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시모음

 

1. 시조(時調) "한산(閑山)"

 

한산(寒山)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漢譯]

寒山島月明夜上戍樓 (한산도월명야상수루)

撫大刀深愁時 (무대도심수시)

何處一聲羌笛更添愁 (하처일성강적갱첨수)

[해설]

한산도의 원래 한자명에는 "한가할 한()"자를 쓴다고 한다. 근데 이순신 장군은 윗 시조의 제목에는 "한가할 한()"자를 쓰고, 본문에는 "추울 한()"자를 썼다. 이는 칠천량에서 조선수군이 전멸한 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처참한 상황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쓸쓸하고 참담한 심경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루(戍樓)"지킬 수()"자를 술(), () 등 많이 틀리게 썼다. 음도 다르고 뜻도 다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지킬 수()는 곧 지킬 수()와 의미가 같다.

, "일성호가(一聲胡笳)""호드기, 피리 가()"자를 "노래 가()", "연줄기 가()" 등으로 많이 틀리게 썼다. 호가(胡笳)는 직역하면 "호인(胡人, 북방민족)의 피리"란 뜻으로, 漢譯本"강적(羌笛)"과 상통한다. 왜냐면 강적(羌笛)"()"도 중국 서북방의 소수민족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윗 시조에서는 호가(胡笳), 강적(羌笛)이 그냥 피리를 뜻한다.

漢譯本"강적(羌笛)"도 유적(羑笛)이라고 잘못 쓴 경우를 봤다. "()""유리(羑里)"라는 고대의 땅 이름에만 쓰이는 글자다. (유리(羑里) : 현재의 중국 河南省 湯陰 일대라고 함)

, 漢譯本撫大刀(무대도) 중 대() 자를 태() 자로 쓴 경우도 봤다. 이는 둘 다 "크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잘못 쓴 것 같지는 않다. 근데 내 입맛에는 大刀가 더 익숙한 지라 난 大刀로 썼다.

 

2. 閑山島夜吟 (한산도야음 : 한산도에서 밤에 읇다)

水國秋光暮 (수국추광모) : 물나라에는 가을빛 저물었는데

驚寒雁陣高 (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떴구나

憂心輾轉夜 (우심전전야):근심으로 전전반측(輾轉反側) 밤새 잠못 이룬 사이에

殘月照弓刀 (잔월조궁도) : 싸늘한 새벽달이 어느새 활과 칼을 비추네.

 

이 시의 경우에도 둘째 줄 雁陣(진칠 진)(늘어놓을 진)을 잘못 쓰거나, 셋째 줄 輾轉(전전)轉輾이라고 거꾸로 쓴 경우를 봤다. 雁陣은 기러기 떼를 기러기가 진을 친 것에 비유한 것이고, 輾轉輾轉反側(전전반측)에서 나온 말이다.

 

3. 陣中吟1 (진중음 : 진중에서 읇다)

天步西門遠 (천보서문원) : 임금의 발걸음은 서쪽 문으로 멀어지고

君儲北地危 (군저북지위) : 왕자들은 북쪽 땅에서 위험에 처했으니

孤臣憂國日 (고신우국일) :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날이요

壯士樹勳時 (장사수훈시) : 장수들은 공훈을 세워야 하는 때이로다

誓海魚龍動 (서해어용동) : 바다에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 : 산천에 맹세하니 풀과 나무도 알아주네

讐夷如盡滅 (수이여진멸) : 만일 오랑캐를 모조리 멸할 수만 있다면

雖死不爲辭 (수사불위사) : 비록 죽는다 해도 결코 사양하지 않겠노라

이 시도 정말 쉽고 멋있다. 특히 함련(颔联3,4)과 경련(颈联5,6)이 각각 정연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더욱 절묘하다.

2구의 君儲北地危 君儲(군저)東宮(동궁)이라고 쓴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는 둘 다 "왕자, 태자"를 뜻하기 때문에 둘 다 말이 된다. 이순신 장군의 친필 원본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하다.

君儲 : 에 곧 "태자, 왕세자"라는 뜻이 있다.

