠) 돛대 새둥지 비녀와 같아

鹽煙橫近渚(염연횡근저) 소금 연기 낀 가까운 물가

海月上遙岑(해월상요잠) 바다 달 올라 멀리 봉우리

我有扁舟興(아유편주흥) 내게 있으니 조각배 흥이

他年擬重尋(타년의중심) 다른 해 다시 찾아 빗대야

 

次江華郡(차강화군) 강화군 시를 차운하여

海山深處一扁舟(해산심처일편주) 바다 산 깊은 곳에 조각배 하나

行到華山興未休(행도화산흥미휴) 가서 닿은 강화에 흥 아니 그쳐

自古金湯能害德(자고금탕능해덕) 예부터 단단한 성 덕 해침 있어

移都此地是誰謀(이도차지시수모) 도읍 옮겨 이 땅에 누구 꾀인가

 

有感(유감) 느낌 있어

身爲藏珠剖(신위장주부) 몸은 갈라져 구슬을 감춰

妻因徙室忘(처인사실망) 아내는 잊혀 집을 떠나면

處心如淡泊(처심여담박) 마음가짐은 담백함으로

遇事豈蒼黃(우사기창황) 일을 만나서 어찌 헤맬까

 

苦寒(고한) 모진 추위

朔吹搖空歲暮天(삭취요공세모천) 겨울바람 몰아쳐 한해 저물어

颼颼老屋讀書氈(수수로옥독서전) 바람소리 낡은 집 글 읽는 담요

一寒到骨那能解(일한도골나능해) 한추위 뼈에 닿아 어찌 녹일까

萬事關心只自煎(만사관심지자전) 모든 일 마음 쏠려 혼자만 졸여

衾鐵夜深明積雪(금철야심명적설) 쇠 이불 밤은 깊어 밝게 쌓인 눈

樵山市近絶炊煙(초산시근절취연) 나무 산 저자 곁에 끊긴 불 연기

詩人耐冷今猶古(시인내랭금유고) 시인은 추위 참아 이제나 예나

擬訪梅花澗水邊(의방매화간수변) 찾아가려 매화꽃 골짝 물가로

 

正朝雪(정조설) 설날 아침 눈

雪從除夜到正朝(설종제야도정조) 눈이 내려 제야에 설 아침까지

旋入春風不禁消(선입춘풍불금소) 돌아든 봄바람에 못 막아 녹아

扇影未分雙闕仗(선영미분쌍궐장) 부채모습 못 나눠 두 대궐 지켜

靴聲早集五門橋(화성조집오문교) 발소리 일찍 들려 다섯 문 다리

從敎賀列朝衣濕(종교하렬조의습) 늘어세운 하례 줄 조회 옷 젖어

好傍昭容舞䄂飄(호방소용무수표) 곱게 곁 밝은 얼굴 춤 소매 나풀

便是新年多瑞氣(편시신년다서기) 이러한 새해에는 좋은 일 많길

願隨椒酒進民謠(원수초주진민요) 바램 따라 산초 술 울린 민요에

 

妾薄命用太白韻2(첩박명용태백운2) 첩박명이라 이백의 운을 써

生不識人面(생불식인면) 나면서 몰라 사람 얼굴은

長年在深屋(장년재심옥) 자라선 갇혀 깊은 집안에

一爲色所誤(일위색소오) 첫 예쁨 되니 잘못되는바

反遭珉欺玊(반조민기숙) 되레 옥돌로 속여 다듬어 옥다듬는장인숙

憎愛古無常(증애고무상) 미움과 아낌 예로 늘 없어

朝恩暮乃疏(조은모내소) 아침 베풀음 저녁엔 드문

悒悒詠秋扇(읍읍영추선) 울적해 읊어 가을부채를

望絶登君車(망절등군거) 바램 끊기어 오른 님 수레

金牀爲誰拂(금상위수불) 금 침상 털어 누구를 위해

繡被久已收(수피구이수) 수놓인 이불 오래 걷어둬

閨空寒月落(규공한월락) 규방은 비어 차운 달 지니

但見螢火流(단견형화류) 다만 바랄 뿐 반딧불 흘러

沈憂暫成夢(침우잠성몽) 시름에 잠겨 잠깐 꿈을 꿔

依稀鬪百草(의희투백초) 드물음에도 온갖 풀 다퉈

世無相如才(세무상여재) 세상에 없는 상여의 재주 ※司馬相如

誰令復舊好(수령복구호) 누가 하게해 되돌려 좋게

 

辛巳元旦有感4(신사원단유감4) 신사년 설날에

兒童共喜見新春(아동공희견신춘) 아이들 모두 기뻐 새봄을 보니

竹爆桃符辟鬼神(죽폭도부벽귀신) 폭죽 부적 복사꽃 귀신을 쫓아

笑我異時如汝輩(소아이시여여배) 웃는 나는 다른 때 너희들 같아

而今却怕得年頻(이금각파득년빈) 이제 되레 두려워 나이 듦 잦아

 

 

1301 보우 太古 洪普愚(1301∼1382)圓證 洪州 太古集

海雲(해운) 바다 구름

茫茫碧海上(망망벽해상) 아득하게도 푸른 바다 위

片片白雲行(편편백운행) 조각 조각나 흰 구름 떠가

中有白鷗樂(중유백구락) 그 속에 즐겨 하얀 갈매기

與君任此生(여군임차생) 그대 더불어 여기 살리라

 

雲山(운산) 구름 산

白雲雲裏靑山重(백운운리청산중) 흰 구름 구름 속에 푸른 산 겹쳐

靑山山中白雲多(청산산중백운다) 푸른 산 산 속에는 흰 구름 많아

日與雲山長作伴(일여운산장작반) 날로 함께 구름 산 오랜 벗이 돼

安身無處不爲家(안신무처불위가) 몸 편함 없는 데는 집이라 안 해

 

送珦仙人之江南(송향선인지강남) 강남 가는 향선인을 보내며

海東千古月(해동천고월) 바다 동쪽서 천년을 뜬 달

江南萬里天(강남만리천) 장강 남쪽은 만 리의 하늘

淸光無彼此(청광무피차) 맑은 빛이야 이와 저 없어

莫認諸方禪(막인제방선) 알려고 마라 여러 곳 참선

 

淸澗(청간) 맑은 산골 물

出自靑山谷(출자청산곡) 흘러나오니 푸른 산골서

流流朝碧海(류류조벽해) 흘러 흘러서 푸른 바다로

潺溪聲最切(잔계성최절) 졸졸 시냇물 소리 다 끊겨

近聽人誰解(근청인수해) 가까이 들어 남들 뉘 알까

 

古林(고림) 오랜 숲

無枝無葉樹(무지무엽수) 가지가 없어 잎 없는 나무

春風動其根(춘풍동기근) 봄날 바람에 뿌리 흔들려

非靑非白色(비청비백색) 아니 푸른빛 아니 하얀빛

花發又無痕(화발우무흔) 꽃이 피어도 자취도 없어

 

南谷(남곡) 남쪽 골짜기

童子行尋千載後(동자행심천재후) 동자승 찾아가니 천 년 흐른 뒤

寥寥寂寂但淸虛(요요적적단청허) 쓸쓸하고 고요해 말갛게 비어

老僧無事臥雲裏(노승무사와운리) 늙은 스님 일 없어 구름에 누워

白日靑山對結廬(백일청산대결려) 한낮의 푸른 산이 초가와 마주

 

參禪銘1(참선명1) 참선명

心卽天眞佛(심즉천진불) 마음이란 곧 그대로 부처

何勞向外覓(하로향외멱) 어찌 힘들게 밖으로 찾나

放下萬事看(방하만사간) 놓아두고서 모든 일 보니

路窮如鐵壁(노궁여철벽) 길이 막히어 철벽과 같아

 

悟道頌1(오도송1) 도를 깨치는 글

一亦不得處(일역부득처) 하나라해도 얻지 못한 곳

踏破家中石(답파가중석) 밟아 깨어야 집안의 돌을

回看沒破寂(회간몰파적) 돌아다보니 깨 없어 고요

看者亦已寂(간자역이적) 보는 이 또한 이미 고요해

了了圓陁陁(료료원타타) 또렷한 둥긂 비스듬 깎여

玄玄光爍爍(현현광삭삭) 가물가물 빛 밝게 빛나네

佛祖與山河(불조여산하) 부처와 조사 함께 산들에

無口悉呑郤(무구실탄극) 입 없이 모두 고을을 삼켜

 

 

1309 제정 이달충 止中 霽亭 李達衷(1309∼1384)文靖 慶州 霽亭集

三日浦(삼일포) 삼일포 ※강원도 고성 관동팔경의 하나

沙路漫漫遠竝瀛(사로만만원병영) 모랫길 질펀 널려 먼 바다 함께

雲山漠漠近鋪屛(운산막막근포병) 구름 산 한참 아득 병풍 펼친 듯

四仙亭畔訪仙筆(사선정반방선필) 사선정 가에 찾아 국선의 필적

三日浦頭投鷺汀(삼일포두투로정) 삼일포 앞 날아든 해오락 물가

※신라 효소왕 때 永郞 述郞 南石郞 安祥郞 남쪽절벽에 述郞徒南石行

 

晩景樓(만경루) 만경루

觀海來登晩景臺(관해래등만경대) 바다 보려 오르니 만경대에를

雲濤煙浪接天來(운도연랑접천래) 구름 물결 안개 결 하늘서 내려

若將此水變春酒(약장차수변춘주) 하게해서 이 물을 봄 술로 바꿔

何止日傾三百盃(하지일경삼백배) 어찌 그쳐 하루에 삼백 잔 마셔

 

閨情(규정) 규방의 정

贈君同心結(증군동심결) 그대께 주니 한 마음 맺음

貽我合歡扇(이아합환선) 내게 남기니 기쁨의 부채

君心竟不同(군심경불동) 그대 맘 끝내 같지가 않아

好惡千萬變(호오천만변) 좋다 미웠다 천만 번 바꿔

我歡亦未成(아환역미성) 내 기쁨 또한 이루지 못해

憔悴日夜戀(초췌일야련) 애태워 야윔 밤낮 그리워

棄捐不怨君(기연불원군) 내버려 놓아 님 원망 않아

新人多婉孌(신인다완련) 새 사람 하도 예뻐서 고와

婉孌能幾時(완련능기시) 곱고 어여쁨 얼마나 갈까

光陰疾於箭(광음질어전) 세월은 빨라 화살보다도

焉知如花人(언지여화인) 어찌 알 텐가 꽃 같은 사람

亦有欺皺面(역유기추면) 속일 수 있나 주름진 얼굴

 

雜興五章寄思菴5(잡흥오장기사암5) 사암 유숙에게 준 잡흥시

孤雲本無心(고운본무심) 외로운 구름 본디 맘 없어

汎汎遊宇宙(범범유우주) 두둥실 다녀 우주서 놀아

無心而白衣(무심이백의) 마음 없이도 흰 옷을 입고

無心而蒼狗(무심이창구) 마음에 없는 푸른 개 되네

無心而東西(무심이동서) 마음 없는데 동쪽 서쪽을

無心而去住(무심이거주) 마음에 없이 가다 멎다가

雲我俱無心(운아구무심) 구름과 나는 모두 맘 없이

相與爲益友(상여위익우) 서로 함께해 유익한 벗이

 

樂吾堂感興詩4(낙오당감흥시4) 낙오당 감흥시

居卑急於進(거비급어진) 낮게 살며 나가기 서두른다면

所與亦匪人(소여역비인) 함께한 이 이 또한 나쁜 사람이

若跣不視地(약선불시지) 맨발로 다니면서 땅을 안 보면

行險幾危身(행험기위신) 험한 데를 다니면 위태로운 몸

河流當前急(하류당전급) 강이 흘러 마땅히 앞이 빠르고

欲度須問津(욕도수문진) 건너려면 반드시 나루 물어야

小安且勿躁(소안차물조) 조금은 느긋하게 서둘지 마라

勇往恐淪湮(용왕공륜인) 날래나가 두려워 빠져들까 봐

 

樂吾堂感興詩5(낙오당감흥시5) 낙오당 감흥시

將行有河海(장행유하해) 앞으로 가려하나 강 바다 있어

將涉無舟航(장섭무주항) 나아가 건너려니 탈 배가 없어

要見我所思(요견아소사) 봐야하니 나에겐 생각해 온바

欲往還彷徨(욕왕환방황) 가려하나 돌아서 어정거리네

才非傳說楫(재비전설즙) 재주는 아니어서 전설의 노가 ※傅說(殷)

世運亦未昌(세운역미창) 세상운수 역시나 아니 펼치네

潛光且俟命(잠광차사명) 빛을 감춰 또다시 기다려야지

妄動遭禍殃(망동조화앙) 아무렇게 했다간 재앙만 만나

 

樂吾堂感興詩6(낙오당감흥시6) 낙오당 감흥시

吾知過不及(오지과불급) 나는 알아 지나침 미치지 못함 ※過猶不及

其失則爲同(기실즉위동) 그 잘못은 하기야 같다 하지만

不及猶可勉(불급유가면) 못 미침은 오히려 힘쓸 수 있고

過必隳其功(과필휴기공) 지나침은 반드시 그 공 허물어 무너뜨릴휴

存心須慮善(존심수려선) 마음가짐 모쪼록 착하게 생각

開口或興戎(개구혹흥융) 입을 열어 어쩌면 싸움이 일어

要當不遠復(요당불원복) 찾음에 마땅찮지 오랜 되풀이

何至哭途窮(하지곡도궁) 어찌 닿나 곡하며 길을 다하니

 

辛旽1(신돈1) 신돈

天地生成品彙煩(천지생성품휘번) 하늘땅 낳아 이뤄 뭇 물건 많아

誰干洪造檀寒暄(수간홍조단한훤) 누가 막아 큰 지음 멋대로 설쳐

歡情浹洽藏春塢(환정협흡장춘오) 기쁜 정 퍼져 적셔 봄 담긴 언덕

怒氣陰凝蔽日雲(노기음응폐일운) 성난 숨 그늘 어려 해 가린 구름

雉蜃鷹鳩猶足怪(치신응구유족괴) 꿩 조개 매 비둘기 오히려 야릇

龍魚鼠虎豈容言(룡어서호기용언) 용은 고기 쥐가 범 어찌 말로 해

可憐老木風吹倒(가련로목풍취도) 가여운 늙은 나무 바람에 뽑혀

蘿蔦離披失所援(라조리피실소원) 담쟁이 붙어살아 기댈 데 잃어

 

 

1328 목은 이색 潁叔 牧隱 李穡(1328∼1396)文靖 韓山 牧隱文藁

田家(전가) 농가

一犁微雨暗田家(일리미우암전가) 한보지락 보슬비 어두운 농가

桃杏成林路自斜(도행성림로자사) 복숭살구 숲 이뤄 길 절로 비껴

歸跨老牛蔉半濕(귀과노우곤반습) 늙은 소 타고 오니 도랑 반 젖어

陂塘處處泛殘花(피당처처범잔화) 비탈 연못 곳곳에 남은 꽃 떴네

 

縢王閣圖(등왕각도) 등왕각 그림

落霞孤鶩水浮空(낙하고목수부공) 지는 놀 외론 오리 물이 뜬 하늘

畫棟飛簾雲雨中(화동비렴운우중) 그림기둥 발 날려 구름비 속에

當日江神知我否(당일강신지아부) 그때 그날 강의 신 날 알 리 없어

何時更借半帆風(하시갱차반범풍) 언제 다시 빌리나 돛 바람 반을

 

洞庭晩靄(동정만애) 동정호 저녁 안개

一點君山夕照紅(일점群산석조홍) 한 점 모인 산에는 저녁놀 붉어

闊呑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트여 삼켜 오 초를 기세 끝없이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긴 바람 불어 올라 황혼의 달에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은 촛불 깁 등롱 묽은 어둠 속

 

寄東亭(기동정) 동쪽 정자에 부쳐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봄이 깊은 골목길 적은 이 지나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낙우다) 복사 오얏 꽃 피어 떨어짐 많아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기억하니 지난해 정자에 앉아

一簾疎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발 하나 성글은 비 술에 물결이

 

感春(감춘) 봄날에

花今衰未問來人(화금쇠미문래인) 꽃 아직 안 시들어 오는 이 말이

恐是城中別有春(공시성중별유춘) 아마도 성 안에는 따로 봄 있나

步上東山還大笑(보상동산환대소) 걸어올라 동녘 산 한바탕 웃어

東君何處着嫌親(동군하처착혐친) 봄의 임금 어딘들 싫고 친할까

 

獨坐(독좌) 혼자 앉아

寂寂虛堂白晝長(적적허당백주장) 쓸쓸해서 빈 집은 한낮이 길어

乾坤一片黑甛鄕(건곤일편흑첨향) 하늘땅에 한 조각 낮잠 자는 곳

數聲啼鳥南風細(수성제조남풍세) 소리 몇 번 새 울어 남풍에 들려

身世悠然墮渺茫(신세유연타묘망) 몸 둔 처지 멀게도 떨어져 아득

 

漢浦弄月(한포농월) 한포에서 달을 놀려

日落沙逾白(일락사유백) 해 떨어져 모래밭 더욱 하얗고

雲移水更淸(운이수갱청) 구름 옮겨 강물은 다시 맑구나

高人弄明月(고인농명월) 고상한 이 놀리니 밝기도한 달

只欠紫鸞笙(지흠자란생) 다만 없어 자줏빛 난새 생황이

 

小雨(소우) 가랑비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보슬비 보슬보슬 어두운 마을

餘花點點落空圜(여화점점낙공환) 남은 꽃 하나하나 떨어진 빈 뜰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느긋이 머묾 남아 멀찍한 흥이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손님 있어 문 열어 떠나면 닫지

 

蠶婦(잠부) 누에치는 아낙네

城中蠶婦多(성중잠부다) 성안에 누에치는 아낙네 많아

桑葉何其肥(상엽하기비) 뽕잎파리 어찌해 그저 푸른가

雖云桑葉少(수운상엽소) 말로는 뽕잎파리 적다고하며

不見蠶苦飢(불견잠고기) 못 보지 누에치기 힘들고 주림

蠶生桑葉足(잠생상엽족) 누에가 자랄 때는 뽕잎 넉넉해

蠶大桑葉稀(잠대상엽희) 누에 커져 뽕잎도 드물어지지

流汗走朝夕(유한주조석) 흐르는 땀 바쁘니 아침저녁을

非緣身上衣(비연신상의) 인연 없어 이 몸에 아니 걸칠 옷

 

夜雨(야우) 밤비

夜雨空階滴不休(야우공계적불휴) 밤비는 빈 섬돌에 그치지 않아

疾餘情興轉悠悠(질여정흥전유유) 병이 남아 뜻 일음 돌며 아득해

神仙已遠誰靑骨(신선이원수청골) 신선은 이미 멀어 누가 신선에

天地無窮我白頭(천지무궁아백두) 천지는 다함없어 나도 백발이

頗信殘年如上瀨(파신잔년여상뢰) 자못 믿어 남은 삶 여울물 같아

可憐當日欲東周(가련당일욕동주) 가여워라 날 맞아 동주를 꿈꿔

祗今心跡誰能辨(지금심적수능변) 이제와 마음 밟음 누가 헤일까

高臥元龍百尺樓(고와원룡백척루) 높이 누운 으뜸 용 백 척 누대에

 

寒風(한풍1) 차가운 바람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 차운 바람 서북서 불어오는데

客子思故鄕(객자사고향) 나그네는 잠기니 고향 생각에

悄然共長夜(초연공장야) 쓸쓸히 함께하니 기나긴 밤을

燈光搖我床(등광요아상) 등불 빛이 흔들어 내 책상마저

古道已云遠(고도이운원) 옛날 도리 이제는 멀다하고서

但見浮雲翔(단견부운상) 다만 보니 뜬구름 날려가기만

悲哉庭下松(비재정하송) 슬프구나 뜰아래 소나무라고

歲晩逾蒼蒼(세만유창창) 해 늦게야 더욱더 푸릇푸릇해

願言篤交誼(원언독교의) 바램 말 도타웁게 사귀는 정이

善保金玉相(선보금옥상) 잘 지켜 금에 옥에 서로 서로를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상전벽해 참으로 아침저녁 일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떠도는 삶 하물며 끝이 있음에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도잠은 바야흐로 술을 좋아해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강총은 아직 못해 고향 돌아감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가랑비 조금 내려 산 빛을 살려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가는 바람 버들에 그림자 쏠려

句回還遊意(구회환유의) 글귀 돌아 다시가 놀고 싶은 뜻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홀로 앉아 즐기니 올해의 꽃을

 

 

1330 운곡 원천석 치악산에 은둔 子正 耘谷 元天錫(1330∼?) 原州 野史6卷

春郊花開(춘교화개) 봄 들판에 꽃 피어

郭外春陰薄(곽외춘음박) 성 밖에는 봄 그늘 엷게 우거져

群花映草廬(군화영초려) 뭇 꽃이 비춰지네 초가오두막

繁枝聊可折(번지료가절) 많은 가지 오롯이 꺾을 수 있어

嫩葉不須除(눈엽불수제) 어린 잎 모름지기 딸 수야 없지 어릴눈

影轉斜曛畔(영전사훈반) 그림자 돌아 비껴 석양빛 언덕 석양빛훈

香浮小雨餘(향부소우여) 향기 뜨니 보슬비 내리고 남아

穠華無十日(농화무십일) 한창 꽃에 없으니 열흘을 가기

將恐意蕭疏(장공의소소) 두려울까 뜻하여 허전해 뜸해

 

春郊花落(춘교화락) 봄 들판에 꽃이 져

錦茵鋪滿地(금인포만지) 비단자리 펼쳤네 땅에 가득히 자리인 펼포

春去百花園(춘거백화원) 봄날은 떠나가네 온갖 꽃 뜨락

昨暮紅枝爛(작모홍지란) 엊저녁 붉은 가지 흐드러져서 문드러질란

今朝綠葉飜(금조녹엽번) 오늘 아침 푸른 잎 번들거리네

遊觀從此少(유관종차소) 놀이구경 이제는 드물어지니

歌吹豈爲繁(가취기위번) 노래에 피리불기 어찌 잦으랴

人事摠如是(인사총여시) 사람의 일 모든 게 이와 같아서 모두총

浮生何足言(부생하족언) 떠있는 삶 무엇을 넉넉다 하랴

 

春郊雨中(춘교우중) 봄 들판에 비 내려

雲氣政彌漫(운기정미만) 구름기운 다스림 두루 넘쳐서

雨昏天地間(우혼천지간) 비 내려 어둑하니 하늘땅사이

空濛能潤物(공몽능윤물) 하늘 보슬 만물을 적실 수 있어 가랑비올몽

暗淡巧此山(암담교차산) 어둠 살짝 예쁘게 산을 꾸민다

壟上人多喜(농상인다희) 밭이랑에 사람들 기뻐하는데 언덕롱

溪邊鷺獨閑(계변로독한) 시냇가에 백로는 홀로 느긋해

時看煙草路(시간연초로) 때때로 바라보는 안개 낀 풀길

簑濕牧童還(사습목동환) 도롱이 젖은 목동 돌아오는 길 도롱이사

 

春郊雨後(춘교우후) 봄 들판에 비 지나

一雨洗殘春(일우세잔춘) 한 번에 비로 씻어 남겨진 봄을

山川面目眞(산천면목진) 산천은 진면목에 참다움대로

爛漫纔減昔(난만재감석) 활짝 흩여 겨우 해 옛 모습 덜어 겨우재

嫩綠又增新(눈록우증신) 푸른 새싹 또 한층 새로움 더해

松嶺嵐猶礙(송령람유애) 솔 고개 아른아른 되레 거리껴 거리낄애

蔬畦碧已均(소휴벽이균) 나물 밭 파릇파릇 이미 고르게 밭두둑휴

製詩報晴霽(제시보청제) 시를 지어 갚으니 맑게 날 개여 갤제

誰道負良辰(수도부양신) 뉘 말을 졌다하나 좋은 날일랑

 

春郊閒步(춘교한보) 봄 들판을 거닐며

無私天地春(무사천지춘) 사사로움 없으니 천지에 봄은

風日更淸新(풍일경청신) 바람과 해 잇달아 말간 새로움

隔水看飛鳥(격수간비조) 물을 넘어 보이니 나는 새들이

渡橋逢野人(도교봉야인) 다리 건너 만나니 시골 사람을 건널도

冥搜物像富(명수물상부) 아득해진 물상의 넉넉함에서 찾을수

卽忘生涯貧(즉망생애빈) 곧 잊어 사람살이 가난함까지

遇勝藉芳草(우승자방초) 빼남 만나 깔려진 꽃다운 풀에

却思塗炭民(각사도탄민) 멎은 생각 빠트린 도탄의 백성

 

春郊閑居(춘교한거) 봄 들판에 살면서

郊居靜且閑(교거정차한) 바깥들에 사노니 고요에 한가

嵐翠連山市(남취연산시) 푸른 이내 이어져 산 속의 저자

溪穿脩竹流(계천수죽류) 시내 뚫려 흐르니 쭉 뻗은 대밭

門對落花閉(문대낙화폐) 문을 맞아 닫으니 떨어진 꽃이

操筆發長吟(조필발장음) 붓을 잡아 써내려 길게 읊어서

倚欄成假寐(의란성가매) 난간 기대 빠지니 잠시 잠들어

誰挑野菜來(수도야채래) 누가 돋워 들나물 캐어왔는지

細嚼嘗春味(세작상춘미) 살짝 씹어 맛보는 봄날의 맛을 씹을작

 

秋日(추일) 가을날

目窮紅樹外(목궁홍수외) 눈길 그쳐 불그레 나무 밖으로

倚柱已斜暉(의주이사휘) 기둥 기대 해 이미 기울은 햇빛 빛휘

鴉引暮愁去(아인모수거) 갈 까마귀 이끌어 저무는 시름

雁牽秋意歸(안견추의귀) 기러기에 끌리니 가을 뜻 돌아

那堪對搖落(나감대요락) 어찌 견뎌 마주해 흔들어 지니

不可無傷悲(불가무상비) 없앨 수 없는 것은 다친 슬픔이

黃葉亂蕭瑟(황엽난소슬) 누런 잎 어지러워 쓸쓸 으슬히

西風吹我衣(서풍취아의) 서녘바람 불어와 내게 내 옷에

 

冬夜(동야) 겨울밤

火焰爐灰睡味幽(화염노회수미유) 불 댕긴 재 화로에 잠은 맛 깊어

松風終夜響颼颼(송풍종야향수수) 솔바람 밤새도록 스산히 울려

夢廻推枕惺惺着(몽회추침성성착) 꿈 깨어 자리 밀쳐 정신 차리니

月側西南欲曉頭(월측서남욕효두) 달 기울어 서남에 날이 새려네

 

