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선생등루가

어와 벗님네야 집구경 가자서라. 집이야 많건마는 찾아갈집 다르니라.

봉황대 황학루는 소객의 지점처요. 악양루 고소대는 유인의 장관처라.

우주를 통람하야 큰집을 생각하니. 공부자의 집이로다.

동산이 주봉이요, 사수가 횡대로다. 이구산이 청룡되고 구음산이 백호로다.

요순 우탕 문무 주공장 하시고. 도덕으로 고운 터를 닦아내어,

효제충신 주추놓고 인의예지 기둥세워. 삼강으로 상량 얻고

팔조목 도 걸어 팔팔육십사 괘양은. 차제로 서까래 걸고,

삼백팔십사 효양은 이리저리 외(椳)를 얽고,

오십토로 알매얻고 태극으로 개와하고 일월성신은 창차에두고

낙구하마로 단청하니 거룩하다 이집이여 문왕의 만세로다

만고천하 명승지에 이집밖에 또있는가

삼팔목이 동문이요 사구금이 서문이라

이칠화가 남문이요 일육수가 북문이로다

인문을 크게열고 의로를 널리닦어 오는선비 받자오니

뉘기뉘기 오셨던고 풍호무후 영귀인당 상에앉으시고

곤어누항 단표사는 실중에 거의들고 백의중국 민자자유

자하자장 등은 겨우당상에 앉았으니 삼천제자 칠십이인이

어디다 오를소냐

어이벗님네야 집구경 가자스랴 가다가 저물거든 회암에 들어자고

명도께 길을물어 이천에 배를띄워 염계로 돌아들어

광풍제월 밝은곳에 공중누각 구경하고

아성공술 공택 언른다녀 해단을 바라보니

서일상흔 분명하다만 세춘풍 훈혜로다 하마터면 보련마는

궁장이 수린이라 앙지미고 어이하리 불원천리 왔다가

이집구경 못하오면 공휴일 제가석이라

차차 후생들에게 자자 극력하여 이집구경 가지스라

 

<등루가>는 1930년 정인환(鄭寅煥)과 윤영구(尹寧求)가 이이의 <자경별곡(自警別曲)>을 모방해 <삼강오륜자경별곡(三綱五倫自警別曲)>을 지어 석판으로 간행한 일이 있는데, 그 서문에 <부퇴계선생등루가(附退溪先生登樓歌)>라고 이 노래를 실어 놓은 것이 전한다.

'국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시어(詩語) 풀이  (1) 2022.11.28
한글 바로쓰기  (2) 2022.11.28
권의지로가(勸義指路辭)  (1) 2022.11.21
가사(歌辭)  (1) 2022.11.21
훈민정음운해서 (訓民正音韻解序)  (1) 2022.11.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