東宮 : 본래 왕자가 거주하는 궁궐의 동쪽 건물(그래서 東宮)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의미가 확장되서 "왕자"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7구의 (원수 수)라고도 쓴다.

 

4. 陣中吟2 (진중음2)

二百年宗社 (이백년종사) : 이백년 종묘사직[宗社]

寧期一夕危 (영기일석위) : 하루 저녁에 위기에 처할 줄 어찌 예상했겠는가

登舟擊楫日 (등주격즙일) : 배에 올라 상앗대[] 두드리며 맹세하는 날이요

拔劍倚天時 (발검의천시) : 하늘 향해 칼 뽑을 때로다

虜命豈能久 (노명기능구) : 놈들의 운명이 어찌 오래가겠느냐

軍情亦可知 (군정역가지) : 적군의 정세도 짐작하거니

慨然吟短句 (개연음단구) : 비분강개 짧은 시 구절 읊어 보지만

非是喜文辭 (비시희문사) : 글을 즐겨 하는 것은 아닌 거라네

 

일부 인터넷에서 제1구의 二百年(이백년)을 삼백년이라고 해석해 놓은 것을 몇 번 봤다. 근데 대개의 경우 해석만 있고 원문이 없어서 二百年이 맞는지 三百年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근데 따지고 보면 임진왜란은 조선 건국 후 약 200년만에 일어난 전쟁이라 내 생각에는 二百年이 맞는 것 같다.

, 5구의 (어찌 기)""라고 읽어놓은 경우도 봤다. 이건 "어찌 기"라고 읽어야 옳다.

3登舟擊楫(등주격즙)이란 말에는 유래가 있다. <晉書·祖逖傳(진서·조적전)>에 따르면, 중국 진()나라의 조적(祖逖)이란 장수가 중원을 회복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배를 타고 북으로 향할 때, 친히 상앗대를 두드리며 맹세했다고 한다. 중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겠노라고...

이순신 장군은 이 典故를 시에 인용함으로서 오랑캐의 손아귀로부터 국토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표현한 것 같다.

 

5. 陣中吟3 (진중음3)

水國秋風夜 (수국추풍야) : 물나라에 가을바람 서늘한 밤

愀然獨坐危 (초연독좌위) : 쓸쓸히 홀로 앉아 생각하노니

太平復何日 (태평복하일) : 어느 께나 이 나라 편안하리오

大亂屬玆時 (대란속자시) : 지금은 난리를 겪고 있다네

業是天人貶 (업시천인폄) : 공적은 사람마다 낮춰 보련만

名猶四海知 (명유사해지) : 이름은 부질없이 세상이 아네

邊優如可定 (변우여가정) : 변방의 근심을 평정한 뒤엔

應賦去來辭 (응부거래사) : 도연명 귀거래사[去來辭] 나도 읊으리

 

이 시는 좋긴 한데, 이은상 씨가 번역했다고 하는 5,6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당초 이렇게 이해를 했다. 다소 <불멸의 이순신>스러운 해석이긴 하지만... 근데 한자의 뜻과 어순이 그런 걸 어떡해~

業是天人貶 : 업적은 天人(여기서는 임금을 가리킴)이 폄하를 해도,

名猶四海知 : 이름은 여전히 四海(, 세상)가 알아줄 것이다.

 

6. 贈別宣水使居怡 (증별선수사거이 : 선거이(宣居怡) 수사와 작별하며)

北去同勤苦 (북거동근고) : 북쪽에 가서도 함께 동고동락했고,

南來共死生 (남래공사생) :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같이 했지.

一杯今夜月 (일배금야월) : 오늘밤은 달 아래 한 잔 술을 나누고,

明日別離情 (명일별리정) : 내일은 이별의 정을 나눠야 하는구나.

 

이 시도 정말 쉽고 가슴에 와 닿는다. 배경지식 전혀 없이 딱 읽어보기만 해도 선거이(宣居怡)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의 오랜 전우였겠거니...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럼 감상 다 끝난 거지 뭐~ 특히, 1,2구가 정연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더욱 절묘하다!

