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지로가(勸義指路辭)
여보소 사람들아! 이 내 말 들어보소.
큰 길은 어디 두고 사로로 가는가?
요순 때 닦은 길이 예부터 일렀는데,
너희는 무슨 일로 사로로 들었으며,
중니 때 높은 날이 이제까지 밝았는데,
너희는 무슨 일로 밤으로 다니는가?
인의로 길을 삼고 오륜으로 집을 삼아
이 길을 잃지 말고 저 집으로 가시거라.
그래도 모르거든 또 한 말 들어보소.
대개는 내 말할테니 찾기는 네 하여라.
천지 생겨날 때 오행이 갖췄으며,
사람이 태어날 때 오륜이 갖췄으니,
천지가 천지 아니고 오행이 천지오.
사람이 사람아니고 오륜이 사람이라.
하늘이 높았는데 이내 몸 돌아보며,
먼 일을 모르거든 눈 앞을 살피거라.
천지와 만물도 이 몸에 갖췄거든
요순과 공맹인들 오륜 밖의 사람일까?
가다가 쉬지 말고 만나 보게 가려무나.
남 없이 혼자 갈 때 더욱 조심 하려무나.
내 몸에 어진 일은 작다고 말지 말고,
남에게 싫은 일은 좋다 하고 하지 말라.
네 마음 정일하여 궐중을 잡아라.
계 견을 잃은 후에 찾을 줄 다 알아도
내 마음 잃은 후에 찾을 줄 모르는가?
탕무와 걸주 사이 만리 같건마는
처음에 갈라 질 때 의리에서 갈라졌고,
공맹과 양묵 사이 방촌인 듯 하지만
나중에 얻은 것이 초월 같이 되었으니,
이 사이 생각하면 그 아니 두려운가?
공맹의 말을 하고 공맹의 법을 하면,
공맹이 되려니와
도척의 옷을 입고, 도척의 말을 하면
이 아니 도척인가?
너희도 이를 보아 길을 바로 잡아라.
뷔귀도 나는 싫다. 이 마음 속이겠나?
빈천도 나는 좋다. 이 마음 여의겠나?
모첨의 쑥 길 때에 장자도 오나가나
누항에 해 높을 때 단표가 있고 없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웠어도
이 마음 얻은 것이 이 가운데 즐거워라.
천종 만사도 이 마음 옮기겠나?
금옥 은백으로 이 마음 옮기겠나?
진초의 부로도 생각하면 거짓이고,
조맹의 귀함도 생각하면 근심이라.
진실로 얻는다면, 가진 것이 내가 많다.
진실로 닦는다면, 귀한 것이 내가 많다.
연성 백벽은 값이나 생각게 하니
공경 대부는 제가 도로 배앗는다.
이 마음 이 기운을 하늘에서 타고나서
일월 같이 달렸으니 일시도 어려운데
제 뉘라고 갚혀질까?
진가의 백만병이 노설에 무너지니,
필부의 가진 뜻은 위무로도 어렵도다.
졸지에 생각하면 강자상에 못 찼으나
돌이켜 생각하니 천지간에 메였도다.
이 마음 이렇커든 둘 곳이 없겠는가?
마음으로 터를 삼고 적실로 집을 삼아
연비 어약을 다 주어 넣어 두고
일사 일물이 다 이 집안 것이로다.
맹자 호연장에 거기 대강 일러 있고,
주자 태극도에 그림까지 전했으니,
위선 위악이 이리 자세 하지만은
사람이 정이 없어 권치 못한 탓이런가?
천장 만구 밖에 그림까지 보였거늘
너희는 무슨 일로 이 길을 모르는가?
허령한 이 마음은 사람마다 두지만은
지성으로 지키어 공경으로 익혀라.
전지와 노비는 다툴 이나 있지만,
인의와 예지는 뉘라서 말리겠니?
마음껏 찾아내어 힘껏 가지거라.
일신의 윤한 덕이 남에게도 미치리라.
평생 여택이 자손에도 흐리리라.
경장 귀보는 이 밖에 또 없거늘
너희는 무슨 일로 귀한 줄 모르는가?
네 마음 깨끗이해 하류에 거치 말라.
당상에 올라 앉아 곡직을 말하리라.
내 마음 물이 되어 갈래갈래 흘러 간다.
이 물을 모르거든 물길을 알려무나.