題三笑圖(제삼소도) 삼소도에 제하여

同携蒼石路(동휴창석로) 함께 이끄니 푸른 돌길을

也任日將西(야임일장서) 발 닿는 대로 해는 서산에

一笑乾坤搾(일소건곤착) 한번 웃으니 하늘땅 좁아 짤착

忘言過虎溪(망언과호계) 말을 잊고서 호계를 건너

※虎溪三笑: 저도 모르게 호계를 건너 세 사람(혜원법사 도연명 육수정)이

```돌아보며 크게 웃음

 

雨中卽事(우중즉사) 비 내리는 가운데

山花紅紫鳥相呼(산화홍자조상호) 산에 꽃 울긋불긋 새는 노래해

獨坐無端憶酒徒(독좌무단억주도) 홀로 앉아 괜스레 술친구 생각

夢與洞仙傾露液(몽여동선경로액) 꿈에 함께 신선과 이슬 술 나눠

雨窓春睡有工夫(우창춘수유공부) 비 내린 창 봄 낮잠 공부가 있어

 

 

1369 춘정 변계량 巨卿 春亭 卞季良(1369∼1430)文肅 密陽 春亭集

次子剛韻(차자강운) 자강의 운을 따서

關門一室淸(관문일실청) 문 닫으니 방 하나 맑기만 하고

烏几淨橫經(오궤정횡경) 까만 책상 깔끔히 경전이 놓여

纖月入林影(섬월입림영) 초승달 숨어들어 숲 그림자에

孤燈終夜明(고등종야명) 외론등불 다해서 밤을 밝히네

 

睡起1(수기1) 잠에서 일어나

地僻家何事(지벽가하사) 땅은 외져 집안에 무슨 일 있나

簷虛日自斜(첨허일자사) 처마는 비었는데 해 절로 기웃

幽人初睡覺(유인초수각) 그윽한 이 비로소 졸다 깨어나

開遍一林花(개편일림화) 두루 열린 숲 하나 꽃이 피었네

 

睡起2(수기2) 잠에서 일어나

墻樹花初盛(장수화초성) 담장 나무 꽃으로 비로소 만발

庭苔綠漸深(정태녹점심) 뜨락 이끼 푸르러 갈수록 더욱

蝶飛如有約(접비여유약) 나비 날아 모이니 약속한 듯이

人立自長吟(인립자장음) 사람 서서 저절로 길게 읊음을

 

初冬雨夜(초동우야) 초겨울 비 오는 밤

旅窓冬夜靜(려창동야정) 나그네 방에 겨울밤 고요

危坐轉悠哉(위좌전유재) 꿇어앉으니 갈수록 아득

夢斷三更雨(몽단삼경우) 꿈을 깨우는 한밤 빗소리

心驚十月雷(심경십월뢰) 마음 놀래게 시월 달 우레

壁燈熏散秩(벽등훈산질) 벽 걸린 등불 책을 그을려

爐火沒深灰(로화몰심회) 화로 불씨는 깊은 재 속에

少壯須勤力(소장수근력) 젊을 때 부디 힘써 부지런

光陰自解催(광음자해최) 세월은 절로 서둘러 흘러

 

宿山寺(숙산사) 숙산사

山半古時寺(산반고시사) 산에 반쯤은 옛날 절이라

居僧多白頭(거승다백두) 머무는 스님 많이 흰 머리

禪枝寒磬動(선지한경동) 절집 추녀에 찬 풍경 울려

佛殿晩香浮(불전만향부) 부처 전각에 저녁 향 올라

塔影中庭月(탑영중정월) 탑 그림자에 뜰 가운데 달

松聲萬嶺秋(송성만령추) 솔바람소리 온 산에 가을

隔林城市近(격림성시근) 숲 너머에는 성시 가까워

一夜且淹留(일야차엄류) 하룻밤이야 머물러 보자

 

題靑溪山行上人院(제청계산행상인원) 청계산 행상인원에 제하여

石路千崖盡(석로천애진) 돌길은 천길 절벽서 끝나

香煙一室淸(향연일실청) 향 연기 피어 방하나 맑아

客來求煮茗(객래구자명) 손은 와 찾아 차 싹 끓이길

僧坐自飜經(승좌자번경) 스님은 앉아 혼자 경을 펴

樹老何年種(수로하년종) 나무는 늙어 어느 해 심어

鍾殘半夜聲(종잔반야성) 종소리 남겨 한밤의 소리

悟空人事絶(오공인사절) 空을 깨달아 사람 일 끊어

高臥樂無生(고와락무생) 높이 누워서 無 즐겨 살아

 

遣興(견흥) 흥을 달래며

寂寞家何事(적막가하사) 고요 쓸쓸 집에야 뭔 일 있으랴

淸明日漸長(청명일점장) 청명이 되어선지 해 차츰 길어

暖風吹午夢(난풍취오몽) 따뜻한 바람 불어 낮에 꿈을 꿔

幽草自春香(유초자춘향) 그윽한 풀 저절로 봄의 향기를

遣興披書帙(견흥피서질) 흥 일어 달래려고 책을 펼치고

寬心索酒觴(관심색주상) 마음을 눅여보려 술잔을 찾아

向來眞趣足(향래진취족) 여태껏 참말이지 멋 냄 넉넉해

誰復憶羲皇(수복억희황) 뉘 돌아가 복희씨 생각할건가

 

睡起(수기) 잠에서 일어나

茆簷日靜小窓明(묘첨일정소창명) 처마에 해 가만히 작은 창 밝혀

窓外靑山作畫屛(창외청산작화병) 창 밖에 푸른 산은 그림병풍에

宿醉醒來時政午(숙취성내시정오) 간밤 취함 가시니 때는 한낮에

手開爐火煖茶甁(수개노화난다병) 손수 열어 화롯불 차병을 데워

 

午吟(오음) 낮에 읊어

綠樹陰濃近午天(녹수음농근오천) 푸른 나무 그늘 짙은 한낮의 하늘

白雲當戶正如綿(백운당호정여면) 하얀 구름 문에 서니 정말 솜 같아

鳥啼花落茅齋靜(조제화락모재정) 새는 울어 꽃이 지니 띠 집은 고요

剩得蒲團盡日眠(잉득포단진일면) 왕골자리 그 위에서 날 다해 잠을

 

月夜(월야) 달밤

焚香一室足淸幽(분향일실족청유) 향불 피운 방 하나 맑고 그윽해

衾簟涼生暑氣收(금점량생서기수) 삿자리 서늘하여 더위를 거둬

直到夜深難作夢(직도야심난작몽) 내려 비춰 밤 깊이 잠들지 못해

月華星彩動新秋(월화성채동신추) 달빛어린 별빛에 가을 새로워

 

新秋雨夜(신추우야) 새 가을 비 내린 밤

忽忽逢秋意易悲(홀홀봉추의역비) 훌쩍 만난 가을엔 마음 서글퍼

坐看楓葉落庭枝(좌간풍엽낙정지) 앉아 바래 단풍잎 뜰에 떨어져

算來多少心中事(산래다소심중사) 헤어 오니 얼마간 마음 속 일을

月暗疎窓夜雨時(월암소창야우시) 달빛 어둑 성긴 창 밤비 내릴 때

 

夜雨(야우) 밤비

小雨冥冥久未晴(소우명명구미청) 보슬비 어둑어둑 오래 안 그쳐

連雲接塞暗重城(연운접새암중성) 이은 구름 변방에 까만 겹친 성

無端更向空階滴(무단갱향공계적) 실없이 다시 뿌려 빈 섬돌 적셔

遮莫幽人夢不成(차막유인몽불성) 막지 마라 숨은 이 꿈을 못 이뤄

 

雪晴(설청) 눈이 개이니

風急雪花飄若絮(풍급설화표야서) 바람 빨라 눈꽃은 솜처럼 날려

山晴雲葉白於綿(산청운엽백어면) 산이 개니 구름 잎 솜보다 희네

箇中莫怪無新句(개중막괴무신구) 이 가운데 새론 시 없다 말아라

佳興從來未易傳(가흥종내미이전) 좋은 멋 냄 예부터 쉽겐 못 알려

 

冬至(동지) 동짓날

繡紋添線管灰飛(수문첨선관회비) 수 무늬에 더한 실 대롱 재 날려

冬至家家作豆糜(동지가가작두미)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네

欲識陽生何處是(욕식양생하처시) 알고 싶은 양 하나 어딘가 했지

梅花一白動南枝(매화일백동남지) 매화꽃 흰 꽃 하나 남쪽 가지에

 

試闈(시위) 과장에서 ※과거시험장 대궐작은문위

春闈曾見士如林(춘위증견사여림) 봄 과장 일찍이 본 선비들 수풀

萬萬花容有淺深(만만화용유천심) 많고 많은 꽃빛은 옅고 짙어서

李白桃紅都自取(리백도홍도자취) 흰 오얏 붉은 복사 다 절로 얻어

天工造物本無心(천공조물본무심) 하늘이 지은 만물 본디 무심해

 

病中(병중) 아픈 가운데

幽棲地僻客來遲(유서지벽객내지) 그윽한 삶 외진 곳 손 오기 늦어

門掩苔痕欲上扉(문엄태흔욕상비) 문 닫아 이끼 끼어 사립문 번져

巢燕似應憐我病(소연사응련아병) 깃든 제비 내 병을 가엽게 여겨

簷前終日語還飛(첨전종일어환비) 처마 앞에 하루 내 묻고 날아가

 

冬至日早朝(동지일조조) 동짓날 이른 아침

金碧輝輝映道周(금벽휘휘영도주) 금에 옥에 빛나니 길 두루 비쳐

九門寒漏促更籌(구문한누촉갱주) 아홉 문 찬 물시계 다그쳐 헤어

鷄人報曉開天闕(계인보효개천궐) 닭 사람 새벽 알려 대궐문 열려

鸞鷺盈庭拜冕旒(난로영정배면류) 신하들로 뜰 가득 임금님 뵈어

雲近御牀分五色(운근어상분오색) 구름 둘러 용상 곁 오색 나뉘어

山呼聖壽獻千秋(산호성수헌천추) 산도 외쳐 임금 삶 천세를 빌어

佳辰況是陽初動(가신황시양초동) 좋은 날에 하물며 한 양기 비롯

蹈舞歌時敢自休(도무가시감자휴) 춤추며 노래한 때 혼자만 쉴까

 

 

1379 지월당 김극기 禮謹 池月堂 金克己(1379∼1463) 光山

春日(춘일) 봄날

柳岸桃蹊淑氣浮(류안도혜숙기부) 버들언덕 복숭 길 맑은 기운 떠

枝間鳥語苦啁啾(지간조어고조추) 가지사이 새소리 애처론 울음

春工與汝爭何事(춘공여여쟁하사) 봄 짓는 이 너희와 무슨 일 다퉈

慢罵東風不自休(만매동풍부자휴) 꾸짖어 봄바람에 그치지 않나

 

西樓晩望(서루만망) 서쪽 누각서 늦도록 보며

江風習習獵春叢(강풍습습렵춘총) 강바람 펄럭펄럭 봄풀을 스쳐

塞日濛濛臥晩空(새일몽몽와만공) 변방 해 흐릿흐릿 저녁 하늘에

水鳥忽投何處宿(수조홀투하처숙) 물새 갑작 사라져 어디 깃드나

沙頭殘篆尙留痕(사두잔전상류흔) 모래밭 남은 자국 아직도 남아

 

西樓觀雪(서루관설) 서쪽 누각서 눈을 보며

怒嶺嵬岑繞郭來(노령외잠요곽래) 성난 재 높다란 봉 성곽을 둘러

橫空萬疊玉成堆(횡공만첩옥성퇴) 하늘 지른 만 겹 봉 옥이 되 쌓여

水仙向曉遊何處(수선향효유하처) 물속 신선 새벽엔 어디서 노나

江上銀屛邇迤開(강상은병이이개) 강 위에는 은 병풍 이어 펼쳤네

 

洞仙驛晨興(동선역신흥) 동선역의 새벽 흥

竟日長吟蜀道難(경일장음촉도난) 날 다해 길게 읊어 촉도난 시를 이백

橫眠始得一身閑(횡면시득일신한) 길게 누워 비로소 한 몸이 느긋

却嫌枕上多情蝶(각혐침상다정접) 되레 싫어 꿈자리 뜻 많은 나비 장자

千里慇懃訪故山(천리은근방고산) 천리 먼 길 은근히 고향 산 찾아

 

使金過兎兒島鎭寧館(사금과토아도진녕관)

금나라에 사신으로 토아도 진녕관을 지나며

前道餘幾里(전도여기리) 앞에 갈 길은 몇 리나 남아

晩色漸微茫(만색점미망) 저문 빛 차츰 조금씩 아득

天外北風黑(천외북풍흑) 하늘 바깥은 북풍에 검어

地中西日黃(지중서일황) 땅에는 온통 서녘 해 누레

婦人能走馬(부인능주마) 아낙네 웬걸 말을 달리고

童子解騎羊(동자해기양) 아이들 알아 양 몰아 타네

一曲梅花落(일곡매화락) 한 가락 울려 매화 떨어져

聲聲斷客腸(성성단객장) 소리 소리에 나그네 애 타

 

過連峯館河橋(과연봉관하교) 연봉관 하교를 지나며

簇簇難峯間(족족난봉간) 쭉쭉 솟아난 봉우리 사이

虹橋跨碧灣(홍교과벽만) 무지개다리 걸린 푸른 만

雪寒愁北去(설한수북거) 눈발 차가워 북에 간 시름

風暖喜東還(풍난희동환) 바람 따뜻해 돌아와 기뻐

宿冬碎圭壁(숙동쇄규벽) 겨울 묵으니 얼음벽 깨져

驚灘鳴佩還(경탄명패환) 놀란 여울물 돌아와 울어

鄕心催縱轡(향심최종비) 고향 그리워 서둔 말고삐

未暇弄潺湲(미가농잔원) 틈틈 못 놀아 잔잔한 물에

 

宿香村(숙향촌) 향촌에 묵으며

雲行四五里(운행사오리) 구름을 걸어 사오리 길을

漸下蒼山根(점하창산근) 차츰 내려가 푸른 산기슭

鳥鳶忽飛起(조연홀비기) 새도 솔개도 갑자기 날아

始見桑柘村(시견상자촌) 비로소 보여 뽕나무 마을

村婦里蓬鬢(촌부리봉빈) 시골 아낙네 덥수룩 머리

出開林下門(출개임하문) 나와 열어줘 숲 아래 문을

靑苔滿古巷(청태만고항) 푸른 이끼 낀 오래된 골목

綠稻侵頹垣(녹도침퇴원) 푸른 벼 넘실 무너진 담에

茅簷坐未久(모첨좌미구) 초가 처마에 잠깐 앉으니

落日低瓊盆(낙일저경분) 지는 해 낮아 예쁜 화분에

伐薪忽照夜(벌신홀조야) 땔감 베어내 문득 밤 밝혀

魚蟹腥盤飱(어해성반손) 물고기 게에 비릿한 밥상

耕夫各入室(경부각입실) 농부는 혼자 방에 들어가

四壁農談諠(사벽농담훤) 온데 떠들썩 농사 이야기

勃溪作魚貫(발계작어관) 시내 발끈해 물고기 꿰니

咿喔分鳥言(이악분조언) 히히 웃으며 새가 돼 조잘

我時耿不寐(아시경불매) 나는 때로는 밝아 잠 안 와

敧枕臨西軒(기침임서헌) 기댄 잠자리 서쪽 추녀로

露冷螢火濕(노랭형화습) 이슬 차가워 반딧불 침침

寒蛩噪空園(한공조공원) 찬 귀뚜라미 빈 뜰에 울어

悲吟臥待曙(비음와대서) 슬피 읊어서 날 새기 바래

碧海含朝暾(벽해함조돈) 푸른 바다엔 아침 해 담아

 

叢石亭李學士知深韻(총석정이학사지심운) 총석정에서 ※關東八景

東遊大壑訪鴻濛(동유대학방홍몽) 동쪽 가니 큰 골짝 아득함 찾아

萬象奔趨一望中(만상분추일망중) 온갖 물상 치달음 한 눈에 들어

石束鸞笙臨碧海(석속난생임벽해) 돌 묶음 난새 생황 푸른 바다 앞

松飛孔蓋向靑空(송비공개향청공) 솔 날아 구멍 덮개 푸른 하늘로

大聲拂耳鯨牙浪(대성불이경아랑) 큰 소리 귀를 스쳐 고래 물결이

寒氣侵膚鶴羽風(한기침부학우풍) 찬 공기 살을 스며 학 깃털 바람

恐我而身非俗士(공아이신비속사) 아마 내 몸이 됨이 아니 속된 이

眞遊亦與四仙同(진유역여사선동) 참 놀음 또한 함께 네 신선 같아

※四仙 : 新羅 때 네 國仙 곧 永郞 術郞 安瑺 南石行을 일컬음

 

 

1410 괴애 김수온 文良 乖崖 金守溫(1410∼1481)文平 永同 醫方類聚

述樂府辭(술악부사) 악부의 노래를 한시로 풀다

十月層氷上(십월층빙상) 시월 달 켜켜 얼음 위에는

寒凝竹葉棲(한응죽엽서) 차가워 엉긴 댓잎 깃들어

與君寧凍死(여군녕동사) 그대 더불어 얼어 죽어도

遮莫五更鷄(차막오경계) 막지를 마라 오경의 닭아

 

題鄭府尹山水兵八首1(제정부윤산수병팔수1) ※屛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斷岸孤舟水國村(단안고주수국촌) 낭떠러지 외론 배 물나라 마을

蒼茫草樹暮春痕(창망초수모춘흔) 아득 푸른 풀 나무 저문 봄 자취

西風吹送天涯雨(서풍취송천애우) 서풍이 불어 실려 하늘 끝 비가

白脚滿空空半昏(백각만공공반혼) 흰 다리 하늘 가득 하늘 반 어둑

 

題鄭府尹山水兵八首2(제정부윤산수병팔수2)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草堂閑座愛幽棲(초당한좌애유서) 초당에 앉아 느긋 숨은 삶 아껴

睡起南窓已午鷄(수기남창이오계) 잠깨니 남쪽 창은 이미 한낮 닭

忽聽家童來報道(홀청가동래보도) 갑자기 집에 아이 와서 알림이

溪流漲到竹林西(계류창도죽림서) 시냇물 불어 넘쳐 대숲 서쪽을

 

題鄭府尹山水兵八首3(제정부윤산수병팔수3)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誰家亭榭露崖頭(수가정사로애두) 누구네 정자인가 벼랑 끝 우뚝

喬木脩篁一境幽(교목수황일경유) 큰 나무 쭉쭉 대숲 일대가 그윽

矮榻已空春寂寞(왜탑이공춘적막) 짤막 걸상 비어서 봄은 쓸쓸해

主人携客泛扁舟(주인휴객범편주) 주인은 손님 모셔 조각배 띄워

 

題鄭府尹山水兵八首4(제정부윤산수병팔수4)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來牛去馬日紛紛(내우거마일분분) 오는 소 가는 말에 날마다 분분

官渡舟船兩岸分(관도주선양안분) 관리 건네 나룻배 두 언덕 나눠

潮退海門洲渚遠(조퇴해문주저원) 조수 물린 바다 문 섬 물가 멀어

雁回千里自成群(안회천리자성군) 기러기 천리 날아 절로 떼 지어

 

題鄭府尹山水兵八首5(제정부윤산수병팔수5)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古木蒼藤合杳(고목창등합묘명) 늙은 나무 등나무 얽혀서 어둑

僧房高下彩霞明(승방고하채하명) 스님 방 높아 아랜 빛깔 놀 밝아

一逕連峰(출근일경연봉정) 뿌리 나온 오솔길 산마루 이어

布襪靑鞋著我(포말청혜착아행) 베버선 푸른 신이 내 발에 붙어

 

題鄭府尹山水兵八首6(제정부윤산수병팔수6)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百尺橋臨千尺湍(백척교림천척단) 백 자 다리 다가서 천 자 여울에

風生萬壑夏猶寒(풍생만학하유한) 바람나는 온 골짝 여름 되레 차

一驢暮客歸何處(일려모객귀하처) 한 나귀 저녁 길손 어딜 돌아가

心在三峰縹渺間(심재삼봉표묘간) 마음 있는 삼봉은 아득한 사이

 

題鄭府尹山水兵八首7(제정부윤산수병팔수7)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籬下長江家上山(리하장강가상산) 울타리 밑 긴 강이 집 위에는 산

山中蘭若入雲端(산중란약입운단) 산 속에 난초 같이 구름에 들어

淸明共待山頭會(청명공대산두회) 맑고 밝아 기다려 산머리 모임

一座僧歡雜俗歌(일좌승환잡속가) 자리한 스님 기뻐 세속 노래를

 

題鄭府尹山水兵八首8(제정부윤산수병팔수8)

정부윤의 산수 병풍에 제하며

描山描水摠如神(묘산묘수총여신) 산 그려 물을 그려 모두가 신필

萬草千花各自春(만초천화각자춘) 모든 풀 온갖 꽃에 따로이 봄이

畢竟一場皆幻境(필경일장개환경) 마침 다해 한바탕 모두 꿈인 게

誰知君我亦非眞(수지군아역비진) 누가 알랴 그대 나 참 아닌지를

 

送安俊爲安峽縣監(송안준위안협현감) 안준이 안협현감 되어 보내며

子之先者與吾偕(자지선자여오해) 자네의 아버지는 나와 함께해

幾度從容坐縣齋(기도종용좌현재) 몇 번을 쫓아 담아 고을 집 앉아

今日見君渾舊意(금일견군혼구의) 오늘날 그대 보니 얼핏 옛날 뜻

衰年遇境動傷懷(쇠년우경동상회) 늙은 나이 만나니 아픈 마음이

石田民散春無種(석전민산춘무종) 자갈밭 백성 흩여 봄에 못 심어

草閣山深晝亦䨪(초각산심주역매) 초가집 산이 깊어 낮에도 어둑

最是一方幽絶處(최시일방유절처) 가장 옳은 한 곳은 숨어 끊긴 곳

須敎黎庶厚生涯(수교려서후생애) 꼭 하게나 백성들 삶을 넉넉히

 

 

1420 사가정 서거정 剛中 四佳亭 徐居正(1420∼1488)文忠 大邱 東文選

畵竹(화죽) 대나무를 그려

此君無曲性(차군무곡성) 이 군자 바탕 굽힘이 없어

由來大節名(유래대절명) 내려오면서 큰 절개 이름

獨立天地間(독립천지간) 홀로 서있어 천지 사이에

斯爲聖之淸(사위성지청) 이러 하기에 성스런 맑음

 

卽事(즉사) 즉사

圍爐烘藥酒(위로홍약주) 화롯가 둘러 약주를 데워 횃불홍

點筆寫方書(점필사방서) 붓에 먹 찍어 베껴 책으로

自信經營拙(자신경영졸) 스스로 믿어 짓기 서툴러

仍知故舊疎(잉지고구소) 이에 알았네 옛 벗 뜸하여

 

小雨(소우) 보슬비

逆旅少親舊(역려소친구) 나그네 길엔 친구가 적어

人生多別離(인생다별리) 사람 살면서 이별은 많아

如何連曉夢(여하연효몽) 무슨 까닭에 이은 새벽꿈

未有不歸時(미유불귀시) 아니 있어서 못 돌아갈 때

 

處世(처세) 세상살이

處世三無慍(처세삼무온) 세상 살며 세 가지 성냄 말아야 성낼온

安貧百無憂(안빈백무우) 안빈낙도 백가지 시름이 없어

病中親藥餌(병중친약이) 병나면 몸소 챙겨 약에 음식을

慵裏度春秋(용리도춘추) 게을리 돌봄 없이 세월만 보내

矍鑠身難健(확삭신난건) 부들부들 떨어서 몸은 어렵고 두리번거릴확

伶俜跡已浮(령빙적이부) 헤매는 꼴 자국은 이미 떠올라 비틀거릴빙

十年歸老計(십년귀로계) 열 해 두고 돌리려 늘그막 꾀함

湖海一扁舟(호해일편주) 호수 바다 하나의 조각배려니 넓적할편

 

憶村家(억촌가) 시골집을 생각하며

梅迎今日雨(매영금일우) 매화 반기니 오늘의 비를

麥送故園秋(맥송고원추) 보리로 보낸 옛 동산 가을

最識還家好(최식환가호) 좋은 줄 아니 고향 돌아감

那堪作宦愁(나감작환수) 어찌 견딜까 벼슬길 시름

江山雙蠟屣(강산쌍랍사) 강산은 한 짝 밀랍 신발이 밀랍 신사

天地一漁舟(천지일어주) 천지는 한 척 고기잡이 배

歸去知何日(귀거지하일) 돌아갈 날은 언제 일런가

吾能昨夢遊(오능작몽유) 나는 놀기만 간밤에 꿈에

 

途中(도중) 길에서

雨後長途澁馬蹄(우후장도삽마제) 비온 다음 갈 길은 말 발길 꺼려

龍鐘衫袖半霑泥(용종삼수반점니) 구지레한 적삼소매 진흙 반 적셔

漏雲斜日長林晩(누운사일장림만) 구름 새로 비낀 해 늦은 긴 숲에

無數山禽種種啼(무수산금종종제) 셀 수 없는 산새들 갖가지 울음

 

晩山圖(만산도) 저녁 산 그림

嵳峨古樹與雲參(차아고수여운참) 우뚝이 늙은 나무 구름과 함께

石老巖奇水滿潭(석로암기수만담) 돌 묵어 바위 야릇 못엔 물 가득

更欲乘鸞吹鐵笛(갱욕승란취철적) 다시 해 난새 타려 날라리 불어

夜深明月過江南(야심명월과강남) 밤 깊어 밝은 달은 강남을 지나

 

小雨(소우) 가랑비

朝來小雨更庶織(조래소우갱서직) 아침에 온 가랑비 다시 베틀로

落絮飛花滿一簾(낙서비화만일렴) 버들 솜 날린 꽃잎 발 하나 가득

九十日春今已暮(구십일춘금이모) 아흔 날의 봄날도 이젠 저물어

病餘杯酒懶重拈(병여배주나중념) 병만 남아 술잔도 거듭 집어야

 

麻浦夜雨(마포야우) 마포에는 밤비 내려

百年身世政悠悠(백년신세정유유) 백년에 몸을 두고 다스림 아득

夜雨江湖惹起愁(야우강호야기수) 밤비 내린 강호에 시름 일으켜

袖裏歸田曾有賦(수리귀전증유부) 소매 속 돌아갈 밭 일찍 글 있어

已拚終老白鷗洲(이변종로백구주) 이미 두니 늘그막 흰 갈매기 섬

 

四皓圖(사호도) 상산 네 늙은이 그림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속세도 공명에도 둘 다 벗어나

閑圍一局子頻敲(한위일국자빈고) 한가히 두는 한판 알 자주 뚝딱

此中妙手無人識(차중묘수무인식) 이 판에 야릇한 수 아는 이 없어

會有安劉一着高(회유안유일착고) 때맞춰 유방 지킨 한 수가 높아

 

扶桑驛(부상역) 부상역 ※扶桑: 해 뜨는 곳에 있는 나무

光陰逆旅身如寄(광음역려신여기) 세월이란 나그네 몸을 맡겨서

羈宦他鄕思轉迷(기환타향사전미) 벼슬 매여 타향에 생각 헤매다

自笑詩狂猶故態(자소시광유고태) 씩 웃어 시에 미쳐 마치 옛 모습

壁間重檢古人題(벽간중검고인제) 거듭 살펴 벽에 건 옛사람 시를

 

春日(춘일) 봄날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황금 깃든 수양버들 옥 떠난 매화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작은 연못 새 물 푸름 이끼보다도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봄의 시름 봄의 재미 뉘 깊고 얕아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제비란 놈 오지 않아 꽃도 아니 펴

※黃金: 꾀꼬리 玉: 눈

 

自笑詩(자소시) 스스로 웃으며

一詩吟了又吟詩(일시음료우음시) 시 한 수 읊고 마쳐 또 시를 읊어

盡日吟詩外不知(진일음시외부지) 하루 다해 시 읊어 그 밖은 몰라

閱得舊詩今萬首(열득구시금만수) 찾아보니 지은 시 오늘로 만수

儘知死日不吟詩(진지사일불음시) 죽을 날을 알아야 시 읊지 않지

 

敍懷(서회) 품은 뜻 펼쳐

大隱誰知在世間(대은수지재세간) 큰 숨음 누가 알아 세간에 있어

宦情塵思共闌珊(환정진사공란산) 벼슬 뜻 티끌생각 모두 막는 옥

已諳一鐵能成錯(이암일철능성착) 이미 알아 한 쇠가 섞일 수 있어

未信千錢可買閑(미신천전가매한) 믿지 못해 천금을 한가함 못 사

詩道中興黃太史(시도중흥황태사) 시의 도 다시 일게 황태사에서

世祿終淺白香山(세록종천백향산) 세상 복록 얕아져 백향산부터

殘年心事憑誰語(잔년심사빙수어) 남은 날 마음 둔 일 누구 말 기대

笑把靑菱仔細看(소파청릉자세간) 웃으며 푸른 마름 낱낱이 보네

※黃太史: 山谷 黃庭堅(1045∼1105) ※白香山: 樂天 白居易(772∼846)

 

楊花踏雲(양화답운)※漢都十詠 양화에서 구름을 밟아

北風捲地萬籟響(북풍권지만뢰향) 북풍이 땅을 감아 온갖 울림이

江橋雲片大於掌(강교운편대어장) 강에 다리 눈송이 크기 손바닥

茫茫銀界無人蹤(망망은계무인종) 아득한 은세계엔 찾는 이 없어

玉山倚空千萬丈(옥산의공천만장) 옥의 산 하늘 닿아 천만 길이나

我時騎驢帽如屋(아시기려모여옥) 내 그때 나귀 타니 집만 한 갓이

銀花眩眼髮竪竹(은화현안발수죽) 은 눈꽃 눈에 아찔 머리 곧은 대

歸來沽酒靑樓飮(귀래고주청루음) 돌아와 술을 사니 청루서 마셔

醉傍寒梅訪消息(취방한매방소식) 취해 곁에 찬 매화 봄을 찾았네

 

 

1439 괴애 김극검 士廉 乖崖 金克儉(1439∼1499) 金海

閨情(규정) 아낙네 마음

未授三冬服(미수삼동복) 아니 보내니 한겨울 옷을

空催半夜砧(공최반야침) 괜한 서두름 밤 다듬이질

銀釭還似妾(은강환사첩) 은빛 등잔불 나와 똑같아 등잔강

漏盡却燒心(누진각소심) 스며 다 말라 마음을 태워

 

自省(자성) 스스로 살피며

年來身脫薄書䕺(연래신탈박서총) 해가 되니 몸 벗어 문서더미서

觀了塵緣一切空(관료진연일체공) 보았지 세상 매임 하나같이 空

心地惺惺猶未信(심지성성유미신) 마음자리 영리해 아직 못 믿어

朝朝喚問主人翁(조조환문주인옹) 아침마다 캐물어 주인 늙은이

 

 

1454 사옹 김굉필 大猷 蓑翁 金宏弼(1454∼1504)文敬 瑞興 寒暄堂集

路傍松(로방송) 길가 소나무 ※의인화 노인에 비유

一老蒼髥任路塵(일로창염임로진) 한 노인 푸른 수염 길에 먼지에

勞勞迎送往來賓(로로영송왕래빈) 힘쓰니 맞고 보내 오가는 길손

歲寒與汝同心事(세한여여동심사) 날 찬데 그대 함께 마음 맞춘 일

經過人中見幾人(경과인중견기인) 지나는 이 가운데 몇이나 봤나

 

寫牧丹(사목단) 모란을 그리지

雲裏寒梅雨後蘭(운리한매우후란) 구름 속 추운 매화 비 온 뒤 난초

看時容易畵時難(간시용이화시난) 볼 때는 쉬웠는데 그리진 못해

早知不入詩人眼(조지불입시인안) 일찍 알아 아니 듦 시인 눈에는

寧把臙脂寫牧丹(녕파연지사목단) 차라리 연지 잡아 모란 그릴 걸

※臙脂 : 동양화에 쓰는 붉은 물감

 

 

1454 매계 조위 太虛 梅溪 曹偉(1454∼1503)文莊 昌寧 梅溪集

寄伸二絶1(기신이절1) 마음을 부치며

旅雁不成行(여안불성행) 떠돈 기러기 줄을 못 이뤄

邊聲日暮起(변성일모기) 변방 소리는 해 지고 들려

相思空白頭(상사공백두) 서로 생각에 괜한 흰 머리

悵望人千里(창망인천리) 슬피 바라니 천리 길 사람

 

寄伸二絶2(기신이절2) 마음을 부치며

迢迢關塞長(초초관새장) 아득한 변방 멀기도 해서

默數家山路(묵수가산로) 말없이 헤어 고향 가는 길

何時連夜床(하시연야상) 언제 잇달아 밤을 보내며

共聽梅堂雨(공청매당우) 함께 들으랴 매당 빗소리

 

永興客館夜坐(영흥객관야좌) 영흥 객관에서 밤에 앉아

淸夜坐虛閣(청야좌허각) 말갛게 밤이 빈 누각 앉아

秋聲在樹間(추성재수간) 가을 소리는 나무 사이서

水明山影落(수명산영락) 물이 밝으니 산 그림자 져

月上露華溥(월상로화부) 달이 떠올라 이슬 꽃 넓어

恠鳥啼深壑(괴조제심학) 괴상한 새는 깊은 골 울어

潛魚過別灣(잠어과별만) 잠긴 물고기 물굽이 지나

此時塵慮靜(차시진려정) 이때는 티끌 걱정을 잊어

幽興集毫端(유흥집호단) 그윽한 흥이 붓끝에 모여

 

題紅梅畵簇(제홍매화족) 홍매화 그림족자에 제하여

夢覺瑤臺踏月華(몽각요대답월화) 꿈 깨어 멋진 누대 달빛을 걸어

香魂脈脈影橫斜(향혼맥맥영횡사) 향내 넋 잇달아져 그림자 비껴

似嫌玉色天然白(사혐옥색천연백) 옥 빛깔 싫어선지 순수의 흰빛

一夜東風染彩霞(일야동풍염채하) 한 밤을 봄바람에 노을 물들어

 

古意(고의) 옛 뜻

世間岐路混泥塵(세간기로혼니진) 세상사이 갈림길 뒤섞인 진흙 먼지

謾爲浮名絆此身(만위부명반차신) 헐뜯게 될 뜬 이름 이 몸을 얽어매네

風月性靈惟妙句(풍월성령유묘구) 바람 달 바탕마음 오직 묘한 글로서

江湖生理一綸巾(강호생리일륜건) 강 호수 살아가기 하나의 윤건이면

嗣宗白眼驚時輩(사종백안경시배) 사종이 흘겨보니 그때 사람 놀라고

謝眺靑山屬後人(사조청산속후인) 사조는 푸른 산을 뒷사람에 남겼네

萬事悠悠多慷慨(만사유유다강개) 온갖 일 아득하여 많이도 슬퍼 탄식

時時樽酒更相親(시시준주갱상친) 때때로 통에 술을 다시 서로 가까이

嗣宗 阮籍(210∼263)竹林七賢 靑眼 白眼

玄暉 謝眺(464∼499)六朝시대 齊나라 시인

 

 

1479 읍취헌 박은 仲說 挹翠軒 朴誾(1479∼1504 26歲) 高靈

萬里瀨1(만리뢰1) 만 리 여울