인터넷에 보면 맨 마지막줄 別離情(뜻 정)(찧을 정)이라고 쓴 경우가 왕왕 있었다. 오타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별의 정"이란 의미에서 (뜻 정)이 맞는 것 같다.

 

7. 無題1 (무제1)

不讀龍韜過半生 (불독용도과반생) : 병서[龍韜]도 못 읽고 반생 지내느라

時危無路展葵誠 (시위무로전규성) : 위태한 때 (일편단심) 충성 바칠 길 없네

峩冠曾此治鉛槧 (아관증차치연참) : 지난날엔 높은 갓 쓰고 글 읽다가

大劍如今事戰爭 (대검여금사전쟁) : 오늘은 큰 칼 들고 싸움을 하네

墟落晩烟人下淚 (허락만연인하루) : 마을의 저녁 연기에 눈물 흘리고

轅門曉角客傷情 (원문효각객상정) : 진중의 새벽 호각 마음 아프다

凱歌他日還山急 (개가타일환산급) :훗날개선가가 울려퍼지면급히산으로 돌아가

肯向燕然勒姓名 (긍향연연륵성명) : 기꺼이 燕然山에 공적을 새기리

 

燕然山 :(한나라 장수 두헌)

이 시도 3,4구와 5.6구가 각각 정연한 대구를 이룬다. 한시마다 이렇게 멋진 대구를 구사하는 걸로 봐서 이순신 장군은 확실히 문무겸전(文武兼备)이다.

1구의 龍韜(용도)란 태공망(太公望)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병법책 <六韜(육도)>의 일부로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병법서의 대명사로 쓰인다.

3구의 (높을 아)로 쓰기도 한다. 중국 四川省 峨嵋山(아미산)가 바로 이 ""자다.

마지막 줄 燕然勒姓名(연연륵성명)이란 말에도 유래가 있다. <後漢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后汉书·窦融传窦宪传》:“(窦宪)与北单于战于稽落山大破之虏众崩溃单于遁走。……秉遂登燕然山去塞三千余里刻石勒功纪汉威德

해석 : 두헌(竇憲)이 북흉노의 왕과 계락산(稽落山)에서 싸워 크게 이겼다. 흉노는 대부분이 전멸했고, 흉노왕은 도망갔다. ...(중략)...두헌(竇憲)과 병()은 곧 연연산(燕然山)에 올라, 국경선 3천여리 밖까지 나아갔고, 돌을 새겨 전공을 기록하여, ()나라의 위엄과 덕()을 세웠다.

, 이순신 장군은 윗 시에 이 典故를 인용, 자신을 한나라의 장수 두헌(이 사람이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암튼)에 비유하여 오랑캐를 물리치고 조선의 위엄을 빛낼 수 있도록 큰 전공을 세우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7구의 還山急 이 의미하는 바도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燕然山일 것이다.

 

8. 無題2 (무제2)

北來消息杳無因 (북래소식묘무인) : 북쪽 소식 아득히 들을 길 없어

白髮孤臣恨不辰 (백발고신한불신) : 외로운 신하 시절을 한탄하네

袖裡有韜摧勁敵 (수리유도최경적) : 소매 속엔 적 꺾을 병법 있건만

胸中無策濟生民 (흉중무책제생민) : 가슴 속엔 백성 구할 방책이 없네

乾坤黯黲霜凝甲 (건곤암참상응갑) : 천지는 캄캄한데 서리 엉기고

關海腥膻血浥塵 (관해성전혈읍진) : 산하에 비린 피가 티끌 적시네

待得華陽歸馬後 (대득화양귀마후) : 화산의 남쪽으로 말 돌려보내고 나면

幅巾還作枕溪人 (폭건환작침계인) : 두건 쓴 처사 되어 살리라

 

2白髮孤臣 (흰 백)자를 (다 개)자로 쓴 경우를 여럿 봤다. 내 생각에는 (흰 백)자를 쓴 白髮(백발)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 白髮(백발)은 정말 머리가 하얗게 새었다는 의미가 아니가 나라 걱정으로 머리가 하얗게 샐 지경이라는, 그냥 문학적 표현이다.