중욕이 가시 되어 가는 길 가로 막고
인심이 잔도되어 가늘 길 끊어졌다.
소상죽 베어 내어 가지를 쓸어 치고
공정백 베어 내어 잔도를 이었구나.
인심이 홍수로 구로를 열었고
인심이 촉도라도 오정이 내었으니
하물며 묵은 길을 얼마나 다닐소냐?
탄탄 대도를 하늘 같이 닦아 두고
백만 창생을 다 가게 만든 후에
그 때야 다시 차려 대로로 의논하자.
중후한 장자는 이로써 되겠지만
사군자의 행신대도는 이만 갖고 안 되리라.
이 마음 찾은 후에 가으로 가지마라.
이 길에 나선 후에 가운데를 잃지마라.
동서 남북에도 안 속한 것 중이로다.
형용 성취도 보지 못 할 일이로다.
요순이 이 아니면 사해를 편케 하며
공맹이 이 아니면 일관을 법하겠나?
우탕 문무들도 얻은 것이 중이로다.
염락 관민들도 찾는 것이 중이로다.
예부터 이를 가져 대통을 전하시니,
생지 곤학도 얻은 것이 다 한가지
성인도 이 길이요, 현인도 이 길이라.
주문공 없은 후에 중도를 뉘 전할까?
현황 조화간에 알 이 없이 부쳤으니,
지의 중용을 맛 안 지 오래로다.
요순은 대성이라 배우면 요순이오.
정주는 대현이라 내 어이 못같을까?
이 중을 차려 있어 일마다 준비해라.
백사를 생각하면 경중이 다 있으며
만물을 헤아리면 장단이 다 있으니,
인의로 형을 삼고 예지로 추를 삼아
일전 일량을 가는 대로 나누어라.
과문 불입은 안자라도 하시려던
불개 기락은 우직인들 못 할 건가?
전성인 후성인이 역지즉 개연이라.
너희도 이를 보아 권을 알아 잡았어라.
마음에 이뤄 있고 골수에 배었으면,
조용히 얻어 있어 자연히 맞으리라.
절서를 알아낸 건 천지의 중이로다.
성인이 다시 나도 이 내 말 바꿀 건가?
천만인 모인 데도 나 혼자 말이로다.
하늘 땅 두 사이에 나와 셋 뿐이로다.
이 길에 나선 후에 요순의 길이려니,
처음에 이것 둘 때 네게 하여 두었지만,
인심이 번복하여 물욕에 묻혀 있다.
문전을 모르는데 원로를 어찌 알리?
물욕에 거추스뤄 별 뜻은 말아라.
주색에 깊이 취해 싸다니지 말아라.
행장을 다시 갖춰 새 마음 먹어라.
명심하여 생각하고 각골하여 잊지마라.
잘 가노라 닫지 말고 못 가노라 중지 말라.
그림자를 돌아보아 말을 따라 가거라.
흐르는 물이 되어 찬 후에 흘러가라.
싼 양식 다 먹거든 덕으로 가거라.
짚은 막대 다 닳거든 의를 짚고 가거라.
진실로 그렇게 살면 귀한 데가 많으리라.
삼달덕 모든 길로 성의관 찾아 가서
이천에 배를 띄워 지수로 건너서
명도께 길을 물어 가다가 저물거든
회암에 들어 자고 기수의 목욕하고
춘복을 떨쳐 입고, 무의 바람 쐬여
중점을 따라가면,
수인장 돌아들어 행단에 오르리라.
나도 첫 길이라 자세히 모르면서
남까지 가르치기 교만한 듯 하건마는
평생에 다닌 길을 모른다 할 것인가?