雪添春澗水(설첨춘간수) 눈 녹아 불어나니 봄날 골짝 물

鳥趁暮山雲(조진모산운) 새는 좇아 저문 산 구름 속으로

淸境渾醒醉(청경혼성취) 맑은 곳에 흐릿이 술에서 깨니

新詩更憶君(신시갱억군) 새로운 시 다시 또 그대 생각을

 

夜臥有懷士華(야와유회사화) 밤에 누워 사화를 생각하며

故人自致靑雲上(고인자치청운상) 오랜 벗 스스로 돼 푸른 구름 위

老我孤吟黃菊邊(노아고음황국변) 늙은 난 홀로 읊어 노란국화 곁

高盖何堪容陋巷(고개하감용누항) 높은 관 어찌 견뎌 좁다란 골목

酒盃終不負新篇(주배종불부신편) 술잔에 끝내 못해 새론 시 짓기

 

投擇之謝余之慢(투택지사여지만) 택지에게 내 거드름을 빌며

心從醒後皎(심종성후교) 마음은 밝아 술 깸에 따라

對此君無(수대차군무) 시름은 없어 그대를 맞아

知淸(금야지청미) 오늘밤 알아 맑음의 맛을

還須戒酒(환수계주도) 되레 반드시 술꾼 살펴야

 

雨中感懷有作投擇之(우중감회유작투택지) 비속에 느낌

早歲欲止酒(조세욕지주) 이른 나이엔 술을 끊으려

中年喜把酒(중년희파주) 나이 들어선 술 들며 기뻐

此物有何好(차물유하호) 이런 물건이 어찌 좋을까

端爲胸崔嵬(단위흉최외) 실은 가슴에 담기 어려워 ※崔嵬

山妻朝報我(산처조보아) 두메 아내가 아침에 알려

小甕潑新醅(소옹발신배) 작은 단지에 새 술 굈다며

獨酌不盡興(독작불진흥) 혼자 마시니 흥을 다 못해

且待吾友來(차대오우래) 또 기다리니 내 벗 오기를

 

過寓庵劇飮(과우암극음) 과우암에서 지나치게 술 마셔

萬事問天還自笑(만사문천환자소) 모든 일 하늘 물어 스스로 웃어

一心與世不相謀(일심여세불상모) 한마음 세상 함께 서로 꾀 않아

偶乘明月從君話(우승명월종군화) 뜻밖에 탄 밝은 달 그대 말 좇아

能有深尊慰我愁(능유심존위아수) 됨이 있어 술 찾아 내 시름 달래

卒歲優游差足樂(졸세우유차족락) 해 마쳐 보낸 놀이 즐겁긴 하나

平時落魄更誰尤(평시낙백갱수우) 늘 함에 넋을 잃어 누굴 또 탓해

已酣尙爲黃花飮(이감상위황화음) 이미 한창 취하니 국화 술 마셔

欲去仍將好句留(욕거잉장호구류) 떠나려다 거듭 해 좋은 글 남게

 

 

1482 정암 조광조 孝直 靜庵 趙光祖(1482∼1519)文正 漢陽 靜庵集

贈松齋(증송재) 송재에게 주며 ※松齋 李堣(1469~1517)

特松凌雲碧(특송능운벽) 우뚝 솔 푸름 구름을 깔봐

孤月照氷寒(고월조빙한) 외론 달 차게 얼음을 비춰

欲識先生節(욕식선생절) 알아보려는 선생의 곧음

請取松月看(청취송월간) 부디 바라봐 소나무 달을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 ※安處順(1493~1534)

慈母保赤子(자모보적자) 어머니 지켜 갓난아이를

莫學中兒情(막학중아정) 배움 없어도 아이 뜻 맞춰

吾民此有口(오민차유구) 우리 백성에 이래 있는 입

我志當先明(아지당선명) 내 뜻 마땅히 먼저 밝혀야

濟物固分事(제물고분사) 물건 건짐은 정말 맡은 일

素學爲今行(소학위금행) 평소 배움을 이제는 해야

化宣君能否(화선군능부) 고쳐 베풂을 그대 하겠나

最父子弟兄(최부자제형) 가장 먼저는 부자형제로

大雅曾未聞(대아증미문) 대아 일찍이 아니 들어서 ※詩經 大雅

汚染何由淸(오염하유청) 더럽게 물듦 어찌 맑힐까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

君行屬春時(군행속춘시) 그대 떠남은 봄날인 때라

天地養仁和(천지양인화) 하늘땅 길러 어짊 어우름

活油江新流(활유강신류) 살아 매끈해 강물 새 흐름

丰茸草生坡(봉용초생파) 무성한 풀은 비탈에 돋아

道逈千里盡(도형천리진) 길은 멀어서 천리를 다해

眼中幾歷多(안중기력다) 눈에 든 몇몇 지나침 많아

君子惟心遠(군자유심원) 군자는 오직 마음이 멀어

無非意所加(무비의소가) 없지 않으니 뜻에 더할 바

他年聞報政(타년문보정) 다른 해 듣지 다스림 알아

須憶此日歌(수억차일가) 꼭 새겨두길 이 날 노래를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

扶時有所歸(부시유소귀) 때를 붙들어 돌아감 있어

適幾尤陳力(적기우진력) 낌새 맞추어 더욱 힘을 펴

習流慣可人(습류관가인) 흐름을 익혀 사람에 버릇

奈如戕善俗(내여장선속) 어찌 해칠까 착한 풍속을

聖主方轉化(성주방전화) 성주는 마침 바꿔 고치니

東丘欣日出(동구흔일출) 동녘 언덕에 기쁜 해 솟아

款款效忠信(관관효충신) 정성을 들인 충성과 믿음

莫此更何得(막차갱하득) 이 없이 다시 무엇을 얻나

天威嚴咫尺(천위엄지척) 하늘 두려움 곁에서 엄해

一誠毋移易(일성무이역) 한 정성으로 바꾸지 말라

 

曺梅溪偉輓(조매계위만) 매계 조위의 만가 ※曺偉(1454~1503)

梅溪先逝寒暄弔(매계선서한훤조) 매계가 먼저 가니 한훤당 조문

野史當年感愴多(야사당년감창다) 야사에 오를 이 해 슬퍼함 많아

聞道河陽猶有子(문도하양유유자) 도 들으니 하양에 그대 있는 듯

霜天如見一黃花(상천여견일황화) 서리 날에 보는 듯 한 떨기 국화

 

 

1496 석천 임억령 大樹 石川 林億齡(1496∼1568) 善山 石川集

華山瀑布圖(화산폭포도) 화산 폭포도

急雨暮崖掛白龍(급우모애괘백룡) 소나기 저녁 벼랑 폭포수 걸려

詞人健筆氣成虹(사인건필기성홍) 시인은 힘찬 필력 무지개 그려

侯家屛障應無比(후가병장응무비) 양반집 가린 병풍 견줄 게 없어

我是人間富貴翁(아시인간부귀옹) 나야말로 세상에 부귀한 노인

 

秋村雜題(추촌잡제) 가을마을

志與江湖遠(지여강호원) 뜻함 더불어 강호를 멀리

形隨草木衰(형수초목쇠) 몸은 따르니 초목 시들 듯

美人歎已暮(미인탄이모) 미인은 탓해 벌써 늙음을

楚客自生悲(초객자생비) 나그네 절로 슬픔을 낳아

密綱江魚駭(밀강강어해) 촘촘한 그물 강고기 놀라

機心海鳥疑(기심해조의) 속이는 마음 바닷새 헤매

非無流水曲(비무유수곡) 없지 않으니 흘러 물굽이 ※流觴曲水

何處遇鐘期(하처우종기) 어디서 만나 알아줄 벗을 ※鍾子期

 

示友人(시우인) 벗에게 보이며

古寺門前又送春(고사문전우송춘) 옛 절에 문 앞에서 또 봄을 보내

殘花隨雨點衣頻(잔화수우점의빈) 남은 꽃 비 따라서 옷에 꽤 붙어

歸來滿袖淸香在(귀래만수청향재) 돌아온 소매 가득 맑은 향 배어

無數山蜂遠趁人(무수산봉원진인) 셀 수 없는 산에 벌 멀리 쫓아와

 

送白光勳還鄕(송백광훈환향) 고향 가는 백광훈을 보내며

江月圓復缺(강월원부결) 강에 달 둥긂 또 이지러져

庭梅落又開(정매락우개) 뜰 매화 지고 다시 피어나

逢春歸未得(봉춘귀미득) 봄을 만나도 못 돌아가서

獨上望鄕臺(독상망향대) 홀로 오르네 고향 그리워

 

 

1501 퇴계 이황 景浩 退溪 李滉(1501∼1570)文純 眞城 聖學十圖

寒棲(한서) 한서암에 살면서

結茅爲林廬(결모위림려) 띠풀 엮어 지으니 숲 속 초가집

下有寒泉瀉(하유한천사) 내려오니 쏟아져 차가운 샘물 쏟을사

棲遲足可娛(서지족가오) 늦어서야 머물러 즐거울만해

不恨無知者(불한무지자) 한은 안 해 아는 이 없을지라도

 

孤山(고산) 외로운 산

何年神斧破堅頑(하년신부파견완) 어느 해 신의 도끼 굳은 돌 찍어

壁立千尋跨玉灣(벽립천심과옥만) 벽이 돼 천 길이나 만에 걸쳤나

不有幽人來作主(불유유인래작주) 숨어살 이 찾아와 주인 안 하면

孤山孤絶更誰攀(고산고절갱수반) 외론 산 외로운 곳 다시 뉘 올라

 

春日閒居1(춘일한거1) 한가한 봄날에

昨日雲垂地(작일운수지) 어제는 구름으로 땅을 드리워

今朝雨浥泥(금조우읍니) 오늘아침 비 내려 젖은 진흙땅 젖을읍

開林行野鹿(개림행야록) 숲을 헤쳐 다니니 들에 들 사슴

編柳卻園雞(편류각원계) 얽힌 버들 물리쳐 뜨락엔 닭이 물리칠각

 

春日閒居3(춘일한거3) 한가한 봄날에

水聲含洞口(수성함동구) 물소리를 머금어 동네어귀에

雲氣帶山腰(운기대산요) 구름 서려 두르니 산골 기슭에 허리요

睡鶴沙中立(수학사중립) 졸고 선 두루미는 모래 가운데

驚鼯樹上跳(경오수상도) 놀래서 다람쥐는 나무를 올라 날다람쥐오

 

春日閒居4(춘일한거4) 한가한 봄날에

山田宜菽粟(산전의숙속) 산밭에는 마땅히 콩과 조 심고 콩숙 조속

藥圃富苗根(약포부묘근) 약초밭엔 넉넉히 싹 낸 뿌리를 밭포 모묘

北彴通南彴(북작통남작) 북쪽에 돌다리로 남북을 오가 돌다리작

新村接舊村(신촌접구촌) 새마을에 붙어서 오랜 마을이

 

春日閒居6(춘일한거6) 한가한 봄날에

綠染千條柳(녹염천조류) 푸른 물들인 천 가지 버들

紅燃萬朶花(홍연만타화) 붉게 불타니 만 떨기 꽃이

雄豪山雉性(웅호산치성) 장끼 호걸에 산 꿩의 바탕

奢麗野人家(사려야인가) 좋아 고우니 물린 사람 집

 

石蟹(석해) 가제

負石穿沙自有家(부석천사자유가) 돌을 지고 모래 파 지은 집 있지

前行卻走足偏多(전행각주족편다) 앞을 가 멈칫 달려 다리는 많아

生涯一掬山泉裏(생애일국산천리) 사는 물가 한 움큼 산 속 샘물에

不問江湖水幾何(불문강호수기하) 묻지 않아 강 호수 물이 얼만지

 

威化島(위화도) 위화도

麗季狂謀敢逆天(여계광모감역천) 고려말기 미친 꾀 하늘 거슬러

飛龍景會尙田淵(비룡경회상전연) 용이 나는 모습은 오직 밭 못에

自從神勸回旌後(자종신권회정후) 신이 시켜 따르니 깃발 돌린 뒤

東海春融萬萬年(동해춘융만만년) 우리나라 봄날로 만 만년 이어

 

退溪草屋黃錦溪來訪(퇴계초옥황금계내방) 퇴계 초가 찾아 온 황금계

溪上逢君叩所疑(계상봉군고소의) 시내 위 그대 만나 의문을 물어

濁醪聊復爲君持(탁료료부위군지) 막걸리나마 다시 그댈 위해서

天公卻恨梅花晩(천공각한매화만) 하늘이 되레 미안 매화꽃 늦어

故遣斯須雪滿枝(고견사수설만지) 그래 보내 이래 딱 눈꽃 가지로

※錦溪 黃俊良(1517∼1563)

 

矗石樓(촉석루) 촉석루

落魄江湖知幾日(낙백강호지기일) 넋 빠져서 강호에 며칠은 알아

行吟時復上高樓(행음시부상고루) 시 읊는다 때때로 높은 루 올라

橫空飛雨一時變(횡공비우일시변) 하늘 질러 비 날려 한때 바뀌나

入眼長江萬古流(입안장강만고류) 눈에 들은 긴 강은 오래도 흘러

往事蒼茫巢鶴老(왕사창망소학로) 지난일 아득하여 둥지 학 늙어

羇懷搖蕩野雲浮(기회요탕야운부) 품은마음 흔들려 들 구름 뜨네

繁華不屬詩人料(번화불속시인료) 번화함에 안 엮인 시인은 알아

一笑無言俯碧洲(일소무언부벽주) 한번 웃음 말없이 굽어봐 물 섬

 

 

1501 남명 조식 楗仲 南冥 曺植(1501∼1572)文貞 昌寧 南冥集

種竹山海亭(종죽산해정) 산해정에 대나무 심어

此君孤不孤(차군고불고) 이 군자 외로워도 외롭지 않아 ※대나무

髥叟則爲隣(염수즉위린) 수염 난 늙은이면 이웃이 되니 ※소나무

莫待風霜看(막대풍상간) 기다리진 않으나 바람서리에

猗猗這見眞(의의저견진) 아름다움 이렇게 참다움 보여

 

寄叔安(기숙안) 숙안에게 부치니

梅上春候動(매상춘후동) 매화나무 위 봄 날씨 움찔

枝間鳥語溫(지간조어온) 가지 사이로 새 소리 따뜻

海亭山月白(해정산월백) 산해정에는 산에 달 밝아

何以坐吾君(하이좌오군) 어찌 하며는 내 그대 앉나

 

無題(무제) 제목 없이

服藥求長年(복약구장년) 선단을 먹어 오래 삶 찾아 ※仙丹 丹藥 仙藥

不如孤竹子(불여고죽자) 같지 못하니 고죽국 아들 ※伯夷와 叔齊

一食西山薇(일식서산미) 한결 먹으니 수양산 고비 ※首陽山

萬古猶不死(만고유불사) 오랜 세월을 오히려 살아 ※고비薇 고사리蕨

 

題聞見寺松亭(제문견사송정) 문견사 송정에 제하다

雲袖霞冠尊兩老(운수하관존양로) 구름 소매 노을 갓 높은 두 노인

常瞻長日數竿西(상첨장일수간서) 늘 보는 기나긴 해 몇 발에 서쪽

石壇風露少塵事(석단풍로소진사) 돌 제단 바람 이슬 티끌 일 적어

松老巖邊鳥不啼(송로암변조부제) 솔 늙은 바위 가엔 새도 안 울어

 

題聞見寺松亭(제문견사송정) 문견사 송정에 제하다

袖裏行裝書一卷(수리행장서일권) 소매 안 행장으로 책을 한 권을

靑鞋竹杖上方西(청혜죽장상방서) 푸른 신 대지팡이 서쪽을 올라

遊人未釋無名恨(유인미석무명한) 노는 이 아니 버려 이름 없는 한

盡日山禽盡意啼(진일산금진의제) 하루 다해 산새는 뜻 다해 우네

 

江亭偶吟(강정우음) 강가 정자에서 우연히 읊다

臥疾高齋晝夢煩(와질고재주몽번) 앓아누워 높은 루 시달린 낮 꿈

幾重雲樹隔桃源(기중운수격도원) 몇 겹 구름 나무로 도원과 갈려

新水淨於靑玉面(신수정어청옥면) 새 물은 깨끗하기 푸른 옥보다

爲憎飛燕蹴生痕(위증비연축생흔) 미우니 제비 날아 물찬 흔적이

 

地雷吟(지뢰음) 지뢰 복괘를 읊다 ※復卦: 陽의 시작

易象分明見地雷(역상분명견지뢰) 주역 괘상 분명히 지뢰 복괘라

人心何昧善端開(인심하매선단개) 사람 맘 어찌 어둑 착함 열림을

祇應萌蘖如山木(기응맹얼여산목) 마침 받아 싹과 움 산에 나무에

莫遣牛羊日日來(막견우양일일래) 풀지 마소 소와 양 하루하루 와

 

山中卽事1(산중즉사1) 산에서 읊어

從前六十天曾假(종전육십천증가) 여태껏 예순 해는 하늘서 빌려

此後雲山地借之(차후운산지차지) 이다음 구름 산은 땅이 빌려줘

猶是窮塗還有路(유시궁도환유로) 오히려 막다른 길 다시 길 있어

却尋幽逕採薇歸(각심유경채미귀) 도리어 그윽한 길 고사리 캐지

 

山中卽事2(산중즉사2) 산에서 읊어

日暮山童荷鋤長(일모산동하서장) 해는 져 산골 아이 호미 메고 서

耘時不問種時忘(운시불문종시망) 김맬 때 묻지 않고 심은 때 잊어

五更鶴唳驚殘夢(오경학려경잔몽) 밤을 샌 학 울음에 놀라 남긴 꿈

始覺身兼蟻國王(시각신겸의국왕) 알게 돼 이 몸 겸한 개미나라 왕

 

鮑石亭(포석정) 포석정 ※경북 경주 927년 경애왕

楓葉鷄林已改柯(풍엽계림이개가) 단풍잎에 계림은 자루 바뀌니

甄萱不是滅新羅(견훤불시멸신라) 견훤이 아님이라 신라 없앰은

鮑亭自召宮兵伐(포정자소궁병벌) 포석정 절로 불러 대궐 침입을

到此君臣無計何(도차군신무계하) 여기 온 임금신하 꾀 없이 어찌

 

 

1510 명월 황진이 明月 黃眞伊(?∼?) 開城妓生

松都(송도) 송도(개성)

雪中前朝色(설중전조색) 눈 내림 속은 앞 왕조 빛깔

寒鍾故國聲(한종고국성) 차운 종 울림 옛 나라 소리

南樓愁獨立(남루수독립) 남쪽 누각은 홀로 선 시름

殘廓暮煙香(잔곽모연향) 무너진 성곽 저문 연기 향

 

別金慶元(별김경원) 김경원과 이별하며

三世金緣成燕尾(삼세금연성연미) 세 세상 굳은 인연 좋은 짝 이뤄

此中生死兩心知(차중생사양심지) 이 가운데 삶 죽음 두 마음 알아

楊州芳約吾無負(양주방약오무부) 양주 땅 꽃의 맺음 난 어김없어

恐子還如杜牧之(공자환여두목지) 두려움 그대 왠지 두목지 같아

※牧之 杜牧(803∼853)당나라 시인 강직한 성품

 

相思夢(상사몽) 그리운 꿈을

相思相見只憑夢(상사상견지빙몽) 서로 그려 서로 봐 꿈에서라네

儂訪歡時歡訪儂(농방환시환방농) 그대 오니 기쁠 때 날 찾아 기뻐

願使遙遼他夜夢(원사요료타야몽) 바램으로 먼먼 길 다른 밤 꿈엔

一時同作路中逢(일시동작노중봉) 한날한시 하기를 길에서 만나

※중복 반복 대칭의 형식, 형식과 내용의 일치(承句)

 

小柏舟(소백주) 조그만 잣나무 배

汎彼中流小柏舟(범피중류소백주) 저 띄운 물결 속에 조그만 잣 배

幾年閑盛碧波頭(기년한성벽파두) 몇 해 느긋 채웠나 푸른 물결에

後人若問誰先渡(후인약문수선도) 뒷사람 묻는다면 뉘 앞서 건너

文武兼全萬戶侯(문무겸전만호후)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의 제후

 

朴淵瀑布(박연폭포) 박연폭포

一派長天噴壑壟(일파장천분학롱) 한 가닥 긴 하늘서 골짝언덕 뿜어대

龍湫百仞水叢叢(용추백인수총총) 폭포줄기 백 길에 물은 펑펑 쏟아져

飛泉倒瀉疑銀漢(비천도사의은한) 샘 날아 도로 쏟아 어찌 보면 은하수

怒瀑橫垂宛白虹(노폭횡수완백홍) 성난 폭포 드리워 마치 하얀 무지개

雹亂霆馳彌洞府(박란정치미동부) 우박 날려 천둥 달려 골짝에 두루

珠聳玉碎徹晴空(주용옥쇄철청공) 구슬 솟아 옥 부셔져 갠 하늘 뚫어

遊人莫道廬山勝(유인막도려산승) 노는 이 말을 마라 여산폭포 빼어남

須識天磨冠海東(수식천마관해동) 알아야지 천마산 해동에 으뜸 폭포

 

滿月臺懷古(만월대회고) 만월대를 회고하며 ※고려의 왕궁 터

古寺蕭然傍御溝(고사소연방어구) 옛 절은 쓸쓸하게 대궐도랑 곁

夕陽喬木使人愁(석양교목사인수) 석양에 높은 나무 사람 시름케

煙霞冷落殘僧夢(연하냉락잔승몽) 안개 놀 차게 내려 스님 꿈 남아

歲月觴嶸破塔頭(세월상영파탑두) 세월 돌아 가팔라 깨진 탑머리

黃鳳羽歸飛鳥雀(황봉우귀비조작) 봉황은 날아가고 나는 새 참새

杜鵑花落牧羊牛(두견화락목양우) 진달래 꽃 떨어져 먹이니 소 양

神松憶得繁華日(신송억득번화일) 송악을 생각하니 번화한 날이

豈意如今春似秋(기의여금춘사추) 어찌 뜻 이제같이 봄도 가을날

 

 

1523 개암 강익 仲輔 介庵 姜翼(1523∼1567) 晋州 介庵

山天齋(산천재) 산천재

素月明秋練(소월명추련) 흰 달은 밝아 가을은 비단

澄流靜不波(징류정불파) 맑게 흐르니 물결 안 일어

春風坐一夜(춘풍좌일야) 봄바람 속에 앉아 한 밤을

眞味正如何(진미정여하) 참다운 맛은 정말 어떨까

 

月夜(월야) 달밤

仰天慙白月(앙천참백월) 하늘 우러러 하얀 달에 부끄러

臨水愧淸流(임수괴청류) 물에 다가서 맑은 흐름 부끄러

多少身心累(다소신심루) 얼마나 되나 몸과 마음 허물로

何能刮盡休(하능괄진휴) 어찌하면 깎아내 다해 그칠까

 

詠竹(영죽) 대나무를 읊다

凜凜千竿玉(늠름천간옥) 꿋꿋이 의젓 천의 장대 옥

昭昭一輪氷(소소일륜빙) 밝아서 환해 한 둘레 얼음

遺風留不泯(유풍류불민) 끼쳐온 내림 안 없애 남아

餘韻痛難承(여운통난승) 남겨진 울림 못 이어 아파

 

夙夜齋讀易(숙야재독역) 숙야재에서 주역을 읽으며

燈下披黃卷(등하피황권) 등불 아래서 누런 책 펼쳐

分明古聖顔(분명고성안) 뚜렷이 밝아 옛 성현 얼굴

夜深開戶看(야심개호간) 밤은 깊어서 문 열고 보니

雪月滿空山(설월만공산) 눈에 달빛이 빈산에 가득

 

贈林士秀(증임사수) 임사수에게

君從智異山中出(군종지리산중출) 그대 따라 지리산 산속을 나와

數寸靈根帶藥囊(수촌령근대약낭) 몇 마디 신령 뿌리 약낭에 둘러

倘愛南隣多病友(당애남린다병우) 혹 아껴 남쪽 이웃 병 많은 벗에

願分瑤草一叢香(원분요초일총향) 나눠 주리 좋은 풀 한 떨기 향기

 

秋夜(추야) 가을밤

碧落秋晴響遠江(벽락추청향원강) 파란 하늘 갠 가을 먼 강물 울림

柴扉撑掩息村狵(시비탱엄식촌방) 사립문 버텨 닫혀 쉬는 삽살개

竹風不動小園靜(죽풍부동소원정) 대 바람 꼼짝 않아 동산도 고요

明月在天人倚窓(명월재천인의창) 밝은 달 하늘 있어 창 기댄 사람

 

 

1527 고봉 기대승 明彦 高峰 奇大升(1527∼1572)文憲 幸州 高峰集

歷訪朴孝伯(역방박효백) 박효백을 찾아

逢君話疇昔(봉군화주석) 그대 만나 이야기 지난 밭두둑

濁酒聊自斟(탁주료자짐) 막걸리 애오라지 스스로 딸아

微風動新竹(미풍동신죽) 바람 살짝 흔들어 새로 난 대를

時有一蟬吟(시유일선음) 때때로 있는 매미 한소리 하네

 

同諸友步月甫山口號(동제우보월보산구호) 여러 벗 함께 달빛 거닐며

涼夜與朋好(량야여붕호) 서늘한 밤에 벗 함께 좋아

步月江亭上(보월강정상) 달빛 거닐어 강 정자 올라

夜久風露寒(야구풍로한) 밤이 오래라 바람 이슬 차

悠然發深想(유연발심상) 아득해지자 깊은 생각을

 

千山雪漲溪(천산설창계) 모든 산 눈이 시냇물 불려

風墮千山雪(풍타천산설) 바람이 떨어뜨려 모든 산 눈을

寒溪漲欲平(한계창욕평) 찬 시내 물 불어나 평평해지려

潮光凝不退(조광응불퇴) 조수 빛깔 어리어 물러섬 없어

月色曉猶明(월색효유명) 달빛은 새벽 되어 오히려 밝아

巖谷猿啼冷(암곡원제랭) 바위 골짝 잔나비 울음 차가워

松梢鶴夢驚(송초학몽경) 솔가지 끝 두루미 꿈에 놀라네

遙知灞橋上(요지파교상) 아득히 알겠으니 파교 위라서

詩興未應淸(시흥미응청) 시상 일음 아니지 으레 맑으니

※灞橋: 장안 동쪽의 다리 灞橋驢上: 시상을 얻는 아주 좋은 곳

 

山堂寒日(산당한일) 산에 집에 추운 날에

一室空山裏(일실공산리) 집하나 텅 빈 골짝 산 속에 있어

蕭條歲欲窮(소조세욕궁) 쓸쓸히 가는 한 해 다하려 하네

凍泉時自汲(동천시자급) 얼은 샘물 때때로 몸소 길어와

枯蘖且相烘(고얼차상홍) 마른 등걸 앞으로 서로 불살라

靜憩窓間日(정게창간일) 가만히 쉬는 창가 햇볕을 쬐며

閒聽谷口風(한청곡구풍) 한가히 듣는 골짝 바람 소리를

生涯聊可慰(생애료가위) 사는 삶 애오라지 달래게 되니

此意與誰同(차의여수동) 이런 뜻을 더불어 누구 함께 해

 

夜成(야성) 밤이 되니

寒夜不成夢(한야불성몽) 차가운 밤에 꿈을 못 이뤄

孤吟對短檠(고음대단경) 외로운 읊음 짧은 등 마주 등걸이경

月上照疏竹(월상조소죽) 달은 떠올라 성긴 대 비춰

窓明分細蝱(창명분세맹) 창이 밝아서 벌레도 보여 등에맹

隣犬元多警(린견원다경) 이웃집 개는 원래 잘 놀라

村舂自送聲(촌용자송성) 마을에 방아 절로 소리를 찧을용

黙黙誰開抱(묵묵수개포) 고요에 빠져 뉘와 맘 여나

悠悠百感生(유유백감생) 아득해 지니 온갖 느낌 나

 

鴨鷗亭(압구정) 압구정

荒榛蔓草蔽高丘(황진만초폐고구) 거친 덤불 덩굴 풀 높은 언덕에

緬想當時辦勝遊(면상당시판승유) 가물가물 그때는 즐거운 놀이

人事百年能幾許(인사백년능기허) 사람의 일 한 백년 얼마나 되게

滿江煙景入搔頭(만강연경입소두) 강 가득 안개 낀 볕 머리를 긁어

 

雨中(우중) 빗속에서

只今身世已迷津(지금신세이미진) 다만 이제 몸 둠은 나루를 잃어

獨臥空堂雨襲人(독와공당우습인) 홀로 누운 빈집에 비가 쳐들어

日暮未堪長鋏拔(일모미감장협발) 날 저무니 아니 돼 긴 칼 뽑기는

夜深猶許短檠親(야심유허단경친) 밤 깊어 오히려 해 등잔불 곁에

疎煙漠漠疑封戶(소연막막의봉호) 연기 피어 자욱해 문을 닫았나

密葉陰陰欲蓋隣(밀엽음음욕개린) 나뭇잎에 어둑해 이웃 가리려

幽興撩詩應爛熳(유흥료시응란만) 그윽이 시흥 돋아 활짝 빛나니

一杯相屬趁芳辰(일배상속진방신) 한 잔 술 서로 엮어 좋은 날 좇아

 

寄遊湖諸子(기유호제자) 노는 이들에게

湖上淸陰護落花(호상청음호낙화) 호수 위 맑은 그늘 진 꽃잎 지켜

出遊無伴坐吟哦(출유무반좌음아) 나간들 짝이 없어 앉아 시 읊어

諸生剩欲來挑興(제생잉욕내도흥) 여러 사람 남아나 와서 흥 돋아

倦客何堪共酌窪(권객하감공작와) 지친 길손 어쩌나 술 같이 해야

不風微煙橫素鏡(불풍미연횡소경) 바람 연기 없어서 그대로 거울

且看完月闖靑螺(차간완월틈청라) 보게 될 동그란 달 산을 나오려

暮春光景今如許(모춘광경금여허) 저무는 봄 볕 빛깔 이제처럼 해

病與愁纏只自嗟(병여수전지자차) 병에다 시름 얽혀 절로 탄식만

 

遊七頭草亭(유칠두초정) 칠두초정에서

溪行盡日寫幽襟(계행진일사유금) 시내 걸어 하루 다 깊은 속 없애

更値華林落晩陰(갱치화림락만음) 다시 값한 꽃핀 숲 늦 그늘 깔려

稿薦石床人自夢(고천석상인자몽) 짚 거적 돌 평상에 사람 절로 꿈

遠山疎雨一蟬吟(원산소우일선음) 멀리 산 성긴 비에 한 매미 울어

 

夏景(하경) 여름 볕

蒲席筠床隨意臥(포석균상수의와) 부들자리 대 침상 뜻대로 누워

虛欞疎箔度微風(허령소박도미풍) 빈 격자창 성긴 발 바람이 살짝

團圓更有生涼手(단원갱유생량수) 둥근 부채 또 있어 서늘함 일어

頓覺炎蒸一夜空(돈각염증일야공) 문득 알아 더위 찜 밤 하나 비네

 

題扇(제선) 부채

鑠景流空地欲蒸(삭경류공지욕증) 달군 볕 하늘 흘러 땅을 찌려네

午窓揮汗困多蠅(오창휘한곤다승) 낮에 창가 땀 훔쳐 파리 성가셔

憐渠解引淸風至(련거해인청풍지) 부채 살 끌어 풀어 맑은 바람을

何必崑崙更踏氷(하필곤륜갱답빙) 어찌 꼭 곤륜산에 얼음 또 밟아

 

舟中醉氣(주중취기) 배에서 취하여

江頭盡醉偶佳期(강두진취우가기) 나루터 실컷 취함 뜻밖 좋은 때

杯酒淋灕欲濕衣(배주림리욕습의) 잔술에 뿌려 젖어 옷을 적시려

牽興不須愁日晩(견흥불수수일만) 흥 이끌어 아니 꼭 해 늦어 시름

題詩且可餞春歸(제시차가전춘귀) 시 지으니 또 하지 가는 봄 보내

風煙冉冉猶相惹(풍연염염유상야) 바람 연기 아른아른 서로 이끌 듯

花絮紛紛只自飛(화서분분지자비) 꽃 버들 솜 어지러이 절로 날릴 뿐

仙夢一宵超物外(선몽일소초물외) 신선 꿈 하룻밤에 속세를 넘어

世間塵土莫來圍(세간진토막래위) 세상에 티끌 흙은 에워쌈 마라

 

 

1534 구봉 송익필 雲長 龜峰 宋翼弼(1534∼1599)文敬 礪山 龜峰集

南溪暮泛詩(남계모범시) 남쪽 시내 늦은 배 띄워

迷花歸棹晩(미화귀도만) 꽃에 빠져 돌아감 늦어만 가고 노도

待月下灘遲(대월하탄지) 달 기다려 내려감 여울에 더뎌 여울탄

醉裏猶垂釣(취이유수조) 취했어도 오히려 낚시 드리워

舟移夢不移(주이몽불이) 배 옮겨도 꿈이란 옮길 수 없어

 

下山(하산) 산을 내려오며

殘夜鳴淸磬(잔야명청경) 끄트머리 밤 맑은 종 울려

携筇下碧山(휴공하벽산) 지팡이 짚고 푸른 산 내려

巖花猶惜別(암화유석별) 바위에 꽃은 아깝기도 해

隨水出人間(수수출인간) 물을 따라서 세상에 나가

 

主人出不還偶題(주인출불환우제) 주인이 나가서 아니 돌아와

寂寂掩空堂(적적엄공당) 고요하기도 닫힌 빈 방에 가릴엄

悠悠山日下(유유산일하) 아득하기만 산에 해 아래

出門又入門(출문우입문) 문을 나서다 또 문에 들어

佇立還成坐(저립환성좌) 우두커니 서 돌아와 앉아 우두커니저

 

夜坐(야좌) 밤에 앉아서

層城聞遠笛(층성문원적) 겹친 성에 들리니 먼 피리소리

月照紗窻明(월조사창명) 달빛 비친 비단 창 밝기도하여

展轉不成睡(전전불성수) 이리저리 뒤척여 잠을 못 이뤄

爲誰無限情(위수무한정) 누굴 위해 끝없는 정이 들었나

 

獨坐(독좌) 혼자 앉아서

隱几愁將夕(은궤수장석) 책상에 기대 시름에 저녁

秋陰滿小樓(추음만소루) 가을 그늘이 작은 루 가득

流螢欺白日(류형기백일) 반딧불 날아 한낮이더냐

穿樹各爭頭(천수각쟁두) 나무를 뚫어 저마다 다퉈

 

江上(강상) 강 위에서

寒角斜陽外(한각사양외) 차가운 피리 비낀 볕 밖에

江村一二家(강촌일이가) 강 마을에는 하나 둘 집이

乘桴吾豈敢(승부오기감) 마룻대를 타 내 어찌 마구

滄海亦風波(창해역풍파) 넓은 바다에 바람 물결이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我似梅花樹(아사매화수) 나와 같구나 매화꽃 나무

南移厭北還(남이염북환) 남으로 옮겨 북녘이 싫어

長安桃李日(장안도리일) 장안의 복사 오얏꽃 핀 날

誰復問孤寒(수부문고한) 뉘 다시 물어 외로운 추위

 

次謫仙韻(차적선운) 적선의 운을 따서

寂寞靑樓女(적막청루녀) 고요해 쓸쓸 푸른 루 여인

單居白雲端(단거백운단) 홀로 머무니 흰 구름 끝에

玉齒未曾啓(옥치미증계) 하얀 옥 이는 아니 드러내

芳春無所歡(방춘무소환) 꽃다운 봄도 기쁠 게 없네

有節何人識(유절하인식) 절개가 있어 어떤 이 알며

無心片心丹(무심편심단) 마음도 없이 조각 맘 붉어

重重翠雲屛(중중취운병) 겹겹 둘러친 구름 병풍이

不許他人觀(불허타인관) 아니 된다네 남이 보는 걸

却笑秦家女(각소진가녀) 언뜻 비웃어 진나라 여인

輕身乘彩鸞(경신승채란) 가벼이 몸을 수레에 실어

 

山中(산중) 산 속에서

獨對千峯盡日眠(독대천봉진일면) 홀로 마주 일천 봉 날 다해 잠을

夕嵐和雨下簾前(석람화우하염전) 저녁 남기 비 얼려 발 앞에 내려

耳邊無語何曾洗(이변무어하증세) 귓가에 말도 없어 어찌 씻을까

