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足境界, 脫俗境地

이시는 조선 중기의 유명한 학자 龜峯 宋翼弼足不足이란 작품이다. 모두 40280자에 달하는 장편으로 ''자만을 운자로 사용한, 중국에서도 달리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 형식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참으로 삶의 귀감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宋翼弼의 일생 학문이 이 한 수의 시에 무르녹아 있다 해도 조금의 지나침이 없다.

 

君子如何長自足   (군자여하장자족)   군자는 어째서 길이 스스로 넉넉하다 하는데

小人如何長不足   (소인여하장부족)   소인은 어째서 길이 부족하다 하는가?

不足之足每有餘   (부족지족매유여)   부족한데도 넉넉하다 여기면 늘 여유가 있지만

足而不足常不足   (족이부족상부족)   넉넉한데도 부족하다 여기면 늘 부족한 것이다.

樂在有餘無不足   (락재유여무부족)   즐거움은 여유로움에 있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憂在不足何時足   (우재부족하시족)   걱정은 부족하다 여기는 데에 있기에, 어느 때에 만족할 것이냐?

安時處順更何憂   (안시처순갱하우)   주어진 시기를 편안히 여기고 순종함에 거처하니 다시 무엇을 근심하겠으며

怨天尤人悲不足   (원천우인비부족)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니 슬퍼함으로도 부족하다네.

求在我者無不足   (구재아자무부족)   타고난 나에게서 구하는 이는 부족이 없지만

求在外者何能足   (구재외자하능족)   나 외의 것에서 구하는 이는 어찌 만족할 수 있겠는가?

一瓢之水樂有餘   (일표지수락유여)   한 표주박의 물으로도 즐거워함엔 남음이 있지만

萬錢之羞憂不足   (만전지수우부족)   하 많은 음식으로도 근심하기에는 부족하니,

古今至樂在知足   (고금지락재지족)   고금의 지극한 즐거움은 만족함을 아는데 있었고

天下大患在不足   (천하대환재부족)   천하의 크나큰 근심은 부족하다 여기는데 있었다.

二世高枕望夷宮   (이세고침망이궁)   진나라 호해가 망이궁에서 베개를 높였을 땐

擬盡吾年猶不足   (의진오년유부족)   나의 삶을 다 누리더라도 오히려 부족하다 여겼었고

唐宗路窮馬嵬坡   (당종로궁마외파)   당나라 현종이 마외파에서 나갈 길이 끊겼을 땐

謂卜他生曾未足   (위복타생증미족)   다른 삶을 점치더라도 일찍이 부족하다 말했었지.

匹夫一抱知足樂   (필부일포지족락)   필부는 한아름으로도 만족함을 알기에 즐겁지만

王公富貴還不足   (왕공부귀환부족)   왕공의 부귀한 이들은 도리어 부족하다 여기네.

天子一坐不知足   (천자일좌부지족)   천자의 한 자리 만족함을 모르니

匹夫之貧羨其足   (필부지빈선기족)   필부가 가난한데도 만족할 줄 아는 게 부럽구나.

不足與足皆在己   (부족여족개재기)   부족함과 넉넉함은 모두 나에게 있으니

外物焉爲足不足   (외물언위족부족)   외물이 어찌 부족한 걸 채워줄 수 있겠는가.

人謂不足吾則足   (인위부족오칙족)   사람들은 부족하다 말하지만 나는 충분하니

吾年七十臥窮谷   (오년칠십와궁곡)   내 나이 70살에 깊은 골짜기에 누워

朝看萬峯生白雲   (조간만봉생백운)   아침엔 온 봉우리에서 흰 구름 피어오르는 걸 보며

自去自來高致足   (자거자래고치족)   유유자적 왔다 갔다 하니 고상한 운치가 넉넉하고

暮看滄海吐明月   (모간창해토명월)   저녁은 푸른 바다가 밝은 달 뱉어내는 걸 보며

浩浩金波眼界足   (호호금파안계족)   넘실넘실 황금빛 파도, 시야에 충분하며

春有梅花秋有菊   (춘유매화추유국)   봄엔 매화가 피고 가을엔 국화가 피어

代謝無窮幽興足   (대사무궁유흥족)   무궁하게 번갈아 지니 그윽한 흥취가 충분하다네.

一床經書道味深   (일상경서도미심)   한 책상에 놓인 경서 속 고갱이의 맛이 깊고

尙友萬古師友足   (상우만고사우족)   시기를 거슬로 만고를 벗삼으니 사우가 충분하며

德比先賢雖不足   (덕비선현수부족)   덕을 선현에 견주면 비록 부족하다지만

白髮滿頭年紀足   (발만두년기족흰)   머리가 머리에 가득하니 나이는 이미 충분하다네.

同吾所樂信有時   (동오소락신유시)   내가 즐기는 것 함께 하기에 진실로 시기가 있어

卷藏于身樂已足   (권장우신락이족)   책 내용이 몸에 쌓여감에 즐거움이 이미 충분하네.

俯仰天地能自在   (부앙천지능자재)   천지를 우러러 보고 굽어보며 유유자적할 수 있으니

天之待我亦云足   (천지대아역운족)   하늘이 나를 대우하며 또한 말하리라. “충분하구나.”

      【망이궁(望夷宮): 진(秦)의 궁 이름. 조고(趙高)가 여기서 이세(二世) 호해(胡亥)를 시해(弑害)하였음】

 

龜峯先生集卷之一

 

 

 

 

'漢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唐詩와 宋詩  (0) 2022.12.15
두보 | 杜甫 ( 712 ~ 770 )  (1) 2022.12.15
七言絶句 詩모음  (1) 2022.12.04
당시 300수五言律詩(090-169)  (1) 2022.11.20
당시 300수七言絶句(261-311)  (2) 2022.11.20

+ Recent posts