가다가 알 이 만나 다시 물어 가거라.[출처] 가사
요점 정리
연대 : 연대 미상 명칭 : 일명 권선지로가 작자 : 주세붕, 이황, 이이, 조식, 실명씨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주세붕이라는 의견이 가장 강함 책명 : 이칭으로 권의지로사, 공부자궐 리가, 인택가, 등루가, 도덕가, 안택가 등이 있으며, 노래 이름은 '도덕가'를 원제로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작품명과 작자는 '권선지로가', '권의지로가', '공자자궐 리가', '인택가', '등루가', '도덕가'는 이황으로 되어 있다. 또한 본에 따라 '도덕가'는 이이로, '안택가'는 실명씨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출전은 '권선지로가'는 송상규소장 '퇴계 선생권선지로가'와 조선환 소장 '간찰'과 필사본 '잡가'에 실려 있다. 내용 연구 사로 : 비탈진 길, 큰길에서 비껴나간 길 닷근 길 : 요순임금 때 평평하게 고루어 다진 길 중니 ; 공자의 자 니고시라 : 가시오 오행(五行) :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를 이른다. 불교에서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지관(止觀)의 다섯 가지 보살 수행법. 또 불교에서는 보살이 자기의 해탈과 다른 이들의 교화를 위하여 닦는 다섯 가지 수행. 곧 성행(聖行), 범행(梵行), 천행(天行), 영아행( 兒行), 병행(病行)이다. 젹다고 마지 말고 : 작다고 해서 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고 정일 : 마음이 정세하고 한결 같음, 조금도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항상 순수함. 궐중 : 그 가운데, 곧 그 중앙 계견 : 닭과 개, 곧 집에서 키우는 짐승 탕무 : 은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 모두 어진 임금 걸주 : 폭군인 하의 걸왕과 은의 주왕을 일컫는 말로 요순과 대칭 양묵 : 주나 말기의 두학자 양주와 묵적을 일컫는 말. 양주는 '이기설'을, 묵적은 '겸애설'을 주장 하였는데, 두 사람의 학설을 유가들은 이단으로 봄 방촌 : 사방으로 한 치. 아주 짧은 거리 초월 :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초나라와 월나라. 서로 적대국으로 월이 초에게 망함. 여기서는 거리가 멂을 이름 공맹이 되려니와 :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인이 되지만, 도척 : 옛날 중국 전국시대의 큰 도적의 이름 부귀도 나단마 : 부귀도 나는 싫다. 빈천도 나난조타 이마음 여흴손가 : 부귀를 버리고 빈천을 택하면서도 공맹의 법을 택해야 한다. 여휠손가 : 이별하겠는가 모첨 : 띠풀로 만든 초가집의 처마 누항 : 초라하고 누추한 집. 또는 고장,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 단표 : 아주 적은 음식물. '일단사일표음'의 준말 천종만사 : 아주 많은 양의 곡식. 종은 여섯 곡 너말 또는 여덟곡, 열곡의 세 가지 설이 있음. 사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 진초 : 진나라와 초나라 조맹 :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경들 중에서 가장 귀하였던 사람. 어둘션뎡 : 얻을지언정 가진 거시 야 만타 : 진실로 얻은 것을 생각하면 나야말로 가진 것이 많다. 연성백벽 : 옛날의 보옥, 화씨지벽 공경대부 : 삼공 구경과 대부 벼슬, 대부는 경의 아래 선비의 위에 있는 벼슬 아노다 : 빼앗는다 노설 : 어리석은 말 위무 : 위세와 무력 추리쳐 : 급작스레 쳐서, 휘둘러서 몰아쳐. 졸지에 강자상 : 뱃속 위 단전 : 배꼽 아래 하단전. 여기서는 마음을 가리킴 적실 : 몸통 연비어약 : 하늘에 제비가 날고 물속에서는 고기가 뛰노는 것과 같이 천지조화의 작용이 자연스럽고 오묘함을 이름. 너허두고 : 자연스런 군자의 덕화를 다 집어 넣어 두고 있으니 맹자 호연장 : 사서의 하나인 '맹자의 호연지기'를 말한 부분 주자 태극도 : 주돈이의 '태극도설', 무극인 태극에서 음양오행과 만물의 생성 발전 과정을 설명한 내용임 천장만구 : 수 많은 글과 시구들 허령 : 마음이 잡념이 없이 영묘함. 전지 : 농지 닷토리 : 다툴 사람 가장 : 마음까지, 마음껏 윤덕 : 윤택한 덕 평생여택 : 평생에 끼쳐 놓은 은혜와 덕택 경장귀보 : 쉽게 감추어 가질 수 있는 귀한 보배 곡직 : 사리의 옳고 그름. 