靑鹿來遊飮碧泉(청록래유음벽천) 푸른 노루 놀다 와 푸른 샘 마셔

 

白馬江(백마강) 백마강

百年文物摠成丘(백년문물총성구) 백제문물 모두가 언덕이 되고

歌舞煙沈杜宇愁(가무연침두우수) 노래 춤 연기 속에 두견새 시름

投馬有臺雲寂寂(투마유대운적적) 말 던진 대는 있어 구름만 고요

落花無迹水悠悠(낙화무적수유유) 꽃 떨친 자취 없어 강물만 유유

孤舟白髮傷時淚(고주백발상시루) 외론 배에 흰 머리 때 한탄 눈물

一笛靑山故國秋(일적청산고국추) 피리소리 푸른 산 옛 백제 가을

欲弔忠魂何處是(욕조충혼하처시) 조문드릴 충신 넋 어디쯤 인가

令人長憶五湖舟(영인장억오호주) 사람들 오랜 생각 오호의 배로

※ 釣龍臺 洛花巖

 

 

1536 율곡 이이 叔獻 栗谷 李珥(1536∼1584)文成 德水 聖學輯要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風月養我情(풍월양아정) 바람에 달에 내 뜻을 길러

煙霞盈我身(연하영아신) 안개 노을은 내 몸을 채워

子長吾所慕(자장오소모) 자장은 내가 그리는 바며 ※司馬遷?

悅卿吾所親(열경오소친) 열경은 내가 가까이할 바 ※金時習

非探山水興(비탐산수흥) 찾음 아니니 산수의 흥은

聊以全吾眞(료이전오진) 오직 온전히 나의 참됨을

物我合一體(물아합일체) 만물과 나는 한 몸이 되니

誰主誰爲賓(수주수위빈) 누가 주인 돼 누가 손님 해

湛湛若澄潭(담담약징담) 맑고 맑아서 맑은 못 같아

肅肅如秋旻(숙숙여추민) 고요하기가 가을날 하늘

無憂亦無喜(무우역무희) 시름이 없어 기쁨도 없어

此境人難臻(차경인난진) 이러한 경지 남들 이를까

 

滿月臺(만월대) 만월대 ※만월대: 개성시 북쪽 松岳南麓 고려의 왕궁 터

下馬披荊棘(하마피형극) 말에서 내려 가시밭 헤쳐 나눌피

高臺四亡虛(고대사망허) 높은 루 올라 사방 텅 비어

雲山孤鳥外(운산고조외) 구름의 산은 외론 새 바깥

民物故都餘(민물고도여) 백성의 물건 옛 도읍 남겨

危砌依林廢(위체의임폐) 어긋난 섬돌 숲으로 묻혀 섬돌체

喬松落影疎(교송낙영소) 높은 소나무 그림자 엉성 높을교

斜陽照三角(사양조삼각) 비스듬 볕이 삼각산 비춰 ※三角山:서울

指點是王居(지점시왕거) 가리키는 곳 임금이 계셔

 

湖堂夜坐(호당야좌) 호당에서 밤에 앉아

湖堂久不寐(호당구불매) 호당에 오래도록 잠은 아니 와

夜氣著人淸(야기저인청) 밤기운 뚜렷하니 사람 맑아져

葉盡知秋老(엽진지추로) 잎 다 져 알겠으니 가을 늦어짐

湖明見月生(호명견월생) 호수는 밝았으니 달 떠 보여서

疎松搖榻影(소송요탑영) 성긴 솔이 흔들려 걸상에 그늘

塞雁落沙聲(새안락사성) 변방서 온 기러기 모래서 소리

自愧紅塵客(자괴홍진객) 부끄러워 홍진 속 나그네 되니

臨流未濯纓(임류미탁영) 물 흐름에 다가서 갓 끈 못 씻어

 

乘舟西下(승주서하) 배를 타고 서쪽으로

處世苦不諧(처세고불해) 세상살이 어려워 어울림 못해 화할해

悠然歸意催(유연귀의최) 오래도 돌아갈 뜻 밀려오는데

天心縱不移(천심종불이) 하늘의 한가운데 옮기지 않지

變態知誰裁(변태지수재) 바꾸는 꼴 알아서 누가 다스려

滄海細雨迷(창해세우미) 넓은 바다 가랑비 헤매게 하여

斜陽孤棹開(사양고도개) 기운 해에 외로이 노를 젓는다

美哉水洋洋(미재수양양) 아름답다 물결은 넘실넘실 대

萬念嗟已灰(만념차이회) 모든 걱정 어럽쇼 이미 다 꺼져

只有一寸丹(지유일촌단) 다만 지녀 한 조각 붉은 마음을

九死終不回(구사종불회) 아홉 죽어 끝끝내 돌리지 않아

 

次安丹城船巖韻(차안단성선암운) 안단성 배바위를 빌어

有石形何似(유석형하사) 돌 있어 꼴이 무엇에 닮아

靑林露半船(청림로반선) 푸른 숲 불쑥 반쯤 배 모양

携朋憐坐密(휴붕련좌밀) 벗 끌어 앉아 좁아서 어째

垂釣見魚懸(수조견어현) 낚시 드리워 물고기 걸려

淫潦雖臟迹(음료수장적) 어지럽힌 물 내장 자취가

孤堅不隱賢(고견불은현) 혼자만 굳건 어짊 못 숨어

千年肯移棹(천년긍이도) 천년 기꺼이 노 저어 옮겨

終日載風煙(종일재풍연) 날 다해 실어 바람과 안개

 

無盡亭下乘月艇(무진정하승월정) 무진정 아래 배를 타고서

江天霽景爽如秋(강천제경상여추) 강 날씨 갠 경치는 가을인 듯이

晩泛蘭舟碧玉流(만범란주벽옥류) 늦게 띄운 고운 배 벽옥에 흘러

雲影月光迷上下(운영월광미상하) 구름 가린 달빛은 위아래 몰라

美人西望思悠悠(미인서망사유유) 고운이 서쪽 바램 그리움 아득

 

金沙寺見海市(금사사견해시) 금사사에서 신기루를 보다

松間引步午風凉(송간인보오풍량) 솔 사이 거니는데 낮 바람 서늘

手弄金沙到夕陽(수롱금사도석양) 손장난에 금모래 저녁볕 닿아

千載阿郞無處覓(천재아랑무처멱) 천년의 아랑일랑 찾을 데 없어

蜃樓消盡海天長(신루소진해천장) 신기루 사라지니 바다하늘만

※장산곶 북쪽 금사사 해안 모래언덕 20리

 

哭退溪先生(곡퇴계선생) 퇴계선생을 곡하며

良玉精金稟氣純(양옥정금품기순) 좋은 옥 깨끗한 금 바탕이 맑아

眞源分派自關閩(진원분파자관민) 참 연원 나눠 갈려 주자학에서

民希上下同流澤(민희상하동류택) 백성 바램 아래위 함께한 은택

迹作山林獨善身(적작산림독선신) 자취 남겨 산림에 홀로 착한 몸

虎逝龍亡人事變(호서용망인사변) 범은 가고 용 잃어 사람일 바껴

瀾回路闢簡編新(란회로벽간편신) 물결 돌려 길 열어 새로 엮은 책

南天渺渺幽明隔(남천묘묘유명격) 남녘하늘 아득해 저승 이승에

漏盡腸摧西海濱(루진장최서해빈) 눈물 말라 애 끊어 서해 물가서

※濂洛關閩은 地名으로 性理學과 周敦頤 邵雍 程顥 程頤 張載 朱熹를 의미

 

 

1536 송강 정철 季涵 松江 鄭澈(1536∼1593)文淸 延日 關東別曲

萬日寺獨坐(만일사독좌) 만일사에 홀로 앉아

有客身多病(유객신다병) 나그네 돼 몸에는 아픔도 많아

棲棲湖海間(서서호해간) 머물러 살아가니 호수 바다에

蒼茫北歸意(창망북귀의) 아득히 북녘 갈일 생각만 있어

風雨滿空山(풍우만공산) 비바람에 가득 차 텅 빈 산골에

 

村居雜興(촌거잡흥) 시골 사는 맛

年年禾滿野(년년화만야) 해마다 벼는 익어 들판에 가득

處處酒盈蒭(처처주영추) 곳곳에 술 거르니 용수에 넘쳐 용수추篘

肯泣楊朱路(긍읍양주로) 옳거니 양주 울음 갈림길에서

寧悲宋玉秋(녕비송옥추) 차라리 슬픈 송옥 가을노래를

※楊朱: 전국시대 사상가 이기주의 ※宋玉: BC3세기 시인‘九辯’

 

宿松江亭舍1(숙송강정사1) 송강정사에 묵으며

借名三十載(차명삼십재) 이름을 빌려 서른 해 지나

非主亦非賓(비주역비빈) 주인도 아냐 객도 아니지

茅茨纔盖屋(모자재개옥) 띠풀로 이니 겨우 지붕이

復作北歸人(부작북귀인) 다시 나그네 북녘 가는 이

 

宿松江亭舍2(숙송강정사2) 송강정사에 묵으며

主人客共到(주인객공도) 주인에 객에 함께 이르니

暮角驚沙鷗(모각경사구) 날 저문 구석 놀란 갈매기

沙鷗送主客(사구송주객) 갈매기 보내 주인도 객도

還下水中洲(환하수중주) 내려앉으니 물에 모래섬

 

宿松江亭舍3(숙송강정사3) 송강정사에 묵으며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 밝은 달떴네 텅 빈 뜨락에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 주인 이사람 어디를 떠나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 떨어지는 잎 사립문 가려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 바람과 솔은 밤 깊게 얘기

 

卽事(즉사) 즉흥적으로

萬竹鳴寒雨(만죽명한우) 댓잎 모두 울어서 차가운 비에

迢迢江漢心(초초강한심) 멀리 아득 한강을 마음은 서울 멀초

幽人自多事(유인자다사) 숨은 사람 스스로 일이 많다네

中夜獨橫琴(중야독횡금) 한밤에야 홀로이 거문고 걸쳐

 

題山僧軸(제산승축) 산승의 시축에 지어

曆日僧何識(력일승하식) 날짜 셈을 스님은 어찌 압니까

山花記四時(산화기사시) 산에 꽃에 적지요 사시사철을

時於碧雲裏(시어벽운리) 때로는 푸른 하늘 구름 속에다

桐葉坐題詩(동엽좌제시) 오동잎과 앉아서 시도 쓴다오

 

統軍亭(통군정) 통군정에서 ※평안북도 의주에 있는 정자

我欲過江去(아욕과강거) 나는 하고파 강 건너 가서

直登松鶻山(직등송골산) 곧바로 올라 송골매 산을 송골매골

西招華表鶴(서초화표학) 서쪽에 불러 화표 학더러

相與戱雲間(상여희운간) 함께 노닐어 구름 사이를

※華表鶴歸: 漢나라 丁令威가 죽어 학이 되어 고향의 성문 화표에 앉음

 

題雪梅詩卷(제설매시권) 설매의 시권에 지어

片片窮簷雪(편편궁첨설) 조각조각 사라져 처마 쌓인 눈

刀刀萬壑風(도도만학풍) 삐죽삐죽 모든 골 골짝 바람이 골학

僧來無一語(승래무일어) 스님 와도 없으니 한 마디 말이

燈火五更中(등화오경중) 등불만이 빛나네 밤을 새우며

 

月夜(월야) 달밤에

隨雲度重嶺(수운도중령) 구름 따라 넘으니 겹겹 고개를

伴月宿虛簷(반월숙허첨) 달 데리고 묵으니 텅 빈 처마에

晨起解舟去(신기해주거) 새벽 깨어 배 풀어 떠나려는데

麻衣淸露霑(마의청로점) 베옷에 맑은 이슬 젖어들었네 젖을점

 

金剛山雜詠(금강산잡영) 금강산 노래

穴網峯前寺(혈망봉전사) 혈자리 얽힌 봉우리 앞 절

寒流對石門(한류대석문) 차가운 흐름 돌문을 마주

秋風一聲笛(추풍일성적) 가을바람에 한 소리 피리

吹破萬山雲(취파만산운) 불어 깨뜨려 만산의 구름

 

楓嶽道中遇僧(풍악도중우승) 금강산 길에 스님을 만나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 앞에 갈 길에 좋은 일 있어

僧出白雲間(승출백운간) 스님 나오니 흰 구름 사이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 일만 이천에 봉마다 나무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 가을이 오니 잎잎이 단풍

 

萬師臺(만사대) 만사대에서

南溪沐余髮(남계목여발) 남쪽 시내서 내 머리 감아

更上萬師臺(갱상만사대) 다시 오르니 만사대라네

服食從渠住(복식종거주) 입고 먹음은 삶에 따르나

時看羽客來(시간우객래) 때맞춰 보니 신선이 왔네 ※羽化登仙

 

絶句(절구) 절구

嶺海無消息(영해무소식) 고개 너머 바다에 소식이 없고

風塵有是非(풍진유시비) 바람티끌 속세엔 시비가 있어

一生長作客(일생장작객) 삶을 온통 오래도 지은 나그네

萬事獨關扉(만사독관비) 모든 일에 혼자서 문짝을 걸어

 

宜月亭(의월정) 의월정에서

白嶽連天起(백악연천기) 하얀 높은 산 하늘에 이어

城川入海遙(성천입해요) 성에 냇물은 바다로 흘러

年年芳草路(년년방초로) 해마다 지나 꽃다운 풀길

人渡夕陽橋(인도석양교) 사람은 건너 저녁볕 다리

 

江亭(강정) 강가 정자

日夕江風起(일석강풍기) 날은 저녁에 강바람 일어

波濤自擊撞(파도자격당) 물결 저절로 쳐서 부딪혀

山翁睡初罷(산옹수초파) 산에 늙은이 잠자다 막 깨

忽忽倚虛窓(홀홀의허창) 문득 멍하게 빈창에 기대

 

別退陶先生(별퇴도선생) 퇴계선생과 헤어지며

追到廣陵上(추도광릉상) 쫓아 이르니 광릉 땅에를

仙舟已杳冥(선주이묘명) 신선 배 이미 아득하기만

秋風滿江思(추풍만강사) 가을바람에 강 가득 생각

斜時獨登亭(사시독등정) 해질 때 홀로 정자에 올라

 

詠懷(영회) 내 마음의 노래

三千里外美人在(삼천리외미인재) 삼천리 먼 바깥에 고운 님 계셔

十二樓中秋月明(십이루중추월명) 열두 누각 가운데 가을 달 밝아

安得此身化爲鶴(안득차신화위학) 어찌해야 이 몸을 학으로 바꿔

統軍亭下一悲鳴(통군정하일비명) 통군정 아래 내려 슬피 지를까

 

 

1537 옥봉 백광훈 彰卿 玉峯 白光勳(1537∼1582) 海美 玉峯集

自寶林下西溪(자보림하서계) 보림에서 서계로 내려가며

月意晴雲裏(월의청운리) 달이 뜻함은 갠 구름 속에

江聲醉騎邊(강성취기변) 강물소리는 취해 탄 이 곁

不嫌村路近(불혐촌로근) 싫지는 않아 마을 가까워

深樹有啼鵑(심수유제견) 깊은 나무에 두견새 울어

 

寶林寺贈別(보림사증별) 보림사에서 헤어지며 주다

握手寺樓春(악수사루춘) 손을 맞잡은 절 누대 봄날

相送無言裏(상송무언리) 서로 보내니 말없는 속에

白日在靑天(백일재청천) 밝은 해 있어 푸른 하늘에

平生寸心是(평생촌심시) 평생 살면서 다진 마음이

 

雙溪園(쌍계원) 쌍계원

好在庭前樹(호재정전수) 좋게 있구나 뜰 앞에 나무

花開又一來(화개우일래) 꽃이 피니 또 한번 찾았네

山翁酒應熟(산옹주응숙) 산에 늙은이 술 익었으면

共醉月中杯(공취월중배) 함께 취하세 달 뜬 술잔에

 

醉題金仲皓衣(취제김중호의) 취하여 옷에 쓰다

以我月日後(이아월일후) 나로선 달도 날도 나중인지라

視君呼作兄(시군호작형) 그대 보면 불러야 형님이라며

千金不惜醉(천금불석취) 천금을 안 아껴서 취해도보고

一笑是平生(일소시평생) 한 번 웃어 이것이 평생 삶이라

 

哀淨源(애정원) 슬픔의 근원

落日寒溪曲(낙일한계곡) 지는 해 차게 시내 굽이에

山背雪後村(산배설후촌) 산을 등지고 눈 내린 마을

生離已自苦(생리이자고) 살아서 헤짐 절로 괴로워

死別復何言(사별부하언) 죽어 떨어져 다시 뭘 말해

 

題鶴林寺墨竹(제학림사묵죽) 학림사 묵죽에

迸地誰禁汝(병지수금여) 땅에 솟아나 누가 널 금해

連天儘任君(련천진임군) 하늘에 닿아 그대 멋대로

淸標足醫俗(청표족의속) 맑음 나타내 속됨 고칠 만

培植看仍雲(배식간잉운) 북돋아 자라 후손을 보리 仍孫 雲孫

 

哭蘇澳(곡소오) 울어 소오에

去歲西歸路(거세서귀로) 지난 해 서쪽으로 돌아가던 길

君家葛院邊(군가갈원변) 그대 집은 갈원역 곁에 있었지

那知今日淚(나지금일루) 어찌 알아 오늘날 눈물 흘리나

寂寞洒新阡(적막쇄신천) 고요 쓸쓸 눈물로 새 무덤길에

 

漫興1(만흥1) 절로 흥 일어

二月江南雨(이월강남우) 이월 강남에 비가 내려서

郊扉日日陰(교비일일음) 성 밖 사립문 날마다 흐려

靑苔掩人迹(청태엄인적) 푸른 이끼에 사람 길 가려

芳樹怯花心(방수겁화심) 향기론 나무 꽃 피움 겁내

戲鴨池塘滿(희압지당만) 오리는 놀아 연못에 가득

歸鴻關塞深(귀홍관새심) 기러기 가니 변방 깊숙이

客遊偏悵望(객유편창망) 길손 떠돌아 슬피 바라봐

獨對暮山吟(독대모산음) 홀로 마주해 저문 산 읊어

 

漫興2(만흥2) 절로 흥 일어

欲說春來事(욕설춘래사) 말해볼거나 봄이 온 일을

柴門昨夜雨(시문작야우) 사립문에는 어젯밤 비에

閒雲度峰影(한운도봉영) 한가한 구름 산에 그림자

好鳥隔林聲(호조격림성) 정다운 새들 숲 건너 울어

客去水邊坐(객거수변좌) 나그네 되어 물가에 앉아

夢廻花裏行(몽회화이행) 꿈에 돌아와 꽃 속을 걸어

仍聞新酒熟(잉개신숙주) 이에 풍기니 새로 술 익어

瘦婦自知情(수부자지정) 여윈 아내는 내 뜻 알아서

 

贈思峻上人(증사준상인) 증사준상인

智異雙溪勝(지리쌍계승) 지리산에 쌍계사 빼어나 좋고

金剛萬瀑奇(금강만폭기) 금강산 만폭동은 야릇하다네

名山身未到(명산신미도) 이름난 산 이 몸이 아니 이르고

每賦送僧詩(매부송승시) 자주 지어 스님을 보내는 시만

 

寄鄭兄景綏(기정형경수) 정경수에게 부치며

綠楊未成線(녹양미성선) 푸른 버들 아직은 아니 늘어져

池閣鎖餘寒(지각쇄여한) 못가 누각 닫히어 추위가 남아

日出花間鳥(일출화간조) 해가 뜨니 꽃 사이 새 날아 들어

相思淸夢闌(상사청몽란) 서로 생각 맑은 꿈 가로막으려

 

憶孤竹(억고죽) 외로운 대나무를 생각하며

門外草如積(문외초여적) 문밖에 풀은 더미로 쌓여

鏡中顔已凋(경중안이조) 거울 속 얼굴 이미 시들어

那堪秋風夜(나감추풍야) 어찌 견디랴 가을밤 바람

復此雨聲朝(부차우성조) 이곳은 다시 아침 빗소리

影在時相弔(영재시상조) 모습 때때로 서로 궁금해

情來每獨謠(정래매독요) 그리움마다 혼자 노래를

猶憐孤枕夢(유련고침몽) 되레 가여워 홀로 꿈자리

不道海山遙(부도해산요) 말하지 마라 산 바다 아득

 

過龍湖(과용호) 용호를 지나며

岸上誰家碧樹村(안상수가벽수촌) 언덕 위에 누구네 푸른 나무로

釣船無纜在籬根(조선무람재리근) 고깃배 닻줄 없이 울타리 매여

輕霞一抹山開處(경하일말산개처) 옅은 안개 발리니 산이 열린 곳

留住殘陽照掩門(류주잔양조엄문) 머물러 남은 볕이 닫힌 문 비춰

 

洛中別友(낙중별우) 서울서 벗과 헤어져

長安相送處(장안상송처) 오래 편하길 서로 보낸 곳 長安 洛陽

無語贈君歸(무어증군귀) 말없이 보내 그대 돌아가

却向江南望(각향강남망) 도리어 향해 강남 땅 바래

靑山又落暉(청산우낙휘) 푸른 산에는 또 해가 진다

 

龍江別成浦(용강별성포) 용강 별성포

千里柰君別(천리내군별) 천리 길 어찌하니 그대 떠나니

起看中夜行(기간중야행) 일어나니 보느니 한 밤에 가니

孤舟去已遠(고주거이원) 외로운 배 떠나니 이미 멀어져

月落寒江鳴(월락한강명) 달 떨어져 차갑게 강을 울리니

 

綾陽北亭(능양북정) 능양의 북쪽 정자

長堤日晩少人行(장제일만소인행) 긴 둑에 날 저물어 사람 드물어

楊柳靑靑江水聲(양류청청강수성) 버들은 푸릇푸릇 강물소리만

爲是昔年別離地(위시석년별리지) 이리 되니 지난해 헤어지는 땅

不緣別離亦多情(불연별리역다정) 헤어짐 아니라도 또한 많은 정

 

松京有感(송경유감) 송악에서 느껴

五百年間瞥眼春(오백년간별안춘) 오백년 지나감이 눈 깜짝 봄날

繁華無處覓遺塵(번화무처멱유진) 꽃피움 간 데 없이 남긴 자취만

傷心二十橋頭月(상심이십교두월) 마음 아픈 이십교 다리머리 달

留照悠悠行路人(유조유유행로인) 남아 비춰 아련히 길가는 이에

 

夫餘有感(부여유감) 부여에서 느껴

靑山重疊碧江流(청산중첩벽강류) 푸른 산 겹겹 쌓여 푸른 강 흘러

不是金宮卽玉樓(불시금궁즉옥루) 이 아닌가 궁궐이 아니 옥 누각

全盛只今無問處(전성지금무문처) 한창 때 다만 이제 물을 데 없어

月明潮落倚孤舟(월명조락의고주) 달 밝아 조수 밀려 외론 배 실려

 

寄友(기우) 벗에게 부쳐

江水東流去(강수동류거) 강물은 흘러 동쪽을 가고

東流無歇時(동류무헐시) 동으로 흘러 쉬지를 않아

綿綿憶君恩(면면억군은) 이어 떠올라 그대 베풀음

日夜海西涯(일야해서애) 밤낮 바다로 서쪽 물가에

 

弘慶寺(홍경사) 홍경사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가을 풀에 앞 왕조 고려 홍경사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깨진 비석 선비들 글귀만 남아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천년이 흘렀는데 물은 흐르고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지는 해 바라보니 구름 돌아가

 

 

1539 손곡 이달 益之 蓀谷 李達(1539∼1618(1609))   洪州  蓀谷詩集

芳林驛(방림역) 방림역

西陽下溪橋(서양하계교) 서녘 해 떨어지는 시내에 다리

落葉滿秋逕(낙엽만추경) 떨어진 잎 가득한 가을 좁은 길

蕭蕭客行孤(소소객행고) 쓸쓸히도 나그네 갈 길 외로워

馬渡寒溪影(마도한계영) 말로 건너 차가운 시내 그림자

 

舟上(주상) 배 위에서

前望峽中路(전망협중로) 앞을 바래 협곡 속 나있는 길을

回看江上樓(회간강상루) 돌아보니 강 위로 누각에 올라

纔分咫尺地(재분지척지) 겨우 알아 가까이 자리한 땅을

已似夢中遊(이사몽중유) 이미 마치 꿈길을 노닐고 있어

 

新店秋砧(신점추침) 신점추침

秋禾刈山田(추화예산전) 가을나락 벤다네 산골 밭에도

草店依雲巘(초점의운헌) 초가주막 붙어서 구름 봉우리 봉우리헌

翁姑事夜砧(옹고사야침) 할아비와 할미는 밤에 방아일 다듬잇돌침

月下聲近遠(월하성근원) 달 아래 나는 소리 가깝고 멀어

 

舞鶴暮嵐(무학모람) 춤추는 학의 저녁 산기운

似靄還非靄(사애환비애) 아지랑이 같더니 아지랑이 아니야

如煙不是煙(여연불시연) 연기인가 했는데 연기도 아니라네

每看山日夕(매간산일석) 볼 때마다 산에는 해는 져 저녁이면

空翠滿山前(공취만산전) 텅 비어 푸른 기운 가득해 산 앞으로

 

渡龍津(도룡진) 용 나루를 건너며

秋江水急下龍津(추강수급하룡진) 가을 강물 빨라서 용 나루 흘러

津吏停舟笑更嗔(진리정주소갱진) 나루사공 배 세워 웃다 성을 내

京洛旅游成底事(경낙여유성저사) 서울에를 가 놀아 무슨 일 이뤄

十年來往布衣人(십년래왕포의인) 십년을 오가면서 베옷 입고서

 

移家怨(이가원) 이사하는 원성

老翁負鼎林間去(노옹부정림간거) 할아비 솥을 지고 숲 사이 떠나

老婦携兒不得隨(노부휴아부득수) 할미는 애 이끌어 못 따라붙어

逢人却說移家苦(봉인각설이가고) 사람 만나 하는 말 집 옮겨 힘듦

六載從軍父子離(육재종군부자리) 여섯 해 군을 쫓아 부자간 헤져

 

 

1561 노계 박인로 德翁 蘆溪 朴仁老(1561∼1642) 密陽 蘆溪集 陋巷詞

卽事(즉사) 느낀 대로

白鷺眠沙際(백로면사제) 백로는 잠자 모래밭 끝에

游魚戲碧波(유어희벽파) 물고기 놀려 푸른 물결을

貪看仍久坐(탐간잉구좌) 탐내 바라봐 오래 앉아서

斜日在山坡(사일재산파) 비낀 해 걸려 산에 비탈에

 

題崔上舍山亭(제최상사산정) 최상사의 산속 정자에

事業千書卷(사업천서권) 해야 할일은 천 권 책읽기

生涯一釣竿(생애일조간) 살아가기는 한 벌 낚싯대

天慳眞樂地(천간진락지) 하늘이 아낀 참된 즐길 땅

高臥有餘閑(고와유여한) 높이 누우니 느긋함 남아

 

蘆洲幽居1(노주유거1) 노주에 숨어 살며

蘿月穿茅屋(나월천모옥) 덩굴에 달은 초가를 뚫어

疏篁掃石壇(소황소석단) 성긴 대숲이 돌단을 쓸어

巷深人不到(항심인불도) 골목 깊숙해 사람 아니 와

山鳥去來閑(산조거래한) 멧새 한가해 오고 가고해

 

蘆洲幽居2(노주유거2) 노주에 숨어 살며

重疊靑山下(중첩청산하) 겹겹 포개진 푸른 산 아래

臨溪卜數間(림계복수간) 시내 다가가 살만한 몇 칸

風淸經夏易(풍청경하이) 바람이 맑아 쉬 여름 보내

松碧送春難(송벽송춘난) 솔은 푸르러 어렵게 봄 나

 

贈崔上舍起南(증최상사기남) 상사 최기남에게

不貴人所貴(불귀인소귀) 귀하지 않아 남에 귀한 바

不貪人所貪(불탐인소탐) 탐내지 않아 남들 탐낸 것

江山風與月(강산풍여월) 우리 강산에 바람과 달이

是我百年貪(시아백년탐) 이것을 나는 백년 탐하리

 

病中詠懷2(병중영회2) 병중에 마음을 읊다

白玉懷中蘊(백옥회중온) 하이얀 옥을 마음에 간직

寒氷屋裏淸(한빙옥리청) 차가운 얼음 집안서 맑아

氷玉渾相似(빙옥혼상사) 얼음 옥이 다 서로 닮아서

怡然共一生(이연공일생) 기쁘게 함께 한 삶을 살아

 

 

1569 교산 허균 端甫 蛟山 許筠(1569∼1618) 陽川 惺所覆瓿藁

憶太虛亭(억태허정) 태허정을 추억하며

遙憐鑑湖墅(요련감호서) 멀어서 가여워라 감호의 농막 농막서

煙景膩殘春(연경니잔춘) 연기에 매끄러워 남은 봄날이 미끄러울니

江燕語留客(강연어유객) 강 제비 지저귀어 머무는 길손

林花飛趁人(임화비진인) 숲에 꽃잎 날아서 사람을 따라 좇을진

思將濯纓水(사장탁영수) 생각하니 앞으로 갓끈 씻을 물 갓끈영

洗盡化衣塵(세진화의진) 모두 빨아 바꿔야 옷에 먼지를

羽翮在羅網(우핵재라망) 날개깃이 갇히니 그물 속에서 깃촉핵

誰爲自身在(수위자신재) 누가 해서 스스로 몸을 둘거나

 

後岡(후강) 뒷산에서

溪水淙潺亂石間(계수종잔난석간) 시냇물 소리 졸졸 어지러운 돌 틈에

隔花幽鳥語關關(격화유조어관관) 꽃 너머로 숨은 새 지저귐이 시끄러

長風忽捲前林雨(장풍홀권전림우) 바람 문득 걷혀 앞 숲에 비는 내려

一抹斜陽映半山(일말사양영반산) 한 가닥 비낀 햇살 산허리만 비추네

 

傷春(상춘) 봄날에 마음 아파

抱疴常在暮春時(포아상재모춘시) 병을 품어 늘 있어 늦은 봄날에

遊興蒼茫未易期(유흥창망미이기) 놀이흥도 아득해 쉽게 못 바래

欲貰濁酒貰客恨(욕세탁주세객한) 막걸리 외상 마셔 길손 한 해봐

杏花村畔乏靑旗(행화촌반핍청기) 살구꽃 마을 두둑 술집 기 없어

 

紅桃落盡(홍도락진) 붉은 복사꽃 다 떨어지네

南枝雨僽北枝摧(남지우추북지최) 남쪽가지 매선 비 북쪽가지 꺾이어

寂寞香魂招不廻(적막향혼초불회) 쓸쓸해 향기 넋은 불러 아니 돌아와

怊悵明年此翁去(초창명년차옹거) 서글퍼 내년에는 이 늙은이 떠나니

不知花爲阿誰開(부지화위아수개) 알지못해 꽃이 누굴 위해 필거나

 

滿庭芳(만정방) 뜰에 가득한 방초

春入神京 ```````````(춘입신경) ``````````봄이 오니 서울에

花發禁苑 ```````````(화발금원) ``````````꽃이 피네 대궐에

一陣微雨初晴 ```(일진미우초청) ```한바탕 보슬비 비로소 개여

朱樓縹緲 ```````````(주루표묘) ``````````붉은 누각 아득히

飛絮撲簾旌 ```````(비서박렴정) ```````날아든 버들개지 발에 기에 부딪혀

樓上佳人罷睡 ```(누상가인파수) ```누각 위의 미인은 잠에서 깨어

斜陽裏低按銀箏(사양리저안은쟁) 기운 볕 속 다소곳 은쟁을 당겨

靑驄馬誰家浪子(청총마수가랑자) 푸른 말은 누구네 사내 것인가

門外繫紅纓 ```````(문외계홍영) ```````문 밖에 매었으니 붉은 고삐를

凄涼行樂地 ```````(처량행락지) ```````쓸쓸해 썰렁하니 즐겨 놀던 곳

塵昏灞岸 ```````````(진혼파안) ```````````티끌로 자욱하니 파수 땅 언덕

若變昆明 ```````````(약변곤명) ```````````바뀐 듯해 곤명지로

悵巷陌無人 ```````(창항맥무인) ```````슬프다 마을거리 사람이 없어

草樹叢生 ```````````(초수총생) ``````````풀일랑 나무랑은 무더기로 나

路絶弱水蓬壼 ```(노절약수봉곤) ````길 끊어져 약수며 봉래산 방호산에

凝情立黃昏 ```````(응정입황혼) ```````뜻 엉기어 서있어 어스름에 빛

好月猶照鳳凰城(호월유조봉황성) 좋은 달은 오히려 봉황성 비춰

 

 

1569 석주 권필 汝章 石洲 權韠(1569∼1612) 安東 石洲集

夜坐醉甚走筆成章1(야좌취심주필성장1) 밤에 앉아 취하여 휘갈긴 글

我本無心人(아본무심인) 나는야 본디 맘 없는 사람

願得無言友(원득무언우) 사귀고 싶어 말 없는 친구

同遊無有鄕(동유무유향) 같이 노닐어 있지 않은 곳

共醉無味酒(공취무미주) 함께 취하지 맛없는 술에

 

夜坐醉甚走筆成章3(야좌취심주필성장3) 밤에 앉아 취하여 휘갈긴 글

昔余夢爲鳥(석여몽위조) 지난 날 나는 꿈에 새가 되

飛入白雲鄕(비입백운향) 날아들었지 흰 구름 고을

又嘗夢爲魚(우상몽위어) 또 일찍 꿈에 물고기 되어

潑剌游滄浪(발랄유창랑) 한껏 물 튀겨 찬 물결 놀아

 

自嘲(자조) 스스로 비웃어

白髮平凉子(백발평량자) 하얀 머리에 평생 슬픈 이

生涯爛醉中(생애란취중) 삶을 살면서 흠뻑 취해서

世間知我者(세간지아자) 사람 세상에 날 알아줄 이

唯有主人翁(유유주인옹) 오로지 있어 주인 늙은이

 

秦始皇(진시황) 진시황제

焚書計太拙(분서계태졸) 책을 불사름 너무 서툴러

黔首豈曾愚(검수기증우) 백성들 어찌 어리석은가

竟發麗山塚(경발려산총) 끝내 파헤쳐 여산 무덤을

還非詩禮儒(환비시예유) 아닌 게 아냐 시와 예 선비

※始皇帝(BC259~BC210)秦나라왕(BC247~BC221)秦帝國황제(BC221~BC210)