3구의 (감출 도)는 윗 시에서처럼 병법서의 대명사로서 이체자(異體字)라고 쓰기도 한다.

3구의 (꺽을 최)라고 잘못 쓴 경우도 봤다. zuǐ라고 읽는 데 우리말 독음은 뭔지 잘 모르겠다. "(산이) 높고 험준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嶊崣[zuǐwěi] : ()高峻.

, 5구의 (검을 암)(점찍을 점)으로 잘못 쓴 경우도 봤다. 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데...

7구의 華陽歸馬(화양귀마)라는 말에도 유래가 있다. ~매 시마다 典故없는 게 없구나!

<尙書·武成>에 이런 말이 나온다. "...乃偃武修文歸馬於華山之陽放牛于桃林之野..."

...이에 무()을 멈추고 문()을 제창하니, 화산(華山)의 남쪽()으로 (전장에서 쓰던) 말을 돌려보내고, 도림(桃林)의 벌판에 (전장에서 쓰던) 소를 풀어놓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도래한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산의 남쪽 또는 물의 북쪽을 ()이라 부르고, 산의 북쪽 또는 물의 남쪽을 ()이라 부른다. 가령, 중국의 천년고도 洛陽(낙양)을 직역하면 "洛水(낙수)의 북쪽"이란 뜻이다. 따라서 윗 시 제7구의 華陽(화양)도 직역하면 "華山의 남쪽"이란 뜻이고, 윗 구절은 문자 그대로의 뜻을 말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상황을 典故로서 표현한 것이다.

 

9. 無題六韻 (무제육운)

蕭蕭風雨夜 (소소풍우야) :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耿耿不寐時 (경경불매시) : 생각만 아물아물 잠 못 이루고

懷痛如摧膽 (회통여최담) : 쓸개가 찢기는 듯 아픈 이 가슴

傷心似割肌 (상심사할기) : 살을 에는 양 쓰린 이 마음

山河猶帶慘 (산하유대참) : 강산은 참혹한 꼴 그냥 그대로

魚鳥亦吟悲 (어조역음비) : 물고기 날새들도 슬피 우누나

國有蒼黃勢 (국유창황세) : 나라는 갈팡질팡 어지럽건만

人無任轉危 (인무임전위) : 바로 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恢復思諸葛 (회복사제갈) :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했던고

長驅慕子儀 (장구모자의) : 몰아치던 곽자의 그리웁구나

經年防備策 (경년방비책) : 몇 해를 원수막이 한다고 한 일

今作聖君欺 (금작성군기) : 이제 와 돌아보니 님만 속였네 (이은상 역)

 

이 시는 3개의 오언절구시로 이루어진 조시(組詩 : 모음시)같다. 이 전체가 통째로 시 한 수는 아닌 듯~우선 제1수의 제1"蕭蕭(소소)"는 비바람의 소리를 묘사한 의성어이다. 근데 이 ""자를 "(퉁소 소)"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

1수 제3구의 "(꺾을 최)"(zuǐ)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 ! "(zuǐ)" 이 글자는 입력하기 힘든 글자라 이건 여간해선 잘못 쓰기 힘든데...

3수 제2구의 "慕子儀" "(사모할 모)""(성곽 곽)"으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이는 子儀가 곧 ()나라 때의 장수 郭子儀(곽자의)를 뜻하는 거라 아예 통째로 長驅郭子儀(장구곽자의)라고 쓴 모양인데, 이렇게 쓰면 말도 되지 않을 뿐더러 제1"恢復思諸葛"와도 대구가 성립되지 않는다. 長驅郭子儀라고 쓰면 국문해석문에 있는 "그리워하다"라는 동사-여기서는 -가 없지 않은가.

郭子儀(곽자의)는 당나라 때의 유명한 장수로 "安史之亂(안사의 난)"을 평정한 일등공신이다. 諸葛亮(제갈량), 郭子儀(곽자의) 모두 군왕을 잘 보필하고 전란을 평정하여 나라를 안정시킨 인물이니, 당시 이순신 장군은 얼마나 이런 사람들이 그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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