굽은 것과 곧은 것 중욕 : 많은 욕심 잔도 : 험한 산의 낭떠러지 사이에 사다리처럼 가로질러 낸 길 소상죽 : 소상반죽. 소강과 상강의 강가에서 많이 나있는 얼룩무늬가 있는 대나무 공정백 : 공자의 집마당에 있는 잣나무 촉도 : 험한 길 오정 : 다섯 사람의 길 사군자행신대도 : 선비와 군자는 몸소 대도를 실천함 의지업슨 : 어디에도 속하지 아니함 중 : 중도, 중용 성취 : 소문 일관을 법소냐 : 한 이치로서 모든 일을 꿰뚫음을 본받을 수 있겠는가 우탕문무 : 중국의 하나라 첫왕 우, 은나라 첫임금 탕왕, 주나라를 세운 문왕과 그 아들 무왕. 모두 성군으로 일컬어짐. 염락관민 : 염락관민지학의 준말. 송나라의 도학을 학자들의 고향에 따라 붙인 이름, 주돈이는 염계 사람, 정호·정이 형제는 낙양 사람, 장재는 관중 사람, 주희는 민중 사람임. 대통 : 일반적으로 왕위를 뜻하나, 여기서는 '학통'을 뜻함. 생지곤학 : 성인의 지식과 어리석은 사람이 힘들여 배운 학문. 주문공 : 송나라 유학자 주희, 문공은 그의 시호 현황 : 하늘과 땅, 곧 자연 지의 주용 : 다시 없이 완비된 중용 : 나도 열심히 배워서 실천하면, 요순과 공맹과 같은 대성과 정주와 같은 대현이 될 수 있다는 말. 형 : 저울 과문불입 : 자기 집 문앞을 지나며 들지 아니함 안자 : 공자의 수제자. 이름은 회 불개기락 : 그 낙을 고치지 아니함. 우직 : 우왕과 후직. 그들은 스스로 경작에 힘썼으므로 마침내 천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함. 역지즉개연 : 처지가 바뀌면 곧 모두 그러함. 사람이 처해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나 그 환경을 달라지니 그 환경을 바꾸면 누구나 다 같아진다는 뜻. 질서 : 계절의 순서 화욕 : 천지가 만물을 낳아 기르는 것 격념 : 격에 맞는 생각. 바른 생각 두 사이의 나과셋 이로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나까지 합해서 셋 뿐이로구나 기련이와 : 그것이려니와 거치실훠 : 거추장스러워, 거치적거려 별 : 별뜻은, 별 다른 생각은 라 : 따라 이거다 : 가다 삼달덕 :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는 세 가지 덕, 곧 지, 인, 용 성의관 : 뜻을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갖는 관문 이천 : 송나라 정이가 살던 곳, 그래서 이천 선생이라고 함. 명도 : 송의 도학자 정호 회암 : 송나라의 대유인 주희 기수 : 증점이 목욕하겠다던 강 이름 무우 : 언덕의 이름. 무우영귀에서 나온 말 증점 : 증자의 아버지. 자는 자석, 노나라 사람. 행단 : 공자가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친 곳으로 원래 지명이었으나 뒤에 공자의 묘중에 단을 만든 것을 말함. 서잰 듯 : 교만한 듯 이해와 감상 권의지로가는 1894년 봄에 상산에서 쓴 것으로 되어 있는 '성학십도' 끝에 '지로사후서'와 함께 실려 있고, '공부자궐리가'와 '인택가'는 실려 있다. '등루가'는 1930년 정인환과 윤영구가 이이의 '자경별곡'을 모방하여 '삼강오륜자경별곡'을 지어 석판으로 간행한 일이 있는데, 그 서문에 '부퇴계선생등루가'라고 하여 이 노래를 실어놓은 것이 전한다. 그리고 '도덕가'는 1901년에 '잡사'란 제목의 필사 단간의 끝장에 실려 전한다. 이 사본들은 약간의 문자의 출입이 있을 뿐 같은 내용들이다. 조식의 '권선지로가'가 따로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 내용은 이본에 따라 약간은 다르지만 대체로 인의와 오륜을 밝게 닦아 실천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인륜을 행함에 있어 마음의 수양이 제일이라고 강조하고, 성현의 학문을 굳게 믿고 실천에 힘써야 한다고 하였다. 작자 자신도 초학자로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대단히외람되다고 하면서, 좋은 스승을 만나 물어가며 정진 하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유교적 이념·사상·도덕을 노래한 것으로 선의 가치관에 입각하며, 그 선을 행동화하여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길을 가르친 것이다. (자료 인용 국어국문학자료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