```이름 政 시황제는 시호 생전의 칭호는 황제

※황제 지배를 지탱한 사상은 법가사상이며 儒家思想은 봉건의 복고를

```바라므로 그 책을 불사르고(焚書) 460여 명의 유학자를 생매장했다(坑儒)

※북방 외민족의 침입에 대비 萬里長城을 쌓고 麗山이라는 자신의 壽陵을

```건설했다 이 사업은 민중을 혹사시켜 진제국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昨夜(작야) 어젯밤

昨夜西園醉(작야서원취) 어제 밤에 취하니 서쪽 동산서

歸來對月眠(귀래대월면) 돌아와서 달 보며 잠이 들었네

曉風多意緖(효풍다의서) 새벽바람 많은 뜻 실마리 보여

吹夢到梅邊(취몽도매변) 꿈에도 바람 불어 매화에 닿네

 

滴滴(적적) 방울 방울져

滴滴眼中淚(적적안중루) 방울 방울져 눈시울 눈물

盈盈枝上花(영영지상화) 송이 송이로 가지에 꽃이

春風吹恨去(춘풍취한거) 봄바람 불어 한이 사라져

一夜到天涯(일야도천애) 하룻밤 닿아 하늘 끝까지

 

江口早行(강구조행) 강어귀에 일찍 가다

雁鳴江月細(안명강월세) 기러기 울어 강 달 가늘어

曉行蘆葦間(효행로위간) 새벽에 걸어 갈대밭 사이

悠揚據鞍夢(유양거안몽) 아득히 올라 안장 기댄 꿈

忽復到家山(홀부도가산) 어느 듯 다시 고향 산 왔네

 

倩婦呼詩韻(천부호시운) 어여쁜 아내 시 운을 불러

睡起仍無事(수기잉무사) 잠깨 일어나 할 일도 없어

開窓面小園(개창면소원) 창 열고 바래 조그만 뜨락

雨餘觀草性(우여관초성) 비가 남아서 풀 바탕 보고

林晩聽禽言(임만청금언) 숲에 늦게야 새소리 들어

倩婦呼詩韻(천부호시운) 어여쁜 아내 시 운을 불러

敎兒進酒樽(교아진주준) 아이 시켜서 술을 들이네

牛羊各歸巷(우양각귀항) 소와 염소는 길을 돌아와

吾亦閉柴門(오역폐시문) 나도 닫으니 사립짝문을

 

夜坐書懷(야좌서회) 밤에 앉아 글을 품어

世事有如此(세사유여차) 세상일이란 이같이 있어

流光無奈何(유광무내하) 흐르는 세월 어찌 못하지

菊花秋後少(국화추후소) 국화꽃 가을 지나면 지고

蟲語夜深多(충어야심다) 벌레소리는 밤 깊어 커져

悄悄月侵牖(초초월침유) 고요히 달은 창에 들었고

蕭蕭風振柯(소소풍진가) 쓸쓸히 바람 가지에 떨려

關心十年事(관심십년사) 마음 쏟아서 십년의 일에

坐敷撲燈蛾(좌부박등아) 앉아 펼치니 나방 등불 쳐

 

憶成川(억성천) 성천을 생각하며

雲雨高唐夢裏還(운우고당몽리환) 구름비 높은 허풍 꿈속을 돌아

滿空蒼翠是巫山(만공창취시무산) 하늘 가득 푸른 빛 이 바로 무산

至今最有關心處(지금최유관심처) 이제껏 가장 많이 마음 끄는 곳

人在樓臺漂緲間(인재누대표묘간) 사람 있는 누대는 아득한 사이

※雲雨之情 巫山神女

 

贈秋娘(증추낭) 추낭에게

楊州難追(양주일몽묘난추) 양주 꿈 아득하여 쫓기 어려워

此地琴尊本不(차지금존본불기) 여기서는 술자리 본디 못 바래

莫唱江南(막창강남단장곡) 부르지 마 강남의 애끊는 노래

來存沒不勝悲(향래존몰불승비) 쭉 오며 있든 없든 슬픔 못 견뎌

 

城山過具容故宅(성산과구용고택) 성산에서 구용의 옛집을 지나며

城山南畔是君家(성산남반시군가) 성산의 남쪽두둑 바로 그대 집

小巷依依一逕斜(소항의의일경사) 작은 거리 아련히 길 하나 비껴

浮世十年人事變(부세십년인사변) 떠돈 세상 열 해에 사람일 바껴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 봄이 와 헛된 피움 산 가득 꽃이

 

悼亡寄示李正郞子敏(도망기시이정랑자민)

죽은 이를 슬퍼하며 정랑 이자민에게 부쳐 보이며

親知零落已無存(친지영락이무존) 알고지내 죽어가 남은 이 없어

萬事人間只斷魂(만사인간지단혼) 모든 일 사람세상 다만 넋 끊어

爲問如今風雨夜(위문여금풍우야) 묻느니 오늘처럼 비바람의 밤

也應重夢具綾原(야응중몽구릉원) 또한 맞아 거듭 꿈 비단 갖춘 벌

 

哭具大收喪于楊州留宿天明出山(곡구대수상우양주유숙천명출산)

양주에서 구대수 상에 곡해 묵고는 다음날 산을 나서며

幽明相接杳無因(유명상접묘무인) 이승 저승 닿음은 아득해 몰라

一夢慇懃未是眞(일몽은근미시진) 한 바탕 꿈 은근해 참인지 몰라

掩淚出山尋舊路(엄루출산심구로) 눈물 감춰 산 나서 왔던 길 찾아

曉鶯啼送獨歸人(효앵제송독귀인) 새벽 꾀꼴 울음에 홀로 돌아가

 

幽居漫興(유거만흥) 숨어 살며 흥이 나서

老去扶吾有短筇(노거부오유단공) 늙어가 날 붙들어 짧은 지팡이

林居無日不從容(임거무일부종용) 숲에 살아 하루도 느긋하기만

淸晨步到澗邊石(청신보도간변석) 맑은 새벽 걸으니 골짝에 바위

落日坐看波底峯(낙일좌간파저봉) 해 떨어져 앉아 봐 물결 밑 봉을

 

幽居漫興3(유거만흥3) 숨어 살며 흥이 나서

引水作潭聊自娛(인수작담료자오) 물 끌어 못을 지어 스스로 즐겨

平地波濤遽如許(평지파도거여허) 널찍한 땅 물결이 갑자기 일어

飛湍落石風雨喧(비단낙석풍우훤) 여울 날아 돌 굴려 비바람 시끌

隔岸人家不聞語(격안인가불문어) 언덕너머 마을에 말이 안 들려

 

幽居漫興4(유거만흥4) 숨어 살며 흥이 나서

當日溪流深尺餘(당일계류심척여) 날 맞아 시내 흘러 깊이 한 자 더

兩岸狹窄纔容車(양안협착재용거) 양쪽 언덕 좁아서 겨우 수레 가

今朝化作滄浪水(금조화작창랑수) 오늘 아침 바뀌어 찬 물결 물로

已有水禽來捕魚(이유수금래포어) 이미 물새 날아와 물고기 잡아

 

林處士滄浪亭(임처사창랑정) 임처사의 창랑정에서

蒲團岑寂篆香殘(포단잠적전향잔) 부들자리 쓸쓸해 글 향기 남아

獨抱仙經靜裏看(독포선경정리간) 홀로 낀 신선경전 고요에 읽어

江閣夜深松月白(강각야심송월백) 강가 누각 밤 깊어 솔에 흰 달이

渚禽飛上竹闌干(저금비상죽란간) 물가 새 날아 오른 대나무 난간

 

林處士滄浪亭2(임처사창랑정2) 임처사의 창랑정에서

屋下淸江屋上山(옥하청강옥상산) 집 아래엔 맑은 강 집 위론 산이

道人生計山水間(도인생계산수간) 도인은 삶을 꾀해 산수 사이에

應知靜坐飜經處(응지정좌번경처) 앎 맞춰 가만 앉아 경전 뒤적여

潭低神龍夜叩關(담저신룡야고관) 못 밑에 신령한 용 빗장 두드려

 

僧軸(승축) 스님의 시축

疎雲山口草萋萋(소운산구초처처) 구름 드문 산 어귀 풀은 우거져

夜逐香煙到水西(야축향연도수서) 밤을 쫓아 향 연기 물 서쪽 닿아

醉後高歌答明月(취후고가답명월) 취한 뒤 크게 노래 밝은 달 답해

江花落盡子規啼(강화낙진자규제) 강가 꽃 다 떨어져 소쩍새 울어

 

轆轤詩(녹로시) 녹로시

滿園鬪艶不勝嬌(만원투염불승교) 뜰 가득 고움 다퉈 예쁨 못 이겨

羅綺叢中綠扇搖(나기총중록선요) 비단 펼친 가운데 푸른 부채로

麗共韶光三月好(여공소광삼월호) 곱게 함께 고운 빛 삼월이 좋아

紅薔薇映碧芭蕉(홍장미영벽파초) 붉은 장미 비치네 푸른 파초에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

已將身世寄山樊(이장신세기산번) 이미 내 몸을 두고 산 에워 살아

俗客年來不到門(속객년래부도문) 세상 손님 해 되도 이르지 않아

四壁圖書燈一盞(사벽도서등일잔) 사방 벽엔 책들로 등불 하나에

此間眞意欲忘言(차간진의욕망언) 이런 사이 참된 뜻 말을 잊겠네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

林下淸溪溪上亭(림하청계계상정) 숲 아래 맑은 시내 시내 위 정자

亭邊無數亂峰靑(정변무수란봉청) 정자 곁 셀 수 없이 푸른 봉우리

幽人醉臥日西夕(유인취와일서석) 숨은 이 취해 누워 해는 서쪽에

萬壑松風醉自醒(만학송풍취자성) 온 골짝 솔바람에 취기 절로 깨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

避俗年來不過溪(피속년래불과계) 세상 벗어 해 지내 시내 안 넘어

小堂分與白雲棲(소당분여백운서) 작은 집 함께 나눠 흰 구름 살아

晴窓日午無人到(청창일오무인도) 갠 창에 해는 한낮 찾는 이 없어

唯有山禽樹上啼(유유산금수상제) 오직 있는 멧새는 나무 위 울어

 

宮柳詩(궁류시) 궁류시

宮柳靑靑鶯亂飛(궁류청청앵란비) 궁궐 버들 푸르러 꾀꼬리 날아

滿城冠蓋媚春輝(만성관개미춘휘) 성 가득 수레 덮어 봄 아양 빛나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악) 조정에 모두 하례 태평 음악이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뉘 하게해 옳은 말 베옷에 쫓겨

 

寒食(한식) 한식 날

祭罷原頭日已斜(제파원두일이사) 제사 끝난 들머리 날 이미 기웃

紙錢飜處有鳴鴉(지전번처유명아) 종이 돈 펄럭인 곳 까마귀 울어

山蹊寂寂人歸去(산혜적적인귀거) 산 오솔길 고요해 사람 돌아가

雨打棠梨一樹花(우타당리일수화) 비 때려 팥배나무 나무 하나 꽃

 

夜雨雜詠(야우잡영) 밤비에 읊어

春宵小雨屋簷鳴(춘소소우옥첨명) 봄밤에 가랑비에 집 처마 울림

老子平生愛此聲(노자평생애차성) 노자는 삶을 살며 이 소리 아껴

擁褐桃燈因不寐(옹갈도등인불매) 털옷 끌어 등 돋워 잠 오지 않아

對妻連倒兩三觥(대처연도양삼굉) 아내 마주 기울여 두어 잔 술잔

 

十七字詩(십칠자시) 십칠자시

攜手上河(휴수상하량) 손을 잡고서 강다리 올라

見舅如見(견구여견낭) 외삼촌 보니 엄마 본 듯해

兩人齊下淚(양인제하루) 두 사람 모두 눈물 흘리네

``…… `三(` …… 삼항) 말을 못 잇고 눈물이 세 줄

 

忠州石效白樂天(충주석효백락천) 충주석에서 백락천을 본받아

忠州美石如琉璃(충주미석여유리) 충주고을 고운 돌 유리와 같아

千人劚出萬牛移(천인촉출만우이) 모든 사람 쪼개내 모든 소 옮겨

爲問移石向何處(위문이석향하처) 물으니 돌 옮겨서 어디 갑니까

去作勢家神道碑(거작세가신도비) 가서 돼 힘쓰는 집 무덤신도비

神道之碑誰所銘(신도지비수소명) 신도비에 비석 글 누가 새기나

筆力倔强文法奇(필력굴강문법기) 붓 가는 힘 굳세고 글도 뛰어나

皆言此公在世日(개언차공재세일) 다 말해 이런 대감 세상 계신 날

天姿學業超等夷(천자학업초등이) 받은 바탕 배운 일 남달리 빼나

事君忠且直(사군충차직) 임금을 섬겨 충성과 곧음

居家孝且慈(거가효차자) 집에 머물러 효도와 사랑

門前絶賄賂(문전절회뢰) 문 앞에 끊어 뇌물 받음을

庫裏無財資(고리무재자) 고방 안에는 재물이 없어

言能爲世法(언능위세법) 말할 수 있어 세상 위한 법

行足爲人師(행족위인사) 행동 넉넉해 남 위한 스승

平生進退間(평생진퇴간) 삶을 살면서 나가 물러나

無一不合宜(무일불합의) 하나 없으니 옳지 않음이

所以垂顯刻(소이수현각) 이러한 까닭 드리워 새겨

永永無磷緇(영영무린치) 오래 오래를 새나감 없게

此語信不信(차어신불신) 이러한 말을 믿든 못 믿든

他人知不知(타인지부지) 다른 사람이 알든 모르든

遂令忠州山上石(수령충주산상석) 마침내 충주 고을 산위의 돌은

日銷月鑠今無遺(일소월삭금무유) 날로 달로 깎이어 남음이 없네

天生頑物幸無口(천생완물행무구) 날 때부터 무디어 입 없어 다행

使石有口應有辭(사석유구응유사) 돌에도 입 있다면 할 말 있겠지

 

 

1574 신독재 김집 士剛 愼獨齋 金集(1574∼1656)文敬 光山 愼獨齋文集

春曉(춘효) 봄날 새벽

虛室人初覺(허실인초각) 빈 방에 사람 처음 잠을 깨

春天夜已闌(춘천야이란) 봄날 하늘은 밤으로 막혀

孤雲依水宿(고운의수숙) 외로운 구름 물에 머물러

殘月映松閒(잔월영송한) 남은 달 비춰 소나무 사이

心靜都忘世(심정도망세) 마음 고요해 세상 다 잊고

夢恬不出山(몽념불출산) 꿈이 편안해 산을 안 나서

緬思故園竹(면사고원죽) 멀리 생각은 고향 뜰 대를

長得幾何竿(장득기하간) 장대 얼마나 자라났을까

 

不吟(불음) 읊지를 못해

我本非排悶(아본비배민) 내 본디 아냐 괴롬 밀침이

逢場或有吟(봉장혹유음) 자리 만나 혹 읊기도 하지

春花如舊面(춘화여구면) 봄날에 꽃은 옛 친구 얼굴

秋月豈無心(추월기무심) 가을 달 어찌 마음이 없어

不問詩工拙(불문시공졸) 묻지 마라 시 꾸밈 서투름

唯隨興淺深(유수흥천심) 오직 따르니 흥 얕고 깊음

傍人且休笑(방인차휴소) 곁에 한 사람 비웃진 말게

猶自勝孤斟(유자승고짐) 낫다 여기니 외론 술보다

 

獨臥(독와) 홀로 누워

世人旣棄我(세인기기아) 세상 사람들 이미 날 버려

我不與人期(아불여인기) 내 남 더불어 바램 않으리

獨臥愛山靜(독와애산정) 홀로 누우니 산 고요 좋고

高吟忘歲移(고음망세이) 한껏 읊으니 세월 감 몰라

秋風吹月入(추풍취월입) 가을바람이 불어 달뜨고

春日護花遲(춘일호화지) 봄날 해 지켜 꽃을 가꾸지

誰識天多餉(수식천다향) 누가 알건가 하늘 많은 밥

閑中擅四時(한중천사시) 느긋함 속에 사철 멋대로

 

獨坐(독좌) 홀로 앉아서

㶁㶁遠灘聲(괵괵원탄성) 콸콸 들리는 먼 여울 소리

霏霏暮靄生(비비모애생) 모락모락 핀 저물녘 구름

看雲耽靜闃(간운탐정격) 구름을 보며 고요함 즐겨

對巘喜崢嶸(대헌희쟁영) 산을 마주해 가파름 좋아

獨坐多般味(독좌다반미) 홀로 앉아서 많이도 맞봐

閒居十分淸(한거십분청) 느긋이 살며 한껏 맑기만

回頭洞門外(회두동문외) 고개 돌려서 마을문 밖을

誰識此間情(수식차간정) 누가 알 텐가 이 사이 뜻을

 

又次(우차) 또 운을 빌어

病旣不相知(병기불상지) 이미 병들어 서로 못 알아

死又不相哭(사우불상곡) 죽어나니 또 함께 못 울어

生而亦死耳(생이역사이) 살아서 또한 죽을 뿐이라

誰謂我骨肉(수위아골육) 누가 일컬어 내 골육이라

 

吾門親愛意(오문친애의) 우리 집 뜻은 아껴 가까움

到我非不篤(도아비부독) 내게 와 아닌 도탑지 않음

人也非我也(인야비아야) 남들 한다며 내 함이 아냐

千里悲七尺(천리비칠척) 천리에 슬퍼 일곱 자 몸이

 

生別固久別(생별고구별) 살아 헤져 참 오래 떨어져

此訣應長訣(차결응장결) 이 떠남 마땅 기나긴 끊김

人云死當逢(인운사당봉) 남들 말 죽어 마침내 만나

冥途亦豈必(명도역기필) 저승길 또한 어찌 반드시

 

又次(우차) 또 운을 빌어

生前猶是客(생전유시객) 살아생전에 마치 나그네

死後卽非人(사후즉비인) 죽고 나서는 사람 아니지

想汝臨絶懷(상여림절회) 너를 생각해 죽음 앞서 뜻

哀汝已死身(애여이사신) 너를 슬퍼해 이미 죽은 몸

 

鴒原長繫念(령원장계념) 할미새 들에 오래 맨 생각

夜臺更幾里(야대갱기리) 무덤구덩이 또 얼마 멀어

一死知命矣(일사지명의) 한번 죽음은 명을 앎이라

萬事嗟長已(만사차장이) 모든 일은 아 기나긴 그침

 

天地助寃恨(천지조원한) 하늘땅 도와 억울한 한이

江河共幽咽(강하공유열) 강물도 함께 깊이 목메어

惟應目不瞑(유응목불명) 오로지 마땅 눈을 못 감아

嗚呼何日洩(오호하일설) 아 어느 날에 풀려 샐 건지

 

次韻別人(차운별인) 별인을 차운하여

無門惟禍福(무문유화복) 문이 없으니 화와 복에는

同途是喜悲(동도시희비) 같은 길이지 기쁨과 슬픔

世情多薄態(세정다박태) 세상 뜻 흔히 얄팍한 꼴이

君子有窮時(군자유궁시) 군자에게도 막힐 때 있어

信道能安命(신도능안명) 도를 믿으니 할일 뚜렷해

無愁可展眉(무수가전미) 시름없으니 찌푸림 펴지

黃編味方足(황편미방족) 누런 책 맞아 맛이 넉넉해

白髮志難移(백발지난이) 흰머리 되도 뜻을 못 옮겨

一天皆王土(일천개왕토) 한 하늘 모두 임금님 터전

何事淚長垂(하사루장수) 무슨 일 눈물 오래 흐르랴

 

晚題(만제) 늘그막에 짓다

小惠猶知感(소혜유지감) 작은 베풀음 느껴 알아서

方冬如挾纊(방동여협광) 마치 겨울에 솜옷 입은 듯

況乎得其心(황호득기심) 하물며 얻은 그 마음이면

可令死長上(가령사장상) 하게 될 거야 목숨을 바쳐

 

仁者固無敵(인자고무적) 어진 사람은 정말 적 없어

文王起百里(문왕기백리) 문왕 일어나 백 리 땅에서

我願君王心(아원군왕심) 나는 바라니 임금님 마음

一欲止所止(일욕지소지) 한번 하려면 그칠 건 그만

 

今古豈異時(금고기이시) 이제나 예나 어찌 다른 때

五百期可逢(오백기가봉) 오백년 바램 만날 수 있어

天高白日晚(천고백일만) 하늘은 높아 한낮은 길어

誰爲我先容(수위아선용) 누가할는지 내 먼저 담지

 

 

1580 잠곡 김육 伯厚 潛谷 金堉(1580∼1658)文貞 淸風 朝天日記

思歸1(사귀1) 돌아갈 생각

歸羨遼東鶴(귀선요동학) 돌아가니 부러워 요동땅 학이

春歸客未還(춘귀객미환) 봄 가는데 나그넨 아니 돌아가

無由出江漢(무유출강한) 이유 없이 나오니 한강 땅에서

有鏡巧催顔(유경교최안) 거울 있어 꾸며야 얼굴이라도

 

思歸2(사귀2) 돌아갈 생각

舊國見何日(구국견하일) 고국 땅을 보려나 어느 날이면

危樓望北辰(위루망북진) 높은 루에 바라니 북극성 보며

昏昏阻雲水(혼혼조운수) 어둑어둑 멀기도 구름에 물에

更覺老隨人(갱각로수인) 다시 느껴 늙음이 따르는 사람

 

蓮塘(연당) 연꽃 못에서

地僻人誰到(지벽인수도) 땅 외져 사람 누가 찾아 닿을까

庭空日欲斜(정공일욕사) 뜰 하늘 해는 비껴 넘어가려고

休言無好友(휴언무호우) 말을 마라 없다고 좋은 벗일랑

君子滿池花(군자만지화) 군자로 가득하니 연못 속에 꽃

 

題畫1(제화1) 그림의 화제로

春江水半篙(춘강수반고) 봄 강물에 반쯤이 삿대는 잠겨 상앗대고

泊舟垂楊岸(박주수양안) 배를 대니 드리운 버들 언덕에

天外數峯靑(천외수봉청) 하늘 밖은 푸르러 몇몇 봉우리

蒼蒼蕭寺遠(창창소사원) 푸릇푸릇 쓸쓸해 절은 멀어서

 

題畫2(제화2) 그림의 화제로

經床一炷香(경상일주향) 경전책상 한 줄기 향을 사르고 심지주

主人抱琴待(주인포금대) 주인은 거문고를 안고 기다려

回身駐小橋(회신주소교) 몸을 돌려 머물러 작은 다리에 머무를주

驢背心何在(려배심하재) 나귀 탄 이 마음은 어디에 두나 나귀려

 

題畫4(제화4) 그림의 화제로

山巓雪正白(산전설정백) 산꼭대기 눈 쌓여 정말 하얗게 산꼭대기전

野逕雲俱黑(야경운구흑) 들판 길은 구름 껴 어둑하기만 소로경

縮頸渡溪橋(축경도계교) 움츠린 목 건너니 시내다리에 목경

堪笑騎驢客(감소기려객) 웃음참고 견디네 나귀 탄 길손 나귀려

 

題畫5(제화5) 그림의 화제로

柳與花爭春(류여화쟁춘) 버들과 꽃은 봄을 다투고

春深江上宅(춘심강상댁) 봄은 깊어서 강위로 집이

何人榜小舟(하인방소주) 어떤 사람이 작은 배 저어 매방

響動巖下石(향동암하석) 울림 일어나 바위 밑 돌에 울림향

 

 

1587 고산 윤선도 約而 孤山 尹善道(1587∼1671)忠憲 海南 孤山遺稿

對月思親1(대월사친1) 달을 보며 어버이 생각

雨退雲消月色新(우퇴운소월색신) 비 물려 구름 걷혀 달빛 새로워

靑天萬里淨無塵(청천만리정무진) 푸른 하늘 만 리가 티 없이 깨끗

遙地此夜高堂上(요지차야고당상) 멀리 땅에 이 밤에 어버이 뜨니

坐對兒孫說遠人(좌대아손설원인) 마주 앉은 아이들 먼 사람 얘기

 

對月思親2(대월사친2) 달을 보며 어버이 생각

楸城明月擧頭看(추성명월거두간) 고향마을 밝은 달 고개 들어 봐

月照東湖也一般(월조동호야일반) 달 비친 동녘 호수 또한 한 가지

姮娥若許掀簾語(항아약허흔렴어) 항아가 받아주면 발 치켜 말해

欲問高堂宿食安(욕문고당숙식안) 물어보련 어버이 안녕하신지

 

偶吟(우음) 우음 1645년(59세) 해남 현산면 금쇄동

金鎖洞中花正開(금쇄동중화정개) 금쇄동 가운데는 꽃이 막 피어

水晶巖下水如雷(수정암하수여뢰) 수정 바위 아래엔 물소리 우레

幽人誰謂身無事(유인수위신무사) 그윽한 이 뉘 일러 일이 없다나

竹杖摩鞋日往來(죽장마혜일왕래) 대지팡이 짚신에 날로 오고가

 

 

1604 귀석 김득신 子公 龜石 金得臣(1604∼1684) 安東 栢谷集

春睡(춘수) 봄잠

驢背春睡足(려배춘수족) 나귀 등에서 봄잠이 넉넉

靑山夢裏行(청산몽리행) 푸른 산조차 꿈속서 지나

覺來知雨過(각래지우과) 깨고 나서야 비 온 줄 알아

溪水有新聲(계수유신성) 시냇물 있어 새로운 소리

 

旅館夜吟(여관야음) 여관에서 밤에 읊어

永夜坐不寐(영야좌불매) 오랜 밤 앉아 잠 오지 않아

霜威透褐衣(상위투갈의) 서리 두려워 베옷에 들어

呼僮催鞴馬(호동최비마) 아이 불러서 말안장 재촉

月落衆星微(월락중성미) 달은 떨어져 뭇 별도 흐려

 

龜亭(구정) 구정에서

落日下平沙(낙일하평사) 해는 떨어져 모래 벌 아래

宿禽投遠樹(숙금투원수) 새들 잠자러 먼 나무속에

歸人欲騎驢(귀인욕기려) 돌아가는 이 나귀 타려네

更怯前山雨(갱겁전산우) 다시 두려워 앞산 비 올까

 

湖行詩(호행시) 호행시

湖西踏盡向秦關(호서답진향진관) 호서를 다 밟으니 진관을 향해

長路行行不暫閑(장로행행부잠한) 오랜 길 걷고 걸어 잠시 안 쉬니

驢背睡餘開眼見(려배수여개안견) 나귀 등서 졸다가 눈 떠 바라봐

暮雲殘雪是何山(모운잔설시하산) 저문 구름 남은 눈 여긴 어느 산

 

 

1637 서포 김만중 重叔 西浦 金萬重(1637∼1692)文孝 光山 西浦漫筆 구운몽

春詞2(춘사2) 봄의 노래

曲徑芳草侵(곡경방초침) 꼬불꼬불 길 꽃다운 풀로

墜蘂春風送(추예춘풍송) 떨어진 꽃술 봄바람 실려

窓外鳥聲多(창외조성다) 창문밖에는 새소리 시끌

喚起窓間夢(환기창간몽) 불러 일으켜 창 사이 꿈을

 

春草(춘초) 봄풀

春草正萋萋(춘초정처처) 봄풀은 정말 수북수북해

愁人意轉迷(수인의전미) 시름겨운 이 뜻 돌아 헤매

客中寒食過(객중한식과) 나그네 되어 한식을 지내

窓外子規啼(창외자규제) 창문 밖에는 두견이 울어

拈筆閑題壁(념필한제벽) 붓을 집어서 벽에 시를 써

臨風獨杖藜(임풍독장려) 바람 맞으며 홀로 지팡이

鄕園何處是(향원하처시) 고향 뜨락은 어디쯤인가

日落萬山西(일락만산서) 해는 떨어져 모든 산 서쪽

 

春盡(춘진) 봄이 다 가네

南溪春水已平堤(남계춘수이평제) 남쪽 시내 봄물이 이미 깔린 둑

煙草茫茫路欲迷(연초망망로욕미) 아지랑이 풀 아련 길을 헤매려

山鳥一聲山日暮(산조일성산일모) 산새는 한번 울어 산에 해는 져

亂紅飛度小橋西(난홍비도소교서) 어지런 꽃 날리니 다리 서쪽에

 

暮春(모춘) 늦은 봄

暮春暄氣敷(모춘훤기부) 늦은 봄날 따뜻해 날씨 퍼져서

草樹繞我廬(초수요아려) 풀 나무 둘러싸인 우리 초가집

捲簾望時景(권렴망시경) 발 걷어 바라보는 때마다 볕빛(景光)

觸目皆可娛(촉목개가오) 눈에 들은 모두 다 즐길만하네

白雲散遙岑(백운산요잠) 흰 구름 흩어지는 먼 산봉우리

初日滿平蕪(초일만평무) 처음 햇빛 가득해 너른 들판에

竹抽嫩綠排(죽추눈록배) 대나무 빼어 밀쳐 새잎 푸름에

桃謝殘紅鋪(도사잔홍포) 복사꽃 물려 펼쳐 남은 붉음을

圓荷出綠波(원하출록파) 동그란 연꽃 솟아 푸른 물결에

嘉木蔭淸渠(가목음청거) 멋스런 나무 그늘 맑은 도랑에

惠風從東來(혜풍종동래) 베푼 바람 좇아서 동쪽서 불어

谷鶯聲相呼(곡앵성상호) 골짝 울음 꾀꼬리 서로 불러대

安得故人詩(안득고인시) 어떻게 얻었는가 오랜 벗 시를

永日時卷舒(영일시권서) 오래도록 때때로 펼쳐 보아야

 

五月六日小雨(오월육일소우) 오월육일 보슬비

欲雨天無色(욕우천무색) 비 내리려 하늘에 비올 빛 없어

陰雲盡北飛(음운진북비) 짙은 구름 사라져 북으로 날려

遠山初暗淡(원산초암담) 먼 산에서 비로소 어둠 깔리고

高柳漸依微(고류점의미) 높은 버들 차츰 씩 숨어들어가

肅肅凉生榻(숙숙량생탑) 가만가만 서늘함 자리에 생겨

襜襜風捲幃(첨첨풍권위) 살랑살랑 바람이 휘장을 걷어

鞦韆花外女(추천화외녀) 그네 뛰는 꽃 너머 아가씨들로 ※端午

細霧濕羅衣(세무습라의) 가는 안개 적시니 비단옷자락

 

雨色(우색) 비의 빛

雨色映林薄(우색영림박) 비 오려나 숲 엷게 덮어 가리고

花枝似故園(화지사고원) 꽃가지는 꼭 닮아 고향 뜰 같이

遙憐北堂下(요련북당하) 멀리서 그려보니 북쪽 집 아래

新長幾䕺萱(신장기총훤) 새로 자란 몇몇의 원추리떨기

景昃山禽喚(경측산금환) 볕 기울어 산에 새 울며 부르고

春陰野水昏(춘음야수혼) 봄 그늘에 들에 물 어둑해진다

耕歌各自樂(경가각자락) 밭갈이 노래 따로 스스로 즐겨

遠客易消魂(원객이소혼) 먼 나그네 쉽게도 넋이 빠지네

 

近得(근득) 근래에 받음

近得慈親信(근득자친신) 요사이 받은 어머님 편지

衰年病疾嬰(쇠년병질영) 노쇠한 연세 병까지 둘러

極知難我送(극지난아송) 다한 알음이 나를 못 보내

何以慰傷心(하이위상심) 어찌 달랠까 아픈 마음을

日暮城鴉亂(일모성아난) 해는 저물어 까마귀 시끌

天寒櫪馬鳴(천한력마명) 날씨 추워져 말 우리 울음

浮雲無意緖(부운무의서) 떠있는 구름 뜻도 없는 채

杳杳只東征(묘묘지동정) 아득히 다만 동으로 떠가

 

 

1686 관아재 조영석 宗甫 觀我齋 趙榮祏(1686∼1761) 咸安 觀我齋稿

送任孺子安世赴官知禮(송임유자안세부관지례)

임유자 안세가 지례에 부임하여 보내며

風土吾能說(풍토오능설) 풍토에 대해 내 말을 하지

松林昔屢經(송림석루경) 소나무 숲을 옛 자주 지나

亂餘多糶弊(난여다조폐) 난리 나머지 내다 팜 나빠

水後減山靑(수후감산청) 큰물 뒤라서 산 푸름 줄어

士愧無書院(사괴무서원) 선비 부끄럼 서원 없어져

妓嫌稀使星(기혐희사성) 기녀 싫어함 불림 드물어

荷池憐濁穢(하지련탁예) 연꽃 못 가련 흐려 더러워

君到理頹亭(군도리퇴정) 그대 이르면 무너짐 고쳐

 

光風樓(광풍루) 광풍루에서

逈臨平野望依依(형림평야망의의) 멀리 트여 너른 들 바라니 아득

去馬來牛所見微(거마래우소견미) 가는 말 오는 소도 보임이 흐릿

不斷源泉當檻過(부단원천당함과) 끊임없이 샘 흘러 난간을 지나

有時沙鳥傍簾飛(유시사조방렴비) 때때로 모래밭 새 발 곁을 날아

南方氣暖耕農早(남방기난경농조) 남녘 날씨 따뜻해 농사일 일찍

峽縣春深訟獄希(협현춘심송옥희) 산골 관아 봄 깊어 송사도 없어

太守元來官不薄(태수원래관불박) 태수 벼슬 원래는 엷지 않아서

剩看山色一樓圍(잉간산색일루위) 남아 보인 산 빛깔 한 누각 감싸

 

 

1713 표암 강세황 光之 豹菴 姜世晃(1713∼1791)憲靖 晉州 豹菴遺稿

桃花圖(도화도) 복사꽃 그림

今歲春寒甚(금세춘한심) 올해는 봄이 너무나 추워

桃花晩未開(도화만미개) 복사꽃 늦어 아니 피었네

從敎庭樹寂(종교정수적) 따라 고요해 뜰에 나무는

花向筆頭栽(화향필두재) 꽃을 바라니 붓 머리 피워

 

西山(서산) 서산

世外忽驚超穢累(세외홀경초예루) 세상 밖 문득 놀라 세상 누 벗어

眼中無處着塵氛(안중무처착진분) 눈에 하나 없으니 티끌 기 붙음

敢將詩畵形容得(감장시화형용득) 어찌 앞에 시 그림 꾸며 얻을까

癡坐橋頭送夕曛(치좌교두송석훈) 멍히 앉아 다리에 보낸 석양빛

 

畵扇樓題畵詩1(화선루제화시1) 화선루 그림에 지어-前面圖

橋樓獨臥起(교루독와기) 다리 누각에 누워 일어나

終朝面冠岳(종조면관악) 아침 다하게 관악산 바래

不是兩不厭(불시양불염) 둘이 아니니 싫지 않아서

別無他可樂(별무타가락) 달리 없어라 즐길 만 한건

 

畵扇樓題畵詩2(화선루제화시2) 화선루 그림에 지어-北眺圖

僑居條已久(교거조이구) 따로 산지가 이미 오래라

尙有京城戀(상유경성련) 오히려 나니 서울 그리움

南山與三角(남산여삼각) 남산 더불어 삼각산이라

時登屋後見(시등옥후견) 때때로 올라 집 뒤를 본다

 

畵扇樓題畵詩3(화선루제화시3) 화선루 그림에 지어-東面圖

小閣依翠柳(소각의취류) 작은 누각에 기댄 듯 버들

柳外雙池明(유외쌍지명) 버들 바깥 두 연못은 밝아

遠看山下村(원간산하촌) 멀리 보이는 산 아래 마을

澹澹炊煙生(담담취연생) 가만히 불 때 연기 피어나

 

畵扇樓題畵詩4(화선루제화시4) 화선루 그림에 지어-西面圖

樓西何所有(누서하소유) 누각 서쪽에 무엇이 있나

粉牆葡萄架(분장포도가) 꾸며진 담엔 포도덩굴로

有時携杖登(유시휴장등) 때로는 올라 지팡이 짚고

逍遙栗林下(소요율림하) 거닐어보니 밤 숲 아래를

 

畵扇樓題畵詩5(화선루제화시5) 화선루 그림에 지어-側面圖

晩外郊壓養病軀(만외교압양병구) 늙어선 들에 눌러 앓는 몸 돌봐

高樓縹緲俯銅湖(고루표묘부동호) 높은 누대 아득해 동정호 굽어

滄波一帶千株柳(창파일대천주류) 푸른 물결 쭉 둘러 천 그루 버들

宛是江南春意圖(완시강남춘의도) 이대로 강남이라 봄 뜻한 그림

 

孤竹城1(고죽성1) 고죽성

山腰粉堞勢周遭(산요분첩세주조) 산허리 분 성가퀴 두루 뻗히고

灤水東來自作濠(란수동래자작호) 난하 물 동쪽 흘러 절로 해자 돼

皇帝行宮何壯麗(황제행궁하장려) 임금님 다닌 궁궐 얼마나 멋져

古賢遺像尙淸高(고현유상상청고) 옛 어짊 남긴 모습 오히려 나아

 

孤竹城2(고죽성2) 고죽성

林開落照明雕檻(임개낙조명조함) 숲에 펼친 지는 빛 난간을 밝혀

岸曲澄波閣小舠(안곡징파각소도) 언덕 굽 맑은 물결 거룻배 멎어

向晩登車更回頭(향만등거갱회두) 늦게야 오른 수레 고개 또 돌려

緇塵多愧滿征袍(치진다괴만정포) 세속 티끌 부끄럼 가는 옷 가득

 

山響齋(산향재) 산향재

隱隱幽巖曲曲泉(은은유암곡곡천) 숨겨 논 깊은 바위 굽이굽이 샘

石林茆屋兩三椽(석림묘옥양삼연) 돌에 수풀 띠 집에 두어 서까래

平生不盡江山興(평생부진강산흥) 한 삶 살며 다 못한 강산의 흥을

只是丹靑已可憐(지시단청이가련) 다만 이 단청 그림 가엽기만 해

 

 

1737 연암 박지원 美仲 燕巖 朴趾源(1737∼1805) 潘南 熱河日記

映帶亭雜詠 山行 산행 ※一作山耕 燕巖集 제4권

叱牛聲出白雲邊(질우성출백운변) 소 모는 소리 질러 흰 구름 가에

危嶂鱗塍翠揷天(위장린승취삽천) 가파른 산 비늘 논 하늘을 갈아

牛女何須烏鵲渡(우녀하수오작도) 견우직녀 어찌 꼭 오작교 건너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쪽 물가 달이 배 인걸

 

映帶亭雜詠 燕巖憶先兄 돌아가신 형을 그리며 ※燕巖集 제4권

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 우리 형님 얼굴은 누굴 닮으니

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 아버지 그리울 때 형을 보았네

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 이제는 형을 그려 어디서 보나

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 스스로 옷매 만져 시내에 비춰

 

 

1750 초정 박제가 次修 楚亭 朴齊家(1750∼1805) 密陽 檢書官 北學議

爲人賦嶺花(위인부령화) 남 위해 고개 꽃을 읊다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하려고 마라 붉을홍 한 자

泛稱滿眼花(범칭만안화) 띄워 일컫길 눈에 든 꽃을

花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술 나있어 얼마나 되랴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꼼꼼한 마음 한번 봐 넘겨

 

還自溫陽(환자온양) 온양에서 돌아와

禾聲時瑟瑟(화성시슬슬) 벼 이삭 소리 때때로 슬슬

亭午到人墟(정오도인허) 한낮 머물러 사람 터에 와

遠峀靑如寫(원수청여사) 멀리 봉우리 푸름 그린 듯

平沙淨可書(평사정가서) 너른 모래밭 글 쓸만 깨끗

霜飛鳥舅冷(상비조구냉) 서리 날리니 새는 차가워

水落雁奴疎(수락안노소) 물이 떨어져 기러기 드문

獨自心中念(독자심중념) 혼자 스스로 마음 속 생각

黃花滿古廬(황화만고려) 누런 꽃 가득 오랜 오두막

 

白雲臺(백운대) 백운대

地水俱纖竟是涯(지수구섬경시애) 땅과 물 가늘어져 마침내 끝에

圓蒼所覆境如絲(원창소복경여사) 둥근 푸름 덮인바 실 같이 닿아

浮生不翅微如粟(부생불시미여속) 떠도는 삶 못 날아 좁쌀로 작아

坐念山枯石爛時(좌념산고석란시) 앉아 생각 산 말라 돌 익을 시간

 

厠上(측상) 측간에서

牆頭日上花影(장두일상화영단) 담장머리 해 뜨니 꽃그늘 짧아

牆根潑潑玄蟻(장근발발현의산) 담장뿌리 뿌려진 개미 흩어져

土解石動蟲子出(토해석동충자출) 땅 풀려 돌 움직여 애벌레 나와

弄腹伸股皆蠢蠢(롱복신고개준준) 배 놀리고 다리 펴 다 꿈틀꿈틀

 

春山綠碧春無(춘산록벽춘무애) 봄에 산은 푸르러 봄은 끝없어

天際孤雲亦一(천제고운역일시) 하늘가 외론 구름 또한 한 때라

忽忽東風來去中(홀홀동풍래거중) 문득문득 봄바람 오가며 맞아

但看芽草日參(단간아초일참치) 다만 보여 풀싹이 날로 어긋져

 

 

1753 영수각 서씨 令壽閣 徐氏(1753∼1823) 洪仁謨(1755∼1812)의 아내

新晴(신청) 새로 비 개여

村鳩處處喚新晴(촌구처처환신청) 비둘기 마을 곳곳 새로 갬 불러

雨後淸溪入戶鳴(우후청계입호명) 비온 뒤 맑은 시내 울림 들려와

林色林容碧如水(임색임용벽여수) 숲 빛깔 숲 모습이 물처럼 푸릇

落霞猶自暮山橫(낙하유자모산횡) 지는 놀 아직 절로 저녁 산 걸쳐

 

送人(송인) 사람 보내며

送客蒼山暮(송객창산모) 손을 보내 푸른 산 저물어 갈 제

歸來白雲臥(귀래백운와) 돌아오니 흰 구름 깔려 누울 때

古壁有鳴琴(고벽유명금) 오랜 벽에 걸리니 울릴 거문고

松風時自過(송풍시자과) 솔바람이 때때로 저절로 지나

 

和杜初月(화두초월) 화두초월

羈鳥棲未定(기조서미정) 굴레 새 깃듦 두지 못하니 羈鳥: 새장 속 새

難爲一枝安(난위일지안) 얻기 어려워 가지 느긋함

林月初生影(임월초생영) 숲에 달 처음 그림자 지니

纖細掛雲端(섬세괘운단) 가느다랗게 구름 끝 걸려

流光入懷袖(유광입회수) 흐른 빛 들어 품은 소매에

中宵覺微寒(중소각미한) 한 밤에 느껴 살짝 추위를

遠客愁夕永(원객수석영) 멀리 나그네 시름 밤 길어

坐看松陰團(좌간송음단) 앉아 바라봐 솔 그늘 자리

 

 

1762 다산 정약용 歸農 茶山 丁若鏞(1762∼1836) 羅州 與猶堂全書

詠水石(영수석) 물과 돌을 읊어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샘물 마음 언제나 바깥에 있어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돌부리에 괴로워 앞을 막아서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흔들며 벗어나와 천 겹 험한 곳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가만히 나왔으니 둘러싼 골짝

 

池閣絶句(지각절구) 연못 누각

種花人只解看花(종화인지해간화) 꽃 심어 사람 다만 꽃구경 하지

不解花衰葉更奢(불해화쇠엽갱사) 꽃 시드니 못 보네 잎 다시 펼침

頗愛一番霖雨後(파애일번림우후) 자못 아껴 한차례 장마 그친 뒤

弱枝齊吐嫩黃芽(약지제토눈황아) 여린 가지 가지런 어린 싹 돋아

 

(야) 밤에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어둑어둑 강마을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엉성한 울타리는 개 짖어 둘러

水寒星不靜(수한성부정) 물결은 차가워서 별빛 일렁여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산이 멀어 눈빛은 오히려 밝아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먹고삶에 없으니 오래갈 꾀란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책 가까이 있으니 짤막한 등잔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깊은 시름 뚜렷해 아니 그치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어찌하여 마치랴 한평생 삶을

 

暮次光陽(모차광양) 저무는 광양 ※與猶堂全書

小聚依山坂(소취의산파) 작은 마을 기대니 산기슭 비탈

荒城逼海潮(황성핍해조) 스러진 성 다가 선 바닷가 물 때

漲霾官樹暗(창매관수암) 흙비 가려 관청 가 숲은 어두워

含雨島雲驕(함우도운교) 비 머금어 섬 감싸 구름 무서워

烏鵲爭虛市(오작쟁허시) 까막까치 다투니 텅 빈 저자 터

蠯螺疊小橋(비라첩소교) 맛 소라 쌓인 껍질 조그만 다리

邇來漁稅重(이래어세중) 요즘 와 고기잡이 세금 무거워

生理日蕭條(생리일소조) 사는 꼴은 나날이 서글프기만

 

荒年水村春詞十首(황년수촌춘사십수) 거친 해 물 마을의 봄

東風吹綠草離離(동풍취록초리리) 푸른 풀 파릇파릇 봄바람 불자

花柳依然似昔時(화류의연사석시) 꽃 버들도 그대로 지난번 같아

只是寂寥春更甚(지시적요춘갱심) 다만 내 삶 쓸쓸해 봄은 더 깊어

冷煙衰屋日華遲(냉연쇠옥일화지) 차운 연기 낡은 집 햇살 늘어져

 

獨笑(독소) 혼자 웃음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양식 있는 집이면 남이 못 먹고

多男必患饑(다남필환기) 아들 많은 집에는 굶주림 걱정

達官必惝愚(달관필창우) 높다란 벼슬아치 꼭 멍청한데

才者無所施(제자무소시) 재주 가진 인재는 펼 길이 없어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집안 살림 적으니 복을 갖추고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 다다른 도 언제나 쌓임은 더뎌

翁藏子每蕩(옹장자매탕) 아비가 모아두면 아들이 흩여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 아내는 슬기로워 남편 꼭 바보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달 둥글어 잦으니 구름 값하기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꽃이 피어 바람이 그르치는지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물건마다 다됨이 이와 같아서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혼자 웃음 모르지 남이 알리가

 

打麥行(타맥행) 보리타작

新芻濁酒如潼白(신추탁주여동백) 새로 거른 막걸리 뿌옇게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큰 사발에 보리밥 높이가 한 자

飯罷取枷登場立(반파취가등장립) 밥 먹자 도리깨에 마당에 나서

雙肩漆澤飜日赤(쌍견칠택번일적) 두 어깨 까만 윤기 햇빛 받아서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옹헤야 소리 질러 발 들어 맞춰

須臾麥穗都狼藉(수유맥수도낭자) 어느새 보리 낟알 온 마당 가득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노랫말 주고받아 소리 드높아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보이느니 지붕 위 보리 티 날려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살펴보니 그 기색 즐겁기 마냥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되진 않아 마음은 몸의 부림이

樂園樂郊不遠有(낙원낙교불원유) 즐길 뜰 즐거운 들 멀리 안 있어

何苦去作風塵客(하고거작풍진객) 무슨 고생 떠나랴 세상 나그네

 

耽津村謠(탐진촌요) 탐진 촌요 ※탐진: 전남 강진의 옛 이름

水田風起麥波長(수전풍기맥파장) 무논에 바람 일어 보리물결로

麥上場時稻揷秧(맥상장시도삽앙) 보리로 타작마당 모내기 때로

菘菜雪无新葉綠(숭채설무신엽록) 배추에 눈은 없어 새론 잎 파릇

鷄雛擭月嫩毛黃(계추사월눈모황) 섣달에 깐 병아리 노란 털 어릿

棉布新治雪樣鮮(면포신치설양선) 무명베 새로 짜니 눈인 듯 깔끔

黃頭來博吏房錢(황두래박이방전) 황두 와서 채가니 이방 준다며

漏田督稅如星火(누전독세여성화) 자갈논 세금 닦달 별똥 불 같이

三月中旬道發船(삼월중순도발선) 삼월 중순 세곡선 배 떠난다고

 

久雨(구우) 오랜 비

窮居罕人事(궁거한인사) 막혀진 삶에 드문 사람 일

恒日廢衣冠(항일폐의관) 늘 상 낮에는 의관도 버려

敗屋香娘墜(패옥향낭추) 낡은 집에는 노래기 기어 ※香娘閣氏: 노래기

荒畦腐婢殘(황휴부비잔) 거친 밭두둑 팥꽃은 남아

睡因多病減(수인다병감) 잠마저 줄어 병도 많아서

秋賴著書寬(추뢰저서관) 가을 기대니 글로 달래네

久雨何須苦(구우하수고) 오랜 비와서 어찌 꼭 고통

晴時也自歎(청시야자탄) 날이 갤 때면 또 절로 한숨

 

寄兒(기아) 자식에게 부치며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서울의 소식마다 놀라는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누가 말해 집 편지 만금이라며 杜甫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시름은 바다구름 개여 또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헐뜯음은 산울림 고요해 울려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탄식마라 세상에 소곡은 없고 蘇軾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어긋나 기운 집안 채침이 있어 朱子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문자 이미 되느니 편지 나눌 만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가르침 경세제민 원림에 맞게

※杜甫의 春望(國破山河在). 蘇軾의 친구 巢谷. 朱子의 弟子 蔡沈(書傳序文).

 

古詩(고시) 옛 시 ※다산의 고시(古詩) 27수 중의 하나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제비는 때가되니 비로소 오고

南南語不休(남남어불휴) 지지배배 소리는 그치질 않아 재잘거릴남喃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소리 뜻함 비록이 밝히진 못해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호소하듯 집 없는 서러움에서

楡槐老多穴(유괴로다혈)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 뻥

何不此淹留(하불차엄류) 어찌 않나 여기서 깃들어 머묾

燕子復南南(연자복남남) 제비는 돌아와서 지저귀는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사람에게 말하듯 주고받아라

楡穴款來啄(유혈관래탁)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황새관雚

槐穴蛇來搜(괴혈사래수) 홰나무 구멍에는 뱀이 와 뒤져

 

哀絶陽(애절양) 양물 자른 슬픔 ※1803년 강진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갈대밭 젊은 아낙 울음 오래가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관문 보고 울다가 하늘에 울어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전쟁 나가 못 옴은 있을 수 있어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예로부터 못 들어 제 양물 자름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시어른 상 지내고 애는 안 씻겨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삼대 이름 나란히 군적에 실려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딱한 말 이르려도 문지기 왠 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 소도 끌고 가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 갈아 방에 들어 피가 온방에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스스로 탓 애 낳아 재앙 만남이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누에 방 불까는 형 어찌 허물해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민나라 아이 거세 좋고도 슬퍼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낳고 낳는 도리는 하늘이 준바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여) 하늘 도는 남자로 땅의 도 여자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불깐 말 불깐 돼지 오히려 섧지

況乃生民思繼序(황내생민사계서) 하물며 곧 백성에 대 이을 생각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부잣집 한 해 내내 풍악을 울려

粒米寸帛無所捐(립미촌백무소연) 나락 한 톨 베 한 치 낸바가 없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고른 우리 백성에 왜 더해 덜어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객창서 거듭 읊어 시경 시구편

※詩經 國風 曹風 鳲鳩

 

肩輿歎(견여탄) 가마꾼 ※1832년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남들 알기 가마 탄 즐거움이라 수레여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알지 못해 가마 멘 고달픔일랑 어깨견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가마 메고 산길을 높은 비탈을 높을준

捷若躋山麌(첩약제산우) 빠르기 산을 타는 노루와 같고 큰사슴우

肩輿下懸崿(견여하현악) 가마 메고 내달아 낭떠러지를 낭떠러지악

沛如歸苙羖(패여귀립고) 우르르 우리 드는 염소 떼처럼 늪패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가마 메고 휑한 골 건너 넘을 때 골휑할함하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다람쥐도 오가며 덩달아 춤춰 쥐서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바위 곁서 조금은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股(착경민교고) 오솔길엔 재빨리 발을 옮기네 좁을착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끊인 벽서 내려 봐 퍼런 깊은 못 머리숙일부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넋이 놀라 흩어져 아찔하기만 놀랄해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날쌔게 맞춰달려 평지 밟듯이 신리 평평할탄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귓구멍 나는 소리 바람에 비에 구멍규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이 산에서 노니는 까닭이라면 헤엄칠유

此樂必先數(차락필선수) 이 즐거움 반드시 먼저 손꼽지

紆回得官帖(우회득관첩) 굽든 돌든 얻어와 관첩이라면 굽을우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관속 부려 따라야 하던 법이라 곱자구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하물며 올라타고 행차 알림에 나아갈부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벼슬 선비 하는 일 어찌 깔보랴 밭두둑주

領吏操鞭扑(영이조편복) 고을 아전 잡는다 채찍을 치니 칠복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머리 스님 가지런 모둠을 짜네 가지런할정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맞이에 어김없이 기한에 맞춰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엄숙히 받듦 행해 씩씩히 이어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헐떡여 숨결 섞인 여울물 소리 헐떡거릴천

汗漿徹襤褸(한장철남루) 땀으로 풀을 먹여 배인 해진 옷 미음장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모퉁이 지나가니 곁 한 이 처져 두루방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험한 데를 오르니 앞선 이 숙여 구부릴구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밧줄 눌려 어깨에 자국이 지고 줄승 흉터반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돌 채여 발 부르터 낫지를 않아 개똥벌레견

自痔以寧人(자치이녕인) 스스로 병들어도 남을 편케 해 치질치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맡은 일 나귀 말과 다를 바 없어 나귀려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너나 나나 본디는 똑같은 겨레 태보포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널리 두루 받으니 하늘 어버이 적을균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너희들 어리석어 이 깔봄 참나 낮을비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내 어찌 안 부끄러 멍하게 있지 어루만질무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나에겐 네게 미칠 덕이 없으니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너의 베풂 어찌해 혼자 받으랴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형님 어른 아우를 아니 돌보니 불쌍히여길련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사랑스런 어버이 성냄 없을까 쇠할쇠

僧輩猶哿矣(승배유가의) 스님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 좋을가

哀彼嶺下戶(애피령하호) 슬프다 저기 고개 아래 집들이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커다란 지렛대에 말 둘 가마에 지렛대공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곁마 따라 기울여 온 마을사람 곁마참 둑오

被驅如犬鷄(피구여견계) 몰아세움 당하니 닭과 개처럼 몰구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소리쳐 울부짖어 승냥이에 범 울후 승냥이시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타는 이 예로부터 살필게 있지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이런 도리 버려져 흙인 것같이 버릴기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김매는 이 내던져 손에 든 호미 김맬운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밥 먹던 이 먹다가 음식도 뱉어 먹을포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허물없이 욕보고 꾸중 들으며 허물고 喝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만 번 죽어 오직이 머릴 조아려 구부릴부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애태워 지쳐 이미 고비 넘겨서 파리할초췌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아 비로소 벗어나 사로잡힘을 속바칠속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일산 들려 거들먹 떠나 버리니 우산산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한 마디도 없어라 달래 돌봄이 위로할위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힘은 다해 그 논밭 가까이해도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끙끙대는 목숨은 실낱같아라 입다물금 실루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그리려네 가마 멘 그림을 그려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돌아가서 바쳐야 밝은 임금님 바칠헌

 

 

1769 자하 신위 漢叟 紫霞 申緯(1769∼1845) 平山 紫霞詩集

題錦城女史藝香畵蘭(제금성여사예향화란) 금성여사 난 그림에 향 심어

畵人難畵恨(화인난화한) 사람 그림에 한은 못 그려

畵蘭難畵香(화란난화향) 난초 그림에 향내 못 그려

畵香兼畵恨(화향겸화한) 향기 그리고 한도 그리니

應斷畵時腸(응단화시장) 그릴 때 으레 애도 탔으리

 

月挂嶺(월괘령) 달 걸린 고개

峽人防虎密(협인방호밀) 골짝 사람들 호랑이 막아

日暮早關門(일모조관문) 날이 저물면 일찍 문 걸어

獨有催租吏(독유최조리) 홀로 아전만 세금 다그쳐

橫行挂月村(횡행괘월촌) 누비고 다녀 달 걸린 마을

 

墨竹圖(묵죽도) 묵죽도

枝葉上晴光(지엽상청광) 가지 잎 위로 맑게 갠 빛에

枝輕葉復揚(지경엽부양) 가지 가벼워 잎 다시 들려

一天風日好(일천풍일호) 한 하늘 바람 날씨는 맑아

聲影靜瀟湘(성영정소상) 소리에 그늘 소상죽 고요

※晴竹: 잎이 위로 雨竹: 잎이 아래로 風竹: 잎이 옆으로 ※瀟湘斑竹

 

掌中杯(장중배) 손 안의 잔

耳朶有聞旋旋忘(이타유문선선망) 귀 떨기 들음 있어 돌아선 잊어

眼兒看做不看樣(안아간주불간양) 눈동자 보아 넘겨 아니 본 듯이

右堪執盞左持螯(우감집잔좌지오) 오른 손 잔을 잡고 왼손 안주를

只知雙手執金巵(지지쌍수집금치) 다만 앎 두 손으로 금잔만 잡아

 

申緯小樂府 漁樂(어락) 고기잡이 즐거움

鳴者鵓鳩靑者柳(명자발구청자류) 우는 것이 뻐꾸기면 푸른 건 버들

漁村燈淡有無疑(어촌등담유무의) 어촌 마을 등불 엷어 있는지 몰라

山妻補網纔完未(산처보망재완미) 산촌아내 그물 손질 아직 다 못해

正是江魚欲上時(정시강어욕상시) 이제 바로 강 물고기 올라오는 때

 

申緯小樂府 人生行樂耳(인생행락이) 사람살이 즐길 뿐

一度人生還再否(일도인생환재부) 한번 간 사람살이 다신 못 오지

此身能有幾多身(차신능유기다신) 이내몸 할 수 있어 여러 몇이냐

借來若夢浮生世(차래약몽부생세) 빌려오니 꿈같아 덧없는 세상

可作區區做活人(가작구구주활인) 지을거나 낱낱이 사람 살아야

 

申緯小樂府 落花流水(낙화유수) 꽃 떨어져 물에 흘러

睡失漁竿舞失簑(수실어간무실사) 낚싯대 졸다 잃고 도롱이 춤에 잃어

白鷗休笑老人家(백구휴소노인가) 갈매기 웃지 마라 늙은이 사는 집을

溶溶綠浪春江水(용용록랑춘강수) 넘실대 푸른 물결 봄 강에 물이려니

泛泛紅桃水上花(범범홍도수상화) 출렁여 붉은 복사 물 위에 꽃이라며

 

申緯小樂府 祝聖壽(축성수) 임금님 오래살기를

千千萬萬萬千千(천천만만만천천) 천에 천 만에 만년 만년 천천년

又亨千千萬萬年(우형천천만만년) 또 누려 천에 천년 만에 만년을

鐵柱開花花結子(철주개화화결자) 무쇠 기둥 꽃 피니 꽃 열매 맺어

殷紅子熟獻宮筵(은홍자숙헌궁연) 빨갛게 열매 익어 궁궐잔치에

 

申緯小樂府 碧溪水(벽계수) 푸른 시냇물 ※황진이

靑山影裏碧溪(청산영리벽계수) 푸른 산 그늘 속에 푸른 시냇물

容易東去爾莫(용이동거이막과) 쉽게도 동쪽 흘러 자랑을 마라

一到滄海難復回(일도창해난부회) 한번 간 푸른 바다 다시 못 오나

滿空明月古今(만공명월고금시) 하늘 가득 밝은 달 예나 이제나

 

申緯小樂府 醉不願醒(취불원성) 취하여 깨지 않았으면

昨日沈酣今日醉(작일침감금일취) 어제는 빠져 즐겨 오늘은 취해

茫然大昨醉醒疑(망연대작취성의) 아련한 큰 어제는 어찌 취해 깨

明朝客有西湖約(명조객유서호약) 밝을 아침 나그네 서호의 약속

不醉無醒雨未知(불취무성우미지) 아니 취해 아니 깨 비 온줄 몰라

 

申緯小樂府 紅燭淚(홍촉루) 붉은 촛불의 눈물

房中紅燭爲誰別(방중홍촉위수별) 방 가운데 붉은 초 뉘와 헤어져

風淚汎瀾不自禁(풍루범란부자금) 바람에 눈물 흘려 혼자 못 그쳐

畢竟怪伊全似我(필경괴이전사아) 마침내 저런 꼴로 나와 똑 같아

任情灰盡寸來心(임정회진촌래심) 내맡긴 정 재 다 돼 조각난 마음

 

申緯小樂府 白馬靑娥(백마청아 흰말에 젊은 아가씨

欲去長嘶郎馬白(욕거장시랑마백) 떠나려네 긴 울음 그대 말 흰데

挽衫惜別小娥靑(만삼석별소아청) 적삼 끌어 애틋함 아가씬 젊어

夕陽冉冉銜西嶺(석양염염함서령) 저녁볕 뉘엿뉘엿 서쪽 재 넘어

去路長亭復短亭(거로장정부단정) 가는 길 오래 머묾 다시 짧은 쉼

 

申緯小樂府 滿庭香(만정향) 뜰 가득 향기

昨夜桃花風盡吹(작야도화풍진취) 어제 밤에 복사꽃 바람에 다 져

山童縛帚凝何思(산동박추응하사) 아이는 비를 엮어 무슨 생각에

落花顔色亦花也(낙화안색역화야) 떨어진 꽃 얼굴 빛 또한 꽃이라

何必苔庭勤掃之(하필태정근소지) 어찌 꼭 이끼 낀 뜰 힘써 쓰는지

 

申緯小樂府 奉虛言(봉허언) 빈말이나마

向儂思愛非眞辭(향농사애비진사) 날 보고 아낀다며 참말이 아냐

最是難憑夢見之(최시난빙몽견지) 이야말로 못 믿어 꿈에 봤단 말

若使如儂眠不得(약사여농면부득) 이를테면 나처럼 잠도 안 들어

更成何夢見儂時(갱성하몽견농시) 또 이뤄 어느 꿈에 나를 볼 때를

 

申緯小樂府 人月圓(인월원) 사람 달 둥글함

金絲烏竹紫葡萄(금사오죽자포도) 금실에 까만 오죽 보랏빛 포도

雙牧丹叢一丈蕉(쌍목단총일장초) 모란꽃 두 떨기에 한 길의 파초

影落紗窓荷葉盞(영락사창하엽잔) 그림자 진 비단 창 연꽃잎 등잔

意中人對月中宵(의중인대월중소) 마음속 사람 맞은 달빛 속에 밤

 

屬秋史(속추사) 추사에게 ※秋史 金正喜(1786∼1856)

昭代參容播正聲(소대참용파정성) 밝은 시대 껴들어 바른 소리 펴

蒐羅揚抱有深情(수라양포유심정) 모아서 올려 안아 깊은 뜻 있어

吾今倦矣論英雋(오금권의론영준) 나는 이제 쉬려네 영재 논함에

煮酒靑梅屬後生(자주청매속후생) 술 데워 푸른 매실 뒷사람 맡겨

 

雜書(잡서) 잡서 ※士農工商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선비 본디 네 백성 가운데 하나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엔 귀천 없어 서로 드러내

眼無丁字無虛名(안무정자무허명) 글자는 볼일 없어 헛이름 없어

眞賈農工役於假(진고농공역어가) 참 상인 농부 장인 가짜가 부려

 

菊花(국화) 국화

有客同觴固可意(유객동상고가의) 손님 있어 술 함께 정말 뜻함에

無人獨酌未爲非(무인독작미위비) 사람 없어 혼자 술 안 될 리 없지

壺乾恐被黃花笑(호건공피황화소) 술병 말라 아마도 국화 웃을까

典却圖書又典衣(전각도서우전의) 잡혀버린 책에다 옷도 잡히지

 

釣臺望月(조대망월) 낚시 자리서 달을 바라보며

溶溶波上月(용용파상월) 출렁거리는 물결 위에 달

塗塗葉間霜(도도엽간상) 자욱하게도 잎 사이 서리

霜光與月色(상광여월색) 서리 내린 빛 함께한 달빛

倂墜煙渺茫(병추연묘망) 모두 떨어져 안개에 아득

釣臺一片石(조대일편석) 낚시 자리는 한 조각 바위

據此水中央(거차수중앙) 여기 자리해 물속 가운데

不知夜深淺(부지야심천) 알지 못하니 밤 깊고 얕음

漸見人影長(점견인영장) 차츰 길어져 사람 그림자

 

紅白梅(홍백매) 홍백 매화

料峭東風梅信回(요초동풍매신회) 차가운 봄바람에 매화 꽃소식

此花年例犯寒開(차화년례범한개) 이 꽃이란 해마다 추위 뚫고 펴

飜嫌歛笑亭亭遠(번혐감소정정원) 싫어도 바램 웃어 떳떳이 멀리

人似凝眸脈脈來(인사응모맥맥래) 사람 눈길 모은 듯 이어져 오네

送老影香和靖福(송로영향화정복) 늙음 보내 향 그늘 편안한 복이

通身鐵石廣平才(통신철석광평재) 몸에 미친 쇠와 돌 다스린 재주

吾廬兩樹能紅白(오려량수능홍백) 우리 집에 두 나무 붉은 꽃 흰 꽃

白未離披紅欲催(백미리피홍욕최) 흰 꽃 져 아니 헤져 붉은 꽃 피려

 

 

1769 김삼의당 三宜堂 氏(1769∼1823) 三宜堂稿

春景1(춘경1) 봄 경치

思君夜不寐(사군야불매) 임 그려 밤에 잠자지 못해

爲誰對朝鏡(위수대조경) 누구를 위해 아침 거울에

小園桃李花(소원도리화) 조그만 동산 복사 오얏 꽃

又送一年景(우송일년경) 또 보내버린 한 해의 봄을

 

春景2(춘경2) 봄 경치

深院春將晩(심원춘장만) 깊은 집안에 봄은 저물려

人間睡意矇(인간수의몽) 사람은 잠에 뜻이 어둑해

綺窓花影裏(기창화영리) 비단 가린 창 꽃 그림자 안

一枕鳥聲中(일침조성중) 한번 누우니 새소리 속에

 

春景3(춘경3) 봄 경치

睡起搴珠箔(수기건주박) 자다가 일어나서 구슬발 들어

當簷燕子斜(당첨연자사) 마침 처마 제비가 비스듬 앉아

東園花幾許(동원화기허) 동녘동산 꽃으로 얼마나 폈나

春在老桃槎(춘재노도사) 봄이 왔네 복숭아 늙은 등걸에

 

春景4(춘경4) 봄 경치

何處春歸盡(하처춘귀진) 어디선지 봄날이 돌아옴 다해

東園一夜風(동원일야풍) 동녘동산 밤 하나 바람이 분다

羅衣窓外出(나의창외출) 비단 옷에 나가서 창문 바깥에

閑拾落來紅(한습락래홍) 주워들어 붉은 꽃 떨어져오니

 

春景5(춘경5) 봄 경치

門外三楊柳(문외삼양류) 문에 바깥에 버드나무 셋

枝上春風多(지상춘풍다) 가지 위로는 꽤나 봄바람

下枝拂樽酒(하지불준주) 아래가지는 술통에 스쳐

何人動別歌(하인동별가) 누군가 불러 이별의 노래

 

春景6(춘경6) 봄 경치

好音來何處(호음래하처) 좋은 소리는 어디서 들려

綿綿又蠻蠻(면면우만만) 이어 이어져 놀리며 놀려

東風玉窓外(동풍옥창외) 봄바람 실어 옥창문 밖에

黃鳥在花間(황조재화간) 꾀꼬리 꾀꼴 꽃 사이에서

 

春景7(춘경7) 봄 경치

黃鳥一聲裏(황조일성리) 꾀꼬리 꾀꼴 한 울음 속에

春日萬家閑(춘일만가한) 봄날 모든 집 한가롭기만

佳人捲羅幕(가인권나막) 미인은 걷어 비단 휘장을

芳草滿前山(방초만전산) 꽃다운 풀이 앞산에 가득

 

春景8(춘경8) 봄 경치

門外道路長(문외도로장) 문 바깥으로 길은 길어서

路傍楊柳綠(노방양류록) 길가 버들은 푸르기만 해

白馬啼蕭蕭(백마제소소) 백마는 울어 쓸쓸하게도

誰家又送客(수가우송객) 어느 집에 또 손을 보내나

 

農歌(농가) 농부의 노래

山光經雨好(산광경우호) 산에 빛깔은 비 지나 좋고

溪聲得風多(계성득풍다) 시내 물소리 바람 타 많아

門外環阡陌(문외환천맥) 문 바깥 둘러 밭 사이 두렁

時時聽野歌(시시청야가) 때때로 들어 들녘의 노래

 

秋夜雨1(추야우1) 가을밤비

天涯芳信隔(천애방신격) 하늘 끝이라 꽃소식 멀어

寂寂掩深戶(적적엄심호) 고요해 닫아 깊이 방문을

永夜鳴梧葉(영야명오엽) 오래도록 밤 오동잎 울어

簷端有疏雨(첨단유소우) 처마 끝에서 성긴 빗소리

 

秋夜雨2(추야우2) 가을밤비

簷端疏雨響(첨단소우향) 처마 끝 울림 성긴 빗소리

永夜隔窓鳴(영야격창명) 오랜 밤 멀리 창 너머 울어

一枕金屛裏(일침금병리) 베개는 하나 금병풍 안에

寒燈夢不成(한등몽불성) 차가운 등불 꿈을 못 이뤄

 

秋夜月1(추야월1) 가을 달밤에

明月出墻頭(명월출장두) 밝은 달 올라 담장머리에

如盤又如鏡(여반우여경) 접시 같기도 거울 같기도

且莫下重簾(차막하중렴) 내리진 말아 겹쳐 친 발을

恐遮窓間影(공차창간영) 아마 가릴까 창가 그림자

 

秋夜月2(추야월2) 가을 달밤에

一月兩地照(일월양지조) 하나인 달이 두 땅을 비춰

二人千里隔(이인천리격) 두 사람 멀리 천리 떨어져

願隨此月影(원수차월영) 바램은 좇아 이 달 그림자

夜夜熙君側(야야희군측) 밤이면 밤을 님 곁에 빛나

 

秋夜月3(추야월3) 가을 달밤에

中宵一片月(중소일편월) 한밤 한쪽 달

影入碧窓流(영입벽창류) 그림자 들여 푸른 창 흘러

長安有孤客(장안유고객) 서울에 계실 외론 나그네

休熙望鄕樓(휴희망향루) 빛나진 말아 망향 누대엔

 

折花(절화) 꽃을 꺾어

從容步窓外(종용보창외) 조용히 걸어 창문 바깥을

窓外日遲遲(창외일지지) 창밖에 해는 더디고 더뎌

折花揷玉髮(절화삽옥발)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꽂아

蜂蝶過相窺(봉접과상규) 벌 나비 서로 엿보며 지나

 

西窓(서창) 서창에서

寂寂空庭(적적공정상) 고요 빈 뜰 위

蕭蕭聞葉下(소소문엽하) 쓸쓸 잎이 져

詩思何(시사하처다) 시상 어디서

西窓(명월서창야) 서창 달밤에

 

牧笛1(목적1) 목동의 피리소리

牧笛村村去(목적촌촌거) 목동의 피리 마을서 멀어

樵歌曲曲來(초가곡곡래) 나무꾼 노래 골짝에 들려

夕陽無限興(석양무한흥) 저녁볕에도 끝없는 흥이

窓外暫徘徊(창외잠배회) 창 밖에 잠시 거닐어 보네

 

牧笛2(목적2) 목동의 피리소리

東風何處笛(동풍하처적) 동쪽 바람에 어딘가 피리

一曲夕陽中(일곡석양중) 한 가락 울려 석양 가운데

春日多芳草(춘일다방초) 봄날엔 제법 꽃다운 풀로

前溪有牧童(전계유목동) 앞쪽 시내에 목동이 보여

 

牧笛3(목적3) 목동의 피리소리

山頭日欲沒(산두일욕몰) 산머리 해는 사라지려해

炯樹遠依依(형수원의의) 반짝인 나무 멀리 어스레

一聲何處笛(일성하처적) 소리는 하나 어딘가 피리

知有牧童歸(지유목동귀) 알고 있어요 목동 돌아와

 

述懷(술회) 마음을 털어놓으며

大丈夫誰有(대장부수유) 대장부로서 누가 있는가

一兒女獨羞(일아녀독수) 한 아녀자나 난 부끄러워

西胡與東倭(서호여동왜) 서쪽 오랑캐 동쪽 쪽발이

不共戴天讐(불공대천수) 하늘을 같이 못할 원수라

 

秋夜(추야) 가을밤

水晶簾外漾金波(수정렴외양금파) 수정 발 바깥에는 금물결 출렁

雨歇池塘有破荷(우헐지당유파하) 비 개인 연못에는 연꽃이 활짝

獨坐屛間寒不寐(독좌병간한불매) 홀로 앉은 병풍 안 잠 못자 썰렁

滿床蟲語夜深多(만상충어야심다) 온 침상 벌레소리 밤 깊어 시끌

 

十二月詞正月上元(십이월사정월상원) 정월 대보름

田家此日祝西成(전가차일축서성) 농삿집에 이 날은 가을을 빌어

村社鼕鼕土鼓鳴(촌사동동토고명) 마을 사당 둥둥둥 흙 북을 울려

良夜城南明月下(양야성남명월하) 좋은 밤 성 남쪽에 밝은 달 아래

家家年少踏橋行(가가년소답교행) 집집이 어른 아이 다리 밟기 가

 

十二月詞七月七夕(십이월사칠월칠석) 칠월 칠석

金井梧桐一葉秋(금정오동일엽추) 우물가 오동나무 잎 하나 가을

水晶簾外碧波流(수정염외벽파류) 수정 발 바깥으로 푸른 물결쳐

天上相逢今夜半(천상상봉금야반) 하늘 별 서로 만나 오늘밤 새워

玉窓何事獨深愁(옥창하사독심수) 옥창에 무슨 일로 홀로 시름에

 

十二月詞九月九日(십이월사구월구일) 구월 구일 중양절

秋晩東籬菊有黃(추만동리국유황) 가을 늦게 울타리 국화 노랗게

薄言採採不盈筐(박언채채불영광) 말 엷다 국화 따니 광주리 안차

爲誰酌彼盃中物(위수작피배중물) 누굴 위해 따르랴 잔속에 꽃술

好送佳辰莫我傷(호송가신막아상) 잘 보낸 좋은 날에 날 다치겐 마

 

十二月詞十二月臘日(십이월사십이월납일) 섣달 납일

歲色紗窓已暮云(세색사창이모운) 해 지난 빛 비단 창 저물었다네

一年佳節度紛紛(일년가절도분분) 한 해에 좋은 시절 섞이어 지나

滿床風雪寒無寢(만상풍설한무침) 침상 가득 바람눈 추워서 못 자

裁繡郎衣到夜分(재수낭의도야분) 짓고 놓고 낭군 옷 밤을 쪼개서

 

 

1771 임연 이양연 晉叔 臨淵 李亮淵(1771∼1853) 全州 枕頭書

秋草(추초) 가을 풀

秋草莫怨霜(추초막원상) 가을 풀아 서리를 미워말아라

秋殺亦生道(추살역생도) 가을죽음 새로이 사는 길이라

却從地上蘇(각종지상소) 도로 쫓아 땅위로 살아날 것을

人生不如草(인생불여초) 사람살이 풀만도 같지 못할까

 

秋花(추화) 가을꽃

霜林餘衰草(상림여쇠초) 서리 맞은 숲에는 시든 풀 남아

草花紅半瘁(초화홍반췌) 풀꽃 붉음 반쯤은 시들어버려

病蝶力耐風(병접력내풍) 병든 나비 힘들여 바람을 참아

搖搖貼不離(요요첩불리) 흔들리며 붙어서 떠나지 못해

 

山亭(산정) 산에 정자

山亭白日閒(산정백일한) 산에 정자 한낮에 한가하기만

山鳥啼兩兩(산조제양양) 산에 새는 울어도 짝지어 울어

柳絮飛將下(유서비장하) 버들개지 날아서 내려앉다가

輕風吹復上(경풍취부상) 가변바람 불어서 다시 올라가

 

村夕(촌석) 시골저녁

秋日在林稍(추일재림초) 가을 해가 떠있어 숲나무 끝에

淸陰落溪水(청음낙계수) 맑은 그늘 드리워 시내 물위에

山屋兒呱呱(산옥아고고) 산마을 집 아이는 엉엉 울어도

山婦婑未已(산부유미이) 산골아낙 아리따워 아니 그치네

 

白鷺(백로) 해오라기

白鷺宜白沙(백로의백사) 해오라기 마땅해 흰모래 밭이

莫向春草碧(막향춘초벽) 가지마라 봄풀로 푸른 곳에는

不須自分明(부수자분명) 모름지기 스스로 나눔 안 밝아

易爲人所識(이위인소식) 쉽사리 사람들에 들켜버리니

 

白鷺(백로) 해오라기

蓑衣混草色(사의혼초색) 도롱이는 섞이니 풀빛과 같이

白鷺下溪止(백로하계지) 해오라기 내려와 시내에 앉아

或恐驚飛去(혹공경비거) 어쩌면 놀라겠지 날아갈까 봐

欲起還不起(욕기환부기) 일어나려 하다가 못 일어나네

 

躱悲(타비) 숨어 슬퍼함

入門還出門(입문환출문) 문에 들다 도리어 문을 나와서

擧頭忙轉矚(거두망전촉) 고개 들어 바삐도 돌아 살피네

南岸山杏花(남안산행화) 남쪽 언덕 산에는 산 살구꽃이

西洲鷺五六(서주로오육) 서쪽 물가 해오락 대여섯 마리

 

自輓(자만) 스스로 만장

一生愁中過(일생수중과) 한 평생 시름 속에 지나보내며

明月看不足(명월간부족) 밝은 달 바라보기 넉넉지 못해

萬年長相對(만년장상대) 만 년을 오래도록 서로 마주해

此行未爲惡(차행미위오) 이리 가니 아니되 미워할 수가

 

 

1772 정일당 강씨 靜一堂 姜氏(1772∼1832) 晉州 靜一堂遺稿

除夜感吟(제야감음) 섣달 그믐밤

無爲虛送好光陰(무위허송호광음) 한 일 없이 보내니 좋은 세월을

五十一年明日是(오십일년명일시) 쉰하나 나이 먹어 내일이 바로

中宵悲歌將何益(중소비가장하익) 한밤의 슬픈 노래 무슨 보탬이

自向餘年修厥己(자향여년수궐기) 앞으로는 남은 해 그 몸 닦아야

 

夜坐(야좌) 밤에 앉아

夜久群動息(야구군동식) 밤은 오래라 뭇 움직임 쉼

庭空晧月明(정공호월명) 뜰이 비어서 흰 달이 밝아

方寸淸如洗(방촌청여세) 품은 마음은 씻은 듯 맑아

豁然見性情(활연견성정) 뚫린 듯 보여 타고난 바탕

 

原韻(원운) 원운敬次尊姑只韻一堂 모시는 시어머니 지일당의 운을 받들어 빌어

春來花正盛(춘래화정성) 봄날이 오니 꽃 정말 한창

歲去人漸老(세거인점로) 세월이 가니 사람 늙어가

歎息將何處(탄식장하처) 한숨지으며 앞은 어딜까

只要一善道(지요일선도) 다만 바라니 한 착한 길을

 

 

1786 추사 김정희 元春 秋史 金正喜(1786∼1856) 慶州 阮堂集

秋牧丹(추모란) 가을모란(국화)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 울긋불긋 해마다 번갈아 바꿔

牧丹之葉菊之英(모란지엽국지영) 모란 잎에 국화의 꽃봉오리라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 가을 오니 부귀로 너 같음 없어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 동쪽 울에 있다고 머문 선비라

※국화: 東籬君子 傲霜孤節

 

重陽黃菊(중양황국) 중양절 노란국화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노란 국화 꽃부리 첫 땅의 좌선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비바람 울타리 곁 고요한 까닭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시인을 이바지해 맨 끝에 나중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온갖 꽃 백억 속에 먼저 꼽아야

 

雪夜偶吟(설야우음) 눈 내리는 밤에

酒綠燈靑老屋中(주록등청노옥중) 술 맑고 등불 밝아 낡은 집 안에

水仙花發玉玲瓏(수선화발옥영롱) 수선화가 피어서 옥으로 아롱

尋常雪意多關涉(심상설의다관섭) 늘 찾는 흰 눈 뜻에 많은 뜻함이

詩境空濛畫境同(시경공몽화경동) 시 세계 흐릿한데 그림도 같아

 

驟雨(취우) 소나기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마다 더운 바람 잎들 늘리려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마침 짙어 먹구름이 몇몇 봉 서쪽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한 조그만 청개구리 쑥보다 파래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뛰어 올라 파초 끝에 까치 울음을

 

鷄鳴(계명) 닭 울음

年少鷄鳴方就枕(년소계명방취침) 젊어선 닭 울어야 잠자리 들어

老年枕上待鷄鳴(노년침상대계명) 늙으니 베개 베고 닭 울음 들어

轉頭三十餘年事(전두삼십여년사) 돌아보니 서른 해 남짓한 일들

不道銷磨只數聲(부도소마지수성) 말 안 해 녹아 닳아 다만 몇 소리

 

二樂樓(이락루) 이락루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붉은 루에 지는 해 세 글자 뵙네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이백 년 가운데에 이런 글 없어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그때를 생각하니 벼루 씻던 곳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옛 향기 떠서 돌아 시내 한 구름

 

午睡1(오수1) 낮잠

一枕輕安趁晩涼(일침경안진만량) 한 숨 잠 느긋하여 서늘 해 졌네

眼中靈境妙圓光(안중령경묘원광) 눈 안의 신령 경지 묘한 둥근 빛

誰知夢覺元無二(수지몽각원무이) 누가 알까 꿈 생시 둘이 아닌 걸

蝴蝶來時日正長(호접래시일정장) 나비 날아 다닐 땐 해도 참 길어

 

午睡2(오수2) 낮잠

苽花離落粟風涼(고화리락속풍량) 오이꽃 똑 떨어져 들바람 서늘

住在玲瓏怳惚光(주재영롱황홀광) 아른아른 집 있어 흐릿한 빛에

富貴神仙饒一轉(부귀신선요일전) 부귀라 신선이라 한 번 넉넉해

炊煙漫敎枕頭長(취연만교침두장) 불 땐 연기 퍼뜨려 잠만 늘게 해

 

午睡3(오수3) 낮잠

松風分外占恩涼(송풍분외점은량) 솔바람 생각 밖에 고맙게 서늘

攝轉葡萄現在光(섭전포도현재광) 끌어 옮긴 포도는 이젠 빛깔 나

特地家鄕成尺咫(특지가향성척지) 내세울 땅 내 고향 가까이 두니

靑山一髮未曾長(청산일발미증장) 푸른 산 한 자락은 멀지도 않아

 

立秋(입추) 입추 ※양력 8월7일경

野情老去最宜秋(야정노거최의추) 들에 뜻 늙어 가니 가을이 좋아

冷逕蓬蒿少熱流(냉경봉호소열유) 찬 오솔길 다북쑥 열 흘러 식어

卽看曳履歌商處(즉간예리가상처) 신 끌고 나가보니 노래 슬픈 곳

已放唫蟬出一頭(이방금선출일두) 이미 매미 목 놓아 한 마리 노래

 

 

1807 김삿갓 김병연 蘭皐 金笠 金炳淵(1807∼1863) 安東 金笠詩集

金剛山1(금강산1) 금강산1

矗矗金剛山(촉촉금강산) 뾰족뾰족한 촉촉 금강산 우거질촉

高峰萬二千(고봉만이천) 높은 봉우리 일만 이천 봉

遂來平地望(수래평지망) 마침 내려와 평지서 바래

三夜宿靑天(삼야숙청천) 사흘 밤 묵어 푸른 하늘서

 

(설)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천황씨 죽었는가 인황씨 죽었는가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모든 나무 푸른 산 모두 상복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밝을 날 만일시켜 태양이 조문 오면

家家簷前淚滴滴(가가첨전누적적) 집집마다 처마 앞 눈물 져 방울방울

 

(전)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돌아다녀 모두 다 환영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불경) 나라 집안 일으켜 힘도 세다네

去復還來來復去(거부환래래부거) 떠나 다시 돌아와 와도 다시 가

生能死捨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 삶을 죽여 버리고 죽음도 살려

 

艱飮野店(간음야점) 들 주점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천리 길 나그네 짐 붙은 지팡이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남은 돈 일곱 닢이 오히려 많아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 다짐 해 깊이 간직을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들 주막 저녁 무렵 술을 어쩌나

 

粥一器(죽일기) 죽 한 그릇

四脚松盤鬻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다리 소나무상 죽 한 그릇이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 구름 비쳐 함께 감돌아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은 말마시오 미안하다며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내 아끼니 푸른 산 물에 비침을

 

詠影(영영) 그림자를 읊어

進退隨儂莫汝恭(진퇴수농막여공) 나서 물러 날 좇아 너처럼 섬김 없어

汝儂酷似實非儂(여농혹사실비농) 너 나 너무 엇비슷 참으로 나는 아냐

月斜岸面驚魁狀(월사안면경괴상) 달 비껴 기슭 비쳐 커다람에 놀라고

日午庭中笑矮容(일오정중소왜용) 한낮의 뜰 가운데 꼬맹이 꼴이 웃겨

枕上若尋無覓得(침상약심무멱득) 베개머리 찾으니 찾을 수도 없지만

燈前回顧忽相逢(등전회고홀상봉) 등불 앞 고개 돌려 문득 서로 만나네

心雖可愛終無信(심수가애종무신) 마음에 아끼려도 끝내 믿음 없으니

不映光明去絶蹤(불영광명거절종) 빛 밝혀 비춤 없어 자취 끊고 사라져

 

(계)

擅主司晨獨擅雄(천주사신독천웅) 새벽 맡아 다스려 혼자 맘대로

絳冠蒼距拔於叢(강관창거발어총) 붉은 벼슬 푸른 발톱 모두에 빼나

頻驚玉兎旋臟白(빈경옥토선장백) 달을 자주 놀라게 하얗게 돌게

每喚金烏卽放紅(매환금오즉방홍) 해를 불러 번번이 벌겋게 가게

欲鬪努嗔瞳閃火(욕투노진동섬화) 싸우려고 성 내면 눈에 불을 켜

將鳴奮鼓翅生風(장명분고시생풍) 울려고 목청 돋아 날개 바람나

名高五德標於世(명고오덕표어세) 이름 높은 다섯 덕 세상에 보여

逈代桃都響徹空(형대도도향철공) 먼 옛날 무릉 고을 울려 하늘에

※玉兎:달 金烏:해 五德: 智 信 仁 勇 嚴

 

(구)

稟性忠於主饋人(품성충어주궤인) 난 바탕 충성으로 주인 밥 주니

呼來斥去任其身(호래척거임기신) 불러 오며 쫓겨 가 그 몸 맡기니

跳前搖尾偏蒙愛(도전요미편몽애) 뛰어와 꼬리 치니 사랑도 받아

退後垂頭却被嗔(퇴후수두각피진) 물러나 고개 내려 성냄도 그쳐

職察奸偸司守固(직찰간투사수고) 할 일은 도둑 살핌 지키기 다해

名傳義塚領聲頻(명전의총영성빈) 이름난 의로운 개 들림도 잦아

褒勳自古施帷蓋(포훈자고시유개) 공을 기려 예부터 씌우고 덮어

反愧無力尸位臣(반괴무력시위신) 부끄러움 힘없이 자리 찬 신하

 

尿罁 / 溺缸(요강) 요강

賴渠深夜不煩扉(뢰거심야불번비) 힘입으니 깊은 밤 귀찮지 않게

令作團隣臥處圍(영작단린와처위) 이웃으로 되게 해 누운 곳 둘레

醉客持來端跪膝(취객지래단궤슬) 취한 손님 지켜와 무릎을 꿇어

態娥挾坐惜收衣(태아협좌석수의) 고운 아씨 끼고선 치마를 걷어

堅剛做體銅山局(견강주체동산국) 단단하게 지은 몸 구리 산 형국

灑落傳聲練瀑飛(쇄락전성연폭비) 뿌려 흩여 소리 나 폭포수 날림

最是功多風雨曉(최시공다풍우효) 가장 공이 많기는 비바람 새벽

偸閒養性使人肥(투한양성사인비) 훔친 느긋 길러져 살찌게 하네

 

淮陽過次(회양과차) 회양을 지나며

山中處子大如孃(산중처자대여양) 산골 처녀 컸다고 색시 같아서

緩著粉短布(완저분홍단포상) 드러난 살짝 분홍 짧은 베치마

赤脚踉蹌羞過客(적각량창수과객) 맨다리로 뛰어가 길손 부끄러

松籬深院弄花香(송리심원농화향) 솔 울타리 깊은 담 꽃향기 놀려

 

 

1833 면암 최익현 贊謙 勉菴 崔益鉉(1833∼1906) 慶州 勉菴集

黃菊(황국) 노란 국화

佳色兼淸馥(가색겸청복) 아름다운 빛깔에 맑은 향 함께

端宜處士培(단의처사배) 옳고 바른 선비가 북돋아 길러

羞同桃李節(수동도리절) 같이해 부끄러운 복사자두 철

遲向九秋開(지향구추개) 늦추어 구월로 가 가을에 피워

 

信義誇(신의과) 신의를 자랑해

皓首奮較熱(호수분교열) 흰머리로 떨쳐서 열성을 다해

草野願忠心(초야원충심) 초야에서 바라니 충성된 마음

亂賊人皆討(난적인개토) 어지럽힌 도둑은 모두가 쳐야

何須問古今(하수문고금) 어찌 꼭 물어야해 옛날과 이제

 

皓首(호수) 흰 머리 노인

皓首舊畎畝(호수구견무) 흰머리에 오래 돼 밭도랑 이랑

人悲我亦悲(인비아역비) 남이 슬퍼 나 또한 슬퍼했다오

亂賊人皆討(난적인개토) 어지럽힌 도둑은 모두가 쳐야

何須問古今(하수문고금) 어찌 꼭 물어야해 옛날과 이제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聖言千載也分明(성언천재야분명) 성인 말씀 천년을 나눔이 밝아

島戶猶聞讀字聲(도호유문독자성) 섬 집에도 들리니 글 읽는 소리

可惜滔滔名利窟(가석도도명리굴) 아까워라 넘쳐나 명예 이끗만

每緣身計國憂輕(매연신계국우경) 일마다 제 몸만을 나라일 몰라

 

傷秋(상추) 가을을 슬퍼하여

小戶風生警晝眠(소호풍생경주면) 작은 문 바람 들어 놀라 낮잠 깨

亂峰秋色夕陽邊(난봉추색석양변) 어지런 봉 가을빛 저녁볕 가에

堪憐昨日瀛洲客(감련작일영주객) 가여움 견딘 어제 제주 나그네

又向斯中度一年(우향사중도일년) 또 다시 이 가운데 한 해를 지내

 

傷時(상시) 때를 슬퍼함

千年傳授訣(천년전수결) 천 년을 물려 내린 우리의 비결

那料一朝翻(나료일조번) 어찌해 하루아침 뒤집힐 줄을

忍迎魚鬼賊(인영어귀적) 차마 맞아 들이니 바다 도둑을

出入帝王門(출입제왕문) 드나들어 임금님 궁궐의 문을

聖心豈若此(성심기약차) 임금마음 어찌 또 이와 같을까

歎息欲無言(탄식욕무언) 한숨 쉬며 아무 말 하기도 싫어

佇見天行處(저견천행처) 우두커니 바라니 하늘 닿는 곳

穉陽始自坤(치양시자곤) 어린 볕 비롯하니 땅으로부터

只麽西洋敎(지마서양교) 자잘한 게 서양의 가르침이라

能令四海飜(능령사해번) 하게하니 세상을 뒤엎으려해

一片吾東地(일편오동지) 한 조각 우리나라 동방의 땅은

尙由道德門(상유도덕문) 받들어 따라오니 도덕의 문을

卒然黃汪輩(졸연황왕배) 갑작스레 누렇게 널린 무리들

攘臂戰公言(양비전공언) 팔 걷고 싸우자네 드러낸 말로

福威雖自力(복위수자력) 복된 위엄 비록이 스스로 힘에

獨不畏乾坤(독불외건곤) 홀로 아니 두려워 하늘과 땅이

人性生來直(인성생래직) 사람바탕 나면서 곧아 왔는데

緣何覆更翻(연하복갱번) 무슨 까닭 엎었다 다시 뒤집나

捨却芝蘭室(사각지란실) 버리고 물리치니 지초 난초 방

謾尋枳棘門(만심지극문) 속아서 찾고 있어 탱자 가시 문

服儒嗟僞飾(복유차위식) 선비차림 아뿔사 거짓꾸밈을

衛聖但空言(위성단공언) 성인지킴 하기야 텅 빈말로만

須知君子道(수지군자도) 알아야만 하는 건 군자의 도라

易簡法乾坤(이간법건곤) 쉽고도 단출한 건 건곤의 법을

 

武陵洞槐陰下(무릉동괴음하) 무릉동 느티나무 그늘아래

武陵何處在(무릉하처재) 무릉 마을은 어디에 있나

指點老槐枝(지점로괴지) 가리킨 점이 늙은 홰나무

疎族情還密(소족정환밀) 먼 친척이나 되레 정 깊어

幽居樂未移(유거악미이) 숨어사는 맛 바뀌지 않아

江深魚産足(강심어산족) 강물 깊으니 고기 많이 나

山抱樹陰遲(산포수음지) 산이 감싸니 나무 그늘 껴

千里偶然客(천리우연객) 천리 먼 길을 뜻하지 않게

適丁梅雨時(적정매우시) 이르니 마침 매화 비 날려

 

 

1850 창강 김택영 于霖 滄江 金澤榮(1850∼1927) 花開 韶濩堂集

感中國義兵事(감중국의병사) 중국 의병의 일에 감격해

武昌城裏一聲雷(무창성리일성뢰) 무창성 성안에서 한 천둥소리

倏然層陰盪八垓(숙연층음탕팔해) 갑자기 겹겹 그늘 팔방 흔들어

三百年間天帝醉(삼백년간천제취) 삼백년 세월동안 황제로 취해

可憐今日始醒來(가련금일시성래) 안타깝게 오늘날 비로소 깨네

 

九日發船作1(구일발선작1) 구일 배타고 떠나며

沸流城外水如藍(비류성외수여람) 비류성 성 밖에는 쪽빛의 물이

萬里風來興正酣(만리풍래흥정감) 만 리 바람 불어와 흥 정말 한창

誰謂火輪獰舶子(수위화륜영박자) 뉘 일러 화륜선을 모진 배라고

解裝文士向江南(해장문사향강남) 짐을 푼 글하는 이 강남을 가네

 

九日發船作2(구일발선작2) 구일 배타고 떠나며

東來殺氣肆陰奸(동래살기사음간) 동쪽 온 죽일 기운 멋대로 설쳐

謀國何人濟此艱(모국하인제차간) 나라 꾀해 어떤 이 어려움 건져

落日浮雲千里色(낙일부운천리색) 지는 해 뜬 구름이 천리의 빛깔

幾回回首望三山(기회회수망삼산) 몇 번을 고개 돌려 삼각산 바래

 

聞黃梅泉殉信作(문황매천순신작) 황매천이 신의에 죽음을 듣고

詞垣誰復是眞才(사원수부시진재) 문단에 누가 다시 이런 참 재주

璧月無光斗柄摧(벽월무광두병최) 구슬 달 빛을 잃고 북두성 꺾여

知否賞音人獨在(지부상음인독재) 알까 몰라 알아줄 사람 혼잔 걸

靑楓江畔望鬼來(청풍강반망귀래) 푸른 단풍 강가에 넋이나 볼까

※梅泉 黃玹(1855∼1910.9.10) 絶命詩 4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

 

浿江別曲二(패강별곡이) 패강별곡 둘 ※패강: 대동강의 옛 이름

白馬翩翩歸思多(백마편편귀사다) 백마는 펄쩍펄쩍 돌아가고파

江城三月動悲歌(강성삼월동비가) 강가 성에 삼월은 슬픈 노래로

不辭妾地生秋草(불사첩지생추초) 마지못해 이 땅에 돋는 가을 풀

只怕郎心似去波(지파낭심사거파) 두려워 님의 마음 떠나는 물결

 

大同江水水空多(대동강수수공다) 대동강 강물 물은 괜히 많기만

長送歡舟唱棹歌(장송환주창도가) 오래 보내 기쁜 배 뱃노래 불러

啼盡紅蓮花兩頰(제진홍련화양협) 울음 그친 붉은 연 꽃 같은 두 뺨

祗今無淚可添波(지금무루가첨파) 이제야 눈물 말라 물결 보태랴

 

聞義兵將安重根報國讐事(문의병장안중근보국수사)

안중근이 나라 원수를 갚은 일을 듣고

平安壯士目雙張(평안장사목쌍장) 평안장사 안중근 두 눈 부릅떠

快殺邦讐似殺羊(쾌살방수사살양) 잘 죽여 나라 원수 양고기 잡듯

未死得聞消息好(미사득문소식호) 죽지 않아 들으니 소식이 좋아

狂歌亂舞菊花傍(광가난무국화방) 마구 노래 춤을 춰 국화 곁에서

海蔘港裏鶻摩空(해삼항리골마공) 해삼위 항구에서 송골매 노려

哈爾濱頭霹火紅(합이빈두벽화홍) 하얼빈 역 머리에 벼락불 붉어

多少六洲豪健客(다소륙주호건객) 얼마간 온 세계서 한다하는 이

一時匙箸落秋風(일시시저락추풍) 한때 입에 오르리 추풍낙엽을

※安重根(1879∼1910) 본관 순흥 아명 應七 독립군참모중장 동양평화론

※海蔘威 : 블라디보스톡

 

 

1863 강지재당 姜只在堂 姜澹雲(1863∼1907) 김해기생

鳳凰臺(봉황대) 봉황대

鳳凰山上月(봉황산상월) 봉황대 산에 달이 떠올라

流照鳳凰臺(유조봉황대) 흘러 비추니 봉황대에를

臺空人不見(대공인불견) 대는 비어서 사람 안 보여

怊悵獨徘徊(초창독배회) 슬퍼서 혼자 어정거리네

 

暮春(모춘) 저무는 봄에

殘花眞薄命(잔화진박명) 남긴 꽃 정말 목숨이 짧아

零落夜來風(영락야래풍) 말라 떨어져 밤에 온 바람

家僮如解惜(가동여해석) 집안 아이종 풀린 듯 아껴

不掃滿庭紅(불소만정홍) 쓸지도 않아 뜰 가득 붉음

 

輕舟(경주) 가벼운 배 타고서

輕舟一任(경주일임풍) 가벼운 배는 바람에 맡겨

漸入蘭深(점입란심처) 차츰 들어가 난초 깊은 곳

雙鴛鴦(경기쌍원앙) 놀라 일으켜 짝지은 원앙

(녹파묘연거) 푸른 물결에 아득히 흘러

 

憶昔(억석) 지난 일을 생각하며

憶昔復憶昔(억석부억석) 지난 일 생각 다시 생각해

長柳(생장류영춘) 나서 자라니 버들 핀 봄날

八歲隨慈(팔세수자모) 여덟 살적에 어머니 따라

乘湖(승호도남진) 호수 타 건너 남녘 나루를

誤落盆城(오락분성관) 잘못 떨어져 분성관에로

欄委(구란위차신) 기생 노릇에 이 몸 맡겼네

 

春夢(춘몽) 봄꿈

水晶簾外日將闌(수정렴외일장란) 수정 발 바깥에는 날이 저물려

垂柳深沈覆碧欄(수류심침복벽란) 드리운 버들 깊어 푸른 난간에

枝上黃鶯啼不妨(지상황앵제불방) 가지 위에 꾀꼬리 울음 막지 마

尋君夢已到長安(심군몽이도장안) 그대 찾아 꿈에선 서울에 닿아

 

卜築(복축) 집을 짓다

虎溪流水水西隣(호계유수수서린) 호계에 흐르는 물 물 서쪽 이웃

新築茅堂絶點塵(신축모당절점진) 새로 지은 띠 집엔 점 티끌 없어

昨夜東風吹雨過(작야동풍취우과) 어젯밤 봄바람이 비 몰고 지나

隔墻多是送花人(격장다시송화인) 담 너머 많기도 해 꽃 보낸 사람

 

述懷(술회) 내 마음을 말하며

如夢靑樓二十秋(여몽청루이십추) 꿈같은 기생 살이 스무 해 가을

催絃急管水爭流(최현급관수쟁류) 거문고 피리 불랴 물 다퉈 흘러

詩人莫道嬋娟劍(시인막도선연검) 시인이여 말 마오 곱고 예쁜 칼

割盡剛腸未割愁(할진강장미할수) 야무진 애 다 끊어 시름 못 끊어

 

池塘秋曉(지당추효) 연못의 가을새벽

秋塘水白曉星寒(추당수백효성한) 가을연못 물 희고 샛별 차가워

箇箇明珠擎玉盤(개개명주경옥반) 낱낱이 밝은 구슬 옥쟁반 받혀

到得天明何處去(도득천명하처거) 이르러 날 밝으면 어디로 가나

移情荷葉露團團(이정하엽로단단) 마음 옮겨 연잎에 이슬방울로

 

橫塘曲(횡당곡) 횡당곡

約伴橫塘去采蓮(약반횡당거채련) 같이 하자 횡당못 연밥 캐러 가

蓮花蓮子正堪憐(연화연자정감련) 연꽃 연밥 참으로 너무 어여뻐

橫塘日暮風浪急(횡당일모풍랑급) 횡당못에 해는 져 물결이 거세

力弱難回木蘭船(역약난회목란선) 힘이 부쳐 어려워 목란선 돌림

 

春日寄書(춘일기서) 봄날 글을 부치며

滴取相思滿眼淚(적취상사만안루) 눈물로 서로 그려 눈 가득 눈물

濡毫料理相思字(유호요리상사자) 붓 적셔 요리하니 서로 생각 글

庭前風吹碧桃花(정전풍취벽도화) 뜰 앞에 바람 불어 푸른 복사꽃

兩兩胡蝶抱花墮(양량호접포화타) 둘둘 이 호랑나비 꽃을 안고 져

 

 

1879 만해 한용운 貞玉 萬海 韓龍雲(1879∼1944) 淸州 님의 침묵

自悶(자민) 스스로 속 태우며

枕上夢何苦(침상몽하고) 잠에 들어 꿈에도 어찌 괴로워

月中思亦長(월중사역장) 달빛 속에 생각은 마냥 길기도

一身受二敵(일신수이적) 한 몸에 받아들인 두 개의 적에

朝來鬢髮蒼(조래빈발창) 아침 오니 머리털 무성하기만

 

無題(무제) 제목 없이

愁來厭夜靜(수래염야정) 시름 닥쳐 싫으니 고요한 밤이

酒盡怯寒生(주진겁한생) 술도 다해 겁이 나 소름이 돋아

千里懷人急(천리회인급) 천리 먼 사람 품어 빠르기만 해

心隨未到情(심수미도정) 마음 따라 안 되니 뜻에 닿기가

 

登禪房後園(등선방후원) 선방 뒤뜰에 올라

兩岸寥寥萬事稀(양안요요만사희) 양쪽 기슭 쓸쓸해 모든 일 드문

幽人自賞未輕歸(유인자상미경귀) 숨어 즐겨 스스로 아니 돌아가

院裏微風日欲煮(원리미풍일욕자) 절 안은 바람 조금 햇볕은 삶아

秋香無數撲禪衣(추향무수박선의) 가을 향 셀 수없이 중 옷에 감겨

 

香爐庵夜唫(향로암야금) 향로암 밤을 마시며 입다물금

南國黃花早未開(남국황화조미개) 남국에는 들국화 일찍 안 피어

江湖薄夢入樓臺(강호박몽입누대) 강호의 엷은 꿈이 누대에 들어

雁影山河人似楚(안영산하인사초) 기러기 산하 날아 사람은 갇혀

無邊秋樹月初來(무변추수월초래) 가없는 가을 숲에 달이 떠올라

 

觀落梅有感(관락매유감) 지는 매화 바라보며

宇宙百年大活計(우주백년대활계) 우주에 백년 살아 크게 살릴 꾀

寒梅依舊滿禪家(한매의구만선가) 이른 매화 예대로 절간을 매워

回頭欲問三生事(회두욕문삼생사) 고개 돌려 물으려 삼생의 일을

一秩維摩半落花(일질유마반락화) 한 흐름 절집에도 반은 떨어져

※ 惟摩 : 석가여래의 在家弟子 유마거사

 

卽事(즉사) 바로 지어

紅梅開處禪初合(홍매개처선초합) 붉은 매화 벌인 곳 선방에 맞아

白雨過時茶半淸(백우과시다반청) 한낮 비 지나갈 때 차 한창 맑아

虛設虎溪亦自笑(허설호계역자소) 빈 베풂 호계 넘어 절로 웃음이

停思還憶陶淵明(정사환억도연명) 머문 생각 휩싸여 도연명이 돼

※虎溪三笑: 저도 모르게 호계를 건너 세 사람(혜원법사 도연명 육수정)이

```돌아보며 크게 웃음

 

山晝(산주) 산의 낮에

群峰蝟集到窓中(군봉위집도창중) 뭇 봉우리 모여서 窓속에 들어

風雪凄然去歲同(풍설처연거세동) 눈 바람 차갑기가 지난해 같아

人境寥寥晝氣冷(인경요요주기냉) 사람살이 쓸쓸해 낮 기운 싸늘

梅花落處三生空(매화락처삼생공) 매화꽃 지는 곳은 三生이 空에

 

獨夜二首(독야이수) 홀로 있는 밤

天末無塵明月去(천말무진명월거) 하늘 끝 티끌 없어 밝은 달 가니

孤枕長夜聽松琴(고침장야청송금) 홀로 누운 긴긴 밤 솔 소리 들려

一念不出洞門外(일념불출동문외) 한 생각에 못 나가 고을 문 밖을

惟有千山萬水心(유유천산만수심) 오직 있어 온산을 다 흐른 마음

 

秋夜雨(추야우) 가을밤에 비 내려

床頭禪味澹如水(상두선미담여수) 평상머리 앉은 맛 물처럼 밋밋

吹起香灰夜欲闌(취기향회야욕란) 불어 일어 향불 재 밤을 막으려

萬葉梧桐秋雨急(만엽오동추우급) 활짝 펼친 오동잎 가을비 문득

虛窓殘夢不勝寒(허창잔몽불승한) 허술한 창 꿈 남겨 추위 못 이겨

 

漢江(한강) 한강

行到漢江江水長(행도한강강수장) 이르러 한강에를 강물은 길어

深深無語見秋光(심심무어견추광) 깊고 깊어 말없이 가을빛 어려

野菊不知何處在(야국불지하처재) 들국화 알지 못해 어디 있는지

西風時有暗傳香(서풍시유암전향) 서풍 실려 때때로 몰래 향 옮겨

 

淸曉(청효) 맑은 새벽

高樓獨坐絶群情(고루독좌절군정) 높은 누에 앉아서 뭇 생각 끊어

庭樹寒從曉月生(정수한종효월생) 뜰 나무 추위 따라 새벽달 올라

一堂如水收人氣(일당여수수인기) 잔잔한 집 물 같아 인기척 거둬

詩思有無和笛聲(시사유무화적성) 시상은 이리저리 피리에 맞춰

 

次映湖和尙香積韻(차영호화상향적운) 영호화상 향적운을 따서

萬木森凉孤月明(만목삼량고월명) 모든 나무 숲 서늘 외론 달 밝아

碧雲層雪夜生溟(벽운층설야생명) 파란구름 겹겹 눈 밤은 명계로

十萬株玉收不得(십만주옥수부득) 십만 그루 구슬을 거두지 못해

不知是鬼是丹靑(부지시귀시단청) 귀신조화 모르니 단청이라네

 

悟道頌(오도송) 도를 깨치는 노래

男兒到處是故鄕(남아도처시고향) 남아란 어디에나 고향인 것을

幾人長在客愁中(기인장재객수중) 몇 사람 오래도록 나그네시름

一聲喝破三千界(일성갈파삼천계) 한 마디 소리 질러 삼천세계에

雪裡桃花片片紅(설리도화편편홍) 눈 속에 복사꽃은 낱낱이 붉어

 

 

1880 단재 신채효 丹齋 申采浩(1880∼1936) 高靈 조선상고사

白頭山途中1(백두산도중1) 백두산 가는 길에

人生四十太支離(인생사십태지리) 인생 마흔 너무나 갈라 떼놓아

貧病相隨暫不移(빈병상수잠불이) 가난 병 따라다녀 잠시 못 떠나

最恨水窮山盡處(최한수궁산진처) 가장 한은 물 막혀 산도 다한 곳

任情歌曲亦難爲(임정가곡역난위) 뜻대로 노래마저 하기 어려워

 

白頭山途中2(백두산도중2) 백두산 가는 길에

南來北走動經年(남래북주동경년) 남북으로 오가니 해는 지나고

來亦然然去亦然(내역연연거역연) 와도 그저 그렇고 가도 그러니

從知萬事須自斷(종지만사수자단) 모든 일 알지라도 내가 끊어야

俯仰隨人最可憐(부앙수인최가련) 아래위 봄 남 따라 가장 불쌍해

 

書憤(서분) 성이 나서 적다 / 書에 성이 나

浮虛之自六經開(부허지자육경개) 떠벌려 허튼 소리 육경서 나와

快付秦家一炬灰(쾌부진가일거회) 통쾌하게 진시황 한 번에 살라

却恨當時燒未盡(각한당시소미진) 한도 없게 그 때에 다 못 태우니

漢庭猶有伏生來(한정유유복생래) 한나라에 남아서 숨은 유생에

※六經 : 易經 書經 詩經 禮記 樂記 春秋 ※焚書坑儒

 

贈妓生蓮玉(증기생연옥) 기생 연옥에게 주다

風雨凄凄海上春(풍우처처해상춘) 비바람 쓸쓸하니 바다 위에 봄

芳姿偏萎路傍塵(방자편위로방진) 고운 자태 시들어 길가 먼지에

羅裙猶帶朝鮮色(나군유대조선색) 비단치마 아직은 아침고운 빛

不吊英雄吊義人(부적영웅적의인) 영웅을 조문 않고 의인을 조문

 

詠誤(영오) 잘못 됨을 읊다

我誤聞時君誤言(아오문시군오언) 내 잘못 들었을 때 그대 잘못 말

欲將正誤誤誰眞(욕장정오오수진) 잘못 바로 하려다 잘못 누가 참

人生落地元來誤(인생락지원래오) 사람살이 세상에 원래가 잘못

善誤終當作聖人(선오종당작성인) 잘못을 잘 고치면 마침내 성인

 

讀史(독사) 역사를 읽고

宋儒饒舌罵荊卿(송유요설매형경) 송 선비 말을 잘해 형가를 욕해

千秋傷心盜刺名(천추상심도자명) 천추에 아픈 마음 이름을 훔쳐

不識當年南渡後(불식당년남도후) 알지 못해 그때를 남쪽 건너니

誰將一矢向邊城(수장일시향변성) 누가 장차 한 화살 변방 향하랴

※荊軻(?∼BC227) 燕나라 자객으로 秦始皇을 죽이러 감

 

癸亥十月初二日(계해십월초이일) 계해년(1923년) 시월 이틀에

天空海濶儘悠悠(천공해활진유유) 하늘 비어 바다 넓어 다하기 아득

放膽行時便自由(방담행시편자유) 마음 내켜 다닐 때는 그저 저절로

忘却死生無復病(망각사생무부병) 죽기 살기 잊고 나니 다시 병 없어

淡於名利更何求(담어명리갱하구) 명예 이끗 무던하니 다시 뭘 찾아

江湖滿地堪依棹(강호만지감의도) 강에 호수 가득한 땅 배에 기대니

雪月邀人共上樓(설월요인공상루) 눈에 달이 나를 맞아 함께 루 올라

莫笑撚髭吟獨苦(막소연자음독고) 웃지 마소 수염 꼬며 혼자 읊음을

千秋應有伯牙酬(천추응유백아수) 천년 뒤라 응당 있어 날 알아주리

 

述懷1(술회1) 회포를 말해

善惡贊愚摠戱論(선악찬우총희론) 선악에 끌림 모름 모두 말놀음

耶回孔佛謾相嗔(야회공불만상진) 예수 회교 유 불교 속아서 야단

辨看靑白之非眼(변간청백지비안) 나눠봄 좋게 밉게 안목 아니지

散作塵埃倒是身(산작진애도시신) 흩어져 먼지티끌 죽는 것이 몸

妄念慈悲還地獄(망념자비환지옥) 망령 된 걱정 자비 도리어 지옥

任情屠殺使天人(임정도살사천인) 뜻대로 잡아 죽임 하늘이 시켜

吾人來去只如此(오인래거지여차) 우리 인생 오고감 다만 이 같아

捨假求眞更不眞(사가구진갱불진) 거짓 버려 참 찾음 다시 아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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